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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뉴스

정의선이 선택한 현대차의 미래는?

‘완성차 업체’가 아닌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날 터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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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1조2000억원에 인수
⊙ ‘물류’ 이어 ‘휴머노이드’(인간) 로봇이 최종 목표
⊙ 미래 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절박함
2020년 10월 회장 자리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과 현대차 그룹, 현대차가 인수한 세계적인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고.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시대가 열렸다.
 
  지난 10여 년간 그가 보여준 행보가 현대가(家) 3세로서의 ‘서막’이었다면, 올해는 정 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총수로 활동을 펼치는 ‘원년(元年)’이 되는 셈이다.
 
  정 회장이 현대차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그는 일찌감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으로 점쳐졌다.
 

  그가 그룹 부회장을 맡은 지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1994년에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당시 현대정공) 과장으로 입사한 그는 현대차·현대카드·기아차에서 두루 경험한 뒤인 2009년에 현대자동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승진의 가장 큰 이유는 적자 상태였던 기아차를 흑자로 반전시킨 점이었다.
 
  정 회장은 2006년 적자 기업이던 기아차 사장을 맡은 뒤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을 영입해 디자인 경영을 주도했고, 기아차의 실적과 이미지를 상승시킨 덕에 승진했다. 그를 언제 승진시킬지 기회를 엿보던 현대차 그룹으로서는 망설일 필요가 없는 선택이었다. 당시 정몽구 회장의 수족인 고위 경영진도 일부 퇴진하며 ‘젊은’ 정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시 그는 39세였다. ‘정의선 계열’ 임원들이 대거 등용된 것은 이즈음이다.
 
  정의선 회장이 그룹 전면에 나선 것은 부회장에 오른 지 무려 9년이 지난 2018년, 현대차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부터다. 정몽구 회장의 고령 등을 고려해 더 늦기 전에 안정적인 승계 구도를 마련하려는 포석이었다. 당시 현대차 그룹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2020년 10월에 현대차 그룹 회장에 올랐다. ‘정의선 시대 첫 시대’를 맞는 현대차 그룹의 신년사에는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예년보다 늦게 신년사 메시지를 세간에 전했다. 매년 하는 신년사가 아니라 3세대를 맞은 현대차 그룹의 ‘첫해’였기 때문이다.
 
 
  신년 메시지의 대부분은 ‘미래’
 
  정의선 회장의 신년 메시지는 온통 ‘미래’ 얘기로 꽉 차 있다.
 
  〈글로벌 친환경 브랜드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 매력적인 친환경 이동수단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수소연료 전지를 확대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앞장서겠다.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기술을 구현하고, 로보틱스와 같은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모빌리티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부합하는 신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나가겠다.〉
 
  ‘3세대 현대차’ 시대를 여는 그의 미래를 향한 고심이 녹아 있다. 정주영 창업주가 현대차의 기반을 닦았다면, 정몽구 회장은 만년 싸구려 차로 인식됐던 현대차의 위상을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업그레이드시켰다. ‘품질만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가 오늘날 현대차를 글로벌 톱5 회사로 만들었다.
 
  이제 정의선 회장 앞에는 4차 산업시대를 맞아 현대차를 미래 기업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절박함이 놓여 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친환경’ ‘자율주행’ ‘로봇’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흔히 언급되는 자동차 업계에서 ‘친환경’을 운운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가고, 요즘처럼 운전자가 차량을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똘똘한 자동차’가 차를 주행하는 ‘자율주행’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로봇’이 자동차 업계와 무슨 상관일까. 흔히 말하는 4차 산업시대의 핵심인 ‘AI(인공지능)’의 연상선상이기 때문일까.
 
  사실 글로벌 로봇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제조 로봇을 비롯해 물류 운송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간단한 안내 및 지원, 헬스케어뿐 아니라 공사 현장, 재난 구호, 개인비서 등 분야에서의 서비스 로봇 수요도 향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 그룹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22%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전(全)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사회적 패러다임 전환이 빨라지면서 오는 2025년 글로벌 로봇 시장의 규모는 1772억 달러 규모(연평균 32% 성장)로 점쳐지고 있다.
 
