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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미국 경제 -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

트럼프의 신(新)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돌파한 금융전문가들이 진단한 미국 경제

글 : 김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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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서브프라임 사태 코앞에… 물과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 금융계의 모럴해저드에 동조한 은행은 저금리 시대에 대해 불만 말할 자격 없어
⊙ 경제는 먹이사슬처럼 먹고 먹히는 것, 돈 없어 결혼 못 하는 젊은층도 투자처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미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시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는 재닛 옐런 Fed 의장의 자질을 여러 차례 지적하면서 의장직 교체의사까지 내비쳤다.
 
  재닛 옐런 의장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50%로 올렸다. 올해 초 의회 증언에서는 “해외 증시가 미국의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다”며 금리인상을 미뤘다. 이번이 세 번째다. 전문가들은 재닛 옐런의 행보에 대해 “시장은 안도했지만 미국연방준비제도에 대한 신뢰도에는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ECONOMIST》 표지.
  영국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세 번째 금리동결 이후 재닛 옐런의 결정을 비꼬았다. 《이코노미스트》는 뚱뚱한 숏다리 말에 오른 재닛 옐런의 삽화와 함께 “저금리 세계를 산다는 것(Living in a low rate world)”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실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핌코의 CIO 댄 아이버슨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를 “뉴 노멀(New normal) 시대의 도래”라고 했다. 그는 “다가오는 2017년 부채 규모가 역대 최고가 될 것”이라며 “저성장·저금리·고부채는 결국 경제의 취약점만 더 키울 것”이라고 했다.
 
  댄 아이버슨의 주장처럼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금융시장의 본질적 문제를 꼬집은 영화가 작년 말에 개봉한 〈빅쇼트〉다. 이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백인 중산층이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게 된 배경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그린다. 당시 금융위기의 상황은 이랬다. 미국 저금리 기조에 부동산 경기가 호황으로 치달았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기준까지 낮췄다. 은행의 판단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니 대출금 상환을 못 할 경우 담보로 잡은 집을 대신 가져가면 손해 볼 게 없다”는 것이었다. 개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샀다. 가정부가 집 여섯 채를 대출로 구매할 정도였다.
 
  은행은 이렇게 저당잡은 집으로 주택저당 채권을 발행했고 금융권은 이 채권을 사들여 금융상품을 만들었다. 여기에 상품의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위험도가 낮은 주택담보 채권을 다른 고위험 채권과 묶어 또 다른 형태의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이렇게 허위로 신용도가 높아진 금융상품을 담보로 또 다른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연쇄적으로 만들어진 부실 금융상품은 실제 담보의 가치를 무한대에 가깝게 뻥튀겼다. 거품은 언제든 빠질 준비가 돼 있었다.
 
  영화에서는 3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측했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 투자전문가 마이클 버리, 월스트리트에 불만 많은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 그리고 도이체방크 수석채권 트레이더 자레드 베넷이다.
 
  마이클 버리는 서브프라임의 문제를 발견했고 마크 바움은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했다. 자레드 베넷은 저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이 보는 저금리 시대란 무엇일까?
 
 
  마이클 버리
 

  마이클 버리는 의사 출신 증권 트레이더다. 영화에서는 약간의 강박증을 보인다. 극중 이름과 모티브 삼은 실존 인물의 이름이 같다. 실제 마이클 버리는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신드롬을 앓았던 경력이 있다. 영화에서는 그의 이런 과거를 그가 월스트리트의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었던 ‘특별함’으로 묘사한다. 신입사원 채용 면접관으로 시종일관 엉뚱한 질문만 하는 그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가장 인기있는 부동산 채권 데이터를 뽑아오라는 지시를 내리는 모습은 사람과의 소통보단 숫자와 데이터 분석에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로지 숫자와 데이터. 그가 수많은 월가의 거짓말쟁이들에게도 속지 않은 이유다. 그런 그가 전망하는 세계의 경제는 어둡다.
 
  마이클 버리는 2015년 《뉴욕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그 당시 사태(2008 서브프라임 사태)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갔다.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 뻔한 방법을 쓰고 있다. 이 방법은 효과가 없었고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미연방제도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버리에 따르면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가격위험(price risk)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정부가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더라도 개인 안전자산 증가와 가계부채 감소가 목적이면 괜찮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곤란하다.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개인의 안전자산 비율도 줄어든다. 그러면 당연히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내수시장의 침체가 찾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중국은 올 초 역환매조건부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100조원 이상을 풀었다. 경제위기의 타개법으로 금리인하보다 유동성 공급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버리 박사의 말처럼 저금리 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경기부양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는 영화에서 “이제는 물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증권가를 떠났다.
 
 
  마크 바움
 

  스티브 아이스먼을 모티브로 딴 마크 바움은 영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영화에서 거짓말을 잘 파악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일도 넘기지 못하고 언쟁을 일삼는 ‘민폐남’이다. 스티브 아이스먼의 실제 성격은 극중에서처럼 까칠한 편은 아니라고 한다. 20년 이상 경력 증권 애널리스트라 분석을 즐기고 사실관계 파악을 잘하는 편이지만 극중에서처럼 고집불통 돈키호테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은행의 신용대출이나 유동성 창출 등 레버리지 행위를 거짓으로 여긴 점은 영화상과 실제가 같다.
 
