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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대통령 선거

與野 전·현직 여성 의원 6인이 본 젠더(gender) 大選

與 “야당이 선거 앞두고 젠더 갈등 조장” vs 野 “갈등의 근본 원인은 청년실업과 집값, 즉 文 정부 失政”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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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이슈 선점하고 지지율 상승한 윤석열, 이대남 공략 뒤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조언이…
⊙ 젊은 남성들 환호하는 공약 속속 내놓은 이재명과 윤석열
⊙ 李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타투 합법화, 尹 성범죄 무고제 강화·병사 월급 월 200만원·게임업계 불공정 해소
⊙ 여가부 폐지 논란에 여당도 야당도 큰 소리 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 이대남은 양날의 검? “좋든 싫든 이대남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 젠더 갈등 심해지는 원인에 대한 여성 정치인들의 생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대남(20대 남성)을 위한 공약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사진=조선DB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젠더(gender:사회적 의미의 性) 이슈가 달아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 결과 2021년 연말 기준으로는 이재명 후보가 강세, 2022년 1월 중순 기준으로는 윤석열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연말을 전후해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심화되면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갈등 봉합과 함께 다시 상승했는데, 젠더 이슈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박스 참조)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 지지율 회복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당내 갈등 봉합과 젠더 이슈 선점이다. 전자는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가 정권 교체를 위해 끝까지 뜻을 함께하기로 하면서 당내에서 제기되던 이견들이 사라졌고 선대위가 쇄신하면서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된 것이다.
 

  1월 들어 윤 후보가 잇달아 내놓은 젠더 이슈는 당내 갈등 봉합과 시너지 효과를 냈다. 윤석열 후보는 1월 6일 성범죄 처벌 및 무고죄 처벌 강화, 7일 여성가족부 폐지, 8일 비과학적 방역패스 철회·9시 영업제한 철회·아동청소년 강제적 백신접종 반대, 9일 병사 봉급 월 200만원 등 ‘한 줄 공약’을 선보여 젊은 세대, 특히 2030 남성(이대남)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12일에는 ‘게임업계 불공정 해소를 위한 4가지 약속’을 밝히고 같은 날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 리그 개막전(롤챔스)을 이준석 대표와 함께 관전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20대 60.8%가 찬성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1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 댓글이 1만 개 이상 달렸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1월 12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월 10~11일 실시한 대선 가상대결 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서 윤 후보 지지율은 39.2%로 이 후보(36.9%)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특히 20대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41.3%로 나타나 50대(40.9%)보다도 높았다. 반면 20대의 이 후보 지지율은 19.7%에 그쳤다. 리얼미터가 2030세대만 특징지어 지난 3~4일 실시한 조사(전국 만 18세에서 39세 남녀 1024명,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서 윤 후보 지지율은 20대 15.1%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3.6%)보다도 낮았던 것을 상기하면 크게 반등한 수치다. 당시 20대 표심은 안 후보와 이 후보(26.4%)에게로 분산됐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해 이 후보 지지율이 40.1%, 윤 후보 34.1%를 기록했던 1월 첫 주(2~7일) 같은 기관 조사(오마이뉴스 의뢰,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42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1.8%포인트)에서도 20대는 윤 후보(25.9%)보다 이 후보(29.7%)를 향해 있었다. 20대에서의 분위기 반전은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을 겨냥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에서 윤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여가부 폐지에 대해 국민 절반가량(51.9%)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성별로는 남성의 64.0%가 찬성한다고 했고, 연령별로는 20대(60.8%)에서 호응이 가장 높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양날의 검’ 이대남(20대 남성)
 
  특히 7일 윤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는 반향이 컸다. 1만 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고 동의를 뜻하는 ‘좋아요’가 4만여 건에 달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 반등도 이날부터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젠더 이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명확한 관점을 갖고 가고 있고 젊은 세대의 반응이 좋다”며 지지율 지속 상승을 기대했다.
 
  윤석열 후보가 중장년·노년세대 및 여성계의 반발 가능성을 감수하고 이 같은 전략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 한 전직 다선 의원의 얘기다.
 
