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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民官이 총력전 펼치는 할랄시장 대해부

“무슬림 이해 없이 할랄 인증 획득해 봐야 한계”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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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청정원, CJ제일제당 2000년대 중반부터 할랄 인증 받아
⊙ 비이슬람 국가인 우리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에 대해… ‘글쎄’
⊙ 농축산부 계획안대로라면 돈 들어갈 곳 수두룩… “식품산업 정책의 연속선상일 뿐”(농축산부)
⊙ 정밀한 후속대책 없으면 ‘한식의 세계화’처럼 용두사미 될 가능성 있어
국내 최초의 무슬림 식당으로 알려진 ‘살람’에서 먹은 치킨케밥과 터키식 빵.
  바야흐로 할랄 시대다.
 
  정부와 민간기업이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할랄(Halal)’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축산부)는 지난 3월에 ‘할랄식품TF팀’을 만들었고, 산하인 한국식품연구원은 할랄식품사업단을 꾸렸다.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산하의 국립수산과학원에 할랄수산식품 기술지원센터를 열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할랄 인증을 받고자 하는 중소기업 14개 업체에 인증을 얻을 때까지 2000만원 한도로 지원키로 했다. 전북 익산에 조성 중인 국가식품클러스트 안에 ‘할랄식품 전용단지’를 세우려고도 한다. 오는 8월 중순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센터에서 국내 최초로 ‘할랄엑스포코리아 2015’를 열 예정이다.
 
  뜬금없이 할랄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중동 4개국을 찾은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와 할랄 식품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MOU)를 맺은 후부터다. 박 대통령은 순방 직후인 지난 3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농축산부 단체장 오찬간담회에서 “지난 중동 순방에서 여러 성과가 있었는데 특히 UAE와 할랄 식품 협력을 체결해 우리 농수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마련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 우수한 국산 농식품의 중동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동시에 세계 할랄 식품 시장 공략에 첫걸음을 내딛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배 제의를 하는 박 대통령의 손에는 ‘할랄 우유’가 들려 있었다.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할랄 정책’을 내놓고 있다. 농축산부는 지난 6월 30일, “오는 2017년까지 할랄 시장 수출 15억 달러를 달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제2의 중동붐’이라도 찾아올 듯이 들뜬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할랄 인증 업무를 하는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소수의 이슬람교도가 있는 비무슬림 국가인데, 할랄 제품 수출이 돈이 될 것 같다고 해서 정부 부처에 특정TF팀을 꾸리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할랄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정부가 할랄 업무에 열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할까.
 
 
  최초 단계는 ‘할랄 인증’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이다. 이슬람 율법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한 제품을 말한다. 과일·야채·곡류 등 모든 식물성 음식과 어류·어패류 등 해산물, 육류 중에서는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된 고기(주로 염소고기·닭고기·양고기·소고기 등)가 해당된다. 술과 마약류처럼 정신을 흐리게 하는 것, 돼지고기·개 등의 동물, 자연사했거나 잔인하게 도살된 짐승의 고기는 ‘하람(haram)’이라고 하여 무슬림에게는 금지돼 있다.
 
  숫자로만 보자면, 할랄은 블루오션 시장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농축산부 자료에 따르면, 할랄 식품 시장은 전(全) 세계 식품 시장의 17.7%(2013년 기준)를 차지한다. 오는 2019년에는 21.2%까지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할랄식품을 먹는 무슬림 인구가 17억명(2014년)에서 22억명(2030년)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동 지역 국가들은 지리적인 특성상 자국 내에서 소비하는 농축산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고 한다. 농축산부 관계자는 “이슬람협력기구 국가들이 지난 2013년 수입한 축산물(150억 달러) 중 85%는 비무슬림 국가로부터 수입했다”며 “커피·우유를 판매하는 세계적인 식품업체 네슬레는 비무슬림권 기업이지만 1980년부터 할랄 시장에 진출해 최대 할랄 식품 공급업체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종합해 보자면 할랄 시장이 향후에 팽창 여력이 있고, 할랄 식품을 소비하는 국가들이 비무슬림권 국가를 배척하지 않는 만큼 우리 기업도 승산이 있다고 요약된다.
 
