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단독인터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현오석 KDI 원장이 전망하는 2013년 한국경제

低성장 극복과 재정건전성 확보가 최대 현안

글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aglebsk@chosun.com

글 : 박종원  월간조선 인턴기자
사진 : 서경리  月刊朝鮮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노동의 질 提高, 선제적인 구조조정, 해외시장 적극적 활용, 규제완화 통한 경쟁력 높여야
⊙ 올해 3%대 경제성장률 예상… 바닥은 쳤다
⊙ 지하경제 양성화·비과세·감면 축소 통해 歲入 확대
⊙ 발상의 전환이 일자리 창출의 첫걸음… 서비스분야 규제 대폭 풀어야

玄旿錫
⊙ 63세. 서울대 상과대학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대통령 경제비서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국고국장, 세무대학장.
⊙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세계은행 지식자문위원(현), 現 한국개발연구원장.
  ‘경제민주화’ ‘복지’ ‘고용 있는 성장’을 내건 박근혜(朴槿惠)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그러나 국내외 환경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대외적으로 세계 경제는 저(低)성장의 굴레에 빠져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餘震)도 남아 있다. 국내적으로 저성장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복지정책이 줄을 잇고 있다. 구체적인 재원(財源) 확보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민주화가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엔저(低) 정책 영향으로 최근 들어 국내 주요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과연 2013년 대한민국 경제는 어떻게 전개될까.
 
 
  세계경제 더디지만 나아질 것
 
  국내 최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현오석(玄旿錫) 원장은 “위기 상황을 기회로 만드는 현명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세계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안해요. 미국 경제는 재정절벽(fiscal cliff·정부의 급격한 지출 감소로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은 모면했으나 재정건전성 확보와 관련된 세출 삭감에 직면해 있어요. 이는 미국 내수시장을 위축시키고 소비심리를 약화할 가능성이 있어요. 수출이 경제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어려운 상황임에 틀림없어요. 지금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할 때입니다.”
 
  —미국의 재정긴축과 일본의 엔저 정책으로 무역환경이 크게 나빠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엔저 정책이 한국경제에 악재(惡材)가 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2010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경제는 심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자연히 시장에서 일본의 경쟁력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자동차분야 등에서 우리가 덕을 본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이 지난 20년간 시행했던 디플레이션 정책은 국가경제를 부활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따라서 아베 정권은 국채를 발행해 인플레를 유발하고 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엔저 정책에 대해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연합(EU)도 민감히 반응하고 있어요. 여러 국가가 공동으로 대처하면 일본도 함부로 ‘마이 웨이’ 정책을 펼치기는 힘들 겁니다. 내부적으로는 원화강세 상황에 대비해야 해요. KDI는 원화가 작년에 비해 실질실효 환율로 약 7% 절상될 것이라 예측했어요. 그렇다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원화가치를 떨어뜨리려 해도 효과가 크지 않아요. 결국 시장에서 움직이는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해요. 그것이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국내외 경제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전체적으로 세계 경제는 작년에 비해 소폭 개선되리라 봐요. 개선의 폭은 크지 않고 속도도 더디겠지만 바닥은 쳤다(bottom-up)고 생각해요. 세 가지 이유를 들지요. 먼저 미국의 재정절벽이 어느 정도 봉합됐다는 점입니다. 둘째로 선진국들이 양적완화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연방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유럽연합도 ECB(유럽중앙은행)가 지속적으로 문제국의 부채를 매입한다고 발표했어요. 선진국들이 양적완화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아베 정권도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었지요. 큰 틀에서 볼 때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신호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7.4%였지만 4/4분기 성장률이 7.9%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013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8%대로 예측합니다.”
 
  거시적 조류를 감안할 때 세계경제가 V자의 형태는 아니지만 바닥을 치고 반등하고 있다는 게 현오석 원장의 판단이다. 현 원장은 “우리는 지난해 두 차례의 큰 선거를 무난히 치르면서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며 “올해 국내경제는 투자가 지난해에 비해 활성화돼 3%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성장률 下廻하는 低성장 지속
 
  —올해 한국경제의 중요한 화두는 무엇일까요.
 
  “저성장 탈피와 복지를 위한 재정건전성 확보라고 요약할 수 있겠지요.”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한 <2013년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 중에서 첫 번째 항목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저성장’이더군요. 저성장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성장 시대는 개별 경제주체의 삶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겁니다. 우선, 저성장과 저금리는 노동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줘요. 일반 가계 입장에서 볼 때 소득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생계형 노동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요. 그런데 저소득층, 고령층, 여성 등 취약계층의 노동증가는 노동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어요. 반면, 양질의 일자리는 축소돼 청년층의 구직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노동행태는 노사(勞使)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지요.
 
