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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코로나19가 삼켜버린 경마 산업, 그 대응책은?

말 산업에 드리운 ‘코로나 블루’ 걷어낼 방법은?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chosh76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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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 코로나19와 우울한 기분을 뜻하는 ‘블루’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

⊙ 경마장 근로자 5000여 명 휴업 상태… 월급도 감소
⊙ 마사회도 긴축재정 등 비상경영체제 돌입
⊙ 경마 선진국은 ‘비대면 전략’으로 코로나19에 대응
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서울경마공원 풍경.
  코로나바이러스19(이하 코로나19)가 달리던 말[馬]을 멈춰 세웠다.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마 산업이 다시 침체기를 맞고 있다. 경마 산업의 침체는 말 유관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루 평균 8만5000명이 찾던 경기도 과천, 부산·경남, 제주 경마공원과 30개 지사(支社)에는 최근 들어 고요함만 감돈다. 전례 없는 장기 휴장(休場)으로 인해 경마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마 상금을 주된 수입으로 삼고 있는 기수(騎手), 조교사, 관리사들은 1110여 명에 달한다. 경마를 정상 시행할 경우, 이들에게는 한 달 평균 200억원가량의 경마 상금이 발생한다. 하지만 경마 중단으로 상금을 받을 수 없어 당분간 수입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경마장 근로자 5000여 명 또한 휴업 상태로, 휴업수당을 받고 있다. 경비·환경미화 근로자들도 줄어든 일거리 때문에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 역시 경마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달보다 30% 적은 월급을 받아들게 되었다.
 
  3월 초에 잡혀 있었던 경주마 경매도 연기됐다. 금번 경매에는 지난해 133두보다 크게 늘어난 168두의 말이 경매에 상장(上場)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단 1회 연기로 생산농가는 35억원가량의 현금 유동성을 잃게 되었다. 현재 마사회는 총 211호(戶)의 말 생산 업체를 확보해둔 상태다. 이 업체들도 경마 산업의 침체로 인한 유탄을 맞고 있다.
 
 
  말 산업 침체는 稅收에도 악영향
 
경기가 없어 마방(馬房)에서 쉬고 있는 경주마.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올해 미국에서 씨수말 ‘오버애널라이즈’를 고가(高價)에 수입하는 등 우수한 국산마 생산을 위해 과감히 투자한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는 한 차례 경매 무산으로만 약 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생산자협회 김창만 회장은 “경마 시행이 중단돼 경주마 수요·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창만 회장은 “온라인 마권 발매가 가능한 몇몇 국가는 관람객 없이도 경마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경주마에 대한 수요에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된다. 경마 정책은 단순히 한쪽 면만 보지 말고 전체 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마 팬들에게 우승마 추리를 위한 경마 정보를 제공하던 경마전문지 판매업자들과 ARS(자동응답시스템)와 SMS(단문 메시지 서비스)로 정보를 제공하던 통신매체들도 소득이 사실상 사라졌다. 경마정보시장은 연 300억원 이상의 규모로 추정되는데 3~4월 휴장으로 60억원의 매출이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마사회는 경마 시행 수익금 중 일부를 ‘축산발전기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경마 수입 감소에 따른 마사회의 매출 하락은 기금 납부에도 영향을 주고, 이는 세수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회장 김낙순)가 지난 4월 실시한 말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말 산업의 경제 산출 규모는 3조4125억원에 달하고 약 2만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말 산업의 침체는 결과적으로 국내 경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마사회도 비상경영체제 돌입
 
코로나19에 따른 국가별 경마 매출 손실(2020년 3월 기준, 추정치).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마사회는 말 산업 전반의 침체를 막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갖추고 내부적으로는 긴축재정, 외부적으로는 확장재정에 돌입했다.
 
  사상 첫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업구조 조정을 통한 예산감축, 임원 급여 반납을 통한 인건비 절감 등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마 상금이 주 수입원인 기수, 조교사, 관리사들이 경마 미시행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200억원의 상생 안정펀드를 긴급히 조성하고 무이자로 대여(貸與)한다.
 
