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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국가부채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보는 국가부채

現 정부의 발상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것’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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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175조원을 쏟아부었다고 치죠. 그런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누가 책임을 집니까. 외환위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듯이, 정치인의 이름으로 책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이 금전적으로 책임을 질 수는 없습니다. 결국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은 사라지고 그를 갚는 책임은 국민이 지게 되는 겁니다.”

⊙ 아무리 포장해도 국가채무는 그냥 ‘빚’
⊙ ‘한국판 뉴딜’이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나 별반 차이 없어
⊙ 재정을 늘려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답이 없다

李仁鎬
1957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UCLA 경제학 박사 /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프랑스 툴루즈대학 방문교수, 영국 사우스햄튼대학 경제학과 교수 역임. 現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경제학회 제50대 회장
  “소비하기 위해서 정부의 재정 지출을 확대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이인호(李仁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호했다.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높아져 곳곳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가운데, 이 교수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 교수는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영국의 사우스햄튼대에서 8년 동안 강의한 뒤, 서울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1952년에 출범해 회원만 5000명인 국내 최대 경제학회인 한국경제학회 회장이기도 하다.
 
  마침 한국경제학회는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각계 학자들에게 ‘국가부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터였다. ‘정부의 국가채무 비율이 아직 OECD 평균의 절반 이하이기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5%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부의 주장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답변이 35%, ‘약간 동의할 수 없다’가 40%였습니다. 정부의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는 답은 18%에 불과했습니다. 저는 이 결과가 다소 온건하게 집계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이 교수가 ‘온건했다’는 표현을 쓴 것은 응답자들이 학자이기에 ‘극단적’인 답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뜻으로 보였다.
 
  ‘정부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답한 안국신(安國臣) 전(前) 중앙대 총장은 “일본의 국가채무 비율이 1990년대 초반에 40%대로 양호했는데 5년여 만에 100%로 치솟았다. 정부 지출의 구조조정과 재정준칙이 없는 방만한 재정은 국가채무를 걷잡을 수 없이 늘리기 쉽다”고 했다. ‘약간 동의할 수 없다’고 답한 학자들의 답변도 자세히 보면 사실 정부의 근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김우찬(金佑燦)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60% 수준의 국가채무 비율은 ‘큰 문제가 없는’ 국가채무일 수도 있고 ‘큰 문제가 있는’ 비율일 수도 있다. 2024년 이후 재정수지가 흑자 전환하고 명목경제성장률이 회복되면 ‘큰 문제가 없는’ 비율이겠지만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명목경제성장률이 회복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있는’ 비율이 된다. 문제는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다”고 답했다.
 
 
  재난지원금은 허공으로 흩어지는 돈
 
2020년 5월 18일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 첫날, 부산진구 부전1동 주민센터를 찾은 시민이 접수를 기다리는 모습. 이인호 교수는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허공으로 흩어진 돈’이라고 했다.
  이인호 교수는 ‘정부가 현재 재정 지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방향성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정부가 돈을 풀어서 국민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모든 나라가 하지 않았겠습니까? 이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하겠다는 이유를 보면 소비를 진작시켜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전(全) 국민에게 지급한 것도 이와 같은 일이었죠. 재난지원금은 그냥 허공으로 흩어지는 돈입니다. 그냥 한 번 소비하고 없어지는 거죠.
 
  국가가 재정을 늘려서 그것으로 투자한다면 이듬해에 투자로 인한 생산물이 나와서 다시 세금이 걷힐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렇게 투자한 사업이 성공해서 세수(稅收)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불확실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소비해서 없어져버린 돈은 아니니까 어느 정도 기대할 수는 있습니다.
 
