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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

한국경제의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과 자산관리 전략

한국, 디플레이션 가능성 작지만, ‘5低1高’ 대비해야

글 :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korea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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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성장·저물가·저자산가격·저고용·저금리, 고령화라는 ‘5低1高’ 시대 도래
⊙ 한국도 부동산 버블 붕괴 등 일본과 유사하지만, 재정건전성·정치안정성에서 유리
⊙ 현금 확보하고 대출부터 갚아 나가는 방어적 포트폴리오 필요

崔聖煥
⊙ 55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등.
2012년 12월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모습. 5저(低)1고(高)시대에는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질 것이다.
  작년 12월 조기(早期)총선에 압승하면서 다시 총리에 오른 아베 신조(安倍晋三) 신임 일본 총리의 최대 현안은 디플레이션 극복이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과감한 양적(量的)완화, 재정지출의 대폭 확대, 경제성장 전략 수립’의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성장률이 제로 수준에서 횡보(橫步)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을 벗어나야 일본 경제가 제대로 순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디플레이션은 사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디플레이션에다 경제가 장기적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두 가지가 합쳐진 악성(惡性) 디플레이션 또는 장기(長期)복합 불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아베 총리는 무엇보다 민간투자를 늘려야 한다면서 일본은행이 무제한으로 돈을 푸는 것은 물론 국채(國債)발행 한도를 폐지해서라도 재정지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만약 일본은행이 이에 반대할 경우 법을 바꿔서라도 돈을 풀도록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아울러 총선에서의 공약대로 명목성장률 목표를 3%로 잡고 이에 맞춰서 모든 경제 및 금융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명목성장률은 물가변동분을 제외한 실질성장률에다 물가변동률을 더한 합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명목성장률 목표를 3%로 설정하는 경우 만약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면 실질성장률이 2%,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면 실질성장률이 1%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일본의 실질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어느 수준이길래 기껏 두 지표를 합해서 3%를 목표로 삼겠다는 것일까?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최근 20년간(1992~2011년) 일본의 실질성장률은 연(年)평균 0.8%,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평균 0.1%에 불과하다. 명목성장률이 연평균 0.9%로 1%에도 채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10년간(2002~2011년)으로 계산하면 상황은 더 나쁘다. 실질성장률은 0.7%,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2%, 명목성장률이 연평균 0.5%로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잘나가던 일본 경제가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지난 10년간 연평균 0.5%에 불과한 명목성장률을 아베 총리가 그 6배에 해당하는 3%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과연 달성 가능하기나 한 목표일까?
 
 
  유로존, 1990년대 일본과 유사
 
  최근 글로벌 경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먼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돈을 풀었고, 풀린 돈이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와 맞물릴 경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 즉 G2 경제의 반등(反騰)으로 국제유가(油價)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공급부족으로 농산물가격의 급등 등이 겹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태국, 필리핀, 대만, 인도 등 무역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외국인투자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나라들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물가가 어느 정도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물가상승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물가를 더 부추길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반면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제정책의 최대목표를 디플레이션 극복에 두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나라가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이 높은가? 현재로서는 유로존(유로를 공동통화로 사용하는 17개국)이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로존의 경우 아직까지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물가압력까지 낮아질 경우 일본식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일본이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게 된 배경으로 들고 있는 여러 가지 정황을 유로존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자산버블 붕괴 및 과도한 부채, 엔화가치의 지속적 상승(엔고), 산업의 공동화(空洞化), 고령화(高齡化) 및 저(低)출산으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비중의 감소, 비(非)정규직 증가 등 고용불안의 확대와 그로 인한 내수(內需)부진, 초(超)저금리의 부작용 등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로존이 일본의 1990년대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유럽 전체가 일본식 디플레에 빠지지는 않을 것
 
