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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럽형 복지의 쇠락과 한국형 복지

글 : 강동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시협의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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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프랑스 등은 다투어 복지 축소하는데 한국이 ‘유러피언 드림’ 꿈꾸는 건 시대착오적
⊙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도 40년 뒤에는 개인소득의 38.2%를 건강보험료로 내야
⊙ 극빈자 위한 선별복지와 출산장려정책 이상의 복지대책은 재원이 먼저 보장되어야 가능

姜胴逈
⊙ 64세. 경희사이버대 자산관리학과 졸업.
⊙ 제주태양에너지발전㈜ 회장, 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 공동대표,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공동대표.
정부는 복지증대를 위해 세제개편에 나섰지만 벌써부터 조세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13일 정부의 세제개편안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들.
  박근혜 정부는 지난 8월 연소득 40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하 봉급생활자들에게 연간 16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시키려던 세법개정안을 철회했다. ‘중산층에 세금폭탄’이라는 비난여론에 백기를 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바뀐 세법에 따라 임기 5년 동안 8조원을 더 거둬 복지 공약을 실천할 계획이었다. 8조원은 큰돈이지만 박근혜 표 복지에 쏟아부어야 할 135조원과 비교하면 6%에 불과하다. 그 6%를 위해 무리수를 써가며 왜 세법을 개정하려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여파인지 9월 26일에는 대선 핵심공약 중 하나였던 기초노령연금 시행을 세수부족과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30% 축소한다고 발표하였다. 30%만 줄이면 공약을 모두 지킬 수 있을까. 당장 올 상반기 세수 구멍만 9조4000억원이다. 거기다 현재 경기 전망도 어둡다. 가까운 시일 내 회복할 기미도 없다. 복지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증세(增稅)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초등학생도 알 법한데, 세금 얘기만 나오면 모두가 펄펄 뛴다.
 
  지난 8월의 세법개정안은 국민이 누릴 복지나 유럽 국가에 견주어 전혀 과중하지 않은 수준이다. 매월 450만원의 봉급을 받는다고 할 때 월 1만3000원을 더 내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폭탄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발표를 하자마자 야당 의원들은 아무런 공개 토론이나 검증 없이 ‘세금폭탄법’이란 이미지를 덮어씌웠다. 수많은 언론 역시 깊이 있는 검토 없이 동조하지 않았던가. 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사흘 만에 이를 철회함으로써 ‘악법’임을 추인한 꼴이 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복지축소 결단은 국민들로부터 두고두고 칭송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행복시대라는 구호로 집권에 성공한 박근혜 대통령이지만, 경제 상황 등 주변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공약을 다 지킬 수가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건 비단 박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나라, 어느 대통령도 선거의 영역에서 과장(誇張)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문제는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들을 집권 후 바로잡고 국민들과 소통하며 이해를 구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다. 잘못된 공약을 지키겠다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지도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유럽식 복지 열풍
 
《유러피언드림》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
  노무현 대통령이 세 번(2005년 번역판) 읽고 참모들에게 ‘한국적인 적용’을 지시했었다는 미국의 사회비평작가 제러미 리프킨이 쓴 《유러피언 드림(European Dream)》은 오늘날 야당과 한국 좌파 경제사회관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유러피언 드림》의 저자는 흔히 유럽적 이념을 “법치와 개인적 책임 대신 ‘관용과 통합’의 사회를 지향한다”고 요약하고 있다.
 
  이 책은 수년 전부터 야당가와 일부 좌파집단에서 복지사회의 이상형으로 자주 인용하여 왔다. 이들은 ‘유럽형 복지 정책을 도입하자’며 정부 정책을 비꼬거나 노동계와 서민층을 현혹해 세를 모으려 했다. 지난 대선 때는 유럽 모델을 근간으로 하는 복지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하는 등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했다.
 