  금융기관 측면에서 볼 때 장기자산을 관리하는 보험, 연금 등은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운용수익률이 낮아져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은행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죠.”
 
  —저성장 시대에 정부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우선 통화정책을 펴는 데 어려워질 수 있어요. 재정정책 차원에서 저성장과 저금리는 세수의 감소와 세출의 확대를 초래합니다. 중장기적으로 재정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성장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요. 새 정부는 재정의 건전화를 위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요.”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 가야 합니까.
 
  “노동력의 질 제고(提高), 선제적인 구조조정, 해외시장의 적극적 활용, 규제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등이 절실해요. 예를 들어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과 고용의 연계성을 강화해 우리의 노동력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기업과 가계에 대해서는 금융정책적 배려도 병행해야 해요. 서비스부문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제도개혁이 필요합니다. 물론 개별 사안에 따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저성장, 저금리 시대가 주는 메시지는 이런 정책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요.”
 
  —세계적 현상인 저성장 시대에 박근혜 정부는 복지정책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새 정부의 복지 관련 지출은 5년간 135조원이 넘습니다. 이 중 82조원 정도는 세출 조정을 통해 마련할 수 있어요. 나머지는 세입을 확대해 마련해야 해요. 물론 조건이 있습니다. 세입 확대를 위해 특정 세금을 신설해서는 곤란해요. 지하경제 양성화 혹은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해 세입을 늘려야 부작용이 없어요. 구체적으로 복지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도 면밀히 확인해야 해요. 누수(漏水)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재벌 총수가 노령연금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복지와 경제민주화, 고용있는 성장을 내건 박근혜 정부는 저성장 흐름 속에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원 확보와 관련해 대기업의 세금환급 부분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과세와 조세감면을 줄여야 해요. 대기업의 경우 연구개발(R&D) 부문이 대표적이겠죠. 이것에 대한 감면이 지나치게 일상화돼 있는 측면이 있어요. 투자세액 감면 제도는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을 때 세입공제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정책입니다. 물론 새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펼 경우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이 있을 거예요. 이 문제는 이전 정부 때도 논의됐던 사안이죠. 정부는 이해당사자들에게 ‘세금을 거둬들인 후 효율적인 정부지출을 통해서 혜택을 주겠다’고 설득해야 합니다.”
 
  —유럽의 몇몇 복지선진국이 시행했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도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용 있는 성장, 보편적 복지가 양립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복지비중만 놓고 볼 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낮은 편에 속해요. 노령화가 본격화하지 않은 측면도 있고, 그만큼 정부지출이 안 됐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연금・의료나 보육 분야 지출이 대폭 늘어날 겁니다. 그런데 복지재원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요. 재정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요. 복지 대상을 명확히 하고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해야 해요. 재벌 총수가 노령연금을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무턱대고 복지, 복지를 외쳐서는 안 됩니다. 복지는 이념이나 사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편적 복지의 기조는 바람직하지만 이런 측면을 꼼꼼히 살펴야 해요. 이 점을 새 정부 측도 인식하고 있다고 봐요. 최근 인수위 관계자가 ‘노령연금을 저소득층에 국한한다’고 발표한 것을 볼 때 복지에 대한 타기팅(목표설정)이 제대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영·유아 보육지원’ ‘반값등록금 실시’ ‘4대 중증질환 지원’ 등을 새 정부가 약속했습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들입니다.
 
  “반값등록금이란 등록금을 반으로 줄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실질적인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저소득층을 지원해 지금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학교를 다니게 하겠다는 뜻이죠. 선택의 문제입니다. 다른 정책들도 마찬가지고요. 중요한 것은 ‘컨센서스(consensus)’를 구하는 일입니다. 저항을 줄이고 합리적인 상태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요.
 
  여기서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 있는데 복지는 정부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시장도 복지를 제공할 수 있어요. 보육시설을 예로 들어보죠. 정부가 운영하는 보육시설보다 기업형 보육시설이 더 효율적일 수 있어요. 기업이 운영하고 정부는 필요한 경우 관리하고 보조금을 일부 지원하는 형식이죠. 복지 서비스를 정부만이 제공한다는 발상은 과거 패러다임입니다.”
 
 
  복지선진국 스웨덴 선택적 복지로 방향전환
 
  세계적으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대표국가로 스웨덴을 꼽는다. 그러나 스웨덴도 최근 들어 보편적 복지에서 선택적 복지로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보편적 복지의 부작용을 스웨덴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 원장의 말이다.
 
