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장취재

허울 좋은 요우커(遊客)와 차이나머니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투자 우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요우커 500만 시대, 관광·외식·호텔 등 한국에서 자국민 상대하는 중국업체 증가
⊙ 유통·여행업계 등 조선족 취업문만 ‘활짝’… 국내 취업유발효과는 허상?
⊙ 올 상반기 중국의 한국 직접투자 전년 동기대비 394% 증가, 국내 유력 업체들
    잇달아 중국자본에 흡수
⊙ 제주도 총 면적 중 1/500은 중국인 소유, 관광지는 ‘중국인 천국’
경복궁을 찾은 중국 관광객. 올해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는 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말 어느 평일 오후 찾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1층 면세점은 이 땅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찬 면세점은 여기저기서 중국어로 대화가 오갔다. 한 인기 명품 브랜드 매장에 들어가 보니 점원 10여 명 중 8~9명은 중국어로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이 면세점은 200여억 원을 들여 리뉴얼 후 지난 7월 재개장했다. 롯데면세점 본점 김주남 점장은 “아시아 대표 면세점으로 거듭나기 위해 리뉴얼을 진행했다”며 “내국인 고객들에 좀 더 쾌적하고 안락한 쇼핑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면세점 전체가 중국 관광객으로 꽉 차 있는 상태에서 점장이 굳이 ‘내국인 고객’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서울의 양대 면세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내국인은 제대로 쇼핑을 하기 힘들다는 불평을 듣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롯데면세점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은 “주변에서 중국인 때문에 쇼핑이 힘들 거라며 롯데나 신라면세점에 가지 말라고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인기있는 가방은 이미 입고되자마자 중국 관광객이 싹쓸이해 가 구경조차 할 수 없었고 화장품 하나 사려고 해도 중국 관광객 계산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앞으로 공항면세점이나 인터넷면세점만 이용해야겠다”고 말했다.
 
 
  요우커 500만 시대, 4년 내 1000만 돌파할 듯
 
  2013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218만명 중 중국인은 433만명. 2012년까지는 관광객 중 일본인이 부동의 1위였으나 2013년 중국인이 1위에 올라섰고, 그 비율은 36%에 달한다. 관광객 10명 중 3~4명은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체 관광객 수가 전년대비 9% 늘어난 데 비해 중국인 관광객 수는 53% 늘어났다. 올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500만명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2018년에는 1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요우커(遊客·중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자본, ‘차이나머니(China money)’도 한국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올 들어 중국업체가 국내 게임업체에 5300억원을 투자했다. 제주도 땅 중 360만여m2가 중국인에게 팔려나갔고 56층 규모의 중국자본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에 중국자본 약 2조원이 국내 증시에 유입됐다. 국내 대표적인 유아 브랜드 ‘아가방’은 중국회사가 인수했다.
 
  중국은 왜 자국에 비해 땅덩어리나 경제 규모가 훨씬 작은 한국을 주목하는 것일까. 중국 관광객과 중국자본이 국내에 대거 진출하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외국인 관광이나 투자가 늘어나면 국내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광객 급증이나 중국자본의 적극적인 침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심지어 제주도에서는 중국업체의 1조원대 규모 투자에 도지사가 제동을 걸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중국 관광객 증가의 명(明)과 암(暗)을 들여다봤다.
 
