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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신개념 A/S

자동차 수리하는 동안 공짜 스크린골프 쳐 볼까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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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수원서비스센터의 전경.
  마트 주차장에서 급하게 차를 빼다가 옆 기둥에 자동차 옆면이 좍 긁혔다고 생각해 보자.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계획에 없던 돈 나갈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다음에는 귀찮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차를 몰고 수리센터까지 가서 알아듣기 어려운 부품 이름을 들으면서 예상 견적을 받고, 우두커니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일을 달가워할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자동차를 수리할 때마다 반복되는 운전자들의 수고로움을 덜어 주겠다고 현대·기아차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년 동안 자동차 수리센터 보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종전의 A/S 시스템을 뜯어고쳤다.
 
  기아자동차는 전국 19개 지역에 직영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 기아차는 ‘K시리즈’ 차량을 내놓은 직후인 2010년부터 3년에 걸쳐 약 2000억원을 들여 19군데 정비센터를 모두 고쳤다. 기아차 수원·청주·제주 센터는 리모델링 공사를 했고, 서울 성동·대전·광주 센터는 기존 부지에 건물을 새로 올렸다.
 
 
  기술자 안 만나고 차 고친다
 
현대차 남부서비스센터 안에 마련된 스크린골프방.
  지난 10월 10일 찾아간 기아차 수원서비스센터는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기아차 상징인 새빨간색 선이 건물 테두리를 둘러쌌고, 영어로 쓰여진 ‘KIA’ 글자가 선명했다. 서비스센터 입구에 들어서자 자동차 번호판 자동인식 시스템이 차량 번호를 인식했다.
 
  이언주 기아차 수원서비스센터 운영지원팀장은 “예약 고객의 차가 입고되면 차량 번호 인식과 동시에 부스 내 컴퓨터가 이 정보를 받게 된다. 전담 매니저에게 전달돼 신속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비(非)예약 부스로 이동된다.
 
  입구 직원의 안내에 따라 20m 정도를 운전해 차량을 주차했다. 차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전담 어드바이저가 기자를 맞았다. 넥타이에 양복을 입은 말쑥한 어드바이저는 자동차의 고장 부분을 묻고, 옆 공간에 마련된 고객 라운지로 안내했다. 이들 어드바이저는 기아차 서비스센터를 찾는 고객들의 대응 업무만 하는 사람들이다. 흔히 카센터에서 볼 수 있는, 운전자와 작업 기술자가 대면해서 자동차를 살펴보는 모습을 이곳에서는 찾을 수 없다.
 
  이언주 팀장의 얘기다.
 
  “고객들과 현장 기술자들이 직접 만나면 간혹 소리가 커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어려운 자동차 부품 얘기를 하는 현장 기술자 말을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고, 현장 기술자들은 수리 내용을 세련되게 고객들에게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들 중간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이 어드바이저입니다. 고객 응대만을 전문으로 하는 어드바이저들이 쉬운 말로 고객들에게 수리 내용을 설명하고, 또 현장 기술자들은 고객 상대를 하는 시간에 정비 기술에 매진할 수 있다는 1석2조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기아차의 19군데 수리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누구나 어드바이저에게 맨투맨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드바이저의 안내로 찾아간 라운지에는 10여 명의 고객이 앉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벽면에 걸린 TV를 보거나, 한쪽에 마련된 인터넷 라운지에서 검색을 하고 있었다. 과거처럼 정비센터 한쪽 벽면에 자동차 부품이 걸려 있고, 덩그러니 놓여 있는 음료수 자판기, 무심하게 놓인 둥그런 테이블 두어 개를 생각했다면 잘못이다. 고객 라운지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은 ‘안마기 의자’란다. 몇 분을 앉아 있든, 1시간을 앉아 있든 뭐라는 사람이 없어 이곳에서 몸의 피로를 푸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기아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라운지에서 잠시 기다리니 전담 어드바이저가 차량 수리의 소요시간, 비용 등을 설명했다. 통상 자동차 구동에 필요한 부품 정비에는 1~3시간 정도, 차량을 도색·판금하는 경우에는 하루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전담 어드바이저의 설명이 끝나자, 차량은 곧장 수리에 들어갔다. 차량 수리 과정은 벽면의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알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그랜저33다××××’라는 글씨와 함께 작업 진행 정도가 표시돼 있었다. 차량 번호 이외에 고객의 이름은 모니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작업 진행 정도와 함께 수리 종료 예정 시간을 알 수 있다. 기아차 수원서비스센터에 차를 갖고 들어와서 만난 사람은 어드바이저뿐이었다. 기술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았고, 차량 수리를 위해 기자가 스스로 차량을 이동시킨 적도 없다. 그저 라운지 이곳저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그뿐이다. 물론 개중에는 ‘내 차 수리 모습을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런 요청을 할 경우 실제 수리현장으로 고객을 안내한다”고 말했다.
 
