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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鄭求鉉 前 삼성경제연구소장이 말하는 대한민국號의 미래

“한국은 뜨거운 물속의 개구리… 위기의식조차 없다”

글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aglebsk@chosun.com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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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强性 勞組가 주도하는 高비용 구조, 市場테스트를 받지 않는 공기업 肥大化
⊙ 30대 그룹 중 12개 그룹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
⊙ 국내 재벌 한계에 다다라… 지배구조와 경영전략 혁신하고 전문화·국제화해야
⊙ 기업은 글로벌, 정치는 로컬 수준… 결단력 있는 정치 리더십 필요
⊙ 경제민주화 강조하면 시장의 자율성 약화돼… 기업 하기 좋은 여건 안 만들면 창조경제 성공 못 해

鄭求鉉
⊙ 66세.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대학원 석사, 미시간대 경영학 박사.
⊙ 연세대 경영대학원장·상경대학장, 국방개혁심의위원, 한국경영학회장, FTA국내대책위원,
    삼성경제연구소장 및 상근고문 역임. 現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연세대 명예교수·
    서울국제포럼 회장·자유경제원 이사장·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
⊙ 《한국의 기업경영 20년》 《한국기업의 글로벌 경영》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한국경영학회 상남경영학자상(2012년)·정진기언론문화상 대상(2008) 수상.
  정구현(鄭求鉉) 전 삼성경제연구소장을 다시 만난 건 10년 만이었다. 2003년 연세대 교수에서 삼성경제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길 무렵 미니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강산이 한번 바뀌는 동안 그의 백발(白髮)은 더욱 무성해졌다.
 
  정 소장은 삼성경제연구소를 6년간 맡은 후 상근고문을 거쳐,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로 있다. 서울국제포럼 회장, 자유경제원 이사장, 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이론과 실물경제를 겸비한 국내 몇 안 되는 경영학자이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데는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통찰력과 다양한 경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태우(盧泰愚) 정부 당시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을 비롯해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으로 있으면서 세계 경제와 정치, 한반도의 정세 변화, 한국 경제의 전망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경영학자이면서 정치, 사회, 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종합적으로 연구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인접학문 넘나들기’는 계속됐다. 기업컨설팅은 물론 기술 변화, 국가정책, 남북한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고, 영문 계간지 《SERI Quarterly》를 통해 남북한 정보를 전 세계 주요 기업가·지식인들에게 전달했다.
 
 
  중국의 浮上과 블랙스완 북한
 
  그가 최근 대한민국 15년 후의 미래를 다룬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한민국이 향후 15년간 새로운 성장동력을 재(再)가동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 10월 9일 서울국제포럼 회장실에서 만나 ‘한국 경제의 기회와 위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지금 대한민국호(號)는 어디로 가고 있나요.
 
  “하하. 저도 모르죠. 다만 잘못하다가는 크게 잘못될 수가 있지요. 우려되는 일들이 많은 건 분명해요.”
 
  —가장 큰 문제점은 뭡니까.
 
  “내부, 외부 요인으로 나눠봅시다. 먼저 외부 요인으로 중국의 부상(浮上)을 들 수 있어요. 중국이 미국과 경쟁관계를 넘어 갈등양상을 보이면 우리로서는 아주 불리해요. 우리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줄타기를 잘 해야 해요. 또 다른 요인으로 ‘블랙스완(Black Swan·극히 드물지만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현상)’인 북한의 불안전성을 들 수 있겠지요.”
 
  —그럼 내부적 요인은요.
 
  “뭐니뭐니 해도 고비용(고임금) 문제죠. 우리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대만과 비슷한 2만 달러 수준입니다. 그런데 구매력평가(Purchasing Power Parity) 인당(人當) 소득은 3만5000달러로, 대만의 3만8000달러보다 적어요. 그런데도 대졸자(大卒者) 초임(初賃)은 우리가 세 배나 높아요. 대만의 대졸자 초임 월급은 1000달러 내외입니다. 우리 돈으로 100만원 수준이에요. 우리의 사회 전반 급여 수준은 대만보다 두세 배 높아요. 그만큼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정 소장은 또 다른 요인으로 강성(强性) 노조를 들었다.
 
