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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정보

국내 광고 65%, 물류 45%를 중소기업에 푼 현대차의 나눔 마케팅

우리도 현대차 도움 좀 받아볼까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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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재단은 저소득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쌀과 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쏘나타와 함께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온라인, SNS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쏘나타와 함께한 추억, 일상 등 스토리를 글로 쓰고, 총 493명에게 이벤트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다. 이 프로모션은 쏘나타가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국민차라는 점에서, 과거 쏘나타를 탔거나 현재 타고 있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 감성 마케팅의 일환이다. 이 공모전을 기획하고 온라인에 홍보하는 일은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 대행사에서 진행하지 않는다. 직원 10명, 연매출 20억원 남짓한 방송제작·이벤트 회사 ‘무한상상’이 주관한다. 인지도가 약한 중소회사가 국내 대기업의 광고, 이벤트를 맡아 진행한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염동근 무한상상 대표는 “현대차 같은 대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일이라서 많이 놀랐다”며 말문을 열었다.
 
  “9년째 이벤트 회사를 운영하면서 저희가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작은 업체로부터 몇천만 원짜리 홍보 이벤트 행사를 따서 회사를 운영해 왔습니다. 대기업과 관련된 프로모션 행사는 거의 참여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우선 대기업에서 광고·홍보 대행사를 계열사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이들 홍보 대행사의 협력업체로 뽑혀야 그나마 일을 할 수 있는데 협력업체가 되는 것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현대차에서 직접 중소기업체에 기회를 주고, 이 업체에 통째로 일감을 맡긴다고 해서 많이 놀랐습니다.”
 
  염 대표는 ‘쏘나타 프로모션’이라는 제목의 이벤트 기획을 현대차에 제출했고, 최종 심사 단계에 오른 두 곳과 경쟁해 이 행사를 따냈다. 이 회사가 진행하는 ‘쏘나타 스토리’는 현재 트위터·페이스북·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전파되고 있는데, 오는 7월 말까지 사연을 접수받을 예정이다. 현대차는 행사 기획에서부터 사연 선정, 경품 증정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무한상상’에 2억원에 맡겼다.
 
  염동근 대표는 “일회성 이벤트로 회사 연매출의 10%를 올릴 수 있다는 점뿐 아니라,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의 일을 한 것 자체가 중소기업의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총 6000억원어치 일감 중소기업에 풀어
 
  현대차그룹이 지난 5월부터 광고·물류 분야에서 계열사 간 거래를 줄이고, 경쟁입찰을 통해 업무를 중소·중견기업에 개방하고 있어 재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집행할 돈은 광고 부문 1850억원, 물류 1조500억원 정도다. 현대차는 광고 분야에서는 국내 발주 예상금액의 65%(1200억원), 물류 분야에서 국내 발주 예상의 45%(4800억원) 등 총 6000억원의 사업 기회를 중소기업에 풀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5월에 중소기업체에 광고물량 70억원, 물류물량 360억원을 맡겼다. 광고에서는 ‘현대차 쏘나타 및 투싼 ix 프로모션’, ‘기아차 스포티지 R TV광고’, ‘기아차 브랜드 광고’ 등이 외부 발주가 이뤄졌다. 물류 분야에서는 ‘현대위아 제품 운송’, ‘현대모비스 부품 운송’ 등이 개방됐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당연스럽게 이노션(광고 부문), 글로비스(물류 부문)에 일감을 맡겼다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일이다. 대기업으로부터 사업을 수주하는 중소·중견 기업에서는 신(新)시장이 열린 셈이다. 외부 업체를 선정하는 일은 철저하게 투명하게 이뤄졌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외부 입찰을 하는 프로젝트가 실시되면, 내부 직원과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경쟁입찰 심사위원회가 설치된다. 이 위원회는 입찰에 응한 회사들의 경험, 프레젠테이션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업체를 선정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입찰에 응한 업체가 내부 또는 외부 인사들에게 청탁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위원회 멤버들의 신상을 비밀에 부친다”고 말했다.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하게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 간에 거래를 줄여 우리 사회가 창조적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뜻”이라며 “새로운 사업 기회가 중소·중견 기업에 제공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광고, 물류에 이어 건설 및 시스템 통합 분야까지 외부 발주하고,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사채 이용하는 대학생들의 연체이자 대신 갚아줘
 