  “윤 후보가 젊은 세대, 특히 남성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진심 어린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오 시장이 얼마 전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느낀 점과 결과 분석 등을 정리해 후보에게 전달했다. 그중에는 젊은 남성의 마음을 얻는 것이 왜 중요한가, 그들은 어떤 공약에 영향을 받고 움직이는가, 이를 이용해 어떻게 바람을 일으키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이준석 대표와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 이유 등의 내용이 있었다.” 국민의힘이 21대 총선 이후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보궐선거 승리와 당 지지율 상승을 가져왔던 오 시장의 조언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대남이) 양날의 검이라면 한 날은 세우고 한 날은 무디게 하면 된다. 놓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문제다. 이런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했는데 후보가 이를 적극 수용하는 시점이 선대위 쇄신·당내 봉합 갈등과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고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세대별로 볼 때 정치적인 관점에서 2030 남성은 상당히 세력화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약과 후보의 자질 등을 공유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휩쓸리는 정도가 다른 세대와 성별에 비해 강하고 반응도 빠르다. 반면 2030 여성은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후보 입장에서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2030 남성을 공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애초 젊은 남성 커뮤니티에서 먼저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후보는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거론했던 이재명 후보다. 지난 1월 2일 더불어민주당 다이너마이트청년선거대책위원회는 ‘리스너(경청자) 프로젝트’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위원회는 “탈모약 비용 과다로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30대 남성의 제안을 이 후보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후보로 채택했고,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명 후보도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재명의 탈모·타투 공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내놔 남성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사진=민주당 선대위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2030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등에서 ‘청와대에 이재명 심기’라는 말이 퍼졌고, 특히 남성 위주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민주당과 이 후보도 관련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발 빠르게 대응했다. 청년선대위는 청년 탈모인을 초청해 정책간담회를 열었고, 박주민·김남국·김윤덕 등 현역 의원들도 커뮤니티와 SNS에 탈모인증 글을 올려 호응을 얻었다.
 
  이 후보는 1월 6일 MBC 〈100분 토론〉에서 관련 질문에 “탈모는 복지보다는 고통을 덜어주는 보건적 요소가 강하다고 본다”며 “국민이 고통스러워하는 지점이 있으면 해소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 후보의 탈모 관련 공약은 최근 입시 및 취업 스트레스로 청년 탈모인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큰 이슈가 됐다.
 
  이재명 후보는 이어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타투(문신) 시술 합법화 공약도 내놨다. 이 후보는 1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눈썹 문신을 의료인에게 시술받으면 합법, 타투이스트에게 받으면 불법”이라며 타투 시술 합법화를 소확행 공약으로 발표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타투이스트 면허 발급 등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도 했다. MZ세대의 관심사인 청년 탈모와 타투에 대해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젠더 대선을 보는 여성 정치인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최근 청년층을 공략하는 행보에 나섰다. 1월 12일 윤 후보와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온라인게임대회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내놓은 여러 공약 중 언론과 커뮤니티에서 특히 주목받는 게임·병사 월급·탈모·타투 등 관련 공약은 이대남의 주요 관심사들이며 이들 공약이 그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유력 후보들이 유독 젊은 남성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가족부 존치 논란은 여성계에서는 수십 년에 걸쳐 매우 민감한 이슈다. 성별에 의해 표심이 갈릴 수 있는 ‘젠더 대선’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많다.
 
  양당의 주요 여성 정치인들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여야 선대위 여성위원장을 포함한 전·현직 여성 의원 6인을 만나 젠더 대선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만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인 만큼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개인적인 입장은 후보 및 당의 공약과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자신의 발언이 당내 갈등으로 비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이유였다. 또 여야 모두 “여가부 폐지 논란을 정치적 수단화하거나 젠더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언론에서는 특정 공약만 부각시키지 말고 후보의 다양한 공약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與 “국민의힘이 세대·성별 갈라치기” 비판
 

