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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이건희 회장의 不在를 시스템 경영이 메울 수 있나

경영인 선임과 대규모 투자 결정엔 강력한 오너십·리더십 필요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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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非 삼성전자 사이 갈림 더 심해질 듯
⊙ “카리스마와 주변 아우르는 경영인 필요한 때”
2014년 5월 1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와 방문객들이 관련 TV 뉴스를 보고 있다.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입원한 지 석 달째 접어들었다. 지난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순천향대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이 회장은 현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의 입원 사실이 알려진 후 재계에서는 오너 공백이 주는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시장은 의외로 차분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133만5000원(5월 9일 종가)에서 오히려 138만8000원(5월 12일 종가)으로 소폭 올랐다. 같은 기간 또 다른 대표 삼성주인 삼성화재는 26만1000원에서 26만원으로, 삼성생명은 9만4000원에서 9만7800원으로 장 마감됐다. 표면적으로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공백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계열사 대표들이 평소의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고,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수요 사장단 회의’도 예정대로 열렸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의 부재를 메우고자 외아들인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부회장과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의 최지성(崔志成) 부회장이 서초동 본사와 삼성서울병원을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셔틀경영’이 될 수 있는 근간으로 삼성은 ‘시스템 경영’을 꼽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의 얘기다.
 
  “삼성 경영의 세 축은 이건희 회장과 미래전략실, 계열사의 전문 경영인입니다. 이 회장이 회사의 중대한 결정을 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 미래전략실은 이 회장을 보좌하면서 경영 철학을 각 계열사에 전달하고 계열사 업무를 조정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각 계열사의 전문 경영인이 자율 경영에 입각해 현장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시스템 경영을 해왔습니다. 시스템 경영은 자리에 따라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분명하고, 사람이 바뀌어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의 입원 이후에도 그룹 경영이 흔들림 없는 점과 에버랜드 상장 등 굵직한 경영 이슈들을 차분히 풀어가는 원동력을 바로 이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과연 삼성의 시스템 경영은 오너의 부재라는 상황 속에서 성공적 시스템으로 평가받을까. 이건희 회장 공백 석 달째, 전직 삼성 고위 임원들, 타 그룹의 오너 경영인, 재계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눠봤다.
 
 
  “시스템 경영, 2~3년 이후에도 제대로 작동할지 장담 어려워”
  (삼성 주력사 임원 출신)

 
지난 2014년 7월 10일(현지시각) 미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미디어&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 참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입원 이후에도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좌).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본사와 병원을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고 있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우).
  삼성이 회장의 공백과 상관없이 일상적으로 잘 굴러가는 시스템인 것은 분명하다. 이 회장의 경영 스타일 때문이다. 이 회장은 원래 사무실로 출근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과거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28층에 집무실이 있었지만 이 회장은 이태원동 자택에서 10분 거리인 ‘승지원’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해 왔다. ‘승지원’은 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李秉喆) 회장의 자택을 개조해 만든 집이다. 해외 주요 인사나 국내 대기업 총수 면담, 삼성 사장단 회의도 모두 여기서 열렸다. 과거 삼성구조조정본부장은 보고거리가 생기면 으레 승지원으로 찾아갔다. 이 회장의 경영 방식은 업무는 계열사 사장들에게 일임하고 미래전략 방향 등 큰 줄기만 제시하는 식이다.
 
  이런 이 회장의 스타일에 변화가 생긴 것은 삼성이 서초 사옥을 완공하고 나서다. 지난 2011년 10월, 이 회장은 이례적으로 서초 사옥 42층을 찾았다. 이후 그는 꽤 자주 서초 사옥을 찾아 집무를 봐왔다.
 
  A씨는 삼성 핵심 계열사의 고위 간부 출신이다. 그는 “향후 2~3년 동안은 시스템 경영이 제대로 작동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얘기다.
 