  할랄을 산업으로 키우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은 바로 ‘할랄 인증’이다. 할랄 인증 절차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이렇다. ‘기업 신청 → 서류 심사 → 수수료 납부 → 할랄(현장) 심사 → 심사보고서에 근거한 검토 → 인증서 발행’의 순(順)이다.
 
  우리나라에서 ‘할랄 인증’을 시작한 것은 1994년이다. 인증기관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였다. 이주화 이슬람교중앙회 이맘의 얘기다.
 
  “처음에는 무슬림에게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처럼 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무슬림들이 먹을 만한 음식에 한 건, 두 건 인증을 해준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대상, CJ 등이 교단에서 할랄 인증을 받아갔습니다.”
 
  ―인증 과정이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만.
 
  “초기에는 할랄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배워가면서 인증을 했습니다. 교단의 인증은 까다롭지 않습니다. 무슬림이 먹을 음식이 많을수록 편리한데 문턱을 높일 필요가 없잖습니까. 이슬람교에서 정한 국제적인 기준을 따릅니다. 기업체에서 인증 신청을 하고, 필요에 따라 서류를 보완하고, 실사를 한 뒤 한 건당 30만원 받고 인증해 줬습니다. 통상 신청에서 인증까지 약 두 달 정도 걸립니다.”
 
  ―요즘도 쉽게 인증해 줍니까.
 
  “그럼요. 업체에서 신청하면 서류를 검토하고, 하자가 없으면 할랄위원회에서 실사를 배정해서 전반적인 내용들이 동일한지, 교차오염이 있지 않은지, 또 작업장 반경 내에 혐오시설이 없는지 검토합니다. 샤리아위원회(이슬람법 체계)에서 검토를 통해 할랄 인증을 해주죠. KMF에는 샤리아 위원 4명, 기술적인 부분 지원 3명, 실사위원 5명 등이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한 건에 60만원, 두 번째 할랄 요청 품목은 50만원의 인증료를 받습니다.”
 
  ―과거에 비해 인증이 더 엄격해진 것은 아니란 말씀이군요.
 
  “오히려 여유로워졌습니다. 할랄의 핵심은 돼지고기와 알코올을 배제하는 겁니다. 초창기에는 인삼진액에 할랄 인증을 해주지 않았어요. 인삼진액을 추출할 때 물보다는 알코올을 이용해야 진액이 많이 나와서, 업체들이 이를 선호했습니다. 물론 완제품에는 잔류 알코올이 0%죠. 과거에는 알코올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할랄 인증을 해주지 않았던 거죠. 지금은 오히려 알코올에 대한 규제는 완화했습니다.”
 
  가공식품에 있어서 알코올 규제는 완화됐다. 말레이시아는 제조공정에서 알코올을 0.5% 이내로 사용한 경우, 인도네시아는 1% 이내로 사용한 경우에는 완료 생산품 에탄올 분석 확인을 통해 할랄 인증을 해준다고 한다.
 

 
  실제로 먹어보니 ‘건강을 위한 환자식’ 같아
 
  지난 2015년 5월을 기준으로, 한국이슬람교중앙회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곳은 총 134개소, 450여 개 품목이다. 김치, 소스류, 라면, 유제품 등 다양하다. 인증 유효기간은 1년이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할랄 식당으로 공식 인증한 곳은 6곳 정도. 하지만 무슬림으로서 할랄임을 스스로 인정한 식당, 일부 할랄 메뉴를 판매하는 곳, 한식 채식 식당 또는 돼지고기 관련 메뉴를 판매하고 있지 않은 식당 등을 합하면 무슬림들이 갈 만한 식당은 꽤 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살람’이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할랄 음식을 취급한 식당이자, 교단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곳이다. 대표 메뉴라는 ‘치킨 케밥’(1만원), 병아리콩으로 만든 ‘홈모스’(6000원)와 터키식 빵(1000원)을 주문했다. ‘살람’ 식당 운영자는 “레스토랑이 공급하는 고기는 수입산이며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고기만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요리는 가격에 비해 푸짐했다. 그릴에 구운 닭고기 6조각과 슬라이스한 양상추, 양파, 양배추 등이 곁들여 나왔다. 병아리콩을 으깬 ‘홈모스’는 생 당근과 함께 나왔는데, 아무 맛 없는 으깬 감자 같았다. 음식을 먹는 동안 ‘무슬림 푸드’라는 선입견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향신료나 드레싱이 전혀 없고, 순살 닭고기의 퍽퍽한 맛만 느껴져서 ‘건강을 위한 환자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이주화 이맘에게 “이슬람 음식이라기보다는 순(純) 오가닉 닭고기 같았다”고 말하자,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슬람식 도축법은 축산물의 경우 도축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축 담당자가 동물의 혈관을 날카로운 칼로 한 번에 베고, 도축 동물의 피를 모두 뺀다. 일종의 맞춤형 수공 도축이다. 농축산부의 자료 역시 “할랄 식품은 종교적인 이유뿐 아니라,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품이라는 관심 확대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돼 있다. 결국 ‘할랄=무슬림’ 이외에 ‘할랄=웰빙 푸드’로 봐도 무방하다는 소리다.
 