  “2000년 이후 스웨덴은 부유세와 상속세를 없앴습니다. 복지에서 나오는 부작용을 간파한 거죠. 복지정책이 혁신을 억제하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저해한다고 봤어요. 상속세를 없앤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아요. 가업을 잇고 기업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복지로 인한 혜택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 거예요. 부유세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부유세를 매겼더니 오히려 부자와 대기업들이 해외로 떠났습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니까 그만큼 재원이 줄어들고 복지정책도 영향을 받았던 겁니다. 스웨덴 상황을 우리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해요.”
 
  —복지와 관련해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스웨덴 모델을 도입하려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복지는 물론 교육 분야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죠. OECD 국가 중 스웨덴 학생들이 제일 행복하게 학교를 다닌다며 그 나라를 본받아야 한다고들 했지요. 최근에 제가 스웨덴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 어요. 스웨덴의 정책담당자는 오히려 ‘어떻게 학교를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가. 학생에겐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필요하다. 그게 쌓이면서 경쟁력이 생기는 거다. 학생들의 의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들은 경쟁적인 사회구조를 가진 한국을 오히려 부러워하고 있었어요. 현재 스웨덴을 포함해 유럽 대부분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바꾸고 있습니다.”
 
  —각종 복지정책을 내놓은 박근혜 정부의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새 정부는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면서도 복지에 대한 수요를 충분히 공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양쪽을 병행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죠. 우리는 복지정책을 펴면서 시행착오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어요. 분명한 건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시대정신’이 됐다는 점입니다. 국가지도자로 선출된 박근혜 새 대통령께서 지혜롭게 헤쳐나가시리라 생각합니다.”
 
  —새 정부가 내건 경제민주화 정책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요.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은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문제, 대기업과 하청업체 사이의 계약에 관한 문제도 포함되겠지요. 실물경제에서 불공정거래가 많은데 이를 바로잡겠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복지를 위해서라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핵심 사안입니다.
 
  경제정책을 다루는 입장에서 이 문제는 참으로 어려운 도전입니다. 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에 부담이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일종의 컨트롤타워가 존재해야 합니다. 새 정부 들어 부활된 경제부총리가 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벤치마킹이 아니라 벤치메이킹의 시대
 
  —새 정부는 중소기업과 더불어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경쟁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입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를 쥐어짜는 행태는 불공정거래입니다. 시장거래는 공정성이 훼손돼서는 안 됩니다. 이명박 정부도 ‘징벌적(懲罰的) 배상’과 같은 조치들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요.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도 노력해야겠지만 중소기업 스스로가 기술개발이라든지 해외로 눈을 돌린다든지 자생력을 키워야 해요. 무조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중소기업이라는 말 자체가 마치 ‘보호의 대상’처럼 여겨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중소기업을 ‘전문기업’으로 바꿔 부르자고 하는 이들이 있어요. 전문성을 갖춘 작은 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메커니즘이 이상적이죠. 피터팬증후군(성년이 되어도 아이로 남아 있으려는 심리적 현상)에 빠진 중소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박근혜 새 대통령은 자신이 발표한 공약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했습니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동의를 구해 궤도수정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공약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구체화된 것이 아주 많아요. 재원이 적절히 조달된다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경제민주화’라는 패러다임을 도외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충분히 반영한 공약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성장을 중요시하고 있어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봐도 그렇습니다. 정보기술(IT) 부문과 결합해 성장잠재력을 높이겠다는 것이지요. 무조건 복지 쪽만 신경쓰기보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뜻입니다. 새 정부는 분배와 성장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성장중심적 정책이었던 전 정부와는 차별화한 것이지요. 중요한 건 국정을 수행하는 데 있어 ‘거버넌스(governance)’를 빠른 시일 안에 확립하는 것입니다.”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에 권한이 집중됐다는 지적도 없지 않습니다.
 
  “세계경제의 조류가 성장을 추구하며 혁신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요.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를 상징한다고 봐요.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어요. 미래부가 말 그대로 미래지향적이어야 해요. 과거지향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다 보면 과거를 참고하기 마련인데 그러다 보면 과거지향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지요.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생각을 여는 자세가 필요해요. 그 과정의 시작이 정부부처 개편이라면 미래창조과학부는 그 자체로 존재의의가 있습니다.”
 
  —애플과 같은 세계적인 혁신기업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합니까.
 
