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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보편적 복지 시대’의 도래와 10년 후 한국의 모습

2047년쯤 정부부채가 GDP대비 200% 넘어

글 :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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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정권 시절부터 한국은 이미 ‘보편적 복지’ 단계 돌입
⊙ ‘보편적 복지’는 빈곤층에 대한 혜택을 오히려 감소시켜
⊙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을 60%로 유지할 경우, 2050년 국민부담률 52%
⊙ 조세부담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 2050년 정부부채는 GDP의 143% (현 복지수준 유지시)

宋元根
⊙ 48세.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美뉴욕주립대 석사, 일리노이대 박사.
⊙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역임.
⊙ 저서: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共著) 등.
2012년 3월 29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박준영 전남지사(가운데)와 김범일 대구시장(맨왼쪽) 및 송영길 인천시장 등이 영·유아 무상급식과 관련된 지방재정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3년도 예산안이 해를 넘긴 1월 1일 아침에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예산안이 해를 넘겨 통과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2013년 예산안과 관련해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2013년 예산안을 보면 복지예산이 103조원으로 전체 예산 342조원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넘어서 바야흐로 보편적 복지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애초 정부예산안에 책정된 복지예산은 97조원이었으나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 더해져 100조를 넘기게 된 것이다.
 
  증액(增額) 내용을 보면, 0~5세 영·유아 무상(無償)보육·양육수당, 반값 등록금 예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영·유아 무상보육의 경우 원래 정부안은 소득기준 상위 30% 가구 아동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는 차등(差等)지원 방안이었으나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안에서는 이런 차등지원 방안이 철회되어 영·유아 무상보육 관련 예산이 1조504억원 증액되었다. 이는 지난 4·11총선과 대선 기간 여야(與野)가 복지공약 경쟁을 통해 정부를 압박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013년 예산안을 보면서 소위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대결 구도에서 ‘보편적 복지’가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적 복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미 ‘보편적 복지’ 단계 들어서
 
  2011년 야당을 비롯한 일각에서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보편적 복지’ 실현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다. 이에 따라 ‘보편적 복지’라고 하면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을 대부분 떠올린다.
 
  ‘보편적 복지’의 구현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은 공적(公的)연금 및 사회보험제도다. 공적연금·보험체계의 구축을 통한 ‘보편적 복지’의 구현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기부터 시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는 소위 4대 국가사회보험(고용, 연금, 산재, 의료보험)의 적용 확대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구현하는 사회복지체계의 완성을 추구했다. 국민연금의 전 국민 확대 적용을 실현했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도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은 1999년 3월 도시 자영업자에게까지 확대되었으며, 1998년 1월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 고용보험은 1998년 10월부터 1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산재보험도 2000년 7월부터 1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보험적용이 확대되었다. 국민연금의 경우 실시 11년 만에 그 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되었고 고용보험의 경우도 도입 4년 만에 전체 임금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아도 이는 전례 없이 빠른 속도라고 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연금, 의료보험 등이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데 최소한 40~50년이 걸렸다. 포퓰리즘의 영향으로 사회보험이 비교적 일찍 도입된 라틴아메리카의 경우도 비공식 부문을 포함한 전 국민 사회보험 적용의 제도적 틀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도 ‘선택적 복지’와는 거리가 먼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정책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되어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졌던 4대 사회보험 통합 논의도 기존의 복지국가들조차 시도한 적이 없었던 사회복지의 국가 단일체계 관리 실험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公共扶助의 변질
 
2012년 3월 5일 친환경무상급식 실시 기념 배식봉사를 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곽노현 교육감,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왼쪽부터). 무리한 무상급식 실시로 다른 교육예산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고소득층이 부담하는 재원으로 빈곤층에게 직접적으로 소득이전을 하는 공공부조(公共扶助) 정책은 원래 빈곤층을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대표적인 ‘선택적 복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1961년 도입된 생활보호제도는 대상자의 근로능력 유무(有無)를 기준으로 근로능력이 있는 저(低)소득층에게는 본인의 능력을 활용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의료·교육 등 최소한의 보호만을 하고 근로무능력자를 대상으로만 생계지원을 하는 제도였다.
 
