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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全국토의 特區化인가

전국 특화개발구역 300개 돌파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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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특구, 외국인투자지역·경제자유구역·자유무역지역에 이어 해양경제특별구역 해수부
    역점사업으로
⊙ 최근 1년간 교육국제화특구 5곳, 경제자유구역 2곳, 연구개발특구 1곳 등 새로 지정
⊙ 경제자유구역 중 16%, 기업도시 중 33%는 시동도 못 걸고 투자부진으로 최근 지정 해제
⊙ 전문가들 “특구 남발은 정치인들의 욕심 때문”, 효과적 통합개발 위한 지역개발통합지원법도
    무산시켜
야심차게 시작한 기업도시는 6곳 중 2곳이 지정 해제됐다. 최근 기업도시 지정이 해제된 전남 무안군 기업도시 현장.
  9월 11일과 12일.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의 황해경제자유구역 한중지구(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희곡리 일대).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농촌이었다. ‘땅’ ‘상가’ 등을 써붙여 놓은 일대 부동산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한 부동산 앞에는 구겨지고 찢어진 플래카드들이 쌓여 있었고, 그 사이로 ‘축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라는 문구가 언뜻 보였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축하한다고? 이곳은 8월 8일 정부가 지정을 취소한 곳이다. 경제자유구역위원회가 당시 “경제자유구역 주요 과제인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개발활성화 전략을 마련, 황해경제자유구역 한중지구의 지정을 해제했다”고 밝혔던 곳이다.
 
  그야말로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막을 내린 경제자유구역 지정 소동의 현장이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흔히 땅값 등 부동산값이 뛴다. 그래서 주민들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반기게 돼 있다. 지정에서 해제되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없었을까. 현장을 방문해 보니 오히려 주민들이 지정 해제를 원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떻게 된 것인가. 그동안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궁금했다.
 
  이곳이 황해경제자유구역이라는 이름으로 지정된 것은 2008년 4월이었다. 포승·현덕·인주·송악·한중 등 5개 지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중지구에 대해 “경기침체에 따른 낮은 사업성으로 5년 넘게 사업추진이 지연되면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지역주민의 요청에 따라 해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만호리와 희곡리 일대는 포승산단과 경제자유구역 포승지구 사이에 위치한 1063km²(32만평) 규모의 부지다. 한중테크밸리 조성이 예정돼 있었으며, 용지비 3640억원과 조성비 1331억원, 기타 1565억원 등 총 653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예정이었다.
 
 
  평온한 농촌의 한숨 소리
 
  물류창고 몇 곳이 자리 잡고 있을 뿐 산과 밭만이 펼쳐져 있는 한중지구는 썰렁했다. 한참을 헤매다 문을 연 부동산에 들어가 지정 해제 후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옆 (경제자유구역) 포승지구는 보상절차에 들어가고 있는데 이곳은 결국 이렇게 돼 한숨만 나온다”며 입을 열었다.
 
  “한중지구는 기존의 포승국가산단 바로 옆이지만 지구지정이나 개발이 되지 않아 주민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러니 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그 기쁨이 얼마나 컸겠어요. 투기꾼도 찾아오고 부동산(중개업소)도 마구잡이로 늘어났었고요. 우리 재산도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행사도 없고 들어온다는 기업도 없고 보상은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투기꾼들이 그런 걸 더 잘 알지 않습니까. 5년을 그렇게 지냈습니다. 다들 지쳐서 아무도 안 들어온다면 그냥 지정 해제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포승지구도 지역언론엔 잘나간다고는 하는데 사실 이곳(한중지구)보다 나을 것이 없어요. LH공사가 시행을 포기했었고, 분양이 안 돼 분양가를 확 낮췄으니 보상도 더 적어질 걸로 보입니다. 경제자유구역이 언제 완성될지 모르지만 지역주민들에게 좋아질 건 없는 것 같아요.”
 