만 19~39세의 청년 창업에 토털 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정몽구 재단.
  정몽구(鄭夢九)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재(私財)를 털어 설립한 ‘정몽구 재단’의 활동은 무르익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8월 사재 5000억원을 추가로 내놓아, 총 6500억원 규모의 재단을 출범시켰다. 6500억원은 개인이 내놓은 금액으로는 최고 규모다. 지난해 8월에 내놓은 5000억원은 정 회장이 보유했던 현대글로비스 주식이었다. 정 회장은 이를 재단에 내놓았고, 재단 명칭을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에서 ‘정몽구 재단’으로 변경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재단 명칭 변경은 정 회장의 재단에 대한 확고한 의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 회장은 재단을 출범시키는 자리에서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사회적 계층 이동을 위한 교육 기회를 부여하고, 저소득층 미래 인재 육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정몽구 재단’은 각계에서 신망받는 전문가들을 이사진으로 인선하고 공정하고 효과적인 사업 시행을 위해 노력을 해왔다.
 
  재단의 주요 사업은 장학지원, 다문화가정 지원, 문화예술 교육지원 등이다. 사업 내용은 굉장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재단의 장학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는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학자금 지원이다.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 중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법정 최고 이자율이 39%에 달하는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경우가 꽤 된다는 점에 착안해 고안된 정책이다.
 
  정몽구 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학생들 중에는 학비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은 이들이 꽤 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재단에서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저금리 대출’과 ‘고금리 전환대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금리 대출’은 대출 절차를 간소하게 만들어, 학생이 학교 추천서를 받을 필요 없이 직접 본인이 인터넷을 통해 신청해 본인의 신용만으로 대출이 가능토록 했습니다. ‘고금리 전환대출’은 사채에 시달리는 대학생을 돕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대부업체에 이자를 연체 중인 학생들 중에서 해당 학교의 추천을 받아, 국민은행을 통해 6%대의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6%의 금리 중 3.5%는 재단이 부담하고, 학생은 2.5%만을 부담토록 했습니다. 또 이들이 기존에 안고 있던 연체이자를 전액 해소해 주고 있습니다.”
 
  재단 측은 학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 대학생을 총 1만30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저소득층 인재육성이 핵심
 
  대학생뿐 아니라, 저소득층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이 제공하는 인재육성 종합브랜드는 ‘온드림스쿨’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루어가는 꿈(on making the dream)’이라는 뜻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의 평소 철학인 ‘저소득층’과 ‘인재육성’이 결합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저소득층 초·중·고교생의 창의 인성을 위한 ‘어린이 창의인성 스쿨’은 경기, 강원, 충청 등 전국 9개의 읍·면 소재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술, 학습, 체육, 환경, 특활, 비전 등 총 5개 분야를 가르치는 것이다. 학교가 쉬는 토요일에 수업이 진행되는데, 재단 측은 이 수업을 통해 7000여 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저소득층 학생 중에서 유독 과학에 특출한 능력을 보이는 중학생 1000명을 뽑아, 고등학교 2학년까지 단계별로 꾸준히 지원하는 ‘과학 인재육성’ 프로그램도 이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은 각종 과학의 원리, 연구 프로젝트 등을 지원하고, 대학교수가 직접 가르친다.
 
