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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문재인 국정원의 대북심리전단 와해 전말

“댓글 사건, 좌파 세력의 국정원 심리전 역량 無力化 사건”(前 국정원 심리전단 파트장)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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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병 사태 당시 비방선전활동 상당수 논객, 해외 IP로 활동하는 북한 심리전 요원들”
⊙ “택배와 대리운전 하다, 종일 근무 할 수 있는 마을버스 일 알아보려 해”
⊙ “조직적 ‘선거 개입’ 결코 없어, 검찰의 짜 맞추기식 수사·민주당 일당의 합작품”
⊙ 국론 분열 일으키는 對南 심리전 대응 방책 없어… 심리전단 재개 필요
⊙ “文 정권의 심리전단 와해, 국민 자긍심 발현 기반 되는 국가 구심축 해체한 것”
댓글 사건 이후 국정원 내 대북심리전단이 완전히 와해됐다. 사진은 국정원 전경. 사진=조선DB
  국가정보원(원장 김규현)이 고강도 조직 개혁을 진행 중이다. 인적 쇄신을 시작으로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9월 30일 1급 부서장 27명 전원을 면직 조치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후 지난 10월 28일에는 신임 기획조정실장에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를 임명했다. 조상준 전 기조실장이 돌연 사직한 지 사흘 만이다. 국정원 한 소식통은 “개혁에 미온적이었던 조 전 기조실장이 사임하며 정상화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감찰심의관을 신설, 내부 감찰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성사 과정, 정부 초기 국정원에 설치된 ‘적폐 청산 TF’를 통해 이뤄진 인적 청산 과정에서의 위법·불법성을 따지는 데 초점을 뒀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로부터 ‘적폐’로 낙인찍힌 인사들의 명예회복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에 몸담았던 원장 4명과 간부 40여 명이 실형을 살았거나 살고 있다. 이 중 10명 이상이 이른바 ‘댓글 사건’으로 알려진 대북(對北) 사이버 심리전과 관계된 인물들이다. 국정원 한 소식통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및 탈북 어민 북송 사건으로 고발된 서훈·박지원 전 원장들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심리전 요원들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그간 국정원 안팎에서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복수의 국정원 소식통들과 이 건으로 실형을 살았던 심리전 요원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의 내막을 들어봤다. 이들은 “댓글 사건은 국정원의 심리전단 기능을 무력화(無力化)시키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원의 대북심리전단
 
  대북심리전(對北心理戰). 북한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전술이다. 국정원에는 이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었다. 1965년 10월 중앙정보부가 창설한 ‘심리전국(局)’을 전신(前身)으로 한 ‘심리정보국’이다. 1급 직위 부서였던 이곳은 김대중 정부 들어 2급인 ‘단(團)’급으로 격하해 ‘대북심리전단’이 됐다. 국정원 간부 출신 인사는 “김대중 정부는 북한을 직접 가격하는 대북공작국과 심리정보국을 축소시키고 대신 교류·협력 업무 중심의 대북전략국을 세운 뒤, 그 산하에 심리정보국을 ‘단’으로 집어넣었다”면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이를 다시 별도의 부서로 빼냈고, 독립된 2급 부서가 됐다”고 했다.
 
  심리전단의 업무내용은 그간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부서 간 정보 차단의 원칙’으로 내부 직원도 잘 몰랐다. ‘댓글 사건’으로 일부 수면으로 떠오르긴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국정원 한 소식통의 말이다.
 

  “사조(思潮) 유입 차원의 대북전단, 대북방송 전파 등 직접적인 대북심리전과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차원의 해외 세미나, 전시 등의 사업이 포함됐다. 특히 대북전단과 인권 문제는 무력 없이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 있는 고효율 전술이었다. 세부내용은 기밀이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전단 기술을 가진 곳이 국정원이었다. 지난 2020년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시행 이후 이와 관련한 기술력, 장비, 인력이 모두 사장(死藏)된 상태다. 금액으로는 환산 불가다.”
 
