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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A는 대선에 관여했나

한국국방연구원 이재명 대선 캠프 관여 의혹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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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태 원장, “이재명 측 인사 접대한 적 없다”
⊙ 센터장 A, 이재명 캠프 화상회의에 수시로 참석
⊙ 센터장 B, “韓美연합훈련에서 對北 반격·北進 연습 폐기해야”
⊙ 핵심 부서장 H, ‘이재명 캠프 관여했나’ 물으니 “참 애매한데…” 간접 시인?
⊙ 윤석열 당선 후 인수위 측에 접촉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
⊙ KIDA에서 기무사(現 안보사) 요원 내쫓아 견제·균형 상실
⊙ 운전기사 대신 비서에게 밤낮으로 운전시켜… 수당은 7500원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 김윤태) 원장과 일부 센터장이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윤태 원장은 한국국방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군사기획연구센터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뒤 KIDA로 복귀했다. 원장에는 2021년 2월 8일 취임했다.
 
  복수의 한국국방연구원 관계자는 “김윤태 원장이 KIDA에서 핵심으로 분류되는 센터장을 최소 2명 이상 동원해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토록 했다. 가장 큰 우려는 ‘센터장이 직위를 악용해 연구원(硏究員)이 연구한 자료를 무단 반출하진 않았을까’ 하는 점”이라며 “내부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사안의 중대성을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크게 연구 부서인 ▲안보전략연구센터 ▲국방인력연구센터 ▲군사발전연구센터 ▲국방자원연구센터 ▲전력투자분석센터 ▲국방정보체계관리단과 이를 지원하는 행정 부서로 조직돼 있다. 전체 직원은 2022년 3월 기준 약 560명(정규직 약 520명)이고 이 중 연구 인력은 390명가량이다. 연간 예산은 2021년 기준 약 560억원이다.
 
  이재명 캠프 활동 의혹이 제기된 센터장 B는 ‘서주석 사람’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지낸 뒤 KIDA로 복귀했다. 김윤태 원장이 취임한 후에는 안보 문제를 연구하는 센터의 장(長)이 됐다.
 
 
  靑 근무 후 성향 바뀐 B, “북한, 핵 가져도 남한 적화 가능성 없어”
 
김윤태 한국국방연구원 원장. 사진=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에서는 “B가 청와대에서 파견 근무한 뒤로 입장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B는 2019년 5월 16일 KIDA 주최 2019 안보 학술 세미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망과 과제’에서 “핵을 가진 북한이라도 남한을 적화시킬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상식적 판단”이라며 “우발 전쟁 및 핵전쟁 가능성은 과거 정부에서 추진하던 3축 체계 전력 중 선제 타격 및 참수 작전 등의 개념을 유지할 경우 특히 고조된다”고 주장했다. B의 논리는 ‘우리 정부의 북핵 대응 수단이 오히려 전쟁 을 부추긴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B는 2015년 8월 27일 한 세미나에서는 북핵 대응 수단을 두고 “북한 지도부는 도시가 핵무기로 공격받는 것보다 이러한 보복(선제 타격·김정은 참수 작전)을 더 위협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대북 핵공격)보다는 북한 지도부, 특히 김정은을 표적으로 하는 참수 작전이 더 큰 전쟁 억지력을 갖는다는 의미다.
 
  즉 센터장 B는 2015년에는 ‘참수 작전이 전쟁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했지만 2019년에는 ‘참수 작전이 전쟁 위험을 높인다’고 밝힌 것이다.
 
  2021년 12월 9일 통일연구원 30주년 세미나에서 B는 “현 정부에서 강한 국방을 내세워 국방비가 증가했고 이에 (남북 간) 선제 공격의 유혹이 강해진다”며 “국군의 전력 증강 방향이 북핵·WMD(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선제 타격 위주로 이뤄져 오히려 북한이 핵무기를 공격적으로 사용하게끔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미연합군사훈련에서 ‘2부 연습’을 폐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2부 연습’이란 한미연합훈련 중 ‘반격·북진(北進) 훈련’을 말한다. 한미연합훈련은 크게 1부 방어 연습과 2부 공격(반격·북진) 연습으로 구성된다.
 
  유사시 한미 양국 군은 우선 남침을 성공적으로 저지한 후 반격 작전을 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B의 주장은 북한 수복에 필요한 군사 훈련을 포기하자는 의미이다. B는 “공격 연습인 2부 연습은 (확전에) 연루될까 미국도 싫어한다”며 “2부 연습을 폐기하면 북한을 견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부 연습 폐기’ 발언을 두고 한국국방연구원 내부에서는 ‘연구원들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받아야 하나 센터장이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센터장 A, 내무 생활 인원 축소 공약 개발 관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센터장 A·B. 사진=한국국방연구원
  센터장 A는 병역 제도 연구를 맡는 부서 소속이다. KIDA 관계자에 따르면 A는 이재명 캠프가 연 화상회의에도 수시로 참석했다. 당시 A가 화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이재명 캠프에서 ‘A가 누구냐’는 ‘뒷말’이 나왔다고 한다.
 