  약 40년간 시행된 생활보호제도는 1997년 외환(外換)위기를 맞아 빈곤인구 급증, 노숙자 증가 등 사회문제가 확대됨에 따라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2001년 10월 1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대체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활보호제도와 달리 근로능력 유무와 무관하게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층의 기초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이다. 근로능력 유무, 연령 등에 관계없이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빈곤선 이하의 모든 저소득층에게 생계비를 지급하여 최저생계비 이상 수준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도록 했다.
 
  생활보호제도가 여러 기준에 따라 분류된, 특히 근로능력 유무로 분류된 빈곤층에 대한 명백한 ‘선택적 복지’였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모든 국민에게 국가가 최저생활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의 성격을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특징은 근로능력자에 대한 조건부 생계비 지급이라기보다는 기초생활보호의 범위와 급여 수준을 크게 확대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보편적 복지’의 이념 구현 및 적용범위 확대를 위해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보편적 복지의 진정한 의미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논쟁에서 촉발된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 간의 논쟁은 기존 복지제도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논쟁이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기존 복지제도는 ‘보편적 복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무상급식을 비롯하여 무상보육·교육·의료 등 무상복지를 실시하여 ‘보편적 복지’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주장은 복지 포퓰리즘에 편승하여 ‘보편적 복지’의 전면적 확대를 꾀하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즉, 무상복지의 시행은 ‘선택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부조와 연금·보험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던 ‘보편적 복지’를 유럽의 복지국가들과 같이 보육, 교육, 의료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까지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다.
 
  어쨌든 초·중학교 무상급식에서 시작된 무상시리즈는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영·유아 무상보육, 그리고 반값 대학등록금으로 이어져 점차 현실화해 가고 있다. 또한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을 보면 모든 국민을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돌보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제안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대한민국도 유럽의 복지국가와 같은 ‘보편적 복지’의 나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추세라면 대한민국은 조만간 모든 국민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세계적인 복지국가가 될 것이다.
 
 
  복지는 가난한 자에게 유리하다?
 
복지제도의 혜택이 서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1982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
  ‘보편적 복지’로 향하는 흐름과 관련해 재원(財源)조달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새누리당 등 정치권에서는 정부지출의 구조조정, 복지전달체계의 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재원조달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복지재원 조달은 결국 대규모 증세(增稅)나 국가부채의 증대를 가져오는 국채(國債)발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증세가 현실화하면 그에 따르는 근로·투자유인(誘因)의 감퇴도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는 잠시 논외로 하고, 증세를 포함한 재원조달이 가능하다면 ‘보편적 복지’의 전면적 시행이 바람직한 것인지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1982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George Stigler)는 복지정책이 부유층과 빈곤층에 대한 과세를 통하여 주로 중간계층(middle class)에 혜택을 준다는 ‘디렉터의 법칙(Director’s Law)’을 제시했다. 복지정책이 말 그대로 소득재(再)분배 정책이고 빈곤층의 소득과 후생(厚生)을 높이는 것이라면 ‘디렉터의 법칙’은 복지정책이 그 목적과는 상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티글러에 따르면 민주주의 국가의 정책결정에서 중간계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울시 초등학교 5, 6학년생과 중학교 1학년생에 대한 소득수준과 상관없는 무차별적인 전면 무상급식의 실시 결과, 학교 시설예산의 삭감, 영어 원어민 강사 채용 중단 및 포기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소득층 대신 국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예산은 지난해 미지급금(未支給金)이 6000억원 넘었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한 미지급금 예산은 보건복지부가 신청한 4919억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2695억원에 불과하다. 영·유아 무상보육을 위해 1조504억원, 반값 등록금을 위해 5200억원의 예산이 증액된 것과 비교해 보면,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사업의 예산이 오히려 삭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재정의 지출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공재(公共財)의 형태로 복지를 확대하면 정작 빈곤층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게 된다. 무상보육의 확대는 보육수요를 촉발시켜 지원비용을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로 급증시키고 이는 정작 국가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2013년 예산에 반영된 반값 등록금, 사병월급 인상 등 다른 정책들도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면서도 혜택은 소득과 무관하게 주어지므로 결과적으로 빈곤층에 대한 혜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복지와 빈곤의 惡循環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제외한 빈곤층에게까지 국가가 지원을 하는 것은 근로유인을 감소시켜 수혜자들을 ‘복지와 빈곤의 악순환(惡循環)’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복지가 필요하다면 근로유인을 감소시키지 않는 정책이어야 하고 한정된 재원하에서 지원은 빈곤층에 집중되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는 무상복지는 말은 달콤하지만 결코 무상이 아니며 다른 나라의 예(例)를 보아도 증세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반면 증세 없는 복지는 재정건전성의 악화로 이어진다. 이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국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와 정부부채에 시달려 왔다. 복지지출 및 비효율적이고 비대한 공공부문에서 비롯된 재정지출과 이에 미치지 못하는 재정수입 때문이다.
 