  한편 대내(對內)심리전도 수행했다. 북한 등 적국이 가하는 심리전을 막는 방어심리전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이 영웅영화를 만드는 것도 대내심리전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국민들이 자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길 바란다. 그게 국가를 떠받치는 힘, 국력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국론 분열과 갈등은 그 반대 세력이 일으킨다. 이 세력을 막는 것이 방어심리전이다. 심리전단 해체 이전에는 국정원에서도 대내심리전·방어심리전을 수행했다.”
 
  국론 분열의 대표적인 사례, 바로 광우병 사태다.
 
 
  “총칼을 휘두르는 것만이 전쟁 아니다”
 
2008년 6월 8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위험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집회. 사진=조선DB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던 대북심리전은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온라인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당시 국정원 대북심리전단 파트장(4급)이었던 A씨는 “대내 선동 방어 차원에서 필수적인 대응이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광우병 선동을 주도하는 친북 좌파 세력들은 주로 사이버상에서 활동했다. 다음 아고라, 한토마 등의 토론 마당을 주로 이용했는데, 여기에는 광우병 사태를 비롯한 정부 주요 정책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방과 대정부 선전·선동이 난무했다. TV에 전문가가 나와 ‘안전하다’고 해도 대중은 안 믿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미 가짜뉴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서다. 혹자는 국정원이 왜 이런 대응을 하느냐고 하는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총칼을 휘두르는 것만이 전쟁이 아니다. 이러한 선동·선전이 정치, 경제에서 나아가 국가 전체를 흔든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북한 세력 개입’의 실체를 의심한다. A씨는 “당시 국정원에서는 비방선전 활동을 주도하는 상당수의 논객이 중국 등 해외 IP를 가지고 활동하는 북한 심리전 요원들로 확인했다”고 했다.
 
  “국제 정치역학상 어디든 적성국가 또는 경쟁국가의 국내 분열 및 혼란을 조장한다. 어느 국가든 와해, 모략, 선동 전략을 써 상대 국가역량 저하를 유도하고 종국적으로 안보를 흔드는 작업을 한다는 거다. 북한은 오죽하겠나. 지금 와서 보면, 광우병이 존재했나? 이 같은 선동이 일어났을 때 이를 방어하는 것이 국가정보기관의 당연한 임무다.”
 
  국정원 출신 한 인사 또한 “사이버상에서 대남(對南)심리전을 수행하는 북한과 종북(從北) 세력에 대한 대응은 국가조직상 국정원이 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국정원의 사이버 대북심리전 추진 배경
 
  이명박 정부 수뇌부에서는 국정원의 대응 활동 전개를 강력 지시했다. 이에 따라 심리전단 요원들은 처음에는 합당한 논리를 들어 일일이 반박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역부족이었다. 과학적 근거를 들어 광우병을 설명해도 묻히기 일쑤였다. A씨는 아고라 글 중에 “자발적 보수 성향 논객의 글이 3~5% 미만일 정도로 열세인 현상이 지속됐다”고 했다.
 
  사이버 팀을 2개 팀으로 확대하게 된 배경이다. 확대한 2개 팀은 약 50명의 직원으로 구성됐다. 이 인원은 타 부서 직원을 순환 파견받는 식으로 충당했다. 2011년경에는 지원자를 더 받아 안보 3팀으로 추가 확대 개편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국정원 간부 출신 인사의 말이다.
 
  “사이버 팀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여러 부서에 인원 차출 지시가 내려왔다. 당시 우리 부서도 몇 명이 넘어갔다. 만일 정치 개입을 하려 했다면, 누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팀을 꾸리겠나. 더군다나 그때 조직 개편이 일어나면서 이명박 정권 초기 지방으로 좌천됐던 좌파 성향 인사들도 서울 복귀를 하겠다며 해당 부서에 지원한 상태였다. 선거 개입이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였다.”
 
