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심층분석

외부 관찰자가 본 구글의 미래, 한국의 미래

“우리 눈에 보이는 구글은 그저 시작에 불과”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구글러는 스마트한 글로벌 인재”
⊙ “구글 비밀연구소 ‘X’는 SF소설에 나올 법한 1급 비밀 프로젝트 진행”
⊙ “구글이 두려워하는 기업은 ‘곧 나타날 새로운 창업기업’”
⊙ “한국인의 DNA는 5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문화적 유전자 지녀”
⊙ “구글처럼 하향식 통제에서 벗어나 돌연변이 환경 만들어야 성공한다”
구글은 기술적 혁신을 통해 세계를 변화시켰다. 구글을 통해 한국의 미래산업 전략도 수정돼야 한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의 토마스 슐츠는 실리콘밸리 지사의 편집장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서 애플, 페이스북, 우버 등 기술혁명을 주도한 기업을 취재했고 구글 엔지니어와 경영진, 구글 반대론자까지 많은 이를 만났다. 그가 쓴 《What Google Really Wants》가 최근 국내에 출판됐다. 슐츠 편집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바둑대결을 보았나요. 누가 이길 것으로 예상했나요.
 
  “세기의 대결을 봤고,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했었어요. 기계의 지능은 점점 좋아지고 강해지고 있어요. AI(인공지능)는 다가오는 십년 동안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겁니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에서 일하는 이는 누구일까. 첨단기술을 다루는 만큼 베일에 가려진 폐쇄적이고 의뭉스런 사람들이란 느낌이 든다. 그의 답은 달랐다.
 
  “구글 본부는 대학 캠퍼스 같은 곳입니다. 누구도 그곳에 갈 수 있어요. 펜스도 경비원도 없어요. 구글 사람들은 개방적이고(really open), 테크놀로지에 대해 토론하길 좋아해요. 그들 대부분이 마흔 살 미만으로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죠. 그들은 전 세계에서 왔습니다. 구글 지원자는 연간 300만명에 달하죠. 지원자 중 상당수는 한국인입니다.”
 
  현재 구글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슐츠는 구글의 비밀연구소 ‘X’에 대해 말했다. “‘구글 X’는 급진적인 아이디어(more radical ideas)를 개발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연구소”라고 했다.
 
  “구글 사람들은 진짜로 획기적인(truly ground-breaking) 게 아니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아요. 독특하고 뭔가가 다른 생각, 더 크고 더 대담한(bigger and bolder) 생각이어야 도전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능한 한 빨리 ‘실패’하려고 애쓰는데 그래서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려 합니다.”
 
 
  구글 X의 비밀
 
토마스 슐츠.
  슐츠 편집장에 따르면, ‘구글 캠퍼스’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평범한 3개의 건물에 ‘구글 X’가 자리 잡고 있다. 건물 깊숙이 들어가야 ‘부지런히 뚝딱거리는’ ‘구글러’를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는 인간 두뇌를 빼닮은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두뇌 프로젝트팀’이 가동 중이다. 수퍼컴퓨터보다 수천 배 빨리 계산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도 실험 중이다. 태양광 발전기보다 더 싸게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비행 풍력터빈’도 관심 대상이다.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춘 무인 자동차(자율 주행차)뿐만 아니라 모든 가전제품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스마트 기기화도 구글의 중요 어젠다다. 암 퇴치와 수명연장 프로젝트, 혈당 측정 콘택트렌즈, 달에 로켓을 보내겠다는 야망, 연기 수류탄 제작 등을 위해 기업을 인수하거나 특허권을 사들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슐츠의 표현을 빌리자면 “구글은 전 세계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을 추구한다.
 