  A가 이재명 대선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한 화상회의에서는 병사 내무실(병영생활관) 인원을 줄이는 내용도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당시 ‘다인실인 병영생활관을 2~4인 규모의 소인실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냈다.
 
  센터장 A와 B는 각각 역할을 분담해 이재명 캠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B는 김정섭(현 세종연구소 부소장, 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이재명 캠프 국방정책특위위원장, 여석주(문재인 정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위원회 부위원장, 전 국방부 정책실장) 캠프 안보전략특위위원장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방부 정책실장은 통상 육군 중장(中將)급이 맡지만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해병 중령 출신이다. 여 전 정책실장은 사상 첫 영관 출신 정책실장이다. 정책기획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총괄하는 일종의 싱크탱크이다.
 
  A는 문재인 정부에서 병무청장을 지낸 모종화 예비역 육군 중장을 도왔다는 의심을 받는다. 모종화 장군은 이재명 캠프 국방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A 센터장 산하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객원연구원은 KIDA에서 개인 사무실 등을 제공받고 자문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보수로 받는다.
 
  KIDA 관계자는 “센터장 A·B 외에도 연구원의 정치 개입 여부를 추가로 밝히기 위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는 “센터장들이 단순 캠프 참여 수준을 넘어 이재명 후보를 위한 공약 개발과 이재명 후보 캠프 입장에서 윤석열 후보의 공약 검증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국방연구원법 제11조(임원 및 직원의 지위)에 따르면 연구원의 임원과 직원의 복무에 관하여는 ‘국가공무원법’ 제7장 복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며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연구원은 ‘정치적 중립 준수 의무가 있는 준(準)공무원’이다.
 
 
  김윤태, 對美 자주파 이종석-서주석 계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의 외교·안보 공약을 총괄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김윤태 원장을 이종석(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 통일부 장관)-서주석(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전 국방부 차관) 인맥으로 분류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전 장관은 대표적 ‘자주파(自主派)’ 인사이다. 자주파는 ‘민족공조(民族共助)’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중시하고 반미(反美)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이른바 ‘동맹파’와는 반대되는 입장을 가졌다. 이종석 전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평화번영위원장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단독 행사(전환)’를 두고 당시 조영길 국방장관·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서주석 NSC 전략기획실장이 벌인 논쟁은 동맹파와 자주파가 충돌한 대표 사례이다. 당시 자주파는 전작권 ‘환수(還收)’라는 표현을 써가며 마치 ‘(미국에) 빼앗겼던 것을 되찾아온다’는 취지로 국민 감정을 자극했다.
 
  대미 자주파의 상징인 서주석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KIDA 연구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기획실장,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 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국방차관을 지냈고 국가안보실 1차장(2020년 7월~2022년 5월)을 지냈다.
 
 
  2차 공모로 원장 된 김윤태
 
  김윤태 원장은 ‘2차 공모’로 원장이 됐다. 당시 원장 임명 과정을 지켜본 전·현직 KIDA 관계자들은 공통으로 “석연치 않다” “절차적 정당성이 전혀 없다”고 했다.
 
  당초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국방부 차관(2017년 6월~2019년 5월)을 마친 후 KIDA 연구원으로 복귀한 뒤 2020년 9월 노훈 원장의 후임으로 갈 요량이었다. 이 때문에 전직 국방 장·차관은 당연직으로 맡는 ‘KIDA 자문위원’도 맡지 않고 2019년에 연구원 신분으로 복직했다.
 
  실제로 2020년 6월 28일 한 언론이 ‘유력 문민(文民) 국방장관 후보자(서주석)가 KIDA 연구원장에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전임 노훈 원장은 임기가 2020년 9월까지였고 후임 원장 공모 기간은 2020년 6월 10~24일이었다. 하지만 2020년 7월 서 전 차관이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차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KIDA에 따르면 1차 원장 공모 당시 총 17명이 지원했다. 국방부는 원장 후보자를 3명으로 줄여 KIDA 이사회에 추천했다. 이 3명은 서주석 전 차관과 KIDA 감사 출신 K, KIDA 연구원 M이었다. 당초 계획과 달리 서주석 전 차관이 KIDA 원장 후보군에서 이탈하자 청와대는 1차 공모를 비토(veto)했다.
 
  이에 대해 KIDA는 “국방부 인사위원회의 부적격 통보로 재공모를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KIDA 내부에서는 “1순위(서주석)가 빠지면 2, 3순위자를 원장으로 임명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누가 봐도 이상하다”는 말이 나왔다. 1차 공모 당시 최종 3인에 포함된 K와 M에게 연락했으나 이 중 한 사람은 “당시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며 통화를 거부했고 또 다른 이는 통화할 수 없었다.
 
  김윤태 원장은 ‘2차 공모(재공모, 2020년 10월 21일~11월 4일)’를 거쳐 2021년 2월 8일 취임했다. 2차 공모에는 14명이 지원했다.
 
