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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개정된 상법은 공정경제법인가, 기업규제법인가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한국 기업 흔들 수 있는 판을 깔아줬나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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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정기국회 마지막 날 反기업적 법안 대거 통과
⊙ 감사위원 분리선임·다중대표소송제로 ‘기업들 족쇄 立法의 해’
⊙ “개정 상법은 ‘헤지펀드 보호법’”(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2020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찬성 154인, 반대 86인, 기권 3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정부에서는 ‘공정경제법’이라고 말하지만 ‘기업규제법’일 뿐이다.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한국 기업을 흔들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2020년 정기 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 국회는 125건의 법안을 무더기로 의결했다.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 감독법, 노동조합법, 특수형태근로자 고용보험법안 등 반(反)기업적 규제 법안이 통과됐다. 재계는 ‘2020년은 기업들 족쇄 입법(立法)의 해’라고 말한다. 기업은 ‘상법 개정’, 그중에서도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다중대표소송제’가 앞으로 기업을 옥죌 것이라며 아우성이다.
 
 
  감사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생산 경제의 단위체다. 재화(물건)나 서비스를 생산해 이윤을 추구하고 가치를 창출한다. 이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 경제를 일으킨다. 기업은 공기업과 사기업으로 나뉘고, 사기업은 크게 개인기업과 공동기업으로 나뉜다. 개인기업(유한회사)은 1인(人) 사원이 자신의 자본을 출자(出資)해 운영한다. 주식회사(법인회사)는 주주들이 자금을 내서 만든 회사로 자본 시장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한다.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포스코·GS칼텍스 등 대다수가 주식회사다.
 
  대다수 투자자가 있는 만큼 주식회사는 주주총회(이하 주총)를 통해 의사결정한다. 기업의 주총은 법률이나 정관에 정해진 사항을 결의하는 의사결정 기관이다. 주총에서는 전문 경영인에게 업무 집행을 위탁하고, 또 업무 집행을 감독할 수 있는 감사를 뽑는다.
 

  ‘지분을 다수 점하는 대주주가 감독 역할을 하는 감사를 뽑을 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감사’를 뽑을 때는 대주주 의결권 행사 제한을 뒀다.(상법 제401조 제1항) 사실 이런 제한은 원칙적으로는 인정될 수 없다. 주식회사는 주식을 가진 수(지분율)만큼 의결권을 갖는 것이 옳다. 하지만 감사라는 업무가 사실상 대주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니 규정을 만든 것이다. 자산 1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상근 감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했고, 모든 주주는 감사를 뽑을 때 본인과 그 특수 관계인을 합산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의결권 제한 규정을 강화(1997년 증권거래법 개정)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감사위원회’라는 것이 도입됐다. 기존 감사가 감독기관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했다면 과연 외환위기가 왔겠느냐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명예교수는 “감사위원회 제도는 1999년 개정 상법에서 처음 한국에 도입됐다. 외환위기 때 한국을 도와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국제통화기금(IMF)이 기업지배구조를 미국식(式)으로 고치라는 거절할 수 없는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2000년 개정된 증권거래법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만들라고 했다. 특히 상장회사의 감사 및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할 때 모든 주주가 아니라 최대 주주만 ‘합산 3% 제한’을 받도록 규정했다. 2009년에 새로 바뀐 상법에는 감사위원회 위원은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고, 3분의 2 이상은 사외이사로 선임해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강화하고자 했다.
 
