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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박근혜 당선자 중소기업 정책 공약의 虛實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제도·환경 조성해야

글 : 김남성  월간조선 기자  suls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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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2012년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과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1월 1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첫 업무 보고 대상으로 중소기업청을 택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전경련보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먼저 찾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박 당선자는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는 “박근혜 당선자가 대선 전부터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환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당선자가 그동안 여러 차례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거창한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를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에 고무된 눈치다. 최복희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괴롭히는 ‘3불(不)정책(불공정·불합리·불균형)’ 해소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며 “역대 정권 가운데 이를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의지를 보인 것이 박근혜 당선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현재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가 중기청 업무 보고에 앞서 “중소기업은 보호 지원 대상이 아니고 당당한 경제 주체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크고 대기업으로 가는 경제 선순환 환경을 만드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한국 중소기업 정책의 핵심을 건드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박근혜 당선자의 의지와 달리 ▲대선 전 발표한 중소기업 공약이 역대 대통령 당선자 공약보다 빈약하고 ▲역대와 다름없이 중소기업 지원, 육성에 치중하며 ▲중소기업 창업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월간조선》은 전문가, 이해당사자 등을 만나 박근혜 당선자의 중소기업 공약을 세 부분으로 나눠 해당 부분의 허실(虛實)에 대해 들어 봤다.
 
 
  3不정책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소기업들이 정부에 가장 바라는 부분은 대기업과의 거래 행위 가운데 이른바 ‘3불정책’ 해소다. 3불정책이란, 거래 불공정(기술·인력 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시장 불균형(SSM, MRO 문제), 제도 불합리(신용카드·백화점 수수료 차등) 등을 말한다. 이 가운데 특히 대기업의 ‘원자재 가격 상승분 납품단가 미반영’, ‘납품단가 인하 요구’ 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 가운데 이와 관련된 공약을 정리하면, ‘경제적 약자보호’ 부분과 ‘공정거래관련법 집행 개선’ 등으로 나뉜다. 전자는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 ▲가맹점에 대한 불공정 행위 근절 ▲건설·IT 분야 등의 하도급 불공정특약에 따른 중소사업자 피해방지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폐지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 금지를 청구하는 제도 도입 등이 후자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의 공약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적절한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강성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적 약자 보호 공약은 대기업의 재원 동원 능력에 의존한 불공정 경쟁을 견제할 수 있고, 대기업-1차 협력업체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복희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정부의 지원정책보다는 대기업과 거래 행위에서 오는 3불이 가장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경제적 약자 보호’ 부분의 각종 불공정 행위 근절 공약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대기업-중소기업 관계는 乙死조약
 
  ‘경제적 약자 보호 공약’에 대해서는 《월간조선》이 만난 다섯 명의 전문가들이 대체로 방향성에 수긍을 하며 실제 정책상 어떻게 실현될지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공정거래관련법 집행 개선’ 부분에 대해서는 학자들과 중소기업중앙회의 시각이 조금 달랐다. 학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 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등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책 연구원 김모 박사의 얘기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거래 투명화를 위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 세 가지 대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각각의 대책이 법률적으로는 매우 훌륭합니다. 집단소송제를 제외하고 두 가지 제도는 법률적으로 완비돼 있어요. 하지만 중소기업은 아무리 법이 완비돼 있어도 실제 법에 호소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흔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을사(乙死)조약’이라고 합니다. 을이 갑에게 조금이라도 대항했다가는 그냥 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이 완벽하다 해도 실제 법에 호소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을까요? 그 얘기는 ‘법원에 가서 이혼하자’는 건데, 이혼하면 중소기업만 그냥 길바닥에 나앉는 겁니다.”
 
  모 전경련 임원의 얘기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1981년 공정거래법 시행 이후 2011년까지 30년간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 6만165건 중 검찰에 고발한 것은 529건으로 채 1%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도 10대 그룹을 조사한 82건 가운데 검찰에 고발한 건수는 13.4%인 11건에 불과해요. 문제는 법이 없었던 게 아니라 제대로 법집행을 안 한 겁니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3불 행위에 대해서 제때 고발해서 해당 대기업들이 법의 심판을 받고, 사회의 비난을 받았다면 우리 대기업의 횡포가 이렇게까지 심하지 않았을 겁니다.”
 
 
  전속고발권은 누구에게?
 