  “삼성전자도 애플만큼 훌륭한 글로벌기업입니다. 삼성이나 애플처럼 기업들이 핵심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죠. 창의력을 높이도록 교육제도도 바꿔야 해요. 과거에는 우리보다 앞선 선진기업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기업을 따라가려고 벤치마킹(benchmarking)을 했는데 이제는 패러다임이 변했어요. ‘벤치메이킹(benchmaking)’의 시대가 왔습니다. 선제적으로 일류 기술을 만들고 세계 최고의 경영체제를 갖춰야 합니다.”
 
 
  가계부채 중 부동산대출 비중 큰 게 걱정
 
  —박근혜 정부는 민생정부, 민생경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습니다.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하겠다는 뜻이지요.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국민의 소득을 늘려 주겠다는 거죠. 소득을 늘리는 방법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능합니다. 사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복지정책이기도 해요. 두 번째 의미는 사회적 소외 계층을 촘촘히 돌보겠다는 의지입니다. 보육이나 반값등록금 등의 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지요. 이를 일방적인 시혜(施惠)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해석입니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하우스 푸어(house poor·대출로 집을 장만해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계층)가 발생하는 등 가계부채가 서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시각이 조금 다릅니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 변화는 정상화의 과정이라 생각해요. 그동안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너무 많이 꼈어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만약 현 상황에서 부동산가격이 폭락한다면 경제적으로 문제가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요. 당장 돈이 없어서 집을 내놓고 급전을 구하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고 있어요. 또 은행이 주택담보 대출금을 회수하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돈을 거둬들이려 하지 않아요. 다만 서민들의 부채 중 부동산대출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부동산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대응이 어려워요. 부채비율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주택거래 시장이 죽어 있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주택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수요 측면에서 볼 때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를 중과(重課)하는 것도 배제해야 해요. 취·등록세 감면 기간도 연장해야 합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전셋값 상승과 민간 주택시장 침체를 유발한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개선해야 해요. 현재 40% 수준인 임대형을 70~80%까지 확대하고 임대주택 공급 주체를 다양화해야 합니다. 주택금융시장 개선 차원에서는 적격대출을 통해 변동금리의 일시상환 대출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습니다.
 
  “일자리가 없는 상황을 크게 실업(unemployment)과 미취업(jobless)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어요. 실업은 경제상황에 따라 증감이 달라지지요.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장률 제고(提高)가 필수입니다. 미취업은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해요. 높은 청년실업률이 여기에 속해요.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상황에서 원하는 일자리가 적은 것은 당연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비스산업 육성, 기술개발을 통한 생산성 제고를 통해 새로운 자리를 만들든지 해외로 나가서 일자리를 구하든지 해야 해요. 이런 구조적 문제는 교육과도 관련이 있어요. 기업이 쓸 수 있는 인재를 대학이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미취업 문제는 여러 요인이 섞여 있습니다.”
 
 
  컴퓨터가 지시하는 일자리
 
  —사실 일자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이른바 3D 업종에는 사람이 없어 난리입니다. 그 자리를 동남아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 갈 만한 자리가 없다는 게 문제인데요.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은 이유로 ‘미스매칭(mismatching)’을 들 수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청년들이 졸업 후 일자리를 갖기까지 1년이 걸립니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치는 6개월이죠. 대학을 졸업해도 기업에 들어가면 새로 직무교육을 받습니다. 대학교육이 실제 환경과 떨어져 있다는 반증이죠. 대학교육의 유용성을 제고해야 해요. 아울러 우리도 이른바 ‘워크페어(workfare)’를 도입해야 합니다. 근로복지 제도를 확충하고 직업에 대한 재훈련을 실시하면 자연스레 실업자들의 재(再)취업률이 높아집니다. 사실 일자리 자체는 많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좋고 나쁜 일자리를 구분합니다.”
 
  —일하기 편하고 보수가 높은 일자리만 찾는 건 아닐까요.
 
  “그런 측면이 분명 있지요. 그러나 대한민국의 산업구조가 이미 고부가가치형 사회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해법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있어요. 장래를 내다본다면 미래의 일자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컴퓨터에게 지시하는 일자리’와 ‘컴퓨터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는 일자리’가 그것이죠. 산업구조의 자동화가 가속화하면서 이런 흐름은 필연적 현상이 될 겁니다. 결국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지금과는 다른 영역을 연구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을 개발해야 합니까.
 
