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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전쟁, 해외농업개발 전선에 나선 사람들 ③

식량위기시대의 代案 브라질 농토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johh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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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농지는 한국의 30배… 한국에 뜨거운 求愛
⊙ 이미 진출해 속도 내는 일본, 중국
⊙ “한국은 브라질의 롤 모델”
⊙ 애그플레이션은 이미 현실
바이아주(州) 마갈량시에 위치한 히오브랑코 농장.
  “높은 기술력을 가진 한국과 함께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6월 중순 브라질 바이아주(州) 바헤이라스 시청에서 기자와 만난 파에 바르보자 부시장(副市長)은 “‘브라질은 한국을 환영한다’고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브라질은 현재 광대한 미개척지(未開拓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브라질은 전체 수출의 약 30%가 농업관련 생산물이고,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26%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업중심 국가(EIU 통계)이다.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브라질은 면적이 851만km²로 세계에서 5번째로 넓은 국토를 보유한 국가이다. 과거 포르투갈의 통치를 받아 신대륙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1992년 물가상승률이 1175%에 달하고 1998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등 여러 번의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천연자원 개발과 제조업의 발달로 2005년부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31% 증가하는 등 경제가 빠른 속도로 안정되어 경제규모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해외농업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이미 (사)한농복구회는 2008년 브라질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대두, 사탕수수, 벼, 밀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농은 2009년 상파울루 라란자우시 보르베르지 농장(293ha), 바아아주 산타 로자 오아시스 농장(1만650ha), 2010년 바이아주 산토 안토니오 농장(1400ha), 2011년에 바이아주 바헤이라스시 망탕야 농장(900ha)을 차례로 구입했다.
 
 
  국내 이민이 많은 브라질 북부 바이아주
 
바이아주州 파에 바르보자 바헤이라스 부시장(오른쪽)과 마우리시우 페르난디스 건설국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매우 낮다. 회원국 평균은 110%에 달하지만, 한국은 고작 27%에 불과하다. 반면 다른 선진국은 호주 275%, 캐나다 174%, 프랑스 168%, 미국 133% 등으로 먹거리 걱정은 일단 해결한 상태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면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 역시 한국의 투자를 원하고 있었다. 6월 중순 기자가 브라질 농업현장을 방문했을 때, 지방자치단체들의 구애(求愛)는 뜨겁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바이아주 바헤이라스시 파에 바르보자 부시장은 “한국을 환영한다”며 “교육 수준이 높은 한국인들과 함께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아주는 인구가 약 220만9000명으로 항구도시 살바도르(Salvador)시가 주도(州都)이다. 브라질 북동부에 위치한 바이아주는 열대우림이 있는 좁은 해안평야, 아그레스테 구릉지, 세르탄이라는 메마른 고원의 세 지역으로 구분되며 동쪽으로 대서양을 접하고 있다. 파에 바르보자 부시장은 “스승을 공경하는 한국의 문화를 알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헤이라스시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최근 들어 농업이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주민 상당수가 남부지방에서 국내 이민했습니다. 저 역시 십여 년 전에 남부에서 이곳으로 거주지를 옮겼습니다.”
 
  —농업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세하도 지역 총 30만ha를 브라질과 일본이 합작으로 개발하는 ‘세하도 농업개발’ 이후 본격적으로 농업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세하도 개발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개발계획이었습니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브라질 전체 농업생산량의 5%, 북부지방만으로 보면 50%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자본, 기술력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농업인프라는 충분한가요.
 