 
  혼다, 도요타, 폴크스바겐이 앞다퉈 개발 중인 로봇
 
  자동차 회사와 로봇의 결합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로봇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공장에서 조립을 돕는 자동차 로봇은 물론 부품 운송, 매장 안내 등을 로봇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업체 혼다는 2000년에 세계 최초로 직립보행 로봇 ‘아시모’를 개발했고, ‘CES(세계가전전시회) 2019’에서는 최적의 이동 경로를 찾아 움직이며 길을 안내하는 인공지능 이동 로봇 ‘패스봇’을 선보였다. 도요타는 ‘CES 2020’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e-팔레트’ 안에 들어 있는 마이크로 팔레트를 선보였다.
 
  마이크로 팔레트는 배송 목적지에 도착하면 물품을 전달하는 휠 기반의 라스트마일 로봇이다. 포드는 로봇업체 ‘어빌리티 로보틱스’와 협력해 최대 18kg까지 물건을 들 수 있고, 장애물과 계단을 파악하는 직립보행 로봇 ‘디지트’를 개발해 상용화에 도전 중이다. 폴크스바겐은 자율주행 충전 로봇이 주차된 차량으로 옮겨 다니면서 자동으로 차량을 충전하는 신개념 충전 콘셉트를 2020년 1월에 공개했다. 충전 로봇을 도입할 경우 충전에 필요한 전용 주차공간이 필요 없어 공간 효율성과 편의성이 우수한 특징이 있다. 닛산은 NASA와 자율주행 및 로봇관제를 공동 연구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완성차 부품 공급 업체도 고도화된 로봇 기술 확보를 위해 로봇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컨티넨탈은 무인배송 시스템 구현을 위해 자율주행 셔틀에 4족 보행 로봇을 연계한 라스트마일 물류 시스템을 추진 중이다. 보쉬는 2017년 공장 자동화 전문 기업 ‘렉스로스’를 인수하고 로봇 모션 제어 분야 투자를 진행하면서 협동로봇, 잔디깎기 서비스 로봇 등의 판매를 시작했다.
 
  물류업체들도 물류 비용 절감, 서비스 혁신을 위해 로봇을 새로운 운송 수단으로 테스트 중이다. 아마존은 물류 로봇을 활용한 제품 피킹·분류·포장 작업으로 창고 자동화에 성공했다. 물류 로봇 ‘KIVA’를 도입해 운영 비용을 20% 절감했고, 주문 건당 처리 속도를 종전의 60분에서 15분으로 단축했다. DHL 역시 자율주행 밴, 배송로봇, 드론 등 다양한 운송 수단 개발 및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업계 최강자, ‘보스턴 다이내믹스’
 
  영화 속에서나 봤을 법한 인간과 로봇의 공생(共生)은 이제 눈앞에 실현되고 있다. 로봇을 미래 산업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진부한 일일는지 모른다. 이미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로봇 개발을 하는 사이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세계 최고의 로봇 기업인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Inc)’를 인수한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 업계의 최강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미국 카네기멜런대학·MIT에서 교수를 지낸 마크 레이버트 대표가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한 회사다.
 
  2004년에 미항공우주국(이하 NASA) ·하버드대학 등과 4족 보행이 가능한 운송용 로봇 ‘빅 도그(Big Dog)’를 개발해 화제가 됐다. 이후 훨씬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빠르며 무게까지 적은 4족 보행 로봇 ‘리틀 도그’ ‘치타’ ‘프탓’ 등을 공개했다. 특히 2016년에는 사람과 같이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인 ‘아틀라스’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 고난도 동작까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하는 등 로보틱스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2019년에는 물건을 집고 옮길 수 있는 물류용 로봇인 ‘픽’, 바퀴가 달려 직접 물건을 들고 목적지까지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핸들’ 등을 선보였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 인지, 제어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보스턴 다이내믹사는 2013년에 구글이 인수했다, 2017년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그룹이 다시 구글로부터 회사를 인수해 소프트뱅크 그룹이 지분 100%를 갖고 있었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에 소프트뱅크의 지분 중 80%를 11억 달러(1조2000억원)에 샀다. 이로써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차가 80%, 소프트뱅크 그룹이 20%를 소유하게 됐다.
 
