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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연구의 최전선(最前線)을 가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우리 명운(命運) 달렸다”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gsm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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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준연 소장 “기존의 실리콘 소자는 곧 한계에 봉착”
⊙ 프랑스 LETI연구소는 저低전력 반도체 개발에 집중
⊙ 벨기에 IMEC은 화합물 반도체 개발 선두주자
⊙ 영국 케임브리지는 양자컴퓨팅으로 우주 간 통신 가능케 해
  우리는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일정 부분 사실이지만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먼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하이닉스 반도체라는 거대 기업의 존재 때문에 국민 상당수는 한국의 반도체를 1등이라고 믿는다. 매출액이나 순익으로 보면 1등이 맞지만 연구력 부분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우리의 능기(能技)인 ‘박리다매(薄利多賣)’가 가져온 착시일 뿐 연구력이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능력에선 미국·프랑스·영국·벨기에에 비해 낮다. 작년 1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새로 출범시킨 조직은 이런 반성에서 시작된 것이다. 박사만 52명, 석사 등 학생 220명으로 이뤄진 ‘차세대 반도체 연구소’다.
 
  300명가량의 인력이 단일 목표를 위해 창설된 것은 KIST 역사에 없어 내부에서 “새 군단(軍團)이 생겼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KIST가 어떤 조직인가? 1965년 발족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창설자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이 서명한 1호 재단기금 납부증이 KIST에 보관돼 있다. 누렇게 변색된 종이 한 장이 가져온 기적은 놀라운 것이었다.
 

  KIST가 지금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철강(포스코)·반도체(삼성)·자동차·조선 산업(현대)의 청사진을 그렸다는 것은 공인된 역사다. 50년간 한국 산업의 먹거리를 창출한 KIST는 왜 다시 반도체에 눈을 돌렸을까. 여기서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마법의 돌’ 반도체에 따라다니는 신화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번 취재를 위해 작년 11월 인터뷰했던 KIST 차세대 반도체 연구소 장준연(51) 소장, 송진동 박사와 함께 올 6월 19일부터 1주일간 벨기에·영국의 첨단 반도체 연구소로 떠났다.
 
 
  위기를 맞은 무어의 법칙
 
‘무어의 법칙’은 1965년 미국 페어차일드 고문인 고든 무어가 말한 것으로,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무어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1965년 미국 페어차일드 고문인 고든 무어가 말한 것으로,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이 법칙은 지켜졌고 그 챔피언은 한국이었다. 이것이 앞에서 ‘한국의 반도체가 세계 최고라는 게 일정 부분 사실’이라고 말한 근거다.
 
  장준연 소장은 지난해 11월 인터뷰에서 20년 넘게 한국을 먹여살려 왔고 세계 1등인 한국과 중국의 차이가 불과 1~2년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그런 격차를 뒤집기 위해 반도체 산업에만 200조 위안이란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중국의 물량공세 못지않게 두려운 것은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의 반도체 집적도는 14나노이며 다음 목표가 10나노다. 1나노는 10의 마이너스 9승(乘)이다. 무어의 법칙이 전자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경이로운 마이크로 세계에서 계속 통용될 것인가? 장 소장은 당시 “부정적”이라고 했다. 놀랍게도 그는 ‘부정적’이라는 의미를 4년 반 안에 맞을 위기라는 말로 계량화했다.
 
  이것은 장준연 소장의 말이다. “14나노의 다음 단계가 10나노입니다. 그 다음이 7나노, 5나노 순(順)인데 과학자들은 7나노는 이론적으로만 가능하고 5나노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무어의 법칙대로라면 지금으로부터 최대 54개월, 즉 4년 반 안에 경량화를 통한 성능 향상이 위기를 맞는 것입니다.” 참으로 섬뜩한 경고다.
 
 
  대안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뿐
 
왼쪽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소의 송진동 박사, 장준연 소장과 IMEC에서 근무하는 한국 연구진이다.
  이것은 한국이 누린 ‘규모의 강점’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해결책에 대해 장 소장은 “기존 실리콘과 다른 원료로 반도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화학 주기율표상 실리콘은 4족 원소인데 KIST는 3·5족 원소를 결합한 화합물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가 꼽는 3족 원소는 갈륨·인듐, 5족 원소는 안티모니·아세닉 등이다.
 
