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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1년 그 후

IT, 법조, 의학, 생물 분야 개척 4인이 말하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시장

글 : 김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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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들보다 한 발 앞서 뛰어든 구글코리아 전 대표가 말하는 한국 인공지능(AI)의 현실
⊙ 한국 인공지능 기술 외국보다 10년 정도 뒤처져
⊙ 구글, 한국 소프트웨어 기술자 능력미달로 1년에 1명 뽑을 때도
⊙ 의학계도 인공지능 시대, 세계 공동연구 추세에 발맞춰야
⊙ 중국은 인공지능 의사 갖춘 병원 21개, 한국은 가천대 부산대 병원 2곳 뿐
⊙ 법조계에서도 첫 인공지능 서비스 업체(헬프미) 등장
⊙ 생물학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업체 ‘스탠다임’
⊙ 삼성, KT, 롯데, 카카오 등 기업들도 인공지능 전담부서 신설 및 확대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이 대한민국의 인공지능(AI) 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고 있다. 먼 미래에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도전 분야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위해서 지금 당장 반드시 개척이 필요한 분야라는 인식이 널리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 움직임은 당연히 생존에 민감한 기업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 삼성, 롯데, KT,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인공지능 전담조직을 잇달아 신설하거나 보강했다. 삼성은 국내 기업들에서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기 전인 2016년 2월 소프트웨어(SW)연구센터 산하에 인공지능 연구를 전담하는 인텔리전스 팀을 만들었다. 인력 규모는 수백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인력을 더 보충할 계획이다.
 
  롯데의 신동빈 회장은 인공지능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3, 4명으로 이뤄진 TF팀으로 인사발령난 게 전부지만 무인점포, 인공지능 택배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열쇠가 될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인공지능 개발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뜨거워진 관심에 비하면 아직 그 수준은 걸음마 단계인 것 같다.
 
  기자는 2주에 걸쳐 인공지능 개척 시장에 미리 진출해 있는 창업가 및 전문가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시장 상황을 물었다. 인공지능 업계 1위인 구글 한국지부 R&D 총괄 사장을 지냈던 조원규(51) 대표는 “현재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은 걸음마 수준으로 외국에 비해 10년 넘게 뒤처져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 누군가 한국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대단하게 평가하며 투자를 권유하면 사기로 봐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가 3년 전 구글코리아 대표직 박차고 나와 AI회사 창업한 이유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가 인공지능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 대표는 현재 인공지능 분야 중에서 특히 ‘딥러닝’을 연구하는 IT기업 스켈터랩스의 대표다. 2014년 창업 당시 직원 6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3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직원이 늘어나지만 이 가운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비율은 항상 67%를 유지했다. 조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 대표는 1993년에 새롬기술을 창업해 당시에는 유일무이했던 팩스 인터넷 송신기 ‘팩스맨’을 만들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1999년에는 세계 최초 무료 인터넷 전화 ‘다이얼패드’를 개발했다. 잇따른 신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2000년대 초 새롬기술의 주가는 3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조 대표는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을 모색하다가 구글코리아에서 R&D 총괄사장을 맡으며 7년 동안 구글과 함께했다. 2014년 6월 그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는 다시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 AI가 너무 뒤처질 것 같아 두려웠습니다. 구글에 다니는 것이 재미없기도 했고요. 사내 문화나 사람들은 여전히 좋습니다. 다만 덩치가 너무 커져 버려 더 이상 벤처 회사가 아닌 매출이 중요한 대기업이 됐습니다. 그래서 큰 고민 없이 나왔습니다. 우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팀과 그동안의 노하우로 한국 벤처 생태계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조 대표는 평생 벤처기업에서 최첨단 기술 개발을 한 벤처인이라 할 수 있다. 늘 남들보다 한 발 앞섰다. 그런 그가 이제 인공지능 영역에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업계의 현실은 그를 답답하게 만든다.
 
  “벤처회사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창업했는데 막상 닥쳐 보니 그와 관련한 진짜 벤처 회사가 없더군요. 초기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은 많이 연구됐지만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의 기술 수준을 적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우리 AI 업계의 현실입니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은 각각 다른 인공지능 분야
 
AI
모든 인공지능 용어를 포괄한다. 코드를 짜 준 대로만 실행한다. 수많은 변수에 대한 코드가 존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머신러닝
신경망의 유형을 포함하고 있으나 유사성이 미미하다. 정보를 구별하거나 그룹핑하는 클러스터링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도학습, 강화학습, 자율학습 등으로 구성된다. 이미 10년 동안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오고 있다. 구글 대부분의 업무가 사실상 머신러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 전성기라고 볼 수 있다. 통계적인 부분을 많이 쓴다. 제한된 분야에선 사람보다 훨씬 잘한다. 수학적이다. 일반 컴퓨터의 CPU가 좋아진다는 것은 연산을 더 빨리 한다는 것뿐인데 머신러닝은 기존 AI가 못하던 것을 할 수 있다. 자동학습 기능이 탑재 돼 있다.

