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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 적용 분위기 속 눈길 끄는 고파도 소송戰

“정부가 고무줄식으로 공익사업 지정하면 개인 땅 남아나겠나”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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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주체인 충남 서산시도 ‘고파도 사업은 공익사업 未 대상 사업’이라 자인
⊙ 국토교통부, 토지보상법 제4조 제2호, 3호에 부합해 공익사업 선정
⊙ 2015~2019년 총 12건 사업 중 고파도 사업만 주목적이 도로나 방조가 아닌 것으로 나와
⊙ 서산시, 충남도, 국토교통부 수장을 하나로 묶는 매개는 노무현 전 대통령
⊙ 토지공개념 신호탄?…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나라 중엔 없어
갯벌생태계 복원사업 조감도. 사진=서산시 제공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나라 중에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나라는 없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토지공개념을 추진하겠다며 개헌까지 언급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이란 ‘사회주의 그림자’가 어른대는 가운데, 정부가 확실한 법률적 근거 없이 일종의 꼼수로 개인 소유지를 강제수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주목된다.
 
  충남 서산시 가로림만에는 고파도(서산시 팔봉면 고파도리)라는 작은 섬이 있다. ‘파지섬’이라고도 한다. 물이 맑고 조용하며 일조량이 풍부한 이 작은 섬을 두고 최근 개인과 정부 간에 법적 분쟁이 벌어졌다. 섬 내 자신의 소유지를 지키려는 자와 이를 강제수용하려는 정부·지자체가 행정소송을 벌이는 것이다.
 
 
  사건의 개요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고파도에는 폐염전 부지가 있다. 이 부지는 1940년 방조제 건설로 바닷물이 차단, 1960년대부터 염전으로 사용되다가 2000년대 들어 양식장으로 활용됐다. 2016년 충남 서산시는 이 부지에다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실시키로 하고 해양수산부에 사업 신청을 했다. ‘고파도 갯벌복원’과 ‘염습지(鹽濕地) 조성’ 등 생태관광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가 명분이었다. 2017년 3월 보조금 교부 결정이 났고, 2018년 해양수산부는 기본계획을 승인했다.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찰나 문제가 발생했다. 폐염전 부지의 소유자들이 이 땅을 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땅 주인에게서 토지를 반드시 사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사업한다는데, 땅 주인의 의중이 뭐가 중요하냐, 아무 말 말고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근거 법률인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3조(해양보호구역의 토지 등의 매수)는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해양보호구역의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토지 등을 소유자와 협의하여 매수할 수 있다.〉
 
  강제성이 전혀 없다. 땅 주인이 땅을 팔지 않는다고 힘 있는 정부나 지자체가 압박을 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법률이 이렇게 규정하고 있으니,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토지 소유자들도 한숨 놓고 있었는데, 2019년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
 
 
  고파도 복원사업이 공익사업?
 
《월간조선》이 입수한 ‘갯벌생태계복원사업 대상지 토지수용을 위한 공익사업인정 신청 계획’ 자료를 보면 이 사업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 범주 미 대상 사업으로 사유지에 대한 협의 취득 미 성립 시 (강제) 수용이 불가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국토교통부가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인정한 것이다. 공익사업으로 인정하면 해당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다.
 
  흔히 ‘토지보상법’으로 불리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를 보면 공익사업이라고 정한 기준에 한에서 강제수용할 수 있게 돼 있다. 법률에 나온 기준은 다음과 같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
 
  1호: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
 
  2호: 관계 법률에 따라 허가·인가·승인·지정 등을 받아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철도·도로·공항·항만·주차장·공영차고지·화물터미널·궤도(軌道)·하천·제방·댐·운하·수도·하수도·하수종말처리·폐수처리·사방(砂防)·방풍(防風)·방화(防火)·방조(防潮)·방수(防水)·저수지·용수로·배수로·석유비축·송유·폐기물처리·전기·전기통신·방송·가스 및 기상 관측에 관한 사업
 