  통상 ‘1조원’ 이상의 회사를 사들이는 것은 국내 업계에서 ‘빅딜’로 꼽힌다. 하지만 현대차 그룹이 회사를 1조2000억원대로 사들인 것에 대해 업계는 ‘빅딜’ 이상으로 보는 분위기다. 다른 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에게 1조원대로 보스턴 다이내믹사를 사들일 수 있는 조건이 있었다면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절차가 상당히 비밀리에 이뤄졌으며, 현대차에 이득이 큰 M&A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투자 실패로 입지가 약화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다급하게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처분한 것이 현대차에 득이 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회장은 일본 최대의 컴퓨터 유통업체인 소프트뱅크를 시작으로 손을 대는 벤처 투자마다 대박을 낸 경영인이다. ‘제2의 빌 게이츠’ ‘일본 최고 갑부’ ‘일본의 스티브 잡스’ 등 타이틀도 화려하다. 손정의 회장에 대해 국내에 나온 책만 10권이 넘는다. 그런 그가 최근에 고전하고 있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가 공동으로 투자한 ‘비전펀드’(약 121조7500억원)를 만들어 88개 사에 투자했다. 세계 최대의 기술 펀드다.
 
  하지만 펀드는 2019년 4월~2020년 3월 기준으로 20조원을 날렸다. 우버, 위워크 등 세계적인 공유경제 기업에 투자했는데 지난해부터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소프트뱅크 역사상 최악의 투자 실패다. ‘미다스의 손’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이번에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비교적 싼 가격에 사들인 것은 손정의 회장의 이 같은 손실 복구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의선 사재까지 투입해 로봇 회사 인수
 
  정의선 회장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 전에 현대차 그룹이 가장 큰 금액을 베팅한 곳은 미국 앱티브사다. 앱티브사는 자율주행 분야의 세계적 기술력을 갖고 있다. 앱티브사와 총 40억 달러 가치의 지분을 절반씩(약 2조4000억원)을 나눠갖는 방식으로 지난해 합작법인 모셔널에 투자했다. 금액만으로 놓고 보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규모가 작다. 하지만 조인트 벤처 방식이 아니라 경영권 인수 사례다.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와 비교된다. 현대차는 1998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기아차를 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해 2000년 자동차 전문 그룹으로 출범시키고, 성공적으로 회생시킨 바 있다. 현대차는 기아차 인수 후에 세계 5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했다.
 
  현대차 그룹의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사는 경영권 인수, 그것도 51%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80%를 인수해 사실상 자회사 개념으로 인수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1조2000억원의 자금 충당에는 현대차 그룹이 총동원됐다. 현대차가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개인 20%를 냈다.
 
  정 회장 개인이 돈을 낸 것은 굉장히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현대차 그룹에 있어서 로봇 사업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미래 신사업이라는 것을 뜻하는 바이고, 그만큼 로봇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기도 하다. 오너 개인이 이렇게 사재를 털어 회사를 사들이면, 그만큼 그 회사에 필요한 인력도 수월하게 보충할 수 있다. 현대차 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 합의에는 새로운 사업을 육성하려는 각 기업과 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모두가 윈윈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딜
 
현대차 직원이 ‘의자형 착용로봇(H-CEX)’을 착용하고 작업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의 의지는 그의 말에서 엿볼 수 있다.
 
  인수가 결정된 날 정의선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보틱스 기술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현대차 그룹이 지향하는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 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 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그룹에 지분 80%를 넘긴 소프트뱅크 측도 마찬가지다. 손정의 회장은 “현대차 그룹과 함께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미래는 매우 밝으며 소프트뱅크 그룹도 이들의 성공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최고 경영자는 “현대차 그룹과 함께 모빌리티 산업이 직면한 변화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첨단 자동화를 가능케 하겠다는 목표 실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전체 그룹 차원의 제조, 생산, 기술개발, 물류 역량 모두에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자동차 분야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도심항공 모빌리티, 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선도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의 센싱(인지) 기술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 모빌리티 등에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인공 지능을 활용한 대응 및 판단 기술,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정밀하게 구동시키는 제어기술 등은 향후 완전한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적인 요소다.
 
 
  물류 로봇 시장에 우선 진출
 
2020년 7월 27일, 경기 성남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사가 제작한 인공지능 로봇개가 건설 현장을 누비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생각하는 미래 사업은 자동차(전체의 50%), 도심항공 모빌리티(UAM·30%), 로보틱스(20%)다. 정의선 회장은 더 이상 현대차 그룹을 ‘완성차 제조업체’로 한정시키지 않는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이다.
 
  로봇 산업은 용도에 따라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으로 구분되며, 현재로서는 산업용 로봇이 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운반, 조립, 가공 등 제조 현장의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한다.
 
  서비스용 로봇은 의료, 군사, 구조 등 특수용도 및 상업용도, 그리고 가사와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개인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개인용 로봇으로 구분된다.
 