딥러닝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해 스스로 답을 찾게 구현됐다. 데이터로 학습시킬 때마다 스스로 변하게끔 프로그램돼 있다.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답을 찾는 형태가 주다. 저장기능이 없는 딥러닝이 더 많다. 딥러닝은 개발자가 구조를 짜 줄 필요 없이 데이터만 많이 보여주면 된다. 보통 10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보여준다. 딥러닝을 애플리케이션에 적용시킬 경우 머신러닝과 함께 써야 한다. 독자적인 기능으론 아직 효율성이 떨어진다.
  인공지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초기 인공지능, 쉽게 말해 흔히 말하는 AI다. 알고리즘을 통한 학습으로 좀 더 똑똑한 업무를 볼 수 있는 머신러닝, 그리고 인간의 사고를 흉내낸 딥러닝이 있다. 일반적 AI는 답안지를 사람이 미리 정해 주고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명령을 수행하는 형태다.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사용된 방식이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사람이 못하는 제한적 업무를 더 똑똑하게 처리하는 방식이 머신러닝이라면 사람처럼은 못해도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는 접근방식이 딥러닝이다.
 
  조 대표에 따르면 지금 한국이 중점적으로 개발해야 할 분야는 바로 ‘딥러닝’이다. 일부에선 딥러닝을 사용한 알파고의 바둑실력을 경계하는데, 지금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 오히려 축하해야 하는 단계라고 한다. 현재 기술로 알파고는 바둑 이외에 어떤 것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사회학자들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나 같은 순수 엔지니어들이 봤을 때 딥러닝의 현재 수준은 아기 걸음마 정도”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이제는 지난 유행처럼 느껴지는 ‘빅데이터’부터 차근차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빅데이터의 개발조차에도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통해 입력값과 결과값을 도출해 낼 수 있는 프로세스 전체를 의미한다. AI는 기본적으로 개발돼 있는 빅데이터의 수준에 따라 개발의 속도와 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딥러닝’의 인공 신경망을 만드는 방식만도 수백 가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스켈터랩스의 사무실 풍경.
  “알파고의 경우 신경망을 잘 디자인했기 때문에 이세돌을 이길 수 있었다”는 조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예컨대 잘 가르쳤기 때문에 알파고가 탄생한 것이지 수학이론처럼 갑자기 문제가 풀려서 모든 사람이 문제를 풀 수 있게 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딥러닝은 저장의 개념과는 다릅니다. 통계적으로 반응을 하게는 할 수 있지만 A라는 정보를 줬을 때 저장하는 게 아니라 A를 인식하는 바로미터를 바꾸는 방식이죠. 각각의 교육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건 ‘마술’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어려운 점도 따른다. 딥러닝은 입력이 잘못됐을 경우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쉽게 수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딥러닝과 머신러닝의 혼합 형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아직까지 딥러닝이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은 문자인식, 패턴인식 정도다. 비즈니스 모델에도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알파고는 바둑만 잘 두는 인공지능이다. 바둑만 잘 두는 인공지능이 과연 비즈니스 모델로서 가치가 있을까.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출을 일으켜야 투자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인데 이 부분이 숙제로 남아 있다.
 
  다음은 한국이 딥러닝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아마존, 구글 등에서 음성인식과 문자인식 서비스를 앞다투어 내고 있습니다.
 
  “음성인식과 문자인식 같은 시장은 이미 끝난 싸움입니다. 지금 누군가 스타트업으로 문자인식, 음성인식에 도전한다면 말릴 거예요.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지 않은 이상은 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한국 엔지니어의 능력입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수가 많다고 해서 기술개발이 빨라지는 게 아니에요. 특출나게 뛰어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더 많아야 해요. 프로그래머의 경우 전공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뒤늦게 뛰어난 자질을 깨달아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 한국에 뛰어난 해커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실이 아닌가요.
 
  “우리나라는 말만 그렇지 실제 기술력은 많이 떨어집니다. 하드웨어의 경우는 세계적인 수준이죠. 몇 년 전만 해도 그랬죠. 소프트웨어 대신 하드웨어 위주로 불균형하게 발전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 네이버 정도면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아닌가요.
 