  농어촌 초등학교가 교육 격차에서 뒤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초등학생 특화 교육’은 농어촌 초등학교 및 교사들과 연계해서 이뤄지는데 연간 2100명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저소득층이면서 문화, 예술 분야에 재능을 보이는 우수한 중고생과 교통사고 피해 가정 자녀, 소년소녀 가장 등에게 장학금과 학습비를 지원하고 있다. 재단 측은 총 4000여 명의 학생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실제로 정몽구 재단은 지난해에 순직한 경찰관 유자녀에게 학자금을 지급했다. 장학금의 명칭은 ‘나라사랑 장학금’으로, 순직한 경찰관들의 정신을 기리고, 자녀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재단은 매년 경찰청의 추천을 받아 60여 명의 대학생들에게 교육지원비 성격으로 장학금을 지급기로 했다.
 
 
  소외계층 환자는 ‘희망진료센터’로
 
정몽구 재단이 소외계층 5만명에게 무료 진료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몽구 재단’은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한 축을 담당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는 재단과 현대차 그룹이 함께 하는 일이다. 재단과 그룹은 청년 사업가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전폭적으로 창업을 지원해 향후 5년 동안 150여 개의 사회적 기업을 키워내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지역사회 환경, 사회서비스, 문화예술, 교육, IT 분야 등에 관심이 있는 만 19~39세 창업 희망자라면 심사를 거쳐 재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몽구 재단 관계자는 “150개의 사회적 기업을 통해 1500여 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돕는 것이 재단의 목적”이라며 “이번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단기적으로 돈을 지원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성공한 사회적 기업들과 멘토링하고, 시장 진입에 필요한 역량을 전수하는 등 맞춤형 창업 지원 형태로 운영해 기존의 창업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단은 ‘희망진료센터’를 통해 소외 계층의 건강 챙기기에도 나섰다. 지난 6월에는 대한적십자사, 서울대병원과 함께 ‘의료소외 취약 계층을 위한 희망진료 협약’을 체결했다. 또 소외 계층 의료지원을 전담할 ‘희망진료센터’까지 만들었다.
 
  주요 대상자는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 계층들이고, ‘희망진료센터’는 서울적십자병원 안에 만들어졌다. ‘희망진료센터’는 병상 40개, 현대적 의료장비를 갖춰 최고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재단 측은 매년 2만2000명의 의료 소외 계층이 입원하거나 외래 진료 등을 통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의료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각 지역 보건소, 다문화가정 관계기관, 서울대병원 등에서 진료가 필요한 의료 소외 계층 환자를 의뢰하면 ‘희망진료센터’에서 대상자에 대해 외래 진료와 입원 치료 등을 함께 병행한다. 주요 진료 과목은 산부인과, 내과, 가정의학과, 정신과 등 4개 과목이다.
 
  4개 진료 과목 이외에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재단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재단은 서울적십자병원 18개 진료과, 서울대병원과 협진하고 있다.
 
  가령 4개 진료 과목 이외에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 정몽구 재단이 환자 진료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고, 서울대병원은 진료를 전담할 의료진을 파견하고, 대한적십자사는 진료 시설 지원과 함께 전반적인 진료 지원을 관장한다. 특히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할 진료비 중에 급여항목은 본인 부담의 50%를, 비급여 항목은 본인 부담의 100%를 재단이 지원한다.
 
  재단 관계자는 “그동안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아프면서도 병원을 찾지 않는 저소득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자 프로그램이 기획됐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재단은 한국에너지재단과 ‘저소득가정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난방공사 및 도시가스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재단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2만 가구에 기초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쌀과 난방을 체계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재단은 보건복지부 관할의 희망복지지원단의 추천을 받은 총 2만 가구 중 시급한 2000여 가구에 단열, 배관 공사를 지원하고, 도시가스 공급이 중단된 저소득층 가구에 최대 20만원 한도 내에서 도시가스비를 지급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재단의 활동이 일회성 퍼주기식 지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이사들이 프로그램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일감 몰아주기, 승자 독식이라는 재벌그룹의 이미지를 떠나 사회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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