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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최경환노믹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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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져서라도 경기 불씨 살려야 할 시점은 맞아”
⊙ 부동산 띄우기는 좋은 출발 vs. 투기 야기
⊙ 내수 부양책 ‘외환위기’(YS 정부), ‘카드 대란’(DJ 정부)으로 귀결된 전례
⊙ 공기업, 소득불균형, 비정규직 먼저 논의해야
⊙ 제스처는 환영, 실효성은 의문
2014년 7월 1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지난 7월, 박근혜 정부의 초기 경제수장이었던 현오석(玄旿錫) 전(前) 경제부총리가 물러나고 최경환(崔炅煥)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됐다.
 
  최 부총리가 여태껏 보인 행보는 현오석 전 부총리와 180도 다르다. 현 전 부총리가 소극적인 거시 경제정책을 펼쳤다면, 최 부총리는 부동산 규제 완화, 환율·금리에 대한 적극 개입을 선언했다.
 
  경제계에서는 그의 정책을 ‘한국판 아베노믹스’라 부르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여 년 이어진 일본의 디플레이션과 엔고(円高)에서 벗어나고자 모든 경기부양책을 쓰는 정책을 말한다. 지난 2012년 12월부터 시작했는데 은행 금리를 낮추고,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무제한 찍어 내는 등 시장에 돈을 풀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베노믹스’는 초기에는 찬사를 받았지만, 요즘 들어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최경환 부총리의 시각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맞닿아 있다. 최 부총리는 후보자 청문회에서 “우리 경제의 저성장과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등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때 나타났던 전형적인 현상이라,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정책으로는 현 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최경환식(式) 경제정책을 ‘한국판 아베노믹스’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최 부총리가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가시적인 효과는 있었다.
 
  첫째,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지난 8월 14일 기준금리를 종전의 2.5%에서 2.25%로 낮췄다. 이번 금리인하를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한은이 무려 15개월 만에 금리를 낮춰서다.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이주열(李住悅) 한국은행 총재가 강력한 경제부양 의지를 가진 최 부총리에게 ‘화답’하는 차원이 아니었겠느냐는 시선이다. 물론 한국은행은 “순수하게 경제논리로 금리를 인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둘째, ‘7·24 경제활성화 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과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을 최고 7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쉽게 풀어 쓰면 이렇다. 종전에는 1억원짜리 주택을 소유했던 사람이 6000만원까지 대출(LTV 60%)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번 LTV 인상으로 인해 집값(1억원)의 70%(7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DTI는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인데 연 수입이 3000만원인 사람이 과거에 수입의 50%인 1500만원까지 대출 받았다면, 이제는 60%(1800만원)까지 돈을 빌릴 길이 열렸다. 규제를 풀면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고, 결국 경기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현(現) 경제팀의 전망이다.
 
  하지만 1년 넘게 호평을 받았던 ‘아베노믹스’가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최경환 경제팀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한국판 아베노믹스’인 최경환노믹스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경제학자, 경제연구원, 경제애널리스트, 기업체 고위임원 등 15인으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경기 下方 위험 막은 긍정적 효과”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최경환 경제팀이 이 시기에 각종 정책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 초입 혹은 진입하려는 국면인데 이 상황에서 정책의 변화를 꾀한 것은 시기 면에서 적절했다”고 분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위원은 “경제활력이 낮아진 상태에서 내려진 조치라는 점에서 시기는 맞다”고 말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경제분석팀장은 “최경환 경제팀이 내놓은 방향은 고무적이고, 타이밍 역시 적절했다”고 분석했다.
 
  최경환 경제팀의 이번 조치가 ‘추가하락 위험’을 막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하방(下方)의 위험을 막았다는 점에서 최경환 경제팀의 이번 경기부양 정책 발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복현 한밭대 경상학부 경제학전공 교수의 의견은 좀 다르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성장률 추세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으로 점차 개선되는 추세였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얘기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2013년 3/4분기 3.4%, 4/4분기 3.7%, 올 1/4분기 3.9%, 2/4분기 3.5% 등 꾸준히 3%대를 유지했습니다. 같은 기간에 일본은 0.1~0.6%대, 미국은 마이너스 2%에서 플러스 4%로 들쭉날쭉했고, 유로 전체는 0.1~0.3%대였습니다. 중국이 7%대라는 매 분기 높은 성장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GDP가 결코 낮지 않습니다. 우리의 성장률을 두고 경기침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됐다,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 전반적인 얘기인데요.
 