  “네이버는 인력이 좋은 편이지만 일반적인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미국보다 떨어지고 중국보다도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공대기피 현상이 크게 작용을 했습니다. 제가 84학번입니다. 그때는 공대가 의대보다 인기가 높았어요. 애플이 나오고 컴퓨터가 너무너무 재미있었던 시대죠. 2000년대 초 인터넷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컴퓨터 전자인력이 크게 축소됐습니다.”
 
  — 구글의 경우는 어떤가요.
 
  “구글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임원을 맡고 있고 삼성에선 하드웨어 기술자들이 대부분 임원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만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역량을 높게 사고 있죠. 컴퓨터를 하는 사람들은 예술가와 비슷하기 때문에 일도 창의적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100줄짜리 컴퓨터 프로그램이 들어갈 수 있지만 10줄짜리로 만들 수도 있어요. 그게 문제해결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정말 머리 좋은 사람들이 필요한 분야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공장 근로자처럼 대했으니 현재 한국의 컴퓨터 세대는 암흑기라고 봐야죠.”
 
  —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요.
 
  “딥러닝의 경우는 외국과의 기술력 차이가 10년 정도 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한국 구글에 있을 때 자격 요건에 맞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없어서 1년에 한 명밖에 못 뽑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망했다고까지 생각했어요. 주력 세대가 벤처 1세대보다 많이 떨어집니다. 저도 솔직히 이런 상태로 우리가 세계적 수준을 쫓아갈 수 있을지 불확실합니다. 다행인 것은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 줍니다. 또 의사와 같은 직업도 경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다시 컴퓨터 쪽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면도 있습니다. 또 한국은 뭐든 빨리 따라잡지 않습니까? 2년 안에 1년차로 따라잡아 보는 게 목표입니다.”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의사 ‘왓슨’ 들여온 가천대 길병원
 
가천대 인공지능 왓슨의 진료 모습.
  조 대표와 같이 불모지와 다름없는 인공지능 영역에 뛰어든 곳이 또 있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병원장 이근)이다. 길병원은 2016년 12월 한국 최초로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실제 의료현장에 활용한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를 열었다.
 
  지난 1월 가천대 병원을 방문해 보니 길병원 본관 1층에 자리한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는 왓슨 전용 라운지, 왓슨 전용 다학제, 진료실, 코디네이터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왓슨 암센터에는 인공지능 수퍼컴퓨터 왓슨을 기반으로 총 8개 전문 진료과 30여 명의 전문의 그리고 왓슨 전문 코디네이터가 함께 근무한다. 병리과, 내과, 핵의학과, 영상의학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전문의가 환자 개개인에 대해 협진하는 형태다.
 
  진료 후 담당 주치의는 환자 정보를 왓슨 포 온콜로지에 입력해 왓슨이 분석, 제안한 의견을 확인한다. 왓슨은 각각의 치료 방법에 등급을 매겨 제안하고, 근거 또한 함께 제시한다. 이렇게 모아진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치의는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들의 의견을 청취, 종합한 후 최상의 치료 계획을 선별한다. 이후 환자와 면밀한 상담을 통해 최종 치료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담당 주치의는 본인의 의견뿐 아니라 왓슨의 의견, 다학제 협진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 치료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의료진과 환자 간 협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왓슨 전문 코디네이터와 향후 실제 치료 계획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왓슨, 치료 계획 수립부터 진단까지 10분 안에 종료
 
가천대 뇌 전문의 김영보 교수.
  왓슨 암센터는 전 세계 의료계에서 제안 가능한 치료 결과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특히 왓슨 암센터는 가천대 길병원의 진료 역량과 첨단 인공지능인 수퍼컴퓨터가 결합한 최상의 암 개인맞춤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암 환자들이 세계적 수준의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 같은 의료기관들이 제공하는 암 치료 솔루션을 경제적, 물리적, 지리적, 공간적 제약 없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왓슨은 2012년 처음 MSKCC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며 암 환자의 진료를 터득해 현재도 교육을 받고 있다. 선진 의료기관의 자체 제작 문헌과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학습했다. 왓슨은 정확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내년이면 전체 암의 약 85%를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 백정흠 기획실장(외과)은 “실제 임상에 왓슨을 적용해 보니, 우리 의료진이 예상했던 결과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등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여 줬다”며 “왓슨은 상당히 정확하고, 빠르며, 의료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췄기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누구나 쉽게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왓슨은 입력된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최상의 치료 결과를 도출한다. 우선 환자 정보를 입력받으면 성별, 나이, 진단명,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환자 상태를 면밀히 분석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암치료 가이드, 미국 MSKCC 전문지식 데이터 및 방대한 문헌 속에서 환자 상태에 적합한 치료 옵션을 선정한다. 또 각 치료 옵션에 만성질환 같은 기존 질환, 약물 또는 치료 금기 사유, 약품 정보 등을 토대로 명백한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재검증 절차를 거친다. 이후 선택된 치료 옵션에는 왓슨만의 특수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치료 옵션의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모든 과정이 불과 몇 분 안에 이뤄진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정밀의료 추진단장은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1958년 개원 당시 보증금 없는 병원 시행으로 진료비가 부족해 치료받기 어려운 사람들의 병원 문턱을 낮췄다”며 “왓슨을 통해서 세계적 수준의 암진료 문턱을 과감히 낮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인공지능 의사 ‘왓슨’ 들여온 가천대 뇌 전문의 김영보 교수와의 일문 일답이다.
 
