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슈분석

‘신용등급’ 장사로 물의 빚는 신용평가사

투자자에 올바른 정보 제공보다 회사 이익 택했나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동양 사태가 촉발이 돼 오랜 관행에 메스
⊙ 재무구조 탄탄한 회사에 신평사는 ‘을’, 취약한 회사에는 ‘갑’
⊙ 신평사 관리 감독기관인 금감원의 책임은?
지난 2013년 10월 8일, 서울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동양증권 노조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특경법 위반 고소 집회 모습.
  국내 신용평가회사(이하 신평사)들이 기업의 신용등급을 실제와 다르게 부풀리기 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 6월 17일, 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 회사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중징계를 통보했다. 이들 3사(社)는 기업체에 미리 신용등급을 알려주고, 이들 기업체로부터 신용평가 업무를 수주하는 등 신용등급 장사를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수수료율도 그간 담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서 신평사들이 엄정하게 신용등급을 매길 수 있도록 ‘평가’와 ‘영업’ 조직을 분리하라고 했는데 3사가 이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신평사들이 기업의 신용등급을 실제보다 높게 준다는 소문은 그동안에도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것이 확인된 적은 없었다. 금감원이 신평사들에 이런 제재를 통보한 것부터가 이례적인 일이니 그럴 법도 하다.
 
  신평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신용평가 기관이 돈을 받고 일부러 신용등급을 조작했거나 비리를 저지른 사건이 아닌데 너무 부풀려졌다”며 “불법적인 일이 자행됐다기보다는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애당초 잘못 짜여 벌어진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통보에 신평사들은 소명 자료를 제출한 상태고, 조만간 금감원이 이를 검토해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으려는 기업과 이들의 신용등급을 책정하는 신평사, 그리고 이들의 관리·감독 책임을 맞고 있는 금감원에서는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집중 파헤쳤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는 피치(Fitch·영국), 무디스(Moodys·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미국)를 꼽는다. 이들은 국가 신용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각국의 정치, 경제상황과 향후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국가별 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BBB-냐, BB+냐에 따라 ‘투기등급’ 희비 갈려
 
이번에 금감원으로부터 제재 통보를 받은 신평사 3社.
  우리나라의 3대 신평사로는 나이스신용평가(과거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를 꼽는다. 이들은 기업이 채권, ABS(자산유동화증권) 등을 발행할 때 기업의 신용을 평가한다.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1980년대 이후 신평사들이 생겨났다.
 
  3사는 시장을 균등하게 나눠 갖고 있다. 지난 2013년 국내 신용평가 부문의 매출은 총 814억원. 나이스신평 매출이 276억원(33.9%), 한신평 271억원(33.2%), 한기평 267억원(32.8%)이었다. 한국신용평가정보라는 또 다른 기관이 있기는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0.1%여서 별 의미는 없다.
 
  우리나라 기업은 회사채 등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의무적으로 2개 이상의 신평사로부터 기업의 신용을 평가받아야 한다. 회사채의 경우 AAA, AA+, AA0, AA-, A+, A0, A-, BBB+, BBB0, BBB-, BB+, BB0, BB-, B+, B0, B-, CCC+ 등의 등급을 매긴다.
 
  한 신용평가 회사 직원의 얘기다.
 
  “신용도가 우수한 기업에 대해서는 A등급을 부과하고, 상태가 좋지 않은 회사에는 C등급을 매깁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A등급 채권에는 안정적으로 투자를 하고, C등급에는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 등급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B등급입니다. ‘트리플B(BBB+, BBB0, BBB-)’를 유지하느냐 아니냐가 회사채 발행에 무척 중요합니다. ‘트리플B’는 전반적인 신용상태가 양호한 수준이나, 장래의 안정성 면에서 불안한 요소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트리플B의 마지노선인 BBB-와 그다음 단계인 BB+는 한 노츠(Notes) 차이지만 의미가 다릅니다. ‘투B(BB+, BB0, BB-)’로 내려오면 채무이행 능력에 큰 문제는 없지만 안정성 면에서 상위 등급에 비해 불안한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음으로 분류됩니다. 투자 성향상 투기가 됩니다. 때문에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BBB-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겁니다.”
 
