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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세계 1위 한국의 ‘면세점 전쟁’

대기업 규제 틈타 외국계·중견기업 속속 뛰어들어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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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관광객 폭증으로 매년 수십%씩 성장 중인 한국 면세업계, 대형 외국계기업도 힘 못 쓰는
    국내 대기업들의 텃밭
⊙ 1월중 국내 면세점 8곳 사업자 선정 앞두고 면세업체들 치열한 경쟁, 정부의 대기업 규제가 변수
⊙ 외국계 면세업체, 인터파크 등 신규사업자들 시장진입 노린다
⊙ 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면세한도, 2배로(800달러) 늘리는 법안 계류중… “관광산업 진흥 vs
    특수계층만 혜택” 찬반여론 팽팽
2014년 1~2월 열리는 코리아그랜드세일을 맞아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1월 초 평일 어느 날, 서울 장충동의 신라면세점은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면세점 입구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 수십 대가 줄을 지어 있었고, 실내는 중국어 외에 다른 언어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국 관광객(유커·遊客)이 완전히 점령한 상태였다. 안내센터에 서 있던 여성은 “한 시간 기다려서 발렛파킹(대리주차)하고 들어왔더니 VIP카드 새로 만드는데 대기번호가 100번”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1년 만에 면세점을 찾았다는 한 40대 여성은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 쇼핑이 불편한 것은 물론이고, 중국 관광객을 위해 시계 등 단가가 높은 품목 위주로 매장을 개편했다더니 예전에 즐겨 찾던 의류브랜드가 다 사라져 다시는 면세점을 찾고 싶지 않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인근의 소공동 롯데백화점 10층의 롯데면세점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루에 6000여 명이 찾는다는 이 면세점에는 화장품 매장마다 계산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루이뷔통과 프라다 등 인기 브랜드 매장 입구에도 수십 명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롯데면세점에는 10여 년 전만 해도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지만, 최근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사방에서 중국어만이 들려 왔다. 면세점 직원들도 조선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중국 관광객에 점령당한 국내 면세점
 
   현재 한국 면세점의 매출은 세계 1위다. 최근 몇 년간 중국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3년 기준 6조3000억원. 2008년 3조1294억원 규모였던 매출이 4년 만에 두 배 이상 신장했다. 전세계 면세점 매출의 약 10%를 차지해 부동의 1위다.(표2 참조)
 
  2013년에는 엔저(低) 현상으로 인한 일본 관광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국내 면세점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 면세업 성장률은 2010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면세점 매출이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은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은 약 424만명. 총 입국자 1211만명 중 3분의 1이 중국인이며, 2014년에는 중국인 입국자가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이 주로 쇼핑하는 면세점의 매출도 늘어나게 된다. 중국 정부가 최근 자국인의 패키지관광을 억제하기 위해 ‘여유법’(박스 참조)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국 관광객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여유법(旅遊法)이란

 
  여유법은 중국 정부가 자국민을 쇼핑과 옵션판매 등 저가관광의 폐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2013년 10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법이다. 비합리적인 저가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여행상품에 명시한 요금 외에 관광객에게 추가 요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요지다. 패키지가격은 싸면서 쇼핑과 옵션을 요구하기 일쑤인 저가 한국관광 패키지가 주요 타깃이었다. 이 법에 따라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패키지 관광상품이 30~50%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관광업계는 여유법 시행으로 중국 관광객이 줄고 쇼핑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고 실제로 저가여행사나 명동의 길거리상권은 일부 타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금전적 여유가 있는 개인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측은 “2013년 매출이 2012년에 비해 1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매출의 40%는 중국 관광객에게서 나왔다”고 전했다.
 
  여유법 시행은 롯데와 신라면세점에는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들어 투자자들은 신라면세점의 실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여유법으로 저가 패키지상품이 없어지면서 중국인에게 인지도가 높은 대형 면세점과 백화점으로 관광객들이 몰리게 됐으며, 중국 관광객 수도 연평균 20%씩 신장할 것으로 보여 신라면세점은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면세한도 증액에 찬반여론 팽팽
 
   한국관광공사 중국팀 서영충 팀장은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수가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수를 최초로 넘어섰고, 중국은 최대의 한국관광 송출국가”라고 설명했다. 서 팀장은 “중국인들이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며 이 지역 면세 매출을 쑥쑥 올려놓고 있다”며 “일본 관광객이 김치 등 식료품을 쇼핑할 때 중국 관광객은 명품브랜드 제품을 쇼핑하는 만큼 국내 관광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와 재방문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 급증과 함께 면세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는 면세한도 증액이다. 면세한도 증액은 수년간 논의가 계속돼 왔지만 최근 여당 측이 관련법을 발의하면서 실제로 한도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관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대표발의했다.
 