 
  중국 관광객, 관광업계의 큰손
 
서울시내 한 면세점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 대부분의 시내 면세점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타국 관광객에 비해 많은 비용을 쓰는 편이다.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쓰고 가는 돈은 1인당 평균 2300달러(약 250만원)로 외국 관광객 중 1위다. 2위인 미국인(1470달러)과 적지않은 차이가 난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중국 관광객은 한류 관련 제품, 유명 브랜드 제품 등을 구입하는 데 적극적”이라며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경우가 타국 관광객에 비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관광객 붐은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 내수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연구원의 얘기다. “향후 4년 내 한국을 찾는 중국 여행객이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소비성향 높은 새로운 소비자 1000만명이 생긴다는 겁니다. 내수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대략 25조원에 달하는 소비지출을 창출하는 효과를 갖고 오는 것이죠. 업종별로는 여행과 호텔·레저산업, 카지노, 화장품, 패션 등 다양한 산업이 향후 중국 관광객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백다미 선임연구원도 “1000만 요우커 시대는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 유발효과만 해도 100억원에 이르고, 89만8000여 명의 취업유발효과도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얘기다. “다른 외국인 관광객이 관광비용의 43%를 쇼핑에 쓰는 반면 중국 관광객은 61%를 쇼핑에 쓰고 있습니다. 이들은 관광지 방문이나 비즈니스보다는 쇼핑과 식도락에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또 중국 관광객의 30% 정도는 쇼핑에만 3000달러 이상을 사용하는 ‘큰손’으로 집계됩니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면 내수진작에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요우커 내수진작효과’와 ‘취업유발효과’는 과연 현실적인 것일까. 추석연휴를 앞둔 9월 초 평일 오후 찾은 서울 명동 거리는 평일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였다. 중국인들이 선호한다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매장은 발을 들여놓기도 힘들 정도로 꽉 차 있었고, 대형 커피전문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커피전문점 안은 중국 대도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중국어로 시끌시끌했다.
 
 
  “조선족 취업문 더 넓어졌다”
 
중국 최대의 IT기업인 텐센트는 국내 모바일업계에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지인에게 소개받은 20대 후반 조선족 여성을 만났다. 지난 1년 동안 화장품 로드숍에서 일했는데 그만뒀고 며칠 후 백화점 의류 매장으로 출근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내 젊은이들도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직에 성공했는데.
 
  “요즘은 중국 관광객이 워낙 많아 중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이 큰 메리트예요. 용모단정하면 호텔 또는 면세점이나 백화점, 평범해도 명동 숍 등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어요. 관광가이드도 많이 하는데 대부분 힘든 관광가이드보다는 매장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죠. 중국 전문 여행사들이 조선족 가이드를 늘 모집하는데 사람이 없어서 아우성을 친다고 합니다.”
 
  —면세점 아닌 일반 백화점 매장에 취직했는데, 그곳에서도 중국어가 필요한가요.
 
  “중국 관광객이 면세점만 가는 것은 아니잖아요. 한국 패션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에 매장에도 많이 와요. 전지현이 드라마에서 입고 나온 700만~800만원짜리 야상(군복 스타일의 겉옷)도 중국인이 많이 사갔어요.”
 
  —호텔이나 백화점의 경우 조선족보다는 한국인이면서 중국어를 잘하는 고급인력을 선호하지 않나요.
 
  “중국어를 아주 유창하게 하는 한국인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중국 관광객을 상대하기엔 한국인보다 조선족이 낫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조선족의 일자리는 외식업체나 가사도우미 정도로 국한됐었는데요.
 
  “50대 이상은 여전히 그런 일자리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20~30대는 일할 곳이 많아요. 면세점, 백화점뿐만 아니라 명동의 가게들은 대부분 조선족을 채용하고 있고 그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직원이 경력을 쌓아서 더 좋은 곳으로 가면 또 사람을 뽑고, 그렇게 일자리는 계속 생깁니다. 또 그동안 남자들은 육체노동을 빼면 일할 곳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젊은 조선족 남성들도 서비스업 일자리가 많아졌어요.”
 
  —일자리가 많아져서 중국에서 입국하는 조선족들도 많아졌나요.
 
  “정확한 수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도 친구나 친지들에게 일자리는 많으니 오라는 얘기를 계속하게 됩니다. 실제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국내 공습하는 차이나머니

 
  최근 차이나머니가 가장 앞장서 진출하는 분야는 IT·게임업계다. 국내 증시에서는 중국의 거대 IT기업 텐센트가 최근 국내 모바일업계를 좌우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텐센트는 게임과 메신저, 블로그 등을 제공하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기업으로 연매출은 6조원에 달한다. 텐센트는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했고 2014년 CJ게임즈에 5300억원, 파티게임즈(인기모바일게임 아이러브커피의 제작사)에 200억원, 리로디드스튜디오와 레드덕 등 중소게임업체에 200억원가량을 투자한 바 있다. 텐센트의 한국 투자는 플랫폼과 게임 콘텐츠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여기에 또 다른 중국 IT 공룡 알리바바도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사 인수를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적인 유아용품업체인 아가방이 중국업체에 인수되는 등 2012년 이후 중국 기업에 팔린 한국 의류업체는 서양네트웍스, 인터크루 등 5곳에 달한다.
 