  이후 사이버 심리전 분야가 아고라 등 포털에서 소셜미디어로 확대됨에 따라 2012년 초 소셜미디어 중 특히 트위터 관련 업무를 전담할 안보 5팀을 다시 추가 신설 운영했다. 소셜미디어상 글은 퍼져나가는 속도가 더 빨랐고, 전담 조직 신설만으로 이에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무리였다고 한다. A씨는 “그래서 ‘외부 협조자(민간인)’를 운용하기로 했다”면서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글을 작성·확산할 수 있는 외곽 팀을 구성해 이슈별, 시간대별 대응 활동을 전개토록 조치했다”고 했다. 이때 외곽 팀 운용 관련 예산을 직접 관리한 그는 “어느 국가 정보기관이든 외부 협조자를 활용,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관행적인 것으로 정보교범에도 협조자 활용을 적극 권장하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고 했다.
 
 
  국정원 출신 김씨의 사건 제보
 
지난 2013년 8월 서울광장에 차려진 민주당 천막회의장. 국정원 댓글 사건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검은 합작’이라고 써놨다. 사진=조선DB
  강화한 사이버 팀은 차츰 성과를 냈다. 온라인상에서 왜곡된 진실을 경계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이 같은 기조로 쓴 글의 점유율이 50% 가까이로 증가했다. 제동이 걸린 건 그 무렵이었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정원 간부 출신 인사의 말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정권 탈환을 위한 국면 전환용 소재를 발굴 중이었는데, 마침 국정원 내 사이버 팀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한 거다. 외부에서 이 소식을 들은 국정원 퇴직자 김모씨가 이를 민주당에 제보하면서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졌다.”
 
  김씨는 지난 2009년 3급으로 국정원을 퇴직한 인물이다. 한 국정원 소식통은 “김씨는 앞서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에도 내부 감찰(직원들 인적정보) 문건을 유출해 개국공신 대우를 받았던 자”라면서 “이후 노무현 정부 때 영전했고, 이명박 정부 들어 퇴직해 민주당 문을 두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또 다른 소식통 또한 “민주당 내 입지 확보를 위해 절치부심하던 김씨가 마침 국정원 내 사이버팀 운용 첩보를 입수했다”면서 “이후 동향 후배였던 국정원 방첩국 소속 현직 정모씨에게 향후 혜택 등을 약속하고 민주당에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을 제보해 이슈를 만들 수 있는 물적 증거 확보를 사주했다”고 했다.
 
  대북심리전단 파트장 A씨의 설명이다.
 
  “이후 정씨는 외근업무 수행을 핑계로 원내에서 심리전단 사이버팀 소속 활동 직원 수 명을 미행 감시하면서 거주지 및 동향 등을 파악했고, 민주당 측에 관련 내용을 제보함으로써 소위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경찰이 불법적으로 압수한 여직원의 업무용 휴대폰을 통해 검찰은 사이버팀 직원들의 연락처를 확보했다.”
 
  2013년 10월경 검찰은 확보된 전화번호의 다음 측 관련 계정의 메일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메일을 보관해둔 직원 등 직원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직원 3명을 현장에서 연행하고, 여타 안보팀 직원들도 소환 조사했다.
 
  국정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국정원법상 국정원 직원을 체포할 경우 사전에 국정원장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당시 이를 무시하고 압수수색 및 체포한 거다. 국정원에서 강력 항의하자, 검찰은 국정원 직원인 것을 체포 후 알았다고 변명했으나 검찰이 한 국정원 직원 자택에 흘리고 간 ‘국정원 직원 체포 계획’ 제하 문건을 직원이 제시하자 사과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MB 국정원이 박근혜 위해 선거 개입?
 
2013년 8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특위에 출두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조선DB
  한편 제보자 김씨는 당시 언론 인터뷰까지 하며 ‘공익 제보자’로 활약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일하며 심리전단의 업무 내용을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2016년 12월 대법원으로부터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2017년 7월에는 민변, 참여연대 등이 주최하고 박주민·진선미·표창원 의원이 참석한 ‘국정원 댓글 사건, 판도라를 열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김씨는 지난 2015년 한 약사로부터 사건 무마 청탁과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된 이력도 있다. 이에 국정원 한 소식통은 “정권 교체기 국정원 직원 중에는 김씨처럼 내부 문건으로 정치권 줄 대기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면서 “정치권에서도 김씨의 이 같은 행실을 알고 결국 공천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핵심은, 이명박 국정원의 수뇌부가 차기 대선에서 새누리당 재집권(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에 참여했다는 내용이다. 2013년 6월 15일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런 결론을 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야당, 시민단체, 노조 등까지 종북 세력과 동일시했으며, 이들의 제도권 진입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선거 기간에는 종북 세력 대응 활동이 야당에 불리한 여론 조성 활동으로 귀결돼 선거운동이 될 수 있었다.”
 