 
  현대그룹 회사채, 3일 만에 3등급 강등되는 이례적인 일 벌어져
 
  현대그룹은 지난 3월에 있었던 기업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아직도 말하기를 꺼려 한다.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현대로지스틱스 등 그룹 3개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3일 만에 무려 3단계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가장 예민하다는 BBB+에서 BB+로 주저앉아, 3일 만에 투자해도 좋다던 회사채가 한순간에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한 신평사가 그룹의 구조조정 얘기에 BBB+에서 BBB0로 떨어뜨렸고, 그 다음날 다른 곳이 BBB0에서 BBB-로 하루에 한 등급씩 강등한 케이스다. 구조조정 기업의 신용등급을 3단계나 한꺼번에 낮춘 일도 흔한 일이 아닌데, 신평사는 이 사실을 그룹 측에 조정 하루 전날 알렸다. 그룹으로서는 황당할 노릇이다. 현대상선은 자사(自社)의 배를 매입기로 결정한 인수 예정자까지 데려오면서 자금에 문제가 없음을 적극 어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신평사는 몇 시간 뒤에 회의를 열고 현대그룹 회사채를 투기등급으로 지정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신평사들의 결정에 따라 회사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신평사 직원은 ‘영감’ 수준이라고 한다.
 
  동부그룹도 최근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한기평은 지난 6월 27일, 동부건설·동부제철의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동부CNI·동부메탈의 등급은 ‘BBB0’에서 ‘BB+’로 낮췄다. 투자자들로서는 ‘투기 위험’ 채권이 된 것이다. 신평사들이 이처럼 ‘구조조정’이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기업의 채권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는 것은 동양 사태의 여파가 크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신평사들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통보받은 이유는 동양 사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동양그룹은 자금 조달을 시장에서 주로 했습니다. 기업채권, ABS 등을 발행해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았습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동부그룹은 시장이 아닌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그 금융권과 재무구조약정서를 이행하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되는 겁니다. 동양그룹 사태로 인한 피해자가 3만7000명에 달하는 것이 자금 조달 방법 때문입니다. 재산을 날린 이들이 금감원에 찾아가서 항의하자, 금감원이 동양에 대해 신용평가를 한 기관들을 상대로 특별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신평사들이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 기관은 동양시멘트의 CP(융통 어음)를 투자 적격인 ‘AAA-’로 주다가 법정관리 후에야 강등했습니다. 결국 금감원이 동양 사태의 책임을 신평사에 일정 부분 지우는 차원에서 이런 제재를 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를 업계에서 합니다.”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로 불거진 동양 사태(지난 2013년 9월 30일) 이후 금감원은 동양에 매달렸다. 지난 2월에 취재차 찾은 금감원 본사는 조금 과장하자면 직원 반, 항의하러 온 투자자 반이었다. 건물 내부에 ‘동양 투자 피해자’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따로 마련했고, 그 방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투자자도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 사태로 인해 금감원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했었다.
 
 
  신평사는 갑인가, 을인가
 
  그렇다면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는 어떻게 이뤄질까. 익명을 요청한 A씨로부터 내부의 소상한 얘기를 들었다. A씨는 “금감원이 자본시장법을 들먹이며 신평사들이 ‘영업’과 ‘평가’ 조직을 분리하지 않았기에 제재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자본시장법이 발효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신평사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신평사의 업무는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과 기업 평가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과거에는 팀장이 5~6명의 애널리스트를 데리고 일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팀장이 기업을 돌아다니면서 영업을 하면 시니어 애널리스트가 신용평가 업무를 배분해서 팀원들이 기업을 평가합니다. 신평사들이 수수료를 기업체로부터 받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기업체로서는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 자기가 신평사에 돈을 주고, 본인의 신용을 평가받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가 ‘저기 신평사는 좀 박하게 주네’라는 식(式)의 뉘앙스만 풍겨도 신평사들이 긴장합니다. 기업체가 채권을 발행할 때 두 개의 신평사로부터 등급을 받다 보니, 늘 한 개 회사는 제외되잖습니까. 그런데 내 클라이언트로부터 좀 빡빡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저 회사가 언제든 나머지 한 개 회사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오묘한 일이 벌어집니다.”
 