  “삼성 CEO들은 대부분 2~3년의 임기를 보장받습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오너 경영인이 인사권을 가지고 수시로 인사를 단행하지만 삼성은 전혀 다릅니다. 현재 계열사에 있는 CEO들은 이건희 회장이 건재했을 당시에 선임된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이 회장이 경영일선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회사가 굴러가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겁니다. 문제는 이들의 임기가 끝나고 난 뒤입니다. 오너의 주 업무 중 하나가 CEO 선임인데 소위 이 회장의 부재 속에 낙점되는 CEO가 어떤 사람들일지는 알 수가 없죠.”
 
  물론 이건희 회장이 삼성 계열사 CEO를 직접 선임하지는 않는다. 삼성에서 인사 업무를 오래해 온 전직 임원 B씨의 얘기다.
 
  “삼성 CEO가 80여 명인데 이 회장이 일일이 알지 못합니다. 전자 부문 CEO의 이름이나 알 정도예요. 이 회장이 누구를 시키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재무, 진단, 인사팀 스태프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CEO를 추천합니다. 마지막에 이 회장께 보고를 하면 회장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입니다. 비서실 조직이 회장 뜻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회장이 ‘노’를 할 인물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얘기에 따르자면 이건희 회장의 스타일상 시스템 경영이 아니더라도 향후 2~3년 동안은 그룹 내부에 큰 변화가 없는 한 경영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차기 CEO들이 구성되는 때이다.
 
 
  “대규모 투자를 오너 대신 ‘시스템’이 결재할 수 있을까?”
 
  재벌 3세인 K대표는 “삼성이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계 경기침체와 같은 외부에서 큰 충격이 생기거나 신(新)사업의 부재 등 큰 어젠다가 생길 때는 위태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K대표의 얘기다.
 
  “오너 경영인의 가장 큰 책무 중 하나가 전문 경영인 선임과 대규모 투자 지시, 신사업 등 그룹의 큰 그림 그리기입니다. 과거 이 회장이 당신의 업무 중 대부분이 ‘인재 발굴’이라고 하는 것이 당연한 얘기입니다. 오너 경영인 입장에서는 본인이 직접 회사 경영에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 대신에 그 일을 잘해 줄 똑똑하면서도 충직한 부하 직원을 두면 되는 겁니다. 재벌 회장들이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이유가 다 이 때문입니다. 보통 2~3세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혼란을 겪는 이유가 2세와 3세 오너 경영인이 원하는 인재상이 달라서입니다. 부자지간이지만 경영에 대한 견해는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등용하는 인재 풀이 달라지는 겁니다. 이런 내부적인 문제에 외부로부터 장기 경제침체나 환율 문제 등이 겹치면 오너가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천차만별입니다.”
 
  전직 삼성 임원 B씨는 “업종 전환이나 계열사 간 통폐합 문제 등 근간을 흔드는 일이 생길 경우에는 시스템 경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모 그룹 임원은 “삼성의 시스템 경영이 이 회장의 부재 속에서도 굳건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회의적인 대답을 내놨다. 이 임원 스스로가 오너 경영인의 부재에 대해 통렬히 실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얘기다.
 
  “그룹의 모든 일이 한동안 올스톱 상태였습니다. 그간 벌여놓은 사업 중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 사업이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 시급한 것도 있었죠. 하지만 몇십억원도 아니고, 몇천억원 규모의 돈을 투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그룹 내에서 누가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오너 경영인은 ‘그룹 경영에 공백이 없게 하라’고 했지요. 투자가 실패하면 그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하기 때문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투자가 성공한다고 쳐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결재 기한에 서명을 해야 하는데, 그럼 내·외부에 본인이 제2인자라는 것을 명시하는 꼴 아닙니까. ‘2인자’ ‘실세’라는 표현을 들으면 극구 부인하는 보수적인 재벌 그룹 내에서 이를 책임질 사람은 없습니다.”
 