  요컨대 원 전 원장이 종북의 개념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해 사이버 대북 심리전을 벌이던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북한 비판을 넘어 대선 기간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게시글까지 인터넷에 달았다는 해석이다. A씨의 말이다.
 
  “검찰이 1차 수사 당시 원세훈 재판 등에 증거로 제시한 아고라 토론 글 및 각종 게시글 등은 심리전단 사이버팀이 수행한 전체 대북방어심리전 활동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100여만 건 정도였다. 그중에는 정치개입과 무관한 글도 많았다. 재판부도 검찰이 정치관여 증거라고 제출한 그 많은 글들을 일일이 다 살펴볼 수 없어 국정원에 증거 인정 여부를 확인했다. 당시 심리전단 사이버팀 직원들이 밤을 새워가며 한 건씩 일일이 다 살펴 정치 관여가 아닌 것들을 골라내어 재판부에 제출했다. 결국 재판에서 정치 개입으로 인정된 증거물은 검찰 제출량 중 0.5~0.6%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국정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무엇보다 정치 개입이 말도 안 되는 이유는, 당시 이명박이 가장 두려워했던 인물은 야당이 아니라 박근혜였다. 박근혜 대권 출마 선언 이후 국정원 내부 박근혜 지지 세력이 자리를 정리할 정도였다”면서 “이명박 국정원의 박근혜 당선을 위한 선거 개입이 그만큼 허무맹랑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검찰은 1차 조사에서 ‘선거 개입’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관련 수사팀은 지방으로 좌천되는 등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文 정부, 검찰에 서버 통째로 넘겨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일명 ‘적폐 청산’ 광풍이 불었다. 2017년 6월 서훈 원장이 부임했고, 같은 달 국정원에는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외부에는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좌파 성향 민간인들이 대거 참석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가 출범했다. ‘댓글 사건’은 4년 만에 재수사에 들어갔다. 1차 조사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검찰 조사를 받은 A씨는 “검찰 수사의 1차, 2차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고 했다.
 
  “검찰 1차 수사 때는 국정원에서 출석 직원들에 대해 변호사를 지원해주는 등 보호를 해줬다. 검찰의 추가 소환 시 원장이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당시 국정원 지휘부는 외부 협조자(민간인)를 활용한 외곽 팀 운용이 불법적인 내용도 없고, 정보교범에도 있는 정당한 사안이긴 하나 검찰 수사를 통해 언론이나 정치권에 노출될 경우 야당의 정치공세 등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적극 함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검찰 소환 조사에서 외곽 팀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부인하고, 추후 원세훈 재판에 증인 소환 출석을 해서도 국정원 지휘부의 지시에 따라 외곽 팀 운용 사실에 대해서는 적극 함구했다.”
 
  A씨는 이어 “4년 만에 치른 2차 조사 때는 광범위하게 실시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를 두고 국정원 수뇌부가 별다른 지침이나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무조건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2차 조사에 출석한 이들은 1차 조사 때의 입장을 유지했다. 이때 개혁위는 이미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확인한다며 국정원 서버에 있는 2급 비밀 보고서들을 검토 후 검찰에 제출하도록 조치한 상태였다. 조사를 받던 직원들은 국정원에서 검찰에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넘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국정원은 군(軍) 조직보다 더한 상명하복(上命下服)체제다. 이명박 정권 당시 윗선에서 ‘끝까지 함구하라’ 했기 때문에 검사의 질문에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검찰이 방대한 자료를 꺼내더니 관련 질문 증거를 조목조목 들이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국정)원에서는 한 번도 어떤 자료가 검찰에 제출됐는지 언질해주지 않았다. 방어권에 심각한 제한을 받은 거다. 결국 이전에는 보안상 말할 수 없었던 사이버 활동 사실 여부 및 외곽 팀 운용 등에 대해서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그에게는 위증죄까지 추가됐다.
 