 
  차 수리 하루 넘게 걸리면, 공짜로 렌터카
 
  전담 어드바이저로부터 판금·도색처럼 자동차 수리에 하루 이상이 걸린다는 통보를 받으면, 고객은 기다리는 대신에 집으로 돌아간다.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다. 기아차 수원서비스센터에서 무료로 내주는 ‘윗 단계 승용차’를 타고 돌아간다. 기아차의 ‘무상대여 차 서비스’다. 기아차 수원센터는 최고급 사양인 ‘K9’ 1대, ‘K5’ 5대를 상시 보유하고 있다.
 
  이언주 기아차 수원서비스센터 팀장은 “차량 수리 기간이 하루를 넘는 경우 고객이 몰고 온 차보다 한 단계 위의 차를 무상으로 렌트해 준다”고 말했다. 기아차 수원서비스센터에서 보유 중인 자동차 전체가 고객에게 대여 중이라면, 기아차 렌터카 회사로부터 빌려 와서라도 고객에게 차를 내준다. ‘K5’ 자동차의 수리가 끝날 때까지 ‘K7’ 운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혹시 내가 바가지를 쓰는 것이 아닐까.’ 역시 자동차 수리를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 본 생각일 것이다. 내가 교체하는 부품 가격이 다른 곳보다 더 비싸지는 않은지, 범퍼 이상으로 카센터를 찾았는데 종합적으로 점검을 한다며 여기저기 다른 곳까지 수리를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있을 거다. 현대·기아차의 직영센터를 이용하면 이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질 것 같다. 고객 차에 대해 ‘과잉 정비’가 이뤄졌다면, 고객에게 수리비의 3배를 보상해 주기 때문이다.
 
  만일 고객이 기아차 수원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한 뒤에 과잉 정비를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현대해상화재보험(080-200-2000)으로 전화를 하자. 만일 기아차 센터에서 필요 이상의 과한 정비를 했다면, 고객에게 수리비의 3배를 지급한다.
 
  기아차에는 이외에도 편의적인 것들이 많다. ‘터치콜서비스’라는 것은 사고가 났을 때 휴대폰 다이얼을 누르지 않고 곧장 서비스센터와 연결되는 기능이다. 기아차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기아차 지점 어디서나 ‘NFC-TAG’라는 것을 받을 수 있다. 이 스티커를 차에 붙여 놓고 사고가 나면 스마트폰을 여기에 대기만 하면 된다. 서비스센터 전화번호를 찾고, 스마트폰 키패드를 누르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전화가 걸린다.
 
 
  차 수리해 세차한 후 출고 대기장에
 
  현대자동차의 전국 23개 서비스센터 중 10개는 개보수 작업이 끝났다. 카센터는 지저분하고 기름 냄새가 나며, 불친절한 공사판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끝이다.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현대차 남부서비스센터의 내부는 고급스럽다. 은은한 조명과 안락한 의자, 안마의자, 본인의 몸을 체크할 수 있는 체지방분석기, 여성전용쉼터, 아이들을 위한 키즈룸에 네 석의 스크린골프장이 고객을 맞는다.
 
  차량이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직후에 전담 어드바이저가 고객을 맞는 점, 또 고객이 라운지에서 쉬는 동안 수리 작업이 이뤄지는 점 등은 기아차와 다르지 않다.
 