  “에너지와 통신시설이 부족합니다. 인터넷, 전화가 특히 문제입니다. 농산물을 항구로 운반하기 위해 도로를 확충 중이고, 철도 역시 증설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는 풍력·태양열을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한국의 브라질 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많은 한국인들이 브라질에 오기를 바랍니다. 개발 가능한 땅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으로 브라질과 동반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남부지역에서 국내 이민을 했습니다. 달라진 기후, 환경 등으로 고생했습니다. 우리도 적응이 힘든데, 먼 한국에서 브라질에 정착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공적으로 브라질에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식량위기 이미 현실로
 
브라질 주유소에서 판매 중인 바이오에탄올(위)과 바이오연료 사용이 가능한 자동차(아래).
  식량문제는 절박한 사안이다. 2011년 세계 인구는 70억명을 돌파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까지 인구가 91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 경우 식량생산이 현재에 비해 70% 늘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육류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 짐작된다. 2010년 2억7000만t 소비되었던 육류는 2050년이 되면 4억7000만t으로 거의 두 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곡물 역시 21억8000만t에서 30억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소비식량은 급격히 늘어나지만, 먹을 수 있는 곡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우선 기상이변이 큰 문제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2010년 기준으로 20년 전보다 2배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호주 연방과학산업기구가 밝혔다. 대부분의 사람이 기상이변을 체험하고 있다. 집중호우, 극심한 가뭄, 태풍, 해일 등이 빈발하고 있다. 북극 해빙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어 농사 지을 땅이 계속 줄어드는 것도 문제이다.
 
  육류소비량 증가는 곡물가 폭등의 주범이다. 중국 등 신흥경제국들의 경제성장으로 육류소비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1인당 육류소비량은 2001년 49.2kg, 2010년 59.5kg, 2020년 77.7kg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육류소비량 증가로 사료용곡물 소비량 역시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이미 예상은 현실화됐다. 1980년 6779만t이던 중국의 사료용곡물 소비량은 2007년 1억2019만t으로 1.8배 증가했다.
 
  바이오연료의 증가 역시 문제이다. 2008년 FAO 식량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곡물생산량의 4~7%에 해당하는 1억t의 곡물이 바이오연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 상황과 지구온난화 문제가 맞물려 바이오연료는 연간 20%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이 매년 수입하는 3대 곡물 수입량은 옥수수 800만t, 밀 300만t, 콩 120만t이다. 해외에서 곡물을 수입할 바에야 차라리 해외의 농토를 구입해 직접 경작해서 우리나라에 가져오자는 해외농업개발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브라질의 농경지는 한국의 30배가 넘는 5900만ha이다. 놀라운 것은 개간할 수 있는 농지가 1억ha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의 국토면적은 851만4877km²로 한반도 면적의 37배에 달한다. 남미대륙의 47.3%에 해당한다.
 
  브라질은 엄청난 농경지를 바탕으로 이미 에탄올 등 에너지 대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주유소에 가면 바이오에탄올과 석유를 함께 팔고 있으며, 바이오에탄올과 기존 연료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다. 브라질의 대체에너지, 특히 바이오에탄올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37%로 압도적인 1위 생산국인 동시에 전 세계 교역량의 37%를 차지하는 1위 수출국이다.
 
 
  개간 가능한 토지 1억ha
 
  과연 브라질 농업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바이아 주립대학 바헤이라스 캠퍼스 농업대학을 찾아 브라질 농업의 경쟁력을 물었다. 농업대학 마르코스 실바 주임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브라질 농업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브라질 농업은 커피 농사로 출발해 목축으로 발전했는데, 70년대 정부의 투자로 개간을 늘리면서 생산량을 확대해 왔습니다. 일조량이 많고 땅의 영양이 풍부해 식량생산의 최적지입니다. 목화는 주로 내륙에서 생산하고 남부에선 쌀농사를 하고 있어요. 옥수수는 동북부에서 재배하고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여러 종이 폭넓게 자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브라질은 적도 4도에서 시작해 매우 더운 반면 남쪽은 매우 추워요. 지역별 기후차이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기후에 맞는 종자 개량이 중요합니다. 건기와 우기가 갈리는 사바나 기후인 것도 특징이죠.”
 
