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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뉴스

내우외환으로 최대 위기에 몰린 신용카드社

‘황금알 낳는 오리’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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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수익 최정점 찍은 뒤 내리막길
⊙ 현대카드 매각설은 튀는 정태영 부회장 때문?
⊙ 카드 사태 때부터 미운털 박힌 삼성카드
  ‘카드업은 현금 수익과 안정된 성장을 보장하는 향후 유망산업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했다. 이제 신용카드사들은 차별화와 세분화한 회원층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해야 한다.’(1997년, 한 증권사 보고서)
 
  VS. ‘카드업계가 위기다. 순익은 3년째 제자리이고, 외부로부터 수수료율 인하 압박이 거세다.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손실이 5000억원에 달할 것이다.’(2015년, 한 증권사의 보고서)
 
  신용카드 업계가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됐던 사업은 고작 20여 년도 되지 않아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모습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카드사의 열악한 수익구조와 불투명한 미래를 두고, 지난해부터 부정적인 투자의견서를 계속 내고 있다.
 
  외부 상황뿐 아니라 카드사 내부 상황도 좋지 않다. 현대차그룹의 자회사인 현대카드는 결국 M&A 할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하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카드는 ‘이재용 호(號)’로의 그룹 재편 과정에서 중간에 어정쩡하게 낀 모양새다. 잘나가던 카드회사들이 그룹 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찬밥 신세가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LG카드 회원 1000만명이던 시절
 
  국내에서 크레디트 카드를 발행한 것은 지난 1967년 신세계백화점이 자사(自社)의 중역들을 대상으로 통장식 신용거래를 하면서다. 이후 조선호텔이 회원들에게 플라스틱 카드(1970년)를 줬고, 미도파백화점이 크레디트 카드 발행(1978년)을 시작했다. 그리고 코리안익스프레스(LG카드의 전신)는 1978년 카드 발행 전문회사를 세웠다. 두 달 뒤에 한국신용카드(삼성그룹이 인수한 위너스카드의 전신)가 카드 발행 전문 회사를 만들었고, 1980년 국민은행이 국민카드를 발급했다. 초창기 이 비즈니스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커졌다. 은행권 카드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은행이 국민카드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이 신용카드업을 주도했습니다. 1982년에는 5개 시중은행의 연합체인 비씨카드를 만들었습니다. 비씨카드의 ‘B’는 Bank(은행)를, ‘C’는 Credit(신용)를 의미하는데 상품을 출시한 직후부터 굉장히 히트를 쳤습니다. 신용카드업이 소위 돈이 되는 사업으로 평가를 받자, 1980년대 중반부터는 LG와 삼성 등 대기업 계열 전문 신용카드사가 등장했습니다.”
 
  ―이때부터 카드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았습니까.
 
  “아닙니다. 1990년대 중반에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인해 기대만큼 사세(社勢)를 확장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업계가 발 빠르게 부실 카드회원 정리 등에 나섰고, 경기가 호전하면서 다시 카드업이 회생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은행권에서 발행한 카드와 대기업이 인수한 카드업체들 간의 대결 구도가 펼쳐집니다. 여기에 씨티은행, 상하이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GE캐피탈 등 외국카드 회사가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00년 즈음에는 유망산업으로 꼽았던데요.
 
  “IMF를 겪으면서 소위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때였습니다. 덩달아 신용카드업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죠. 신용카드사들은 2000년을 전후해 양적 확대 위주의 성장전략을 폈습니다. 소비자들의 최종 소비지출에서 신용판매 서비스 규모가 12%대(1997년)에서 75%대(2002년)까지 치솟았을 정도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이가 없는 수치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수준이 아니라, 하루 자고 일어나면 매출이 늘어나던 시절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양적 확대에 목을 맸나요. 카드사들의 과대 경쟁 때문이었나요.
 