  또한 사업장 내 입점한 업체들에 대해 경마 미시행 기간 동안 임대료를 받지 않고, 미시행 기간만큼 계약기간을 연장해주기로 결정했다. 말 생산자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우수 국산마를 배출한 생산자에게 지급하는 생산 장려금도 조기 집행하고 있다. 155개 농가를 대상으로 4억5000만원을 집행한다. 조달계약에서는 의무 선금 지급 비율을 높이고 지급일을 앞당기는 등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정책에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위기는 곧 기회”라며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삼아 국내 경마 산업도 미래를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경마 사례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북미(北美),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각국 또한 잇따라 경마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경마시장과 연관된 말 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를 우려해 미국의 각 주(州)와 호주, 일본, 홍콩 등은 비대면(非對面) 전략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걸프스트림파크’는 온라인 발매에 기반한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매출은 정상 시행 대비 4% 감소에 그쳤다. 관중이 없더라도 경마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걸프스트림파크의 3200마리 말도 지속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미국 아칸소주 ‘오크론(Oaklawn)’ 경마장도 마찬가지다. 관계자들은 관중 없는 경마장에 적응하지 못하면서도 경마가 계속돼 말 산업을 꾸려갈 수 있다는 사실에 운이 좋다고 여긴다. 미국 켄터키주 ‘처칠다운스’와 ‘켄터키다운스’도 경마를 멈추지 않았다. 켄터키주 말 사육농가들은 ‘필수사업(Essential Businesses)’으로 분류돼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경매시장도 비대면 시대에 맞게 변신했다. 미국 텍사스주가 좋은 사례다. 텍사스주는 코로나19로 2세마(世馬) 경매를 취소했다. 하지만 취소로만 그치지 않았다. 텍사스더러브렛협회는 온라인에 카탈로그를 올려두고 잠재적 구매자가 개인적으로라도 좋은 말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맞서 오프라인 중개자에서 온라인 구매 플랫폼으로 발 빠르게 진화한 것이다.
 
  금년 3월 계획된 경매가 취소된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생산자들에게 미국에서 시행되는 온라인 경매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매자들을 한곳에 모으지 않고도, 공정하고 투명한 경주마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무관중 경마 시행하면서 TV로 경주 중계
 

  일본도 온라인 발매를 기반으로 한 무관중 경마를 시행한다. 경마 시행이 차질을 빚게 되면 경주마의 능력을 측정하는 데 차질이 생기고 우수마 선발이 어려워진다. 우수한 말을 선별해낼 수 없으니 말에 대한 투자수요가 감소하고, 그에 따라 생산 의욕이 감소해 생산기반이 약화된다. 1차산업이 흔들리면 사료 생산과 같은 2차산업이 주춤하고, 수의·수송·발매와 같은 3차산업도 동력을 잃는다.
 
  따라서 일본은 관중이 없는 경마라도 시행하고 있다. 대신에 TV로 경주를 중계한다. 경마팬들은 전화와 인터넷으로 마권(馬券)을 살 수 있다. 일본의 경우 2018년 경마 산업의 총 매출 중 68.8%(22조원)가 온라인을 통해 발생했다.
 
  일본 중앙경마회 관계자는 “경마 산업이 서비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의 농축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마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으며, 다행히 온라인 발매 덕분에 매출이 종전 대비 90%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과 마카오 역시 ‘비대면’ 발매로 ‘대면’ 발매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홍콩은 무관중 경마 시행 초기에는 매출이 25% 감소했으나 최근 20% 정도로 감소 폭이 줄었다. 오프라인 발매 감소분을 온라인 발매가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 덕택에 홍콩자키클럽은 연중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BMW홍콩더비’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코로나19로 학교에 갈 수 없는 홍콩 아이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주에서 가장 성대한 경마 축제로 일컬어지는 ‘골든슬리퍼데이’도 관중 없이 진행되었다. 2세마들이 뛰는 지구상의 가장 비싼 경주인 골든슬리퍼데이는 총상금이 26억원에 달한다. 말 산업뿐 아니라 레저 산업, 패션 산업 등 호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경마팬들은 화면으로만 경주를 볼 수 있었지만 9억원 이상을 베팅했다. 전년 대비 15% 감소한 수치이긴 하나 위축된 경기를 감안하면 아쉽지 않은 매출이다.
 