  — 왓슨을 처음 도입할 때 내부에서 반대가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인공지능 기술의 세계 흐름을 잘 모르면 그럴 수 있어요. 저희 병원도 도입하자는 의견이 반, 반대하는 의견이 반이었습니다. 저는 뇌를 전공했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았으니까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죠. 인간의 뇌도 일종의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기계도 언젠가는 이런 영역에 도달할 것으로 봤습니다. 인공지능을 먼저 개발한 나라가 전 세계를 좌지우지할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우리나라는 가천대와 부산병원대만 인공지능을 도입했습니다. 중국에서는 21개 병원이 쓰고 있습니다. 미국, 싱가포르, 프랑스 등 25개 국가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도입했습니다.”
 
  — 왓슨 도입으로 인한 장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똑같이 대장암 관련 프로그램을 쓰는 사람들은 공동 연구의 형태가 됩니다. 데이터 소유가 곧 권력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의 빅5 병원이 끼지 않으면 공동연구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 가천대의 스태프들은 혜택을 본다고 볼 수 있어요. 미국 본사에서 보면 우리가 환자 보는 속도를 보고 놀랍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을 사서 쓰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갑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한국형 왓슨도 기대해 볼 수 있나요.
 
  “미안하지만 우리는 왓슨 같은 클라우드 사업에는 뛰어들 수가 없습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이런 곳과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서버문제만 해도 해결이 어렵습니다. 전 세계는 데이터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추세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문제는 이걸 실현하려고 해도 보안을 지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클라우드센터를 만들었다고 칩시다. 이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어떻게 지킬까요? 드롭박스의 예를 들어 볼게요. 보안이 한 번 뚫려 업로드한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 소송에 걸리고 곧 파산입니다. 한국에서 그걸 할 수 있을까요? 삼성, SK도 못한다고 봅니다.”
 
  —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일단 배워야 합니다. 왓슨을 개발한 IBM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인공지능 개발에 투자를 해 왔습니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앞서가 버렸어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배우면 됩니다. 현재 국내에서 IBM의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이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몇 명뿐입니다. 아산, 삼성과 같은 대형병원이 곧 따라오겠지만 이미 한 발 늦었다고 봐야 합니다. 늦은 만큼 해외 병원에 비해 진료율이 높다는 점과 같이 한국이 갖고 있는 장점을 활용해 최대한 기술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눈높이라도 맞으면 유능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육성의 절실함을 알게 될 것입니다.”
 
박효연 헬프미 대표.
  법조계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으로 창업을 한 업체도 있다. 바로 법률지원 서비스업체 ‘헬프미’다. 법률자문을 인공지능으로 어디까지 제공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지난 2월 박효연(34)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왜 인공지능을 접목시킬 생각을 했나요.
 
  “법무법인 ‘율촌’에서 금융전문 변호사로 6년간 일했을 때 법조계의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비싸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적절한 변호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죠. 정보 비대칭성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법률이용을 자주 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법률시장에 나와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쉽게 말해 정보혁명을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 정보혁명이란 무엇을 뜻하나요.
 
  “IT 서비스를 이용한 파괴적 혁신을 의미합니다. 사람의 노동력이 많아야만 얻을 수 있던 서비스를 노동 없이 더 값싼 비용에 제공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회현상을 보면 정보화 혁명을 통해 대부분 변하더군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통해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미국도 1위부터 5위까지 IT기업이 잡고 있습니다. 법률시장은 그렇게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 자 업무는 문서를 작성해 주는 업무가 대부분입니다. 이건 자동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담 서비스를 먼저 내놓았는데 하다 보니 좋은 변호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법인등기 서비스를 내놨고 다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헬프미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코딩을 하고 있다.
  — 법조계의 반발이 예상되는데요.
 