  심윤조 의원은 “1979년 여행자 휴대품 면세기준(10만원)이 도입된 이후 1988년 30만원(400달러)으로 확대하고 1996년 미화 400달러로 전환해 25년간 변동 없이 시행되고 있는데, 400달러로 고정된 동안 국민소득이 2배 정도 증가했고 주요 선진국도 우리보다 면세한도가 2배 이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의 얘기다. “관세청이 66만건의 여행객 휴대품을 조사해 보니 40% 이상이 면세한도를 초과했다고 합니다. 면세한도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거죠. 한도를 현실화하고 여행자 편의증진 및 세관 행정비용의 절감을 위해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반이다.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 교수는 “400달러라는 한도는 국민소득 1만2000달러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고, 물가상승률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술과 담배는 옵션으로 400달러와 별도로 추가되는 등 불합리한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부유층에게만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는 면에서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많아 법안이 쉽게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당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면세한도가 두 배로 늘어나면 면세점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롯데·신라가 80% 이상 장악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관세청 직원들이 면세한도를 넘은 명품 구입자를 조사하고 있다.
  이처럼 면세점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이를 지속시키려는 면세업체들의 노력도 치열하다.
 
  현재 국내 면세시장은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고 있다. 2012년 기준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3조2327억원(전체의 51.1%), 신라면세점의 매출은 1조9179억원(30.2%)으로 두 업체가 전체의 81.3%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 면세업계 3위였던 AK면세점은 2009년 롯데면세점에 흡수됐고, 동화·워커힐 등 기타 면세점의 매출은 롯데와 신라에 비하면 미미하다. 총 매출 중 롯데와 신라의 비중은 2008년 65.3%에 그쳤지만 2012년에는 81.3%에 달한다. 국내 면세 매출이 두 배로 급성장하는 동안 두 업체는 3~4배의 성장을 한 것이다.
 
  두 업체의 성공 비결로, 롯데와 신라는 멤버십과 온라인할인 등 외국 면세업체와 차별화한 전략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새로운 브랜드 영입 및 고가(高價)제품 구비 등으로 중국 관광객을 공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최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대형 면세점을 열었고, 신라면세점은 최근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의 운영권을 따냈다. 두 면세점은 해외 주요 공항 면세점 영업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특히 호텔신라에 속한 신라면세점은 이부진 대표의 지휘하에 최고급 브랜드를 속속 입점시키고 해외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이 한 가지 있다. 서울의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은 최근 급증한 관광객 수 때문에 쾌적하지 못한 쇼핑환경으로 국내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면세점을 찾는 관광객이 중국인을 중심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매장 확대나 리모델링이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 면세사업에 공기업과 대기업 제한
 
인천공항 면세점은 면세점 매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유는 최근 롯데·신라의 독과점 체제에 정부가 칼을 빼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2013년 8월 정부는 ‘관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추후 신규 면세점 특허 부여시 대기업(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비중을 60% 미만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매출이 아닌 점포 수 기준으로 대기업은 60% 이하, 중소·중견기업은 2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 시행령은 2013년 11월 5일부터 발효되기 시작했다.
 
  점포 수 기준으로 따지면 2013년 말 기준 대기업이 52.8%, 중소·중견기업은 19.4%다. 따라서 대기업은 더 이상 매장을 확장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와 함께 2013년 말 전국 8개 면세점의 특허(영업권)가 종료되면서 2014년 1월 현재 면세점업체들이 새롭게 영업권 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시행령에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등도 입찰을 제한하고 있어 기존에 면세점을 운영중인 한국관광공사도 대부분 입찰조차 나서지 못할 형편이다.
 
  그러나 면세사업에 중소·중견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이른바 ‘경제민주화’가 면세업계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면세사업이라는 것이 중소·중견기업에는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면세사업에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면세사업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영수 전 롯데면세점 대표는 “사실 면세점은 중소기업에는 적합하지 않은 업종”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설명이다. “면세업은 소비자 중심 시장이 아닌 판매자 중심 시장입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빅 브랜드(big brand)’ 유치는 대기업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또 구매와 재고처리, 인테리어 등 사업자의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무조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보다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창봉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외국 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프랑스·스위스·독일 등의 기업에 밀려 고전하고 있고, 중국의 상승세도 매우 가파르다”며 “면세산업을 단순 판매산업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체인이라는 관점에서 조달-운송-보관-판매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소·중견기업들은 면세점 운영은 물론 개점에조차 난항을 겪고 있다. 관세청은 2012년 지역경제 활성화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전국 11개 광역시·도에서 시내면세점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2012년 말 11개 시·도에 11개 사업자 선정을 마쳤다. 당시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로케트전기, 대명레저, 서희건설, 진산선무, 대동백화점 등 중견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이 중 문을 연 곳은 경남 창원 대동면세점, 울산 진산면세점 단 두 곳뿐이다. 4곳은 아예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고 5곳은 사업이 표류 중이다.
 
 
  중소기업 살리기 아닌 외국기업 풀어 주기?
 
   결국 정부의 재벌 규제는 외국기업이나 알짜 중견기업의 기회를 늘릴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013년 10월 시행된 김해공항 면세점 중소·중견기업 전용 사업부지 사업자 선정에서 통과한 곳은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였다. 이곳은 세계 2위 면세업체인 ‘듀프리’가 2013년 8월 설립한 자회사다.
 