  —보통 회장 부재시에는 부회장이 최고 책임자 아닙니까.
 
  “회장이 참여해야 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할 수는 있습니다. 회장 부재시에도 경총이나 각종 시상식, 대외적으로 얼굴을 보여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오너에게 보고 없이 대규모 자금을 마음대로 굴릴 수 있는 부회장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 이 그룹 회장의 건강 상태는 좋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가 병실에 입원한 후에 제일 먼저 받아든 보고서는 대규모 자금이 집행돼야 하는 사업에 대한 결재 건이었다고 한다.
 
 
  “삼성전자 위주 인사 심해질 것” (인사담당 전직 임원 B씨)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삼성의 현재 비상 경영체제는 꽤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듯한 모습이다. 부친에 이어 그룹의 대권을 물려받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뜻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최지성 부회장이 함께 움직이고 있어서다. 삼성 전직 임원 B씨는 “향후 그룹의 관심이 더욱더 전자 쪽으로 쏠릴 수가 있다”며 “삼성 내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전자와 후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삼성전자와 비(非)삼성전자 그룹이라고 말할 정도인데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B씨의 얘기다.
 
  “그룹이 전자 위주로 인사가 이뤄진 것은 오래전부터예요. 그룹 내에서 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에다, CEO를 천거하는 역할을 하는 스태프가 다 전자 출신이다 보니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 겁니다. 한때는 금융이 삼성그룹의 축이었지만 소외된 지 오래됐습니다. 이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의사 결정권자인 스태프가 교체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고, 그렇다면 향후 전자 출신이 더욱 그룹 내부에서 힘을 쓰게 될 겁니다.”
 
  이건희 회장이 입원하기 직전인 지난 4월 30일, 삼성은 이인용(李仁用)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사장을 삼성전자 사장으로 보내는 등 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그때 기자는 이 사장의 전보 조치가 센터에서 외곽으로 밀려난 것인지, 영전인지에 대해 모씨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는 과거 이학수(李鶴洙) 삼성구조조정실장의 측근이었다가 퇴사한 이다. 모씨는 질문을 듣자마자 “영전 인사”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미래전략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하니까 마치 삼성전자까지 컨트롤하는 것처럼 생각을 하는데 사실은 반대입니다. 삼성전자와 기타 계열사를 조정하는 업무를 하기 위해 미래전략실이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그룹 내 삼성전자 위상은 우뚝 서 있습니다. 이인용 사장을 삼성전자로 보낸 것은 중심에서 변방 계열사로 보낸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동안 그룹 전반에 대한 공부를 마치고 주력사에 올인하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상장사(금융·엔지니어링 제외) 합산 영업이익률, 전자의 7%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전자의 편중 현상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 전 계열사의 매출 333조9000억원 중 47.4%가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이를 삼성그룹 내 상장회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삼성그룹은 총 17개의 관계사가 증시에 상장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158조4000억원, 영업이익 36조8000억원, 순익 3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상장사 17개 중에서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금융회사는 회계연도가 4~3월로 기준이 잡히기 때문에 이번 비교 대상에서 빼도록 한다. 통상 기업 회계는 1~12월로 계산된다. 삼성그룹 금융사를 뺀 상장사 14곳 중에서 영업이익이 ‘조’ 단위를 기록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중공업 영업이익 9100억원·순익 6300억원, 삼성전기 영업이익 4600억원·순익 3400억원, 삼성물산 영업이익 4300억원·순익 2600억원, 삼성카드 영업이익 3600억원·순익 2700억원 등을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영업적자가 무려 1조원이 넘었다. 대규모 적자를 낸 삼성엔지니어링을 빼고라도, 삼성그룹 상장사 12곳의 합산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 수준이다. 이쯤 되면 ‘삼성전자와 후자’라는 표현이 전혀 무리가 아니다.
 