  유로존의 최근 10년간(2002~2011년) 연평균 실질성장률과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일본처럼 구해 보면 각각 1.1%와 2.1%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명목성장률이 3.2%로 일본(0.5%)에 비해서는 크게 양호한 상황이다. 오히려 아베 총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명목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작년부터 2017년까지 유로존의 연평균 실질성장률은 1.0%로 약간 더 낮아지고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7%로 상당폭 낮아지고 있다. 이 경우 예상 명목성장률도 연평균 3.2%에서 2.7%로 낮아지게 된다. 만약 IMF의 전망이 최근 2~3년간 그래 왔던 것처럼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본다면 유로존의 향후 연평균 명목성장률은 2% 초중반대까지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국제금융센터의 보고서(2012년 12월 13일, <유럽 경제의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 점검>)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로존 또는 유럽연합(EU) 전체가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빠져들 것 같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한 북유럽 국가들과 독일이 경기를 견인할 여력이 있는 데다 일본보다는 양호한 가계의 건전성, 유로화 가치의 상승 한계, 일본은행과는 달리 위기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등을 그 근거로 들 수 있다. 다만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현재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국가들의 경우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그 어떤 나라 또는 지역보다도 높다고 할 것이다.
 
디플레이션이란?

  최근까지 주요국의 근심거리였던 인플레이션(inflation)은 물가가 전반적·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영어 inflate는 원래 타이어나 풍선에 바람을 넣어 부풀리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과 임금이 어느 정도 올라 줘야 상품을 파는 기업도 임금을 받는 직장인들도 신이 날 것이다. 따라서 풍선이 여기저기 가볍게 둥둥 떠다닐 정도의 적절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풍선에 바람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면 바람을 빼기도 어렵지만 잘못 다루다가 터지기 십상이므로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반대로, 디플레이션(deflation)은 물가가 전반적·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영어 deflate는 inflate의 반대말로 바람을 뺀다는 뜻이다. 물가하락은 통상 저성장과 실업증가를 동반하면서 나타나기 때문에 요즘엔 디플레이션 하면 물가하락과 경기침체가 동반하는 현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바람 빠진 풍선이 널브러져 있는 것처럼 물가하락과 함께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은 인플레이션이 이미 상당히 발생한 상황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을 말한다. 말 그대로 빵빵하게 바람이 든 풍선에서 서서히 바람을 빼는 작업이다. 이때 잘못하면 풍선의 주둥이를 놓치는 때처럼 어디로 경제가 갈지 모르게 되거나 풍선이 터지게 된다.
 
  리플레이션(reflation)은 디플레이션을 벗어나 어느 정도 물가가 오르는 상태로 만드는 상황을 뜻한다. 요즘의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으로, 바람이 빠진 풍선에 공기를 불어넣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공기가 빠진 풍선에 공기를 불어넣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공기를 많이 불어넣을 경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므로 매우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韓, 메가트렌드는 日과 유사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일본식 장기불황 또는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 또한 유로존 못지않게 일본이 장기불황으로 빠져든 요인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버블의 붕괴와 과도한 가계부채, 최근 계속되고 있는 원화 가치의 상승(대미달러 환율의 하락), 글로벌화와 로컬화를 기치로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 고령화 및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비중의 감소, 비정규직 증가 등 고용불안의 확대와 그로 인한 내수부진 등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메가트렌드는 엇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유로존에 비해 정부재정이 건전하다. 또 지금 대미(對美)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에는 달러당 900원 초반대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 또한 아직은 일본처럼 산업공동화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며, 고령화 정도도 일본에 비해서는 20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에서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75%로 아직 더 내릴 여유가 있다.
 
  특히 외부환경에 소심한 일본인과는 달리 화끈한 성격의 한국인들이 경제가 좀 나빠진다고 해서, 또 물가가 내린다고 해서 소비를 크게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가 내린다면 적어도 초기단계에서는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리더십에서도 우리나라는 일본과 크게 다르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 이후 최근까지 총리가 16번이나 바뀌면서 평균 재임기간이 18개월도 채 안 된다. 임기 18개월짜리 총리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으며 정책의 일관성을 어떻게 살릴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는 5년 임기의 대통령제여서 이 점에서 일본에 비해 크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일본의 경제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원자재 수입의존도, 日의 3배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는 달리 수입의존도가 크게 높다는 점이다. 2011년 우리나라의 수입의존도(수입액/명목GDP)는 47.0%였던 데 비해 일본의 수입의존도는 14.9%로 낮았다.
 
