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祕話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이 비공개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을 다시 들어보니

2014년 겨울, 인사동 어느 식당에서 있었던 일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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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백수일 때 노상(맨날) 김원기, 김병기랑 같이 노래방 가고, 권양숙 여사가 잡으러 오고 그랬다.”

⊙ “탁현민 불러 콘서트 열려고 했었는데…” 무산된 사연
⊙ 故 신해철은 열성적으로 노무현 지지, 강산에는 거절… “진정한 로커는 신해철”
⊙ 스스로 ‘비주류’라 규정하며 “결코 정치적인 사람 아니다” 강조
⊙ ‘문학적 순수성’과 ‘정치적 무관심’ 거듭 피력했지만…
사진은 특정 식당과 관련없음.
  겨울로 막 접어들던 2014년 11월 중순. 김수경 회장과 소수의 기자들이 함께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5명 정도, 인사동 한 식당에서다. 《내 친구 노무현》을 발간한 직후인데, 공식 기자간담회와는 별도의 자리였다. ‘편하게 밥이나 먹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날 일은 기사화되지 않고 있다. 김 회장 측에서 딱히 ‘오프더레코드’를 요청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로서는 기사화하기 애매한 내용이 많았다. 대부분이 잡담(雜談)이었다. 그때 기자는 타(他) 매체에 재직 중이었는데, 점심을 먹고 돌아가면서 ‘공쳤다’고 생각했다. 한편 그곳에 온 다른 기자들은 ‘김수경과의 식사’ 자체에 의의를 두는 듯했다. 이들은 소위 말하는 진보 언론 소속이거나, 문화부 기자였다.
 
  6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조금 바뀌었다. 김수경 회장이 친문대모(親文大母)로 떠올랐고, 2020년 5월호 《월간조선》에서 단독 공개한 신혜선씨와의 녹취록에서 그가 이번 정권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정황도 드러난 상황이다. 희한했다. 기억하기로, 그는 자신의 문학적 순수성과 ‘정치적 무관심’을 거듭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날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구형 녹음기를 찾아 다시 들어봤다. 녹음 분량은 118분. 이 중 서랍 속에 묵혀두기엔 다소 아까운 내용을 소개한다. 재미 삼아 보기 바란다.
 
 
  “젊고 멋진 남자와 연애해서 복수해달라고”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책을 보고 전화해서 너무 좋다더라. 서로 굉장히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한 이십 몇 년. 근데 내가 이 정도로 글을 (잘) 쓰는지 상상도 못 했다고 하더라. 너무 깊이 감명받았다면서. (자기가) 노무현의 대부(代父)라고 불리는데도 몰랐던 노무현을 알게 됐다고. 요즘 만나자는 사람이 너무 많다. 한동안 사람을 안 만나고 살았는데, 무시 못 할 친구들과 선생님들한테 연락이 너무 온다. 책 안 주냐, 보자, 그래서 너무 바쁘다.”
 
  이날 식탁에는 맥주도 올라왔다. 김 회장은 애주가다.
 
  “술을 일주일에 한 네 번은 마시는 것 같다. 주종(酒種)은 폭탄 아니면 와인이다. 점심 때도 행사 같은 데 가서 마시고, 빨리 취하고 그런다.”
 
  김 회장은 사업가이면서 문인(文人)이기도 하다. 첫 작품은 1990년 펴낸 소설 《자유종》이다. 15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그러나 말주변은 없었다. 문장의 맺고 끊음이 없고, 대부분 주어를 생략했다. 그 때문에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경계가 불분명했다. 갑자기 나온 말 중 하나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과) 이혼하고 나와 보니까, (주변의 여성들이) 젊고 멋있는 남자와 연애를 해서 자기들의 복수를 대신해달라고 한다.(웃음)”
 
  자의식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대목이다.
 
 
  ‘다음기획’ 소속 인물들과 친분 드러내
 
지난 2019년 12월 11일 우리들병원 원장에 대한 금융권의 특혜 대출 의혹을 제기해온 신혜선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김수경 회장과의 녹취 파일이 있다고 폭로했다. 사진=조선DB
  이날 김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추억에 더불어 자신과 친분이 있는 문화계 인사들 얘기를 많이 했다. 탁현민 전 행정관, 고(故) 신해철, 김중만 사진작가와 가수 강산에와 이승환도 언급했다. “주로 다음기획(현 디컴퍼니) 쪽 사람들과 어울리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땐 다음기획이 어떤 곳인지 잘 알려지지 않은 때였다. 그는 친한 사람도 성(姓)을 붙여 호명했다. 이름 뒤에 존칭(尊稱)은 생략했다.
 
