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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골목상권에서 사라진 대기업 대신 속속 나타나는 일본계 업체들

“대기업이냐, 일본 업체냐를 선택해야 할 판”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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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반성장委, 국내 외식업체에 “역세권만 출점 가능하다”며 골목상권 출점 제한
⊙ 국내에서 규제 안 받는 일본 유명 외식업체, 젊은이들 모이는 상권 중심으로 확산
⊙ 초기비용 적어 창업자 유혹… 프랜차이즈업계, “창업희망자들 일본계로 몰려” 위기감
일본 최대의 햄버거업체 모스버거는 2012년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 7월 9일,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대상을 제과·음식점·카센터에 이어 학원·퀵서비스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동반위가 제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음식점업과 제과점업, 서적 및 잡지 소매업, 자동차 전문수리업 등 12종. 해당 분야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은 사업축소와 진입자제, 확장자제 등 규제를 받는다.
 
  이번 동반위 안에 따르면 택시와 퀵서비스 등 운수업, 부동산업 및 서적임대업, 교과학원, 외국어학원, 음악학원 등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퀵서비스 사무실과 프랜차이즈 학원 등이 역세권 외에는 진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해당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교육전문기업 관계자는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한 결과 골목상권과 중소업체가 살아나는 효과보다는 규제에서 벗어난 외국계 업체들만 돕는 격이 되고 있지 않으냐”며 동반위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서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특정 업종을 할당해 성공한 사례가 없으며, 불필요한 규제는 엉뚱한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말하는 동반위 규제의 ‘엉뚱한’ 효과는 무엇일까. 외식업계의 전장(戰場)인 강남과 신촌 등 현장을 찾아 현황을 살펴봤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일본계 식당들
 
홍대앞 거리에는 이자카야와 라멘 전문점 등 일본식 점포가 다수 자리 잡고 있다.
  7월 평일 저녁 서울 강남역 골목의 한 스파게티 전문점 입구에는 젊은 남녀 20여 명이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었다. 50m쯤 떨어져 있는 햄버거집도 문전성시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스파게티와 햄버거라는 특별할 것 없는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가게에 비해 눈에 띄게 붐비는 두 가게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일본업체가 한국에 직접 진출해 문을 연 곳으로, 일본식 스파게티(고에몬)와 일본식 햄버거 전문점(모스버거)이라는 것이다.
 
  스파게티 전문점 ‘고에몬’은 ‘젓가락으로 먹는 일본식 스파게티집’이다. 고에몬의 스파게티는 두유소스, 간장소스, 참깨소스, 명란젓소스 등 대부분의 메뉴가 전형적인 일본식이다. 고에몬을 운영하는 일본레스토랑시스템은 일본에 4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42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외식업체. 2012년 하반기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같은 해 10월 국내에 고에몬 1호점을 오픈했다.
 
  모스(Mos)버거는 우리나라의 롯데리아와 같이 일본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토종 햄버거 전문점이다. 일본내 매장이 1300여 개에 달한다. 모스버거는 2012년 4월 한국에 첫 매장을 낸 이후 5년내 50개의 매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며, 국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 강남역 외에도 명동, 홍대앞, 대학로, 종로, 신촌 등 서울시내 주요 상권에서는 일본계 외식업체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늘어나는 ‘일본式’ 아닌 ‘진짜 일본기업’의 가게들
 