  소비를 하기 위해서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물론 불가피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소비 지원을 해야 합니다. 영세민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은 업종 등은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보호해야 하지만 그냥 무조건 씀씀이를 늘리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재정 지원을 받지 않으면 제대로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제외한 소비 지원은 현재 세대를 위해 다음 세대가 버는 돈을 쓰는 셈입니다. 현 정부가 ‘우리가 벌어서 갚겠다’는 식(式)으로 재정을 늘린다는데 재정을 소비에 쓰고 나면 어떻게 그 돈을 벌 수 있나요? 이것은 잘못된 접근법입니다. 이에 비해 재정을 투자에 사용하면 그 투자로부터 미래에 돈을 버는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소비를 한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정부가 재정을 늘리려면 누군가는 정부의 부채에 대해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 정부가 소비를 위해 돈 쓰는 것을 좋아하겠습니까, 아니면 경제를 위한 투자를 해서 사람들이 돈을 더 벌고 그로 인해 세수를 증가시키도록 돈을 꾸는 것을 좋아하겠습니까.”
 
  ― 재정 확대를 위해서는 국채 발행이 필수인데, 국가채무는 정확히 뭡니까.
 
  “정부가 민간이나 해외에 원리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 채무입니다. 통상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갚아야 할 빚을 말합니다. 영어로 ‘금전적 의무(financial obligation)’입니다. ‘의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에는 갚아야 할 빚입니다.”
 
  중앙정부의 채무는 국채, 차입금, 국고채무부담행위로 구성된다. 국채는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재정수지상 세입(歲入) 보존액을 보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발행한다. 국가채권은 국민연금과 같은 국내의 ‘큰손’들이나 해외 투자자들이 주로 산다. 차입금은 정부가 한국은행,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빌리는 돈이다. 이러든 저러든 전부 나중에 갚아야 하는 ‘빚’이다.
 
 
  “세금이 사람을 벌주는 수단이 되면 안 된다”
 
  ― 정부는 ‘착한 부채’ ‘어쩔 수 없는 빚’이라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했습니다.
 
  “어떻게 표현을 하든지 국가채무는 빚입니다. 아무리 포장을 해도 나중에 갚아야 할 의무입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과도하게 빚을 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나마 기업은 빚을 내서 투자를 하고 부가가치가 있는 상품을 개발해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빚 내는 것에 다소 관대한 편입니다. 하지만 기업이라 해도 과다한 채무는 좋지 않죠. 국가는 더합니다. 국가재정의 모범적 모습은 ‘균형재정’입니다. 세입과 세출(歲出)이 같은 것이 가장 바람직하죠.”
 
  ― 국가 재정에 돈이 남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닙니까.
 
  “돈이 남았다는 것은 세금을 많이 걷었다는 뜻 아닙니까.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민간에서 소중하게 사용할 돈을 정부가 하는 일 없이 움켜쥐고 있으니 낭비되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정부가 1년 장사를 했는데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면 일을 안 한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는데, 그런 개념이 아닙니다. 개인이나 기업은 돈이 남으면 유보금으로 남길 수 있지만 정부는 자본을 쌓을 수 없습니다. 모자라도 문제지만 너무 많이 남아도 안 되는 것이 국가 재정입니다. 국가가 꼭 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회정책, 치안, 국방 등인데, 이런 곳에 쓸 만큼만 세금으로 걷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 재난지원금을 받는 것은 반갑지만, 결국 우리에게 또 다른 세금으로 걷어갈 것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죠.
 
  “정통 경제학자들이 세금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가 ‘자원 배분의 왜곡’ 때문입니다. 내가 근로를 해서 월급을 받았는데 거기에 소득세가 부과되니까,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하는 시간이나 노동 공급의 대가가 전부 본인에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내 월급에서 30%가 빠지면 나는 그렇게 싼 임금에 일할 만큼만 일하게 됩니다. 임금이 싸지면 사람들은 노동 공급을 줄이게 되고 따라서 생산이 줄어듭니다.
 
  그런 차원에서 가장 자원 배분의 왜곡이 작은 세금이 ‘인두세(人頭稅)’예요. 가격과 상관없이 살아 있는 동안은 무조건 내야 하는 세금이니까요. 물론 조세 저항이 가장 큰 것이 인두세이기도 하지만, 자원 배분의 왜곡이란 차원에서만 보자면 그것이 가장 우수합니다.”
 