  이론적으로 3·5족 원소로 만든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같은 조건 아래서 전자의 이동속도가 3~10배 빠르다. 속도만 보면 월등한 성능인 것 같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도 갖고 있다. 장 소장은 “3·5족 원소는 재료값과 박막화(薄膜化) 비용이 높고, 현재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다 바꿔야 한다”고 했다.
 
  최신 14나노형 반도체 생산라인이 15조원이고 국내 굴지의 반도체회사에만 신구(新舊)라인이 10개이니 100조원의 투자비를 날리고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전자뿐 아니라 어떤 반도체회사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고 미지의 세계에 도전할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차세대 반도체는 실현 불가능한 게 아닐까? 장 소장은 “차세대 반도체는 미국 등에서 이론이 정립됐고 기술개발까지 마쳤다고 본다”고 했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한국도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KIST가 그리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상황을 종합해 KIST는 2~3년 내에 현행 실리콘 기판 위에 전자가 흘러다니는 3·5족 화합물 반도체 채널을 올리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실리콘과 3·5족 화합물은 원자 간격이 커 합쳐 놓을 경우 결함이 많은데 그것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1차 목표가 달성되면 그 다음은 비교적 쉽다는 게 장 소장의 말이었다.
 
  “이게 성공하면 6년 이내에 실리콘 기판 위에 양질의 소자(素子)를 싣게 되는데, 이러면 상당 기간 한국이 반도체 시장 절대강자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KIST와 국내 업체의 시각이 다르다는 거지요. 기업은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죠. 2000명 연구인력을 가진 모 업체는 5나노의 벽도 돌파할 수 있다고 봅니다. KIST는 다른 길을 찾는 것이고요.”
 
 
  정보통신(ICT) 기술로 인한 전력부족 대란이라는 암초
 
  내가 벨기에로 떠나기 전 장준연 소장과 송진동 박사는 프랑스 그레노블로 갔다. 그레노블은 이탈리아·스위스와 맞닿은 ‘프랑스 알프스’라고 불리는 고산지대의 도시로, 196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이다. 풍광이 아름답고 여름엔 선선하며 겨울에는 눈이 풍부해 프랑스인뿐 아니라 유럽인들이 그리는 꿈의 휴양지다.
 
  이 그레노블 LETI연구소와 KIST가 연구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들은 무엇을 공동으로 연구한다는 것일까. 지금을 우리는 모바일의 시대라고 한다. 휴대전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그 장치를 이용한 데이터의 증가는 기하급수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이면에 무서운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앞서 말했듯 인텔의 공동 설립자 고든 무어 (Gordon Moore)가 제창한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가 된다는 관찰의 결과를 적시한 것이다. 반도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컴퓨터의 성능이 향상되고, 가격이 떨어진 것을 설명하는 이 경험적 법칙은 일종의 ‘자기최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법칙을 지키려 많은 반도체 회사들은 대면적 기판 도입, 미세화 공정 등 신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이것이 IT혁명을 불러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 반도체 기술 로드맵 등에 발표된 자료 및 《네이처》 《사이언스》 같은 잡지에서는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더 이상 실리콘 소자의 세밀화를 통한 발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 증거 가운데 하나가 최근 퍼스널컴퓨터(PC)에 사용하는 CPU의 경우 성능의 향상보다는 CPU 개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상용화가 되고 있는 이유이다. 이렇게 CPU를 여러 개 사용하는 데서 우리가 몰랐던 문제가 등장한다.
 
 
  구글은 북극 근처에 데이터 센터 설치 고려
 
  1990년대 초의 PC는 중앙처리장치를 식히는 팬(Fan)이 없어도 동작에 문제가 없었다. 현재의 PC에서 발생하는 오동작(誤動作) 사유 중 하나가 CPU 냉각팬의 고장이다. 현재 중국의 Tianhe2 수퍼 컴퓨터는 18메가와트의 전력을 동작을 위해 사용하는데 몇 대의 수퍼 컴퓨터를 위해 전용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할 정도이다.
 