  그는 “‘구글 X’에서 수많은 프로젝트가 동시 가동 중인데 얼토당토않은, SF소설에 나올 법한 1급 비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에 위치한 메인 ‘구글 캠퍼스’ 전경.
  ‘X’의 연구가 모두 잭팟을 터뜨린 것은 아니다. ‘구글 X’ 내에 ‘빠른 평가(Rapid Eval)’라고 불리는 팀이 있다. 이 팀은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 실현 가능성이 없는 아이디어만 추려 ‘빨리 포기하도록’ 결정한다. 실패를 빨리 결정하되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의 도전과 실패엔 개방적이다. 그는 “구글러들은 실패에 대한 회복력이 빠르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구글도 실패를 합니다. 구글 글라스나 넥서스Q·모토로라 인수도 아직 성공했다고 볼 수 없어요. 그들이 도전을 두려워할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구글은 경험하지 못한 많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데, 여러 영역에서 그 도전이 실패할 것이라는 게 가장 논리적인 답일지 몰라요. 그러나 구글은 돈을 들여 계속 실험할 겁니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는 ‘기술적 한계를 탐험하는 일에 우리의 경쟁상대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 눈에 보이는 구글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구글러는 우리 주변의 스마트한 사람들”
 
김택환 위원장.
  ‘딜로이트 안진’은 성장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 기업에 경영·회계·세무 등을 멘토링하는 컨설팅 업체다. 지난해 ‘구글 캠퍼스 서울(Google CAMPUS Seoul)’의 외부 멘토기업으로 선정됐다. 딜로이트 안진의 김경준 경영연구원장은 구글에 이런 평가를 내렸다.
 
  “융합은 새로운 형태의 흐름이 모여 스파크를 일으키는 것과 같아요. 구글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융합을 바탕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김 원장은 “만나 본 구글러들은 스마트한 글로벌 인재들이었다”며 “구글의 문화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핵심에 집중한다. 우리 주변의 스마트한 사람들이라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경준 원장.
  지난 6월 23일부터 나흘간 열렸던 ‘광주 세계웹콘텐츠 페스티벌’ 김택환 추진위원장 역시 구글을 오래 들여다본 외부 관찰자다. 구글의 미국 본사 부사장과 아시아 총괄마케팅 사장, 구글코리아 사장 등 많은 구글 인사들을 만났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말이다.
 
  “구글 사람들은 성실한 보통사람일지 몰라요. 다만 구글의 인사정책은 다양한 사람을 뽑는 것입니다. 실력도 있어야겠지만 팀워크를 강조합니다. 구글은 열려 있는 기업문화로 성장했어요. 융합적인 사고, 개방적인 기업문화를 가지지 않고선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어요. ‘알파고’를 설계한 하바비스야말로 융복합형 인간입니다. 게임에서 시작해 컴퓨터공학, 뇌신경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고 이를 융복합할 수 있는 아키텍처였어요.”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어떤 인물일까. 그의 라이프 스토리나 일상, 사소한 개인사가 알려진 게 없다.
 
  슐츠 편집장은 래리 페이지에 대해 “은둔형 인물(페이지)의 사생활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억만장자가 된 후에도 작은 아파트에 살았다. 페라리 같은 고급차를 타지 않고 도요타산(産) 프리우스를 몬다”고 했다.
 
  가끔 청바지 대신 양복을 입고 출근하면 구글러 사이에서 금세 엄청난 만남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돈다. “혹시 대통령이 아닐까?” 하고.
 
  모스크바 태생인 세르게이 브린은 모스크바 대학을 졸업한 유대인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6살 때 워싱턴D.C. 근교 메릴랜드의 작은 도시로 이주했다. 구글에는 브린이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중요 미팅에 참석했다거나 한동안 서커스 곡예를 배웠다는 이야기가 회자한다. 페이지처럼 브린도 청바지 입기를 좋아하고, 발가락이 훤히 보이는 맨발용 스니커즈를 즐겨 신는다. 슐츠는 “직원들이 브린을 제2의 스티브 잡스로 여긴다”고 했다.
 
 
  구글의 슬로건은 ‘사악해지지 말자’
 
구글의 비밀연구소인 ‘구글 X’의 모습이다. 이곳에서 인간 두뇌를 닮은 컴퓨터를 개발하고 생명과학을 연구한다.
  페이지와 브린이 내건 구글의 슬로건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이다. 하지만 인간 상상력을 뛰어넘는 구글의 엄청난 프로젝트를 사람들은 점점 공포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슐츠의 말이다.
 