  한편 당시 개혁위 민간위원들이 2급 비밀 취급 인가 없이 내부 기밀자료를 열람한 게 논란이 되자 국정원은 이들에게 추후 비밀 취급 인가를 내주기도 했다. 비밀 취급 인가 없이 활동하다 문제가 될 것을 고려해 뒤늦게 인가를 내준 것이다. 국정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이는 증거 취득에 불법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게 취득한 증거는 독수독과(毒樹毒果)”라고 했다. 이 인사는 “무엇보다 이 사건으로 국정원이라는 기관 자체가 회복 불가 수준으로 훼손돼 국가의 총체적 역량 약화를 초래했다”면서 “국가최고정보기관이 민간에 서버를 털어준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졌는데 앞으로 어느 외국 정보기관들이 공조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살생부
 
2008년 5월 6일 밤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가한 어린 학생들. 사진=조선DB
  당시 국정원 일각에서는 “살생부(殺生簿)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검찰 조사 사정을 잘 아는 국정원 출신 한 인사는 “같은 업무를 했는데, 조사받은 사람이 있고 안 받은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사이버팀 팀장들이나 과장들을 일괄 소환하는 식의 직급 기준, 혹은 관련 업무 관여도가 높은 직원들 위주로 소환하는 식의 업무 기준도 아니었다. 당시 사이버2팀장을 지낸 H 처장 등은 사이버 업무에 상당히 관여해 큰 책임이 있음에도, 과거 좌파 정부에서 민주당 측 인사들과 줄이 닿은 사람들은 수사에서 아예 배제됐다. 추후 당시 국정원 감찰실에 TF팀이 차려져 검찰에 제출할 직원 명단을 선별 작성했던 것도 확인했다.”
 
  ‘댓글 사건’과 관련한 피고인은 국정원 관계자, 민간인 협조자 등 10여 명인데 이 중에는 양지회 관계자도 있었다. 양지회는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이다. A씨는 “당시 검찰은 사이버 활동 비중이 극히 적은 양지회를 굳이 연관시켜 재판에 회부하기도 했다”면서 “이는 국정원 전·현직이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려 했다는 시나리오를 짜 맞추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광우병 사태로 혼란이 지속되자, 양지회 소속 인사들이 국가를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자발적으로 도움 의사를 내비쳤다. 공직 은퇴 후 70세 가까이 되는 분들이다. 상식적으로 이들이 인터넷을 얼마만큼 잘 다루겠으며, 만일 정치 관여를 꾀했다면 보안상 민간인인 이들을 참여시켰을 리도 만무하다. 실제로 이들이 수행한 업무 비중도 극히 미미했다. 심리전단에서는 노고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일부 예산을 지원한 것이다. 한데 검찰에서는 이를 엮어 ‘전·현직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프레임을 씌웠다.”
 
  양지회 관계자들은 이후 모두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이 중 재판을 받다가 뇌출혈이 와 반신불수(半身不隨)가 된 이도 있다고 한다.
 
  “그 불편한 몸으로 재판에 참석해, 발음이 되지 않음에도 끝까지 ‘정치 개입이 아닌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었다’며 결백을 피력하려 했다. 이를 보다 못한 판사가 ‘앉으시라’고 한 일도 있다.”
 
 
  ‘천안함은 폭침이다’가 정치 개입
 
  조사를 받은 이들은 2차 조사 때에도 검찰에 “조직적·기획적 정치 개입 활동은 아니었음”을 적극 밝혔다. 그런데 검찰은 이미 국정원의 정치공작이라는 전제하에 수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A씨의 말이다.
 