 
  말레이시아, 정부 차원에서 할랄 인증 주관
 
  하지만 ‘할랄 인증’ 얘기가 나오면 그 앞에는 항상 ‘까다로운 기준’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단순히 동물을 도축하는 법이 일반 식과 다르고, 알코올을 철저히 배제해야 되어서가 아니다. 할랄 식품 인증 기준이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김명호 한국식품연구원 할랄식품사업단 책임 연구원의 얘기다.
 
  “할랄 인증제도는 기본적으로는 이슬람 율법에서 금지하는 것이 아님을 객관적으로 보증하는 제도입니다. 비이슬람 국가에서도 대부분 이슬람교 단체를 중심으로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죠. 현재 할랄 인증을 실시하는 기관은 전 세계에 약 30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관들은 이슬람교의 종파에 따라 샤리아법의 해석상 차이가 있어서 실제 인증기준이나 제도 운영방식이 다릅니다. 특히 말레이시아나 UAE는 국가 주도로 인증제도를 운영하면서, 자국 인증기관이나 자국 인증기관이 교차 인증한 수출 국가 소재의 관할에서 인증받은 제품만 ‘할랄’로 인정합니다. 수출 기업으로서는 수출 대상 국가에 따라 별도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하는 겁니다.”
 
  ‘할랄 식품’을 두고 글로벌 기준이 아니라, ‘국가별 기준’이 생기게 된 것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였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주화 이맘의 얘기다.
 
  “말레이시아는 원래 민간에서 할랄 인증을 했었는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2000년대 중반 들어서 할랄 인증이 돈이 된다고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지난 2005년경에 할랄 인증 업무를 말레이시아 이슬람발전부(JAKIM·이하 자킴)로 이관했습니다. 자킴 내 할랄 부서는 할랄허브 부서로 이름을 바꾸고, 담당인원을 종전의 50명에서 300여 명으로 늘렸습니다. 할랄 인증 사업이 중요 정부 사업이 된 겁니다.”
 
  ―이렇게 되면서 어떻게 바뀐 겁니까.
 
  “쉽게 말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싶으면 우리 식의 기준에 맞춰 받아라’는 자국의 기준을 만든 겁니다. 사실 이슬람은 종파 간에 차이가 큽니다. 자킴이 인증 안 한 상품이지만, 사우디에서는 인증할 수 있고 굉장히 다양합니다. 때문에 ‘할랄 스탠더드’라는 말은 쉽지 않습니다. 말레이시아가 이런 시도를 하자, 인도네시아는 ‘MUI’(무위), 싱가포르 ‘MUIS’(무위스) 등 국가별로 할랄 기관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자킴 스탠더드, 무위 스탠더드, 이슬람 소수국인 타일랜드는 타일랜드 스탠더드 등 각각 국가별 기준을 세운 겁니다.”
 
  ―KMF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아도 이들 국가에 수출을 못 합니까.
 
  “우선 교단의 할랄 인증은 대다수의 이슬람 국가에서 통용됩니다. KMF와 말레이시아 자킴, 싱가포르 무위스와는 교차 인증을 했고, 인도네시아와는 곧 체결할 예정입니다.”
 