  “국민소득통계표 역시 성장이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요? 몇몇 회사만 잘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몇 개 회사가 평균치를 끌어올려서 소득 평균이 오른 겁니다. 2/4분기 GDP가 다소 감소한 것은 세월호 영향으로 인한 일시적인 것으로 봅니다. 장기침체의 징조로 보기는 어렵죠. 지금은 경기를 부양할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소득분배 개선과 기업들의 투자활성화 조치를 내놔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한 차례 금리인하로 경기 살리기는 역부족”
 
지난해 8월 29일,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
  최경환 경제팀이 ‘경기부양책’으로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은행의 금리인하다.
 
  최 부총리는 지난 7월 21일 이주열 한은 총재를 만났다. 최 부총리가 외부 기관 인사를 만난 것은 한은 총재가 처음이었다. 둘은 이날 만남에서 “세월호 사고 영향 등으로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부진 등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팀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금리를 인하하고, 기업들이나 부자들이 저축보다는 수익성 높은 곳에 투자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또 서민들 입장에서는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 그 돈을 쓰면 내수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물론 금리인하로 인해 돈을 쓰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 금리조정은 늘 ‘양날의 검’이다.
 
  한은 역시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지난 9월에는 ‘보류’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9월에 “금리인하 효과를 측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여러가지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9월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주장한 금통위원은 전체 7명 중 단 한 명이었다.
 
  허재환 KDB투자증권 경제 애널리스트는 “가계부채 문제는 계속 고민해 온 부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빚을 내서라도 돈을 써서, 경기부양을 시켜야 할 때로 본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인하를 통해 완화된 통화정책을 하겠다는 방향은 맞다. 서민들의 대출이자 상환부담을 낮춰서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팀이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를 이끌어 낼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팀장의 얘기다.
 
  “최경환 노믹스의 핵심은 ‘자산 인플레(Asset Inflation)’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띄우고, 주가를 띄워서 돈을 쓰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통화정책을 재정정책화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베 정부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본은 정부가 통화정책으로 적극적인 협조를 받았지만, 우리는 한국은행이 그렇게 협조적이지 않습니다. 한은의 한 차례 금리인하로 실물경제가 살아날까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몇 차례 금리가 인하되어야 효과가 나타날 것인데 과연 그럴지 두고 볼 일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내부에서 역시 지난 8월 금리인하를 두고 말들이 오가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8월의 금리인하는 정부의 의지 이외에도 할 말이 있었습니다. 세월호 여파로 인해 소비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됐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세월호로 돈이 시중에 안 돌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했으니까요. 세월호 타격으로 인해 금리인하를 해야 할까를 고민하던 터에, 신임 경제부총리의 강력한 주문이 이어졌으니 미련없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고민을 하던 차에, 그보다 강력한 무엇인가가 결론을 내려준 겁니다.”
 
  —하지만 9월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는 달랐지요.
 
  “한은은 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기가 점차 개선되는 조짐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완만하기는 하지만 경기가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 가계부채가 늘어날 경우의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경기가 상승세인데, 거기에 또다시 불을 지피려고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조심스러우니까요.”
 
  —향후에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할까요.
 
  “쉬운 결정은 아닐 겁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경환 경제팀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는 학자다. 조 교수는 “그냥 돈을 찍어서 푸는 것이 최악의 정책인데, 금리인하와 부동산 규제 철폐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유도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와 DTI 정책 함께 쓴 것은 위험
 
부동산 LTV와 DTI 규제가 완화된 2014년 8월 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은 한은의 금리인하와 함께 부동산 규제 철폐를 통해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이 가정하는 선순환 구조를 간단히 보면 이렇다. 부동산 규제 완화→부동산시장 활성화→경기활성화→가계소득 증대→경기회복이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을 경기회복의 불씨로 삼은 것에 대해 긍정적이다. 조 교수의 얘기다.
 
  “부동산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노력은 중요합니다. 부동산이 한계는 있지만, 일단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합니다. 부동산 자산 가치가 올라가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고용이 되고, 고용이 되면 경기가 회복되는 선순환 효과가 있습니다. 경제에는 심리효과가 있습니다. 부동산으로 시작해 경기를 회복한다는 기조에 찬성합니다.”
 
  하지만 이른바 ‘금리인하+DTI완화’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는 이들도 많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의 얘기다.
 