  —나이스, 한신평, 한기평 중 한 곳은 언제나 탈락이 되겠군요.
 
  “셋 중의 하나에 걸리면 안 되는 겁니다. 일반 증권회사처럼 영업이 치열하지는 않은데, 적어도 왕따가 되면 안 되는 겁니다.”
 
  —가격이 가장 싼 신평사를 선택합니까, 신평사 실력을 보고 선택합니까.
 
  “3사가 비슷비슷한 가격을 받기 때문에 가격으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누가 점수를 후하게 주느냐’의 문제입니다. 한 회사의 신용에 대해 3사가 영 다르게 평가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한 노츠(단계)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거기서 거기라고 보면 됩니다. 기업을 평가하는 툴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령 한 회사는 A를 줬는데, 다른 회사는 B를 주기는 힘듭니다.”
 
  —그럼 3사 담당자들이 서로 다 알겠군요.
 
  “그럼요. 누가 어디 담당인지 전부 다 압니다.”
 
  —기업의 신용 평가를 하는 주체는요.
 
  “기업의 평가서에 팀장, 시니어, 주니어 애널리스트 이름이 전부 적혀 있습니다. 이들의 보고서는 팀장급들 위주로 구성된 위원회로 넘어갑니다. 위원회에서 회의를 하고 의사록을 쓰게 돼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세가 ‘등급 유지하자’고 하면 그 분위기로 갑니다. 간혹 발언권이 있는 팀장급은 소신껏 의사록을 쓰기도 하지만, 말로 할 때는 ‘등급 강등’을 얘기하다가도 대체적인 분위기를 보고 의사록을 쓸 때는 웬만하면 거기에 맞춰서 남깁니다.”
 
  —BBB-와 BB+의 경계가 가장 미묘하다고 하던데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그 부분입니다. 자본시장법으로 인해서 ‘영업’과 ‘평가’ 업무 부서가 갈렸습니다. 과거로 치자면 팀장이 영업, 애널리스트들이 평가를 맡는 거죠. 영업 부서가 기업에 가서 ‘저희가 BBB-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해서 회사가 그 신평사에 일을 맡깁니다. 그런데 평가 담당자가 냉정하게 보니까 그 회사가 BB+라 이겁니다. 그런 상태로 위원회에 올라가겠지요. 위원회에서 ‘BBB-냐 BB+냐’를 가지고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영업에서도 채권 발행하는 회사 측에 BBB-를 얘기했고, 애널리스트도 BBB-라고 평가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일 경우에는 문제가 되는 거죠.”
 
  —그럼 결국 누구 손을 들어줄까요.
 
  “결국 영업의 손을 들어주지 않겠습니까. 신평사도 영리조직인데, 영리조직이라는 게 딱새와 찍새가 있으면 아무래도 찍새 손을 들어주게 되어 있죠.”
 
  —문제가 될 경우 책임을 지는 사람은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위원회 잘못입니다. 물론 그 회사를 담당한 애널리스트가 사정을 가장 잘 알지만 그 사람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죠.”
 
  —금감원에서 제재를 결정한 이유는 ‘영업’과 ‘평가’ 조직의 분리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건데요.
 
  “자본시장법이 발효(2008년)되면서 조직을 나누라고 했는데 말뿐이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습니다. 금감원이 그런 사실을 모를 수가 없습니다. 그걸 문제 삼자면 예전에도 문제 삼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 신평사는 갑입니까, 을입니까.
 
  “굳이 말하자면 을이라고 봅니다. 업무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을 55대(對) 갑 45 정도로 보입니다.”
 
  —외부에서는 평가를 담당하는 기관이니까, 당연히 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평가 비용을 그 회사에서 받는데 갑이 될 수는 없죠. 을에 가깝죠.”
 
  —등급 차이에 따라서 기업체의 금리가 크게 달라집니까.
 