  관객은 그런 그를 통해 ‘실종된 월가의 양심’을 보게 된다. 그는 극중 캐릭터 중 유일하게 월가의 ‘모럴해저드’에 대해 지적한다.
 
  부동산 판매를 중개해 수수료를 받는 중개업자, 채권 발행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만드는 은행, 부실채권을 안전상품으로 둔갑시켜 수익을 불리는 금융사, 여기에 상품에 신용등급을 매겨주며 수수료를 챙기는 신용등급기관까지 스티브 아이스먼에게는 모두가 이익을 위해 뭉친 하나의 큰 사기집단이었던 것이다.
 
  그가 전망하는 경제전망은 어떨까? 그는 올 초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현재의 은행은 2008년 위기처럼 더 이상 경제문제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그는 “첫 번째로 왜 2008년에 경제위기가 왔었는지 분석해 보자”며 “그 원인을 한 단어로 표현해 ‘레버리지’라고 한다”고 했다. 2000~2008년까지 은행에 주어진 레버리지 권한이 너무 컸기 때문에 대출을 이용한 트레이더들의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종종 은행의 규모를 견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상황이 달라져 더 이상은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그 당시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레버리지가 낮아졌고 그렇기 때문에 대형 은행의 유동성 공급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가 지적한 문제는 ‘소득의 불균형’이다. 경기침체의 본질적인 원인을 가계소득의 불균형으로 보는 것이다.
 
  가계소득의 발생은 결국 실적 우선주의로 고착된 기업문화, 그리고 권력자들의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 역시 버리 박사와 마찬가지로 미연방준비제도의 긴축안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는 “긴축을 통해 매년 증시에 충격을 줘야 충격에 내성이 생기고 진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진짜 문제는 통화의 양이 아니라 통화의 배분”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2008년과 같은 경제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의 주장과도 비슷하다. 샌더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부자인 15명은 지난 2년간 170조원을 벌어들였다.
 
  그는 2월 리버티대학의 연설에서 “이 액수는 1억3000만명이 2년간 벌어들이는 소득보다도 많은 액수다. 부자들이 더 큰 부를 가져갈 때 수백만의 가정은 저축할 돈이 없고 은행은 저장할 돈이 없다”고 주장했다. 버리 박사가 진단한 붕괴의 턱밑까지 온 시장의 문제를 아이스먼은 은행의 금리인하가 아닌 소득분배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최근 마이애미의 한 콘퍼런스에서는 저금리 기조에 수익 악화를 토로하는 은행권에 대해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하고 불공정한 게임을 해온 은행이 규제에 대해 논한다면 닥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은행에 대한 그의 불신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똑같다.
 
 
  자레드 베넷
 

  영화에서 가장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이 자레드 베넷이다. 자레드 베넷은 도이체방크 채권 수석 트레이더인 그렉 리프먼을 모티브로 삼았다. 내레이션도 담당하고 있는 그의 잘 차려입은 정장과 자신있는 목소리, 우아한 손짓은 관객들을 몰입시켜 붕괴 직전 월가의 내부로 안내한다.
 
 
  경제는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같은 것
 
  영화의 원작이 된 마이클 루이스가 쓴 책 《빅쇼트》를 보면 그렉 리프먼은 경제를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돼 있다. 그는 피해자가 되기 싫을 뿐이다. 영화에서도 그를 움직인 건 마크 바움처럼 사회적 정의감이나 잘못된 오류를 고치려는 사명감 따위가 아니었다. 오직 돈을 추구하는 욕망이었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트레이더이자 채권 판매자임에도 판매상품의 붕괴에 베팅을 했다. 또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에도 도이체방크를 나와 2년 뒤 자신이 공매도를 쳤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다시 사들여 수익을 냈다.
 
  의도가 어떻든 그렉 리프먼의 설계는 결국 마이클 버리의 진단, 마크 바움이 가졌던 고뇌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극중에서는 자레드 베넷이 마크 바움의 사무실을 찾아가 보드게임으로 부실채권의 구성을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67페이지 분량의 홈 에쿼티 메자닌 트란셰 공매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월가의 증권사들이 얼마나 황당한 일을 하고 있었는지 폭로한다.
 
  그렉 리프먼은 영화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꺼리는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에게 직접 극중 가명을 써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라고 한다.
 
  영화가 나온 후 공식 인터뷰를 한 적도 없다. 그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리버맥스 캐피털(LibreMax Capital LLC)로 갔다가 최근 채권 트레이딩을 하는 펀드회사를 설립해 결혼자금을 대출해 주는 웨딩론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프먼의 회사가 있는 미국 뉴저지의 평균 결혼비용은 3000만원을 넘는 수준이다.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결혼자금을 대출해 주고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이자율을 7~29% 선으로 책정한다. 이처럼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경제력이 부족한 예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론이 늘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그렉 리프먼이 투자한 웨딩론은 출시 후 1년 만에 70억원 수준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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