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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박근혜 정부 100일 안에 꼭 해야 할 일 - 경제

“환율 관리부터 하라”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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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적자인데 차입 안 되면 국가 디폴트
⊙ 경제민주화·복지 틀 초기에 잡지 않으면 표류 가능성 높아
⊙ 경제팀이 정치·재벌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것 보여줘야
姜萬洙 KDB금융그룹 회장(69·前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
  역대 정부 초기에 경제를 담당했던 고위 관료들은 박근혜(朴槿惠) 정부가 취임 이후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로 무엇을 꼽을까.
 
  이명박(李明博) 정부에서 첫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강만수(姜萬洙) KDB금융그룹 회장은 ‘환율’, 노무현(盧武鉉) 정부에서 첫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을 역임한 조윤제(趙潤濟)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 흐름 파악’, 노태우(盧泰愚) 정부에서 첫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문희갑(文熹甲) 전(前) 대구시장은 ‘정치와 경제 분리 천명’을 정부 출범 이후 100일 안에 우선 해야 할 일로 꼽았다.
 
  강만수 회장은 “정부 초기에 환율을 바로잡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이다.
 
  “환율은 가계부채, 부동산 문제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경제 관료들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경영의 기본은 환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환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환위기를 겪었습니다.
 
  또 우리나라 GDP의 50%가 수출에서 나옵니다. 중국 30%, 미국·일본 15% 수준임을 감안하면 높은 비중이죠. 현대차 한 대를 수출해서 혜택을 보는 곳은 대기업 한 곳이 아니라 수많은 벤더회사들이 함께 덕을 봅니다.
 
  더구나 환율은 1년 정도 시차가 있습니다. 지금의 수출은 지난해 환율 실적이고, 현재의 환율은 1년 뒤에 나타납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 초기 경제 관료들이 미리 환율을 예견하고 조치하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어려워집니다.”
 
  —지금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떨어졌는데요.
 
  “너무 과하게 떨어졌습니다. 환율 당국이 고삐를 놓치고 있지 않나 우려됩니다. 환율이 급속도로 전환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지금 수출이 많이 줄지 않았다고 안심하는 이들이 있는데, 미리 조치하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국가가 적자인데 차입이 안 되면 그게 바로 국가 디폴트입니다. 전(全) 세계 국가들이 총성 없는 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환율 전쟁이 완전히 수면 위로 올랐습니다.
 
  “환율 전쟁은 과거부터 죽 있어 왔습니다. 최근에 일본이 그간 수면 밑에서 해왔던 환율 전쟁을 공식적으로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환율에 대한 여러 이론 중에서 모든 국가가 국제금융에서 룰을 지킨다면 환율이 올라가는 대로, 또 떨어지는 대로 각각 장점이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전제는 모든 국가가 국제금융의 룰을 지킨다는 전제 아래서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기업이 아무리 경쟁력을 높여도 상대국이 환율을 계속 절하하면 우리가 국제 교역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 문제에 있어서는 강대국이 먼저 반칙을 합니다. 근래 들어 미국이 2조5000억 달러, 일본이 1조 달러를 풀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국제금융의 룰을 지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 경제 관료들이 환율 문제를 정확히 직시하기를 바랍니다.”
 
 
  상반기에 돌아오는 19조원 회사채 문제 잘 처리해야
 
  강만수 회장은 MB정부 초기에 경제 수장을 맡아 ‘고환율 정책’을 편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정책 덕분에 우리 기업이 미국발(發) 경제 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시각과, 그 정책 때문에 물가가 치솟았다는 평가가 양립(兩立)한다. 강 회장은 당시로 돌아가도 같은 정책을 펼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2008년 당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경상수지 적자는 우리와 같은 개방경제체제에서 가장 위험한 신호입니다. 제주도와 명동에서 일본 관광객을 찾을 수 없었고, 반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으로 명품 쇼핑, 골프여행을 떠나는 실정이었습니다. 우리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배나 높은 일본으로 여행 떠나는 것이 맞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가장 시급한 과제가 일본 관광객을 국내로 돌아오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환율을 잡았습니다. 결과적으로 2009년부터 관광객이 거리에 넘쳐났죠.”
 