  KIDA 원장은 KIDA 이사회 의결을 거쳐 국방부 장관이 임명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국방부가 나서 원장 내정자와 이른바 ‘들러리’를 추린 후 청와대에 명단을 올리면 청와대가 점찍은 사람이 원장이 된다. KIDA 이사회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김윤태 원장은 이사회 참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임명됐다.
 
 
  취재 시작되자 서주석 前 차관 복귀 잠정 중단
 
서주석 전 국방차관. 사진=청와대
  전임 국방부 장·차관은 KIDA 당연직 자문위원(임기 2년) 자격으로 활동(급여 월 300만원)한다. 사무실이 제공되며 일주일에 1번 정도 출근한다. 1년 이상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뒤 후임 장·차관이 퇴임하면 전임은 자문위원 자리를 넘겨야 한다.
 
  서주석 전 국방차관이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가는 바람에 정경두 전 장관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5월 14일 기준).
 
  문제는 서주석 전 차관이 자문위원을 지내지 않아 박재민 전 국방차관이 자문위원을 맡을 경우 서 전 차관은 차관 몫인 자문위원이 될 기회를 잃는다. 이를 대비해 KIDA는 최다 4명(전임 장·차관 각 2명)이 자문위원으로 올 수 있도록 ‘꼼수’도 마련했었다.
 
  취재가 시작되기 전 KIDA는 정경두 전 장관이 장관 자문위원실을, 서욱 전 장관이 차관 자문위원실을 쓰고 5월 10일부로 KIDA로 오는 서주석 전 차관은 평화관에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자문위원 확대를 중단하고는 정경두 전 장관에게 자문위원에서 물러날 것을 요청했다. 5월 14일을 기준으로 현재 서주석 전 차관은 KIDA에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혼한 비서를 밤낮으로 혹사시켜
 
  김윤태 원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연말까지 민주당·이재명계 인사와 수시로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동선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연구원이 원장에게 제공하는 운전기사 대신 비서 C에게 주간·야간 운전까지 시켰다. 이를 두고 연구원에서는 “결혼한 비서를 밤낮으로 일을 시키며 혹사시켰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 4월 26~27일 C는 기자와 3차례 통화에서 비서 업무와 주야간 운전 병행이 자발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무 병행은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자 자신이 원장에게 먼저 건의해 이루어진 조치라고 밝혔다. C의 주장에 대해 KIDA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정작 원장실에 배정된 운전기사는 여유롭게 지냈다는 후문이다. C는 현재 원장실이 아닌 다른 부서에서 근무한다.
 
  KIDA 자료에 따르면 C는 김윤태 원장의 차량을 운행하는 대가로 ‘수행 기사 주차료’ 명목으로 업무보조비 15만원(월)을 추가로 지급받았다. 이 수당은 ‘운전 업무 병행에 따른 추가 수당’ 이 아닌 ‘주차비’였다.
 
  이는 일급으로 환산할 경우 7500원이다. 일과 시간(8시간) 이외에 야간 근무(4시간)를 추가로 했다고 가정하면 시급은 채 1000원이 되지 않는다.
 
  왜 김윤태 원장은 비서에게 운전을 시켰을까. 운전기사의 꼼꼼함 때문에 전임 원장 중 중도 하차한 이가 있기 때문이다. KIDA 전 원장 김모씨는 운전기사에게 공식 일정은 물론 비공식 일정, 개인 심부름까지 맡겼다. 운전기사는 행선지 등을 담은 차량운행일지를 작성하는데, 당시 김모 원장에게 배정된 운전기사는 원장의 행선지는 물론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 등을 운행일지에 자세히 적었다. 감사원은 김모 원장의 개인 비위를 감사할 때 이 운행일지를 적극 활용했다.
 
  일부에서는 ‘김영란법’을 피하고자 비서에게 운전까지 시킨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3만원 이상인 식사를 할 때 비서를 외부 인사와의 식사에 함께한 것처럼 영수증 처리를 했다는 의혹이다. 통상 공무원은 한 끼에 3만원을 초과하는 식사를 주고받으면 안 된다. 하지만 4만5000원짜리 메뉴를 2명이 먹은 뒤 9만원을 결제하고는 식사 참석자는 3명으로 기재하면 1인당 3만원짜리 식사를 하는 셈이 된다.
 
 
  윤석열 당선 대비해 인사 규정 바꿨나
 
  한국국방연구원 내부에서는 김윤태 원장이 정권 교체를 대비해 인사 규정을 미리 고쳐놨다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김윤태 원장이 임기(2024년 2월까지)를 채우지 못한 채 직에서 물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장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하면 1964년생인 김 원장은 연구원 정년(만 62세)을 남겨놓고 조기에 KIDA를 떠나야 한다. 원장이 아닌 연구원으로 정년을 맞으면 김 원장은 오는 2026년 3월까지 근무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한국국방연구원은 이사회를 개최해 지난 1월 1일 인사 규정을 신설했다.
 