  이런 고성능 컴퓨터의 경우 대부분의 전력을 ‘열’로 낭비하므로, 대규모의 냉각 시설이 필요하다. 이에따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수중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데이터 센터를 열을 식히는 데 최고로 적합하다는 북극(北極) 근처에 설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가 반도체의 성능 개선에만 신경 쓰는 사이 ‘전력(電力)’의 문제는 날로 커지고 있다. 2013년 영국 《타임스(Times)》지에 따르면 지구상에 만들어지는 모든 전력의 10%가 IT산업에 쓰이는데 인공지능 등이 발전함에 따라 IT산업이 사용하는 전력은 2020년에 전체 생산 전력의 50~7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려면 2020년에는 2013년도에 보유한 원자력발전소의 2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예상도 있을 정도다. 당연히 발전소를 더 지어 IT가 촉발한 전력 대란에 대응한다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 이것이 KIST 차세대 반도체 연구소를 비롯한 일군의 과학자들이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
 
  실리콘을 이용한 반도체가 아닌 화합물 반도체를 도입할 경우 반도체 회로에 사용되는 전력을 100분1 이하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장 소장 등이 방문한 프랑스 그레노블의 국립 LETI연구소가 STM이라는 프랑스·이탈리아계 반도체 회사와 협력해 반도체 센서 및 고속 소자 등에서 괄목할 성과를 낸 곳이다.
 
  이 연구소는 최근 저(低) 전력 소자에 대한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기존의 Si계열 공정라인과 신규 대규모 화합물 공정라인을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LETI연구소의 연구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돼 차세대 반도체를 위한 대형 공정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창조경제’를 외치면서도 아무 성과도 없는 우리와는 대조가 된다.
 
 
  유럽 반도체 연구의 심장 벨기에 IMEC
 
벨기에 IMEC연구소의 전경.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차를 빌려 벨기에 루벤으로 향하는데 폭우가 이어졌다. 유서 깊은 도시 벨기에 루벤의 IMEC연구소는 수도 브뤼셀과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곳이며 IMEC은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microelectronics)에서 나온 말이다. 여기서 IMEC연구소가 어떤 곳인지를 잠시 살펴보고 가도록 한다.
 
  루벤에 본원을 둔 IMEC은 세계의 거의 모든 반도체 생산 및 관련 기술 기업과 파트너 계약을 맺고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소속 직원과 기업 파견 직원, 대학원생 등 상주 인력이 본원에만 2000여 명에 이른다. 분야가 반도체 관련으로 한정되는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단일 연구소로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벨기에 IMEC연구소에 있는 첨단 실험장비는 모두 개발사들이 기증한 것이다. 이 장비를 테스트한 뒤 인정을 받으면 반도체회사들이 구매해 가는 방식이다.
  이런 연구소가 유럽의 강소국 벨기에에 자리 잡은 것은 유럽연합(EU) 본부와 의회가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벨기에는 우리 경상남·북도를 합한 정도의 면적에 인구가 1100만명을 조금 넘는 작은 나라다. 그런 이 나라에 세계 최첨단 IMEC이 위치한 사연을 살펴보면 작은 나라의 비애(悲哀)가 숨어 있다.
 
  즉 영국·프랑스·독일 같은 강대국에 이런 연구소가 있을 경우 기술과 정보가 한 나라에 편중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중립지대’에 있으면 그럴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IMEC에는 중국, 인도 등 같은 아시아 국가부터 이탈리아, 프랑스, 루마니아 등 EU 국가 출신의 연구원도 일하고 있다.
 
 
  놀라운 해외인재 유치 노력
 
벨기에 IMEC연구소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조 데 보엑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관계자들에게 연구 진행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해외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IMEC이 외국인 연구원에게 베푸는 혜택은 놀라울 정도다. 이주비용 지원, 입사 후 고국방문 지원 등의 혜택을 주며 벨기에 사람과는 다른 특별세금제도를 적용해 계약 연봉이 같아도 외국인 연구원이 더 많은 세후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참고로, 벨기에의 세율은 40% 정도라고 한다.
 