강성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강성원 연구위원은 “전속고발권을 중소기업중앙회, 혹은 힘이 없는 정부부처에 주는 것은 실효성 차원에서 의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당사자 간의 거래관계를 처벌하는 조항이 민법에 있긴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측이 민법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걸 할 수 없기 때문에 전속고발권을 공정위에 준 겁니다. 따라서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제대로 직접 고발하는 게 더 중요하지, 고발권을 여러 곳에 주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 탈취와 유용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법이에요. 공정위가 과징금으로 대기업을 제재할 수 있어서 김대중 대통령 때 많이 써먹었지요.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제재수단 강화라는 측면이 있지만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게 먼저지, 제재를 강화하고 범위를 넓히는 게 중요하지 않아요.”
 
  이에 대해 최복희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다른 입장이었다.
 
  “이 세 가지 법안은 ‘3불’과 관련해서 중소기업 측에서 끊임없이 요구했던 겁니다. 그동안 공정위 전속고발권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효과가 크지 않았어요. 이유는 공정위가 제대로 고발을 안 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중소기업청이나 저희에게 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하도급 업체의 기술 탈취·유용’에 한정하지 말고, ‘부당한 인력 빼가기’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다른 불법행위 유형에도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잘 안 됐으니 새롭고 강한 법안을 강구해서 활용하자는 입장인 거죠.”
 
[용어설명]
 
  •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 공정거래법 제71조를 근거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검찰 고발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제도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협동조합에도 공정위의 고발권을 부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 :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 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유망 기술을 가로챌 경우 중소기업이 입은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토록 하고 있다.
 
  • 집단소송제 : 피해자 한 명이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는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는 제도다. 미국이나 독일은 이미 이런 집단소송제가 정착돼 있다.
 
  경제민주화 정책 중 재벌정책
 
  재벌정책은 중소기업과 떨어질 수 없는 문제다. 이 때문에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 가운데서 재벌정책은 앞서 살펴본 ‘대기업과 거래 행위’와 함께 경제민주화 정책의 근간을 차지한다. 야당, 언론, 학계에서는 ‘재벌을 규제해야 중소기업이 살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며 다양한 재벌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중소기업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중소기업 측은 거대 재벌 담론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일 뿐, 실제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박근혜 당선자의 재벌정책을 정리하면,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불법 및 사익편취 행위 근절’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 공약은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금융·보험회사 보유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상한을 단독금융회사 기준으로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5%까지 강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 축소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부당 내부거래 금지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부당 내부거래로 인한 부당이익 환수 등이다.
 
  국책연구원 김모 연구원은 “순환출자, 금산분리 등 대부분의 재벌정책은 중소기업 성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서 “다만 총수 일가의 부당 내부거래 금지 부분은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대기업은 철저하게 그룹 단위로 내부화됐습니다. 내부화란 재벌들이 부당 내부거래, 비핵심 사업 진출 등으로 시장의 모든 부분에 다 진출한 걸 의미합니다. 우리 재벌처럼 외부 아웃소싱 없이 자신이 세운 자회사로 재벌 자체의 제조, 판매, 유통, 마케팅 등을 다 하는 이른바 복합 다각화돼 있는 사례가 외국에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장벽 때문에 대기업과의 거래나,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어요. 따라서 이런 부분을 없애 줘야 하는데, 현재 나와 있는 재벌정책으로는 선언적 의미 외에는 중소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은 없습니다.”
 
  그는 “이런 부분을 해소하겠다고 재벌들과 싸우며 순환출자 금지 등 거친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말을 이었다.
 
  “순환출자를 허용하되, 순환출자 구조상에서 회사에 기여를 하지 않은 2, 3세의 경영참여를 상법 등으로 제한하면 됩니다. 이들이 얼마 되지 않은 주식을 가지고 전문성도 없는 상황에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 명의 후계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2, 3세가 경영을 하면 자연히 경쟁이 심하지 않고 별로 노력을 안 해도 되는 업종에 눈을 돌립니다. 그게 바로 중소기업, 골목상권 영역이에요. 대기업의 인력, 규모로 빵집, 두부공장, 비빔밥집, 대리운전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겁니다. 만약 실력 없고 기여도 없는 2, 3세들을 경영에 참여하지 않게 만들면 비핵심 기업을 끊임 없이 만드는 문어발식 내부화는 없어집니다. 이렇게 실질적인 해법을 찾으려고 해야 중소기업의 영역이 보장됩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성원 연구위원의 얘기다.
 
