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슈분석

勞組에 발목 잡힌 노동운동가 출신 CEO

‘勞使공동경영’이라는 실험은 실패로 끝날까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골든브릿지증권 노조가 서울 중구 충정로에 위치한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골든브릿지증권 노동조합 파업이 만 1년을 넘기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역사상 최장기 파업이다.
 
  노조가 파업하는 이유는 지난 2012년 4월 회사와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노조원 임금 2% 인상과 90만원 일시 지급’을 제안했다. 사측은 ‘인원 정리 시 노조와 합의한다는 단체협약의 조항을 협의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노조와 합의’와 ‘협의’는 한 글자 차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합의’는 회사가 경영상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판단을 해도 노조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협의’는 회사가 노조와 충분히 대화하고 절차를 갖췄다면, 경영진이 노조의 동의없이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구조조정’이라는 화두를 두고 사측과 노조가 한 치의 양보를 하지 않는 셈이다.
 
  그런데 ‘회사와 노사가 합의한다’는 이 규정이 사뭇 낯설다. 골든브릿지증권의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서’는 일반 회사와 많이 다르다. ‘공동경영약정’이라는 문구가 있고, ‘공동경영 이행 합의서’라는 말도 들어 있다.
 
  회사 경영진과 노조가 ‘공동경영’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공동경영’을 하겠다며 대표이사와 노조 위원장이 문서에 서명까지 했다. 이례적을 넘어 파격이다. 골든브릿지증권 노조 파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업계 역사상 최장기 파업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영 실험’이 결국 좌초된 것이냐 하는 부분 때문이다.
 
  이 회사는 8년 전에 출범하면서 ‘경영진과 종업원이 함께 경영하는 새로운 기업 모델’을 표방했다. 장밋빛 미래는 8년 만에 잿빛으로 변했다. 한때 회사 경영진과 노조가 함께 회사를 경영하겠다던 골든브릿지증권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영국系 헤지펀드가 손 떼면서 문제 시작
 
  골든브릿지증권이 오늘날의 사태를 맞이한 데는 IMF의 틈바구니에서 외국계 펀드에 국내 자본시장이 송두리째 먹힌 아픈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전신은 대유증권이다. 대유증권은 지난 1998년, 영국 자본이 참여해 대유리젠트증권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00년에 다시 리젠트증권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일은증권과 합병되며 ‘브릿지증권’이 됐다. 대주주는 영국계 헤지펀드인 BIH(Bridge Investment Holdings)였다. 당시 회사 자본금(2002년 3월 31일 기준)은 6800억원, 매출 2400억원, 순익 309억원이었다. 헤지펀드인 BIH는 펀드해산일정이 다가오자 회사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BIH는 1000억원대의 자본금을 유상감자(2003년 1월, 8월)를 통해 600억원대로 떨어뜨렸다. 회사의 을지로 사옥과 여의도 사옥을 714억원에 팔고(2004년 4월), 300여 명의 직원을 희망퇴직 형식으로 구조조정(2004년 6월)했다. BIH의 시각에서는 투자에 따른 이익을 회수하는 일이었고, 우리의 입장에서는 전형적인 ‘먹튀’였다.
 
  브릿지증권 매각은 쉽지 않았다. 리딩투자증권이 M&A를 시도했지만, 당시 금융감독위원회가 인수 방식을 문제 삼아 딜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BIH는 청산절차를 진행했다. 상장주식이었던 브릿지증권 주식은 지난 2005년 5월 거래가 정지됐다. IMF가 만들어낸 국내 금융사의 암울한 예다.
 
