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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담뱃값 인상 이후의 KT&G

국내판매보다 수출이 더 많은 元年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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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G는 담배시장 개방국가 중 시장점유율이 60%가 넘는 유일한 로컬기업
⊙ 덩치 큰 포스코, KT와 대비되는 ‘알짜’ 민영화… 영업이익 100% 증가
⊙ 갑작스런 민영진 사장 퇴진… 낙하산 소문에 勞組 발끈
  롱런하던 KT&G 민영진(閔泳珍) 사장이 7월 말 갑자기 퇴임했다. 비자금 조성 의혹이 터져 나왔다. 민 사장은 국내시장 방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본인의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해 퇴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현재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따지고 보면, KT&G는 민영화 이후 각종 악재, 구설과 싸워야 했다. 2013년에는 국세청 기획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흡연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해를 넘겨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올 초 담뱃값이 한 갑(匣)당 2000원씩 오르는 바람에 내수(內需)시장이 출렁, 재차 위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반년이 지났다.
 
  KT&G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위기를 헤쳐가고 있을까. KT&G 오치범(吳治範) 마케팅본부장에게 물어보니 예상대로 “올 상반기 국내 담배 판매량이 177억 개비로 전년 동기 대비 32.0%가 줄었다”고 한다.
 
  오 본부장은 그러나 뜻밖의 말을 했다. “그런데 최근 KT&G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뜻 이해가 안 됐다. KT&G 주가는 8월 3일 현재 사상 최고가인 11만5000원을 찍었다. 연초 대비 47%가 올랐다. 8월 10일 현재 11만1000원으로 소폭 하락한 상태다.
 
  —어떻게 된 겁니까.
 
  오 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시장개방 이후 성공적으로 국내시장을 방어하고 있고, 내수를 넘어 수출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올 2분기만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3%나 증가했고 올 상반기만 따졌을 때 116년의 KT&G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판매량이 국내 물량을 상회했습니다.”
 
  처음으로 수출이 내수를 앞질렀다는 얘기다. KT&G는 이 실적에 무척 고무돼 있다. 오 본부장은 “올해는 회사 운명을 바꿀 역사적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KT&G는 오래전부터 웰빙트렌드 등으로 내수 담배시장이 움츠러들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왔고, 2000년대 들어 수출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올 2분기만 해도 담배 수출은 모두 109억 개비(181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물량 기준으로 43.8%, 금액 기준으로 53.2%가 증가했다. 올 상반기를 통틀어 해외판매(수출과 해외법인) 수량은 229억 개비. 사상 최초로 국내 판매량(177억 개비)을 넘어섰다.
 
  이창효(李昌孝) 전략기획실장은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한 해외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말이다.
 
  “흡연인구 감소와 정부규제로 현재 국내 담배사업이 정체를 보이고 있지만 해법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있다고 생각해요. 또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 비(非)담배 사업 부문에 대한 과감한 ‘성장투자’도 활성화시킬 계획입니다. 그룹 자회사들의 자산(資産)인 신성장 동력을 조기에 가동시켜 균형 있는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각오예요.”
 

 
  中東·인도네시아, 그리고 중국·러시아 시장
 
2010년 KT&G 러시아 공장 준공식 모습. 러시아 공장은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200km 떨어진 칼루가주(州)에 위치하고 있다.
  KT&G는 1988년 국내 소재 무역상사를 통한 간접수출 방식으로 해외사업을 시작했다. 첫 수출국가는 쿠웨이트. 담배는 ‘솔’과 ‘은하수’였다고 한다. 현재 해외 담배시장 개척의 효자상품은 ‘에쎄(ESSE)’다. 2001년 600만 개비를 처음 수출한 이래 평균 200억 개비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2012년에는 최고 260억 개비를 팔았다. 작년까지 에쎄의 해외 누적 판매량은 1603억 개비. 길이로 환산하면 지구 400바퀴를 돌 수 있고, 달과 지구 사이를 21번 왕복할 수 있다.
 
  방경만(方景萬) 글로벌본부장(CIC)은 “품질 경쟁력에선 글로벌 메이저사와 동등한 수준”이라며 “KT&G의 수출 급성장은 하루 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처음엔 경쟁사들이 외면했던 중동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넓혔어요. 중동시장은 정치·경제·치안 등이 불안정해 외국 기업이 손쉽게 사업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죠. 미국, 영국 등 다국적 메이저사도 꺼려한 중동을 한국인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공략해 지금의 시장을 일궈냈어요.”
 
KT&G는 지난 3월 시가잎을 함유한 길이 100mm 슈퍼슬림 담배인 ‘보헴시가 슬림핏(BOHEM CIGAR slim fit)’을 출시했다. 남미산 시가잎을 20% 함유한 저타르 담배다.
  —현재 수출 대상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국가는 어딘가요?
 