  “대만에는 정치색 짙은 강성 노조가 없습니다. 대만은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우리보다 훨씬 높아요. 대만의 웬만한 기업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근로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생산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12년 동안 대만의 임금은 거의 동결 수준이었어요.”
 
  —대만의 경제규모가 상당한 걸로 알고 있는데 월급 100만원을 받고 어떻게 사나요.
 
  “저도 궁금해서 지난 6월 직접 대만에 가봤어요. 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어요. 젊은이들요? 제대로 못 살고 있었습니다. 맞벌이를 해도 살기 어려웠어요. 대만은 우리보다 조세부담률이 3분의 2 수준으로 낮습니다. 그런데도 근로자들의 생활은 우리보다 형편없었어요. 중국 의존도가 높고, 월급은 적고, 살기는 어렵고…. 그게 대만의 현실입니다. 좀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여하튼 우리의 급여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삼성전자 착시현상
 
국내 30대 대기업 중 12개 그룹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못 내는 실정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정구현 소장은밝혔다. 사진은 지난 9월 30일 그룹 3개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
  정구현 소장은 ‘대기업 강성 노조가 주도하는 고비용 구조’와 함께 ‘시장테스트를 받지 않는 정부 부문의 비대화’도 한국의 위협요인이라고 했다.
 
  “신(神)이 내린 직장, 신도 모르는 직장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들 직장의 특징은 급여가 많고, 근무조건이 훌륭하며, 직장 안정성이 높습니다. 이런 직장이 어디냐, 바로 정부의 입김이 센 공기업이나 금융기관입니다. 이들 기업들은 시장의 테스트를 받을 이유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노조의 힘은 더욱 세집니다. 얼마 전 모(某) 공기업에 신임 사장이 출근하는 첫날, 노조가 출근 저지운동을 벌였어요. 신임 사장 길들이기를 하는 거죠. 새로 부임한 사장은 노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게 공기업의 현실입니다. 국내 금융권, 특히 주요 은행들도 마찬가지예요. 정부 지분이 없어도 업무 성격상 정부의 통제를 받으며 보호도 받고 있지요. 그러면서 시장 경쟁력은 키우지 않아요. 비효율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정구현 소장은 “일본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왜 저렇게 됐는지 아세요? 80년대까지는 잘나갔지만 90년대 이후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났지요. 이유가 뭘까요. 일본의 경제·사회적 폐쇄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요.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 또는 이익집단에 포획된 것도 주요 원인이고, 난국(難局)에 처해 있을 때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의사결정구조도 큰 문제지요. 묘하게도 지금 우리나라는 일본이 앓고 있는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내 이익집단의 논리에 끌려가고 있고,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요.”
 
  —세계적 경기불황으로 국내 일부 대기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전통적인 국내 대기업의 미래는 어두워요. 30대 그룹 중 12개 그룹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익은 없는데 지출은 계속 늘고 있지요. 수익성이 낮은 기업이 높은 임금을 지불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국내 대기업에는 삼성전자 착시현상이 있어요. 삼성전자를 뺀 대기업의 수익성은 국내 중견기업보다 낮아요. 대기업은 앞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왜 이런 상황이 온 거죠.
 
  “다각화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에요. 건설, 조선, 해운 등으로 무리하게 업종을 넓혔어요. 대기업 오너의 구조적 문제도 있고요. 오너 입장에서는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할 수밖에 없어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제 한국 재벌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타개책은 없나요.
 
  “지배구조, 경영전략을 확 바꿔야 해요. 경쟁력 있는 분야를 전문화, 국제화해야 합니다.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구조도 바꿔야 해요. 전문경영인 제도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고요. 오너 체제가 가진 장점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장점을 잘 섞어야 해요. 삼성전자가 좋은 모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이건희(李健熙) 회장, 이재용(李在鎔) 부회장이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아요.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가 적절히 융합돼 있어요.”
 