  특히 원유(原油)수입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9.0%로 높은 데 비해 일본은 3.1%로 우리나라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다른 원자재 및 곡물 등을 모두 합한 수입의존도 전체로 보면 우리나라의 수입의존도가 일본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이는 곧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르게 되면 우리나라 국내물가가 받는 충격이 일본이 받는 충격에 비해 무려 3배 이상이나 크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국제유가가 오르더라도 그로 인한 국내적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반면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커서 곧바로 국내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국내적으로 물가하락 요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국내물가를 상승세로 끌고 갈 것이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섰던 2008년의 경우를 보자.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07년 2.5%에서 4.7%로 치솟았고 2009년에 가서야 2.8%로 안정되었다. 반면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도 2007년 0.1%에서 2008년 1.4%로 나름 급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그 다음 해인 2009년에는 국제유가 급등 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3%로 큰 폭의 마이너스로 반락하고 있다. 결국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에도 일본의 국내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가 곧바로 급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일본 경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최근 2~3%대로 낮아지면서 비슷한 점도 상당수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짚어 볼 부분은 자산부문, 그중에서도 부동산시장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수많은 대내외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에서는 적어도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과연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일본과 비슷한 부동산 버블 붕괴로 볼 수 있을까? 결론은 아직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버블7’ 지역의 부동산가치 하락 심해
 
  KB국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2000년 이후 2004년에 전년대비 2.1%를 기록, 단 한 차례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전국적으로 약세를 보였다고는 하지만 주택매매가격은 전년대비 0.0%로 집계되었다. 특히 부산과 대전 등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와 상당수 지방에서는 최근 들어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주택가격이 꾸준히 상승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다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그중에서도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 시절 ‘버블 세븐’이라고 불리던 지역의 경우 하락세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서울 강남구의 경우 고점(2010년 3월) 대비 6.6%의 하락에 그치고 있지만 성남시 분당구(고점 2007년 3월)는 20.0%, 용인시 수지구(고점 2007년 1월)는 24.6%에 달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고점 대비 30~40% 이상 하락한 매물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부동산가격이 하락세를 수년째 이어 가면서 이른바 하우스푸어(housepoor)를 양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지역적 편차가 큰 데다 가격이 아직까지 오르는 곳도 많은 편이다. 최근 들어 그간 강세를 보이던 부산 등 지방 부동산시장도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또한 부동산시장의 부진과 과도한 가계부채 부담이 저성장·저고용과 맞물리면서 한동안 우리 경제의 걸림돌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처럼 전국적으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고 앞으로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 전체가 그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경제가 일본식의 장기복합불황 또는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하지는 않겠지만 일본의 메가트렌드를 따라가고 있고 앞으로 그 차이와 시차는 점점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성장률이 낮아지는(저성장) 가운데 저물가·저자산가격·저고용·저금리와 함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5저(低)1고(高) 현상’을 겪게 되리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저환율, 즉 대미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원화가치가 상승하는 경우도 포함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 및 외환시장 규모에서 일본에 비해 크게 작은 데다 북한과의 지정학적 불안 등의 요인을 감안할 경우 환율이 급속하게 한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자산 중 부동산 비중 계속 떨어질 것
 
  그렇다면 일본식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아직까지는 익숙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 ‘5저1고 현상’하에서 자산관리, 즉 자산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좋을까? 무엇보다 최근 70% 중반대까지 낮아지고 있는 부동산 비중은 더 낮아질 것인가?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연령대별로는 어떻게 차이가 날까?
 
  먼저 우리 경제가 5저1고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갈수록 심해진다면, 특히 고령화·저출산 현상이 급속히 진행된다면 우리나라도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안정세를 이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총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도 더 하락하는 쪽으로 움직여 갈 것이다.
 