  우리나라 진보세력의 이론적 우상처럼 돼 있는 캠브리지대 경제학부 장하준 교수는 2009년 4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청강연에서 “진짜 보수라면 복지국가를 만들고 사회통합을 해야 한다”며 “신자유주의는 한계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복지국가가 되면 진취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시장 개척에 나선다”며 “프랑스의 복지정책에서 배울 점이 없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하여 참석한 20여 명의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유럽식 복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장 교수가 강연한 지 2년도 채 안 돼 그가 ‘배울 대상’으로 지목했던 프랑스마저도 300만명의 시위 속에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장 교수의 강연 내용은 유럽형 복지의 현실을 외면한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러피언 드림의 허구
 
  유럽 각국이 경쟁적으로 ‘유러피언 드림’을 꿈꾸며 펼쳐온 복지와 재정은 20세기 말부터 저성장과 고(高)실업률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산업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제러미 리프킨이 말한 ‘유러피언 드림’이 세계가 본받을 ‘꿈의 비전’이 되어가고 있는지는 오늘날 유럽 국가들의 바닥난 재정과 실업난에 허덕이는 유럽인으로부터 해답을 찾아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복지정책을 배워라”고 했던 장하준 교수 또한 이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최소한 변명이라도 해야 한다.
 
  1998년 미국 상원의 합동경제위원회(Joint Economic Committee·JEC) 보고서는 복지 증대로 정부지출의 비율이 GDP 대비 10%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씩 감소해 간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복지를 추구하는 세계 각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재정원리이다. 우리도 새겨듣고 반영해야 할 중요한 지표라 본다.
 
  JEC는 OECD 23개국에서 GDP 대비 정부지출 비율은 1960년 평균 27%에서 1996년 48%로 높아졌으나 국민의 신체와 재산보호, 방위, 교육, 사회간접자본 등 핵심 기능에 지출하는 정부 예산은 GDP의 15% 미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거의 복지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비율이 25% 미만인 나라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6.6%, 30~40%일 경우 3.8%, 60% 이상 1.6% 등 정부지출 비율이 커질수록 성장률은 급격히 낮아졌다. 비대해진 공공부문의 낮은 생산성이 민간부문에서의 생산성 성장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현재 상황은 어디쯤 될까? 작년 GDP 1272조4000억원 대비 정부지출(328조) 비율은 26%가 되어 앞으로는 3%대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어가는 중임을 알 수가 있다.
 
  2차 대전이 끝난 1947년부터 미국 마셜플랜(유럽부흥계획·ERP)의 지원을 받은 서유럽 16개국을 중심으로 유럽경제가 최고의 번영을 시작하였다. 산업경쟁력은 상승일로였고 신흥경제국들의 도전이 없었으며, 1960년 전후 베이비붐 세대 등장으로 노동력까지 증대되어 재정 및 기금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때부터 유럽 각국은 경쟁적으로 복지와 재정을 늘리기 시작했다. ‘유러피언 드림’ 책의 출판배경이 됐다.
 
  초기 수년간은 튼튼한 재정이 뒷받침되었으나 복지증대는 결국 국가재정 팽창으로 이어졌고 민간 생산영역이 축소돼 가면서 유럽의 성장능력은 한계에 부딪혔다. 이와 같이 EU의 경제성장률 하락추세는 세계경제가 4%로 성장하던 2004~2005년의 초(超)호황기(《유러피언 드림》 출판연도)에도 1.5% 수준으로 정체되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0%대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보고서가 올해 OECD 회원국의 경제성장률을 2.2%(미국 2.4%, 일본 2.0%, 한국 3.3%)로 예측한 데 비해 유럽 지역의 성장률 예상치는 0.1%이다.
 
 
  저성장·고실업률의 악순환
 
   저성장은 성장 정체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이는 곧 고실업률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지난 6월 EU 27개국의 평균 실업률은 10.9%였다(미국 8.2%, 일본 4.4%). 스페인의 실업률은 26.3%(청년실업률은 56.1%)였다. 그리스는 26.9%(청년실업률은 58.7%)를 기록했다. 독일은 5.4%, 오스트리아는 4.6%였다.
 
  작년에도 형편은 비슷했다. 스웨덴의 청년실업률이 20%를 넘었고, 덴마크는 15%였다. 남부 유럽형 복지국가는 더 심각하여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이 30%가 넘는다.
 
  유럽의 오늘날 모습은 한마디로 처참하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이 적자예산, 국가 신용등급 추락, 국가 부도위기 등으로 휘청이고 있다. 이들 국가의 복합위기에 영향을 받아 이제 유로권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돼 가는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는 존재로 눈총받고 있다.
 