  “신해철과 친한 지는 10년 됐다. 친한 음악가로 신해철, 강산에가 있다. 둘에게 선거 당시, 노무현 지지를 부탁했었다. 신해철은 너무 열정적으로 해줬는데, 강산에는 거절하더라. 정치적으로 나서고 싶지 않다고. 국내에서 로커 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신해철이 유일하다. 형식적으로 록뮤직을 하는 사람은 있는데, ‘록정신’이라는 건 기존 질서를 흔드는 무언가가 깔려 있어야 하는 거다. 그래서 강산에한테 내가 ‘너는 흔드는 것도 없는데 로커라고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다음기획은 ‘문화계 참여연대’로도 불린다. 탁현민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다음기획 뮤직컨텐츠 사업본부장으로 근무했고, 방송인 김제동은 2009년부터 7년간 몸담았다. 민중가요계 스타 정태춘·박은옥도 이곳 출신이다. 다음기획의 존재가 대외적으로 부각된 건 2017년 12월이다. ‘운동가요 테이프’를 유통시켰던 김영준 다음기획 전 대표가 문재인 정권 들어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발탁되면서였다. 진흥원은 문화계로 들어가는 정부의 ‘돈줄’을 쥔 곳이다.
 
  김수경 회장은 탁현민 전 행정관을 언급하며 “신해철이 사망하기 전에 같이 콘서트를 열려고 했다”고도 말했다.
 
  “노무현 3주기 즈음해서 신해철이 새로 작곡한 노래 8곡을 보내왔다. ‘이걸 누가 듣겠느냐, 너무 우울하다’고 말했더니, ‘노무현을 위한 노래’라더라. 이후 신해철이 사망하고 생각해보니까, 노무현 친구들을 불러놓고 저 음악으로 콘서트를 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탁현민이랑 셋이 친하니까, 탁현민한테 얘기를 해서 열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김 회장은 이어 “원래는 몇 년 전부터 이 책을 내면 출판간담회에는 신해철을 불러야겠다 했는데, 주변에서 ‘신해철은 한물갔고, 요즘은 이승환이 대세다’고 하더라”고 했다.
 
  김중만, 신해철, 강산에와의 인연은 모두 소설 《자유종》 때문에 닿았다. 이 책에는 마약쟁이들이 등장하는데, 김중만은 ‘누가 이렇게 생생하게 마약 이야기를 쓰지’ 하며 작가에 호기심을 가졌고, 모 화가의 소개로 김 회장을 알게 됐다고 한다.
 
 
  “나는 비주류” 강조
 
김수경 회장이 지난 1995년 매입한 콘도미니엄이 있는 맨해튼의 제켄도르프 빌딩 전경. 사진=streeteasy
  김 회장은 말할 때 영어를 많이 섞는다. 현학적인 표현도 자주 쓴다. 이날 그는 자신이 ‘마이너(minor·비주류)’임을 거듭 강조했다.
 
  “내가 어울리는 사람이 다 마이너다. 신해철도 문학적·정치적·의식적으로도 마이너한 사람이었고, 노무현도 정치계의 이단아였다. 이들 모두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전위적·前衛的)이면서 마이너라는 의식이 강하고, 또 익스페리멘탈(experimental·실험적)해서 한국 문화 속에서는 갖기 힘든 내적 체험들을 공유하기 좋았다. 특히 《자유종》을 쓴 이후 더욱더 엣지(edge·모서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끌렸다. 노무현도 정치적으로 절벽에 있던 사람 아닌가. (나 또한) 벼랑 끝까지 가보자, 하는 스타일인데 아무래도 그게 내 팔자 같다.”
 
  설명이 긴데, 한마디로 ‘비주류라 잘 통했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팔자’도 언급했다. 실제로 그는 사주공부도 꽤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주도 봐줬다고 한다. 김 회장은 “한창 명리학에 빠져 있을 때 그의 사주팔자를 살펴보니 ‘물(水)’의 기운이 올라야 관(官)이 생긴단다. 그래서 노무현이 생수회사 ‘장수천’을 인수할까 고민할 때 추진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수천은 나중에 경영난에 빠진다. 이때 김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아스텍창업투자가 1억9000만원을 긴급 투자해줬다. 이것이 2003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정치자금법으로 구속되는 빌미로 작용했다. 안 전 지사는 장수천의 영업법인인 ‘오아시스’를 경영하며 김 회장과 알게 됐다. 김 회장은 이후 안 전 지사에게 면회를 가 펑펑 울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날 “내가 운영하는 창투사에서 1억9000만원을 투자한 건 노무현이 아무것도 아니던 시절에 이뤄진, 그냥 수많은 여느 투자 중 하나였을 뿐인데 ‘정치자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억울해했다.
 
