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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식

민영화 15년, 글로벌 톱 5 담배 회사 된 KT&G

50개국에 국산 담배 수출하며 한국 위상 높여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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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는 19개국 333곳의 해외 면세점에 진출해 있다. 괌 공항 면세점에서 에쎄 담배가 판매되는 모습.
  KT&G의 주가는 7월 1일 장중에 13만9500원을 찍었다. 공기업이었던 회사가 2002년 민영화가 된 이후 최고가였다. 영국의 브렉시트 파문으로 국내 증권 시장이 연일 출렁이는 와중에도 KT&G의 주가는 1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시가총액은 18조8000억원대로 국내 코스피 시장의 톱 10에 든다.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등과 함께 국내 주식 시장을 이끄는 대형주다. 이 회사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비하자면 그간 세간의 평가는 너무 야박했다. 몸에 해로운 담배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금연협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고, 얼마 전에는 담뱃값 인상, 담뱃갑에 혐오스러운 경고 그림 첨부 등 회사 입장에서 악재가 있었다. 건강에는 해롭지만, 누군가는 ‘담배’라는 제품을 생산하고 팔아야 한다는 시각에서 보자면 KT&G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민영화 기업이자 해외 판매량이 내수판매를 뛰어넘은 글로벌 회사다.
 
 
  미국 진출 17년 만에 매출 1200% 늘어
 
  KT&G는 1999년에 본격적으로 담배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수출량은 26억 개비에 불과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덕분에 실적은 눈부시게 늘어 2015년에는 8078억원(465억 개비)의 물량을 수출했다. 미국에서 담배를 팔기 시작한 지 17년 만에 수출 실적이 1200%가 늘어난 것. 세계에서 가장 큰 담배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는 100여 개의 담배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KT&G는 여기서 시장 점유율 6위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담배는 ‘타임’이다. 유완균 KT&G 미국 법인장은 “미국은 주 정부별로 승인 절차가 달라 까다로운데다 외국 담배 업체에 대한 진입 장벽이 워낙 높아 진출 초기에 어려움이 컸다”며 “철저하게 시장 조사를 해 현재 45개 주에 제품을 공급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말했다.
 
  KT&G는 아프리카에도 담배를 수출하고 있다. 처음 진출한 2010년에 4000만 개를 수출했는데 5년 만에 수출량이 70배나 늘었다. 아프리카 시장 안에서 대표적인 수출국은 나이지리아다. 아프리카는 기업들이 ‘기회의 땅’이라고 부르지만 열악한 인프라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테러 위협으로 인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KT&G 관계자의 말이다.
 
  “아프리카는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곳입니다. 회사 담당 직원이 현지 시장 조사를 갔을 때 여러 번 그 현장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있었습니다. 현지 유통상을 발굴하는 것이 아프리카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것으로 판단해 역량 있는 유통상을 발굴하는 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20~30대의 젊은 남성들을 타깃으로 현지에는 아예 없었던 미니 초슬림 담배를 판 것이 성공적이었습니다.”
 
  KT&G가 해외 수출길을 열 수 있도록 견인차 구실을 한 것은 기존의 담배보다 가느다란 슬림형 담배다. 회사는 1996년에 슬림 담배 ‘에쎄’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고작 1대의 기계에서만 이 담배를 생산했다. 초슬림 담배는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KT&G는 슬림 담배가 중동과 중앙아시아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해 러시아 현지에 ‘에쎄’ 공장을 만들었다. 국내의 신탄진 공장은 2014년에 확대해 재오픈했다. 신탄진 공장은 연간 850만 개의 담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 중 초슬림 담배를 590억 개비 만들 수 있다. 전 세계 초슬림 담배 물량의 절반을 이 공장 하나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현지 공장을 둔 러시아의 판매상들은 ‘에쎄’ 담배에 대해 “품질이 좋고 디자인이 깔끔하다”는 평가를 한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유고-자파드나야 지역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아파나시예바 스베틀라나 씨의 얘기다.
 
