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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최고권력’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정체

참여연대·민변과 함께 문재인 정부 3대 ‘실세 시민단체’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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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에 침묵하고 윤미향 지지
⊙ 1987년 출범해 정치권 진출에 집중, 장관·국회의원 14명 배출… 진보 정권에서 날개 달고 한국 여성운동의 主流로
⊙ 한명숙·이미경·지은희·남인순 등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 두각
⊙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 여성운동 本流 한국여성단체협의회보다 실세인 이유는?
⊙ 진보 세력 여성계, 한국여성단체연합-이화여대에 집중된 인맥으로 영향력 확대
⊙ 한국여성단체연합과 박원순·윤미향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987년 출범한 진보 성향의 여성단체 모임으로, 7개 지부와 28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후, 박 전 시장의 여비서가 성(性)희롱과 성추행을 당해 고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에 충격을 가져왔다. 일부 여성단체 및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피해자 변호에 나섰지만, 여권(與圈) 지지자들은 외려 그들을 비난했다. 사건은 피의자의 죽음으로 내사 종결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 때 여론몰이에 가두시위까지 했던 여성단체들이 왜 이 사건은 더 이상 파헤치지 않는 것일까.
 
  국내 대표적인 여성단체 중 하나인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편에 서서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진상을 규명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여성계의 집단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 중심에 현재 한국 여성운동의 이른바 ‘최고 권력’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있다.
 
 
  1987년 출범한 진보계열 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은 1987년 2월 18일 출범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여성평우회 등 진보 성향의 여성단체들이 결성되기 시작했고, 이런 단체가 공동투쟁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연합한 것이다. 연합은 여성 노동자·학생운동가 출신, 진보적 기독교운동에 앞장선 여성들이 주축이었다. 초대 회장으로는 한신대 교수 출신으로 진보 기독교운동에 앞장서온 이우정 회장이 선출됐고, 부회장은 각 부문을 대표해 박영숙, 김희선, 이미경, 엄영애, 이영순이 선출됐다.
 
  당시 창립선언문은 없었지만 같은 해 세계여성의날에 개최한 한국여성대회 선언문에서 연합은 창립 목표와 방향을 분명히 했다. 선언문에는 ▲남녀평등권 및 여성노동자의 생존권, 여성차별 시정 요구 외에도 ▲외세에 의해 강요되는 민족 분단의 고착화와 한반도의 핵기지화 반대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반민족적인 정치·경제·군사 정책 반대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과 악법 철폐 등을 주장했다. 현재 7개(경기/경남/광주전남/대구경북/대전/부산/전북) 지부와 28개 회원단체로 구성돼 있다. 주요 회원단체로는 새움터, 기독여민회, 여성사회연구원,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이 있다.
 
  10여 년간 꾸준히 세력을 키워가던 여연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 날개를 달았다. 여연은 김대중 정부에서 2001년 여성부가 출범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4대 공동대표인 한명숙 여성민우회 회장이 초대 여성부 장관에 취임했다. 노무현 정부의 2대 여성부 장관에도 역시 여연 공동대표를 지낸 지은희 장관이 임명됐다.
 
 
  與 정치인 대거 배출
 
   여연 출신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 정현백 대표가 여성가족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여연은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고, 국회에도 대거 진출했다. 여연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여성은 한명숙, 이미경, 이경숙, 김희선, 박선숙, 남인순, 권미혁, 정춘숙 등이 있다.
 
  또 여연 직책은 맡지 않았지만 여성민우회 등 연합 내 단체에서 활동한 인물로 김상희 국회부의장,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유승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다. 여성가족부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여성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을 여연 출신들이 꾸준히 맡아오면서 영향력을 키워나간 것이다.
 
  진보 세력의 여성운동가들이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여성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단체연합-이화여대라는 단순한 라인에 집중해 진보 정치권을 공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명숙·지은희 전 장관과 이미경·이경숙·권미혁·유승희 전 의원이 이화여대 출신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의원 중 이화여대 출신은 인재근·김상희·서영교·강선우 의원이다.
 

 
  문재인 정부의 ‘3대 시민단체’ 중 하나
 
지난 2월 초 김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왼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심상정-여성계 총선정책간담회 ‘정의당, 미투 이후 국회를 부탁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여연은 장관과 국회의원을 대거 배출하며 출범 30년여 만에 사실상 한국 여성운동의 주류(主流)가 됐다. 1959년 설립돼 한국 여성운동의 본류(本流)로 불리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여협과 여연은 여성계의 양대 조직으로 불렸지만, 정치권에 진출한 인물, 당 혹은 정부에서 요직을 맡게 된 인물은 여연이 훨씬 많다.(박스기사 참조)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시민단체 출신이 대거 중용되고 있는 가운데 여연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3대 시민단체’로 불린다. 현재 여성계는 민변, 참여연대와도 끈끈하게 얽혀 있다. 작년까지 여연 공동대표를 지낸 백미순·최은순 공동대표는 참여연대 출신이다.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이었고,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소장을 지냈다. 민변·참여연대·여연, 이 3개 시민단체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나왔다. 여기에 이화여대 인맥까지 맞물린다. 참여연대 대표 출신인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과 민변·참여연대 출신인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이화여대 출신이다.
 