  “금리인하와 DTI를 함께 쓰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집을 살 수 있는 문턱을 낮춘 상황에서 은행 이자마저 싸게 주면 이를 통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결과적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납니다. 과거에도 과도한 내수 부양책을 썼다가 실패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YS 정부 때 썼던 금리, 환율을 떨어뜨리고,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킨 결과는 외환위기였습니다. DJ 정부에서는 내수를 띄우고자 돈을 풀었는데 결과는 카드 대란이었습니다. 내수 부양책을 어느 정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요즘처럼 금리인하와 함께 DTI 정책을 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의 얘기도 비슷하다.
 
  “제가 금리인하에 동의하는 것은 서민들의 대출이자 상환부담을 낮춰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 동의해서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 은행 돈으로 집을 사서 오히려 빚이 늘어나는 서민들이 생길 겁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서민들이 추가대출을 일으켜서라도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에 동의한다는 겁니다. 저는 기존 대출자의 이자부담을 낮춰서 그 돈으로 내수가 진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추가대출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금리인하를 강하게 할 때에는 부동산 대출 규제책이 정확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연 실수요자가 집을 살까?
 
DJ 정부 시절 카드 발급 남발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지난 2003년 11월 26일, 채무감면 신청을 위해 서울 명동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경제 애널리스트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침체 원인이 규제 때문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허 애널리스트는 “집값이 떨어진 이유는 수요공급의 불균형이라고 본다. DTI가 반드시 철폐해야 할 규제였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대출한도 확대’ 조치가 경제심리를 살리는 한 축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112m²)의 매매가는 지난 6월보다 무려 3000만원이 올랐다. 물론 거래된 것은 아니다.
 
  이 아파트 입구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9월 1일에 발표한 부동산 정책에 따른 혜택을 다 받을 수 있는 곳이 이 아파트다. 원래대로라면 재건축까지 꽤 오랜 시간이 있어야 하지만 재건축 가능 시기를 앞당긴다고 하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평균 전세가가 매매가의 70%를 넘어선 상황이다. 은행 대출을 받으면 전셋집을 자가로 구매할 확률이 높다 보니 부동산 사무소로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상황도 비슷하다.
 
  신한은행 도곡동 지점의 한 관계자는 “집값의 총 얼마까지를 대출받을 수 있는지를 직접 묻는 고객들이 요즘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조복현 한밭대 경상대학 경제학 전공 교수.
  물론 이번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혜택을 ‘가진 자’들만 볼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국내 가계부채 비중이 가처분소득 대비 150%가 넘었다. 더구나 부동산 대책 발표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벌써 상승한 상태다. 부동산에 대한 기대치만으로 집값이 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실소유자가 부동산을 살 확률은 낮아 보인다. 현 상태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뿐이다. 결국 최경환 경제팀이 부자를 위한 정책을 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대한다. 조 교수는 “이번 경제팀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 송파만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출발은 강남에서 하지만, 결국 강북에까지 영향이 갈 것이다. 아랫목이 따뜻해야 윗목이 따뜻해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를 부동산 해법으로 푸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복현 한밭대 경상학부 경제학전공 교수의 얘기다.
 
  “1985년의 중남미 금융위기, 1991년의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의 금융위기, 1997년 태국·말레이시아의 금융위기,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에는 공통적인 현상이 있습니다. 금융 자유화를 통해 신용이 팽창됐는데, 주로 부동산 시장에 신용이 증대돼 이 시장에 거품을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겁니다. 은행을 통한 주택시장에의 과도한 자금유입이 주택가격 거품을 일으킨 거죠. 주택시장의 투기와 활성화는 물론 다릅니다. 하지만 실수요자의 소득증대를 통한 주택수요 증대가 아니라, 은행 차입을 통한 주택수요 증대는 대부분 투기적인 성격으로 발전합니다. 실수요자의 구매력을 높이는 정책이 부작용 없는 효과적 정책이 될 겁니다.”
 
 
  사내 유보금 활용 전략은 2~3년 반짝할 것
 
  최경환 경제팀이 경기부양을 위해 ‘실질소득 증대’의 방안 중 하나로 밝힌 것이 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이다. 기업에는 사내 유보금이 있다. 기업의 당기 순이익 중에서 세금과 배당 등으로 지출된 금액을 제외한 뒤 사내에 쌓아 놓은 것이다. 사업확장이나 건물투자 등의 형태로 재투자되는 돈을 포함한 개념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이 사상 최대라는 얘기가 돌면서, 최경환 부총리는 여기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나섰다.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 8월 6일, 사내 유보금의 적정액을 국내에 투자하거나, 주주에게 배당, 직원의 임금 상승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추가 법인세를 물리는 과세안을 내놨다.
 