  김 회장의 화법(話法) 중 특이한 또 하나는, 해외 사상가(思想家)나 학자들의 이름을 자주 언급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어떻고, 도스토옙스키가 저떻고…. 하소연도 이런 식으로 이어졌다.
 
  “한나 아렌트가 닥터 벤자민의 시신을 수습하러 간 건 친구라서 그런 거고, 나와 노무현은 왜 친구가 안 되나. 왜 나는 노무현의 정치적 후원자가 돼야 하나. 노무현이 죽고 나서 정치 판세 돌아가는 걸 보자니 참, 너무한다 싶더라. 김기덕 감독이 왜 영화 〈일대일〉을 통해 형이상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그 심정을 이해하겠더라.”
 
  참고로 2014년 5월 개봉한 영화 〈일대일〉은 한 여고생이 살해당하고, ‘그림자’로 불리는 7명의 사람이 살해 용의자 7명을 쫓는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살해당한 여고생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오마주’로 해석된다.
 
 
  “강남좌파지만 정치적이진 않다(?)”
 
  김 회장은 자신의 정치이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스스로를 ‘강남좌파’로 규정하면서 ‘극우파’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마르크스주의였던 적은 한순간도 없다. 그보다 모더니스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중략) 요즘에는 ‘강남좌파’라는 말이 생겨서 (스스로를) 설명하기 편해졌다. 나는 정치적으로든 문학적이든 좌파하고 잘 맞는다. 이번 책 출간이 내가 ‘빨갱이’로 간주되는 걸 별로 싫어하지 않겠다는 디클러레이션(declaration·선언)이기도 하고…. 마르크스주의는 싫지만, 정말 싫은 건 따로 있다. 예전에 자주 했던 말이 있다. ‘마르크시스트와는 싫어도 퍼킹(fucking·성관계를 저속하게 이르는 말)할 수 있어도 극우파하고는 퍼킹 못 한다’였다.”
 
  김 회장은 이어 다소 모순적인 발언도 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은 좌파지만 정치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것.
 
  “MB 정부인 2007년 말쯤이 ‘바람 잘 날 없는 삶’의 피크였다. 선거가 시작되니까, 나를 조사하겠다고 국세청에서 들이닥쳤는데 무려 98명의 직원이 왔다. 삼성에도 98명은 안 간다. 그때 박연차는 부산에 있었는데, 한나라당하고 커넥션이 좋아서 38명만 갔다. 나는 결코 노무현한테 돈을 준 적이 없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줬다. 내가 아는 ‘사람’.”
 
  계속되는 호소(呼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노무현의 ‘친구’일 뿐이다. 노무현이 백수일 때 노상(맨날) 김원기, 김병기랑 같이 노래방 가고, 권양숙 여사가 잡으러 오고 그랬다. 이후 검찰 수사와 이혼 등으로 전 재산 다 날리고 5년8개월 동안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보면 노무현의 ‘노’자만 들어도… (넌덜머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편집자 주). 그런데 친구니까. 모든 건 정치인들끼리의 권력투쟁이고, 나는 그저 뒤에서 바둑 두는 걸 봤을 뿐이다.”
 
 
  그의 모순된 행보
 
  김 회장은 ‘자신이 정치적으로 관여된 사람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목소리까지 떨렸다.
 
  “그때 세금만 한 100억원 나왔다. 완전히 발가벗게 됐다. 나는 어떤 정당에 가입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심지어 MB도 나중에는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을 했다. 당시 (여당) 관계자들이 ‘아, 노무현하고만 친구인 줄 알았는데, 왜 ○○○(당시 여당 인사로 추정. 녹음 상태 불량)하고도 친구냐’고 했다. 이렇게 분열된 사회에서 나는 정말…. 아무 목소리도 내고 싶지 않다.”
 
  권력에, 혹은 정치 논리에 개입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한다는 의미다. 비주류를 자처하며, 자신을 ‘정치 논리’에 가두지 말라고 읍소한 김 회장. 지난 몇 년간 그의 의식(意識)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이쯤 해서 2018년 녹취된 신혜선씨와의 대화 일부를 다시 들어보자.
 