  그리스의 경우 정부의 재정수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내외에 불과했으나 재정지출은 GDP 대비 45~50%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1980년대 이래 정치권에서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복지지출이 급속하게 증대하고, 공공부문이 방만하게 확대됐다. 1980년 30% 수준이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은 170%를 상회하고 있다. 지하경제의 비중도 높아 낮은 재정수입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도 공적연금 지출의 비중이 선진국 중 가장 높고 공공부문과 세제(稅制)가 비효율적이어서 재정건전성이 양호하지 못하다. 이탈리아의 GDP 대비 정부부채는 1990년대 중반부터 1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이탈리아의 재정수입은 GDP 대비 43%인 반면 정부지출은 GDP 대비 50%다. 때문에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등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던 와중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다시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 그러나 GDP 대비 연금지출이 14%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데서 드러나듯이 이탈리아는 복지지출과 정부지출이 많은 복지국가이면서 재정수입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높은 복지 위해서는 增稅 불가피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람직한 복지국가로 여기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를 보자. 스웨덴 등 노르딕 국가들은 높은 복지지출을 포함한 정부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 스웨덴의 경우 GDP 대비 정부지출이 50%를 상회한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큰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노르딕 국가들은 재정건전성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정부부채의 상대적 규모도 유로존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높은 과세를 통해 복지지출을 포함한 재정지출을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예는 광범위한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과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노르딕 모델, 스웨덴식 복지국가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복지국가의 전형일까? 노르딕 모델의 특징은 높은 세부담이다. 보편적 복지에 필요한 재원의 조달을 위해서는 단순히 부유층에 대한 과세 혹은 증세만으로는 부족하고 복지 수혜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과세가 불가피하다.
 
  스웨덴은 인구가 900만에 불과하고 노사(勞使)간 자율적 합의 전통이 있으며 사회적 갈등에 대한 자율적 조정능력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의 이런 사회적 특징이 높은 과세를 통한 광범위한 복지 시행을 가능하게 했다.
 
  세금을 부과하고 증세를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일이다. 증세를 실시하더라도 조세저항으로 인한 정치적 갈등이 커진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증세에 동의하고 사회적 갈등에 대한 자율적 조정능력이 있는 국가가 아니면,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채(國債) 발행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스웨덴, 1970년대 이후 성장 停滯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처럼 높은 과세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스웨덴의 경우, 스웨덴식 복지시스템이 확연해진 1970년대 초반부터 경제성장세가 상대적으로 정체하기 시작했다. 높은 과세와 복지의 확대가 근로유인과 저축유인을 감소시켜 노동공급의 감소와 저축률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근로유인의 감소는 노동공급의 감소로 이어졌는데, 경제활동인구의 1인당 노동투입량이 1965년에 비해 1998년의 경우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의 경우 사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근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러한 제도로 높은 세금으로 인한 근로유인 감소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나, 현실은 다르다. 1960년대 중반 16%에 불과했던 정부의 소득이전에 의존하는 인구비율이 1990년대 초반에는 35%까지 늘어난 것이다.
 