  유주선 강남대 공공인재학과 교수가 2017년에 쓴 〈감사위원 분리제도와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의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의결권 3% 제한의 대상을 주목해야 한다. 감사를 뽑을 때 3%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을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선임에까지 적용했다. 이는 ‘감사’와 ‘감사위원’(이사)을 구별하지 못한 착오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감사’와 ‘감사위원’은 전문 경영인의 업무를 감독한다는 차원에서 역할은 비슷하지만, 신분에서 차이가 있다. 용어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소리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감사위원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사회 내의 조직입니다. 이사회 안에 보수(報酬)위원회,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등과 같이 하나의 위원회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위원은 당연히 이사입니다. 국회 법사위원회가 국회 내의 여러 위원회 중 하나이고, 그 위원 자격은 국회의원인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사와 감사위원을 따로 선임하자는 상법 개정안이 ‘경제 민주화’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났습니다. 마치 국회의원 선거 후에 법사위원 선거를 따로 또 한 번 하자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이번에 개정된 ‘감사위원 분리선임’이라는 상법이다.
 
 
  감사와 감사위원회
 
기업의 주주총회는 법률이나 정관에 정해진 사항을 결의하는 의사결정 기관으로 사내이사, 감사 등을 선임한다. 삼성전자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2020년 3월 18일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뉴시스
  사실 기업의 투명성을 위해 ‘감사와 감사위원회 중 어느 것이 나은가’란 논의는 계속돼왔다.
 
  유주선 박사는 보고서에서 “감사위원회 도입은 감사제도보다 못하다는 비판적인 견해가 있었다. 감사는 이사회와 독립적인 동등한 지위를 가지지만 감사위원회는 이사회 내부의 하부 기관으로 설치된다. 어느 것이 감사 기능을 수행하는 데 실효성이 있는지 결론 내리기 어렵지만, 감사·감사위원회 설치 현황을 보면 자발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회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은 감사위원회를 이사회 안에 두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 감사위원은 ‘일괄선출 방식’이라는 패턴으로 뽑았다. 주총에서 우선 이사를 뽑고, 뽑힌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다시 뽑았다. 이사를 뽑는 첫 단계에서는 ‘주주의 3%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고로 지배주주의 신임을 받는 사람들이 이사진으로 뽑히고 그들 중에 감사위원이 선임되는 것이다. 상법 개정을 주장한 측에서는 “결국 대주주가 선택한 사람이 감사위원이 되는 셈이다. 소액주주들은 지분이 낮아서 감사위원을 뽑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상법을 적용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분리선출 방식’을 적용하면 주총에서 처음 이사 뽑을 때부터 감사위원은 따로 뽑는다. 지배주주가 감사위원을 뽑을 때 ‘3% 의결권 제한’ 적용이 있으니, 사실 지배주주는 감사위원을 뽑기 어렵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축구선수 10명을 뽑고 그중에서 1명이 최전방 공격수(감사위원으로 지칭)가 되는 것과 내가 축구선수 9명을 뽑고 내 입김이 전혀 미치지 않는 다른 쪽에서 1명의 최전방 공격수를 뽑는 셈이다.
 
  표면적으로 이 법은 지배주주 외 주주들의 입김을 강하게 한다는 것, 즉 소액주주들이 좀 더 확실하게 주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와 여당은 이 법이 ‘공정경제법’이라고 주장한다.
 
 
  총수 견제 가능하니 법 개정해야 vs
  지배주주를 얼마나 견제해야 적절한지 증거 부족해

 
  한국경제학회는 상법을 개정하기 전에 회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에 찬성하는 입장은 이렇다.
 

  〈총수 일가나 전문 경영인에 대한 견제는 가능하지만, 경영권 위협은 불가능하다. 외부 주주가 1명의 감사위원을 선임하더라도 감사위원회 전체 위원 수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외부 주주가 후보를 추천한다고 반드시 선임되는 것이 아니다. 소버린이 2003년 분리선출 방식으로 SK에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지 경영권을 위협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소버린은 위임장 대결을 벌였지만, 감사위원 선임에 모두 실패했다.〉(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
 
  〈감사위원을 이사와 분리해서 선임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 하지만 단기 투자자본에 의한 이사회 교란 가능성이 존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감사위원 분리선임’에 반대하는 입장은 이렇다.
 
