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발자취

韓日 외교의 ‘막후 중재자’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글 : 오동룡  조선뉴스프레스 취재기획위원  gomsi@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한일 외교의 막후(幕後) 원로인 최서면(崔書勉) 국제한국연구원장이 지난 5월 2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기자가 최서면 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18년 전인 2002년 4월 르네상스호텔 커피숍에서였다. 카이젤 수염에 청재킷을 입은 그는 한눈에 보아도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었다.
 
  당시 고인은 1971년 봄에 가나야마 마사히데(金山政英) 주한 일본대사의 소개로 박정희 대통령을 처음 만난 날을 이야기했다. 1500원짜리 국산 시티즌 시계와 바닥에 구멍이 난 구두 차림의 박 대통령이 봄 가뭄으로 모내기 걱정을 하며 “비가 5mm만 더 내렸으면…” 하는 모습을 보고서 그날 이후로 ‘박정희 팬’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1928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9세 연상의 육촌 형인 고(故) 최규하 대통령의 집에서 살며 원주보통학교를 졸업했다. 1945년 당시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 정치과 학생으로 대한학생연맹 위원장을 맡아 김구(金九) 선생을 따라 신탁통치 반대운동에 참여했다. 고인은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1957년 일본으로 망명했다. 이후 30년 동안 그는 일본 외교사료관과 의회도서관 등에서 일제의 한국 식민 지배 관련 문서들을 발굴하며 사료연구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고인은 안중근 의사(義士)의 옥중(獄中) 자필 전기인 《안응칠 력사》를 처음 입수했고, 야스쿠니 신사에서 임진왜란 당시 승전비인 ‘북관대첩비’를 확인해 귀국시켰다. 그는 동아시아 고지도(古地圖) 수집과 연구에도 매진해 독도 영유권을 입증하는 지도와 자료를 20만 건 발굴·소개했다. 2017년 고인은 ‘자식’ 같은 안중근 의사 관련 자료 1000여 건을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에 기증했다.
 
  1987년까지 30년간 일본에 체류한 고인은 일본 정계와 학계, 언론계에 두터운 인맥을 쌓았다. 1988년 귀국 후에도 기시 노부스케, 오히라 마사요시, 후쿠다 다케오 총리나 시나 에쓰사부로 외상 등 일본 정계 실력자들과 교류하면서 한국 정·재계 인사들에게 다리를 놓았다.
 
 
  ‘한일 외교의 괴물’
 
  고인은 일본에서도 ‘근현대 한일 관계 전문가’로 통한다. 《마이니치신문》은 2018년 ‘한일 국교 정상화 빛과 그림자’ 기획 기사에서 고인을 ‘한일 외교의 괴물’이라고 소개했고, 아키히토 상황의 가쿠슈인대 동기인 하시모토 아키라 전 교도통신 사장은 “박정희 정권 시대에 일한(日韓) 파이프 역을 담당했다”고 했다.
 
  고인이 일본 연구자에게 남긴 회고록 중 일부가 《최서면에 듣다》(심규선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번역)라는 제목으로 지난 4월 발간됐다. 고인의 구술을 채록한 고하리 스스무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고인은 ‘살아 있는 한일 현대사’라 불러도 될 분이었다”고 평가했다.
 
  최 원장은 아침에 눈을 뜨면 일간신문을 쌓아놓고 ‘가위질’을 시작했다. 1969년부터 50년째 한 번도 거르지 않던 일상이었다. 그의 일상은 지난 5월 26일로 멈췄다. 그의 오른손 중지 두 번째 마디에 ‘훈장’처럼 박혀 있던 큰 사마귀 같은 티눈도 이젠 그리울 것이다. 지난 5월 28일 서울 강남성모병원 영결식에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외교부 특별자료실을 빼곡히 채운 도서, 책상 위에 지금도 놓여 있는 돋보기와 필기도구, 직접 제작해 쓰시던 ‘최서면 전용 메모지’를 보며 생의 마지막까지 열정을 불사르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되새겨 보았다”고 했다.
 
  고인은 “죽어서도 한일 관계 발전을 지켜보고 싶다”며 1997년 경기도 파주시 천주교 하늘묘원에 묻힌 가나야마 대사 곁으로 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한일 양국 관계를 걱정하는 ‘수호신’이 됐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104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