 
  대기업은 세 가지 테스트를 거쳐야 산다
 
강성 노조에 의한 고비용 구조가 한국 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8월 ‘2013 중앙쟁대위 출범식’을 가진 현대자동차 노조.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서인지 걸핏하면 대기업을 손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대기업들은 세 가지 테스트, 다시 말해 시장 테스트, 2·3세 후계자 테스트, 사회 테스트를 거쳐야 살아남습니다. 특히 높은 도덕,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 테스트를 통과하기란 결코 쉽지 않아요. 기업 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거죠. 상황이 이러한데 정치권까지 나서 기업을 손보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놔둬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대기업이라고 대마불사(大馬不死)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무너지는 기업들이 계속 나올 겁니다.”
 
  —우리 사회의 고비용, 공공부문 개혁 등 시급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사회 전체가 비용을 줄여야 해요. 급여를 동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고통을 분담해야 합니다. 그렇게 안 하면 기업도 근로자도, 노조도 힘들어져요. 수익성을 높여야 근로자도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사정(勞使政) 모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해요. 정부 부문은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합니다. 공공부문은 과감히 축소시켜야죠. 요즘 민영화라는 말이 슬그머니 사라졌는데 다시 개혁의 칼을 꺼내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절실합니다.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해요. 일본을 봐요. 20년간 지속된 경제적 불황에 이어 지진(地震)·후쿠시마 원전(原電) 사태까지 발생하니까 국민들이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라고 다를 게 없어요. 지난 4월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가 ‘한국 경제는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 물속의 개구리 같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8%→5%→2%대로 떨어지고 가계부채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정작 한국은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저는 맥킨지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정구현 소장은 “지난 60년간 우리나라는 놀라운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면서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향후 15년간 한국이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완전한 성공’으로 거듭날지 아니면 ‘미완의 추억’으로 그칠지 판가름이 날 것이라 전망했다.
 
  —왜 15년입니까.
 
  “향후 15년 안에 세계경제의 지도는 근본적으로 바뀌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변동 또한 일어날 겁니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의 내적 동력이 변화하는 시기이죠. 15년 후인 2027년에는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합니다. 인구의 20% 이상이 노령인구(65세 이상)가 돼요. 이렇게 되면 노인복지 부담도 늘어나고 경제성장 또한 어려워져요. 그 무렵 중국은 경제력에서 미국과 동등하게 될 겁니다. 중국의 성장과 북한 체제의 변화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15년 내에 남북통일이 이뤄질까요.
 
  “단정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15년 이전에 어떤 형식으로든 북한 체제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금의 북한 체제는 붕괴하게 돼 있어요.”
 
 
  성공 속에서 싹튼 실패의 씨앗
 
공기업 개혁 또한 시급하다. 부채 상위 10대 공기업의 부채와 올해 부채증가액.
  —우리는 6·25전쟁 이후 배불리 먹고, 잘살기 위해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왔습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한국인의 학습동기, 성과주의라는 가치관과 결합해 기적(奇跡)을 일궈냈습니다. 기존의 성공 방정식이 앞으로도 유효할까요.
 
  “성공 속에서 싹튼 실패의 씨앗이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정학적 상황, 경제정책, 정치민주화 그리고 일과 공부에의 몰입 등으로 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그동안 미국만 잘 잡고 있으면 경제는 물론 안보·군사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제는 중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해요.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죠.
 
  민주화와 관련해 현재 우리는 정치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어요. 정치 논리가 다른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습니다. 정치의 선진화가 시급해요. 정치권이나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산업에서는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적의 성과를 냈음에도 행복지수가 높지 않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선진국의 경험을 비춰보면,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으면 행복지수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요. 물질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거죠.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치열한 경쟁, 남과 비교하는 강렬한 평등의식이 너무 강해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의식이 요구됩니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창조경제를 내세웠습니다. 성공할까요.
 
  “창조경제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빠른 모방자)로서 성공했어요. 이제는 창조적 리더 역할을 해야 해요.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개인과 민간(기업)이 창의성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경제환경이 자유로워야 해요.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반대로 가고 있어요. 그게 경제민주화로 포장돼 있습니다. 기업 하기 쉬운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는 한 창조경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시장기능을 그대로 놔두니까 강자(强者)가 너무 세지고 약자(弱者)가 불평등한 대우를 받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하자는 것 아닌가요.
 