  그의 소개로 그 지역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주민 정모씨를 만났다. 그는 “주민들이 지정 해제를 원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주민들이 지친 지는 오래됐어요. 수년 동안 언제 사업이 진행되느냐, 보상은 언제 가능하냐는 주민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와 평택시가 제대로 해명하지는 않고 들어올지 말지 모르는 민간업체의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는 주민 150명이 (한중지구의) 한중테크밸리 산업단지 지구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경기도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빨리 지정이 공식적으로 해제돼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길 바랐습니다. 애초부터 지정되지 않았으면 일희일비하지도 않았을 텐데요.”
 
  이어 평택항 인근 평택마린센터에 위치한 황해경제자유구역 경기지소를 찾았다. 박준호 소장은 “한중지구는 자동차부품을 전문으로 하는 규모가 작은 지역이었고, 규모가 큰 포승지구가 날로 활기를 띠고 있으며 선택과 집중에 따라 경자구역이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올 초 1~3월 개발사업시행자 선정을 위한 공모결과 사업시행자 신청이 없어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자법)에 따라 자동해제가 될 상황이었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사업시행자 발굴을 위해 노력할 것인지, 해제에 찬성할 것인지에 대해 주민의견을 청취했는데 어차피 안 될 것 같으면 포기하는 게 낫지 않으냐는 의견이 많아서 그런 내용을 청(廳)에 전달했지요.”
 
  애초부터 사업성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었냐는 질문에 그는 “한중지구는 규모는 작지만 포승산단과 경자구역 포승지구 사이에 있어서 부품업체가 들어오면 적절한 자리입니다. 시행자만 선정되면 제대로 진행될 줄 알았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박차 가하는 교육특구와 해양특구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양경제특별구역 지정을 역점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혔다.
  이른바 ‘특구’ 주민들이 일희일비하고 있는 가운데 9월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해양경제특별구역법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김무성·서병수·우윤근·서용교·하태경 의원 등 부산과 광양 등 관련 지역 의원 5명이 공동 개최한 이 공청회에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해 “해양강국을 만들기 위해 해양경제특구가 속히 설립돼야 하며, 해양수산부의 역점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공청회는 소회의실에서 작은 규모로 열렸지만 해당 부처 장관과 여당 실세가 참가한 만큼 언론의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공청회를 개최한 의원들은 근시일 내에 ‘해양경제특별구역법(가칭)’을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의 내용은 특구에 물류·선박금융·해양플랜트·조선기자재산업 등을 유치해 세제혜택과 규제완화 등 특별지원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박스1 참조)
 
  앞서 지난 7월에는 교육부가 2017년까지 진행되는 장기계획인 ‘교육특구육성종합계획 2013~2017’을 확정했다. 2012년 11월 선정된 교육국제화특구인 ▲인천 연수구 ▲인천 계양구·서구 ▲대구 북구 ▲대구 달서구 ▲전남 여수시 등 5곳에 체계적인 지원과 총괄을 하기 위해 마련한 계획이다. 교육부는 교육특구육성종합계획을 통해 ▲초·중등교육 ▲산업인력 양성 ▲고등교육 ▲교육인프라 등 총 4개 분야에 대한 사업을 추진하고 각 지역 여건과 특색을 감안해 각기 차별화한 강점을 지닌 특화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박스2 참조)
 
  2000년대 중반 노무현 정부가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 등 각종 특구를 지정하면서 ‘특구공화국’으로 비난받았고, 잇단 특구지정으로 땅값 및 집값 상승과 투기현상이 벌어지는 등 특구 남발의 위험성은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설립된 지 10년이 채 못 된 각종 특구의 실적과 성과도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이제 또다시 특구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월간조선》은 전국 특구의 현황과 문제점을 취재했다.
 