  기업은 난감한 입장이다. S그룹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사내 유보금이라는 표현 때문에 기업들이 어느 공장에다 현금 다발을 쌓아 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 것처럼 인식되어 곤혹스럽습니다. 사내 유보금에는 현금뿐만 아니라 재투자된 공장, 특허 등 자산들도 포함됩니다. 게다가 정부는 돈을 쌓아 두지 말고 배당금을 늘리거나, 직원들의 임금을 더 주거나, 투자를 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만약 배당금을 늘린다면 그 최대 수혜자는 외국인과 자본력이 탄탄한 주주(株主)들입니다. 직원들에게 임금을 더 주라는 것 역시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말할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 입장에서 투자는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할 곳이 없어서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돈을 쓰지 않으면 세금을 매기겠다고 하니, 이는 이중과세에 해당될뿐더러 기업의 입장에서는 난처합니다.”
 
  실제로 이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재계 관계자들이 꽤 된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팀장은 “결국 배당소득으로 직원들의 실질임금을 높이고 주가를 띄워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인데, 3~5년은 모를까 중장기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의 얘기다.
 
  “사내 유보금이 많은 기업은 벌써 투자도 많이 하고 고용도 많이 했습니다. 그럼 다른 기업은 이번 조치로 어떻게 될까요? 한시적으로 투자를 해서 2~3년간 반짝 경기가 나아질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선비즈>는 지난 8월 30대 그룹 CEO와 CFO를 대상으로 ‘사내 유보금 과세안’이 시행될 경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30대 그룹 중 13개 그룹만이 ‘국내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과세안이 도입되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그룹이 9곳이었다.
 
 
  추가로 필요한 대책은 어떤 것?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취재를 종합해 보자면, 현재 경기가 나쁘고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대부분 공감한다. 금리인하, 부동산 규제 철폐로 인한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에 대한 의견은 찬반이 팽팽하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팀의 고민이 시작된 이상, 어떻게든 후속조치가 더해져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의 얘기다.
 
  “임금상승을 통해서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내수시장이 커서 임금 주도의 성장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내수시장이 작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요보다 공급을 효율화하는 것입니다. 수요 중심의 경제를 이용해 경기부양을 하면 가계부채가 늘고, 버블이 올 수 있습니다. 사내 유보금을 쓰는 것은 배당을 늘리고 임금을 높여서, 결과적으로 세금을 높이자는 얘기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보다는 기업 투자정책을 우선해야 합니다. 공급의 주체인 기업 투자정책을 먼저 풀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위원은 “최경환 경제팀의 금리인하,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을 통한 경기부양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두는 데 그칠 것이다. 부동산 성장보다는 규제완화, 서비스 산업 진작을 위한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팀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박근혜 2기 경제팀의 주요 과제로 ‘공공부문 개혁’을 꼽았다. 조 교수의 얘기다.
 
  “대기업의 돈이 쌓이고 있고, 공기업의 부채가 느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공기업 입장에서는 투자할 곳이 많은데 정부에 돈이 없으니 부채로 투자를 하는 겁니다. 공공요금이 오르지 않고, 공기업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채로 투자를 하니까 부채율이 높은 겁니다. 대기업은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투자는 돈이 있는 쪽에서 없는 쪽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결국 민간에서 공공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까.
 
  “공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서 민간자금을 유치하거나, 민영화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공기업의 역할이 지나치게 크다고 봅니다. 창조경제는 청와대에서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아이러니입니다. 창조는 ‘애플(Apple)’과 같은 민간기업이 하는 것이지 공기업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간의 역할을 더 확대하고, 자율성을 더 줘야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팀장은 “‘아베노믹스’는 공기업 구조, 임금을 개혁해 일본 경제를 구조적으로 싹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팀은 경제구조 개혁에 대한 얘기보다 자산가격 상승을 주체로 잡았다는 점에서 ‘아베노믹스’와 큰 차이가 있다”고 꼬집었다.
 
  조복현 한밭대 경상학부 교수는 ‘소득분배 개선과 투자 활성화’ 문제를, 허재환 KD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여성근로자와 비정규직 문제’를 잡는 것이 경기부양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일본이 지난 9월에 발표한 2분기(2014년 4~6월) GDP는 전기보다 무려 7.1%나 하락했다. 개인소비도 5.1%나 줄어들었다. 일부에서는 아베 총리의 확장적 재정정책의 약발이 다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아베노믹스’를 넘어서 경제의 펀더멘털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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