  “논리는 맞습니다만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가 충돌하는 모순이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는 다른 말로 하면 규제 강화입니다. 창조경제는 정부 역할 축소 그리고 규제 완화입니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며 대기업에 ‘빵집은 하지 마라. 그건 중소기업의 영역이다’고 규제해요. 중소기업 업종 전문화 제도는 이미 실패해서 용도폐기된 겁니다. 그런데 슬그머니 다시 나타나고 있어요.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 시장의 자율성은 오히려 약화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것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해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 혜택을 늘리는 것, 그게 국민이 원하는 겁니다. 그런데 보세요.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결하는 주(主) 행위자는 누구입니까? 바로 기업이죠. 그렇다면 정부는 기업활동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해요. 현 정부는 젊은이들의 창업(創業)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창업은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있을 때 하는 겁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대박도 낼 수 있어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일부 정치권·국민들은 기업이 잘되는 정책을 펴면 ‘부자(富者)만 살리는 정책이다’, ‘비(非)서민적이다’라는 논리로 아우성입니다. 기업이 왜 부자입니까? 기업에서는 부자(자본가)도 일하지만 보통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일합니다.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라고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정치권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국민을 선동하면 안 됩니다.”
 
 
  모든 공약 실행하려는 것은 더 큰 罪惡
 
  —경제를 살리고 1인당 GDP 3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경제 전문가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서비스산업의 빅뱅입니다. 여기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해요. 서비스 분야 중에서 의료서비스와 금융서비스가 가장 희망적입니다. 영리병원도 인정하고 금융 분야의 규제도 확 풀어야 해요. 물류, 광고, 컨설팅 등 기업을 상대로 하는 전문서비스 분야도 활성화해야 합니다. 그 출발은 규제 완화입니다. 규제를 푸는 데 거액(巨額)이 드는 것도 아니죠.”
 
  —현오석(玄旿錫) 부총리도 KDI 원장으로 있을 때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 들어간 후에 묘안(妙案)이 나온 게 없어 보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봐요. 현 부총리는 내용을 다 알 거예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해요. 박근혜(朴槿惠)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 규제 완화 현안(懸案)을 하나씩 챙기는 겁니다. ‘경제 살리기가 가장 중요하고, 서비스산업 빅뱅이 나의 목표다, 일주일에 한 건씩 규제를 풀어라’고 하면 성과는 분명 있을 거라 확신해요.”
 
  —그렇다면 경제민주화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네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없어요. 대한민국은 자유무역국가입니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국가들과 FTA도 체결했습니다. 이미 글로벌화(化)한 기업이 많아 특혜를 줄 수도 없어요.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 대한민국의 연간 수입품의 3분의 2가 무(無)관세로 들어오게 됩니다. 자유무역, 글로벌 경쟁상황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면 상황은 더욱 치열해져요. 오히려 국내 시장에 안주하고 독과점(獨寡占) 형태로 남아 있는 기업은 대기업이 아니라 공(公)기업입니다. 공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노출돼 있나요? 토지주택공사, 가스공사, 한전, 코레일 등이 경쟁에 노출돼 있나요? 절대 아닙니다.”
 
  —복지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복지는 명료합니다.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지를 확대한다, 이게 답입니다. 그러면 어느 부분을 확대해야 할까요. 세 가지입니다. 노인빈곤 해결, 육아지원, 의료혜택 확대입니다. 노인빈곤 해법은 기초노령연금을 기본적으로 늘리는 겁니다. 최근 정부가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해요. 이런 말이 있어요. ‘선거 중에 공약(公約)을 남발하는 것은 죄악이다. 그러나 선거 후에 모든 공약을 실행하려는 것은 더 큰 죄악이다’라는 말처럼 공약 특히 복지 정책은 국가재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 가지 지적할 게 있습니다. 대학생 등록금 반값 정책은 해서는 안 됩니다. 인력구조 면에서 엉터리 대학교육을 받은 대졸자가 너무 많아요. 4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눈이 높아져 대기업에만 취직하려 해요. 4년제 대학의 3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해요. 그런 대학에 왜 학비를 대줘야 합니까.”
 