일본 최대 외식업체 일본레스토랑시스템은 지난 5월 강남역에 레스토랑 ‘와타미’를 열고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음 날 홍대앞 우동 전문점인 ‘마루가메제면’을 찾았다. 직원들은 손님이 들어오면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라며 일본말로 인사를 건넸고, 손님이 조리대 앞에서 직접 우동과 반찬을 고르고 주문한 후 계산하는 일본 현지 방식으로 운영한다. 우동은 3800원부터 6500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여대생은 “일본여행의 추억이 생각나 가끔 찾는다”며 “일본에서 먹던 것처럼 면발이 탱탱하고 가격도 저렴해 요즘 다른 우동집은 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마루가메제면은 1990년 설립된 일본 외식업체 ‘토리돌’의 우동 전문점 브랜드다. 토리돌은 2012년 한국법인을 세우고 같은 해 12월 홍대에 한국 1호점을 열었다. 토리돌은 우동 전문점과 패밀리레스토랑 등 일본에 7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기업이다.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점포를 확장중인 일본 라멘 전문점 ‘잇푸도’.
  일본에 7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유명 라멘 전문점 ‘잇푸도(ippudo)’ 역시 지난해 국내에 진출,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압구정과 가로수길, 강남역에 지점을 내고 ‘일본 현지의 맛’을 강조한다. 일본에 300여 개의 매장이 있는 회전초밥 전문점 ‘스시로’도 2011년 한국에 진출해 현재 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컨설팅 전문업체인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강남역, 명동, 홍대 등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상권에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와 라멘(일본식 라면) 전문점 등 일본음식 전문점이 늘어난 지는 3~4년이 넘었지만 최근에는 그 양상이 다소 달라졌다”며 “예전엔 일본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창업한 가게가 많았지만, 최근 특징은 일본업체가 직접 진출한 브랜드의 점포가 많아졌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 진입한 일본 외식업체들은 메뉴와 서비스 등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다. 마루가메제면은 우동 반죽부터 제면, 고객에게 내놓는 과정까지 모두 점포 안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점포 안에서 직접 면을 뽑기 때문에 갓 뽑은 쫄깃하고 탱탱한 우동 면발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스시로는 기존 회전초밥집과 달리 만들어진 초밥이 레일 위에서 일정 거리를 이동하면 자동 폐기되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눈으로 본 고객들에게 위생과 안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또 카레 전문점 코코이찌방야는 매운맛을 10단계로 나눠 고객이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가격과 분위기 등 인기 요소 다양
 
일본식 스파게티 전문점 고에몬 강남역점.
  외식업 전문가들은 “한국인 입맛에 맞으면서 깔끔한 분위기를 살린 일본식 음식점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분석한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지난 5월 국내 1위 상권인 강남역 노른자위 상권에 일본계 이자카야가 문을 열었습니다. 일본업체가 국내 상권 진출을 위해 오랜 준비 끝에 출점한 곳인데, 그곳이 공사를 하는 몇 달 동안 주변에 있던 중소형 이자카야 수십 개가 폐업하거나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진짜 일본 이자카야가 들어오면 경쟁이 안 될 것으로 판단한 거죠. 강남역에는 이 밖에도 최근들어 스시·우동·라멘 등 일본업체 매장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어 주변의 기존 우동·돈까스집 등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요. 이들 일본업체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본토의 맛, 저렴한 가격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는 “과거 일식집이라면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 일본에서 들어온 브랜드 초밥집은 1인당 2만원 이하, 우동이나 라멘은 7000원 이하 수준으로 가격저항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창업컨설팅 전문업체 FC전략연구소 김중민 소장은 “일본계 외식업체들은 오랜 노하우로 고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일본 외식기업들은 점포 내에서 조리과정을 보여줘 청결을 강조하거나 독특한 주문방식을 고수하는 등 각 업체만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또 오랜 기간 운영해 오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도 이뤄졌고요. 매장 수를 늘리며 재료구입 단가를 낮춰 가격대비 만족도를 높여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체계적인 운영 노하우가 축적돼 왔습니다. 소비자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없고요. 우리나라 외식기업도 배워야 할 점입니다.” 그는 “일본 현지의 분위기, 특화된 메뉴, 체계화된 서비스, 합리적인 가격 등 일본 외식업체가 한국 고객을 끌어들일 이유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동반성장위, “국내 외식업체, 역세권 아닌 골목상권에는 출점 금지”
 
   그러나 최근의 일본식 외식업 열풍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일식(日食)에 대한 수요는 늘 있었는데 왜 갑자기 일본 외식업체 점포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국내 외식업계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외식업 규제를 시작한 이후 일본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한국시장에 덤벼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계 외식업체는 2011년과 2012년에 집중적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표 참조)
 
  이들 일본업체는 국내 대기업계열 외식업체나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들과 운영방식이나 메뉴·서비스의 특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올해부터 대부분 동반성장위의 규제를 받게 된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내놓은 외식업 규제안은 대기업 및 외식 전문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을 금지하는 방안이다. 최근 이 방안이 발표되고 국내업체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하면서 일본계 업체들이 대거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외식업계의 주장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사항>을 내놓고 ▲플라스틱봉투 제조업 ▲자동판매기 운영업 ▲곡물(메밀)가루 제조업 ▲자전거 등 운송장비 소매업 ▲서적 및 잡지 소매업 ▲가정용 가스연료 소매업 ▲제과점업 ▲중고자동차 판매업 ▲음식점업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 ▲자동차 전문수리업 ▲기타 식사용 조리식품 등 12종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 및 중견기업은 사업축소, 진입자제, 확장자제 등 규제를 2016년 2월 29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이 중 음식점업에는 한식·중식·일식·서양식·기타외국식·분식(김밥) 전문점·기타음식점업 등 7개 업종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외식업이 규제를 받는 것이다.
 
