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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15년 롯데 출입기자가 본 롯데家 분쟁의 원인

‘일본 롯데 담당’ 장남, 한국 롯데제과까지 노리다 아버지의 분노 샀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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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격호 회장, 장남의 상의 없는 지분확장에 분노… 2014년 말 신동주 해임
⊙ 신동주의 목표는 한·일 제과업 독식… 해임 후 7개월간 반격 기회 노렸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신동빈을 한국 롯데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롯데가(家) 창업주 아들들의 ‘왕자의 난’이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호텔롯데 상장계획 발표로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여 누구도 그 끝을 쉽게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많은 언론이 롯데그룹의 고위 관계자들과 전직 임원들에게 롯데 사태의 전말을 알아보기 위해 취재를 시도했지만, 폐쇄적인 롯데그룹의 기업문화 특성 때문인지 실명으로 취재에 응하는 인물은 없었다. 동종 업계에서도 “롯데 임원들도 정확한 상황은 모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월간조선》은 롯데 사태의 뿌리를 알아보기 위해 언론에서 가장 오래 롯데를 취재해 온 인물을 찾았다. 2000년부터 15년간 롯데를 비롯해 백화점, 마트, 식품 등 유통업계를 취재해 왔으며 2013년 종합일간지 최초로 유통전문기자가 된 《세계일보》 김기환 기자에게 롯데 사태의 원인에 대해 들었다.
 

 
  ‘형제의 난’ 시작은 2013년
 
2015년 8월 11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최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기환 기자는 “분쟁의 근본은 (한국) 롯데제과”라며 “해당 인물들 모두(신격호, 신동주, 신동빈) 후계구도를 놓고 다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가장 어려운 방향으로 꼬였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3년 이전까지 일본 롯데 경영에만 매진했을 뿐, 한국 롯데와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기업을 나눠 갖고 있던 형제가 처음으로 대립하게 된 시점이 언제입니까.
 
  “한국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활동을 하기 시작한 2013년 8월입니다. 그동안 일본에서만 활동해 온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겁니다. 8월부터 10개월에 걸쳐 매월 10억원어치 정도씩 총 9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합니다. 한국 롯데제과 지분은 원래 신동주 3.48% 신동빈 5.34% 였는데, 신동주 전 부회장이 3.85%까지 매입해 두 사람 지분 차이를 1.49%포인트로 줄인 거죠. 신동빈 회장도 같은 해 300억원을 들여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등 계열사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그때부터 형제의 지분경쟁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겠군요.
 
  “신동빈 회장의 한국 롯데 계열사 주식 매입은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할 만합니다. 그런데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일본 롯데를 맡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제과 주식을 100억원어치 가까이 사들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당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롯데제과 주식이 저평가돼 있어 투자목적에서 산 것일 뿐이며, 확대해석은 곤란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일본 롯데는 제과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일본인들의 롯데에 대한 인식은 ‘껌, 과자’입니다. 그런데 일본 롯데 책임자가 한국 롯데제과 주식을 사재까지 털어 사들인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지요.”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해외에서 경쟁구도라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게 큰 요인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뿌리가 같은 회사이다 보니 동남아 시장은 주로 일본 롯데가, 중국 시장은 한국 롯데가 주력하는 식으로 해외시장에서는 경쟁을 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동주 행동에 분노한 신격호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부동반으로 언론사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제과 주식을 매입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찌 보면 몇 퍼센트 되지 않아 큰 의미가 없어 보이는데요.
 
  “본인은 단순 투자라고 주장했지만 일본 롯데제과 오너가 한국 롯데제과 주식을 사재를 털어 90억원어치나 매입한다는 것은 다른 목표가 있다고 봐야죠. 과거 동양이나 태평양 등 다른 대기업들도 2, 3세에게 경영권을 넘길 때는 업종을 갈라서 나눠 주는 예가 꽤 있었습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과 한국의 제과 부문을 모두 장악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다들 추측했습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한국 롯데제과 지분 매입 이후 2014년 하반기부터 롯데그룹 오너 일가에는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신 전 부회장의 행동에 대해 신격호 회장이 크게 분노했다는 소문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들끓었다.
 