  “변호사 및 변호사와 관련된 업무를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시장의 파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의 파이가 늘어납니다. 예컨대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을 경우에는 지급명령 서비스가 가장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몰라 고소장을 들고 시간낭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안다고 해도 보통 법률가가 100만원 가까이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5분의 1 가격으로 줄였습니다. 전체적인 법률 소비자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 프로그래머 수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기술적 어려움은 없나요.
 
  “변호사가 3명, 엔지니어가 3명입니다. 마케팅 인력 2명, 디자인 인력 1명, 경영지원 2명 이렇게 구성돼 있습니다. 목표 5단계 중에서 2.5단계를 지나가고 있어요. 법조계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완전히 적용하는 게 어렵습니다. 논의되는 것 중에 문제가, 산출물이 텍스트이다 보니 자연어 처리가 어렵다는 점이 있어요. 한국어는 동음이의어도 많고 어미에 따라 형태소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것이 굉장히 요원했습니다. 상황마다 인간이 알려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떤 목적으로 쓸지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변호사들의 데이터가 로직에 넣기 쉬운 형태도 아닙니다. 지금 이루고자 하는 목적 자체는 컴퓨터가 자연어 텍스트를 이해해서 이에 맞는 작업물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의뢰인이 이혼소송을 하고 싶다고 가정할게요. 남편이 의뢰인을 몇 대 때리고 언제 가출했다 들어가는 온갖 스토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경우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중간어’의 개념을 추가해야 합니다. 몇 날 며칠 어떻게 폭행했는지와 같은 정보를 넣어서 중간어 단계까지는 사람이 하고 다음 단계에서 딥러닝이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이제 저의 최대 관심사는 딥러닝 기술을 어떻게 법률서비스업에 최적화시킬지 여부입니다.”
 
스탠다임 김진한 대표.
  박 대표의 헬프미처럼 특정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다른 업종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생물학에 접목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도 있다. 인공지능 신약개발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스탠다임’이다. 지난 2월 스탠다임을 설립한 김진한(42) 대표를 만났다. 2015년 5월에 창업한 스탠다임은 3명의 공동 창업자가 모두 연구원 출신이다. 정식 직원은 총 8명. 12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전공한 직원 2명, 계산생물학을 전공한 직원은 3명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 응용생물화학과를 졸업하고 엔씨소프트 등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는 DNA가 손상을 입은 뒤 어떻게 복구하는지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했지만 2014년 프로젝트가 종료돼 같이 연구하던 동료들과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 초창기에는 신약연구 플랫폼이 주였다. 하지만 비즈니스 구조가 취약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아얘 신약을 만드는 구조로 바꿨다. 창업한 지 1년이 채 안 돼 제약회사 아스트라 제네카에서 주최한 인공지능 신약개발경쟁 프로그램에서 1등을 거머쥐며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차세대 의료 트렌드인 정밀의학에 관한 최신연구 결과와 적용 기술을 다루는 구제 컨퍼런스인 PMWC 2017에서 AI기반 약물 용도변경 솔루션인 ‘스탠다임AI’를 공개했다. 스탠다임AI 솔루션은 기존에 개발은 됐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약의 처방처를 찾거나 새로운 용도의 약물 20종을 발견했다. 그중 2개가 각각 2012년, 2016년에 연구논문으로 밝혀진 것과 일치했다. 이는 AI가 데이터만으로 학습해 산출한 결과다. 논문으로 검증된 2개 이외에도 18개 후보가 새로운 용도의 약물로 밝혀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해당 실험의 검증은 올해 중순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는 불모지인 인공지능 산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학 때 코딩을 부전공으로 하다가 석사 박사 때 인공지능으로 논문을 썼다. 나 이외의 물건이나 존재가 나를 대신해서 무언가를 해 준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그래서 늘 관심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인공지능이 가장 인기 없는 전공이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분야였지만 인생은 짧기 때문에 본인이 하고 싶은 거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기 않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 이런 경험 때문에 직원을 뽑을때도 능력만큼 이 분야에 열정이 있는 사람만 뽑는다.”
 
  그는 대학 시절에는 노자와 장자 등 철학에도 심취했다. 그의 철학적 사고는 큰 그림과 시스템을 보려는 눈을 길렀다. 생물학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새로운 솔루션을 찾는 데 도움을 줬다. 그는 “코딩 능력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건 코딩을 어떤 새로운 분야에 어떻게 접목할지 찾아내는 것”이라며 “텍스트인식이나 음성인식과 같은 분야는 이미 외국에서 너무 앞질러 갔기 때문에 아직 외국에서도 찾지 못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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