  ― 정부가 추경(追更)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지만 결국 세금도 더 걷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금이 사람을 벌주는 수단이 되면 안 됩니다. 가령 부동산 투기를 하지 말라는데 할 경우 그런 잘못에 대해 세금 대신 벌금 혹은 과징금을 부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정부의 공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 투자의 결과인지 투기의 결과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듯이, 어떤 경우가 투기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그조차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고가(高價)의 주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세금을 매기면 경제활동 자체가 왜곡됩니다.”
 
 
  국가부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부채율 달라져
 
  국가부채를 얘기할 때는 ‘D1’ ‘D2’ ‘D3’ ‘D4’라는 항목을 쓴다.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워낙 복잡해서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D1’은 국가채무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갚아야 하는 돈(680조원. 이하 2018년 기준)으로 보는 셈법이다. ‘D2’는 국가채무를 ‘D1’에다 비(非)영리 공공기관까지 합해서 봐야 한다는 것으로 759조원이다. ‘D3’는 국가채무를 ‘D2’에다 비금융 공기업까지 모두 더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국가 부채는 ‘D1’으로 볼 때 가장 적고, ‘D3’ 관점에서 보면 훨씬 늘어난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부채율은 ‘D1’으로 볼 때 45%, ‘D3’로 볼 때 100%에 달한다.
 
  ― 국가부채를 얘기할 때 D1, D2, D3 등 복잡하더군요. 좀 쉽게 설명해주시죠.
 
  “국가부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국가의 빚을 당장 국가가 진 채무로만 보는 것이 ‘현금주의적 시각’이고, 나중에 국가가 갚아야 할 빚까지 전부 포함시키는 것이 ‘발생주의적 시각’입니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D1’은 현금주의적 시각에서 보는 국가부채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갚아야 할 빚인데 상환시기, 금액이 정해진 채무입니다.
 
  반면에 언제, 얼마를 갚아야 한다고 정해져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국가가 갚아야 하는 빚이 있습니다. ‘발생주의적 시각’의 빚인데 적자 공기업에 투입해야 할 국가 예산, 향후 공무원, 군인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입니다. 간단히 말해 기업의 선수금, 미지급금, 예수금 등을 전부 포함시키는 것과 비슷한데 그렇게 계산할 경우 국가의 부채는 훨씬 커집니다.”
 
  ― 현 정부 입장에서는 ‘D1’으로만 국가부채를 잡고 싶을 것이고, 나랏빚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D3’로 잡아서 부채율을 잡고 싶겠군요.
 
  “국제적인 정확한 지침이 없기 때문에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부채율 40% 선이 무너졌다’는 것은 ‘D1’을 기준으로 하는 겁니다.”
 
 
  ‘국가부채는 영원히 갚을 필요없다’는 논리는 일종의 사기
 
  ‘부채율 40%’에 대해서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시각은 정권을 잡기 전과 후에 판이하게 달라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국가부채율이 올라갈 때 당시 야당 대표던 문재인 대통령은 “부채율 40% 선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국가부채율이 40%를 넘어 45%까지 넘는 상황이 되자, 여당은 ‘부채율을 40% 미만으로 지켜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 있느냐’고 되물었다.
 
  ― ‘40%의 지지선’에 대한 지침은 없는 것이죠.
 
  “GDP 대비 국가부채가 40% 정도로 유지해야 바람직하다는 것은 IMF의 가이드라인이었습니다. 법률로 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여러 나라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기축통화국의 부채율은 60% 미만, 비기축통화국은 40% 미만인 것이 건전하다고 본 겁니다. 국가별로 공기업, 연금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절대비교는 어렵지만 적어도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 정도는 차이를 두었습니다.”
 
  ― 기축통화국이 나랏빚을 더 내도 된다는 것이죠.
 
  “물론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은 우리보다 훨씬 여유롭게 확대 재정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기축통화국이라고 해도 언제까지 계속 마구잡이로 자국(自國) 화폐를 찍어낼 수는 없습니다. 과거 영국이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누렸지만 IMF까지 다녀왔습니다. 미국에서 최근 MMT(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라는 이론이 회자되는데, 이 이론은 미국도 너무 방만한 재정 운용을 하면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무시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MMT 얘기가 많이 나오던데 쉽게 설명해주시면….
 