  영국 역시 2011년 극렬한 폭동사태 아래 대학등록금을 3배로 인상하였고, 같은 해 프랑스는 300만명의 시위 속에 연금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연장했다가, 현재의 올랑드 정부 때 60세로 환원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15일 납부기간(62세 이상 근로납부) 연장 등의 연급개혁법이 하원을 통과한 상태다. 이 법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의 62%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게다가 노동총연맹 등 4대 노조가 전국 100개 도시에서 반대 파업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통과됐다. 앞으로 시행까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유럽의 사회갈등은 심화돼 가는 중이며 거기다 산업경쟁력은 점점 쇠락하고, 글로벌 경쟁체제는 과거보다 더욱 격화되어 아시아의 새로운 경쟁상대(중국, 인도, 한국 등)와 대면해야 한다. 유럽이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리라는 관측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유럽의 실패는 미국 JEC의 분석대로 국가복지재정의 비대가 민간 생산영역 축소를 가져왔으며, 노동자의 정부의존 중독을 가져온 결과다. 노동력은 줄어들고 은퇴인구는 늘어나고 복지통합사회의 비용은 저절로 주체 못하게 누적되는 구조였다. 유러피언 드림이 ‘내용 없는 신화’가 된 셈이다. 유럽인들도 더 이상 안전한 직장과 삶을 보장받기 힘들어져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의 많은 나라가 현재 복지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연금 인하와 대상 축소, 법인세 인하를 통해 재정을 절감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목표다. 스웨덴의 경우, 1991년 개혁으로 1990년대 57%였던 법인세를 30%로, 2012년에는 26.3%에서 22%로까지 낮추었다. 또한 부(富)의 국외 유출과 경제 침체가 계속되자 60%의 소득세율도 30%로 내리고, 상속세・부유세도 없앴다. 이 부분은 우리가 주목할 대목으로 반(反)기업, 반부자 정서극복의 방향타가 되어야 한다.
 
  유럽형 복지의 탄생 배경과 이후의 경과는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였고 역사학자로 복지정책에 애착을 갖고 많은 저서를 남긴 토니 주트(Tony Judt)의 《Postwar: A History of Europe Since 1945(2005)》에 잘 드러나 있다.
 
 
  대한민국 복지정책의 장애물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6일 ‘2014년 국내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3.8%다. 올해는 2.6%였다. 세계 무역 증가율은 2011년 6.0%, 2012년 2.5%였으며, 올해는 3.1%, 내년은 5.4% 증가하리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내년 한국의 수출은 8.4% 증가하고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는 각각 399억 달러와 49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는 가계부채, 전세가 상승, 고령화로 인한 평균 소비성향의 하락 등으로 인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2.0%에 이어 내년에도 2.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4%, 내년 2.4%로, 실업률은 올해 3.3%, 내년 3.1%로 각각 전망했다. 이런 수치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올해나 내년이나 국민들의 삶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사실 복지정책을 확대할 여력은 없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복지를 확대할 것인가.
 
  1970년대 말 국민연금, 국가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시스템을 설계할 당시만 해도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65세 전후로 보았다. 국민은 30년 넘게 일하여 국가복지기금을 채우고 은퇴자의 수년 여생 동안 이를 빼서 주면 될 것으로 계산했다.
 
  그런데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 61.9세,1980년 65.7세, 2009년 80.5세로 늘어났다. 앞으로도 해를 거듭할수록 더 늘어날 것이다. 반면 부부합계 출산율은 1975년 3.43명, 1980년 2.82명, 2010년 1.22명으로 추락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음으로써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노인인구는 2017년이면 14%가 될 것이고, 이는 2029년에 2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노인인구 20%라는 것은 초고령사회에 들어간 것을 말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빠르게 고령화되지 않았다. 고령화는 복지정책 확대의 최대 걸림돌이다. 생산 가능인구가 늘어나야 복지정책에 쓰일 세금이 많이 걷히는데, 노령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곳간은 비어가는데 쓸 일만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바로 복지 포퓰리즘이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은 2010년 말 35조원이던 건강보험 지출액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도” 2050년에 623조원으로 18배 증가하리라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40년 뒤 국민의 건강보험료 지출액은 개인소득의 38.2%까지 오를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소득의 38%를 건강보험료로 가져간다고 하면 이를 납득할 국민이 있겠는가.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은 지난 대선에서 무상의료(건강보험) 공약까지 내세웠다. 그러면서 부자 감세만 철회해도 재원(財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서는 물론 많은 논란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만을 예로 들어도 그 허구성은 드러난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럽 각국은 법인세를 앞다퉈 내리고 있다. 법인세를 올리면 국부(國富)가 유출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글로벌 사회에서 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나라에서 사업을 할 리가 있을까. 이미 현대자동차가 저렴한 인건비에 노사분규가 덜한 나라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만 봐도 걸핏하면 ‘대기업 봐주기’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주장에 얼마나 거품이 많이 끼었는지를 알 수 있다.
 