  동반성장위는 “중소기업기본법 기준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음식점업 신규진입을 자제하고, 확장 역시 자제해야 하며 일부는 사업축소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 안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역세권(수도권과 광역시는 역 100m 이내, 그 외는 200m 이내)에만 출점 가능하다. 역세권은 기차역, 지하철역, 고속버스터미널, 공항, 여객터미널 등 교통시설 주변지역이다. 출점제한을 받는 범위는 국내에서 이름이 알려진 외식업체 대부분이 해당된다.(소박스1 참조) 권고 대상이 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사업 축소, 인력 구조조정 등을 진행 중이다. 한 대기업계열 외식업체는 최근 본사직원을 다수 매장에 배치하는 등 각 업체가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고, 커피 전문점으로 유명한 한 업체는 직원 10%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소박스 1
 
중소기업·중견기업의 기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과 공공기관, 금융기관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은 모두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기준은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라 결정되며, 업종별로 다르다. 제조업은 상시근로자 수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 음식점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수 200명 미만 또는 매출액 200억원 이하일 경우 중소기업에 해당한다. 또 이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3년간 연평균 매출액 1500억원 이상 ▲상호출자 제한기업 집단(대기업)의 계열사 ▲자본금 5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지분의 3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소유 등 조건 중 하나만 충족시켜도 중소기업이 될 수 없다.
 
  중소기업이 위 조건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 중소기업을 ‘졸업’할 경우 중견기업이 된다. 공공기관과 금융업·보험업·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제외된다.
 
  외국계 외식업체는 규제에서 제외
 
일본현지의 분위기를 재현한 마루가메제면의 메뉴판.
  문제는 외국계 외식업체는 규제에서 벗어난다는 점이다. 대형상권에서는 빕스(패밀리레스토랑)나 블랙스미스(스테이크 전문점) 등 ‘잘나가는’ 국내 대형 외식업체가 규제를 받는 반면 버거킹, 피자헛, 맥도날드 등 대형 외국업체들은 해당사항이 없다. (소박스2 참조)
 
  중소상권도 마찬가지다. 빕스 등에 비해 비교적 상권이 작은 비빔밥 전문점 비비고(CJ), 돈까스 전문점 사보텐(아워홈), 냉면 전문점 명가냉면(현대그린푸드) 등은 동반성장위의 규제를 받아 역세권이 아닌 곳에는 출점할 수 없다. 반면 일본에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수준인 업체의 스시 전문점, 우동 전문점 등은 규제에서 자유로우며, 어디나 출점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조동민 회장은 “동반위의 결정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상생의 관점에서 받아들이기로 한 상태”라며 “다만 토종업체들은 규제를 받고 외국업체는 받지 않는 형평성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동반위는 외국기업에도 특혜는 없으며 같은 기준으로 규제 대상이 된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규제 대상이 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규모는 본국 본사가 기준이 아니라 국내 기업의 규모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 기업이 연 매출액 200억원과 상시근로자 수 200명을 넘을 때까지는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지 않습니까. 창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나 일본 내 매장이 1000개가 넘고 대기업으로서의 규모와 자본, 노하우를 갖고 있는 업체들이에요. 동남아나 미국 등 해외에도 많이 진출해 있는 글로벌업체이기도 합니다. 이런 업체들과 우리 소상인들이 골목에서 경쟁하라는 겁니다.”
 
  사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자영업계 등은 동반위의 규제범위를 놓고 수 개월간 치열한 싸움을 벌여 왔다. 대기업은 역세권 범위를 500m 정도로 넓게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영업자들은 50m 정도로 좁게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간극을 좁히는 데만 회의가 14번 열릴 정도였다. 이토록 치열한 싸움 끝에 결론을 내렸건만 외국계 업체는 아무 상관없이 출점이 가능하다는 현실은 국내 외식업계의 허탈함을 가중시켰다.
 