  IMEC이 현재 선보인 기술은 3·5족 화합물 반도체의 일종인 인듐갈륨비소와 실리콘의 대치품인 게르마늄을 실리콘 기판과 결합하는 ‘나노 패턴 가공’ 신기술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나노밀리미터의 화합물 반도체를 3차원으로 가공해 실리콘 기판 위에 나노 트랜지스터를 제작한 후 저전력으로 동작시키는 것이다.
 
  이런 강점을 지녔기에 인텔, 삼성, 하이닉스, TSMC 등 세계 굴지의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들은 이 연구소와 협약을 맺어 연구를 맡기니 한마디로 전 세계 반도체 기술 및 엔지니어들이 모이는 구심점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런 IMEC에 놀라 비슷한 연구소를 만들려 했으나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회사들 간 갈등으로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장 소장과 기자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향했다. 옥스퍼드 대학과 함께 세계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로 꼽히는 케임브리지 대학과 첨단 IT 기술의 상징인 반도체를 연결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데 여기서 우리는 뜻밖의 화두를 만났다.
 
 
  스타워즈의 행성 간 실시간 통신은 실제로 가능한가?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것 같은 행성(行星) 간에 실시간 통신이 실제로 가능하냐는 질문과 ‘가능하다’는 답이었던 것이다.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행성 간 실시간 통신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양자(量子) 정보 기술 때문이다. 양자로 인해 인류는 우주적 거리를 뛰어넘는 정보전달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양자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의 단위’다. ‘복사에너지에서 처음 발견돼 에너지 양자라 불렀으며 그것이 빛으로서 공간을 진행할 경우 광양자, 혹은 광자(光子)라고 한다.’ 양자는 최근 ‘양자역학’ ‘양자물리학’ ‘양자컴퓨팅’ 등으로 발전하고있다.
 
  그 내용을 과학창의재단이 공개한 자료를 통해 살펴본다. 양자역학(量子力學·quantum mechanics)이란 용어를 만든 이는 독일 막스 보른(Max Born·1882~1970)으로 ‘Quantenmechanik(크반텐메하닉)’으로 불렸다. 이것을 일본에서 ‘量子力學(료오시리키가쿠)’라 번역한 것이 한국에 들어와 ‘양자역학’이 된 것이다.
 
  ‘양자(量子)’로 번역된 영어의 quantum은 양을 의미하는 quantity에서 온 말로, 무엇인가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학(力學)’은 말 그대로는 ‘힘의 학문’이지만, 실제로는 ‘이러저러한 힘을 받는 물체가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물리학의 한 이론’, 즉 ‘힘과 운동’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양자역학이란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이 이러저러한 힘을 받으면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양자가 발견된 것은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빛의 본성이 입자(粒子)인지, 아니면 물결이나 소리와 같은 파동인지를 놓고 진지한 논쟁을 벌여 왔던 결과다.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빛이 파동이긴 하지만 그 에너지가 일정한 단위로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제안이 190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빛알이론’으로, ‘양자’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다. ‘빛알’은 ‘빛양자’나 ‘광양자’(光量子), 또는 줄여서 ‘광자’(光子)라고도 부른다.
 
 
  아인슈타인이 1905년 발표한 ‘빛알이론’이 양자론의 기초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쉽게 말해, 빛의 에너지는 실수(實數)가 아니라 자연수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물건을 살 때 100원짜리 동전으로만 살 수 있어 1000원짜리 물건을 사는 데 100원 동전 10개를 내는 것과 같다. 여기서 동전 하나를 ‘양자’로 볼 수 있으며, 빛의 경우에는 ‘빛양자’ 또는 ‘빛알’이 된다.
 
  빛의 에너지를 ‘빛알’의 개수로 바꿔서 따지게 되면 빛과 관련된 많은 현상들을 설명해 낼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제안은 이미 1900년 그의 스승인 독일 막스 플랑크(Max Karl Ernst Ludwig Planck·1858~1947)가 흑체복사라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빛알이론과 직접 통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 바탕이 됐다고 볼 수 있다.
 