  〈연구원 직원으로서 재직 중 임원(원장 등)으로 임명된 자가 임원을 퇴직하는 경우에는 정년 잔여기간이 남은 자에 한하여 퇴직 그다음 날에 임원으로 임명되기 직전의 직급으로 임용된 것으로 보며, 호봉은 임원 재직기간을 더하여 산정한다. 다만,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임용이 종결된 것으로 본다(신설 2022. 1. 1.)〉
 
  검찰총장을 지낸 이가 정년이 남았다는 이유로 다시 검사로 돌아가는 일이 없듯 KIDA에서도 원장 임기를 마친 이가 연구원으로 돌아간 사례는 없다. 김윤태 원장이 주도하고 박재민 국방차관이 동의해 신설한 이 조항에는 김윤태 원장 자신에게는 소급 적용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원장이 교체돼도 김윤태 원장은 이 신설 조항의 혜택을 보며 정년을 채울 수 있다.
 
  전직 KIDA 연구원 Y는 “김 원장이 퇴직금을 수령했는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김윤태 원장이 2022년 1월에 신설한 ‘자동 채용’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퇴직금을 받은 뒤 원장에 취임했다면 김 원장은 퇴직금을 수령한 시점부터는 KIDA 연구원으로 볼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김윤태 원장이 직에서 물러나도 KIDA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려면 ‘재입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무요원 사라지자 연구원은 일탈
 
  김윤태 원장은 친분이 있는 국방부 국장 출신 인사를 KIDA 위촉직에 임명하기 위해 지난 1월 4일 채용 공고를 냈다가 정작 해당 국장들이 임기가 끝나지 않아 3일 뒤인 1월 7일 채용 공고를 취소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채용 명목은 KIDA가 운영하는 ‘고위국방정책연수’이다. 이 연수 과정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위촉직으로 전임·비전임 교육 코디네이터를 각각 1명씩 채용할 예정이었다. 급여는 전임 365만원(월) 수준, 비전임 213만원 수준이었다. 자격 요건은 각각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6년 이상의 정부출연연구기관 경력을 구비한 자’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6년 이상의 국방·외교 분야 정부부처 경력을 구비한 자’였다.
 
  김윤태 원장은 자신이 사적으로 사용할 예산을 다른 부서에 별도로 편성한 후 외부 인사 접대, 선물 구입 등에 유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내부고발자는 “공공기관장인 원장은 업무추진비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업무추진비를 적게 쓰는 대신 사용 증빙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다른 부서의 예산을 유용한다”고 했다.
 
  공공기관장은 기획재정부가 만든 ‘공공기관 알리오(ALIO)’에 예산 집행 내역을 매월 밝혀야 한다. 하지만 원장실이 아닌 기타 행정부서에 예산을 편성한 뒤 유용하면 원장은 알리오에 자신이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밝힐 필요가 없다. 김 원장의 연봉은 각종 수당을 포함해 2021년 기준 약 2억5000만원이다.
 

  KIDA 출신 한 연구원은 “서주석 차관 취임 후 KIDA 내 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분소(分所)를 없앴다”며 “기무사 요원은 연구원에 필요한 보안 업무를 지원하고 연구자들의 일탈을 막는 역할도 했다”고 했다.
 
  기무요원은 KIDA에 상주하며 동향 등을 파악해 기무사에 보고하는 와치독(watch dog) 역할을 했다. 연구원 중에는 기무사의 연구원 내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이들도 있었다.
 
  KIDA 관계자는 “기무요원이 상주할 때는 ‘누군가 감시한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느끼며 행동에 주의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기무사 요원이 사라지니 센터장이 대놓고 이재명 대선 캠프 화상회의에 참석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김윤태 원장의 反論과 언중위 제소
 
  《월간조선》은 김윤태 원장에 대한 의혹을 확인하고 반론을 듣고자 지난 4월 26일 오후 6시26분부터 14분간 통화를 했다. 김 원장은 관련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의혹 제기를 보도하면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5월 10일에는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월간조선 인터넷 뉴스룸’에 공개한 기사 중 일부를 제소했다.
 
  — 동선 노출을 우려해 운전기사 대신 비서 C에게 운전시키지 않았습니까.
 
  “전혀 아니고요, 제가 일과 이후에는 우리 차량(관용차)을 공식적인 조사 활동에만 지원받습니다. 그런데 운전을 비서한테 시킨 것은 저희(연구원)가 운전기사부터 시작해 이쪽(행정) 인력이 너무 많습니다. (원장) 전담 운전기사를 두는 건 사실 굉장히 업무적으로 낭비입니다. 인력 절감 차원에서 한 일인데 이렇게 얘기를 하니 참 답답하네요.”
 
  — 비서가 밤낮없이 운전까지 하느라 힘들어 원장실을 떠난 것은 사실 아닙니까.
 