  동반위 측은 “적합업종 지정 시 외국계기업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법에 따라 국내에 있는 회사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및 상시종업원 수 등으로 대기업 여부를 판단한다”며 “GM과 홈플러스, 르노삼성 등 외국계 대기업은 동반성장지수에도 포함되는 만큼 외국계 역차별은 근거없는 얘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박스 2
 
동반성장委 규제 대상 외식업체

  대기업계열(10곳)
  CJ푸드빌(빕스,비비고 등), 이랜드파크(애슐리 등), 현대그린푸드(명가냉면), 한화호텔앤리조트(티원 등), 신세계푸드(보노보노), 롯데리아(TGI프라이데이), CJ엔시티(엔그릴 등), 대성산업(디큐브), 농협중앙회목우촌(미소와돈 등), SK네트웍스(자연 등)
 

  중견기업
  아모제(오므토토마토 등), 삼립식품(사누끼보레 등), 아워홈(사보텐 등), 풀무원(풍경마루 등), 썬앳푸드(모락 등), 매일유업(크리스탈제이드 등), LF푸드(마키노차야 등), 동원산업(동원참치 등), 남양유업(일치프리아니), 삼양사(세븐스프링스), 바른손(베니건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아웃백), 카페베네(블랙스미스), 오리온(마켓오) 등 24곳
 

  프랜차이즈 중견기업
  놀부NBG(놀부부대찌개 등), 더본코리아(새마을식당 등)
 
  창업희망자, 일본계에 관심 쏠려
 
동반성장위원회 유장희 위원장(왼쪽)이 제21차 동반위 회의에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국내 외식업계의 신규출점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한편 국내 외식업계는 국내 업체가 규제에 묶여 있는 틈을 타 일본계 외식업체가 외식업계를 장악할 가능성을 놓고 긴장하고 있다. 일본계 외식업체들이 일본 현지의 맛과 분위기, 합리적인 가격을 장점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동시에 창업희망자에게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환율로도, 소비자 선호로도 일식 사업을 하는 데는 지금이 적기”라며 “일본 현지의 맛과 브랜드 콘셉트를 살리면서 식재료의 현지화, 한국 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해 일식 브랜드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계 식당 프랜차이즈 설명회에 참석한 한 창업희망자 박모씨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퇴직금 중 3억원 정도를 초기자금으로 외식업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 그의 얘기다.
 
  “골목상권에 작게 시작할 수 있어 초기비용이 과도하게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끌려 설명회를 들으러 갔는데 예상외로 매력적인 점이 많더라고요. 경쟁 상대인 국내 우동 전문점이나 돈까스 전문점 등은 동반위 규제 때문에 인근에 출점할 수 없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어요. 또 엔저현상으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식재료나 일본에서 온 셰프들에게 제공하는 인건비 비용이 예전보다 낮아졌다고도 했습니다. 2억~3억원 정도로는 국내 프랜차이즈 매장을 내기가 힘든데 일본계는 가능할 것 같아요.”
 
  일본계 외식업은 중소매장뿐만 아니라 대형매장으로도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일본의 유명 이자카야인 ‘와타미’는 최근 BBQ와 50:50으로 손잡고 일식 이자카야 겸 레스토랑 와타미 강남점을 5월 오픈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엔저(低)현상이 지속되며 일본 식자재 수입에 따른 수익성이 높고, 와타미의 일매출이 1000만원에 가깝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분간 일본식 식당 창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 외식업체들은 대부분 매장 50~100개를 목표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스시로는 매장 80개, 모스버거는 50개, 갓덴스시는 100개, 호토모토는 2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루가메제면을 운영하고 있는 토리돌코리아의 노문식 본부장은 “특히 SNS나 블로그를 통해 젊은 고객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점포 확대와 함께 한국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우동뿐 아니라 라멘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계 야키니쿠 전문점 큐가쿠와 규시게,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등이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식업체들은 그 규모와 노하우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대 외식업체인 스카이락은 일본에 3700여 개의 매장을, 패밀리레스토랑 사이제리아는 1000여 개의 직영점을 보유하고 있다. 스시로의 매장 수는 300여 개, 고에몬을 운영하는 일본레스토랑시스템의 매장 수는 420여 개다. 반면 국내 외식업체 중 매장 수가 가장 많은 빕스는 86개에 불과하다.
 
소박스 3
 
부산·경남, 영업제한 안 받는 일본계 마트 확대일로

  일본계 업체의 암약은 외식업계만이 아니다. 부산·경남지역에 일본계 유통재벌 수퍼마켓이 대거 진출하면서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마트(기업형 수퍼마켓)는 모두 16곳으로 이 중 15곳이 부산과 경남지역에 문을 열었다.
 