  1913년 덴마크의 닐스 보어(Niels Henrik David Bohr·1885~1962)가 새 원자 모형을 제안했다. 이것은 영국의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1871~1937)가 1911년에 제안한 모형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러더퍼드의 모형은 태양계처럼 한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들이 궤도를 이루면서 회전하는 모형이다.
 
  보어는 원자 모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모든 궤도가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떨어진 몇 개의 궤도만 가능하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의 관심은 이렇게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특정의 ‘양자’가 몇 개 있는지 세는 식으로 새롭게 힘과 운동의 관계를 밝히려는 데 모아졌지만 곧 난관에 부닥쳤다.
 
  이후 독일의 막스 보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1901~1976), 파울리(Wolfgang Ernst Pauli·1900~1958), 파스쿠알 요르단(Pascual Jordan· 1902~1980) 등이 ‘행렬역학’, 오스트리아의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dinger· 1887~1961)가 ‘파동역학’을 내놓고 영국의 폴 디랙(Paul Adrian Maurice Dirac· 1902~1984)이 세 번째 이론을 제안하면서 모든 문제가 풀렸다. 막스 보른은 이 세 가지 역할이론에 ‘양자역학’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1920년대 ‘혁명’으로 시작된 양자역학은 21세기 새로운 기술이 근간(根幹)이 되고 있는데 양자컴퓨터도 그중 하나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에 기반을 둔 독특한 논리연산법을 컴퓨터 분야에 도입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1982년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처음 제안한 것이다.
 
 
  양자 컴퓨터의 실현 가능성은 파인만이 제안
 
  1985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데이비드 도이치가 파인만의 제안을 구체적인 개념으로 정립했는데 양자컴퓨터가 만들어지면 게놈(유전자)·기상·경제·데이터마이닝 등 지금의 수퍼컴퓨터로도 풀 수 없는 아주 복잡한 영역의 연구에 이 컴퓨터를 응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기존의 정보처리 방식이나 통신이론, 개인용 컴퓨터에서 수퍼컴퓨터에 이르는 컴퓨터는 모두 기본적 원리를 고전적 역학에 두고 있다. 여기에서는 모든 상태가 일의적(一義的)으로 결정되고, 상태의 변화 또한 일의적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기본적으로 한 번에 한 단계씩의 계산이 이루어지게 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모든 가능한 상태가 중첩되게 얽힌 상태를 이용해 한번에 모든 가능한 상태를 조작하게 된다. 1994년 벨전화연구소의 피터 쇼어(Peter Shor)가 커다란 수의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을 발견하고 1997년에는 IBM의 아이작 추앙이 2비트 양자컴퓨터를 처음 만들었으며 1999년에는 일본의 NEC가 양자컴퓨터용 고체 회로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 KAIST 연구팀이 병렬처리 3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했고 2003년에는 일본 NEC와 이화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양자비트 2개를 결합한 고체 논리연산회로로 동작하는 양자컴퓨터 제작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렇게 양자역학은 컴퓨터뿐 아니라 문학·예술 분야로도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있다.
 
  양자역학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11년 발사한 무인 우주 탐사선 주노(JUNO)다. 7월 4일 NASA는 주노가 5년간의 비행 끝에 목성권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목성에서 주노는 다양한 과학활동을 하겠지만 이 모든 것을 지구에서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 것은 아니다.
 