  “구글은 너무나 강력해져 사람들이 두려워할 정도가 됐어요. 어떤 이유로 구글은 때로 오만하고 주위의 염려를 듣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구글은 확실히 사악하지 않으며(not evil) 이 세상을 더 좋아지게 애쓰고 있어요. 구글은 그 자체로서 선하게 보려 합니다(Google sees itself as good). 하지만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성가시게 여기고 충분히 들으려 하진 않아요.”
 
  독일에서 인터넷 검색엔진의 90%는 구글이 점유하고 있다. 한국은 모바일 운영체제(OS)의 76.7%(한국인터넷진흥원 통계)를 구글이 장악하고 있고 미국도 점유율이 79%에 이른다. 구글이 선점한 온라인 세상은 역사상 무정부주의를 실험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공간이다. 구글은 가상과 현실세계의 중간에 서서 논쟁에 붙잡히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화의 어두운 측면이 구글의 사악함을 방증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김경준 원장은 “1990년대엔 마이크로소프트를 ‘빅 브라더’에 빗대었다”며 “항상 선도자를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했다.
 
  “오늘날 특정기업이 빅 브라더가 되도록 놔두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AI가 인간을 통제한다는 관점도 마찬가지예요. AI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나름 타당하지만 기본적으로 AI 역시 인간이 만든 도구입니다. 200년 전 기계가 처음 나왔을 때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종말론적 경고가 존재했지만 아직까지 경고에 그치고 있어요.”
 
  김택환 위원장은 “구글을 비롯해 애플, IBM, 페이스북, MS, 삼성 등이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며 “전문가들은 초인공지능의 출현이 2060년일 것으로 예언하고 있고 미래학자 레리 커즈와일은 2045년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를 보면 인공지능이 얼마나 빨리 업그레이드되는지 알 수 있어요. 2단의 바둑실력이 5개월 만에 9단으로 도약했어요. 초인공지능은 인류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파멸로 인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테슬러의 일론 머스크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이 인류 최대의 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죠. 또 ‘초인공지능이 인류의 마지막 발명이자 마지막 도전’이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과학기술의 혁신과 산업의 진화를 막을 순 없습니다.”
 
  보통의 기업은 한 해 동안 10%만 성장해도 연말에 두툼한 성과급을 직원에게 안길지 모른다. 구글은 10%가 아니라 ‘10배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라고 독려한다. 이런 구글의 도전을 ‘10 곱하기(×)’ 개념으로 슐츠는 설명한다. “10%보다 10배 향상시키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MS처럼 ‘두 번째’가 되길 원하지 않아”
 
2013년 4월 2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를 방문한 구글 창업자 겸 회장인 래리 페이지와 이재용 사장.
  슐츠 편집장은 “구글 엔지니어들은 ‘실제로 10%를 향상시키기보다 10배를 향상시키는 것이 더 쉬울 때가 많다’고 말한다”며 “‘10 곱하기’를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면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10 곱하기’ 개념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이 1L의 휘발유로 200km를 달릴 수 있는 차를 개발하려 골몰할 때 구글은 1L의 휘발유로 2000km를 주행하는 차량을 개발하려 도전한다. (2014년 프랑스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된 ‘1L카’는 1L 연비로 100km를 주행해 화제가 됐었다.)
 
  이런 도전이 무모할지 모르지만 구글은 현재 저연비 차량을 개발 중이다. 연비를 10배나 줄이려면 기존에 증명된 자동차 기술이나 작동원리를 모두 버려야 한다. 결론은 상상을 뛰어넘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이다. 구글은 자체 개발하지 않는 기술을 다른 회사를 통해 구입하거나 특허권을 사들인다. 축적된 현금만 650억 달러다.
 