  골든브릿지증권 노조 관계자는 “브릿지증권 노조가 BIH로부터 회사 매각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 몇몇 회사가 물망에 올랐고, 그중 골든브릿지에 인수를 제안했다. 그룹을 이끄는 이상준(李相駿) 회장(지난 2012년 12월 퇴임)이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상준 전(前) 회장은 대학시절에 5년간 지하에 숨어 위장취업을 하고, 노동자 조직을 만들었던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전태일 노동자료연구소 정보화팀장’을 했던 그는 여러 차례 사업에 실패한 뒤인 지난 2000년 4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만들어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이상준 전 회장은 당시 캐피털, 자산운용사를 거느린 채 금융업을 하고 있었다. ‘종합 금융회사’를 꿈꿨던 그는 ‘브릿지증권 노조’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이상준 전 회장은 노조에 ‘공동인수 및 공동경영에 관한 약정서’를 제출하며 회사 인수를 제안했다. 2005년 7월의 일이다.
 
 
  노조에 공동경영 제안한 이유
 
지난 2007년과 2008년, 사측과 노조가 협의한 ‘공동경영약정’ 이행 합의서.
  경영진과 노조의 ‘공동경영’이라는 것은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이상준 전 회장은 무슨 생각으로 노조에 이런 제안을 했을까. 이 전 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2005년 10월 27일자)에서 “브릿지증권을 통해 바람직한 노사 관계를 결과로 제시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한 ‘바람직한 노사 관계’는 노조가 지분을 갖고 경영에 참가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상준 전 회장의 최측근 인사 얘기다.
 
  “이 전 회장은 경영진과 직원이 함께 경영에 참여하는 새로운 기업 모델을 꿈꿨습니다. 직원이 경영에 참여하려면 주주가 돼야 합니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니까요. 이 전 회장은 직원들이 주주가 될 기회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종업원 지주회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무래도 본인이 과거 운동권 출신이다 보니 노사협조체제, 노사일체감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새로운 기업 모델을 추구했던 거죠.”
 
  이 약정서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골든브릿지와 브릿지증권 노조는 직원의 민주적 경영참가를 통해 한국사회의 새로운 기업모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적극적 회사 구제수단으로 ESOP(우리사주신탁제)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의 민주적이고 포괄적인 경영참가제도를 운영한다. 회사는 ESOP에 자사주를 출연, 취득자금 무상출연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돼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회사가 우리 사주(社株) 취득 자금 일부를 무상으로 출연한다. 임직원은 우리 사주를 사들여 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것이다. 임직원이 우리 사주를 사들이는 돈은 회사가 지급한 ‘퇴직 위로금’을 활용하면 될 것으로 이상준 전 회장은 생각했다. 이 전 회장은 브릿지증권을 인수하면서 이들 직원(서류상으로 퇴직 후 재입사 형식) 85명에게 총 72억8000만원의 퇴직 위로금을 줬다. 이 전 회장이 생각한 ‘새로운 기업 모델’이란 종업원 지주회사였다.
 
  사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전 회장이 제안한 노사공동경영의 기본은 노동자와 경영자로 이분돼 있는 전통적인 기업구조를 진보적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회사는 무상으로 우리 사주 취득 자금을 출연하고, 또 종업원들은 우리 사주를 취득해 주주가 되는 간단한 모델이었습니다. 또 회사에서는 급변하는 기업 환경을 생각해서, 임직원들의 고용조건을 정규직에서 연봉제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선진 기업 문화를 이루기 위해서 노조 측에서도 일정 부분 희생하기를 기대했던 겁니다.”
 
  이상준 전 회장이 대주주(전체의 51.12% 보유)인 (주)골든브릿지는 지난 2005년 9월 30일, 브릿지증권을 약 380억원에 인수했다. 브릿지증권은 석 달 뒤인 2005년 12월 23일에 증권시장에 재상장됐다. 업계 최초의 ‘경영 실험’은 이때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우리 社株를 두고 정반대로 해석
 
  사측은 약속대로 72억8000만원을 퇴직위로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주식을 한 주도 사들이지 않았다. 이때부터 이상준 전 회장은 뭔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직원들이 당연히 회사 주식을 사들일 줄로 알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자 많이 언짢아 했다”고 전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사라고 돈을 줬고,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약 1억원의 돈을 받았는데 왜 회사 주식을 하나도 사지 않았을까. 회사가 돈 주고, 돈 받은 직원이 회사 주식을 사면 되는 아주 심플한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공동경영약정’이라는 서류를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노조는 ‘종업원 지주회사’라는 문구보다 ‘직원의 민주적 경영참가’ 등의 문구에 더 포커스를 맞췄다.
 
