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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뉴스

SK· 롯데· 대한항공 사태로 본 오너 리스크

리스크 노출 자체보다 그로 인한 후폭풍이 문제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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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은 경영권 다툼과 3세 리스크… 공정위·금감원 압박으로 귀결
⊙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주식 매도하는 것이 가장 우려스러워”(기획조정실 임원)
⊙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오너 전횡 막아야
  최태원(崔泰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29일, 내연녀와 혼외자의 존재를 밝혔다. 최 회장은 《세계일보》에 보낸 편지에서 “개인적인 치부지만 결자해지하려 한다. 우선 노소영 관장(부인)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 또 적어도 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혼외자)와 아이 엄마(내연녀)를 책임지려고 한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 이혼하고, 내연녀와 재혼하겠다는 얘기다. 최 회장의 난데없는 ‘고백’에 당황한 이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주식시장의 한 토크방은 난리가 났다. ‘SK를 왜 샀는지 후회가… 8년째 보유ㅠ’(kb95xxxx), ‘반띵하고 흑기사 구하여 SK접수하자’(yichxxxx), ‘집구석 꼬라지 보니 부도난다. 빨리 매도’(hysuxxxx), ‘노 관장이 이혼하면 폭망(폭삭 망함)인가. 이혼이든 아니든 기업 이미지, 대주주 지분 악재인 듯… 어디까지 하락할는지가 문제’(rptdxxxx) 등의 글이 달렸다.
 
  최태원 회장이 편지를 공개하기 전 25만4000원(12월 28일)이었던 SK의 주가는 편지 공개 후 25만500원(12월 29일)으로 떨어졌다. 주력사인 SK텔레콤은 하루 만에 주가가 23만원에서 21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964.06에서 1966.31로 반등했다. SK 관련주들은 이후 하향세로 돌아섰다. SK는 지난 1월 4일 52주 만에 최저가인 23만4500원, SK텔레콤은 20만3500원(1월 7일)으로 장 마감됐다. SK텔레콤의 실적 부진이 주가가 떨어지는 데 영향을 줬지만, ‘최태원 회장의 편지’ 사건 또한 주가 하락에 한 몫을 했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어 보인다.
 
 
  “단순히 개인 문제로 보기 어려워”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얘기다.
 
  “기업들은 여러 경영 관리를 합니다. 재무 부문에서 현금 유동성 관리, 환율 리스크 관리 등을 한다면, 비(非)재무 부문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오너 리스크 관리입니다. 오너 리스크는 국내에서는 창업자 일가의 후손들을 주로 지칭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CEO 리스크의 일종입니다.”
 
  ―오너 리스크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까요.
 
  “굉장한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끼치는 것보다 기업의 장기적 비전,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흔히 말하는 재벌 경영에서 오너 리스크는 회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일로 봅니다.”
 
  ―최태원 회장의 편지 공개 파문도 해당될까요.
 
  “CEO 리스크에는 오너 경영진의 개인 비리나 신변문제, 경영승계 및 후계구도, 후계자 교육 등 많은 것을 포함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단순 개인의 문제였다고만 보기 어렵습니다.”
 
  최태원 회장의 편지 공개 이후 세간의 관심은 재산분할에 쏠렸다. ‘4조원대의 재산을 어떻게 분리할까’가 핵심이었다. 최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관장이 ‘이혼불가’의 뜻을 밝히면서 현재 재산분할에 대한 관심은 잠잠해진 상태다.
 
  최 회장의 편지 공개 파문 후 일주일 뒤쯤, 이번에는 ‘이 기회를 이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1월 7일 “최근 오너의 사생활과 관련된 불확실성 등으로 주가가 정체됐지만 펀더멘털로 회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현 시점은 매수 기회이고,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베스트증권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SK 관련주를 샀다가 단기간에 금전적 손실을 봐서 주식 토크방에 글을 남기는 ‘개미’들이나,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사람들이나 이래저래 SK의 오너 리스크와 직간접으로 엮인 셈이다.
 