  —반면 물가가 치솟았지 않습니까.
 
  “어떤 경제 정책이든 부작용은 있게 마련입니다. 환율이 올라가면 당연히 물가가 오르죠. 물가가 오르는 것은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입니다. 과거에 과도하게 쌌죠. 낮은 물가 수준이 계속 유지될 수는 없습니다.”
 
  강 회장은 박근혜 정부 경제 관료들이 취임 직후 챙겨야 할 두 번째 과제로 ‘회사채’를 꼽았다.
 
  “이명박 대통령 초기인 2008년에 경제가 어려워서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가 39조원 정도 됩니다. 이 중 절반인 약 19조원이 올 상반기에 돌아옵니다. 신용도가 좋지 않은 ‘A 이하’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만기가 도래한 이 채권들을 잘 상환하지 않으면 건설, 조선, 해운, 철강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제 관료들이 심각성을 알고 있기를 바랍니다.”
 
  박근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계부채’와 관련해, 강 회장은 “충분히 명분 있고 시급히 처리할수록 바람직한 과제”라고 말했다.
 
  “기업 성장률이 떨어져서 개인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가계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개인을 구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들을 하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우리 경제의 역사를 보면 1982년 사채동결조치에 의해 형편이 어려워진 기업을 국가가 구제해 줬고, 1997년 외환위기 때 정부가 168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금융기관을 구제해 줬습니다.
 
  민간 부문에서 기업과 금융기관이 구제받았기 때문에 가계부채 부문을 구제해 줄 정당성은 역사의 흐름에서 일리가 있습니다. 국가가 가계부채 문제를 외면한 채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가계부채를 해결하지 않으면 금융기관이 흔들리고, 가계지출이 줄어들어 서민경제를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이 둔화됩니다. 결국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아 악순환에 빠집니다. 모럴해저드 방지 방안을 탄탄히 하고,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기금을 정부에서 만드는 것은 옳은 길이라고 봅니다.”
 
 
  “前 정부의 정책 계승 여부 심사숙고해”
 
趙潤濟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60·前 한국 조세연구원 부원장, 대통령 비서실 경제보좌관, 주영 대사).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을 지낸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경제 흐름을 바꿀 필요성이 있는지 큰 그림을 먼저 그려라”고 조언했다.
 
  “전 정부가 실행해 온 경제 정책의 큰 흐름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를 초대 경제 관료들이 따져봐야 합니다. 그 이후에 환율 문제, 경기침체 지속 여부, 가계부채, 부동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합니다.
 
  위에 언급한 과제들은 어느 정부든 갖고 있는 숙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 당시나, 중반 이후에 어느 정도 입장 정리가 됩니다. 그에 앞서 경제의 큰 흐름을 전 정부와 다르게 갈 것인지, 아니면 그 기조를 이어갈 것인지를 초대 경제 관료들이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어땠습니까. 과거의 경험에 비춰 설명해 주시죠.
 
  “노 정부 초기 국내 금융시장은 최악이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500~700선을 맴돌았고, 자본의 해외 유출이 심각했습니다. 국가 안보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고,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을 쿨다운(cool down)시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노 정부 직전인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의 이슈가 외환위기 극복과 해외에서 추락한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일이었죠. 노무현 정부도 비슷한 맥락으로 경제를 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외환위기를 극복했지만 그 연장선상에서 외국 투자자에게 국가 신뢰도를 회복토록 해야 한다는 것, 국가의 위기관리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제의 큰 패러다임을 이전 정부의 연장선상에서 이어가도록 결정했습니다.”
 
  —경제 관료들의 생각이 다들 달랐을 텐데요.
 