  “신용카드 산업이 가맹점 공동망, 인프라 확보 등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갑니다. 신용카드 회사가 안정적으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 이상의 회원 확보가 필수죠. 신용카드 회사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고, 주유 금액을 할인해 주고, 일종의 ‘무료 서비스’ 경쟁을 벌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외형은 커져 갔지만, 수익구조가 악화돼 속은 곪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즈음 LG카드(현 신한카드)는 대한민국 카드회사 중 최초로 1000만명의 고객(2002년)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제외한 경제활동 인구 셋 중 한 명은 LG카드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던 ‘대학생’들에게 카드를 남발하던 시대였다.
 
 
  ‘삼성카드 매각설’의 단초를 제공한 2003년 삼성카드 사태
 
초창기 카드회사들은 현금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 했다.
  신용카드의 매출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지불하는 수수료와 대출 서비스를 통한 이자수입이다. 대다수의 신용카드 회사는 이 당시에 수수료보다는 대출 서비스를 통한 매출 일으키기에 골몰했다. 전직 LG카드 관계자의 얘기다.
 
  “신용카드 회원들을 모았다면 이제는 그들이 카드를 쓰게 만들어서 회사의 매출을 일으켜야 할 것 아닙니까. 당시 가맹점 수수료가 2% 정도였는데, 신용카드 회사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이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카드사의 대출 서비스를 선호했습니다. 당시 신용카드 회사들이 가장 선호한 것이 ‘현금 서비스’였습니다. 현금 서비스 이자율은 18~25% 정도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고객들의 현금 서비스 한도를 늘리면서 이 상품을 쓸 것을 권유했습니다. 이것이 향후 카드 사태로 이어지는 불씨를 제공하게 되죠.”
 
  당시 신문 보도를 보면, 신용카드 회사들의 연체율은 2.5%(2001년 말)에서 10%대(2002년 2월)까지 치솟았다. 또 신용카드사에 부실 채권(연체)이 늘어나면서 회사의 대손비용(금융기관이 대출 이후 예상되는 상환 불이행에 대비해 미리 적립금을 쌓아놓는 것)은 2조3000억원(2001년 말)에서 7조3000억원(2002년 말)으로 급증했다.
 
  ‘황금알’을 낳을 것 같았던 카드회사가 골칫거리가 된 것은 ‘LG카드 사태’ 때였다.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과 과다경쟁에 대해 계속 권고조치를 했고, 결국 ‘신용카드 종합대책’(2002년 5월)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의 대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편법적인 방법으로 카드 발급을 이어갔다. 결국 가입 고객 숫자로 카드사 1위였던 LG카드는 신용불량자 급증, 이로 인한 연체대금으로 회사의 현금 유동성 부족, 연체대금이 쌓이면서 부도 위기로 치달았다. LG그룹이 일정 부분의 손실을 책임지기로 함에 따라 회사는 부도를 간신히 면했다. 이로 인해 LG는 카드와 증권업 등 모든 금융권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이즈음, 오늘날 카드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삼성카드 매각’과 ‘현대카드 매각’의 단초가 불거졌다. 호시탐탐 국내 진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던 GE캐피탈은 현대차그룹과의 합작 차원에서 현대캐피탈(전체 지분의 43.3%)과 현대카드(43%)를 투자했다. 오늘날 ‘현대카드 매각’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는, 지난 2014년이 GE캐피탈이 투자금을 회수키로 한 시한이기 때문이다. GE캐피탈이 투자금을 빼려면 누군가가 GE의 지분을 사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현대차가 카드회사를 포기한다, 만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삼성카드 매각설’ 역시 마찬가지다. LG카드와 마찬가지로 삼성카드 역시 자금난에 시달렸다. 삼성그룹이 내놓은 해결책은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을 합병한 뒤에 계열사가 1조원의 증자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카드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삼성생명이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이유만으로 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일부 시민연대는 카드사업과 전혀 연관이 없는 보험회사가 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보험회사 가입자의 돈을 유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반발했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자동차 사업 실패 이후에 ‘두 번째’ 경영 실패작이 됐다. 그룹 내에서 카드에 대한 ‘미운털’이 이때부터 박힌 셈이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체크카드 등장·핀테크 등 외부 악재
 
서울YMCA 대학생 소비자행동단 소속 회원들이 2002년 5월 신용카드사의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어찌됐든 지난 2003년의 카드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카드업계는 실적 개선을 거듭하며 2010년 이후 사상 초유의 호황을 누리게 된다.
 