 
  강제성 있는 재정준칙 만들어야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구 감소와 설비투자 위축, 낮은 서비스산업 생산성 등으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부채가 늘고, 실업률이 증가해 경제가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전(前)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공기업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국가부채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해 900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국가부채를 보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공기업을 포함시키는 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요. 일단 우리나라는 OECD 기준으로 볼 때 국가채무가 400조원이 조금 넘습니다. GDP 대비 35%에 해당하죠. 개인적으로 우리의 부채 규모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봐요. GDP 대비 70%까지는 괜찮다는 게 국제적인 기준입니다. 현재 OECD 국가의 평균 부채는 100% 수준입니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세계 경제 침체에서도 그나마 견딜 수 있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와 정부의 재정건전성 덕입니다.”
 
  —그럼 복지 혜택을 늘려도 되겠네요.
 
  “불행히도 인구 노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요. 조세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의 복지 정책만 실행한다고 해도 몇 년 지나지 않아 국가부채가 GDP 대비 60~70%에 이를 것이라 해요. 이제 우리도 강제성이 있는 ‘재정준칙(fiscal rule)’을 만들어야 해요. 재정 적자가 GDP의 몇 % 이내여야 한다, 국가부채는 얼마 이하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재정준칙 말입니다. 정치권이 재정준칙을 만들어 정부가 이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폴란드의 경우, 헌법에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라고 조항까지 있지요. 그런데 우리의 정치권이 과연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포퓰리즘 정치를 하는 우리 정치권이 말이죠.”
 
  정구현 소장은 복지 혜택을 늘리려면 기본적으로 세금을 더 거둬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增稅) 없는 복지 확대’를 계속 말합니다. 이는 일시적으로는 가능하나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죠. 현재 법인세를 늘리는 것은 어려워요. 세계적으로도 감소 추세입니다. 개인 소득세도 최대 38%에 달합니다. 지방세까지 합치면 40%가 넘어요. 유일하게 늘릴 수 있는 게 부가가치세입니다. 10%인 현행 부가가치세 제도는 1977년에 만들었죠.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올린 적이 없어요. 유럽의 평균 부가가치세는 19%이고 25%가 넘는 나라도 있어요. 이번에 일본은 소비세를 5%에서 8%로 높였습니다. 우리도 국가 재정을 생각할 때 부가가치세를 10%에서 12%로 올려야 해요. 통일이 되면 14%까지 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현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올릴까요.
 
  “절대요. 어느 정부가 올리겠습니까. 지지도가 팍팍 떨어질 텐데요. 하지만 복지나 고령화사회를 생각한다면 증세는 불가피해요. 우리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국제화 4.0시대의 특징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OECD 국가의 서비스산업 취업자 비율 순위.
  정구현 소장은 최근 들어 ‘국제화 4.0’을 주장하고 있다. 국제화 1.0시대가 1970년대 중반의 종합상사로 대변되는 초기 무역시대를 말한다면, 국제화 2.0시대는 1988~89년에 시작된 본격적인 국내 경제 개방시대를 일컫는다. 원화·유가(油價)·금리(金利)의 하락 이른바 3저(低)시대에 한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개방의 저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국제화 3.0시대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 자본시장의 전면 개방 및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이 활성화된 시대를 말한다. 이때 몇몇 글로벌 기업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 소장은 국제화 4.0시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독특한 기술이나 콘텐츠만 있으면 해외에 지사(支社)나 현지법인을 세우지 않고도 해외 진출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국내에서 카카오톡이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선점하니까 NHN은 ‘라인’을 만들어 일본 시장을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시장을 완전 장악했습니다. 가입자 수로 따지면 라인이 카카오톡의 두 배에 달합니다. 이제 연구개발, 부품생산, 조립, 판매, 마케팅, 브랜딩 등 거의 모든 부가가치 활동을 해외에서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기업은 이런 활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곳에서 기업을 해야 경쟁력이 생기는 시대가 됐지요. 이런 시스템을 ‘글로벌 혁신 및 생산시스템’이라 부릅니다. 국제화 4.0시대의 특징은 모든 기업이 국제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뿐 아니라 기업의 모든 활동이 국제화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우수한 인력, 유연한 노동시장, 기업에 우호적인 정치 및 사회환경, 효율적인 정부, 제대로 작동하는 자본시장, 좋은 인프라, 수준 높은 소비자를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제조업 강국이 경제강국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리쇼어링(reshoring·비용 등의 이유로 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우리의 경우 이를 ‘유턴’이라고 부릅니다. 국제화 4.0시대에 맞게 새로운 방식의 제조업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 중 30%가 본토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이런 현상은 계속 늘 것이라 생각해요. 사실 미국은 에너지 가격이 저렴하고 싼 노동력이 계속 유입되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고요. 얼마 전 경기개발연구원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한국기업 중 5%가 국내로 돌아오겠다고 했어요. 미국에 비해 낮은 수치이지만 돌아오겠다는 기업의 이유를 들어보면 재미있습니다. 연구개발과 핵심부품은 한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거였어요.”
 