  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이 전 회장이 2005년에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유일한 걸림돌은 조합원 투표였습니다. 원래 대주주인 BIH에서 노조에 권한을 위임했고, 노조의 권한이라는 것은 노조원에게 ‘찬반’을 묻는 찬반 투표뿐이었습니다. 노조 간부들 입장에서는 이상준 전 회장이 운동권 출신이다 보니 믿을 만하다고 느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노조원 중에는 이 전 회장을 못 미덥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증권업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였죠. 이 전 회장 입장에서는 다급했을 것이고 이래서 ‘노사공동경영’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찌됐든 ‘공동경영’이라는 계약서의 기본이 ‘우리사주신탁제’, 즉 임직원들이 회사 주식을 사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사로부터 받은 위로금 1억원으로 회사 주식을 샀어야 맞지 않습니까.
 
  “노조 간부들과 회사 사이에서 얘기가 오갔지만 일반 노조원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그런 주장을 하기에 제가 당시 노조 간부에게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진짜 이런 얘기(위로금으로 회사 주식 사는 것)가 있었느냐’고 했더니 ‘이상준 전 회장이 제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요.
 
  “당시 노조가 ‘이거 제안하면 노조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할 것 같다. 그러면 브릿지증권을 인수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이 전 회장이 ‘그렇게 될 거면 그거는 할 수 없다’라고 답했답니다. 그래서 노조 집행부가 노조원들에게 얘기를 하지 않은 겁니다.”
 
  —엄밀히 따지면 노조 집행부가 노조원들에게 그런 사실을 얘기하지 않은 것이 문제 아닙니까.
 
  “이 전 회장이 노사공동경영이라는 카드를 내밀었음에도 노조 찬반 투표에서 54%의 찬성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겨우 브릿지증권을 인수한 겁니다. 그런 얘기가 나왔다면 인수를 하지 못했겠죠. 노조원들이 회사에서 받은 돈으로 회사 주식을 의무적으로 사라는 조항이 있습니까. 사측이 이제 와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노조의 주장처럼 약정서 어디에도 ‘퇴직 위로금으로 우리 사주를 사라’는 조항은 없다. 이 조항이 ‘공동경영 약정서’에 있었다면 간단했을 일이다. 물론 노조의 주장처럼 이런 조항이 들어갔다면, 이 전 회장이 브릿지증권을 인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회사 관계자에게 ‘약정서에 명시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이 전 회장 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기회를 준 겁니다. 실제로 1000원대였던 회사 주식은 불과 6개월 만에 5배 이상이 뛰었습니다. 이 전 회장은 ‘우리사주신탁제’를 제시한 이상 그 근본이 직원들이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니 당연히 살 줄 알았던 겁니다. 직원들에게 대출받아 회사 주식을 사라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회사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차원에서 회사 돈 주고, 그 돈으로 회사 주식 사라는데 그걸 서류상에 명문화할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당시 일반 노조원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원이 회사의 주인이 되고, 실제로 주식 가치 상승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경영진입니다. 오히려 노조원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당시 노조 집행부입니다.”
 