  “채권시장에서는 0.1%라는 게 엄청나게 큰 차이입니다. 만약 기업이 1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한다고 치면 0.1%면 1억원이죠. 간단히 말해 발행자로서는 이자를 1억원 더 부담해야 하고, 반대로 투자자들은 1억원을 더 벌 수 있는 구조입니다. 몇천억원씩 자주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에서는 한 등급 차이가 부담이 크죠. 삼성은 회사채 발행을 안 하니까, 주로 포스코나 하이닉스 등이 이 시장에서는 빅 클라이언트입니다.”
 
  —일부에서는 기업체 평가 업무를 3사가 번갈아가면서 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순환으로 주면 기업 평가에 대한 퀄리티가 떨어질 것이고, 평가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 겁니다. 신평사의 존재 이유가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일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는 큰 문제가 없는데 동양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관심이 집중되는 겁니다. 영업-평가 조직 분리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A씨의 얘기에 따르면 신평사에 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벌이 좋고,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성향을 가진 이들이라고 한다. 신입 초봉 기본급이 5000만~6000만원일 정도로 높지만, 신평사 회사당 연매출이 300억원대여서 흔히 말하는 금융권의 ‘인센티브’도 없다. 접대 문화도 딱히 없고, 증권사 영업의 10분의 1 수준으로 영업한다는 것이 A씨의 얘기다. 그는 “팀장이 비양심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뒷돈을 받고 정보를 조작했다기보다는 회사의 이익이 우선이냐, 이익보다는 정확한 정보 제공이 우선이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불거진 문제”라고 단정 지었다.
 
 
  증권회사 채권 세일즈에 불똥 튈라
 
  신평사를 바라보는 일반 대기업의 시각도 상반된다. 그룹에 여유자금이 있어서 좀처럼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지만, 간혹 급전이 필요해 사채를 발행하는 B그룹은 신평사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B그룹 관계자는 “S&P, 무디스같이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에 대해서야 모르겠지만, 요즘 신평사의 신용평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곳은 거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B그룹은 간혹 회사채를 발행할 때마다 ‘A등급’이 유지된다.
 
  실제로 B그룹의 납품 회사인 S사는 지난 2013년에 모처럼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기관 투자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거 몰려들었다. S사의 시가총액은 다른 재벌 그룹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하지만 이 회사가 B사의 메인 납품업체라는 이유에서 신평사들은 S사의 신용등급을 ‘A’를 줬다.
 
  반면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시급하지만 재무 구조가 취약한 C그룹에 신평사는 ‘신경을 거슬리면 안 되는 그 무엇’이다.
 
  C그룹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평가는 수치로 명확하게 평가되지만, 혹여나 싶은 생각에 신평사 담당자들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도록 애쓴다. 우리가 신용평가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만, 신평사가 ‘갑’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BBB-’와 ‘BB+’ 사이에 놓인 기업에는 더 하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과거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졌을 때 건설사 대부분이 BBB- 또는 BB+에 걸려 있었다”고 말했다.
 
  신평사들의 이 같은 ‘등급 장사’와 ‘수수료 담합’은 증권업계로까지 불똥이 튈 전망이다. 증권회사의 채권 영업에 차질을 줄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증권사에서 채권발행 영업을 하는 C씨의 얘기다.
 
  “신평사들이 기업등급을 높게 평가한 것은 암묵적인 관행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평사가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문제는 일반 증권회사에서 채권 세일즈를 할 때 신평사 자료를 활용하는데, 그 자료의 신빙성이 낮아졌습니다. 증권 창구에서 투자자들에게 채권 세일즈를 할 때 뒷받침이 되는 데이터가 없어진 셈이니 증권회사로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증권사가 신평사의 자료를 못 믿고, 또 투자자가 신평사의 자료나 그 자료를 들이대는 증권회사를 못 믿는 등 서로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가뜩이나 금융시장이 세계 경기 침체로 위축된 상황에서 채권 판매에까지 영향을 줄까 봐 사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동양그룹 사태는 신평사들의 오래된 관행에까지 메스를 들이대게 만들었다. 신평사의 위신은 추락했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기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증권사 채권 영업 부서는 불똥이 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평사의 이런 관행이 수십 년 동안 이뤄져 온 것이라면,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금감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105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