  슐츠는 “이 모든 프로젝트, 아이디어, 기업인수, 실험은 하나의 개념 아래 연결돼 있다”며 “그것은 ‘우리의 삶을 인공기계로 채우겠다’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다.
 
  “어마어마한 구글의 자금력에 대해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다른 기업들은 확실히 공포를 느끼고 있어요. 구글은 일종의 스타트업 기업뿐만 아니라 이보다 훨씬 큰 기업들도 쉽게 인수하고 있어요. 구글이 보는 관점에서 어떤 종류의 기술력을 획득하고 있다면 말이죠. 이런 점은 과거 산업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경쟁에서 커다란 이점이 아닐 수 없어요. 구글을 통제하려는 행동(반구글 운동)들은 이해할 만합니다. 구글이 어떤 룰을 깨뜨리지 않는 한, 그들이 다른 기업을 단지 돕는 차원마저 통제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IBM도 마이크로소프트에 추월당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구글에 추월당했다. 앞으로 구글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누구일까. 슐츠의 말이다.
 
  “현재는 애플과 페이스북이 구글의 가장 큰 경쟁자입니다. 그런 관계도 어떻게 변할지 몰라요. 기술 분야의 속도는 훨씬 빠르니까요. 구글은 누군가가 자신을 앞서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두려워합니다. 그들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두 번째’가 되기를 원치 않아요.”
 
  김택환 위원장도 “현재 세계적으로 검색에서 구글의 경쟁상대는 없다. 구글 부사장에게 ‘가까운 미래에 구글의 위협적인 존재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곧 나타날 새로운 창업기업’이라고 답하더라”고 했다.
 
  김경준 원장은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2014년 한 강연에서 가장 위협적인 검색 경쟁자를 아마존으로 꼽았다”며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아마존은 막강한 쇼핑 생태계 외에 킨들(Kindle) 및 자체 스마트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고객행태에 대한 막대한 데이터도 구축하고 있어요.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서버운용에 대한 강력한 노하우도 있고요. 그러나 삼성전자뿐 아니라 구글을 포함한 어떤 기업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만 구글은 현재의 디지털 기술혁명이 확산되는 시기에 안드로이드, 유튜브, 번역기, 자율 주행차, 인공지능 등에서 향후 1세대는 산업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봅니다. 그 이후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구글을 통해 본 한국의 신성장동력
 
장영재 교수.
  한국기업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한국은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같은 IT 기업들을 찬양하기 바쁘다. 그러나 창업은 IT 중심의 스타트업에 그치고 신소재, 바이오, 우주항공 같은 미래산업 분야엔 무관심하다.
 
  카이스트 장영재 교수(산업 및 시스템공학과)는 “왜 구글은 인공지능 연구에 수년간 투자했을까” 반문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던 그 연구에 구글은 과감히 투자했고 마침내 전 세계에 ‘알파고 쇼크’를 일으켰다”며 “이 시점에 구글의 비전과 역량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국내 기업들에 구글의 전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구글을 통해 우리는 엄청난 기술적 혁신이 파괴적으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어요.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미래전략도 수정돼야 합니다.”
 
  — 구글을 통해 한국의 신산업 미래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과거에는 선진국이나 다른 기업을 모방해서 따라가는 식의 목표가 분명했다면 이제는 목표가 무엇인지 매우 모호해졌어요. 어떤 기술이 갑자기 나와 기존 질서를 붕괴해 버리기 때문이죠. 놀랄 만한 혁신제품이나 기술을 만들려면, 과학자나 엔지니어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돌연변이’도 키워야 합니다. 돌연변이가 많을수록 새로 급격하게 바뀌는 세상에 다양한 대안을 찾을 수 있어요.”
 
  — 돌연변이 환경은 어떻게 만들어집니까.
 