  식약처의 조사에 따르면, 올 4월을 기준으로 말레이시아 자킴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품목은 총 142개(6개 업체), 이슬람협력기구 ICRIC로부터 인증받은 곳은 ‘네네치킨’ 한 곳, 인도네시아 무위로부터 인증을 획득한 품목은 총 81개(5개 업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인증받는 데 1년, 1000만원 들어(대상 청정원)
 
인도네시아의 할랄 인증을 받은 대상의 ‘마마수카 마요네즈’.
  ‘청정원’ 브랜드로 유명한 대상그룹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할랄 시장에 뛰어들었다. 맛소금·미역 등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로부터, 마요네즈·김·유지류 등은 인도네시아 무위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대상이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것은 국가와의 인연 때문이다. 대상은 지난 1973년 한국 플랜트 수출 1호로 인도네시아에 MSG 공장을 건설했다. 대상 관계자는 “현지 공장을 통해 MSG를 비롯해 다양한 가공식품들을 생산하면서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출시해 온 덕분에 인도네시아에 대한 이해가 컸다”며 “대상의 할랄 제품 수출액은 첫해인 지난 2011년에는 6억원 수준이었으나 2013년에는 13억원, 2014년에는 34억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대상 측은 올해에는 50억원 이상을 무난히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할랄 제품 매출도 300억원에 이른다. 장훈 대상 글로벌 팀장의 얘기다.
 
  “인도네시아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할랄 인증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 중인 화교들에게는 굳이 할랄 푸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해 보니 로컬 마요네즈의 품질이 낮았습니다. 하지만 수입산 중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이 거의 없어서 우리가 한번 뛰어들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1년 만에 마요네즈 매출이 20배가 뛰었습니다.”
 
  ―이후 김, 유지류를 잇달아 인증을 받았군요.
 
  “인도네시아는 팜유를 주로 사용하다 보니 대두 식용유는 프리미엄 제품이었습니다. 할랄 인증을 받은 대두유가 인도네시아 상류층에 인기가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식습관을 살피다가 ‘김’을 스낵처럼 인식한다는 것을 알고 김에 대해서도 할랄 인증을 했습니다. 김은 지난 5년간 매년 30%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김은 반찬’이라는 인식을 앞세운 TV광고를 틀고 있습니다.(웃음)”
 
  ―우리에게 김은 당연히 밥반찬인데요.
 
  “그들이 현재는 김을 스낵으로 보지만, 반찬으로 볼 경우에는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받기가 어려웠습니까.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일반 원재료부터 공정 전체를 서류로 제출해야 했습니다. 할랄 인증은 식품의 성분을 파고, 또 파고, 끝까지 파고들어가는 식(式)이었습니다. 서류 심사 준비에만 6개월 걸렸습니다. 이후 인도네시아 무위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고, 위원회에서 출장자를 선별했습니다.”
 
  ―이후에는요.
 
  “위원회에서 한국 공장 실사를 왔고, 이들이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서 이슬람평의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70여 명의 관계자로부터 허락 사인이 내려지고 2주 후에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하나의 제품을 할랄 인증 받기까지 1년 정도 걸렸고, 1000만원 내외가 들었습니다. 인증 획득 수수료 자체는 200만원 정도인데, 인도네시아에서 서울에 실사 오는 비행기표, 숙박, 실사 오는 사람들의 일당(160달러 내외)을 전부 우리가 부담해야 했습니다. 그 비용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인증을 받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지요.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최소한의 자격 요건입니다. 할랄 제품이라고 무슬림이 무조건 먹지 않습니다. 가령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할랄 인증 고추장을 매일 먹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결국 무슬림이 먹는 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그들이 먹는 제품 중에서 할랄 인증을 받아 먹힐 만한 것을 찾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인증 까다로운 라면, ‘할랄 신라면’ ‘할랄 자연은 맛있다’로 공략
 
할랄 인증이 가장 까다로운 품목 중 하나인 라면. 농심의 ‘할랄 신라면’(왼쪽)과 풀무원의 ‘할랄 자연은 맛있다’.
  CJ제일제당 역시 할랄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CJ는 이슬람교중앙회와 인도네시아 무위, 말레이시아 자킴 등 각 개별국가에서 모두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햇반과 조미김, 김치 등은 말레이시아 자킴, 밀가루와 설탕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 핵산 등 식품첨가물은 인도네시아 무위에서 받았다. CJ는 말레이시아에 ‘할랄 김치’를 수출하게 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의 얘기다.
 