  “한마디로 국가부채는 영원히 갚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국가부채에 만기일이 되면 또다시 부채를 내서 만기일을 늦추고, 또다시 빚을 내서 돈 갚는 것을 미루자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빚을 낼 때 이자율이 높으면 자칫 이자를 못 내서 그 연결고리가 끊길 수 있잖습니까. 그렇지만 최근 저금리 추세로 인해 국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영(0)에 가까우니 금리 부담도 없고, 국가 부도의 위험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면 국가는 이자를 물지 않고 빚을 내고, 빚 갚을 때가 되면 또다시 빚을 내고… 계속 반복하는 거죠. 그러므로 국가의 부채는 영원히 갖고 가도 된다는 겁니다.”
 
  ― 맞는 얘기입니까.
 
  “일종의 폰지스킴(Ponzi Scheme·다단계 사기)이죠. 앞사람 것을 받아서 뒷사람에게 넘기고, 그 뒷사람이 다시 뒷사람에게 넘기고 계속 미루는 겁니다. 그들의 논리는 이 방식을 무한대로 하다가 어느 세대에서 갑자기 돈을 엄청나게 벌면 싹 다 갚으면 된다는 겁니다.”
 
  ― 뒤로 계속 미루고 미루는 건데 어느 순간 터지지는 않습니까.
 
  “세상의 부(富)가 유한(有限)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반드시 터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터지지 않더라도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들이 건전성을 의심하면 위험해집니다. 국가는 채권을 발행하고 화폐를 발행할 힘이 있으므로 개인에 비해 돈을 꿀 수 있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가의 경우에도 투자자들이 그를 믿지 않으면 국가 부도를 맞게 되는 것은 같습니다.”
 
 
  현 정부는 조 단위 재정을 너무 쉽게 생각
 
  ― 국가부채 비율이 너무 빨리 늘었다, 1인당 국가채무가 1400만원이다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많이 위험한 상황으로 보이십니까.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다행히 국제 금융시장에서 아직까지는 대한민국의 국채가 매력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3분기 영업이익이 추정치인 11조원보다 늘어난 12조원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이런 것이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한국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정부의 국채 발행이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은 낮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 원론적으로는 국채를 발행해서 국가가 어떻게 써야 바람직합니까.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투자하되,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국가가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현 정부의 ‘뉴딜’은 굉장히 우려스럽습니다.”
 
  ― 어떤 점에서죠.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에는 기업의 역할이 빠져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이 계획하고 있는 기술 혁신은 공무원이 주도해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정부는 기업이 투자할 환경만 조성해주고 시장 주도권은 민간 기업에 넘겨야 합니다. 정부가 자꾸 혁신한다고 하는데, 정부는 혁신에는 능률적이지 않은 조직입니다.”
 
  ― ‘한국판 뉴딜’ 계획은 굉장히 상세하던데요. 청년 벤처에 얼마, 리턴 기업에 얼마 하는 식으로요.
 
  “현 정부는 조 단위의 재정을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국민들로부터 무제한의 확대 재정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5년에 175조원을 쏟아붓는다니 황당할 정도입니다.
 
  요즘 툭하면 10조원입니다. 여기 10조, 저기 10조를 뿌린다는데 솔직히 10조가 얼마나 큰돈인지 아십니까? 정말 한참을 써도 다 쓰기 어려운 돈입니다.
 
  또한 ‘한국판 뉴딜’에 언급된 것을 세세히 보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다른 것이 없습니다. ICT(정보통신기술)로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다는 등 대동소이합니다. 내용도 박근혜 정부 때와 차이가 없을뿐더러 정부가 할 일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혁신의 주체는 개인이 되어야 합니다. 공무원이 혁신하는 것은 아니죠. 공무원이 주도하면 오히려 여기저기에 돈을 나눠줘서 뉴딜의 효과가 나기는커녕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의 재정 확대 주장이 허구인 이유
 
  ― 정부 대신에 민간이 역할을 맡으면 어떻게 될까요.
 