  더불어민주당은 젠더 이슈에 비교적 소극적인 편이다.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이대남 공약’들이 성별 및 세대 갈등을 부추겼다며 남녀 한쪽을 위한 공약이 아닌 ‘국민을 위한’ 공약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상황실장인 서영교 의원(3선, 서울 중랑갑)은 윤 후보를 비판하며 “여성가족부를 오히려 확대하고 역할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여성이라는 존재는 투표권이 없던 시절도 있었고, 집안에만 갇혀 있었던 적도 있었다. 비하와 폭력에 시달리는 일도 흔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여성을 평등한 존재로 만드는 역할을 해왔던 곳이 여성가족부다. 그동안 여가부는 호주제 폐지, 성범죄자 신상 공개를 비롯해 여성의 권익과 안전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현재 여가부의 역할은 그게 전부가 아니고 조직과 예산의 70% 이상은 청소년과 가족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데 사용된다. 소수와 약자를 보호하고 모두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여가부가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성평등, 가족, 청소년, 안전 등 업무 내용을 더 확대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더 만들어야 한다.”
 
  이어 윤석열 후보의 ‘페이스북 한 줄 공약’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일부 세력만을 위해 생각 없는 발언을 했고 갈등을 조장했다는 주장이다. “여가부에 대해 일부 비난하는 세력이 있다고 해서 (윤석열 후보처럼) 한 줄로 폐지하겠다고 하는 건 무책임하고 무지한 짓이다. 남녀가 평등하고 공정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그렇게 쉽게 할 말인가. 윤 후보가 생각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다. 출마할 때부터 대통령을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더니 이젠 세대갈등을 만들고 남녀갈등을 만든다. 대한민국 정치를 뒤로 후퇴시키는 행동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여성 관련 공약을 주도하고 있는 정춘숙 선대위 여성위원장(재선, 경기 용인병)은 “성평등 문제는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한 것”이라며 “여성과 관련한 이슈가 갈등과 갈라치기의 양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서울성폭력상담센터 소장,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를 역임한 여성계 출신이며 20대 국회에서 여성계를 대표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21대에 재선 의원이 됐다.
 
  “특정 세대나 성별을 겨냥하는 공약이 곧 갈등 조장이다. 민주당의 공약은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닌 인권을 위한 공약이다. 이재명 후보는 젠더 폭력 근절 4대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모두가 안전한 사회,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젠더 폭력의 피해자는 여성에 한정되지 않으며, 누구나 인권을 보호받아야 한다. 이재명 후보의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도 특정 세대 남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건강하게 살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다.” 정 의원은 1월 14일 국회에서 대한모발학회,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공동 주최로 ‘탈모환자 증가, 이대로 괜찮은가’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재명 후보의 탈모 관련 공약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역대 여성 의원들이 설립한 국회의장 산하 법인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인 신명 전 의원(17대 열린우리당 비례대표)은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이 ‘이대남’의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이 보여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대남을 향해 구애하는 야당, 이들이 등을 돌릴 우려 때문에 여성 이슈에 대해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당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여성가족부 존폐 논란보다 중요한 문제는 많다. 아직도 국회와 지방의회, 정부 고위직은 여성 비중이 턱없이 작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여성빈곤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약을 내놓는 게 중요하지 정부조직 개편이 더 중요한가.”
 
 
  국민의힘 “尹, 청년과 여성에 중점 두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의 여가부 폐지를 비롯한 공약이 일부에서 공격하는 것처럼 ‘여성 패싱’이나 이대남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수단이 전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금희 의원(초선, 대구 북구갑)은 “여가부 폐지는 양성평등·가족·청소년 등 현재 여가부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부처를 개편하는 방안 중 일부”라고 했다. 이어 “선대위는 여가부 폐지를 포함해 부처별 역할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을 지낸 양 의원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이대남을 위한 선거 전략이라고 매도하는 건 친여 세력이 만들어낸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대남’이 정치에 민감하고 불만과 불안에 휩싸여 있는 이유를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산업화 세대인 7080세대, 경기 호황을 누렸던 4050세대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공부를 많이 했어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힘들고, 아무리 일해도 자력으로 집을 살 수 없어 결혼도 힘든 상황이다.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다. 세대 갈등과 남녀 갈등이 그동안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왜 최근 몇 년간 남녀 간 적개심과 갈등이 늘어나고 있나. 청년실업 문제와 천정부지로 뛴 집값이 근본적인 이유고, 이런 현상을 가져온 주체는 문재인 정부다. 여가부 폐지 공약은 더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지 젠더 갈등과는 관계가 없다. 윤석열 후보는 오히려 청년과 여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기존 매머드 선대위를 해체해 슬림형 선대위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기존 6개 총괄본부를 2개 본부로 줄였지만, 후보 직속 청년본부와 여성본부는 그대로 유지했다. 약자와의동행위원장도 후보가 직접 맡고 있다. 젊은 남성들이 선호하는 공약이 언론이나 커뮤니티에서 강조되고 있을 뿐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위한 공약들이 많다.”
 