  “탁현민이는 동작구 나오면 안 돼. 선거에 아니, 다음 총선 때. 나는 춘천 나가라…. 임종석이가 서운하게 생각하는 게 아무리 해도 양비(양정철)나 탁(탁현민)처럼 대통령이 마음 편하게 할 사람이 없잖아요? … 전해철도 그렇고 탁현민도 지가 프론트에 있기가 너무 힘든데…. 지는 정치하는 사람도 아닌데 우연히 이렇게 있다가 (청와대에) 들어온 거고. 양비 같은 사람이 해줘야지, 자기(탁현민)는 경험도 없고, 할 생각도 안 했던 사람인데 (청와대에) 와 있으니까…. 금융 쪽은 전부 다 장하성 라인이고, 장하성맨 아니면 대통령이 전화를 딱 거는 사람이 변양균…. 양비가 그러는 거야. 문재인이 청와대에서 내려오면 그때부터 자기가 비서실장으로….”(2020년 5월호 본지 기사 ‘親文代母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 녹음파일 大공개’ 中)
 
 
  ‘김수경 회장 전용 방’
 
  한편 2017년 여름, 기자는 김언호 한길사 대표를 만날 일이 있었다. 한길사는 《내 친구 노무현》을 펴낸 출판사다. 순화동에 막 새 사옥을 지은 상태였고, 김 대표는 기자에게 내부 공간을 소개해줬다. 그곳엔 다섯 개의 방이 있었다. 전시도 하고 강의도 하는 용도다. 그중 맨 끝 방에 다다르자, 김 대표가 말했다.
 
  “여기는 김수경 회장 전용 방입니다. 무상(無償)으로 빌려줬어요. 지금 다음 작품 쓴다고 하루 온종일 글만 써요. 안에 있는지 모르겠네. 어떻게, 인사하고 가실랍니까?”
 
  김 회장은 외출 중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그 ‘다음 작품’은 안 나온 상황이다. 워낙 공사(公私)가 다망(多忙)한 탓일까. 하긴 지난 날 인사동 밥집에서도 그의 전화기는 연신 울려댔다. 지금 세어보니 총 일곱 번이다.⊙
 
뉴욕 체류 당시 김 회장이 살던 아파트에 얽힌 비하인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김수경 회장에게 소개한 이는 전 남편인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의 부산대 동창인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다. 1989년 말, 마포 한 고깃집에서 노무현과 처음 인사를 나눴는데 그 자리에는 홍준표 의원과 이인제, 홍사덕 등도 있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출판사 열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문학정신》 《외국문학》 등 250여 종의 인문·사회과학 창작물을 출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회장의 인연은 열음사가 칠레 여성작가의 외설적인 소설을 번역·출간한 이후 출판사 등록 취소를 받게 되면서였다. 소송을 치르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찾아갔는데 노 전 대통령이 문재인 당시 변호사를 소개해줘서 문 대통령이 ‘열음사 등록취소’ 건에 대한 변호를 맡았다.
 
  인사동 밥집에서 김 회장은 “(소송을 겪으며) 1993년도에 한국에서 문화생산업을 한다는 것에 환멸을 느껴 뉴욕으로 가서 1997년 말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알려진 바는 없지만, 김 회장은 그 무렵 뉴욕 맨해튼의 한 아파트를 매입했다.
 
  기자는 몇 년 전 개인적 호기심으로 김수경 회장의 보유 자산을 알아보다, 그가 소유했던 뉴욕 아파트의 디드(deed·건물 소유권 증서)를 구해본 적이 있다. 2014년 김 회장의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81평형이 감정가 80억원이라는, 단일 아파트 경매 사상 역대 최고가에 나온 즈음이었다. 그는 1995년 맨해튼 중심가 어빙플레이스에 위치한 ‘제켄도르프 타워(Zeckendorf Towers)’라는 빌딩 내 콘도미니엄 1가구를 매수했다. 미국에서 1997년까지 4년간 살았다고 하지만, 이 아파트는 꽤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었다. 매수 시점으로부터 18년이 지난 2013년에 팔았다. 매매가는 111만2500달러로, 한화로 약 13억원이다. 이 아파트에는 영화감독이자 현재 열음사 대표로 있는 그의 딸 이서군씨가 공동 거주자로 되어 있었다. 한 인사는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비하인드도 들려줬다. 그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방미(訪美) 일정이 잡혔을 때, 김 회장이 자신의 거주지에서 뉴욕 명사(名士)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려고 했는데 당시 반기문 외교안보수석의 반대로 무산된 걸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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