  —퇴직 위로금의 용처를 ‘회사 주식 매입’으로 못 박았으면 이상준 전 회장이 브릿지증권을 인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애당초 브릿지증권 노조 집행부가 먼저 이상준 전 회장을 찾아와서 회사를 인수해 달라고 했습니다. 노조와 이 전 회장이 ‘MOU’를 체결한 이후에 한 번 유상감자를 실시(2005년 9월 5일)했습니다. 유상감자라는 것이 노조의 동의없이 할 수 있는 일입니까. 그 정도로 이 전 회장과 노조 집행부의 관계가 좋았고, 그래서 ‘공동경영’이라는 카드가 나온 겁니다. 만일 조합원 찬성이 54%밖에 나오지 않았다면, 그건 그들을 설득하지 못한 당시 노조 집행부의 탓입니다. ‘노사공동경영’이라는 바람직한 경영 모델을 제시한 이상준 전 회장이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회사 인수 이후 흑자로 돌아서
 
  경영진과 노조는 ‘기존 정규직 임직원의 계약직으로 전환’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부딪쳤다.
 
  브릿지증권을 인수한 이상준 전 회장과 주체들은 임직원들과 ‘연봉제 계약’을 맺을 생각이었다. ‘연봉제’는 ‘정규직’과 달리 1년 단위로 고용 계약이 이뤄진다. 사람을 쉽게 쓸 수 있고, 그만큼 쉽게 자를 수 있다. 이상준 전 회장이 제시한 ‘공동경영’의 내용 중 한 축도 바로 ‘정규직의 계약직으로의 전환’이었다.
 
  당시 브릿지증권의 임직원 총 117명 중 32명은 퇴사했고, 나머지 85명은 재입사했다. 회사가 이들 남은 직원과 ‘연봉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자, 이들은 거부했다. 과거와 똑같은 ‘정규직’ 지위 유지를 주장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또 가능했을까.
 
  회사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임직원은 퇴사 후 재입사했지만 ‘브릿지증권 노동조합’은 법적으로 살아 있었습니다. 노조가 살아 있으니 당연히 퇴사 이전에 체결한 임금 및 단체협약도 살아 있었습니다. 임직원들이 퇴사하고 재입사했듯이 노동조합을 해산했어야 했는데, 법률적으로 그러지 못한 겁니다.”
 
  —노조를 해산했으면 간단한 일이었군요.
 
  “회사를 인수하면서 그렇게 치밀한 곳까지 따져보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이상준 전 회장과 계약을 체결한 주체가 전부 노조 집행부였습니다. 좋은 분위기에서 계약에 사인하면서, 일단 노조를 해산하고 다시 만들라고는 제안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죠.”
 
  과거 브릿지증권 노사 간의 임단협은 2년 단위로 체결됐다. 2년 뒤 이 협약이 해지되지 않으면, 그 후 1년 동안 더 유지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따라서 (주)골든브릿지가 브릿지증권을 인수했던 2005년 9월은, 과거 2003년에 ‘브릿지증권 노사’가 맺은 협약이 살아 있는 시점이었다. 이상준 전 회장은 어쩔 도리 없이 임직원의 고용을 종전의 정규직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새롭게 출범한 회사 경영진과 노조 간의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난 2007년 10월, 이 회사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노조를 믿었다”(사측)
 
  다행히 회사의 경영 실적은 나날이 나아졌다. 이상준 전 회장이 인수하던 해에 134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했던 실적(2005년)은 이듬해에는 63억원 흑자(2006년), 76억원 흑자(2007년), 25억원 흑자(2008년), 115억원 흑자(2009년)를 기록했다.
 
  회사는 과거 브릿지증권에서 소속을 옮긴 직원에게는 정규직을, 또 이후에 뽑은 영업직 사원에 대해서는 계약직으로 근로조건을 맺으며 한 해 한 해를 보냈다. 노조는 2007년에 회사 측에 또 하나의 제안을 한다. 바로 회사가 지난 2005년에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으로 출연한 50억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불할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한 것이다. 당시 회사는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출신의 정의동(鄭義東) 대표가 맡고 있었다.
 
  노조가 요구한 사항은 구체적이었다. ‘우리사주조합에 언제 자금을 출연할 것인지, 주식 배정 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무보유기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해 확정하라는 것이었다. 정 대표는 ‘공동경영약정을 이행하겠다’는 유(類)의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차일피일 시간이 또 미뤄졌다.
 