  —브라질 정부의 농업 정책은요.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수 전(前) 대통령(1995~2002년)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2003~2010년)은 카르도수 정권을 이어받았습니다. 특히 인프라 확대에 힘을 쏟았습니다. 관개시설(灌漑施設)을 확대해 건조한 지역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화학농사를 하다 보니 지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서, 유기농업이나 자연농업 쪽으로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농업투자의 선두주자는 일본
 
  —한국에서는 룰라 정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성장과 분배 모두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브라질에선 어떻게 평가하나요.
 
  “진정한 영웅은 룰라가 아니라 카르도수 대통령입니다. 카르도수 대통령은 IMF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짊어진 빚을 갚으며 경제를 발전시켰습니다. 오른손에 빚을 들고, 왼손으로 경제를 건설했습니다. 반면 룰라는 포퓰리즘 성격이 있었습니다. 브라질은, 국가는 사회주의로 운영되지만, 경제는 자본주의를 따르는 특이한 구조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이 브라질에 투자를 하면, 농산품을 한국에 가져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동반자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은 땅이 있습니다. 한국이 자본을 투자해서 우리의 남는 땅에서 식량을 생산하면 한국, 브라질 모두에 유익합니다.”
 
  —한국은 식량안전에 대해 소비자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전자변형식품(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GMO 안전성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과연 GMO는 안전한가. 아직까지 논쟁 중입니다. 농약 또한 그렇습니다. 화학약품이 우리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가 없는 것이죠. 시간을 두고 연구를 해야 합니다. 브라질의 경우 소비자단체들이 적극 나서 GMO 식품을 사용하면 이를 제품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세계 4대 메이저 곡물업체(카길, ADM, 병기, 드레뷔스)의 시장독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브라질 내에서 자체적으로 유통회사를 만들기도 하지만 시장경제에 따라 4대 메이저가 독점을 하고 있어서 아직은 역부족입니다.”
 
  한국은 해외농업개발에서 후발주자다. 일본, 중국, 대만 등은 이미 시작해 성과를 얻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40년대 동남아 지역에 대한 해외농장 개발을 추진했다. 1970년대 초반 식량위기가 발생하면서 식량확보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자, 일본은 해외농업개발협회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일본 농림성으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아 해외 농토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일본 농민들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해당 토지 지분의 절반을 획득했다. 대표적으로 브라질 북동부 지역의 열대 초원지대 세하도 개발을 들 수 있다. 일본은 매년 일본이 수입하는 대두(콩) 418만t의 13.5%를 브라질 세하도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다.
 
  중국 역시 서두르고 있다. 2011년 중국은 브라질에 농업분야에서만 11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브라질 주요 농산물 생산업체와 수출계약을 체결하거나 농업 인프라 건설 투자, 농지 구매 등을 통해서 ‘글로벌 곡물 조달 시스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브라질 발전의 롤 모델”
 
브라질 상파울루 근교의 사탕수수 농장.
  브라질 투자전문가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투자자문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연호 GBX캐피탈 이사는 브라질 경제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브라질 경제에 대해 알려 주세요.
 
  “브라질이 비록 환율 때문이기는 하지만 영국을 제치고 GDP에서 6위가 되었습니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라고 하는데, 브라질은 8000달러 정도입니다.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이죠. 즉 인구 때문에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브라질 정치는 1992년까지 중국 이상으로 폐쇄적이었습니다. 수입 관세가 100%일 때도 있었죠. 하지만 조금씩 개방을 하고 관세를 낮추었습니다. 카르도수 대통령은 8년 임기 동안 적극적으로 민영화에 나섰고 정부를 축소했습니다. 카르도수는 대통령 당선 전에 재무장관을 4년 동안 역임했습니다. 실질적으로 12년 동안 브라질 경제를 이끌었던 것이죠. 룰라 전 대통령의 경우 첫 4년은 카르도수의 경제정책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의 개입을 늘리기 시작했어요. 경제정책을 180도 바꿨습니다. 현재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대중주의 정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모두 개입하려 하는 경향이 있어요.”
 