  3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는 청사·공장·연구소·시험소·보건시설·문화시설·공원·수목원·광장·운동장·시장·묘지·화장장·도축장 또는 그 밖의 공공용 시설에 관한 사업
 
  4호: 관계 법률에 따라 허가·인가·승인·지정 등을 받아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학교·도서관·박물관 및 미술관 건립에 관한 사업
 
  5호: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자가 임대나 양도의 목적으로 시행하는 주택 건설 또는 택지 및 산업단지 조성에 관한 사업
 
  6호: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통로, 교량, 전선로, 재료 적치장 또는 그 밖의 부속시설에 관한 사업
 
  7호: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주택, 공장 등의 이주단지 조성에 관한 사업
 
  8호: 그 밖에 별표에 규정된 법률에 따라 토지 등을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사업〉
 
 
  토지보상법의 고무줄식 해석, 국회 입법권 무시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은 방조에 관한 사업, 공공용 시설에 관한 사업이 아닌 생태기반환경 회복 사업이다.
  8가지 근거를 단순히 읽기만 해도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은 강제수용 대상이 아니란 것을 잘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강제수용은 국가가 개인의 재산권을 강제로 이전시키는 것인 만큼 범위가 까다롭다”며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은 법이 정하는 공익사업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듯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토지보상법 개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토지보상법을 고무줄처럼 해석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도전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실제 《월간조선》이 입수한 서산시청이 2019년 8월 2일에 작성한 ‘갯벌생태계 복원사업 대상지 토지수용을 위한 공익사업인정 신청 계획’ 자료를 보면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 범주 미 대상 사업으로 사유지에 대한 협의 취득 미성립 시 (강제) 수용이 불가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업 주체인 서산시도 강제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노무현’이란 연결고리
 
맹정호 서산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이에는 노무현이란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강제수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서산시가 2019년 8월 국토교통부에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의 공익사업 인정 신청을 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아주 이례적으로 이 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인정했다.
 
  공교롭게도 맹정호 서산시장은 노무현 정부 때 잠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맹 시장은 2006년 충남도의원에 출마해 낙선 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추천으로 2007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기획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민주당 4선 의원 출신의 양승조 충남지사는 2002년 지방선거 이후 공석이었던 충청남도 천안갑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지구당위원장(현 당협위원장)을 지원했다. 그러나 4개월 만에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뒤 정몽준 국민통합21 대선 후보 측에 합류했다.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가 대선 직전에 연합이 깨졌을 때 양승조 지사는 노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 남았다. 또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이해찬 대표의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등 친노(친노무현) 진영과도 친분이 있다.
 
  첫 여성 국토교통부 장관인 김현미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평화민주연합(평민련) 당보 기자로 정치권에 들어왔다.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홍보수석실 국내언론비서관(2003년 2~8월) 정무수석실 정무2비서관(2003년 8~12월)을 역임했다.
 
  과거 김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화법을 바꾸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그는 2004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직설적) 화법 때문에 대통령 생각의 본질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에게 화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더니, ‘왜 이해 못 하느냐’고 되묻더라. ‘그래도 바꿔야 한다’고 했고, 대통령은 ‘이해해달라’고 말하는 반복적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사흘 전인 2002년 12월 16일 마지막 TV토론을 마친 뒤 “김현미 부대변인의 웃는 표정을 보니 잘한 게 맞는 것 같다”며 김현미를 향한 신뢰를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이 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토지 주인들에게 억지로 땅을 뺏으려는 과정의 중심에 있는 세 사람 맹정호 서산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 김현미 장관을 묶는 매개란 이야기다.
 
  충남도, 서산시가 추진하는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이 땅 주인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국토교통부가 이 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지정한 과정이 마치 잘 짜인 각본을 보는 듯한 이유다.
 
  그렇다면 국토교통부가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인정한 근거는 무엇일까. 국회 제출 자료를 보면 국토교통부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호와 제3호를 든다.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이 제4조 제2호와 제3호가 정한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이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방조(防潮)에 관한 사업(제2호)이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는 공공용 시설에 관한 사업(제3호)이라는 것이다.
 