보수 세력과 여성운동
 
  한국 근대여성운동이 시작된 것은 1959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가 출범하면서부터다. 당시 대한YWCA연합회, 대한부인회, 여성문제연구회, 한양여성클럽 등 8개 단체가 창립총회를 열어 회장 김활란, 부회장 박마리아를 선출하고 14개 상임부를 구성했다. 여협은 이듬해 세계여성단체협의회(ICW)에 가입했고, 1962년에는 제1회 전국여성대회를 개최했다. 50여 개 회원단체와 전국 16개 지역 협력 회원단체가 가입돼 있다. 여협은 출범 후 국내 여성운동의 최전방에 섰다. 한국 여성단체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유엔(UN), 세계여성단체협의회 등을 통해 세계 여성단체와 활발하게 교류해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년간(1961~1970) 여협 이사직을 맡았고, 여성운동계의 대부로 불리는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초대 이사장(13대 평민당 국회의원)도 여협 사무처장을 맡은 바 있다.
 
  그러나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 출범 후 여협은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을 띠게 됐다. 특히 여협은 여연에 비해 정치권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여성계 주도권이 여연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세력에서 여성계 출신으로 정치권에 진출했던 인물은 여협 대표 출신인 김정숙 전 한나라당 의원과 여협 사무총장 출신인 김금래 전 여성가족부 장관, 서울YMCA 사무총장과 전국여성인력개발센터 중앙협의회 회장을 지낸 변도윤 전 여성부 장관 정도다. 정부에 여성 인맥을 형성하기엔 미흡했다는 평가다.
 
  보수 정권은 여성가족부 장관에도 비(非)여성계 출신을 임명하면서 정권을 잡았을 때도 여성계를 장악하지 못했다. 보수 정권의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는 법조인 출신 조윤선(서울대), 정치권 출신 김희정(연세대), 교육계 출신 강은희(경북대) 등 여성운동단체들과 접점 및 학연이 별로 없는 인물들이 잇달아 취임해, 여연이라는 단일 라인에 집중한 진보 정권에 비해 여성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성단체연합과 박원순·윤미향의 관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출범 시점부터 여연과 긴밀한 사이다. 박 시장이 2014년 ‘한국여성단체연합 후원의 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여연은 최근 편향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윤미향 사건’과 ‘박원순 사건’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여연은 우리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된 각종 성(性) 관련 사건에는 다양한 성명과 논평을 내놓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 직후인 지난 6월 11일엔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출범 및 가해자 엄벌 촉구-가해자를 엄벌하고 2차가해 중단하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고, 같은 날 연합 산하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지난 7월 4일에는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씨와 관련해 ‘변희수 하사 인사소청 기각결정 규탄’ 성명을 냈고, 7월 7일에는 ‘만취여성 대상으로 한 조직적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하라’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해서는, 그가 사망한 7월 10일 ‘여성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성평등한 세상을 향한 변화와 성찰을 만들어왔습니다’라는 짧은 논평을 내는 데 그쳤다. 내용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자신의 피해 경험을 드러낸 피해자의 용기를 응원하며 그 길에 함께하겠습니다”였다. 2주 전 용화여고 스쿨미투 사건에 대해서는 기자회견까지 한 데 반해 지나치게 약한 반응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및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시절 행적이 논란이 됐을 때는 “정의연의 공적을 폄하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편들고 나서 논란이 됐다.
 
  여연은 박원순 전 시장과 윤미향 의원에 대해서는 맹비난을 하기 힘든 ‘태생적 한계’가 있다. 여연이 출범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변호인 중 한 명이 박원순 변호사였다. 성고문 사건을 이슈화하는 과정에서 여연이 출범한 만큼 박 전 시장이 여연 출범 초기 멤버들과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피해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전 시장 사망 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부천서에서 성고문 피해와 관련해) 조영래 변호사가 메인 변호사였고 박원순 변호사는 막내 변호사로서 굉장히 많은 실무를 담당하고 몸소 뛰어다니며 도와줬다”며 “남다른 인연이기에 충격이 더욱 컸다”고 했다. 권 의원은 “피해자의 호소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면이 있고 진상은 규명해야 한다”고 했지만, 여당 내에서 박 전 시장 사건을 규명할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윤미향 의원은 여연의 핵심 멤버 중 하나로 21대 총선에서 여연 몫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1대 의원 중 여연 출신인 남인순·정춘숙 의원은 둘 다 지역구다. 윤 의원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정대협에서 일했고, 정대협에는 여연 인물들이 참여했다.
 
  정대협에 참여했던 정치인으로는 이미경 전 의원(현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강혜숙 전 열린우리당 의원,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등이 있다. 윤 의원은 1990년대에 정대협 사무국장과 사무총장을 지내며 여성계 출신 정치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정의연은 지금도 여연의 한 축이다. 지난 1월 여연 공동대표로 선출된 김영순 대표는 현재 정의기억연대 이사다.
 
  따라서 박원순 전 시장, 윤미향 의원과 사실상 ‘한 가족’과도 같은 여연은 두 사건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각종 실정에 목소리를 높이기는 어렵다. 오히려 편들기에 나선다는 비판이 많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 출신인 미래통합당 양금희 의원(대구 북구갑)은 “여성단체 출신 의원이 여당에 훨씬 많은데 왜 유독 위계(位階)에 의한 성범죄가 여당에서 벌어지고, 여당 정치인들의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 부족한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박원순 전 시장 사망 후 보수와 중도 성향의 여성단체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지만 친여 성향 단체들이 일제히 추도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여성계의 안타까움과 분노가 제대로 표출되지 못했다”며 “여권은 여성단체와 여성운동의 역할을 진지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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