  —2008년 미국 리먼 사태 당시 브라질은 어떤 경제적 타격을 받았나요.
 
  “글로벌 경제위기는 지나치게 돈을 풀어서 생겼습니다. 브라질은 항상 물가안정에 역점을 두어 왔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어요. 1980년대에 물가상승으로 심각하게 고생을 했기 때문이죠. 인플레이션 타기팅이라고 하는데, 정책의 우선이 물가안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은행 등 금융사의 부실도 덜했어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연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인데, 브라질은 12%입니다. 매우 보수적이죠.”
 
  —브라질 농업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세요.
 
  “브라질은 일단 조합을 결성해요. 생산자들이 뭉치는 것이죠. 브라질 자본은 상당히 규모가 작아요. 그래서 4대 메이저 곡물업체에 상당히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유전자조작식품(GMO) 콩을 원료로 사용했음을 표시한 식용유.
  —4대 곡물 메이저 업체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농사를 지으면 거의 모두를 4개 메이저 업체가 구입합니다. 브라질은 금리가 매우 높아요. 농사를 지으려면 개간을 하고, 씨앗을 사고, 농약을 뿌려야 하는데 메이저 업체에서 자금을 빌려주고 미리 수확물을 선물계약 합니다. 브라질 농가는 협상력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대체로 곡물 메이저에 종속되어 있는 것인가요.
 
  “그렇게 보면 됩니다. 다만 광물, 석유 쪽은 정부가 보호를 해 주고 있습니다. 또 외국인의 토지소유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정부에서 국내 농업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법인이 토지를 구입할 경우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면 안 됩니다. 또 개인이 토지를 구입할 경우 규모에 제한이 있습니다. 농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합니다. 공급이 꾸준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한국의 식품업체가 밀 등 농산물을 수입할 경우 단기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규모가 작은 곡물회사와 거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일정한 가격으로 농산품을 공급하는 회사와 거래하게 되는 것이죠.”
 
  —중국이 최근 브라질 투자를 늘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맞아요. 특히 광물, 그중에서도 철광석을 많이 수입해 가고 있습니다. 제철은 중국에서 하고요.”
 
  —브라질은 한국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브라질의 롤 모델이 한국입니다. 정책자금을 이용해 경제를 키웠잖아요. 재벌 등을 키운 것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선 최근 들어 유전자변형농산물(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브라질은 시민단체의 요구로 GMO 식품을 사용했을 경우 식품에 ‘유전자변형 원료로 만든 제품’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실제 기자가 브라질 대형마트를 찾아 과자, 강아지 사료, 식용유 등을 살펴본 결과 주요 제품의 성분표시에 GMO 제품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표시하고 있었다.
 
 
  종자시장 GMO가 점령
 
6월 중순 바이아 주립대학 바헤이라스 캠퍼스 농업대학을 방문한 기자에게 마르코스 실바 주임교수(오른쪽) 등 대학 관계자들이 브라질 농업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브라질 농업은 GMO 곡물이 거의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아주 마갈량시에 위치한 리더 종자(種子) 회사의 마첼로 로사로 과장(General Manager)은 “대두 종자 판매의 95%가 GMO이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GMO 종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위험이 적기 때문입니다. 질병 등에 강하고 수확량도 많습니다.”
 
  —GMO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어떤 식으로 해결하나요.
 
  “시민단체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GMO 곡물이 위험하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오히려 GMO 곡물엔 농약을 적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질병에 강한 것이지요.”
 