[박스1]
 
해양경제특별구역

 
  해양수산부는 박근혜 정권 출범과 함께 5년 만에 부활하면서 해양경제특별구역 지정 사업을 중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윤진숙 장관은 지난 4월 첫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해양플랜트, 조선, 관광 등이 첨단 해양클러스터 안에서 결합되는 ‘해양경제특별구역’(가칭)을 지정하는 사업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양경제특별구역은 고부가가치 유망산업인 해양산업을 중점 육성하기 위해 관련 산업 활동에 대해 국가적 지원 특례가 적용되는 지역을 말한다. 중국은 지난 2011년부터 3개 지역을 ‘국가급 해양경제육성 시범구’로 지정해 특화된 해양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부산 지역공약에 해양경제특구 제도 도입이 포함됐으며, 이후 국정과제로 선정돼 해양수산부 주도로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 의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부산 북항과 영도 동삼혁신지구를 중심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해수부와 부산지역 의원들의 합의하에 초안이 마련된 상태이며, 부산이 지역구인 서용교·하태경 의원 등이 곧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다.
 
[박스2]
 
교육국제화특구

 
  2012년 1월 제정된 ‘교육국제화특구의 지정운영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같은 해 11월 5개 교육국제화특구가 지정됐다. 특구가 위치한 시·도 교육감은 ‘국제화 자율학교지정 운영위원회’를 두고 학교운영계획에 대한 심의와 지도·감독을 진행한다.
 
  특히 초·중등교육 분야의 ‘국제화 자율시범학교’는 특구의 추진목적을 반영한 글로벌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제23조(교육과정) 및 제29조(교과용도서) 적용 배제가 가능한 학교를 조건으로 공모·지정할 계획이다. 시범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교육과정과 교과용 도서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자율적으로 정규과정에서 외국어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 단, 기존 국제중·고등학교와 달리 학교에 선발권이 없다.
 
  첫해인 올해는 국고예산 없이 지방교육재정특별교부금과 지방비로 사업을 추진하며 내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재원을 투자하게 된다.
 
 
  전국 特區 수 302곳
 
최근 경제자유구역 중 16%가 지정 해제됐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한 부지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 있다.
  현재 중앙부처가 법률을 통해 특화 개발지로 지정한 곳은 ▲혁신도시 10곳 ▲기업도시 4곳 ▲경제자유구역 8곳 ▲외국인투자지역 82곳 ▲자유무역지역 8곳 ▲지역특화발전특구 151곳 ▲교육국제화특구 5곳 ▲연구개발특구 4곳 ▲관광특구 28곳 ▲첨단의료복합단지 2곳 등 모두 302곳에 이른다.(표1)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특구는 제외한 수치다.
 
  특구의 상당 부분을 2000년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신설했다. 2002년 12월 제정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2004년 제정된 기업도시개발 특별법과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2005년 제정된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2007년 2월 통과된 혁신도시개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말 닥쳤던 외환위기 사태를 극복한 김대중 정부는, 2002년 우리나라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로 경제자유구역을 선정하고 외국인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글로벌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계획을 일사천리로 진행했고, 이듬해 곧바로 인천을 비롯해 부산・진해와 광양만권 등 3곳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특구는 더욱 날개를 달았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행정수도 이전과 이에 따른 혁신도시·기업도시 건설계획 등이 잇달아 터져나왔고 금방이라도 전국이 첨단도시화할 분위기였다. 특구를 포함한 지역개발계획은 지역안배라는 정치권의 대의명분과 이로 인해 힘이 커진 지방자치단체의 영향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해당 지방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이들이 투자에 나서면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집값도 급격히 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도 특구가 확대되는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제자유구역의 성과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2008년 5월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바람을 타고 경제자유구역은 다시 대구・경북과 새만금・군산, 황해(경기・충남, 서해안) 등이 새로 지정되면서 6곳으로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양경제특별구역과 교육국제화특구 등 새로운 특구가 등장했고, 경제자유구역은 2곳이 더 추가됐다. 2013년에 충북과 동해마저 경제자유구역으로 선정된 것이다.
 