  “전혀 아닙니다. 실제로 저희가 2년 이상 (한곳에서 근무하면) 보직을 순환합니다. 해당 비서는 (원장실에서 일을) 더 하고 싶었는데 순환보직이라는 원칙 때문에…. 제가 사실은 많이 불편하지만 (다른 부서로) 보내게 됐고요.”
 
  김윤태 원장은 비서 C가 다른 부서로 가자 새로운 비서와 운전기사를 원장실에 배정했다. 김 원장의 주장대로 인력 절감 차원에서 C에게 운전을 시켰다면 C의 후임도 운전을 해야 하지만 C가 부서를 옮기자 운전기사와 비서를 따로 뒀다.
 
 
  정책 자문인가 대선 개입인가
 
모종화 전 병무청장(왼쪽에서 두 번째).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했다. 사진=뉴시스
  — 센터를 동원해 이재명 캠프 대선 공약을 만들어줬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제가 센터를 동원해서 (지원) 하라고 움직일 수도 없고요, 전혀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김윤태 원장은 어법에서 ‘정책 자문’과 ‘대선 캠프 관여’를 구분하지 않고 모호하게 사용했다. 김 원장은 지난 5월 3일 KIDA 직원 전체에게 보낸 이메일(이하 ‘전체 이메일’)에서 “우리 연구원은 한국국방연구원법에 근거해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정치 활동 금지가 대선 기간 중 국방 정책 관련 전문가로서의 자문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특정 캠프와 후보를 지지하거나 공식적으로 특정 캠프 활동을 하는 등 명백한 정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정책 자문’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지므로 합법이다. 하지만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벌어지는 ‘대선 캠프 참여’는 ‘정치 개입’에 해당해 불법이다. 김 원장의 어법은 ‘비록 대선 캠프에는 허가 없이 참여했으나 캠프에서 ‘정책 자문’을 했다면 불법적인 정치 관여’라고 볼 순 없다는 식이다.
 
  — 센터장 A에게는 김정섭·여석주 전 국방부 실장을, B에게는 모종화 전 병무청장을 도우라는 취지로 말씀하신 사실이 있습니까.
 
  “전혀 사실이 아니고요, 제가 만약에 그렇게 했으면 우리 내부 규정 위반입니다. A 센터장은 모르겠습니다. (연구 분야가) 병역 제도니까. (캠프 내에서) 공약을 만드는 어떤 사람들이 (A에게) 질문했을 수는 충분히 있습니다. 의견이나 질문에 대한 답은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개연성은 있는데 제가 (센터장들에게) ‘캠프에 가서 도와줘라’ 또는 ‘캠프에서 공약을 만들어줬다’는 것은 전혀 사실일 수 없거든요.”
 
  — 센터장 A가 이재명 캠프에서 연 화상회의에 자주 참석했다는 목격자가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전혀 모르고요, 그것도 캠프 화상회의가 아니라 어떤 전문가들에 대한 의견을 묻는 회의였겠죠. 캠프 공약을 만드는 데서 활동하면 우리 (연구원) 규정 위반입니다.”
 
  김 원장은 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등 정당을 가리지 않고 자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요청이 오면 연구원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원장이 언급한 사례는 공식적인 과정을 거쳤을 때만 해당된다.
 
  김용현 청와대 경호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선 당시 KIDA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 새 정부가 들어서면 원장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지난 1월 1일 인사 규정을 신설한 사실이 있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고요, 저는 전혀 임기를 못 채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제가 우리 연구원 출신 중 정년 이전에 원장이 된 최초의 케이스(사례)입니다. 지금 다른 국책 연구기관들 대부분은 원장을 끝내면 (다시) 연구원으로 가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어서 이런 (환경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저한테는 절대 적용하지 않을 것이고요.”
 
  김 원장은 ‘전체 이메일’에서 “제도(인사 규정)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저에게 적용하는 것은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의 주장과는 달리 소급 적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어 김 원장은 원장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할 경우 KIDA 연구원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다.
 
  —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알리오’에 공개되는 것을 꺼려 다른 부서에 예산(학술협력비, 대외협력비)을 별도로 편성한 후 사용한 사실이 있습니까.
 
  “전혀 없고요.”
 
  — 내부고발자들은 ‘타 부서의 예산으로 연구원과 무관한 정치권 인사 등에게 접대했다’고 주장합니다.
 
  “전혀 아닙니다. 기관장은 기관장의 예산이 있고 행정부서는 행정부서대로의 예산이 있습니다. 또 저희는 예비역부터 시작해서 많은 분한테 자문을 위한 조사 활동을 합니다. 여기에 맞도록 각 부서에서 지출하는 거죠.”
 
  KIDA가 5월 10일 자 언중위에 제출한 자료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대외기관 간 연구교류 및 학술교류 추진, 내방 고객에 대한 기념품비는 ‘학술협력비’로 편성돼 있으며 경영진 및 대외협력업무 관계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예산이다. 기관장 업무추진비와 학술협력비 항목 편성은 약 20년 전부터 계속돼온 사항이다.”
 