  특히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성장세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현대차 그룹이 주목하고 있는 물류 로봇이다. 물류 로봇은 물류에 특화된 기술과 역량이 필요하고, 상차・하차・이송・저장・피킹 등 물류 현장, 창고 등의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물류 자동화를 위한 ‘픽’ ‘핸들’ 등의 로봇을 이미 보유 중이다. 움직이는 피킹 물류 로봇 ‘핸들’의 경우에는 기존 로봇들이 물품이 쌓여 있는 팔레트를 통째로 옮기는 방식과 달리 팔레트에서 물건을 하나씩 꺼내 예정된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또 운송 로봇 등 다른 로봇과 협업도 가능하다.
 
  현대차 그룹은 기존의 착용 로봇 및 다양한 영역의 물류 자동화를 위한 모바일 로봇 개발을 강화하고, 사람의 눈에 해당되는 3차원 비전, 로봇팔 등의 기술 역량을 좀 더 끌어올려 물류 로봇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우선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어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 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사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19년에 4족 보행 로봇을 양산형으로 개발한 뒤 일부 시장에 공급한 바 있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고령화와 언택트 확산으로 로봇은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됐다. 현대차 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로보틱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서의 면모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인간형 로봇’
 
현대차가 인수한 美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선보인 2족 보행 로봇(왼쪽)과 4족 보행로봇 ‘스팟’의 모습.
  ‘물류 로봇’으로 우선 시장에 진출한 뒤, 현대차는 ‘이동형 로봇 사업’에 진입할 계획이다.
 
  이동형 로봇이 지형에 상관없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구동 및 보행 기술이 필수적이다. 건설 현장, 시설 보안 등에 있어 점검 및 순찰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국내외 기업들은 건설 등 산업 현장에 360도 카메라를 장착하고 뛰거나 계단을 오를 수 있고, 방수 기능과 음성 안내 기능을 갖춘 로봇에 대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로봇 도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지난 2015년에 처음 공개한 ‘스팟’은 네 다리로 걷고, 장애물을 피하며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어 안내・지원이 가능한 대표적인 이동형 로봇이다. 스팟 후면에는 별도의 모듈을 장착할 수 있어 가스 누출 여부 등을 감지하는 등 다양한 응용도 가능하다. 이미 건설 현장을 모니터링하거나 가스, 석유, 전력 설비를 감시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현대차가 ‘물류 로봇’ ‘이동형 로봇’에 이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영역은 장기적으로 혁신적인 시장 성장이 예측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2족 보행이 가능한 다리 등을 갖고 있고 팔과 손을 이용해 사람과 같은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첨단 로봇이다. 시장 조사 기관인 ‘리포트앤리포트’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3년에 39억 달러(4조1000억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인간형 로봇’으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목적 팔과 이족 보행 기술이 필수다. 사람과 유사한 손과 다리가 있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환자 간호 등에서 인력을 대체, 보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 기술은 우주 산업에서도 다양하게 쓰인다. 위험 요소를 줄이고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로봇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우주 탐사 및 비행 업체들과의 협업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재 가장 역동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불리는 ‘아틀라스’를 개발한 바 있다. 아틀라스는 빠르고 정교하며 점프,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 전신 이동성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고안된 고도의 연구 플랫폼이다. 아틀라스의 첨단 제어 시스템과 최첨단 하드웨어는 로봇이 인간 수준의 민첩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이미 제공하고 있다.
 
 
  ‘공격적이다 못해 충격적’인 정의선
 
  현대차는 지난해 초 ‘CES 2020’에서 우버와 함께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CES에서 실물 크기의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를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는 개인용 비행체를 개발하고, 우버는 항공승차 공유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에게 도심항공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양사는 개인용 비행체의 이착륙장 콘셉트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
 
  현대차 그룹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과 현대차 그룹의 완성차 양산 기반을 결합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세계 톱티어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합작,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업 ‘모셔널’을 설립했다. 모셔널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2022년에는 로보택시 및 모빌리티 사업자에게 자율주행 시스템과 자원 기술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현대차 그룹은 고성능 레이더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더(Lidar)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 ‘그랩’, 미국과 호주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미고’ ‘카넥스트도어’ 등 다양한 업체와 전략 투자 및 협업을 전개하며 자율주행, 라스트마일, 인공지능, 모빌리티 서비스 등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의 변화에 대해 ‘공격적이다 못해 충격적’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의 영역을 상당 부분 탈피하고, 새로운 회사로의 탈바꿈까지 준비하고 있어서다. 앞으로 그가 가져올 변화가 단순히 현대차 그룹을 넘어 국내 재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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