 
  고파도 사업, 도로나 방조 주목적이 아님에도 공익사업 선정
 
  하지만 우선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은 방조가 목적이 아니다. 방조는 높이 밀려드는 조수의 피해를 막는 것을 말한다. 갯벌 복원을 위해 폐염전 앞에 있던 ‘기존 방조제’를 뒤로 이전하는 것을 방조 목적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갯벌 복원사업을 ‘공공용 시설에 관한 사업’으로 보는 것도 억지라는 비판이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토지보상법 제4조 제2호를 적용한 사업은 총 12건인데, 다음과 같다.
 
  ▲어일~대본 간 우회도로 공사 ▲화성향남2지구 동서간선도로(양감IC・2016) 건설사업 ▲장군~마시 간 도로 확·포장 공사를 위한 가속차로 설치 공사 ▲오선산업단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유수안아파트 진·출입로 개설 및 죽전교 확장 공사 ▲수산~명례 간 도로 확·포장 공사 ▲부산장안지구 국도14호선 진출가속차로 확장 공사 ▲국도46호선 청평검문소 앞 교차로 개선 공사 ▲화성향남2지구 동서간선도로(양감IC・2019) 건설사업 ▲증평2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지역특화권 진입부 선형개량 공사) ▲거제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따른 지방도 1018호선 도로 개선 공사 ▲고파도 갯벌생태계 복원 및 정비사업. 이 중 갯벌생태계 복원사업만 도로나 방조 등이 주목적이 아닌 사업이다.
 
  같은 기간 토지보상법 제4조 제3호를 적용한 사례 8건도 마찬가지다.
 
  ▲노도 문학의 섬 조성사업 ▲진주 지식산업센터(공장) 건립사업 ▲산청 한방약초산업 특구사업 ▲순천만 별량면 장산지구 갯벌복원·정비사업 ▲회송천 생태습지 비점오염저감사업 ▲대구 지식산업센터 건립사업 ▲중랑구 면목 봉제 스마트앵커(공장) 조성사업 ▲고파도 갯벌생태계 복원 및 정비사업 중 2018년 순천만 별량면 장산지구 갯벌복원사업이 ‘갯벌생태계 복원사업’과 비슷하게 공공용 사업이 아닌 것처럼 보임에도 공익사업으로 인정됐는데, 순천만 사업의 경우 악취 문제 등으로 다수의 주민이 사업 추진을 원했다.
 
  토지 소유자들과 그들 변호인의 이야기다.
 
  “법률 제4조 제2호에 규정된 방조 사업은 ‘방조제 조성’이 주 사업이어야 하는데, 이 사업에서는 갯벌생태계 복원이 주목적이고 방조제 이전은 갯벌 조성을 위해 기존 방조제를 이전하는 부수 사업에 불과합니다. 또 제4조 제3호가 규정하는 공공용 시설사업은 시설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어야 하는데, 이 사업은 시설사업이 아니므로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례처럼 앞으로 국토교통부가 편의에 따라 강제수용하고 싶은 토지에 대해서는 사업의 주목적이 공익사업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부수 사업에 도로나 방조제, 각종 시설 등을 끼워 넣어 얼마든지 공익사업으로 탈바꿈시켜서 강제수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여당의 토지공개념 추진과 맞물려 이번 소송이 주목되는 이유다.
 
 
  토지공개념 도입 신호탄?
 
  앞서 언급했듯 정부·여당의 주요 인사들은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잇따라 주장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국가가 개인의 토지 소유권을 제약·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비서관 출신인 이용선 민주당 의원은 “토지공개념을 빠르게 정착시켜 부동산이나 투기 개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21대 국회에서 개헌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토지공개념은 국가가 개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있어 헌법상 사유재산제와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는 8월 21일 토지 소유자들이 제기한 ‘국토교통부 사업인정 고시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서울행정법원 제11행정부)’의 첫 심리가 열린다. 과연 사법부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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