  듀프리는 롯데면세점보다도 규모가 훨씬 큰 회사인데 이를 중소·중견기업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비난이 일었지만, 관세청 측은 “사업자선정을 신청한 회사는 해당 자격에 결격이 없다”고 밝혔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지적을 받고 “현행법상 하자가 없으며, 규제를 하려면 입법상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외국 대형 면세업체들이 급성장세인 한국시장을 노리고 잇달아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한국 면세시장은 매출 세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면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업체인 DFS나 듀프리가 힘을 쓰지 못하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최영수 전 롯데면세점 대표는 “한국 면세기업들은 관광객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지역에 유명 브랜드들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멤버십과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한국시장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외국업체와는 차별화돼 있고, 유명 외국 면세업체가 한국에 발 붙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금 같은 대기업 규제가 계속될 경우 외국기업에 날개만 달아 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현재 사업자 모집 중인 제주공항 면세점의 경우 규모가 409.35m²(약 124평) 규모로, 임대료만 연(年) 1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이 들어오기에는 임대료 부담이 지나치게 크고, 대기업을 제한하면 결국 외국계로 넘어가리라는 것이다. 그동안 DFS나 듀프리 등 대형 업체들은 한국기업의 독과점 체제인 한국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꺼렸지만, 최근 정부의 대기업 규제로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듀프리가 김해공항에 사업자 신청을 한 것도 인천이나 서울 등에 면세점으로 진출하기 위한 ‘간보기’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신세계, 인터파크 등 면세시장 공략
 
  급팽창 중인 국내 면세점업계를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또다른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있다. 특히 롯데와 신라가 점령하고 있는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과 모바일 분야를 적극 공략하는 모습이다.
 
  신세계가 2012년 파라다이스를 인수해 영업을 시작한 신세계면세점은 영남지역 최대 규모 면세점인 부산 신세계면세점과 온라인면세점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높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7월 김해공항 면세사업자로 선정돼 매장오픈을 준비하고 있으며, 10월에는 스마트폰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면세점을 열었다.
 
  신세계 홍정표 영업전략팀장은 “최근 늘어나는 중국 관광객들은 해외명품을 비롯해 고가 시계 등의 수요가 많고, 세트상품 구매비중이 높은 데다 선물용으로 여러 개씩 사는 등 평균 객단가가 일본인의 3배에 달할 정도”라며 “면세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쇼핑몰 인터파크는 2013년 12월 자회사 인터파크INT가 100% 출자한 (주)인터파크면세점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13년 말 관세청에 인천지역 시내면세점 사업권 신청을 했다. 인천시내면세점은 4곳의 사업자가 신청한 가운데 인터파크면세점은 탈락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지만, 인터파크면세점 측은 온라인 분야의 노하우를 토대로 향후 시내면세점을 열고 온라인면세점도 함께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인터파크 측은 “인터파크 여행이 업계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여행과 면세점의 시너지효과는 분명하다”며 “온라인 사업을 기본으로 하는 인터파크가 기존 오프라인 위주의 국내면세점과 차별화되는 온라인면세점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독과점업체의 웃지 못할 ‘상생’
 
신라면세점이 창이공항 면세점 사업자 입찰을 신청하며 제출한 조감도.
  독과점 체제였던 국내 면세업계가 춘추전국 시대를 예고하는 이 같은 분위기하에서 롯데와 신라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명분으로 중소면세점과 업무제휴를 맺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울산 진산면세점, 충북 청주 중원면세점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브랜드 유치를 지원하고 고객관리 노하우를 전수 중이다.
 
  신라면세점은 대전 신우면세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역시 브랜드 유치와 상품 배치 등을 돕고 있다. 대기업 계열 면세점이 중소 면세점 지원에 적극 나선 것은 그들의 주장대로 ‘상생경영’을 위한 것이긴 하다. 그러나 이면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
 
  롯데와 신라 등 대기업 면세점의 점포 수는 현재 전체의 52.8%를 차지하고 있다. 당장 점포 수 제한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시행령의 60% 규정 때문에 신규 점포를 내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중견 면세점이 문을 닫는다면 대기업 면세점은 자연스럽게 점포 수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가만히 있어도 60% 룰에 걸린 대기업 면세점은 점포 수를 줄여야 한다. 대기업 면세점의 운명이 중소 면세점 존폐에 의해 결정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면세시장 1위인 한국은 자체 관광경쟁력 강화와 한국 면세점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최우선인데, ‘경제민주화’를 빌미로 대기업은 규제하고 외국기업은 풀어 주는 현재 상황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균형성장도 좋고 (입찰과정을) 법적으로 하자 없이 처리하는 것도 좋지만, 결론적으로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기로에 선 한국 면세시장
 
  한국 면세시장이 세계 최대 규모이며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 면세기업은 국내시장의 절대적인 지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외에서 ‘빅3’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으며 인지도나 서비스 면에서도 뒤처진다는 평가다. 중국 관광객이 아시아를 벗어나 미주와 유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시장이 급격히 축소될 위험도 있다. 후발 중국 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면세업계와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같은 시장팽창기에 글로벌 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과 “독과점 체제는 위험이 크며 경제민주화와도 어긋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다. 세계 1위의 면세시장인 한국 시장은 향후 어떤 길을 걸을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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