  또한 부유세를 포함한 자본이득에 대한 높은 과세는 가계(家計) 저축률을 하락시켜 민간의 저축 및 신용공급을 낮은 수준에 머물게 했다. 이와 같이 낮은 민간저축은 공공부문의 대규모 저축과 신용공급을 통해 상쇄(相殺)됐다. 공공부문의 순(純)저축은 국가 순저축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신용시장에서 총(總)신용의 절반 정도가 공공부문의 신용공급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런 현상은 지속가능한 민간기업 시스템의 기반을 약화시켜 중소 규모 신생 기업들의 시장진입을 제한하고,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자본축적을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스웨덴의 저축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GDP 대비 총투자의 비중도 1960년대에는 OECD 평균에 비해 2.5%포인트 높았으나 1980년대에는 2%포인트 낮아졌다.
 
  이로 인한 경제성장의 정체는 1990년대 초반 재정위기를 가져왔다. 이후 연금개혁 등 복지시스템 개혁, 강력한 재정준칙에 따른 정부지출의 억제, 부유세 폐지 등 감세(減稅)정책 시행으로 경제의 성장세 및 재정건전성이 회복되었다.
 
 
  복지지출, 2050년 OECD 평균 넘어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먼저 기존의 복지제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미래의 모습을 살펴보자.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복지의 확대가 없어도 베이비붐 세대가 완전히 은퇴하는 202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복지지출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지출이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연구의 가정이나 전제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2030년대 후반에 OECD 평균에 도달하고 2050년경에 이를 완전히 상회할 전망이다.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정부부채 수준을 유지하면서 늘어나는 복지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조세부담이 증대되어야 한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을 60%로 유지한다면 조세부담률은 현재 20% 수준에서 2037년 25%를 상회하게 되고 2050년에는 43%로 높아지게 된다. 조세부담에 각종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총액 GDP 대비 비중을 나타내는 국민부담률은 2030년대 후반에 OECD 평균을 상회하게 되고 2050년에는 52%로 높아진다.
 
  조세부담률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인 20.8%로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기존의 복지제도만 가지고도 GDP 대비 정부부채의 비중이 2037년 유럽연합(EU)의 재정협약 기준인 6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부채가 2050년에는 GDP의 143%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존의 복지제도만 가지고도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움을 말해 준다. 즉,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복지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수적이고 그 규모도 국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며, 증세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부부채가 급증하여 재정건전성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정부부채 비중 증가
 
  기존의 복지제도에 더해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각종 정책들이 시행되는 경우의 충격은 훨씬 더 크다. 2012년 한국경제연구원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조세부담률을 현재의 20%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현재 논의하고 있는 정책들을 집행했다고 가정하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은 2022년부터 EU 재정협약 기준인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에 대비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이 EU 기준을 넘어서는 시기가 15년 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32년이 되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은 100%를 상회하고, 2047년경에는 20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高齡化)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존의 복지제도에 따른 복지지출도 급증할 것이다. 기존의 복지제도인 공적연금과 사회보험 모두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고령화의 진행에 따라 연금지출과 의료비지출이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복지제도에 따른 지출증가만으로도 국가의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현재 정책화하거나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보편적 복지’의 확대 없이도, 조세부담률을 높이지 않는 한 복지지출 증가에 따른 국가채무의 급증은 불가피하다. 현재 정치권에서 모색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실행하면 국가채무 급증에 따른 재정위기가 도래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뒤 세대가 은퇴하는 10년 후에는 복지지출 급증에 따른 국가의 재정부담이 현실화할 것이다.
 
 
  후손에게 물려줄 부채
 
  기존 복지제도에 더해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위해서는 국민의 조세부담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이를 국민들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이러한 과도한 세부담이 미래세대의 심각한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증세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 성공하는 경우에도 증세에 따른 근로·저축 유인의 감소는 피할 수 없다. 이는 다시 성장의 정체로 이어진다. 성장의 정체는 증세에도 불구하고 재정수입의 감소, 복지지출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위한 증세에 따른 성장의 정체는 다시 재정수입 감소, 복지지출 증대로 이어져 재정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에 동반하는 재정건전성의 악화에 따른 위기를 예방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통한 세입(歲入)기반의 강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복지 분야 지출억제 노력이 필요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복지국가가 지향해야 할 바이고 이를 위해 ‘보편적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니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모두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결과는 성장의 정체와 재정위기의 악순환을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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