  〈최대주주 3% 의결권 제한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외국계 자본이 지분 분할 후 연합으로 대주주보다 높은 의결권을 갖게 될 경우, 이사회에 진출해 기업의 기밀 및 핵심기술 유출, 배당 문제 등을 일으켜 기업의 경영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현혜정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지배주주를 어느 정도 견제해야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이론적·실증적 증거가 부족하고, 기존의 제도가 왜 충실히 기능하지 않고 있는지 또는 기능하고 있는데 인식하지 못하는 것뿐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제도를 도입하면 오히려 기업의 사적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소액주주를 위하는 법이라는 가짜 프레임 씌워”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명예교수.
  여당이 힘을 앞세워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안건임을 알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계 자본이 이득을 본다’는 대목이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인해 대기업 주주들의 힘을 약화시켰다는 것은 이해하나, 어떻게 이로 인해 국내 기업에 투자한 외국계 자본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인가. 원래 이 법의 취지는 주요 주주가 아닌 소액주주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경제 민주화’의 일환이 아니었는가.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공정이라는 가짜 프레임으로 소액주주들에게 무언가 줄 것처럼 현혹했지만, 실상 소액주주들은 아무 감흥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소액주주 등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최준선 명예교수는 ‘가짜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모임 회원들이 거래 재개 촉구 집회를 여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뉴시스
  “소액주주들이 대규모 주주운동을 일으키지 않는 한 소액주주가 의미 있는 만큼의 의결권을 모으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이들은 총회에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주식 보유 목적이 주주로서 경영 참여에 있지 않고 주가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서학개미’(해외 주식 개인투자자)가 아마존이나 테슬라 주식을 샀다고 해서 아마존 주총장에 갈 리 없지 않습니까. 발행 주식이 4억~5억 주(株)인 대형회사에 100주, 1000주를 들고 가봐야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하지만 대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은 3%로 제한됐으니, 결국 대량 주식을 보유한 헤지펀드만이 자기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법이 ‘헤지펀드 보호법’이라고 말합니다.”
 
  상법 개정 전에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모두 합쳐 3%의 의결권 인정’을 주장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지적을 의식한듯, ‘개별 주주별 3% 의결권’ 제한으로 법안을 수정했다. 간단히 말해 대주주 외에 큰 지분율을 가진 외국계 펀드들도 ‘3%만 의결’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기업 관계자는 “여당이 재계의 반발을 의식해 한 발 물러선 듯싶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조치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KMH의 2대 주주, 자신들이 내세운 감사위원을 뽑는 데 성공
 
  2020년 10월에 신라CC 등 골프장과 《아시아경제신문》 등을 보유한 위성과 기타 방송업체인 케이엠에이치(KMH)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회사의 2대 주주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이하 키스톤PE)와 갈등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 지분은 최상주 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이 전체의 34.26%, 키스톤PE 25.06%, 기타 40.68%로 구성돼 있었다.
 
  2020년 10월 14일 임시주총에서 키스톤PE는 자신들이 감사를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지배주주 3% 룰’이 없었다면, 키스톤PE보다 9% 지분을 더 가진 최 회장 측이 감사를 선임하는 데 우위를 점했을 것이다. 물론 소액주주 중 상당수가 키스톤PE 측에 힘을 실어줬다면 팽팽한 표 대결을 벌였을 것이다.
 
  게임은 사주 측의 ‘완패’로 끝났다. 사주 측이 가진 34.26% 중 의결권이 가능한 지분은 불과 3%이다. 그런데 키스톤PE(25.06%)는 감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특정목적기업(SPC) 6곳을 만들어 주식을 분산시켰다. 이들은 1개 법인에 10.6% 지분(3% 의결권 가능), 나머지 5개 법인에 3%씩 주식을 쪼갰다. 고로 키스톤PE의 의결권은 3%씩 6개 법인 모두를 인정받아 18%가 됐다. ‘사주 3% 대(對) 키스톤PE 18%’로 사모펀드가 완승을 거뒀다.
 