 
  발매수단 제한되어 불법 시장만 성장
 
  경마 시행국 중 파트(국가별 경주마 능력, 경주 개방성, 국제화 수준 등 경마 수준에 따른 분류)Ⅰ, Ⅱ, Ⅲ의 49개국에서 온라인 발매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중동 4개국과 한국, 말레이시아에 불과하다.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4개 국가는 종교적인 이유로 아예 발매를 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한국, 말레이시아만이 온라인 발매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2009년까지는 전화, 모바일, PC 등으로 발매를 할 수 있었으나 온라인 발매를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11년 동안 5G 시대에 접어들었음에도 온라인 마권 발매는 걸음마는커녕 발도 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법 온라인 경마시장이 규제에 묶인 사이 불법 온라인 경마시장만 성장했다.
 
  경마전문가 A씨는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만을 차단하는 한국 경마 정책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금지 일변도의 경마 정책으로는 수요가 불법 사설경마나 해외 경마시장으로 분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한국에서 경마가 중단되자, 온라인 발매도 가능하고 환급률도 높은 일본으로 건너가 경마를 즐기는 사람들도 주변에 심심찮게 있다고 한다.
 
  온라인 발매 제도는 불법 도박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다수 해외 사례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 오래전부터 온라인 발매를 시행한 영국, 일본, 홍콩은 차치하고 2000년대부터 시행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는 불법 도박시장 규모가 50%로 대폭 줄었다. 불법 사설경마 이용자 중 약 70%가 합법적으로 온라인 베팅이 가능할 경우, 사설경마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합법 경마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다면 굳이 불법 온라인 사설경마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들을 제도권으로 이끌어냄으로써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이는 세수(稅收) 증대로도 이어진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불법 경마시장의 조세포탈 추정액은 2016년 기준 2조원이 넘는다. 장외발매소 이용객 상당이 온라인 발매로 전환되면 유휴공간인 장외(場外) 발매소를 공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온라인 마권 발매하면 사행성 접근 되려 줄어
 
지난 3월 22일 무관중으로 진행된 홍콩 경마장 BMW더비(사진 위)와 2019년 관중이 참가했을 때 치러진 BMW더비(아래).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온라인 발매를 시행하면 ‘경마시장이 더 확대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온라인 발매를 허용하자는 주장은 한국을 ‘도박 공화국’으로 만들려는 속셈으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마사회 등 사행산업 기관들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매년 매출 총량을 배분받아 준수하도록 되어 있다. 온라인 발매 도입 후에 총량 초과가 예상될 경우에는 경주 수 조정, 발매일시 중단 등 총량을 준수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미성년자들이 사행산업에 더 쉽게 접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마사회 측은 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실명제를 도입하여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장 대면 회원가입’ 방식을 운영한다면 미성년자 접근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온라인 발매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경마 과(過)몰입자’의 양산이다. 온라인 발매는 실명(實名)을 기반으로 하는 구매 수단이기에 오히려 구매상한선(1인당 마권을 구매할 수 있는 상한선) 준수 여부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권장하고 있는 전자카드와 맥을 같이한다.
 
  온라인 거래이기 때문에 자율적 자기통제시스템을 구현해낼 수 있다. 이미 ‘스포츠토토’나 ‘로또’는 온라인상에서 셀프 구매계획, 셀프 휴식계획 설정이 가능하다. 일일·주간 단위로 구매계획을 설정하고 해당 기간에는 셀프 구매계획 해제가 불가능하도록 한다든지, 셀프 휴식기간에는 로그인이나 예치금 출금이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온라인이기에 관련 시스템만 갖추면 간단하고도 합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경마 산업이 ‘전염병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코로나19는 또 다른 경제적·사회적 구조의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라인쇼핑, 재택근무와 같은 ‘비대면’이 ‘뉴노멀(New Normal·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시점)’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마사회는 뉴노멀 시대를 대비해 최근 몇 년간 해외시장 개척에 공들여왔다. 국내 말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해외로 눈을 돌려 연간 800억원 이상의 경주 수출에 이어 신흥국을 대상으로, 경마 산업 컨설팅 및 발매시스템 수출, 경주마 수출까지 경마 산업의 수출자원을 다양화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마 산업의 침체는 물론, 그와 연관된 1~3차 산업까지 생각한다면, 말 산업에도 새로운 ‘뉴노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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