  “생산성을 10% 향상시키는 일은 기존 엘리트들이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존 패러다임에서 엘리트들은 절대로 ‘10 배’ 향상은 못합니다. 이걸 할 수 있는 게 돌연변이지요. 돌연변이를 많이 만들고 이들의 생태계를 지원해야 합니다. 통제하고 규제하는 방식으론 불가능해요. 엉뚱한 것을 인정하고 자유를 주면서 엉뚱한 아이디어가 주류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요. 돌연변이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제도권으로 끌어올리고 인위적으로 돌연변이로 키우려는 시도 역시 필요합니다.”
 
  김택환 위원장도 더 늦기 전에 한국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준비하고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한국의 산업 성장전략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모델이었어요. 한국의 산업 패러다임이 이제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요. 새로운 한국의 산업 성장방식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여야 합니다. 한발 앞서 신산업과 신제품을 발굴해야 해요. ‘패스트 팔로어’와 ‘퍼스트 무버’의 융복합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항공우주 분야는 패스트 팔로어로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하고, 정보통신 5G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합니다.”
 
 
  내년 대선, 새로운 정치리더십 필요
 
이세돌 9단이 3월 13일 오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알파고와의 5번기 네 번째 대국에서 승리, 구글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악수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먹거리를 준비해야 할까. 김택환 위원장은 한국의 미래산업 모델로 미국식과 독일식 모델의 융복합을 제안했다. 그의 말이다.
 
  “독일의 미래산업 전략인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에 축적된 노하우를 독일이 취약한 디지털 분야의 기술혁신에 접목하자는 발상입니다. 반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정보통신 기술을 혁신이 약한 제조업에 이식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어요. 새로운 한국의 혁신창조 모델은 ‘미국+독일식’의 융복합을 통해 새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혁신은 생산공정의 혁신, 제품혁신의 형태로 드러난다. 독일의 지멘스가 생산공정의 혁신을 이룬 기업이라면 미국의 애플은 아이폰이란 제품혁신으로 글로벌 기업이 됐다.
 
  김 위원장은 “B2B 혁신모델과 B2C 창조모델의 융복합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펴낸 《21세기 대한민국 국부론》을 통해 “‘인더스트리 5.0’(5차 산업혁명)을 한국이 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산업 인프라가 좋아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제조업에다 IT 강국의 면모까지 갖추고 있어요. 한국인의 DNA는 5차 산업혁명을 잘할 수 있는 문화적 유전자를 지녔어요. 좋은 머리, 스피드, 집단주의, 손재주, 창조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인더스트리 5.0을 그릴 수 있는 아키텍처와 리더십이 부족합니다.”
 
  — 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새로운 교육과 인재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미국과 독일은 이미 교육혁명이 진행 중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인재양성에 들어갔어요. 미국은 과학과 산수, 기술, 엔지니어를 필수 이수과목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과학, 기술, 전산학, 산수를 필수 이수과목으로 하고 있고요. 독일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생이 한 반에서 수업을 같이 하는 ‘융복합 게마인 샤프트’ 수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한국과 같은 중앙통제식 교육부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방정부가 앞서서 개혁을 합니다. 한국은 여전히 암기식으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거리가 멉니다.”
 
  카이스트 장영재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넘어 신성장동력 발굴의 정치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내년 대선에서 새로운 정치지도자상을 제안했다.
 
  “유연하게 사고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필요합니다. 유연하기만 하면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좁고,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면 현재의 패러다임 판을 바꿀 실행력이 없을 것입니다. 새로운 지도자는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 설득력이 있으며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사람, 유연한 사고력을 지닌 사람이 필요합니다.”
 
  김택환 위원장도 같은 생각이다.
 
  “한국과 독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치리더십에 있어요. 건국 이후 독일 총리들은 자기 패거리 정치를 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미국 트럼프도 선거 유세에 단 한명의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을 패거리로 몰고 다니며 유세하지 않아요. 우리 국민은 현재 패러다임 시프트를 요구하고 있어요. 박정희식 발전 패러다임이나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경제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죠. 그럼 누구를 차기 대통령으로 뽑아야 합니까. 현재 거론되는 후보 중에서 준비가 가장 잘된 이가 누구라고 봅니까.”⊙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105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