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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전쟁, 해외농업개발 전선에 나선 사람들 ①

해외농업은 블루오션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johh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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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착오로 초창기 해외진출은 실패
⊙ 해외농업개발은 一石三鳥
⊙ 식품업계 독과점이 해외진출 장애물

[편집자 주]
한국의 곡물자급률(自給率)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국제 식량수급 상황이 안갯속인 가운데 해외농업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곡물 메이저에 더 이상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월간조선》은 해외농업개발의 필요성을 고민하고 몽골, 브라질, 미국 등 해외농업개발 현장을 소개하는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번 호에서는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해외농업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해외농업개발 투자가 추진 중인 브라질 상파울루의 밀농장.
  “우리 자손을 위한 블루오션입니다.”
 
  2013년 3월 말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김완배(金完培)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해외농업개발사업은 단지 식량안보(食糧安保)를 위한 것이 아닌 우리 자손을 위한 블루오션(blue ocean·경쟁 없는 유망시장)이다”고 주장했다.
 
  사실 한국의 농촌은 수입 농산물 때문에 아우성이다. 우리 농촌 개발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해외농업개발을 하는 것에 대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기자는 김 교수의 주장을 듣고 “우리 농촌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서 해외농업개발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설명을 부탁했다.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해외농업개발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을 해외에서 생산해 가져오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것을 해외에서 생산해 가져오겠다는 것이죠.
 
  현재 밀 자급률이 1%에 불과합니다. 콩은 7%밖에 되지 않아요. 사탕수수는 재배할 수도 없어요. 이들 농산물은 해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수입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가 해외에서 재배해서 싸게 가져오자는 주장입니다.”
 
  김 교수는 “곡물이 값싸게 거래되던 시절은 지났다”며 “절대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해외농업개발을 하지 않으면 미래에 먹고살기 힘들어진다는 냉정한 경고가 이어졌다.
 
 
  초기 해외투자는 실패
 
김완배 서울대 농경제 사회학부 교수.
  물론 해외농업개발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해외에 나가서는 안 된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초기 해외농업투자는 대부분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일화(逸話)를 소개했다.
 
  “연해주를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2세대 기업인들이 개발을 하고 있는데 1세대는 거의가 망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땅에 한(恨)이 맺혔어요. 좁은 땅에서 살아서 땅 욕심이 보통이 아니죠.
 
  연해주에서 인수할 수 있는 국영농장은 작은 것은 5천 헥타르에서 큰 것은 1만5천 헥타르 규모입니다. 1만 헥타르면 3천만 평 규모입니다. 농장 중간에 서면 끝이 보이지 않는 규모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농장인 것이죠.
 
  그 정도 규모 농장의 49년 임대권을 얻는 데 5억원이면 가능합니다. 처음에는 땅만 보고 시작해서 망했습니다. 그 정도 규모의 땅에 농사를 지으려면 대형농기계 150억원에 창고까지 하면 200억원 정도가 필요해요. 이를 생각하지 않고 치밀한 계획 없이 진출한 기업은 손 털고 나왔어요.”
 
  해외농업개발을 블루오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향후 직면할 식량부족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국제곡물시장의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요동치는 국제곡물가격
 

  국제곡물가격이 요동(搖動)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작년에 발간한 《해외농업개발사업의 정책방향 재정립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국제곡물가격은 상승세이다. 특히 세계 주요 농업정책기구들은 대체로 2000년 중반 이후 곡물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대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유럽식량농업기구(FAO)는 2012~2013년까지 톤당 곡물가격이 쌀 538달러, 대두 455달러, 밀 234달러, 옥수수 202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다음부터 밀과 옥수수의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쌀과 대두 가격은 상승세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식량농업정책조사연구소(FAPRI)는 옥수수 가격이 2013~2014년 이후 200달러 수준을 넘어서고 대두와 밀 가격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2014~2015년까지 톤당 쌀 가격이 500달러, 대두 379달러, 밀 211달러, 옥수수 158달러까지 큰 폭으로 하락한 다음, 이후부터 약상승 또는 꾸준한 상승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지(耕地)면적 감소 등으로 인한 국제곡물 재고율 감소 및 세계적 이상(異常)기후 현상 등으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쌀 가격은 1987~1988년 톤당 218달러였던 것이 현재 3.1배 증가하여 678달러이다. 쌀 가격의 변동이 큰 것은 다른 식량작물에 비해 생산량 대비 교역량 비중이 1/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해 쌀을 소비하는 국가가 적고, 생산량도 크지 않기 때문에 수확량과 소비량이 조금만 늘어나거나 줄어들어도 가격이 큰 폭으로 변하는 구조이다.
 
  급격히 늘고 있는 축산물 소비와 바이오에너지 생산도 곡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2000년 들어서 중국 등 중진국의 축산물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곡물의 사료용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옥수수를 바이오에너지용으로 본격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으며, 브라질의 경우에는 바이오에너지용 사탕수수의 수익성이 증가함에 따라 재배면적이 증가하면서 옥수수와 콩의 재배면적이 감소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까지 발생하면서 2006~2008년, 2010~2011년 등 최근에 두 차례의 곡물가격 파동이 발생했다.
 