  종자 회사는 GMO 곡물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다음 세대에 엄청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브라질에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사)한농복구회 신영주 브라질개발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암환자 수가 10여 년 전에 비해 7배 상승했습니다. 또 신생아 10명 중 3명에게서 아토피 증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 10명 중 1명이 당뇨환자입니다. 어린이의 30%가 소아비만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최근 들어 신혼부부의 불임(不妊)이 증가하고 기형아 출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연 유전자조작 식품과 이러한 질병이 관계가 없을까요. 이런 질병과 유전자변형 식품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과학적 근거는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애그플레이션은 이미 현실
 
자베 주니어 포르모자 시장.
  2006년 국제 곡물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신조어(新造語)가 생겼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서 물가 역시 함께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 곡물가 상승은 기상이변 등으로 국제 곡물 재고율이 하락하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곡물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바이오 연료용 에너지가 증가하고 국제 유가 상승으로 곡물 생산 및 운송 비용이 증가한 것도 애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 곡물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해외농업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농업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신영주 개발본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해외농업개발이 어렵지는 않나요.
 
  “외국인으로서 브라질 주류사회에 편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사실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겠지만 외국인의 투자는 환영하지만 외국 자본이 토지 등을 구입하는 것에 대한 반감(反感)이 있거든요.”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습니까.
 
  “인간적인 방법으로 친분을 쌓았습니다. 우리의 사업에 대한 비전을 꾸준히 설명했습니다. 우리 투자가 성공하는 것이 브라질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꾸준히 납득시켰습니다.”
 
  —브라질은 어떤 특성을 가진 나라인가요.
 
  “브라질은 다민족(多民族) 국가입니다. 이민으로 사회가 형성된 곳입니다. 특별히 땅의 주인이 없었던 곳입니다. 어떤 민족이든 간에 성실하게 일하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입니다. 민족 간에 갈등도 없어요. 가능성의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일본 이민 역사는 100년이 넘었습니다. 이젠 브라질 국민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본의 경우 농토구입 과정에서 민간단체를 앞세우는 방법으로 적극적인 도움을 줬습니다. 일본 정부와 브라질 정부의 자매결연으로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 참여 인력은 일본과 브라질이 반반이었지만, 재정적인 측면에서 일본이 주도했습니다. 일본은 농업이민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브라질에 뿌리 내리게 했습니다.”
 
  —재정(財政)적 지원은 어떤 방식이 좋을까요.
 
  “브라질 농토 구입을 위한 저금리 대출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모기지 대출처럼 브라질 농업개발 업체에 적극적인 대출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유통지원 역시 필요합니다. 브라질 농업은 대량의 농산물 생산으로 인한 저장시설과 유통시설이 농사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런 시설에 투자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책적으로는 해외투자 과정에서 행정절차를 간소화해야 합니다. 투자과정에서 농림부 신고 등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브라질 현지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주요 공무원들은 공통적으로 “단기수익을 노리고 브라질에 오지 말고, 브라질에 뿌리를 내리고 함께 발전하자”고 부탁했다. 자베 주니어 바이아주 포르모자 시장은 이렇게 부탁했다.
 
  “저희 시는 아름다운 폭포, 강, 호수를 자랑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고 개발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한국의 기술을 배워서 자연친화적 개발에 성공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투자자들이 지나가는 손님이 아니고 브라질 땅에 영구히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주정부와 협력하여 철도, 도로 등을 확충하는 것으로 투자자들을 돕겠습니다.”
 
  브라질 현지취재 과정에서 의외였던 점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구가 극히 적다는 점이었다. 지하철, 도로 등에 영어로 병기(倂記)된 경우도 거의 없었다. 영어가 세계 공통어로 자리 잡고 있는 마당에 왜 그럴까. 그 이유에 대해 농업 관계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북미에는 미국이 있지만, 남미의 맹주는 브라질이다’는 자부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답을 얻었다. 남들이 인정해 주든 안 해 주든 브라질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가 점차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남미의 강국 브라질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농업개발의 승패는 현지화(現地化) 여부로 갈린다. 해외농업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진출지역에 대한 주도면밀한 분석과 이해가 무엇보다도 중요해 보였다.⊙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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