  “특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역점국가로 인도네시아를 예로 들 수 있어요. 인도네시아는 담배시장 규모가 한국보다 약 3배 정도로 크며, 경제성장 및 시장개방으로 궐련담배 총수요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해요. 중동·아프리카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류 영향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높다는 점도 우호적 요인입니다.”
 
  KT&G는 2011년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 3000명 수준의 6위 기업을 인수했고 현지 법인을 설립,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향후 주목할 국가는 어딘가요?
 
  “중국이라 생각해요. 중국은 총수요 2조5000억 개비로 전 세계 수요의 46% 이상을 차지하는, 단일국가로 가장 큰 시장입니다. 현재 중국시장은 완전히 개방된 것은 아니지만, 13억 인구의 소비력 및 젊은층의 구매력을 감안하면 담배시장을 둘러싸고 향후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으로 전망해요. 중국시장 개방을 대비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해 나가고 있고, KT&G의 강점인 초슬림 제품 기술교류 등의 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는 러시아 시장 얘기를 덧붙였다. “러시아 공장 설립 이후 슈퍼슬림 담배 수요가 크게 늘어났고 신탄진 공장을 증축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슈퍼슬림 담배공장이 됐다”고 했다. 1996년 1대의 기계로 에쎄를 처음 생산한 것과 비교해 비약적인 변화다. 러시아는 세계 2위 규모의 담배시장이다. 연간 4000억 개비가 소비된다. 에쎄는 러시아 초슬림 담배시장 점유율이 10%를 상회하고 있다.
 

 
KT&G의 적정 株價
 
14만원? 15만원?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8월 10일 KT&G에 대해 3분기에도 호실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주가를 기존 12만6000원에서 13만7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투자의견 역시 ‘매수’를 유지했다.
 
  KT&G의 올 3분기 연결 매출액은 1조1200억원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1.2%가 늘어난 수치. 영업이익은 3227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하반기 들어 경쟁사(PMI, BAT 등)들의 주력 제품 가격 인상이 있을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KT&G의 국내 점유율이 62~6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지난 7월 24일 KT&G 목표주가를 기존 11만5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KT&G를 하반기 ‘톱 피크(Top Pick)’ 종목으로 추천했다.
 
  한투증권 이경주 연구원은 “안정적 내수를 넘어 수출이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이 투자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경만(方景萬) 글로벌본부장(CIC)은 “담배시장 개방국가 중 점유율 60%를 유지한 로컬기업은 KT&G가 유일하다”며 “프랑스, 타이완 같은 국가들도 시장개방 후 다국적 기업들에 잠식당했으며, 터키・인도네시아 등에서는 로컬기업 자체가 사라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KT&G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004년 77.3%에 이르렀다가 2010년 59%까지 떨어진 후 2012년 62%, 2013년 61.7%, 2014년 62.3%로 61~62%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KT&G의 서로 다른 표정
 
러시아 공항면세점에 설치한 에쎄 광고판. 에쎄는 러시아 초슬림 담배시장 점유율 10%를 상회하고 있다.
  다시 시야를 국내로 돌려보자. 담배에 붙은 세금이 올라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껑충 뛰어올라 올 상반기 국내 담배 판매량은 작년보다 32%나 줄었다.
 
  반대로 담배 세수(稅收)는 1조2100억원이 늘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담배 판매로 거둬들인 세금은 4조3700억원. 작년 상반기(3조1600억원)보다 1조2100억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담배소비 감소로 흡연율은 줄고 세수는 늘어나 정부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KT&G의 미세한 표정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국내 담배 판매량 감소폭은 1분기 41.4%에서 2분기 23.8%로 완화됐다. 담배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감소폭 둔화 이유는 뭘까.
 
  담뱃값 인상으로 연초 늘어났던 금연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상반기를 지나며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연 실패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 여기다 KT&G를 비롯한 담배업체들이 출시한 ‘신상’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오치범 본부장은 “향후 총수요 변화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회사는 전략 브랜드와 신제품의 론칭으로 시장점유율 방어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KT&G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시가 잎을 함유한 길이 10㎜ 슈퍼슬림 담배인 ‘보헴시가 슬림핏’을 출시했다. 4~7월 사이 ‘더원 체인지 립톡’ ‘레종 아이스팟’과 ‘레종 썬 프레쏘’, 여기다 ‘토니노 람보르기니 아이스볼트GT’ 등 차별화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계속 내놓았다.
 