  골든브릿지노조는 2008년에 이 합의서를 들이밀며 구체적인 협약을 맺을 것을 제시했다. 결국 회사는 ‘회사의 무상출연은 2008년 3월까지 25억원, 2009년 3월까지 15억원, 2010년 3월까지 10억원을 분할한다’는 내용의 우리사주제에 사인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정의동 대표는 또 다른 조항에도 사인한다. 오늘날 골든브릿지증권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단초를 주는 대목이다.
 
  정의동 대표는 ‘ESOP(우리사주신탁제) 위원회’ 구성에 동의한다. 이 위원회는 회사와 종업원주주대표 각 5인 이내의 대표위원으로 구성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 대표이사는 ‘ESOP 위원회’에 각종 경영정보를 제공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임원의 임면과 보직변경, 직원의 채용·승진·이동 등 인사 관련 및 상법 관련, 회사의 조직·직제개편·출자 결정 등이다.
 
  회사 측으로서는 애당초 ‘노조와 함께 경영하겠다’는 취지대로 노조에 막대한 힘을 실어준 셈이다. ‘공동경영’의 책임이라고 하면 회사가 잘나갈 때뿐만 아니라, 못 나갈 때의 상황도 함께 명시됐어야 옳다. 예컨대 ‘회사가 적자 날 경우에 노조가 어떻게 함께 희생한다’는 식(式)의 문구다.
 
  사측은 “이때까지도 노조의 진정성을 믿었다”고 했다.
 
  “솔직히 노조를 믿었습니다. 노조원이 우리 사주를 사들이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노사가 함께 회사를 경영한다’는 원칙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회사가 노조 측에 많은 부분을 양보하고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 만큼,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고 회사 입장을 먼저 고려해 줄 줄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회사 측의 ‘기대’였을 뿐이다. 회사의 사정은 2009년 들어 점차 나빠졌지만 노조는 근로조건과 복지를 계속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사측 관계자는 “2009년 들어 회사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적자가 72억원이나 났지만 노조는 ‘공동경영약정’을 근거로 끊임없이 임금인상을 비롯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사측이 생각한 서로 고통을 분담하는 건설적인 노사관계는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측은 이 과정에서 “노조가 지나치게 회사의 경영권, 인사권에 개입을 했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노조 측은 “모든 과정은 ‘공동경영약정’을 근거로 했다. 노조가 과하게 임금인상을 주장했다는 것을 얼토당토않는다”고 반박했다.
 
 
  주문 실수로 268억원 적자
 
  사측과 노조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있던 즈음인 지난 2011년 1월, 골든브릿지증권은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다. 지수선물시장에서 파생상품 딜러가 한 건의 주문 실수를 냈고, 그 결과 단 몇 분 만에 회사가 268억원을 날리게 됐다.
 
  회사 측 관계자는 “딜러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고 느슨한 기강, 안이한 위험관리 대응 등 회사의 잘못된 기업문화에 의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를 비롯해 주요 부서 경영진이 전원 사퇴했다. 회사는 노조에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의 반박은 이렇다.
 
  “주문 실수는 한 직원의 실수이기에 앞서 시스템상의 오류입니다. 어느 증권회사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노조는 석 달 전부터 위험관리 인원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면서, 회사 측에 직원을 더 채용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사측이 이를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고가 터지자마자 그동안 사측이 직원 채용을 미뤘던 것은 뒷전으로 하고, 무조건 안일한 근무 자세 때문이라며 노조의 공동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사측 관계자에 따르면, 2010년 중반을 넘기면서 골든브릿지증권 경영진은 ‘지금 이대로라면 더 이상 회사를 꾸려나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사건까지 생기게 되자 회사는 지난 2011년 9월에 노조 측에 단협해지를 통보한다.
 