  “말레이시아 자킴은 가장 엄격하고 어려운 할랄 인증으로 분류됩니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CJ 김치는 기본적인 원재료는 물론 맛을 내기 위한 김치조미액젓 제조에 사용하는 원료까지 모든 검사와 표준 관리를 거쳤습니다. 단순히 인증 절차가 아니라 제품의 원재료부터 생산공정, 보관, 창고관리, 운송 등 제품에 관련된 모든 관리 절차를 통과했습니다.”
 
  ―김치를 특별히 말레이시아 기관으로부터 받은 이유가 있습니까.
 
  “말레이시아는 정부기관인 자킴이 직접 할랄을 진행하기 때문에 보다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할랄 인증 표시와 관련된 법률을 마련하는 등 국가적으로 적극성을 띠고 있어서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할랄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김치가 팔릴까요.
 
  “생소하기는 하지만 한류의 영향으로 현지인들의 관심은 많습니다. 앞으로는 인도네시아, 중동에 김치뿐 아니라 할랄 인증을 받은 한식을 수출할 계획입니다. 한식 카테고리가 현지인들에게 생소하지만, 할랄 인증을 받은 믿을 만한 제품이라는 이미지와 한류를 적극 활용할 예정입니다.”
 
  CJ제일제당 측은 지난 2014년도의 매출은 전년보다 140억원이 늘었고, 올해 할랄 제품의 수출 예상치는 20억원으로 내다봤다. 농심은 지난 2011년 4월, 부산에 할랄 식품 생산을 위한 전용시설을 갖추고 ‘할랄 신라면’을 선보였다. 고기 대신 콩단백질을 이용해 맛을 냈고,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9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라면’이 할랄 인증을 받는 데 가장 까다로운 식품이라고 한다. 워낙 복합 원료로 구성돼 있어서다. 농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라면의 스프 분말은 여러 단계를 거쳐 생산합니다. 고춧가루의 경우 1, 2, 3차 가공이 이뤄지고, 유통 단계를 포함해 아주 세분화를 하자면 총 200여 단계가 있습니다.”
 
  ―할랄 신라면의 핵심은요.
 
  “‘노 미트(No meat)’가 원칙이었습니다. 돼지고기류뿐 아니라, 아예 동물 성분을 뺐습니다. 과거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실사를 왔는데 요즘은 DNA 분석 보고서를 보고 인증을 해줍니다.”
 
  ―할랄 라면 공장은 뭐가 다른가요.
 
  “일단 깨끗하다고 보면 됩니다. 라면의 면은 식물성이라 큰 문제가 없고, 스프 제조 과정이 문제인데 부산 공장은 유리룸에서 전면 밀폐해서 스프 분말을 생산합니다. 국내용과 섞이지 않도록 철저히 하고, 라면 운반 팔레트도 할랄 전용 팔레트를 씁니다.”
 
  ―애로사항이라고 한다면요.
 
  “농심의 신라면이 무슬림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무슬림 국가에서 통합 인증이 된다면 중동 지역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데, 이슬람 국가마다 할랄 인증법이 달라 고생을 합니다.”
 
 
  동남아 무슬림과 중동 무슬림은 달라
 
  농심의 ‘할랄 신라면’ 매출은 지난 2014년 전년 대비 60%가 늘었다. ‘바른 먹거리’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있는 풀무원 역시 ‘라면’으로 할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풀무원은 현재 생라면인 ‘자연은 맛있다’의 라면 2종에 대해 말레이시아의 자킴으로부터 인증을 받고 지난 2013년 11월부터 수출을 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풀무원 라면은 합성첨가물 무첨가 원칙 등에서 말레이시아 자킴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출시 1년 만에 10배 가까운 매출 성장을 해서 시장 잠재성을 확인했다”며 “국내에서 판매 중인 ‘꽃게짬뽕’ ‘바로조리 순살 떡볶이’ 등 간편식 제품까지 할랄 인증을 확대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UAE와 할랄 관련 MOU를 추진하며, 본격적으로 중동 무슬림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국내 기업들의 공략 대상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의 무슬림들이다. 할랄 인증 전문 컨설팅 업체인 펜타글로벌 조영찬 대표의 얘기다.
 