  일본 트라이얼 계열의 트라박스(중소편의점형 수퍼마켓), 트라이얼마트(기업형 수퍼마켓), 트라이얼수퍼센터(기업형 수퍼마켓)와 또 다른 일본계 유통기업 바로의 바로마트 등이다.
 
  부산의 경우 트라이얼 계열 5곳, 바로 계열 1곳이 영업 중이다. 트라이얼은 일본 내 131개 매장에 매출규모는 3조3000억원에 달하며 바로는 일본 내 492개 매장에 5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이얼은 2004년부터 국내에 상륙해 2011년 51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바로는 2009년부터 진출했다. 일본계 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 매장 면적 3000m² 이하 규모로 개점해 거리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등을 회피하고 있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은 일본계 마트가 식료품, 옷, 가방, 자동차용품 등 판매품목을 다양화하면서 24시간 연중무휴에 박리다매 형태로 판매해 주변 골목상권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맹은 5월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트라이얼마트 앞에서 일본 마트 규탄대회를 갖고 골목상권 파괴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며, 일본계 마트 불매운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2012년 2월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 의결함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대형마트 및 기업형 수퍼마켓의 영업시간 제한과 강제휴무를 시행할 수 있다. 현재 서울의 대형마트와 수퍼마켓들은 한달에 2번 휴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24시간 영업도 중지했다.
 
  국내 외식업계, “일본업체와 경쟁 쉽지 않다”
 
  일본 외식업체들은 2010년 전후 글로벌 경제위기로 내수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한국으로 관심을 돌렸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만텐보시와 스시로 등이 이때 국내에 들어왔다.
 
  동반위는 외식업계에 해외시장 진출을 권고하며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외식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한 외식업체 대표는 “우리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외식업체들에 국내시장은 규제하고 해외로 진출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높은 소득수준으로 ‘구르메(gourmet·미식)’ 문화가 발달해 있고, 일본 외식업계는 우리 외식업계가 수십년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을 정도로 선진화된 시스템과 경영전략을 갖고 있는 곳”이라며 “국내 시장에서도 맛의 싸움이라면 몰라도 기업 대 기업의 싸움이라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본계 외식업체들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990년대에 한국에 진출했다 철수한 일본 유명 외식업체는 도토루(커피), 요시노야(덮밥), 스카이락(패밀리레스토랑) 등이 있다. 이들은 각 업종에서 일본 최대의 외식업체지만 국내에서 영업부진으로 완전히 철수한 바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당시 일본 현지 식재료 조달비용 때문에 중저가 메뉴가 한국에서는 중고가가 돼 버렸고, 어설픈 현지화도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강 대표는 “2010년 이후 들어온 일본 외식업체들은 과거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일본에서의 맛과 브랜드 콘셉트를 그대로 살리며 적절히 한국화에 성공하고 있는 만큼 일본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동반위는 국내 대기업의 외식업 신규진출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동반위 측은 “대기업의 신규 외식업 브랜드 진출은 허용했다”고 밝혔지만, 기존 음식점 기업간의 인수합병만을 허용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내 유수 외식업체의 사업확대는 손발이 묶인 것이다.
 
 
  외국계는 무조건 골목출점 가능?
 
  그래도 일본계 외식업체들은 아직 매장 수가 적어 당장 경쟁이 가시화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외식업체인 피자헛, 맥도날드, KFC 등은 매장 수와 자산, 매출 등에서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동반위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외국기업 봐주기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동반위 동반성장정책부 김경무 부장은 “중소기업적합업종 중 유명 해외 외식업체 브랜드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지정 과정에서 그 업종(피자·치킨·햄버거) 관련자들이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국내 대기업·중견기업 기준과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의 설명이다. “권고 내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계의 자율조정의 결과이지 국내기업 역차별이나 외국기업 배려라는 일각의 주장은 맞지 않아요. 외국계 대기업은 국내 대기업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외식업이 아닌 다른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시에도 외국계 대기업과 국내 대기업에 동등하게 권고사항을 적용한 예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반위의 석연찮은 권고는 외식업계 종사자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취재 중 만난 중견 외식업체 대표의 하소연이 귓가에 맴돌았다. “마트 규제한다고 영업제한하니 대형마트 쉬는 날은 백화점 지하수퍼만 더 붐비고 재벌빵집 규제한다더니 아티제(과거 호텔신라 소유)는 결국 준재벌인 대한제분에 넘어갔지 않습니까. 국내 외식업체 규제한다니 일본업체들은 신이 났네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동반성장인지 알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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