 
  오너 리스크와 주가, 관계 ‘없다’ VS. ‘있다’
 
  오너 리스크. 말 자체가 모호한 만큼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동부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오너 리스크와 주가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그룹의 지배구조가 주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봅니다. 이보다는 금리변동, 주식 수급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오너 리스크가 주가에 별 영향이 없다는 거군요.
 
  “주가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가 훨씬 많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오너 리스크가 어떤 식으로든 터진 뒤에 짧은 시간 동안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결국은 다 회복되거나 시장에서 잊힙니다. 저는 거의 관련이 없다고까지 생각합니다.”
 
  ―관련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요.
 
  “오너 리스크로 인해 회사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주고, 실제로 불매운동 등이 일어나서 해당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다고 보죠. 그래서 회사의 매출이 하락해 주가가 떨어졌다면 결국 오너 리스크가 큰 악재가 됐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서 정말 그 회사의 시장 점유율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습니다.”
 
  강형철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경영학과 교수의 의견은 다르다.
 
  “오너 리스크는 기업 고유의 위험입니다. 재무론에서 위험은 ‘시장 위험’과 ‘기업 고유의 위험’으로 구분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시장 위험’만이 가격 결정에 영향을 끼칩니다. 오너 리스크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론적인 얘기란 소리군요.
 
  “이 이론은 투자자가 충분히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성립됩니다. 모든 투자자가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게 되면 투자자는 기업 고유의 위험을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충분히 분산투자를 하지 않고 있고, 개별 기업 입장에서 봐도 오너 리스크는 중요한 위험 요인입니다.”
 
  ―오너 리스크보다 시장 수급이 훨씬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있습니다만.
 
  “SK의 실적이 좋아서 오너 리스크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해석입니다. 최태원 회장의 편지 공개 후에 SK그룹의 시가총액이 2조원 넘게 빠진 점, 또 2000년대 초반 SK글로벌 분식 회계 당시 주가가 반토막 났던 것은 오너 리스크가 중요하다는 방증입니다.”
 
 
  롯데사태 후 공정위·금감원 압박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8월 11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취재에 응한 경제학자, 경영학 교수, 증권사 애널리스트, 경제연구소 연구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너 리스크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번처럼 지극히 개인사로 인한 리스크는 극히 드문 케이스다. 최정표(崔廷杓) 건국대 상경대 경상학부 교수는 “사생활을 공개해 오너 리스크를 유발하는 경우는 몹시 드물다”고 말했다. 3세 경영인으로 주식 투자를 활발하게 하는 K대표는 “개인사로 인해 그룹의 주가가 잠시든 장시적으로든 요동치고, 그룹 지배구조가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을 최 회장이 몰랐을 리 없다. 왜 그런 리스크를 스스로 공개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취재에 응한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하면 가장 빈번한 오너 리스크는 ‘경영권 분쟁’과 ‘3세 리스크’다. 임석준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의 얘기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오너 리스크의 전형입니다. 장남과 차남의 치열한 경영권 승계 대결에 친인척이 끼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창업주인 아버지를 강제 퇴진시키고 치매 노인으로 몰고가는 ‘막장 드라마’로 발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광윤사’가 자본금 2억원 남짓한 정체불명의 회사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형제들의 다툼 과정에서 불거진 여타의 일들이 그룹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겁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후계자들끼리 경영권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며 소비자들이 롯데로부터 발을 돌렸고, 기업의 신용도에 타격을 줬습니다. 향후 자금 조달이나 투자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롯데 직원들의 줄서기 역시 확인됐습니다. 사장단이 회의를 통해 특정 후계를 지지하는 등 기업 경영과 관계없는 일들이 낱낱이 밝혀진 겁니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은 CEO와 이사회라는 양대 축으로 운영되는 것이 정상적이다. 하지만 롯데사태로 인해 (공공연하지만) 회사를 ‘가족회의’라는 비공식적인 기구를 통해 운영한다는 것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이것이 바로 오너 리스크”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의 ‘가족’간의 싸움이 외부에 알려지자마자 정부가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국세청은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물론 국세청의 공식 입장은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최대 주주로 있는 계열사 4곳에 대해 재무 현황 등의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기간 동안 그룹 관련 주식은 하락했다. 240만원대를 기록했던 롯데칠성(2015년 7월 16일)은 한 달 만에 주가가 205만원대로 떨어졌다.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동안 28만원대에서 24만원대로, 롯데하이마트는 6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롯데푸드는 90만원대에서 80만원대로 떨어졌다.
 