  그룹의 경영이 전자를 중심으로 재편된 것은 꼭 내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예대마진(잔액 기준 총 수신과 총 대출 금리차)이 줄어드는 등 금융업에 빨간 불이 들어온 탓이다. 전직 임원 B씨의 얘기다.
 
  “과거에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이 전자와 함께 축이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생명보험이 일종의 저축업인데 투자 수익률로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지면서 관심이 떨어졌습니다. 200조나 되는 돈을 굴릴 곳이 없는 겁니다. 일부 조작도 많이 했습니다. 가령 삼성생명이 보유한 자산을 재평가할 때 5000억원짜리를 7000억원이라고 올려서 자산 가치를 높이는 겁니다. 당장 팔아치울 자산이 아닌데, 5000억원인지 7000억원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금융이 위기를 맞자 그런 방법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新樹種 사업엔 대규모 투자 필수
 
삼성이 밝힌 5대 신수종 사업. 시스템 경영이 대규모 투자사업까지 커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로 심란한 삼성을 부추긴 것은 삼성전자 실적의 부진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이 하락한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반짝 실적을 회복했으나, 2분기에 다시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무려 24%나 감소했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잠정치는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7조2000억원이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이런 저조한 실적을 예상한 이는 극히 드물었다. 국내 14개 증권사 중 13곳이 실적 발표 이후에 영업이익을 하향 수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3분기 영업이익이 8조3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얼마 전 보고서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이 9조870억원 수준’이라고 썼었다. 목표 주가도 내려가고 있다. 대신증권과 대우증권 등 8개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3%에서 최대 12%까지 내려 잡고 있다. W증권 애널리스트의 얘기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의 위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실적 예측을 잘못한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하지만 14개 중 13개가 보고서를 수정했다는 것은 대다수가 삼성전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아닙니까. 삼성전자 위기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은 매주 수요일 사장단 회의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는다. 지난 7월 9일 사장단 강의 주제는 ‘선도기업의 딜레마와 극복 전략’이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 삼성전자의 위기에 무엇보다 관심을 쏟는 이유는 그룹의 신수종 사업에 대한 요구가 더 확실히 부각된다는 점에서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2년 신수종 사업으로 태양광, 자동차용 2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의료기기 등을 발표했다. 그룹 내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고, 차세대를 준비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이런 사업군 논의가 비단 2012년을 전후해서 된 것이 아니었다. 전직 임원 B씨의 얘기다.
 
  “삼성이 신수종 사업으로 이 사업, 저 사업에 꽤 많이 손을 댔습니다. 시작은 했지만 중도하차한 사업이 여럿입니다. 이번에 신수종 사업이라고 발표한 사업 중의 하나도 과거에 했다가 실패했던 사업입니다.”
 
  —그런데 또 신수종 사업으로 한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중도하차를 했지만 역시 그것 이외에는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신수종 사업으로 언급된 사업들은 대규모 투자가 필수입니다. 이럴 때 강력한 오너, 또는 그 오너를 대신할 수 있는 카리스마 있는 경영자가 있어야 하는데 삼성으로서는 많이 아쉬울 겁니다.”
 
  —삼성 OB멤버들이 위기인 만큼 나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D씨 정도라면 요즘 같은 난국을 돌파하는 데 좀 도움이 될 겁니다. 캐릭터가 강한데 주위를 아우를 수 있고, 현역 경영인들에게 존경받는 편입니다. E씨 카드는 많이 약하다고 봅니다. 과거 2인자들이 당하는 것을 보고 컸기 때문에 바짝 엎드리는 스타일이고, F씨는 간이 작아서 위기 때는 전혀 힘을 못 쓸 겁니다. 뒤탈 날까 걱정하는 스타일이죠. 삼성의 CEO라고 하면 대단한 줄 아는 이들이 많지만 실상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또 좋지 않게 나간 사례도 꽤 됩니다. 하지만 삼성으로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완벽하게 대권이 넘어가기 전까지 완충 작용으로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 전문 경영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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