  또 저발화성 담배제조 기술(일명 ‘블루밴드’)도 선보였다. 저발화성 담배란 일정조건하에서 담뱃불이 꺼질 확률을 높인 제품. KT&G는 자체 기술을 개발해 2013년 제품에 첫 도입 이후 지난 5월부터 국내 담배제조 공장에서 출고하는 모든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기술의 수출도 추진 중이다.
 
  캡슐형 담배가 대학가와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 반향을 얻자 ‘에쎄 체인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시장에 나온 에쎄 체인지는 세계 최초의 초슬림 캡슐 담배다. 선두주자답게 이미 누적판매량이 40억 개비를 넘었다.
 

 
  시가총액, 민영화 前後 3조원→15조원
 
KT&G는 잠재력 있는 대중음악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룹 ‘눈뜨고 코베인’이 ‘KT&G 상상마당 홍대’(마포구 서교동)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KT&G는 발 빠른 수출 드라이브 정책과 공격적 시장 진출로 글로벌 담배기업 중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 재팬토바코인터내셔날(JTI), 임페리얼토바코그룹(ITG) 다음으로 TOP5에 이름을 올렸다. 어찌 보면, 민영화의 롤 모델이 아닐 수 없다. 이창효 전략기획실장의 말이다.
 
  “민영화 당시인 2002년 매출액이 2조306억원이었어요. 작년 매출액(4조1129억원)과 비교하면 102.5%가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863억원에서 1조1719억원으로 99.9%나 상승했고요. 그 결과 시가총액이 민영화 이전 3조원에서 현재 15조원으로 400%가량 증가했습니다.”
 
  이런 성장은 담배시장 개방 등 악재를 극복한 결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실장은 “영업이익이 늘어난 배경에는 인력효율화, 시설합리화 등 기업 체질 개선의 노력과 경영혁신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공사 창립 당시인 1987년 임직원 수는 1만3082명이었다. 2002년 민영화 당시 4768명으로 줄었고 현재 4077명이다. 감소율로 치면 1987년 대비 68.9%가 줄었다. 또 궐련 제조공장은 1987년 9곳에 이르렀으나 작년까지 4곳으로 줄었다. 잎담배 가공공장은 9곳에서 1곳으로 줄어버렸다.
 
  이 실장은 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투명 지배구조가 강점”이라며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운영으로 오너기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없다. 이 같은 지배구조의 장점과 자구노력으로, 노동생산성과 매출, 영업이익 등 경영실적이 동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홍보실 한기선(韓基善) 차장도 “외풍 없이 내부 출신의 CEO의 선임이 큰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민영진 사장의 사퇴로 KT&G 수장은 공석이다. 전국담배인삼노조와 KT&G 노조는 차기 KT&G 사장의 낙하산 인선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한 차장은 “탄력 받은 수출을 키워가고 중장기 전략인 ‘헬스&뷰티 산업’을 육성해야 할 시점”이라며 “회사 내부적으로 차기 CEO는 사업을 잘 이해하고, 노사화합을 이끌 수 있는 인사가 선임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담배 수출 에피소드
 
“와인잔 가득 마오타이 마실 때마다 100 상자 팔아주겠다”

 
  KT&G는 전 세계 50여 개 나라에 담배를 팔고 있다. 시장 문을 두드리는 과정에 눈물겨운 사연이 많다. 중국은 지금도 전매제도를 운영한다. 쿼터제로 외산(外産)담배를 죄다 묶어, 글로벌 메이저사들도 시장공략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2001년 KT&G는 연간 400상자를 수출했다. 그러나 올해는 PMI, BAT 등 메이저사들을 제치고 쿼터 확보량 1위를 차지했다. 그 배경에는 중국 음주문화에 대한 완벽한(?) 적응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시장개척 초기, 중국 현지 전매국 인사가 커다란 와인 잔에 53도짜리 마오타이를 가득 따르며 “잔을 비울 때마다 100상자씩 더 팔아주겠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KT&G 주재원은 그 술을 마다하지 않고 마셔 곧장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이후 중국 측 전매국 인사에게 “다음에 만날 때는 앰뷸런스를 미리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떤 제품이 미국시장 공략에 큰 역할을 했을까. KT&G 측에 물어보니 타임(Time)이란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얇은 슈퍼슬림보다 레귤러 타입 담배가 시장을 주도한다. 판매 초기 각 주마다 개별승인을 받아야 할 만큼 판매절차가 까다로웠다. 미국법인 배모 과장은 미국 유통업체 매니저에게 수십 차례 미팅약속을 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오기가 발동, 그는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4시간여를 날아갔다. 일주일 동안 매일 눈도장을 찍은 뒤에야 미팅이 잡혔다. 그것도 단 15분. 그 짧은 시간 동안 ‘타임’의 매력을 집중 설명, 결국 미국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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