  지난 2010년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민간 소비지출 중 신용카드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52%를 넘었다. 카드 결제 비중은 5.6%(1990년)에서 24.9%(2000년), 45.7%(2002년) 수준이었다. 지난 2011년 9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상반기에만 총 4조957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8.6% 오른 수치다. S카드 관계자의 얘기다.
 
  “카드 사태 이후에 주춤했던 사용률이 불과 3년 만에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당시 정부가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폈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액에 따라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도 했습니다. 카드회사들이 구매 금액에 따른 포인트 적립, 할인 서비스 등 혜택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들 역시 현금보다 카드를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사상 최고의 실적은 어느새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로 말입니까.
 
  “카드사가 축포를 올리고 있을 무렵 카드사의 실적이라는 것은 결국 서민 주머니에서 뺏은 돈이 아니냐는 식(式)의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카드를 사용할 때 지불하는 수수료율이 과하다, 재벌그룹들이 서민들에게 현금 서비스를 하고 이자를 받는 ‘합법적’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기조가 친(親)서민, 대형마트보다는 재래시장 활성화 제고 등으로 기틀을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카드사 수수료율 인하 얘기가 나왔습니다.”
 
  카드회사로서는 부정적인 외부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수수료율 인하에 나섰고, 신용카드 이외에 체크카드, 선불카드가 새로운 지불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휴대폰을 매개로 한 차세대 지불 방법이 나오면서, 신용카드업에 대한 전망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문제는 외부 환경이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카드회사 내부적으로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정태영 부회장이 주주인 회사가 현대카드 주식 장외 매수
 
카드사들이 정유사들과 제휴, 할인경쟁을 벌이던 모습.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카드는 신용카드 업계의 신흥 강자였다. 그 중심에는 정몽구(鄭夢九) 현대차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있었다. 정 부회장은 시장 점유율 1.7%(2004년)였던 현대카드를 12%대(2015년)로 끌어올렸다. 현대카드가 출범할 때 주주는 현대차(56.9%)·기아차(20.7%)·INI스틸(9.8%) 등이었다. 이후 GE캐피탈이 여기에 투자하면서, 현대카드 주주는 현대차(33.26%)·기아차(12.12%)·GE캐피탈(43%·2005년 말 기준)이 됐다. GE캐피탈이 투자하기로 한 시점은 지난 2014년까지였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은 투자 기간 만료일이 되자 GE 측에 ‘현대캐피탈 지분만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카드 지분은 인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업계에서는 GE캐피탈의 현대카드 지분(43%)을 누가 살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A를 주로 하는 인베스트먼트 회사 관계자의 얘기다.
 
  “현대카드의 GE캐피탈 지분을 탐내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회사를 인수하는 것의 핵심은 경영권 확보인데, 현대카드는 전혀 그럴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현대카드의 GE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나머지는 전부 현대차그룹이 갖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가 없습니다.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고는, GE캐피탈이 했듯이 배당금을 챙기는 것뿐입니다. 카드회사의 실적이 부진하고,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대카드의 배당금만을 바라보며 거액을 투자할 곳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현대카드 매각 얘기가 나온 겁니다.”
 
  ―매각하면 상황이 다릅니까.
 
  “가령 현대카드의 GE캐피탈 지분과 현대차그룹 측에서 일정 지분을 넘겨받아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얘기는 다릅니다.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현대카드의 가치는 약한 겁니다.”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캡처.
  이렇게 해서 현대자동차 측의 현대카드 매각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현대카드 측은 발끈하고 나섰다. 정태영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최고 경영자가 회사 일을 개인 공간에 적나라하게 적은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정 부회장의 글이다.
 