  이에 대해 KIDA 제보자는 “원장 몫으로 일정액을 연구협력비에 감춰놓고 썼다. 이러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 몇몇 전임 원장은 이 예산을 아예 쓰지 않았다. 김윤태 원장은 연구협력비로 부적절한 품목도 구입했다. 외부 감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재명 캠프 측 인사를 만나 접대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말씀입니까.
 
  “전혀 없습니다.”
 
 
  모순되는 김윤태 원장의 답변
 
  — 올해 초 ‘고위국방정책연수’ 코디네이터를 채용하기로 했는데 3일 만에 채용 공고를 철회했습니다.
 
  “그것도 전혀 아니고요, 저희가 국방부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방부 관료들을 위한 고위 정책 연수 프로그램에 맞는 사람을 뽑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지난 1월 4일 공고를) 냈을 때는 올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겁니다. 그걸 잘못 (채용)하면 저희가 목적하는 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서…. 왜냐하면 저희는 퇴직 고위 공무원들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그 시기에 퇴직 공무원이 아무도 없는데 그걸(채용 공고) 내봐야 뭐 합니까. 당시 시점에서 채용 공고를 내봐야 올 수 있는 이가 없기에 무의미한 채용 공고가 돼 (채용 공고 철회) 처리를 한 거죠. ”
 
  — 해당 직위에 지인을 위촉하기 위함이라고 의심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역할의 이름이 코디네이터 아닙니까. ‘교육 코디네이팅을 하기 위해 적어도 고위 공무원 출신이어야 한다’는 자격 요건을 처음부터 적용했고 국방부 관료들을 위한 고위 정책 연수 프로그램에 요구되는 사람을 뽑고 싶은 거예요.”
 
  ‘교육 코디네이터’ 채용 공고 철회와 관련된 김윤태 원장의 답변에는 모순이 있다. 채용 공고문에는 자격 요건을 각각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6년 이상의 정부출연연구기관 경력을 구비한 자’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6년 이상의 국방·외교 분야 정부부처 경력을 구비한 자’로 뒀다. 채용 공고에 명시한 자격 요건과 김 원장이 말한 ‘고위 공무원’ 출신이 반드시 일치한다는 보장도 반드시 불일치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자, “원장, 결국 허위 공시했다는 말”
 
  김 원장은 “채용 조건에 마땅한 자가 없어 신청도 받지 않고 채용 공고를 철회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채용 공고가 나간 지 3일 만에 자격 요건에 해당하는 퇴직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전수(全數) 조사’를 했거나 ▲채용을 염두에 둔 인물이 자격 요건은 갖췄으나 채용 공고 당시 현직 공무원이라 당장 채용하지 못했다는 주장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자격 요건을 갖춘 퇴직 공무원은 국방부뿐만 아니라 외교부와 기타 외교·안보 관련 공공기관 출신도 있다. 지난 1월에 채용이 이뤄지면 ‘정작 뽑고 싶은 사람 뽑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채용 공고를 철회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교육 코디네이터 채용과 관련된 의혹을 제보한 KIDA 내부자는 “김 원장의 주장에 스스로 모순점이 있다. 채용 공고가 나가자 김 원장은 ‘소요를 내라고 했지 언제 채용 공지를 내라고 했느냐’고 화를 냈다”며 “결국 뽑고 싶은 사람은 있는데 이 사람이 현직 공무원이기에 당장 채용할 수 없어 공고를 철회한 것이다. 실제 채용 공고에 명시된 자격 요건을 갖춘 퇴직 공무원은 수백, 수천 명은 된다”고 했다. 이어 “통상 ‘최근 3년 이내에 정부부처 근무’처럼 자격 조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데 이번 채용 공고는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했다. 일반적이지 않았다. 일종의 허위 공시에 해당한다”고 했다.
 
  김윤태 원장은 5월 3일 자 ‘전체 이메일’에서 ‘국방코디네이터 채용 철회’에 대해 “풀타임 위촉원으로서의 업무는 너무 과도해 객원연구원이 맡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하에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철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IDA가 지난 5월 10일 언중위에 제출한 언론조정신청서에는 “당초 편성 예정이었던 인건비 재원 부족 및 사업부서 활용 시기를 고려한 것으로서 인사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정상적으로 결정된 사항”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예산 탓’이다. 하지만 지난 1월 3일 KIDA가 채용 공고를 냈을 때는 이미 예산 검토를 끝마친 상태였다. 채용 공고는 예산 검토를 마친 후 이뤄지기 때문이다. 채용은 ‘인력 소요 제기→예산 검토 후 확정→공고→채용’ 순으로 이뤄진다. 채용 공고가 공개된 시점은 이미 예산 가용 여부를 확정한 때이다.
 
  ‘채용 공고 허위 공시’와 관련해 김윤태 원장은 “뽑고 싶은 사람이 없어 철회했다(4월 26일)” “객원연구원으로 충분하다(5월 3일)” “인건비가 부족해 철회했다(5월 10일)” 순으로 말을 바꿨다.
 