  “피라미드형 기업지배 구조가 지배적인 독일이나 북유럽 선진국, 일본에서도 세계적인 중소기업이 즐비합니다. 이는 중소기업의 성장과 대기업의 크기는 큰 연관관계가 없다는 말입니다. 즉 재벌이라는 크기와 구조가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의 거래행위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겁니다. 중소기업을 경영했던 안철수씨도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정거래가 먼저”라고 얘기했습니다. 금산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력 없는 대기업이 금융산업에 뛰어드는 게 문제지 재벌이 들어가는 게 문제는 아니에요. 순환출자 없애고 금산분리 한다고 해서 갑자기 재벌 규모가 작아지는 게 아닙니다. 물론 순환출자가 계속 이뤄지면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더 커지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장악력이 더 커질 수 있어요. 하지만 정책의 순위로 따지만 재벌 규모 축소보다는 대기업의 거래 행위를 공정하게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본부장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재벌 소유권 문제, 금산분리정책 같은 거대담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계약서를 공정하게 쓸 수 있고 계약서대로 거래가 된다면 재벌이 커지는 게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잘못
 
최복희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
  박근혜 당선자의 중소기업 공약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중소기업 지원정책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건 지원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왜곡되고 비효율적인 지원정책이 난무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박 당선자의 지원정책 가운데 핵심인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의 실효성 제고 ▲중소도시 대형마트의 신규 입점을 지역 협의체에서 합의된 경우에 한해 허용하여 골목상권 보호 등에서는 기대와 비판이 엇갈렸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두 정책 모두 대기업을 죽이고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조항이 아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살 수 있는 부분을 모색하자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복희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도 “현재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는 권고사항인데 이를 법제화해서 적합업종 이행명령제를 도입하고 이행실태 조사를 실시해서 중소기업이 피땀 흘려 만든 영역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대체적으로 두 정책으로 대표되는 각종 보호정책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책연구원 김모 연구원의 얘기다.
 
  “두 정책 같은 보호정책이 단기적으로는 필요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제고 동인을 약화시켜서, 중소기업에만 머물러 있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단기적인 보호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중소기업 성장을 막는 피터팬 증후군을 먼저 없애야 합니다.”
 
  강성원 연구위원의 얘기.
 
  “예를 들어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연구개발 세액 공제가 기존 25%에서 8%가 됩니다.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각종 특혜를 받지 못하게 돼 성장보다는 유지를 택하는 왜곡현상이 지속돼 왔어요. 그러다 보니 300인 이하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게 된 겁니다. 규모가 커지면 이른바 ‘쪼개기’를 하는 통에 규모의 경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상실하게 된 겁니다. 단기적인 보호정책만 만들려고 하지 말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금융시스템 개선 시급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지원에 있어 자금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현재의 금융지원 시스템 개선도 시급하다는 의견이었다.
 
  “중소기업 자금지원 문제를 거론할 때, 매번 지원금 크기만 얘기합니다. 하지만 한정된 지원금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배분이 되는지, 지원금의 사후 관리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어요. 정부에서 한 번 지원을 받으면 별다른 사후 조사 없이 중소기업을 졸업할 때까지 관성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처음 실사할 때만 서류 요건에 맞으면 되는 거죠. 따라서 정부 부처나 각종 정부 기금에서 일단 지원을 하면 나중에 얼마나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졌는지를 실사해 해당 공무원들의 인사나 각종 고과에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강성원 연구위원)
 
  “정부 기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은행권은 벤처기업, 중소기업에 실적을 가져오면 지원한다고 합니다. 이는 스스로 금융이길 포기한 겁니다. 정부든 은행이든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건 그 기업이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산정해서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에서도 시간표를 정해서 정부 국책은행, 민간은행 안에 기업 가치 심사역 전문가들을 하루빨리 키워서, 제대로 된 기업이 기술만 있으면 제때 자금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정부 기금에서 중복·비효율적 자금지원 문제는 없어집니다.” (김모 국책연구소 연구원)
 
  박근혜 당선자의 중소기업 공약을 분석하기 위해 만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정책이 중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이들의 얘기는 “왜 대기업은 전세계 시장에서 잘나가고 이명박 정부는 틈만 나면 ‘경제 지표가 좋고 경제위기를 극복했다’고 하는데 실제 일자리가 없는 이유는 뭐지?”에 대한 답을 주는 듯했다.
 
  “우리가 고용 없는 성장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소기업이 탄생하여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여기서 대기업이 되는 구조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처럼 아이디어를 가지고 은행이나 증권사에 가면 기술을 토대로 투자가 이뤄져 창업을 합니다. 시장에서 승부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고 마침내 거대 기업이 됩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다시 생기고 인수합병됩니다. 이런 경제에서 유발되는 고용효과가 100이라면 우리는 20에도 못 미칩니다.
 
  왜냐면 재벌기업은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가는 길을 하도급으로 철저하게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내걸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걸 제도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여기에 제대로 된 창업이 이뤄지지 않아 처음부터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철저히 낮습니다. 결국 이 사슬을 없애야 우리 국민들이 일자리가 없어 메말라 가는 걸 막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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