  KMH의 경영권 다툼은 증권가의 핫 이슈였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펀드가 감사를 자기 측 사람으로 심기 위해 3% 지분 쪼개기 관행을 확산하면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KMH의 경영권 분쟁은 최대주주와 2대 주주가 함께 주주 간 계약을 맺어 일단락된 상황이다.
 
 
  1명‘뿐’인가, 1명‘이나’인가
 
  물론 일부에서는 ‘외국계 펀드가 자사(自社)가 투자한 회사에 감사를 심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시각이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이사회 멤버가 통상 7명인데 이 중 딱 1명이 외국계 펀드 사람인데 무슨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느냐’고도 한다.
 
  이에 대해 최준선 명예교수는 이렇게 반박한다.
 
  “이사회는 전략을 확정하는 곳입니다. ▲어떤 기술을 개발해 어떤 사업에 진출할 것인지 ▲투자는 어떻게 하는지 ▲기술개발 소요시간 ▲판매 전략 ▲기술 직접개발 가능성 ▲M&A를 통한 기술획득 방법 등 모든 것을 이사회 테이블에 올립니다. 이 모두가 극비 사항입니다. 외국계 펀드에서 파견한 인물이 감사위원으로 이사회에 출석해 이런 고급 정보를 보고 듣고 승인합니다. 감사위원이 한 명뿐인데, 어떻게 영향을 끼치느냐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 원래 감사위원의 업무는 감독하는 것인데요.
 
  “감사위원의 감독 범위는 대표이사를 포함해 전(全) 임직원의 업무에 미칩니다. ‘감독한다’는 명분이면 사안의 적법성은 물론 타당성도 감사할 수 있습니다. 기술 자료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 자료가 M&A 상대방에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감사위원이 한 명이냐 전원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감사 및 감사위원은 한 명이라도 열 일을 혼자서 할 수 있습니다.”
 
  ― 과한 비약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개정 상법이 주는 메시지는 ‘헤지펀드에 이 제도를 이용하라는 것이고, 국가가 입법으로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기업파괴법이라고 봐도 무색하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 간에 의견 분분
 
이번 ‘2020 상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의 대기업에 대한 입김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법 개정안 전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도부에서조차 정면 충돌이 있었다.
 
  양향자(梁香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10월 16일 “공정경제3법에 대한 기업의 우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 기업이 하이디스의 경영권을 갖게 되자 기술과 인력을 빼돌린 것은 물론 LCD 시장 1위마저 뺏긴 악몽 같은 기억이 있다. 투기 자본이 현대차에 추천한 사외이사는 경쟁업체 출신이었고, KT&G에 들어온 투기자본 측 이사는 대놓고 비밀유지 서약에 서명을 거부한 바 있다”며 “얼마든지 경쟁 기업이 일반 금융투자자의 모습을 하고 접근할 수 있다. 우리 기술이 빠져나갈 작은 구멍이라도 있다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물 샐 틈 없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홍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공정경제3법은 기업의 가치와 주주의 이익이 재벌 총수의 전횡으로 훼손되지 않게 보호하는 기업 가치 제고법”이라며 “해외 경쟁기업이 투기 자본과 결탁해 우리 기업의 감사위원으로 뽑혀 기밀이 유출되고, 소송 남발로 기업 경영이 침해된다는 과장된 선동을 접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국내 기업에 투자한 헤지펀드들만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의 영향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2020년 6월 현재 약 1006개 회사에 투자하고, 상장회사 423개에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2대 주주인 회사가 무려 171곳이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그동안 주식 보유의 목적을 ‘단순 보유’로 지정해왔다. 하지만 최근 ‘단순 보유’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한 회사가 삼성전자, 현대차, 카카오, 셀트리온 등 75개사에 달한다. 최준선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이 마음만 먹는다면 대기업 상당수에 대해 감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활동 규제로 인식될 것”
 