  현재 KIDA에서는 KIDA 출신인 한 객원연구원이 국방부 고위 관리를 대상으로 교육 업무(코디네이팅)를 맡고 있다. 하지만 이 객원연구원은 김윤태 원장이 통화에서 언급한 국방부 고위 관료 경력자가 아니다.
  김 원장의 주장대로라면 국방부 고위 관리를 교육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이 현재 국방부 고위 관리를 교육하고 있는 셈이다.
 
 
  “심각한 명예훼손… 법적 조치 강구하겠다”
 
  — ‘공조직을 사유화해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전혀. 확실한 근거 없이 지금 이야기한 내용을 (기사화)한다면 저는 명예훼손에 대해서 확실하게 법적으로 문제 삼겠습니다. 어떻게 우리 조직이 그런 식으로 사유화되겠어요. 제가 사실 이런 (질문에) 답변하는 것도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김윤태 원장은 통화를 마친 직후 국방부 출입 기자를 통해 취재 무마를 시도했다. 이어 대책 회의도 했다.
 
  이날 오후 9시48분 KIDA 핵심 부서장 H와 10분간 통화를 했다. H는 ‘정치 개입’ ‘이재명 캠프 관여’ 여부를 묻는 말에 ‘애매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일부를 소개한다.
 
  (생략)
 
  — 원장님이 (이재명) 캠프에 관여했고 센터장들도 관여했다는 내용이거든요.
 
  “그게 참 팩트(fact·사실)하고는 조금 동떨어진 거 같은데….”
 
  — 어떤 부분이요?
 
  “정부가 바뀌는 과정에서 약간 그러는데…. 원장님이 이재명 캠프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이렇게 이야기하기에 참 애매한 게 있거든요.”
 
  (생략)
 
  — 지난 1월 1일에 인사 규정 바꾼 것은요.
 
  “규정이 바뀐 것은 맞는데요, 현임 원장님은 본인이 공개적으로 자기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어요.”
 
  — 법적으로는 적용받을 수 있잖아요.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은 원장님한테 제가 ‘지금 원장님은 하면 안 됩니다’라고 이야기했어요.”
 
  — 단서 조항을 넣어서 ‘다음 원장부터 적용한다’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거는 넣을 수 있는데…”
 
  — 단서를 달지 않았으니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그래도 참 명예라는 게 있는데…”
 
  (생략)
 
  — A센터장은 이재명 캠프 화상회의에도 참여했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연구원이 정치적인 행위를 하거나 (대선) 캠프에 참여하면 안 되잖아요.
 
  “사실은 공식적으로 그걸 안 하는데…”
 
  (생략)
 
  — 부장님 하시고 싶은 말씀을 좀 정확하게 말씀해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정확하게 팩트 입장에서 조금 저희가 애매해가지고…”
 
  — ‘애매하다’는 게 ‘정치 활동이다, 정치 활동이 아니다’에 대한 부분입니까. 아니면 ‘캠프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원장님이 캠프에 관여했다’ 이렇게 하는 게 그게 참 그렇거든요. 저희 입장에서는…”
 
  — 물론 원장님이 국민의힘 측도 만나시고 이재명 후보, 민주당 사람도 만나시겠지만 주로 그쪽(이재명계) 사람을 만나셨잖아요. 모종화 전 병무청장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한 거잖아요. 원장님은 일단 (정치 개입이) ‘아니다’고 하셨으니 그 내용은 기사에 다 반영하겠습니다.
 
  “하… 참 애매한데…”
 
 
  윤석열 당선되자 색깔 바꾸기
 
  KIDA 내부에서는 연구원이 ‘대선 직후 색깔 바꾸기에 한창이다’고 한다. 대선 전만 해도 이재명 후보 측 인사를 연구원 세미나에 초청했으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후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대선을 전후해 KIDA는 약 9000만원을 들여 서울 시내 특급호텔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1월 12일에는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예산 약 6000만원을 들여 전문가 좌담회 ‘디펜스 2040: 도전과 청사진 1’을 열었다. 이날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이어 김윤태 원장의 진행으로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노훈 전 국방연구원 원장, 김성한(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 고려대 교수 등이 참석해 좌담회를 가졌다.
 
  KIDA 관계자는 “우리 연구원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행사를 연 것은 연구원 43년 역사상 처음”이라며 “통상 그랜드볼룸과 같이 대관료가 비싼 곳은 ‘서울안보대화’와 같이 국가급 행사를 진행할 때 빌린다”고 했다.
 
  내부고발자는 “당시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행사를 진행한 것을 두고 몇몇 연구원이 ‘이렇게 화려하고 비싼 곳에서 해도 되느냐’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국가급 국제학술대회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국방연구원은 대행업체까지 써가며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 4월 13일에는 후속으로 ‘디펜스 2040: 도전과 청사진 2’를 포시즌스 호텔 누리볼룸에서 열었다. 당초 3월 30일에 좌담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2주 연기됐다. 예산은 약 3000만원이 들었다. 이날 이재명 캠프 참여 의혹을 받은 센터장 A·B가 나서 각각 사회와 발표를 맡았다. 여석주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 부위원장과 모종화 전 병무청장도 각각 토론자로 나섰다.
 