  효성그룹도 지난 2013년에 장남인 조현준씨와 차남 조현문씨의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차남은 자신이 보유 중이던 주식을 전량 팔아치웠고,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친형인 조현준씨를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최태원 회장의 편지 공개 역시 결국 금융감독원의 조사로 귀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14일, 최 회장의 내연녀 김모씨의 아파트 매매와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김씨와 SK그룹의 싱가포르 계열사가 국내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외국환거래법상 신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호재 있었는데 ‘땅콩회항’으로 주가 정체됐던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조선일보
  전형적인 오너 리스크 중 하나는 3세 리스크다. 임석준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의 얘기다.
 
  “오너 리스크는 창업주보다 후대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창업주와 후계자는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그 유전자가 창업주에게는 책임감으로, 후계자에게는 특권 의식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후계자들은 입사 후에 고속 승진을 통해 ‘미생’들은 평생을 바쳐도 도달하기 어려운 자리까지 쉽게 오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은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최상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경영 귀재’라는 자만과 특권 의식에 빠지기 쉽습니다. 심각한 오너 리스크입니다.”
 
  강형철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경영학과 교수의 의견도 비슷하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조차 설립자가 CEO인 경우 성과가 우수하지만, 후손으로 넘어오면 기업가치가 하락한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후손들은 당연히 경영권이 자신에게 넘어올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경쟁을 할 리도 없고 노력도 게을리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이끌어가야 할 기업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변화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경영권은 물려받았지만, 그룹을 이끌어가기에 역량이 부족한 겁니다. 능력이 부족한 후대 오너가 경영하는 것 자체가 오너 리스크입니다.”
 
  취재원들은 ‘3세 리스크’의 전형으로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을 꼽았다.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 4만2000원대였던 대한항공(2014년 12월 5일)의 주가는 파문 직후에 4만6000원대(12월 12일)로 오히려 올랐다. 한진은 같은 기간 동안 5만2500원에서 5만200원으로 마감했다. ‘오너 3세가 사고를 쳤는데 주가에 변동이 없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항공주를 분석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당시 항공 유가(油價)가 전 세계적으로 27% 정도 떨어졌다. 이런 호재로 기업분석팀에서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을 상향조정하는 리포트를 냈다. 그런 와중에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이 터졌다. 만일 사건이 아니었다면, 주가가 20~30% 정도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3세 경영인의 경솔한 행동이 ‘향후 그룹의 주가 상승폭’에 악재가 된 것이다.
 
  이른바 ‘땅콩회항’과 관련해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최정호(崔正鎬) 서강대 경영학부 경영학과 교수의 얘기다.
 
  “‘땅콩회항’ 사건은 오너 3세의 특권 의식뿐 아니라, 회사의 대응 체계가 부실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대한항공은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회사 임원진이 오히려 이를 덮으려 했다는 것 등이 공개됐습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땅콩회항’ 자체보다 그에 대한 허술하고 안이한 반응을 보이는 회사에 실망을 한 겁니다. ‘저런 리스크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회사가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느냐’는 식(式)으로 비친 겁니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얘기를 했다.
 
  “2014년 연말에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해 제시했습니다. 내용 중에 촘촘한 ‘CEO 승계계획’을 마련해 CEO 리스크를 차단한다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누가, 언제, 어떤 절차, 방식으로 CEO를 선임할지, CEO 후보군 관리 등 말입니다. 물론 금융회사가 일반 회사보다 더 리스키해서 타이트한 모범 기준이 필요하지만, 일반 기업도 CEO 리스크 관리 주체에 대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포브스》, 롯데 경영권 분쟁 기사화
 