  “2차 수사 당시에도 검찰이 트위터글 등을 빅데이터에서 가져와서 첨부했는데 이 또한 사이버팀의 소셜미디어 전체 활동 중 극히 일부에 불과했으며 정치 관여와 무관한 글도 상당수 포함됐다. 그중에는 ‘천안함은 폭침이 맞다’는 댓글도 포함됐다.”
 
  국정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이때 종북정당 통진당이 2012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평화적 위성 발사인 것처럼 선동한 것을 국정원 직원이 비판한 글도 포함됐다”면서 “심리전 부서 직원이 이 같은 선동을 보고도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직무유기”라고 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과 일부 정치인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반박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정치 관여 글로 인정됐다. 결국 내용 중에 민주당이나 관련 정치인 이름만 들어가도 정치 개입이라는 식으로 결론 냈다. 국내 여론분열 및 혼란을 조장하려는 북한 등의 대남선전선동 등에 대응하는 방어심리전 활동이 극히 일부의 게시글로 인해 통째로 무시된 것이다.”
 
  A씨는 또 “물론 근거 없이 당시 야당인 민주당을 비방하거나 특정 정치인에게 한 욕설, 혹은 여당 정치인들의 동정 등을 알리는 글들이 자동 트윗되거나 일부 리트윗되는 등 사실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글들은 지극히 극소수이고 고의적·기획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라 의도치 않은 것으로 심리전단 사이버팀에서는 결코 정치에 개입하여 특정 정당을 유불리하게 하려는 지시나 계획은 없었고 오히려 직원들끼리 서로서로 조심하자고까지 했었다”고 했다. A씨는 이어 “2차 조사 때 검사가 ‘1차 때 사실대로 얘기만 했으면 구속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종의 괘씸죄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도 했다.
 
  실제로 그의 법정 기록을 살펴보면 재판의 시작은 ‘정치 개입 혐의’인데, 대법원 판결문에는 이에 대한 내용보다 ‘외곽 팀 운영 자체가 잘못’이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적폐로 몰린 이후
 
  A씨는 국가정보원법위반, 공직선거법위반,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에 위증죄까지 총 5가지 혐의로 1심에서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2017년 9월 26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구속된 A씨는 10개월 수감 생활을 하던 중 ‘10월형’이라는 2심 판결을 받으면서 석방됐다. 당시 1심에서 1년 2개월형을 선고받아 함께 수감 생활을 하던 또 다른 파트장급 직원은 2심에서 7개월형을 받았는데 A씨는 “이미 10개월을 산 뒤, 7월형이 떨어지는 등 형량의 기준도 상식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공무원은 비리 혐의를 입으면, 사법 절차와는 별개로 징계를 받는다. 일반 공무원은 외부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만 국정원은 자체 징계를 한다. 그는 구속 상태에서 국정원의 연락을 받고 수갑을 찬 상태로 징계위원회에 참석도 했다.
 
  파면·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가 올라와 있었다. 약 1시간 동안 소명한 끝에 보류 결정이 났고, 한 달 뒤 2차 징계위에서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1개월을 받았다. 구속된 A씨가 감봉 1개월을 받는 동안, 같은 건으로 구속되지 않은 직원이 감봉 6개월 징계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 또한 형평성이 없었다. 그는 “형(刑)을 살더라도, 조직과 국가를 위해서였다면 괜찮다”면서 “평생 몸 바친 조직에 버림을 받은 기분이 드니, 사람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알겠더라”고 했다.
 

  아이비리그 석사 출신인 A씨는 1991년 국정원에 입사해 국내 수집 활동, 공작부서 등을 거쳐 2009년 심리전단으로 보직 이동했다. 검도 고단자(高段者)기도 한 그는 2019년 국정원을 떠날 때까지 28년간 근무했다. 문재인 정권 이전에는 국정원장 표창장도 두 차례 받았다. 국정원 내부에서 ‘심리전 분야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았다. A씨 스스로도 “몸 바쳐 일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했다.
 