  “동남아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영어가 통하는 등 편의성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에 먼저 제품을 수출합니다. 선(先) 동남아 후(後) 중동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중동은 문화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동남아와 중동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컨설팅업체 입장에서 우리 제품이 무슬림 입맛에 맞다고 보십니까.
 
  “라면은 무슬림에게 인기 품목 중 하나입니다. 현재 보이는 매출액이 미미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공략해야 할 상품이라고 봅니다. 식품뿐 아니라 우리나라 화장품도 무슬림에게 먹힐 상품으로 봅니다. 할랄 산업이 반짝 산업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단순히 할랄 인증을 받았다고 신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해서도 안 됩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얘기도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 교수의 얘기다.
 
  “할랄은 단순히 음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품 생산 과정, 유통, 포장, 파이낸싱에 이르기까지 까다롭고 방대합니다.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곤란합니다. 일시적으로 덤벼들었다가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비이슬람 국가의 제품에 편견이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편견은 없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 식습관, 습성 등 다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가령 무슬림 국가에서 김치가 팔리는 것은 한류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할랄 김치를 내놓더라도 그들의 주식이 될 수는 없습니다. 또 할랄 식품이 아닌데 속여서 파는 곳이 적발되고 무슬림 사회에 알려질 경우, ‘엉터리 대한민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할랄을 산업의 한 축으로 활용하려다가 오히려 국가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습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정부 지원은 타당한가
 
  국내 민간기업들보다 10여 년 늦게 할랄 시장을 주목하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지난 6월 29일에 발표한 농림축산식품부의 ‘할랄 식품 산업 발전 및 수출 활성화 대안’은 아주 구체적이다. 추진 과제는 이렇다.
 
  〈할랄 시장 진출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정보 부족 → 2015년까지 할랄 데스크 설치, 2016년 할랄 정보 디렉토리 구축
  국내 할랄 도축장·도계장 전무 → 2017년까지 할랄 도축·도계장 3개, 할랄 원예 수출 전문단지 30개
  할랄 식품 전문인력 부족 → 2017년까지 할랄 전문 교육자 500명〉 등 9개 항목이다.
 
  농축산부의 추진 과제를 꼼꼼히 살펴보면, 소위 돈 들어갈 곳이 수두룩해 보인다. 디렉토리 구축, 매뉴얼 제작, 교육비 등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부 할랄식품팀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을 추가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식품산업 정책의 연장선에서 할랄 분야를 전문적으로 한다는 뜻이어서 사업비가 이미 확보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축산부, 해수부에서 할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바라보는 민간의 시선은 엇갈린다. 조영찬 펜타글로벌 대표는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우남 위원장이 주최한 ‘할랄 산업 활성화와 무슬림 관광 활성화’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일본 할랄 인증기관의 관계자도 참석했다. 조 대표는 “일본 담당자가 우리 정부의 의지를 보고 부러워했다. 일본이 할랄 시장에 먼저 눈독을 들였지만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것을 보니 일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미 할랄 시장에 진출한 A사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쌓은 10년여 노하우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지원이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산하의 국립수산과학원은 할랄 인증 획득을 원하는 14개 중소기업체에 2000만원 미만의 지원금을 주는 것을 뿌듯해하는 분위기다. 과학원 관계자는 “기존의 대기업이 아닌 할랄을 새롭게 노크하는 중소기업들을 선정했다. 할랄 시장 분석, 수산물 성분 분석, 경쟁력, 상품성 평가 등 전 과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할랄 시장’을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슬람 문화 전문가인 B교수는 “국내에는 무슬림 숫자도 적고, 사실 무슬림 관광객 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나서서 반짝 시장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의문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할랄 부문에 대해 돈을 지원해 준 적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무슬림 국가라 정부 차원에서 이를 산업화시킬 수 있지만, 비무슬림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나랏돈을 써가며 특정 산업을 키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지원을 축소했다”며 “한식의 세계화처럼 반짝 유행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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