 
  特區가 보통區보다 많아질 지경
 
부산은 최근 해양플랜트 분야 연구개발특구로 새로 지정되면서 지역산업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한편 해양경제특별구역 지정도 기대하고 있다.
  특구를 잇달아 지정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는 지자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특구지정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지자체들의 큰 이슈 중 하나는 미래창조과학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연구개발(R&D)특구 지정이었다. 연구개발특구가 새롭게 지정된다는 소식에 부산과 전북, 경남이 사활을 걸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연구개발특구는 2005년 지정된 대전 대덕구 한 곳이어서 지자체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2011년 대구와 광주가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면서 연구개발특구는 다른 특구처럼 ‘지역별 나눠먹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경쟁 끝에 2012년 10월 부산이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자 함께 특구 지정을 신청했다 탈락한 전북과 경남이 발끈했다. 특히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부산 대 경남의 대결구도를 지속해 왔던 경남도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경남도 관계자의 얘기다. “연구개발특구 지정의 큰 목적이 연구개발 성과를 사업화시킨다는 것입니다. 경남도는 창원과 김해, 거제, 통영을 중심으로 조선해양플랜트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중심지로 우수한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 점에서 가장 큰 장점을 갖고 있어요. 또 연구개발 혁신클러스터 구축이 절실하고, 특구 지정 요건이 충분하다고 분석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만 단독으로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근시일 내에 다시 신청할 계획입니다.”
 
  그는 “특구로 지정되면 국비를 지원받아 고급 두뇌가 밀집한 연구소 유치, 연구성과를 이용한 벤처기업 육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지역경제에 큰 활력소가 되기 때문에 매달리지 않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1년 지정된 대구연구개발특구는 입주 기업체 수와 특허 건수가 느는 등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특구 입주기관은 총 312개로 2010년의 225개에 비해 27.1%나 증가했고 매출액은 11.5% 늘어난 4조226억원을 기록했다. 일자리도 특구 지정 전 1만9487명에서 지난해 2만2854명으로 17.3%나 증가했다. 연구개발비는 특구 지정 전 4048억원에서 특구 지정 후 10.4%가 증가한 4469억원이었다. 전국 평균 5.1%의 2배 이상 되는 수치였다.
 
  특구로 지정되면 해당 지자체는 반갑지만, 특구 본연의 목적과는 멀어진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 거주하는 한 연구원의 얘기다. “특구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지정하는 것인데, 특구의 개수가 늘어나면 특구라는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지요. 예를 들어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원래 정부 연간지원예산이 400억원대였는데, 2011년부터 연구개발특구가 추가 지정되면서 예산이 100억원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예산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 아닌 이상 쪼개기와 나눠먹기만 판을 치게 되고 연구개발의 질은 떨어지게 되는 겁니다.”
 
[박스3]
 
무안은 왜 7년7개월 만에 기업도시 지정이 해제됐나

 
  무안 기업도시 사업은 무안읍과 무안국제공항 인접지역 5km² 부지에 206만m² 규모의 산업단지 등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2005년 7월 지정된 이후 7년7개월 만에 사업 자체가 완전히 물거품이 된 직접적인 계기는 기업도시 조성계획 지분의 51%를 소유한 한중미래도시개발이 투자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한중미래도시개발 측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자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와 무안군 등은 대체 투자기업 물색에 나섰지만 사업의향을 밝힌 투자자와 사업조건 등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불발됐다. 정부는 지지부진한 기업도시를 살리기 위해 기업도시의 최소 면적을 50%까지 축소할 수 있도록 하고 개발이익 재투자율을 낮추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업의 장기간 표류로 지역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지면서 ‘차라리 지정을 해제하고 마음대로 하게 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친 것도 최종 지구지정 해제에 영향을 미쳤다.
 
  무안군은 지난 2007년 한시기구로 만들었던 기업도시지원단을 지난해 말 해체하고 파견 공무원도 모두 복귀시키면서 잉여인력 문제가 후유증으로 남았다. 기업도시를 기반으로 추진하려던 시(市) 승격도 물거품이 됐다. 또 기업도시 사업에 출자했던 두산중공업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손실보전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추가비용이 들 가능성도 있다.
 