  인수·합병(M&A) 전문분석기관인 머저마켓에 따르면, 2008년 1건(120억원 규모)에 그치던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M&A는 올 상반기만 5건(9610억원 규모)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자본의 한국 투자액은 7억7600만 달러로 작년 전체 투자액(4억8100만 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국내 증시에도 차이나머니가 유입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중국계 자금은 1조8850억원가량 유입됐다. 상반기 누적으로만 보면 미국(2조414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국내 부동산의 차이나머니는 제주도에 집중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중국인의 제주도 토지 소유면적은 322만948m2로 3년 새 60배 넘게 증가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유치한 중국자본 투자액만 5조원에 육박한다.
 
  국내서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이는 중국업체도 한두 곳이 아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뤼디그룹은 제주도에 드림타워,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두 개 프로젝트 비용만 2조원이 넘는다. 중국 신해원유한회사는 최근 제주 송악산 일대를 집중 매입했고, ‘뉴오션타운’을 세워 652실 규모의 호텔과 205실 규모의 휴양형 콘도미니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중국 기업이 제주도에 호텔과 테마파크, 카지노 등을 짓기 위해 땅을 매입하고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표1 참조)
 
  대한무역투자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규모가 크지 않고 한류산업, 문화산업 지분투자 등에 치우친 측면이 있었지만, 올해 들어 크게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최근 중국 기업들은 에너지와 인프라 분야에 집중했던 투자 분야를 부동산과 식음료 등 소비재 분야로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인 전문 여행사, “중국 관광객은 ‘편한 관광’ 선호해”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일종의 차이나타운인 바오젠 거리가 형성됐다.
  이어 명동에서 소규모로 중국 관광객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A씨를 만났다. 국내의 중국 전문 인바운드(해외에서 오는 관광객을 국내 여행시켜 주는 여행사)는 서울에만 200여 개에 달한다고 했다.
 
  —하루 몇 명 정도를 받습니까.
 
  “10명 전후로 팀을 구성해 2~3팀을 받습니다. 비수기에는 못 받는 날도 있고, 연휴에는 5~6팀까지도 받아요.”
 
  —가이드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이 있어야 하는데 수요를 감당할 수 있나요.
 
  “솔직히 자격증 보유자만으로는 불가능하죠.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여행사가 조선족 가이드가 주축이 되고 있습니다.”
 
  —불법 아닌가요.
 
  “불법일 수도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비용이 합리적이고 관광객 입장에서도 문화, 언어소통 등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데 안 쓸 이유가 있나요.”
 
  —조선족이 국내 관광지나 역사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기는 어려울 텐데요.
 
  “기본적인 내용은 관광책자에 다 나와 있기도 하고, 중국 관광객은 대부분 관광보다 쇼핑을 목적으로 오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쇼핑은 주로 어떻게 이뤄지나요.
 
  “관광객들은 주로 롯데백화점, 명동, 남대문·동대문시장 등을 가고 싶어 합니다. 특별한 코스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고 손님들이 원하는 대로 가는 경우가 많죠.”
 
  —중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관광보다 쇼핑을 즐기면 국내 내수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쇼핑은 그렇겠지만 그에 동반하는 다른 것들, 즉 차량 렌트, 숙박, 식사 등은 ‘편하게’ 하고 싶다는 요구가 많아요. 중국인이 하는 업체를 원한다는 것이죠. 특히 요즘 한국에서 중국인이 시끄럽고 지저분하다고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가 돌면서 중국인이 운영하거나 중국인이 주로 가는 곳으로 연결해 달라는 요청이 적지 않아요. 한국 특산품을 파는 매장도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많이 가요. 규모가 작아도 쇼핑하기 편하기 때문이죠. 명동이나 을지로에 많아요.”
 
  —중국인이 운영하는 숙박, 차량, 식당이 많은가요.
 
  “우리가 연결하는 업체는 조선족이 하는 곳이 많아요. 큰 업체는 없지만 작은 업체가 아주 많아요.”
 