  사생활이든, 경영권 분쟁이든, 3세 경영인의 경거망동한 행동이든, 오너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한다. 10대 그룹 기획조정실의 한 임원은 보다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오너 리스크가 두려운 이유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몰고오는 파장 때문입니다. 가령 최태원 회장이 부적절한 사생활을 까발렸다고 해서 그 자체로 ‘꼴 보기 싫어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롯데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롯데 2세들끼리 싸우는 꼴을 보기 싫으니까, 롯데에서 물건을 안 사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오너의 사생활, 사회적 이미지가 어떻게 변하느냐는 관심거리가 아닙니다. 여론에서 도덕성을 운운하며 책임론을 내밀지만, 이 역시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입니다. ‘개미’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이죠. 오너 리스크의 후폭풍으로 금감원 조사가 이뤄져 이를 경영 리스크로 판단해 기관투자자들이 돈을 뺀다거나 외국인들이 경영다툼을 지배구조 변화로 연결시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가장 걱정됩니다.”
 
  해외 언론들의 따가운 시선은 실제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8월 7일자에서 ‘Power Struggle at Korean Firm Lotte Shows Perils of Succession(한국 롯데그룹의 권력 암투는 경영승계의 위험성을 보여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내용 중 일부다.
 
  〈The Lotte clash is the latest example of the family-succession battles roiling many of the corporations that grew into regional and global giants as the region rebounded following the end of World War II(세계 2차 대전 종전 이후에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세계적인 그룹으로 큰 많은 대기업이 경영권 세습 전쟁에 휘말리고 있으며, 이번 롯데그룹 사태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Of the country’s 40 big family-controlled conglomerates, 18 have had succession disputes, according to Chaebul.com, a website that monitors the businesses. One of the highest-profile battles splintered the Hyundai Group into three parts in the early 2000s, as sons of the founder sparred for control(재벌닷컴에 따르면, 한국의 40여 개의 오너 경영의 재벌 그룹 중 18개 그룹이 경영승계 불화에 시달렸다. 가장 치열했던 전쟁은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현대그룹이 3개 부문으로 쪼개지는 것이었다.…)〉
 
  《포브스》는 지난해 7월 29일 ‘Billionaire Family Fued(억만장자 가족의 불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Billionaire succession battles are nothing new but the latest feud surrounding one of South Korea’s top ten conglomerates is striking(억만장자 소송승계 전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없지만, 한국의 10대 재벌그룹을 둘러싼 최근의 불화는 눈에 띈다)’라고 비꼬아 보도했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얘기다.
 
  “물론 오너들이 자신의 사생활 파문을 누를 만큼 경영을 잘하고, 회사가 시스템에 의해서 잘 굴러가서 돈을 잘 번다고 하면 그 정도의 오너 리스크는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황제경영을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오너가 사생활로 인해 지탄을 받으면 경영자가 일하기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경영 능력이 발휘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너 리스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기관투자자가 적극 나서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적극적 의결권을 행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논의 중이다.
  오너 리스크 자체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반응이 가장 신경쓰인다는 내용과 맞닿아 있는 선에서,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주장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을 수탁하고 운용하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자의 행동 강령이다. 지난 2010년 영국이 제일 먼저 도입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의 얘기다.
 
  “결국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상장회사의 주식을 가진)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절대적으로 행사해야 합니다. 영국과 일본이 이를 도입한 후에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사외이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차례 얘기가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 아닙니까.
 
  “황제경영을 하는 재벌 총수 앞에서 직원이 휘슬을 불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외이사가 오너를 위한 장식기구로 전락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두 명의 사외이사라도 제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합니다. 용돈벌이로 전락한 사외이사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이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너 리스크는 국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는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을 하지만, 3세들의 경영 능력 부족 탓이기도 합니다. 가진 돈으로 제대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혹시 까먹을까 두려워서 투자하기를 주저합니다. 창업주에서 2세로,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경영 능력을 검증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의결권 확보(주식)를 통해서 기업을 물려줘야 하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 주식을 증여하면 세금이 너무 많이 드니까, 결국 비자금으로 해결하는 일이 잦습니다. 물론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재벌의 비자금, 경영세습 문제가 자주 드러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선진국 중에서 세습 경영을 하는 곳이 영국 정도인데, 오늘날 영국의 경제 상황을 보십시오. 오너 리스크가 국가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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