  〈우리 회사에 관한 추측성 기사가 나와도 반응을 안 하는 것이 원칙이다. 얼마 전부터 현대카드가 국내 기업 두 곳과 투자 논의를 한다는 신기한 기사가 돌더니 기정 사실화되고 이제는 심지어 매각이 난항에 부딪혔다는 기사까지^^ (중략) 기업 내부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추측을 할 수 있지만 시작도 안 한 일을 두고 어떻게 스토리가 이렇게까지 발전을 할까?〉
 
  하지만 정 부회장의 이런 비꼬는 글과 달리, 실제로 현대카드의 매각은 논의가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세 경영인 A씨와 B씨가 지난해 가을, 한 골프장에서 만났다. 금융업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는 B씨는 단도직입적으로 A씨에게 ‘현대카드’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둘 사이의 대화에서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한 모종의 얘기가 오갔지만, 결국 지난해 연말에 딜은 불발되고 말았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카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오너 일가와 다른 돌출행동형 활동을 하는 정태영 부회장을 꼽는 분위기다. 지난 2009년 5월까지 심플한 주주 구성이었던 현대카드는 2009년 6월에 변화가 생긴다. 현대커머셜이라는 회사가 현대카드 주식 5.54%를 장외에서 매수한 것이다. 그런데 이 현대커머셜의 주주는 정태영 부회장(10%)과 그의 부인인 정명이씨(20%)다. 정태영 부회장의 입장에서 보자면, 오너 일가의 자격으로 현대카드 경영(2004년)을 맡은 지 5년 만에 주주(현대커머셜을 통한 투자)이자 오너 일가로 현대카드를 맡게 된 셈이다. H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주식 한 주 없이 오너 일가의 자격으로 회사를 경영할 때와 주식을 가진 이후에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있다. 외부로의 노출을 꺼리는 현대가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태영 부회장이 야심 차게 인수한 현대라이프(보험회사)의 지속적인 부진은 현대카드를 성공시킨 그의 능력에 스크래치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카드는 그룹 내 매각 1순위
 
  삼성카드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카드 매각설이 나오자,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직접 사내방송에 출연해 “여러 차례 인터뷰와 증권거래소 공시 등을 통해 밝혔듯이 매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카드의 주주는 삼성전자(37.45%)와 삼성생명보험(34.41%)이다. 삼성카드 매각은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주식을 다른 곳으로 넘긴다는 얘기다. 원 사장이 직접 부인을 했지만, 삼성카드가 한때나마 매물로 나온 것만은 분명하다. M&A 업무를 하는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전량 매각이 암암리에 돌았습니다. 삼성 측은 국내보다는 해외업체에 지분을 넘기고 싶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우여곡절을 거치며 삼성카드 매각설이 잠잠해진 상태이지만, 언제든 불거질 소지가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삼성은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복잡한 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 데 반해, 삼성카드의 구성은 매우 간단합니다. 삼성카드의 주주는 전자와 생명이고, 또 삼성카드가 투자한 계열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일기획(3%), 호텔신라(1.3%), 에스원(1.9%) 등인데, 이는 삼성그룹 전체 구조에서 봤을 때 의미없는 연결고리라 봐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그룹 차원에서 ‘현금을 확보하라’는 미션이 떨어지면 항상 제 1순위로 거론되는 곳이 삼성카드입니다.”
 
  더구나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는 가운데,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찌감치 그룹의 기조를 ‘선택과 집중’으로 잡았다. 이 부회장은 최근 방산과 화학을 한화와 롯데그룹에 매각해 현금을 챙겼고, 삼성의 랜드마크 격인 태평로 사옥도 부영그룹에 팔아치웠다. 삼성카드로서는 그룹의 재편 과정에서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애매한 위치에 낄 수밖에 없는 셈이다. H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요즘 삼성그룹이 무서울 정도로 현금을 모으고 있다. 타사에서 삼성이 사상 유례없는 빅딜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돈다”며 “삼성카드로서는 내적, 외적 환경이 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한다고는 하지만, 황금알을 낳는다는 카드회사들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 기간은 너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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