  KIDA 내부에서는 ‘디펜스 2040’을 두고 긍정적이진 않았다고 한다. 무리하게 세미나를 진행하다 보니 내실 있는 토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공개 세미나에서 발표되는 자료는 이른바 비문(袐文)을 평문(平文)화한 내용이다. 이 때문에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가 상당 부분 훼손된다.
 
  지난 4월 20일에는 ‘제59차 국방아젠다포럼’을 열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KIDA 관계자는 “이날 행사에는 보수 성향이 강한 인사들을 섭외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김용우 예비역 대장이 사회를 맡았다. 김 전 총장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윤의철 전 합참차장, 방종관 전 육군 기획관리참모부장, 이상훈 전 해병대사령관 등 보수 성향 인사가 참여했다.
 
 
  인수위에 거절당한 김윤태
 
김윤태 원장이 14억을 들여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관영당. 관계자들은 국제회의를 하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왼쪽 점선 원)과 김윤태 원장(오른쪽 점선 원). 사진=국방일보
  KIDA 관계자는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참여하는 외교·안보 분야 인사를 세미나에 섭외하고자 했지만 성과를 낼 순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는 KIDA가 인수위 출범 초기 윤석열 대통령과 충암고 동문인 김용현 청와대 경호처장(전 합참 작전본부장)과 접촉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구성원들에게 ‘외부와 접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KIDA는 당초 디펜스 2040 후속 세미나에 인수위 측 인사를 초청해 기조 강연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세미나 장소도 인수위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호텔로 잡았다.
 
  한 관계자는 “‘디펜스 2040’을 두고 KIDA는 연구 결과물을 제공하는 역할에 불과한데도 마치 주인공처럼 세미나를 공개적으로 주도한 것을 두고 국방부에서는 불만이 많았다”며 “당초 연구 프로그램명은 ‘디펜스 2050’이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행사명이 ‘디펜스 2040’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2021년 4월 21일 KIDA 김윤태 원장은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디펜스 2050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업무보고를 했다.
 
  그러나 세미나 발표 실무를 맡은 연구원 E는 “2040과 2050을 번갈아 사용했다”며 “‘2050’이라고 명확히 정해놓고 연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KIDA가 섭외하려고 시도했던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청와대·국방부 고위직 등에 임명됐다. 일부는 김윤태 원장의 지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자리로 갔다.
 
  KIDA 내부에서는 김윤태 원장이 개인 치적용 국제학술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예산 십수억원이 배정됐다.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KIDA는 서울안보대화(SDD·국방차관급 다자안보회의)를 일주일 앞둔 9월 3~4주 차에 ‘홍릉포럼’이라는 국제학술 세미나(2일간 진행)를 준비하고 있다. 항공료와 호텔숙박비, 식비, 발표비 등에 예산 수억원을 배정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세미나가 열리지 못하자 관련 예산을 한데 모아놓은 덕분이다. 이 때문에 연구원에서는 “지속 불가능한 원장 치적용 일회성 이벤트 행사”라는 말이 나왔다.
 
  이를 위해 국제학술회의를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강당(관영당) 보수에 예산 약 14억원을 배정하기까지 했다. 세부적으로는 ▲강당 리모델링 10억7000만원 ▲전기 공사 1억9870만원 ▲음향 시설 1억2700만원이다. 현재 140석 규모인 강당을 특급호텔 수준의 좌석을 설치해 약 100석 규모로 단장할 예정이다.
 
  KIDA 내부에서는 김윤태 원장이 추진하는 ‘객원연구원 확대’에도 불만이 많다. KIDA는 현재 3~4명 수준인 객원연구원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객원연구원은 개인연구실을 제공받는다. 이 때문에 사무실이 부족해져 상시 근무 연구원은 2인 1실을 사용해야 한다. 객원연구원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 출근한다.
 
  일부 연구원은 “객원연구원이 과제평가위원 자격으로 연구원이 발표하는 논문이나 자료를 평가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평가는 상대 평가이기에 ‘코드(code)’ 연구가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객원연구원은 정해진 보수는 없지만 자문비, 토론비, 과제평가비 등을 받는다. 금액은 시간당 20만~30만원 수준이다.
 
 
  내부고발자들, “수사·감사 시작되면 적극 협조”
 
  KIDA 내부고발자는 “증거 인멸과 관련자들에 대한 회유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인 원장의 직무배제와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구체적인 증거가 있지만 신분이 노출될까 자세히 밝히진 못한다. 수사나 감사가 진행되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4월 29일 김윤태 원장과 관련한 의혹보도가 나간 후 해군은 김 원장을 세미나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해군은 매년 함상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당초 김윤태 원장이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었다.
 
  해군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참석자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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