  선대위 총괄특보단 기획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이혜훈 전 의원(17·18·20대)은 “여가부 폐지를 남성을 향한 공약이라고 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한국여성의정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여가부 폐지라는 말 한마디로 언론과 커뮤니티에서 젠더 갈등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데, 여가부 폐지 논란은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인구의 절반(여성)만을 위한, 특히 페미니스트 부처라는 점 때문에 없애야 하는 건지, 아니면 여가부가 하는 일이 하나의 부처로 존재할 만큼의 분량이 아니어서 없애야 하는 건지 두 가지 입장이 혼재한다. 첫 번째 시각이 일부 남성에게 퍼져 있는데, 이건 여가부의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여가부의 문제다. 원래 보수 정부에서 여가부는 소외받는 계층을 위해 다른 부처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부처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가 이런 역할은 소홀히 하면서 젠더 이슈-성소수자 이슈 등에 집중하고 다른 정책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해갔다. 정부·여당은 과거 80년대의 이념에 빠져 있고, 여성이 절대약자라는 당시의 인식을 그대로 갖고 있다.”
 
  그는 여성가족부가 존폐 논란에 시달리는 것은 현 정부 여가부의 자업자득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동안 권력형 성폭력과 성비위 사건, 대표적인 것만 해도 안희정·박원순·오거돈 사건에서 여성가족부가 어떤 긍정적 역할을 했나. 여성계 출신 여당 의원들은 또 어땠나. 여성단체 출신 의원이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하기도 하고, 온갖 문제점을 가진 윤미향을 보호하고 감싸기도 했다. 오히려 여성 권익에 후퇴를 가져왔다.”
 
  국민의힘 소속 여성 최다선(4선, 17·18·19·20대)인 나경원 전 의원은 “윤석열 후보의 공약을 젠더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특히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논란부터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나 전 의원은 “현 정부가 과거 정치권의 지역갈등과 세대갈등에 남녀갈등까지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에 대해서는 이름이나 존폐 여부보다 여가부 본연의 기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조직법 제41조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여성정책의 기획 및 종합,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 청소년 및 가족(다문화가족과 건강가정사업을 위한 아동업무 포함)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나는 여가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말이 윤석열 후보의 공약과 대치되는 건 아니다. 윤석열 후보의 말은 여가부의 업무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은 국민의힘이 양성평등·가족·청소년 등 현재 여가부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방안 중 하나다. 원래 양성평등청소년부로 이름을 바꾸는 방안이 있었지만, 심사숙고 결과 폐지하고 기능을 다른 부처로 분산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가족은 보건복지부, 자녀 관련은 교육부, 성범죄 관련은 행정안전부와 경찰 등이 맡을 수 있다. 지금 여가부는 이외에도 학교밖청소년, 여성경력단절과 여성빈곤 등 정부의 손이 닿아야 하는 약자들을 위한 역할이 주어져 있다. 그런 부분들까지 포함해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의 여가부는 시대에 뒤떨어진 여성문제만 강조해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성소수자 등 문제에는 나서고 정작 본연의 업무에는 소홀해지면서 부처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가부 폐지하자는데… 여성 정치인들은 왜 잠잠한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월 6일 자신의 사퇴결의안 결의 예정인 의원총회에 참석해 ‘30분 작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여가부 폐지는 오랜 기간 이슈가 돼왔고 윤석열이라는 유력 대통령 후보가 이를 강조한 만큼 폭발적인 이슈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여야 여성 의원들은 비교적 말을 아끼며 조용한 모습이고, 여성단체들 역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당에는 여성계 출신 다선 여성 의원이 많지만,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여야가 모두 여가부 이슈에 대해 언급을 꺼리는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인터뷰이들은 얘기했다. 양쪽 모두 자신이 속한 당과 상대 당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거의 일치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오프더레코드 또는 익명 보도를 원했고,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다.
 