  지구-목성간 거리 때문에 광속으로 전달되는 전파 신호조차 왕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더 큰 예를 들면 우리 은하 한 끝에서 다른 한 끝까지 전파가 광속으로 도달하는 데 약 10만년이 걸리므로 전파로 통신을 한다면 상대방의 답변을 듣는 데 20만년이 걸린다. 그러므로 스타워즈 영화의 행성 간 실시간 통신은 아직은 꿈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은 우주의 신세계를 열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캐번디시연구소의 아타투어 교수가 양자컴퓨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아타투어 교수가 약 1m 거리의 두 개의 단일 광자를 얽히도록 제어하는 데 성공하였다. 극저온에서 얽힌 두 개의 단일 광자는 서로 정보를 즉시 주고 받는 데 거리에 무관하다. 즉 이론상 목성뿐 아니라 은하계 반대편도 즉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스타워즈의 행성 간 통신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KIST는 영국 임페리얼 대학 김명식 교수 및 국내 연구자 수십 명과 연계하는 한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및 옥스퍼드 대학, 미국 표준연구소, 프랑스 CNRS,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 및 베를린공대와 국제 협업을 통해 양자정보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나노 기술, 양자광학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노력에 따라 세계 최첨단의 과학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고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영국·벨기에 취재를 통해 그것을 확인했는데 외삼촌이 6·25참전용사이기도 한 아타투어 교수가 일하는 케임브리지 대학 캐번디시 연구소는 원자론의 모델을 만든 러더포드가 근무한 곳이기도 하다.⊙
 
장준연 KIST 차세대 반도체 연구소장 기고
 

  대한민국은 실리콘 계열의 기존 반도체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선진국이지만 화합물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저전력 반도체에 대해서는 국가적 연구를 이제 시도하고 있는 단계이다. KIST는 국내 실리콘 반도체 산업 형성 단계에서부터 반도체 기술을 국내화해 실리콘 반도체 기판 제작부터 회로까지 전 주기에 걸쳐 국내 최초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파악하고, 이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2015년부터 실리콘을 벗어난 새로운 물질의 도입 및 저전력 소자 개발을 위해 차세대 반도체 연구소를 발족하고 안티몬 계열의 반도체를 기반으로 삼아 새로운 저전력 소자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외에서 연구되는 인듐갈륨비소 화합물 반도체는 많은 연구 자료가 있고, 제작이 비교적 수월하나 이미 선진 각국에서 특허를 출원한 상태로 기술 사용에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 안티몬 계열 반도체는 인듐갈륨비소에 비해 10배 이상 저전력·고성능 특성을 보이나 새롭게 도입되는 물질이므로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
 
  KIST는 LETI와 국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IMEC, KANC, MIT 등 국외내 연구소 및 대학과 새로운 저전력 반도체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아쉽게도 국내의 반도체 업체들은 화합물 반도체 기반 저전력 반도체 기술에 대해 명시적인 움직임이 없다. 이는 새로운 물질을 도입함에 따라 대규모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기술적 문제도 있고 기존의 실리콘 공정을 사용하지 못하므로 신규 투자비용이 높아지는 경제적 문제도 있다.
 
  개별 회사 차원의 경영 판단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이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갑작스런 반도체 물질의 세대교체 때 국내에 관련 기술이 전무한 상태가 되거나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 상황을 피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국내 전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국가 차원의 연구지원이 필요하다 하겠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이 2020년의 IT발 전력대란에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산업체가 지금 움직이지 않아도, 선행연구는 미리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반도체 산업은 원천기술을 가진 선진국에 막대한 로열티를 주고 공정개선과 인건비 등의 아주 작은 비교우위를 경쟁력으로 지속해 왔으며 그것이 후발주자의 한계이다. 즉 재주는 곰이 부리고 왕서방이 짭짤하게 챙긴다는 우스갯소리와 같은 처지였다.
 
  실리콘 반도체 크기 축소와 성능 향상으로 일컬어지는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회인 것이다. 향후 어떤 기술이 IT 분야에 주인 노릇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고 많은 후보 기술을 놓고 만지작거리는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인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대비할 여력이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과거에 그랬듯이 또 선진국에 막대한 로열티를 주고 우린 그저 이삭 줍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불행한 과거가 반복되는 것이다.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는 자만이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당장의 기술경쟁에 내몰려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국가에서 먼 장래를 내다보고 대비해야 한다. 선진국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다.
 
  구한말의 역사를 반복하고 싶은 우리 국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록 규모는 다를지라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서 국경 없는 경제적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현실에서 기술 종속은 또 하나의 경제적 식민지가 되는 것이란 경각심으로 우리 모두 체계적이고 주도면밀하게 미래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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