  공짜 복지를 팔아 표를 사는 복지 포퓰리즘은 앞으로도 선거 때마다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복지 포퓰리즘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敵)이라는 사실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나가지 않으면 오늘날 유럽 국가의 현실이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형 복지를 위한 대안은 있나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2013년 8.7%)이나 국가채무(올해 480조3000억원) 비율(36%)이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복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유럽의 잘못된 정책과정을 따라가자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한국은 OECD 꼴찌 수준 국가일 뿐이다. 올해 9월 하순 발표한 한국은행과 세계은행의 세계발전지수(World Development Indicators)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9위(2만2670달러)로 2007년 이래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환율 때문에 약간 오르내리고 있는 수준이다. 미국·일본·유럽의 선진국들이 실질적으로 우리의 2~5배 소득을 누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당장 시급한 선별 복지 외에는 복지 확대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런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실제 복지는 생각보다 잘 되어 있다. 빈곤 탈출을 위한 극빈자 선별복지와 출산장려정책에 대한 확대 검토는 경제현실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은 재원이 확실히 보장되어야만 수용을 할 수 있다.
 
  안전한 직장과 안락한 삶을 보장해 줄 것으로 믿었던 유럽 모델의 지속 불가능함이 입증된 만큼 우리 국민이나 정치가 모두 선진국 복지 경험과 우리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정책의 축소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듯한 보도가 많지만 실제 유럽형 복지정책의 실패를 유럽 정치가들과 좌파, 노동조합도 다 알고 있다. 단지 통 큰 복지에 길든 국민들이 국가의 복지 ‘구조조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 경제·사회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복지정책의 모범답안을 갖고 있진 못하다. 나라마다 갖고 있는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도 OECD국가들을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우리에 맞는 모델을 발굴하는 게 적절한지를 사전에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궁극적 복지는 평화통일
 
  논지에서는 벗어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부언할 것이 있다. 새로운 사회, 이른바 대안(代案)사회라는 담론이 최근 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석학들은 ①가치론적 판단으로서 인간의 기본권 보장, 개인의 존엄과 정의의 가치와 사회권의 보장으로 통합사회 실현 ②지속가능한 대안체제 ③현실성 있는 유토피아일 것이라고 흔히 정의한다. 필자는 여기에 하나를 더 넣고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즉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어진 민족적, 역사적 사명에 입각하여 볼 때 분단 극복이 대한민국의 최대 복지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미 통일기금 논의는 시작되었다. 국제적으로나 시대적으로나 평화통일로 가는 기류가 상승일 때 분연히 일어나 분단의 약점을 털어내야 한다. 통 큰 복지는 같은 민족으로서 굶주리는 북한주민을 외면하지 말고 포용하여 평화통일을 이뤄가는 데 바쳐야 한다.
 
  어느 학자가 연구한 통일비용과 통일편익 보고서를 읽어본 기억이 있다. 연구결과, 분단으로 인한 손실이 통일비용보다 1.5배 이상 된다고 한다. 통일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통일편익 효과로 GDP가 10년 넘게 연평균 11.25%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있다. 북한의 풍부한 자원, 양질의 값싼 노동력,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횡단가스 연결에 따른 파급 효과의 결과라고 한다.
 
  이로 미루어볼 때 평화통일이야말로 세계경제부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필자는 이를 홍익인간·이화세계를 구현하는 동방의 리얼 유토피아라 부르고 있다. 그런 시대가 오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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