  첫 번째는 당내 사정이다.
 
  “야당의 여성 의원들은 후보의 공약에 대치되는 입장을 입 밖에 내기 힘들다. 그동안 이어졌던 당내 갈등이 이제야 가까스로 봉합됐고 한때 떨어졌던 지지율도 회복 중이다. 여성문제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내는 건 상관없겠지만 혹시라도 언론이나 상대 당으로부터 갈등이라는 트집을 잡힐까 봐 언급하기 힘들다. 여당 여성 의원들은 이번 정권 들어 고위직들의 성 관련 범죄가 잇달았던 데 대한 ‘원죄 의식’이 있다. 성비위 사건이 대부분 민주당에서 일어났고 그에 대해 침묵해왔다. 일각에서 여가부 폐지 근거로 주장하는 ‘여가부의 페미니스트 단체 지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이다. 야당 후보의 여가부 폐지론을 비판하고 여가부 강화를 주장하고 싶어도 ‘그동안 잘한 게 뭐 있냐’는 말밖에 들을 수가 없다.”
 
  두 번째는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다.
 
  “젠더 논란을 키우는 건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이대남’의 여론은 영향력이 있고, 이준석도 영향력이 있다. 이준석이 당내 갈등 봉합 전 의원총회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의원들 100여 명 앞에서 30분 이상 연설하는 이른바 ‘1대 100’ 영상이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꼰대들에 저항하는 젊은이’ 이미지가 확고해졌다. 국민의힘이 이준석과 함께 가야 하는 이유이고, 민주당이 젊은 층을 확 끌어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여가부에 대해 논란을 키웠다가는 ‘이대남’ 민심이 쏠려버릴 수 있다. 양당 모두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면 끝장이라는 절박함이 있다. 대선까지 조용히 가는 수밖에 없다.”
 
  다만 이들은 남성 정치인들이 ‘여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강조하는 사람은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이고, 이를 갈등조장이라며 공격하는 사람은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이상민 의원 등이다. 여성 의원들에게 지원사격을 요청하지도 않는다. 이재명 후보가 페미니스트 유튜브 ‘닷페이스’에 출연했을 때, 윤석열 후보가 페미니스트 신지예씨를 영입했을 때 모두 표 확장성만 생각했을 뿐 깊이 있는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젠더 갈등의 근본 원인은
 
  워킹맘인 기자는 대선 전 후보들의 여성 정책을 비교·분석해보고 싶었다. 매번 대선 때면 언론에 후보의 분야별 정책 분석이 소개되며 그중 하나로 ‘여성 정책’이 등장한다. 그러나 기자의 여성 정책에 대한 질문에 여야 정치인들은 모두 “여성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가르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명 전 의원의 얘기다. “과거 정치권에서 여성 관련 정책이라고 불린 것은 출산, 보육, 교육, 경력단절, 성폭력 피해 관련 정책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여성의 과제인가? 아니다. 가족의 과제이고 개인의 과제이며 가족과 개인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남성 정책이 아니지 않은가.” 5년 전 대선 당시에 비해 시대가 바뀌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요즘 30~40대 부부는 남녀의 구별 없이 함께 일하면서 함께 벌고, 육아와 자산 관리 등 여러 문제를 함께 헤쳐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20대는 다르다. 미래가 불안하고, 일부는 분노 및 혐오의 대상을 찾기도 한다. ‘남혐’ ‘여혐’도 최근 몇 년간 불거진 이슈다. 심각해지는 청년실업과 ‘미친 집값’만 아니었다면 지금 같은 젠더 갈등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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