 
  중국의 밀물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 뤼디그룹이 제주에 건설 예정이었던 56층 규모의 드림타워 조감도.
  이처럼 요우커의 증가와 중국자본 진출이 국내 내수와 취업유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불거지는 가운데, 요우커가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인 제주도에서 원희룡 지사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6월 31일 ‘드림타워 전면 재검토 방안’을 내놓았다. 드림타워는 중국 뤼디그룹이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짓는 56층 높이의 관광호텔 빌딩이다.
 
  원 지사가 제동을 건 이유는 제주도민 80%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인의 제주도 땅 매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초고층 드림타워까지 지으면 제주도가 중국 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정책팀장은 “(제주의) 대규모 개발사업마다 중국 기업이 참여하고 있어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크고, 사업이 완공된다 해도 인근 상인들에게 파급효과가 미치기는커녕 뒤처리 비용만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드림타워라는 대형 외자 투자를 사실상 중지시킨 데 대해 ‘개발의 기회를 뿌리쳤다’는 비난도 있지만, 원 지사는 드림타워 등 전임 지사가 허가한 각종 외자 개발사업을 제동 없이 추진할 경우 제주도가 중국자본의 투기장이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제주 지역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제주도민은 원 지사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투기성 자본 차단(총 응답의 35%)’을 꼽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실장도 “현재 제주 대형개발사업이 대부분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데,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된다 해도 관광객들이 중국인이 지은 시설에서 머물고 간다면 우리는 자연경관만 훼손될 뿐 얻는 것이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청 내에서도 중국자본의 잇단 투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도청 한 관계자는 “제주를 찾는 외국 관광객의 77%가 중국인일 정도로 중국 관광객이 많고 이들이 제주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중국자본 호텔과 리조트가 생기면 결국 그들이 지출하는 비용은 중국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제주가) 땅만 빌려주는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이 시점에서 중국자본의 무분별한 진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 성장엔진을 돌리지 않으면 제주도 발전이 끝날 수도 있는데 중국자본이라고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중국자본 확대, 국내 리스크 주의해야
 
   전문가들은 요우커 급증과 중국자본의 국내 진출을 마냥 즐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요우커들이 국내 경제보다는 국내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수익창출과 취업에 더 도움이 되고 있는데다, 중국자본의 대규모 투자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계 자금이 많이 들어온 상태에서 중국 경제 리스크가 현실화된다면 중국계 자금이탈 등 우리도 금융 충격이 동시에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의 얘기다. “중국자본이 확대되는 것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확대될수록 정부가 환율과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또 한중 무역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주로 한국에서 부품소재나 중간재를 중국으로 수출하고 중국은 최종소비재를 생산,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구조로 돼 있는데 이런 일방적인 구조로는 위험요소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도 중국에 양질의 소비재를 수출하고 중국도 한국에 소재나 중간재를 수출하는 등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또 중국자본이 국내 업체를 인수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고급 기술과 마케팅 노하우 등의 유출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오린아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자본이 눈독 들이고 있는 한국 기업은 콘텐츠와 기술이 풍부한 기업들”이라며 “경쟁력 있는 국내 소비기업들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은 국가경쟁력과 연관될 수 있는 만큼 중국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재를 제조·판매 중인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국자본이 화장품·소형가전·유아용품·액세서리 등 장사가 좀 된다 싶은 알짜 한국 기업은 모두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기술력 있는 업체가 쉽사리 차이나머니에 넘어가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국가적·제도적 장치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자본이 남도의 한 전복양식장을 2000억원에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도 있다. 전기밥솥·손톱깎이·기저귀 등 한국산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품도 어느 순간 회사가 중국에 넘어가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 될지도 모른다. 한국이 차이나머니의 공습에서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지는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

 
  중국인이 잇달아 제주도의 땅을 매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0년 2월 제주도가 도입한 부동산투자이민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돈으로 5억원가량을 부동산에 투자한 외국인에게 거주비자(F2)를 내주고 5년 뒤에는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까지 투자이민제도를 활용한 외국인의 땅 매입 건수는 총 1320건으로 금액은 8600여억 원에 달한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105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