  사측과 노조는 이후 6개월 동안 조정 단계를 거쳤으나 결국 합의를 보지 못했고 노조는 지난 2012년 4월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과 노조의 싸움은 점입가경에 이르렀다.
 
  노조는 이상준 전 회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또 이 전 회장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출신의 노무사를 회사 계약직으로 채용해, 노조 자체를 와해시키려 했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노조를 업무방해, 무고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현재 회사와 노조가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형사사건 2건, 민사사건 9건, 노동사건 1건 등 총 10여 건에 이른다.
 
 
  “회사 주인 갈아치울 것”
 
  그런 와중에 사측은 ‘노조가 회사 경영에 심각한 위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두 가지 사안이다. 사측 관계자의 말이다.
 
  “노조 위원장이 ‘골든브릿지에 대출하고 있는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투쟁을 강화할 것이다. 또 다음 주부터 정무위 의원들을 접촉할 예정이다’라고 말하는 등 회사 경영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골든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주)골든브릿지에 대출하고 있는 농협, 국민은행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골든브릿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말하는 등 직접적인 개입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이런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있다”고 인정했다. ‘어떤 의도였느냐’는 질문에 대해 골든브릿지증권 노조 관계자의 주장은 이랬다.
 
  “회사가 1년 동안 교섭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농협이나 국민은행이 골든브릿지에 대출하는 돈이 궁극적으로 증권 노조 탄압에 쓰인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골든브릿지는 현재 사채를 쓰고 있습니다. 노조는 대출기관 측에 이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행위인데요.
 
  “저희가 금융회사 앞에서 시위를 한다고 그 회사가 골든브릿지에 대출을 하지 않을 리야 있겠습니까. 저희가 원하는 것은 그저 ‘저희의 말을 들어달라’는 것뿐입니다. 그 호소 차원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위를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회사 측은 노조가 ‘회사 소유권 변경 시도’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든브릿지증권 사측 관계자는 “2012년 4월에 노사 교섭을 할 때 노동조합의 모씨가 ‘그런 식으로 하면 노조는 회사와 갈라설 수밖에 없다. 회사 주인을 갈아치울 것이다. 그게 노사 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거 잘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한 녹취록이 있다. 이는 명백하게 회사의 대주주를 바꾸겠다는 뜻으로 월권행위다”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을 했다는 노동조합의 모씨는 “20~30차례 회의를 했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회의 녹취록을 다시 들어보겠다”며 “하지만 사측에서 ‘노조를 없애겠다’는 발언을 한 것과 똑같은 유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우리나라 증권업계는 올 들어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국금융증권이 8년 만인 지난 1월 7일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대우증권 역시 1월 28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애플투자증권은 청산절차를 진행 중이다.
 
  골든브릿지증권 회사 측은 “현재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필수이며 우리가 주장한 대로 노조와 단체협약을 새로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영업수익 1967억원·순적자 5억원(2011년), 영업수익 1877억원·순적자 24억원(2012년 3분기까지)을 기록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1년째 파업을 하고 있는 골든브릿지증권 노조는 구조조정을 종전의 ‘합의’에서 ‘협의’로 재합의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라, 현재 무급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사정이 사측의 주장처럼 구조조정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며 “구조조정안(案)을 조정하는 것은 우리가 일터로 안전하게 복귀하는 것을 막는 행위”라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의 주주는 (주)골든브릿지 46.74%(지난 2013년 4월 8일 기준), 회사 측 전・현직 임원 1% 미만, 우리사주조합 2.7% 이다. 회사의 기본 원칙이 주주이익 극대화이고 회사의 주요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진다는 기본에서 보자면, ‘노사공동경영’이란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상준 전 회장이 꿈꿨던 ‘경영자와 노동자의 공동경영’이라는 유토피아적(的) 경영관은 과연 실패로 끝날 것인가.⊙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1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건희    (2013-05-04) 찬성 : 120   반대 : 88
노조의 권력과 회사의 미래는 반비례한다.

202102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