  주요 선진국 중 상대적으로 부동산 비중이 높은 유럽대륙의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부동산 비중이 50% 중후반대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이들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 수준과 경제 및 부동산시장 동향 등에 비춰 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비중도 앞으로 적어도 60% 초중반대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 굳이 비싼 주택을 소유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다. 집값이 오르지도 않을 것인데 소유를 통해 재산세 등을 내는 것보다 주거의 개념이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최근 들어 월세(月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이미 부동산가격 하락과 저금리 현상에 적응하고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전세(專貰)가 ‘부동산 불패(不敗)’ 시대의 유산이라면 앞으로는 부동산가격이 예전처럼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전세금을 받아 저금리로 운용하느니 아예 보다 수익률이 높은 월세로 받겠다는 것이다. 당분간 집 없는 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월세 공급이 늘어날 경우 월세 상승세도 꺾일 것이다.
 
 
  주식 상승세 기대 어려워
 
  주식가격 또한 상승세를 이어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성장과 저고용에 시달리는 경제에서 해외진출 또는 혁신기술의 개발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업들도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식이 기본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위한 투자대상이기도 하지만 고위험 저수익이 될 가능성이 앞으로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경우 금리가 낮아지면서 금융자산을 굴릴 곳이 없는 돈이 몰리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돈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우량주와 비우량주의 격차를 더 벌려 놓을 것이다.
 
  따라서 투자대상 기업도 잘 선택해야 한다. 저성장·저물가시대에서 기업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살아남는 기업은 독점 또는 1등 기업들일 것이다. 적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3위, 못해도 5위 내에 들지 못하는 기업은 급속하게 도태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20~40대의 젊은 연령대일 경우 주식 또는 주식형 펀드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려놓아야 노후(老後)준비에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다. 흔히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100-나이’라고 한다. 나이가 30세라면 100-30=70으로, 가진 총자산(금융자산)의 70%를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젊을수록 ‘100-나이+α, α>0’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이때 α의 크기는 개인의 위험선호도에 따라 0~10 사이가 될 것이다. 반면 50대 이후에는 ‘100-나이-α, α>0’이 적절할 것이다. 젊어서 투자실패는 회복이 가능하지만 나이 들어서 실패할 경우 회복할 시간적·마음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저물가시대에는 돈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무리한 투자를 해서 원금을 까먹기보다는 지키기 전략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現金이 王
 
  또 한 가지는 주식시장의 경우 등락을 잘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기회를 항상 엿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이 위험하기는 해도 그나마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닛케이지수가 2003년 7500엔까지 하락했지만 2년 뒤에는 거의 2배에 달하는 14,000엔까지 상승했다.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기회를 잘 잡으면 언제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 주식시장에서도 블랙먼데이와 글로벌 금융위기 또는 유럽 재정위기 등과 같은 때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주식을 사서 반등시 내다파는 전략을 구사한 개인투자자 케이스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되는 신흥시장국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잘 선택할 경우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저성장·저물가시대에는 저금리를 동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금리는 낮지만 저물가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예금이나 적금 또는 연금 등 보험처럼 원금손실 위험이 없는, 저수익이지만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착실하게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디플레이션하에 있는 일본에서는 ‘현금이 왕(Cash is King)’이라는 말이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대체 어떤 게 맞는 투자전략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는 투자를 않고 현금 또는 예금으로 가지고 있는 게 제일이라는 뜻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욕심을 최대한 절제하는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은퇴자의 경우 저성장·저고용·저물가에 따른 임금하락 또는 실업증가에 따른 타격을 거의 받지 않는다. 금리하락이 문제이기는 해도 물가가 낮아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면 살 만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금을 가지고 있다가 투자기회가 왔다 싶으면 바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이점도 가질 수 있다.
 
 
  투자 다양화해야
 
  다른 한편으로는 저금리라고는 하지만 대출금리는 항상 예·적금 금리보다 높다. 따라서 대출로 빌린 자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금리가 높은 대출부터 갚아 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빌린 돈으로 투자해서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인플레이션 시대, 고성장 시대는 앞으로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 한마디는 5저1고 시대는 공격적 포트폴리오보다는 바구니에 다양한 투자상품을 담는 동시에 눈높이를 낮춘 방어적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령화와 함께 성장, 물가, 자산가격, 금리, 고용 등이 모두 한꺼번에 낮게 깔리는 투자환경에서 나 혼자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그것은 사기이거나 꿈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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