  “자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를 쓰고 이윤 내는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그것이 시장경제가 움직이는 원리입니다. 어떻게든 돈 되는 쪽으로 찾아내고 머리를 쓸 겁니다. 공무원처럼 ‘나눠줘야 하는 부담’ 같은 것은 전혀 없을 겁니다. 정부는 뉴딜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 어떻게 잘못 생각하고 있죠.
 
  “루스벨트 대통령이 역점을 둔 것은 은행법과 같은 제도의 정비였습니다. 테네시 계곡에 댐을 지었다고 실물경기가 얼마나 올라갑니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토목 공사가 아니라 제도 정비입니다. 현재의 ‘한국형 뉴딜’은 무척 위험한 발상입니다. 정부의 생각은 온통 ‘그 돈을 어디다 쓸 것이냐’란 생각에 매몰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5년 동안 175조원을 쏟아부었다고 치죠. 그런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누가 책임을 집니까.
 
  “외환위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듯이, 정치인의 이름으로 책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이 금전적으로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결국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은 사라지고 그것을 갚는 책임은 국민이 지게 되는 겁니다. 그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 정부가 빚낸 돈은 우리가 살아생전에 갚아야 하는 돈인가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재정 지출을 확장한다면서 정부는 주장을 합니다. ‘올해 부채율은 45%를 넘지만 내년에 우리 경기가 좋아질 것이다. 그러면 세금이 많이 걷힐 테니까 부채비율을 줄이면 된다. 그러면 미래 세대까지 빚이 넘어가지 않고 우리 세대에서 끝날 것’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마치 ‘돈을 빌려서라도 대학에 진학하겠다.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한 뒤 돈을 갚겠다. 대학에 못 간 채 고졸로 취업하면 임금이 낮으니 차라리 돈을 꿔서라도 대학에 가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말은 맞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면서까지 국가 빚을 늘리려면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빚내서 재난지원금 지급하고, 소비하는 데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며 돈을 펑펑 쓰는 것과 같습니다.”
 
  ― 국가가 재정을 지출하면 경기가 좋아지나요.
 
  “재난지원금이 크게 소비 진작을 시키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 중에 잘사는 사람들은 어차피 쓸 돈을 쓴 것뿐입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하면 경제활동이 어느 정도 늘어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 경우에도 정부가 민간 활동을 위축시키는 구축 효과를 가져옵니다. 민간이 생산할 것을 정부가 생산하는 데에 불과하다는 얘기입니다.”
 
 
  실물發 경제위기 우려스러워
 
  ― 재난지원금도 그렇고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한 계층이 있긴 합니다.
 
  “사실입니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도산했습니다. 듣기에 따라서 섭섭한 소리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과도하게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들에게 복지정책을 펼쳐서 어렵지 않게 생활하게 해주되 다시 치킨집을 차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한번 늘어난 나랏빚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까.
 
  “국가 재정이 흑자 재정이 되면서 부채를 갚아 상쇄시킬 수는 있습니다. 바람직한 얘기인데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리스가 재정 적자를 줄이는 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습니다. 우리는 외환위기 때 재정긴축 경험을 생각하면 되지 싶습니다. 다 같이 절약하고, 세금은 더 많이 걷고, 그것으로 부채를 갚고, 국가 신용도가 올라가고 투자자들이 돌아와 투자가 살아나는 것은 가능합니다. 정말 뼈를 깎는 고통이 될 겁니다.”
 
  ― 오늘날 우리가 쓰는 돈이 상상도 못 할 고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겁니까.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에 집권하는 정부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감내하며 구조조정을 해서 국가부채를 줄일 수는 있습니다. 정말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겁니다.”
 
  ― 경제위기를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입니까.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위기는 과거의 외환위기·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실물시장발(發)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고용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실물시장으로부터 시작되는 첫 번째 경제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지난 몇 년간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을 밑돌고, 올해는 0%, 혹은 마이너스가 점쳐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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