 
  개수만 늘고 컨트롤타워 없어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최근 ‘교육특구육성종합계획’을 내놓고 5개 교육특구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가 각 지방의 특화산업 육성을 위해 도입한 지역특화발전특구는 그동안 ‘무늬만 특구’란 비판이 있었음에도 매년 10~30건씩 추가 지정되고 있다. 2012년에는 11곳이 새로 탄생했으며, 올해도 수십 곳이 지정 신청을 하고 기다리고 있다.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지역특구가 수두룩한데도 계속 새로운 특구가 생겨나는 것은 임기 중 치적을 쌓아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요구가 거센 데다 선정과정에 해당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관광특구 역시 외국인 관광객 유치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매년 특구 지정이 꾸준히 늘어나 현재 전국 13개 시·도에 평균 두 개꼴로 산재한 상황이다. 문제는 수많은 특구에도 불구하고 특화개발구역에 대한 일괄적인 관리는커녕 파악조차 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 현행 특구·지역·지구 등 다양한 명칭을 가진 국내 각종 특구의 현황을 일률적으로 조사한 기관도 없으며, 지정 및 관리 역할이 각 부처에 나눠져 있어 현황이나 예산을 파악하기 위해 일일이 각 부처에 문의해야 했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구 균형발전위원회)가 있지만 위원회의 업무는 혁신도시에 집중돼 있으며, 심의자문기구인 만큼 특구관리의 역할도 할 수 없다. 한 지역에 각종 특구가 중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표2 참조)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처별로 산재한 특구를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조정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이 큰 문제”라며 “특구청(廳) 또는 범부처 정부기구 설립 등을 통한 체계적인 관리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역시 이 같은 실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개선하기 위해 2011년 3월 ‘지역개발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하고 전국의 각종 지역·지구를 통폐합하는 법률을 추진했지만, 각 부처와 정치권의 반발 및 로비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당시 국토부에서 해당 법안에 관여했던 사무관의 얘기다. “국토부에서도 정확히 전국 특구와 특수 지역 및 지구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법률을 추진한 것은 복잡한 지역계획 및 지역지구를 통합 단순화하고, 투자 불확실성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각종 특구와 지역, 단지의 개발이 지지부진하면서 지역발전을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늘 제기돼 왔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 때문에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법안에는 시·도지사가 지역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승인은 총리가 수장인 국토정책위원회에서 하며, 그 아래 실시계획 승인권은 시·도지사가 모두 책임지는 등 지방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획기적인 방안도 있었어요. 해당 법률 제정안을 2011년 상반기 내에 국회에 제출하고 하반기에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데, 정치권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18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죠.”
 

 
  특구 해제도 빈번
 
지정이 해제된 황해경제자유구역 한중지구 만호리의 한 부동산에 구겨진 플래카드가 쌓여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2003년부터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총 570km²)에서 오랫동안 개발이 방치된 지역을 중심으로 총 면적에서 16%에 해당하는 지역(90.51km²)을 지정 해제했다. 8월 초 황해경제자유지역 한중지구, 8월 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가주지구 지정 해제가 최종 확정된 것이다. 8개 경제자유구역 중 송도가 포함된 인천을 제외하면 외국인투자유치 실적은 초라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2012년 외국인직접투자유치 금액은 20억6990만 달러였지만, 2위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2억2020만 달러로 인천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의 실적은 말할 것도 없을 정도다.
 
  특히 황해경제자유구역의 경우 ‘나눠먹기’ 식으로 지정됐다는 평이 적지 않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은 대중국 수출입 전진기지를 목표로 경기 평택항, 충남 당진항을 중심으로 주거·관광·첨단 산업단지를 구성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외국인은커녕 국내수요도 없는 이곳은 개발의 첫 삽을 뜨기도 어려웠고,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사업시행자들은 도중에 발을 뺐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고 다른 경제자유구역까지 축소 및 집중하는 안을 마련했지만, 각 지자체의 극심한 반발 때문에 최종 해제지역은 애초 해제대상 지역의 절반에 못 미쳤다.
 