  “6년 전 초슬림 담배 ‘에쎄’가 들어올 때부터 젊은 여성 소비자층을 위주로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 에쎄 담배가 잘 팔리는 이유가 뭡니까.
 
  “품질이 좋고 디자인이 깔끔하다고들 합니다. 가격 또한 괜찮다고 하고요. 초기 제품이었던 ‘에쎄 블루’에 이어 지난해부터 판매 중인 ‘에쎄 체인지’의 반응도 상당히 좋습니다.”
 
최근 5년간 미국에서 판매된 KT&G 담배.
  현재 KT&G는 50개국에 담배를 수출하고 있는데 이 중 40%가량을 미국, 아프리카, 중남미 등 그들이 새로 뚫은 이른바 신시장에 팔고 있다. KT&G의 해외사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1분기 수출 수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가 늘어남에 따라 전년대비 실적이 더 좋을 것으로 예측된다. KT&G 관계자의 얘기다.
 
  “회사는 중장기 성장에 대한 돌파구를 해외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룹의 성장 토대인 해외담배사업에서 신흥 거대시장을 집중적으로 개척할 계획입니다. 필요하다면 해외 M&A,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KT&G의 담배는 해외 면세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KT&G는 미국 JFK, 일본 나리타, 베이징 서우두 등 국제공항과 하와이, 홍콩 등 주요 관광지, 19개국 333곳의 면세점에 진출해 있다. KT&G는 면세점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독일, 영국 등 글로벌 허브 공항에 신규 입점할 계획이다.
 
  KT&G가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기반은 국내 시장을 성공적으로 방어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 정도인데, 담배 시장 개방국가 중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KT&G 관계자의 얘기다.
 
  ― 국내 시장 점유율 60%가 어려운 겁니까.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대만은 담배 시장을 개방한 이후에 다국적 기업에 의해 시장이 잠식당했습니다. 말보로, 필립모리스 등 인지도가 높은 담배들로부터 국산 브랜드를 지켜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 어떤 경쟁력이 있기에 수성했나요.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신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습니다. 담뱃갑 밑면에 생산일자와 제조자 이름을 표기한 ‘품질 실명제’는 전 세계 담배업계에서 최초로 실시한 일입니다. 고객들의 제품에 대한 불만이 이 제도를 도입하고 나서 48% 줄었습니다.”
 
 
  민영화가 득 됐다
 
  KT&G가 국내 시장을 지켜내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바뀌고부터다. 회사는 민영화 과정을 겪으면서 회사 사이즈를 줄이고,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고 한다. 공사로 출범했을 때 임직원은 총 1만3082명이었는데 지난해 말 3886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임직원의 70%가 회사를 떠났다. 같은 기간에 제조공장은 9개에서 4개로 줄였고 성과 중심의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KT&G 관계자는 “민영화 얘기가 나올 당시에 조직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말했다.
 
  KT&G의 지난해 매출은 공기업이었던 2002년과 비교할 때 105% 늘었고 영업이익은 133%나 늘었다. 시가총액은 2002년 말 3조원에서 지난해 말 1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KT&G는 민영화 이후에 기업의 지배구조를 송두리째 바꿨다. KT&G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대전제로 사외이사가 중심이 된 이사회가 회사를 운영한다. 현재 회사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독립적인 활동을 한다. 또 지난 2월부터는 감사위원회의 내부 감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회사 윤리경영감사 조직을 감사위원회 직속 체제로 전환, 감사위원회가 실질적인 감사 기능을 하도록 하고 있다. KT&G의 실적에 대한 기대는 증권회사의 리포트에서도 엿볼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6월 13일 KT&G의 탄탄한 국내 시장 점유율과 해외에서의 실적 호조로 목표 주가를 종전의 15만원에서 16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영증권은 7월 5일 “주력인 담배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장기적 관점에서 배당 투자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KT&G가 각종 규제와 다국적 담배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고 최고 주가를 계속 경신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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