  “출소 후 ‘당연퇴직’ 처리 상태였던 2020년 초 국정원에서 또 한 번 연락을 해온 적이 있다. 서훈 원장 특별 지시라며, 재취업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원 산하 모(某) 기업에서 상근하면 월 200만원을 준다기에 출근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2020년 2월부터 다니고 있는데,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이 이를 문제 삼았고, 다음 날 바로 전화가 와서 ‘이제 나오지 마라’고 했다. 회사에서 두 번 잘린 셈이다.”
 
  그는 “일반 대민 업무를 했던 공무원이라면 뭘 해도 한다. 음지에서 일하던 우리는 나오면 할 일이 마땅치 않다. 행정사 자격증이 있지만, 일반 행정과는 달라 활용도가 없다”면서 “얼마 전에는 1종 대형면허를 땄다. 야간에 잠깐씩 택배와 대리운전을 했는데, 종일 근무를 할 수 있는 마을버스 일을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댓글 사건’ 명칭 자체가 용어혼란 전술
 
  국정원 소식통은 “국내 친북 좌파 세력들과 일부 정치 세력이 야합해 일으킨 ‘댓글 사건’으로 엘리트 심리전 요인들만 피해를 봤다”고 했다.
 
  “지난 2013년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심리전단은 대북전략국 산하 세 번째 단으로 들어가 그 기능은 남아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아예 인력과 팀, 관련 예산을 다 잘라버려 대북방어심리전을 비롯해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 심리전 역량이 완전히 붕괴됐다. 한편 북한은 지금도 ‘저비용 고효율’의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국정원의 존재 이유는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가의 이익 확보다. 대공수사권 이전에 더해 창립 60주년인 지난 2020년 신영복 서체로 쓴 원훈석을 세우는 치욕을 당하고도, 누구도 반발 한마디 못 하는 조직으로 변모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것은 잡아야 한다.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 심리전 역량은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
 
  A씨는 우선 ‘댓글 사건’이라는 용어부터 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용어 하나로 국정원이 마치 인터넷 댓글이나 다는 조직으로 폄훼됐다. 이는 국내 친북 좌파 세력들이 북한의 용어혼란 전술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국정원의 정당한 대북 사이버 심리전 업무가 단순 댓글 활동, 여론 조작 및 정치 개입 의혹 등으로 왜곡·선동됐다. 이 사건 이후 국정원 업무가 한때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결국 현재까지도 심리전 분야, 특히 사이버상에서 대북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때문에 ‘댓글 사건’은 ‘좌파 세력의 국정원 대북 심리전 역량 무력화 사건’으로 정정돼야 한다.”
 
  A씨는 이어 “인간의 생각과 행동은 언어 또는 용어(用語)에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선동·선전에 용어혼란전술을 쓰는 이유”라고 말했다.
 
  “북한과 종북 세력이 이에 특히 특화돼 있다. 전교조가 학생들에게 한 ‘6·25 남침, 북침’ 용어 혼란도 그중 하나다. ‘뇌 송송 구멍 탁’도 한 번 듣고 각인이 되지 않았나. 지금은 ‘댓글 사건’이라 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모두 심리전의 영역이다. 무기 하나 없이 사상을 지배하고 제압하는 건데, 친북 좌파들은 자발적 모임과 상호 간 연대를 잘한다. 사이버상에서도 잘 뭉친다. 지금, 이들 선동에 대응할 방책이 있는지 생각해볼 때다.”
 
  국정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문재인 정권의 심리전단 와해는 국민의 자긍심 발현의 기반이 되는 국가 구심축(求心軸)을 해체한 것과 같다”면서 “이것이 국론 분열과 갈등, 혼란이 계속되는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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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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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oon21c    (2022-11-30) 찬성 : 4   반대 : 0
문정권과 민주당은 왜 국정원의 역량을 없애려고 별 짓을 다했을까? 당연히 문재인과 민주당 주동세력은 이미 대한민국을 위한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bluesky111    (2022-11-20) 찬성 : 23   반대 : 0
도라이 한 넘과 그 패거리들이 우리나라 국가안보, 정보기관을 아작내고 5년내내 정은이 시다바리만 했지. 그러고도 쪽팔린 줄 모르고 개랑 놀며 개소리만 하다가 이제 파양 한단다.

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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