 
  한국 곡물자급률 최하위
 
  이런 와중 우리나라의 곡물수입구조는 2010년 기준 곡물자급률 26.7%, OECD 국가 중 28위로 최하위(最下位) 수준이다. 곡물별로 보면 쌀 104.4%, 밀 0.8%, 옥수수 0.8%, 두류 8.7% 등으로 쌀을 제외하고는 모두 극히 저조하다.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입국과 수입업체가 다변화(多邊化)되어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이다. 기상이변 등으로 일부 지역에서 가격이 급등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2011년 주요 농산물 수입대상국은 물량기준으로 미국(35.4%), 중국(11.5%), 호주(11.4%), 캐나다(5.9%), 브라질(5.4%) 순으로, 전체 수입국 중 상위 5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고 있다.
 
  또 곡물거래에서 메이저(대형) 공급사들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높다. CJ인터내셔널과 STX 등 국내기업의 시장참여가 증가하고는 있으나 해외농업개발사업이 아닌 곡물메이저의 중개역할에 머물고 있어 실질적인 공급처 다변화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향후 안정적인 식량공급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김완배 교수는 “지구상에 더 이상 값싼 곡물 시대가 지난 현실에서 해외농업개발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의 주장은 이렇다.
 
  —해외농업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북한 농업연구소 초대소장을 맡게 되면서 해외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통일을 하게 되면 한반도의 식량문제가 심각해지거든요. 우리도 식량자급률이 25%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이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해외농업개발은 一石三鳥
 
브라질 상파울루의 콩농장.
  —‘국내 농촌도 개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해외개발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제기는 없었나요.
 
  “해외농업개발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농산품을 가져오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또 단지 식량안보를 위한 것도 아닙니다. 해외 농업 유통시설을 확보하면 생산된 것을 가져올 수도 있고,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도 있어요. 또 포화(飽和)상태인 국내 농기계, 종자, 비료, 식품 사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람까지 내보낼 수 있어 해외 고용도 늘릴 수 있어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해외농업개발을 하게 되면 물가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나요.
 
  “우리나라는 제분, 제당, 식용유, 라면 산업의 과점(寡占)이 심각해요. 국제 원료 농산물가격이 하락해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과점 때문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산업을 경쟁적 구조로 바꾸지 않으면 설령 해외농업개발사업을 추진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없어요.”
 
  —정부의 지원은 이뤄지고 있나요.
 
  “해외 자원개발에는 7000억~8000억 쓰면서, 해외농업 융자는 1년에 300억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자는 2% 정도입니다. 해외 지원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어요.”
 
  —이미 국제 곡물메이저 회사를 중심으로 국제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해외농업개발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진작에 시작했어야 해요. 일찍 진출한 일본은 이미 준메이저로 성장했어요. 사실 곡물메이저 회사와 경쟁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틈새를 노려야 해요.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중남부 지역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과거 사회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대형곡물회사들이 진출하지 못했던 지역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에서 농업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이를 보고해야 한다. 해외농업개발협력법은 구체적인 절차를 담고 있다. 2012년 2월 현재 총 88개 기업이 21개 국가에서 해외농업개발사업을 신고했다. 진출한 국가는 중국(13건), 캄보디아(13건), 인도네시아(11건), 러시아(10건), 몽골(8건) 등 지역편중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식품업계 독과점 구조 심각
 
  진출현황을 보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제분·제당 업체 등의 진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국제곡물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그 가격에 사다가 이윤을 붙여서 팔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해외 진출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의 제분·제당·식용유 산업은 심각한 과점 상황이다. 제분산업은 대한제분, CJ, 동아제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제당산업은 CJ, 삼양사, 대한제당 3개 업체에 불과하다. 식용유산업의 경우 CJ, 사조 O&F 2개사의 시장점유율이 80%를 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을 몇몇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위험이 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기보다 해외에서 원료농산물을 구매하여 가공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일정한 마진을 붙여 파는 방식에 익숙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는 자국의 잉여(剩餘) 농산물의 해외 판매촉진을 위해 정부기관의 하나인 상품신용공사(CCC)로 하여금 해외 수입업체가 미국산 농산물을 구입하는 경우 상환 기간이 최소 90일에서 최장 30개월에 이르는 장기 저리의 GSM-102라는 자금을 1970년대 말부터 제공하고 있다. 2012년 우리나라에 할당된 액수가 6억7500만 달러에 이른다. 이와 같은 지원금까지 받는 상황에서 굳이 해외농업에 뛰어들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식품업계의 독과점 구조가 깨져야 해외농업개발이 살아난다는 주장은 이러한 현실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독과점 구조 개선과 함께 필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이다. 정부의 지원에는 해외투자를 위한 지원금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금이 전부는 아니다. 김완배 교수는 “연해주, 캄보디아에서는 농림부 지원으로 품종개량(改良)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생산량을 30% 증가시키는 품종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춤형 지원으로 나름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통일 한국의 식량 문제 해소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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