  기업도시 특별법 신설로 2005년 6곳이 지정됐던 기업도시도 2011년 전북 무주, 2013년 전남 무안 두 곳이 지정 해제됐다. 두 곳 모두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지구지정이 해제된 것이다. 올해 2월 국토부는 무안에 대한 지정 해제를 발표하며 “무주와 무안은 규모가 크고 지역이 낙후돼 있어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들이 선뜻 투자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며 “기업도시 활성화 방안이 본격 추진되면 사업 여건이 개선되면서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구 지정이 취소되는 이유는 대부분 투자를 계획했던 투자자가 다양한 이유로 발을 뺐기 때문이다. ‘막무가내식 지정 따내기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최소 수년간 사업을 추진하다 취소된 만큼 지자체가 떠안아야 할 비용과 인력, 손해배상 등 손해가 크다.
 
 
  전문가들, “정치권 입김 벗어나 대대적 감사 필요”
 
  특구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각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특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잇단 특구 지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갑다.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예산낭비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허재완 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중앙대 교수)은 “경제역할을 담당하는 특구 종류가 많아 기능이 중복되고 있고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는데,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든 혁신도시,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등의 기능이 중복되고 경기불황으로 기업들의 입주마저 어려워지면서 유령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 사업의 계획을 전반적으로 다시 짜고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치인들에게 지역개발에 대한 정치적 욕구가 유난히 강하다는 것이 지역개발 난맥상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2000년대 초부터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경제자유구역을 ‘애물단지’라고 표현하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촉구했다. 허 교수의 얘기다.
 
  “우리나라 같은 정치환경에서 한 번 지정한 특구를 해당 지역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해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조금이라도 경제구역을 지정 해제한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구조조정으로는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해요. 현재 경제자유구역 사업은 ‘각 광역자치단체가 하나씩 가져가야 마땅한 것’, ‘선심성 지역개발 사업’이 돼 버렸어요. 중국조차 경제특구는 9곳뿐입니다. 가능한 곳은 밀어주고 그렇지 못한 곳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을 추진해야 합니다. 현재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감사원을 통해 대대적인 사업 타당성 감사를 벌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학계에서도 전문가들을 동원해 사업의 우선순위와 가능성 등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정부에 통보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김성배 한국지역학회장(서강대 교수)은 “특구 남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방이 스스로 특구의 개발과 수익을 책임지는 분권형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누구를 위한 특구인가
 
  “특구 지정은 정부부처에서 하지만 신청은 지역에서 하는데, 지역 입장에서는 부담해야 할 비용은 적고 편익이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들은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로비로 지정에 영향을 미치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시스템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특구 남발은 계속될 수 있어요. 특구 지정이 ‘중앙정부에서 도움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없어지도록 분권형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구는 지금도 지정되고 건설되고 있는 만큼 효과나 실적은 아직 숫자로 나타내기에 이르다. 하지만 기대할 것도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대중 정부 중점사업으로 140조원을 투입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지금까지 외자유치 실적이 68억 달러(약 7조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경제자유구역이 이 정도다.
 
  2014년 광역단체장 입후보를 준비 중인 한 정치인은 “공약 마련 시 기업유치와 특구 지정은 반드시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라며 “특구 지정은, 겉으로는 지역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재정을 중앙에서 지원받는 것’, ‘다 하는데 나만 못하면 바보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며 “솔직히 나눠먹기 식이어서 지정이 된다 한들 지자체 재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알지만 재산권을 중시하는 지역주민들에겐 예민한 문제이다 보니 선거 때는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주민 입장에서도 대단한 호재도 없이 정치권의 로비로 인해 특구로 지정된다 한들 예전처럼 땅값이 오르지도 않고 오히려 재산권 행사만 어려워지고 있다. 지정 해제라도 되면 그 손해와 박탈감은 엄청나다. 특구는 대체 누구를 위해 생기고 있는 것인지 그 본연의 목적부터 되짚어 봐야 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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