  —R&D나 핵심부품 생산만으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우리나라가 노동력 부족국가라는 점을 인식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현재 국내 경제활동 인구는 3600만명 정도인데 2016년부터 감소합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3D 업종에서는 일을 안 해요.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겁니다. 따라서 신규 일자리는 고부가가치 업종에서만 가능합니다. 생산은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하고 연구개발, 고차원의 디자인, 지식 집약적 산업 등은 국내에서 하는 거죠. 이런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국제화 4.0입니다.”
 
 
  ‘神이 내린 직장이나 神도 모르는 직장엔 가지 마라’
 
  정구현 소장은 “한국의 정치문화를 시급히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국회의원들이 자기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안 집니다. 4년에 한 번씩 심판을 받기 때문에 거짓말을 쉽게 하지요. 문제 있는 정치인은 국민이 기억했다가 선거 때 꼭 심판해야 합니다. 기업은 매일매일 심판을 받아요. 소비자는 제품 품질 평가를 통해 기업을 심판합니다. 우리 경제는 이미 글로벌화돼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아직도 로컬 수준입니다. 선진국이란 어떤 나라를 말합니까. 정치 수준이 글로벌 기준에 오른 나라들입니다. 글로벌 시각에서 경제를 봐야 하는데 로컬 시각에서 문제를 풀다 보니 괴리가 생기는 겁니다. 한국 정치에서 포퓰리즘이 심화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좋은 정치 지도자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의도로 포장돼 있다’는 영국 속담이 있어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게 망하는 길이라는 뜻이죠. 포퓰리즘도 듣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결말은 최악이죠. 정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대통령과 같은 국가 최고 지도자는 결정적 순간에 과단성 있는 결정을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흔히 일본의 리더십을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이런 의사결정구조는 평화 시에는 괜찮지만 위기 때는 맞지 않아요. 지금 우리나라는 위기 상황입니다. 이런 시기에 정치와 경제 모든 분야에서 과감한 결정이 필요해요.”
 
  —현재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어떤 얘기를 주로 합니까.
 
  “‘지금 신이 내린 직장, 신도 모르는 직장에는 가지 마라’고 얘기합니다. 편하고 월급 많이 받는 직장은 퇴직 후 할 게 없어요. 자기 계발할 기회를 잃는 거죠. 지금 젊은이들은 앞으로 80세, 90세 넘게 살 거 아닙니까. 오래가는 사람은 계속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꾸준히 학습하겠다는 삶의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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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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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성    (2013-11-26) 찬성 : 96   반대 : 96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가 충돌한다 대기업이 빵집하고 수퍼하는걸 막지마라 대기업의 2,3세 자녀회사들이 서로의 자본으로 이사업 저사업 확장하는데도 창조경제를 위해 그냥 둬라 대기업 종사자도 중산층이니깐 대기업 잘되는게 소득증가에 핵심 참... 한심하십니다. 보수언론지니깐 그냥 그렇게 답변하신건지... 아니면 그냥 대기업 연구소에 계시니 대기업 잘되는게 그냥 좋다는건지... 그런 별 영양가 없는 잡담말고 비상하고 날카로운 해결책 좀 내보세요.
  최준영    (2013-11-17) 찬성 : 104   반대 : 114
다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가계부채 1, 000조는 시한폭탄입니다 예금이자와 대출이자 차이가 너무 크다는 건데, 금융권의 대출이자를 3-4%대로 내리는 시한부(약 2년)긴급조치명령을 해야 한다 기업이나 서민들은 高利에 실신되어 있다 더 이상 지체하면 개구리는 깨기는 커녕 천천히 익어 갈 것이다

2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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