  “서비스분야를 유심히 살펴봐야 해요. 서비스에 대한 개념부터 넓혀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3차산업이 발전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서비스분야는 미개척 분야입니다. 단순히 요식업, 숙박업과 같은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비스 영역을 발굴해야 해요. 교육서비스, 의료서비스, 전문컨설팅, 디자인 같은 분야들은 일자리 창출을 제대로 시도해 본 적이 없어요. 이런 부문들이 한국에서 개척되지 못한 이유는 제도적 규제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죠. 이익집단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도 하고요.”
 
 
  새로운 형식의 제조업 패러다임 浮上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분야의 발전이 더딘 이유는 뭔가요.
 
  “생각을 바꿔야 해요. ‘왜 의사만 병원장이 돼야 하는가’ ‘법률사무소 운영은 변호사만 가능한가’ 하는 식의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서비스 산업의 연구개발도 낮은 수준입니다.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관심 또한 갖지 않기 때문이죠. 멀리 내다보고 전문 분야에 자원을 투입해야 합니다. 발상의 전환이 일자리 창출의 첫걸음입니다.”
 
  —서비스분야에 대한 적극적 개발과 투자를 언급했는데 산업의 중추는 여전히 제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개별 경제주체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제조업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중요한 건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겁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비용절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건비를 포함해 생산비용이 예전에 비해 훨씬 높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최근 들어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해외에 둔 공장을 자국(自國)으로 옮기는 것을 말하죠.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연구원과 생산자가 한곳에 있을수록 고품질의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소싱(insourcing)’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어요. 정부도 이 같은 트렌드를 하루속히 인식해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얼마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이 발표한 ‘2012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 KDI가 미국을 제외한 100대 싱크탱크 순위에서 15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경비 즈니스가 선정한 국내 싱크탱크 순위에서는 1위를 차지했더군요. 2013년도 KDI의 역할과 목표를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KDI는 정부에 앞서 선제적으로 경제현상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 왔습니다. 다가올 미래는 갈등과 분열이 아닌 합의점을 찾는 시대가 될 겁니다. 이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앞일을 예측하며 문제를 조기진단하는 것이 KDI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KDI가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KDI가 예측한 2013년 10大 경제이슈와 대응방안

  1. 低성장
  단기적 측면에서 잠재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기순환적 문제에 대응해 수요를 진작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잠재성장률 자체가 하락하는 추세를 반전시키는 공급 측면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저성장 시대에 적응하는 사회적·문화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2. 일자리 창출
  경기순환 현상인 실업(unemployment)보다 구조적 문제인 미취업(joblessness)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3. 복지제도
  복지정책 확대를 위해서는 제도의 효율성을 전제로 우선순위가 책정되어야 하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4. 환율변동
  주요국들의 양적 완화 및 이자율 정책에 따른 원화의 가파른 절상에 대응하고 경쟁국 통화변동에 유의해야 한다.
 
  5. 중소기업 살리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개선되어야 일자리가 새로 창출되고 일자리의 질도 높아지고 소득분배의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6. 서비스산업 선진화
  서비스산업 발전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며 성장잠재력 제고의 관건이다. 그동안 서비스산업은 내수업종으로서 이해관계에 얽혀 규제개혁이 제대로 안 됐다. 서비스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개방화 추세에 있으며 국제경쟁력 강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7. 부동산경기
  고령화, 소가족화, 핵가족화로 주택수요의 다양화에 따라 아파트를 대량으로 건설하는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소비자 기호에 부응하는 다양한 주택유형을 공급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직접투자 비중의 감소 및 부동산을 기초로 한 금융자산 비중 증가로 부동산투자신탁(REITs), 주택저당증권(MBS) 등 부동산 간접투자상품 시장의 확대가 예상된다.
 
  8. 가계부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OECD 국가 중 비교적 높은 수준에 속하며 소득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위험을 야기할 정도는 아니나 부실 가능 차주의 수가 적지 않으므로 사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공급 측면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규제와 금융감독을 강화하고 수요 측면에서 부채 구조조정 등 재무 건전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9. 유로존 회복 가능성
  유로경제는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실물경제의 회복은 불투명한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유로존의 장기침체에 대비해 시장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FTA 활용 및 제품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10. 남북 관계
  중국의 부상과 미국·일본·아시아 등 전통적 동맹의 강화, 그리고 한국의 국력신장 등 변화하는 동북아의 세력균형 속에서 남북관계 역시 지정학적 안정 구도하에서 협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1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서지우    (2013-02-20) 찬성 : 148   반대 : 128
새로운 시대의 경제수장으로 예정된 사람의 생각을 어느 매체보다도 빨리 심도있게 다룬 기사라 참 마음에 듭니다. 백승구 기자와 박종원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돋보이는군요.

202102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