  현대차 남부서비스센터 박영환 운영지원팀장은 “과거의 정비센터가 정비를 하는 회사 입장에서 지어졌다면 이제는 정비를 받는 소비자의 눈으로 모든 것이 정비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고객들이 어려운 부품 용어를 들어야 했던 것, 차를 수리하기 위해 내가 스스로 차를 몰고 옆 부스로 이동했던 것, 간혹 정비사가 수리 후에 차를 빼 주면 ‘감사합니다’를 표시해야 했던 기억과는 이별이다. 현대차 서비스센터는 차량을 수리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부터 수리가 끝난 다음에 세차, 고객이 나가는 방향으로 출고 대기시키는 모든 것을 작업자들이 알아서 한다. 현대차 남부서비스센터 차량 출고장의 몇몇 차량은 회색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도색·판금 등 차량 외부 수리가 끝났는데도 차일피일 차를 찾아가지 않는 고객들의 차다.
 
  현대차 남부서비스센터 박영환 팀장은 “고객이 자동차를 찾아갈 때까지 겉면에 커버를 씌워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현대차 남부서비스센터의 스크린골프장은 남성들에게 인기있는 공간이다. 골프용 운동화, 골프클럽, 골프공 등 모든 것이 구비돼 있다. 한쪽에는 부러진 드라이버 여러 개와 함께 ‘조심해서 클럽을 다뤄 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차량 서비스를 받는 동안 꽤 많은 고객이 이곳을 거쳐 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동차를 수리해야 하지만 서비스센터까지 갈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비용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현대·기아차 직원이 고객의 차가 서 있는 집, 직장에서 자동차를 찾아서, 수리한 뒤 다시 가져다주는 서비스 덕분이다. 고객은 7km당 1만원, 이후 1km당 1000원을 내면 된다.
 
 
  카센터에서 호텔 커피 마셔 보자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현대차 서비스센터의 라운지 모습.
  현대차는 강남 지역에 직영센터가 없다는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고자, 올 초 서비스센터를 오픈했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매봉역으로 가는 남부순환로에 있는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가 이곳이다. 현대차는 현대건설에서 이 분양관의 일부를 임차해서 현대차 정비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직접 자동차를 수리하는 것은 아니고, 여기서 자동차 수리를 진단한 뒤 현대차의 협력업체에 차를 맡겨 수리를 해 오는 것이다.
 
  이곳은 앞서 방문한 곳과 비슷했다. 지하 1층에 차량을 입고한 뒤 곧장 전담매니저에게 안내됐고, 전담매니저는 다시 1층에 위치한 대기공간으로 안내했다.
 
  조용진 현대차 남부서비스센터 팀장은 이곳이 ‘금남(禁男)센터’라고 했다. 물론 아내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남편이 탄 경우에는 함께 들어올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여성전용센터다. 조용진 팀장의 설명이다.
 
  “자동차 수리의 핵심은 정확한 진단입니다. 진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동차 수리 견적이 10만~100만원까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발품을 팔아 여러 곳에서 견적을 받지 않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남부서비스센터는 현대차의 직영센터와 동일한 수준의 진단을 받고, 또 숙련된 현대차 협력업체 20개로부터 신속하게 차량을 수리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지불하는 수리비의 100%가 협력회사에 지급됩니다. 저희가 고객과 협력업체를 연결시켜서 받는 비용은 0원입니다.”
 
  —단종된 차량의 수리가 들어올 경우에는요.
 
  “어려운 차종이 입고돼도 현대차가 책임지고 부품을 찾아서 수리합니다. 물론 그 수리기간 동안에는 고객이 맡긴 차량과 같은 기종, 또는 그 이상의 자동차를 무상으로 빌려 드립니다.”
 
  현대차 남부서비스센터의 고객 휴식 공간은 미술관을 연상케 했다. 벽면 하나에 책이 빼곡했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 10여 개가 있었다. 한쪽에는 극장, 칸막이가 쳐진 여성전용공간, 아이를 동반한 고객을 위한 키즈카페가 마련돼 있었다. ‘자동차 회사가 라운지를 운영해 봐야 거기서 거기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현대차의 남부서비스센터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일례로 이곳에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커피는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에서 파는 커피다. 문득 이곳에 자동차 수리를 맡기지 않고 그냥 놀러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용진 팀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용진 팀장은 “굳이 차량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도 여성 고객이 이곳에 와서 친구들끼리 모임을 하거나, 휴식을 취해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카센터에서 제공하는 ‘호텔커피’는 물론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현대차에 남부서비스센터는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고객들을 위해 돈을 쓰는 공간이다. 때문에 1년에 4~5번 음악회를 열고, 고객들을 초청해 꽃꽂이 강의 등을 하기도 한다. 기업체의 대(對)고객 서비스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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