  이유인즉 신격호 회장이 직접 만든 후계구도, 즉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에 대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4년 일본 롯데홀딩스, 롯데상사, 롯데아이스 등 3개 계열사 이사회에서 대표직 해임 통보를 받는다.
 
  —2014년 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지주회사 롯데홀딩스의 사장에는 ‘친 신동빈’인 쓰쿠다 다카유키 씨가 취임했고요.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일본 언론에서도 설이 분분했습니다. 한국 롯데 주식을 상의 없이 매입해 아버지의 분노를 샀다는 설, 전문경영인인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대립이 심했다는 설, 실적부진설 등이 있었습니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에 비해 실적이 좋지 않아 아버지에게 질책당했다는 설도 있었습니다. 일본 언론도 일본 롯데 관계자들을 다각도로 취재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한 모든 이유가 종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진실은 신격호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만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시엔 아버지가 차남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보이는데요.
 
  “당시 한국과 일본 언론에서는 신격호 회장이 차남의 손을 들어 주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게 올해 초입니다. 6월에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취임하며 명실공히 한국 롯데 회장, 일본 롯데 회장을 겸직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후계자는 신동주’라는 내용의 녹취록과 동영상이 공개되니 기자들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지요. 신격호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신격호는 왜 한·일로 후계구도를 나눴나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서울 송파구 소재 제2롯데월드의 모습.
  —신격호 창업주는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으로 후계구도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물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롯데그룹의 지분구조를 상세히 아는 사람이라면 그 후계구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롯데는 대기업이고 일본 롯데는 식품업체라고 봐도 무방해요. 물론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며 기업을 키워 온 차남에게 더 큰 부분을 맡기는 건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국 롯데의 지배 정점에는 일본 롯데가 있단 말이지요. 신격호 회장의 진짜 뜻은 뭘까요. 둘 중 하나겠죠. 첫 번째는 액면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동생이 한국 롯데를 키워 왔고 경영을 잘하니 동생에게 큰 한국 롯데를 준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분구조와 관련된 겁니다. 덩치 큰 한국 롯데는 차남이 만들어 온 것이니 차남에게 주지만 실질적인 소유권은 장남에게 주려고 했다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신동빈 회장의 입장이고 두 번째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장이겠지요.”
 
  —둘 중에 어느 것이 진짜 신격호 회장의 뜻일까요.
 
  “그걸 아무도 모른다는 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첫 번째라면 애초에 지분구조를 정리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기를 놓친 것인지 아무도 그 부분에 대해 인식을 못한 것인지 불분명해요. 지분구조를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신격호 회장 본인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라면 왜 굳이 성장에 기여도가 없는 장남이 소유권을 가져야 할까요? 단순히 장자(長子)우선이라는 논리 때문은 아닐 겁니다. 두 가지 모두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세 번째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격호 회장 본인이 명확하게 ‘일본 신동주, 한국 신동빈’이라고 직접 말한 적이 없습니다. 후계자를 마지막까지 결정하지 않고 결정권을 본인 손에 쥐고 있으려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 지분구조도 신격호 회장이 직접 만든 것 아닙니까.
 
  “두 아들 중 누구도 지배적인 위치에 앉지 못하도록 직접 만들어 놓은 겁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 부분(롯데제과 지분 분포)에 손을 대면서 아버지의 노여움을 산 거죠.”
 
  —언론 보도 내용을 분석해 보면 신격호 회장은 작년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화가 났고, 올해는 신동빈 회장에게 화가 났다고 합니다.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신동주의 한국 주식 매입이나 실적악화, 신동빈의 중국 적자 보고 누락 등 각각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화를 낸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후계구도를 완전히 바꿔 놓는 계기가 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마지막까지 의문점은 남는다. 신격호 회장은 때가 되면 지분을 정리해 한·일 롯데를 장남과 차남에게 깔끔하게 나눠 주려고 한 것일까? 아니면 한·일 롯데그룹을 결국은 장남에게 주려고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차남이 한국 롯데를 일본 롯데의 10배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키웠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혹은 끝까지 두 아들을 비교하여 평가하고 최후의 순간에 후계자를 결정하려고 한 것일까? 답은 신격호 회장만이 알고 있을 텐데, 그는 현재 한창때의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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