  “초기 노무현 정부의 경제팀은 대통령의 성격을 뚜렷하게 읽을 수 없는 조합이었습니다. 김진표(金振杓)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정우(李廷雨)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저의 의견이 조금씩 다 달랐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대해 명확히 해야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 문제에 대해 팀의 결정을 중시해서, 자주 관저에 경제팀을 불러모았습니다. 결국 룰을 존중하는 시장경제, 투명경제를 실현한다는 것, 정부의 시장개입을 줄인다는 것, 외환위기 이후의 경제 패러다임을 연장시킨다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일부 관료들은 진보적인 입장에서 재벌들의 순환출자를 강력히 규제하고, 여러 경제 문제를 처리하기를 원했지만 때마침 카드채 문제가 터졌습니다. 경제 관료로서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가 됐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기조는 어떨 것 같습니까.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큰 이슈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실현하려면 과거의 경제 흐름을 바꿔야 할 겁니다. 우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꼭 실현할 것인지, 또 경제민주화를 하려는 핵심 어젠다가 무엇인지, 복지는 단계별로 할 것인지 일괄적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우선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취임 직후 100일 동안 경제팀과 대통령 간에 확실한 교류가 있어야 합니다.
 
  한 정권에서 5년 내내 계속성을 갖는 사람은 대통령뿐입니다. 대통령이 경제 흐름 교체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취해야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자리에 앉힐 수 있습니다. 그 일을 수행할 관료의 임기가 통상 1~2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대통령 스스로가 경제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요.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틀을 정부 초기에 잡지 못하면 5년 동안 표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초기 경제팀이 방향을 정하면 외부에 계속 시그널을 줘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습니다.”
 
  조윤제 교수는 초기 정부 경제팀이 큰 그림을 그린 뒤에 경제 관료로서 본격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교수는 “큰 그림을 그리고 나면 경제 관료로서 매니지먼트에 나서야 한다. 환율, 경기침체, 가계부채, 부동산, 세수확보 등을 일일이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 논리·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아야
 
文熹甲 前 대구시장(60·前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대구광역시장, 한나라당 당무위원, 계명대학교 정경학부 특임교수).
  노태우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당선자와 초기 경제팀이 경제 원칙은 경제 논리대로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정부 관료들은 경제 논리에 맞춰 경제 원칙을 지켜간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제가 정치 논리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언제부터인가 경제 철학이 재벌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가 재벌을 때려잡거나, 길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 정의를 실천하자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재벌들이 무작정 돈만 벌자고 재벌 영역에서 벗어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요즘처럼 빵집, 치킨장사처럼 동네 상권을 주워 먹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들이 발생한 이유가 경제 철학이 재벌의 논리에 졌기 때문입니다. 초기 정부 경제팀은 경제가 정치 논리로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또 재벌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고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부총리를 두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봅니다.”
 
  —왜 그렇습니까.
 
  “경제 정책은 총괄 부처가 있어야 합니다. 부총리를 주축으로 해서 각 경제 부처, 경제 관료, 실력 있는 학자들이 모여 경제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부총리가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또 경제차관들끼리 따로 차관급 회의를 하는 일이 잦아야 합니다. 이때 경제장관회의의 의장은 예산권을 쥔 부총리가 맡아야 합니다.
 
  경제팀을 총괄하는 부총리가 없으면 경제 정책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집니다. 각자 부처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각자 부처 이기주의에 맞춰 자신의 처지만 얘기할 텐데, 대통령 입장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겠습니까. 따라서 부총리가 정부 예산권한을 손에 쥐고, 각 부처 회의를 주관하고 각자 입장을 교통정리해 주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부총리 제도를 도입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봅니다. 부총리에게 힘이 실리지 않으면 국가 경제 정책은 확실하게 이끌고 가기 어렵습니다.”
 
 
  퍼주기식 복지 정책 재고해야
 
  문 전 시장은 박근혜 당선인과 초기 정부를 이끌 관료들에게 “인기는 잊어라”고 주문했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당선인이 후보 시절에 많은 공약을 내세웠고 인수위에서 검토 중입니다. 공약 중 일부는 재원조달이나, 일을 집행한 10년 뒤에 돌아오는 결과를 검토하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약속을 지킨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공약 실천을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부 공약을 지키지 못할 경우 대통령 초창기의 지지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경제 관료팀 역시 인기가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인기를 끌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과감하게 인기는 잊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복지 문제는 재검토하기를 바랍니다. 극빈층과 노약자를 제외하고, 근로 능력이 있으면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복지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해서 오히려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무작정 퍼주기 식의 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재고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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