  ‘다중대표소송제’도 논란거리다. 이 제도는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서 손해를 입힌 경우에 모(母)회사(다른 회사의 주식을 50% 초과해 소유한 회사)의 주주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다. 비(非)상장회사는 전체 주식의 100분의 1 이상, 상장회사는 1만 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대주주의 위법 행위를 방지하고, 소액주주가 경영감독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논의돼왔는데, 이번에 상법 개정안에 포함되면서 ‘공정경제법’으로 치부되고 있다.
 
  한국경제학회는 이에 대해서도 설문조사를 벌였다.
 
  찬성하는 한 경제학자는 “기업집단 소유 및 지배구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주주대표 소송의 보완책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소송 남발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지배주주에 대한 합리적 통제를 넘어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입장이다.
 
  반대하는 학자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의 근거가 불명확하다. 이런 제도를 정부가 우선 제시하는 것은 기업과 시장에 대한 ‘경영활동 규제’로 인식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준선 명예교수는 “소액주주를 위한 법이라고는 하지만 소액주주가 비상장회사의 1%, 상장회사의 0.01%를 소유하는 것은 어렵다. 더구나 기업집단을 구성하는 계열사는 별도의 독립된 법인격(法人格)을 갖고 있는 주체인데, 모(母)회사에 지분이 있다고 해서 자(子)회사에까지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자회사 주주의 주주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黨·政·靑과 시민단체의 합작
 
  기업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이번 결정이 지난해 6월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 입법 예고부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까지 불과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에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 법무부는 상법 개정을 위해 상법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박용진(朴用鎭)·박주민(朴柱民) 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용진 의원은 2020년 6월 “한국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문제로 장기적인 건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한국 경제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상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지난해 10월 28일에는 국회 시정 연설에서 “공정경제 3법을 처리해 협력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지는 김상조(金尙祚) 청와대 대통령정책실 실장으로 인해 추진 동력이 탄력받았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김 실장은 한성대 교수 시절부터 줄곧 상법 개정을 주장했다. 김 실장은 2016년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명확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개선해야만 근본적인 경제민주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의 생각은 청와대에 입성한 후에도 여전했다. 김 실장은 틈날 때마다 상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경제민주화’ 강조한 김종인 때문에 국민의힘이 반대하지 않은 듯
 
2020년 12월 8일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재계는 반발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6일에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서 간담회를 열고 “외국 헤지펀드가 한국 기업 노릴 틈을 열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수차례 여당과 경제계의 정책 간담회는 경제계의 대안을 모두 무시했다. 사회단체들도 만만치 않았다.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 입법 예고 후에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참여연대), ‘기업규제 3법에 반대하는 재계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경제개혁연대)의 논평을 내놨다.
 
  당·정·청과 시민단체의 합작이 있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무기력했다. 재계에서는 여기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영향이 컸다고 보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1987년 개헌 때 ‘경제의 민주화’(당시 제119조 2항) 개념을 반영한 사람이다. 해당 조항에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정계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내부적으로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김종인 위원장의 지론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주를 막지 못했다. 심지어 야당은 여당의 상법 개정안 국회 의결이 임박했지만, 필리버스터 신청은커녕 반대 토론에 나서지도 않았다. 의결 당시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채 회의장 밖에서 피켓을 들고 “독재로 흥한 당 독재로 망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는 데 그쳤다.
 
  다음은 재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수차례 공청회를 열었다고 하지만 이는 재계 입장을 듣는 시늉에 그쳤고, 야당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재계 입장은 거의 반영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법안 처리가 강행됐습니다. 개정안의 근간을 들여다보면 기업은 나쁜 곳, 기업의 대주주는 전횡을 하는 나쁜 사람이니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하면 도둑놈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국회가 입증한 셈입니다.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한국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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