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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캠코더’ 특임공관장 실적 분석

‘文 캠프·코드·더민주’ 출신, 외교 無경험자도 주요 국가 大使 맡아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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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성 駐中대사 활동 실적에 대해서는 “비정상”
⊙ 직업 외교관들, “특임공관장, 제도 문제 아닌 공관장 자질 문제”
⊙ “낙하산 공관장은 현지보단 서울에 더 관심이 많아”
⊙ “특임공관장으로 부임하기 전 기본 소양 교육받아야”
⊙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39개 주요 공관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분석
⊙ 외교부 “코로나19 때문에 접촉 저조”, 전직 외교관들 “핑계”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중 최다인 62명을 특임공관장으로 임명했다. 특임공관장 중에는 외교관으로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이른바 ‘캠코더’ 출신이 상당수이다. 사진=뉴시스
  ‘재외공관(在外公館)’은 한 국가가 해외에서 자국을 대표해 외교를 펼치고 자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국익을 위한 첩보전을 벌이는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대사관·총영사관·대표부 등 외교공관(재외공관) 166곳(2021년 4월 기준)을 두고 있다.
 
  재외공관장(대사·총영사)은 재외공관을 대표하는 최선임 외교관(외무공무원)으로 전문성과 헌신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캠코더(문재인 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특임공관장’ 제도를 악용(惡用)해 대사(大使)나 총영사(總領事)로 임명되는 사례가 늘었다. 정권과 가깝다는 이유로 임명된 특임공관장 중에는 재외공관장으로 내보내기에는 ‘함량 미달’인 인사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특임공관장(62명)을 내보냈다. 이를 두고 ‘외교 역량 훼손’이라는 지적과 ‘직업 외교관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특임공관장은 대통령이 비(非)외교부 소속 인사를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외교부에서 퇴직하거나 외교관 경력이 없어도 대사나 총영사가 될 수 있다. 특임공관장에 임명되는 인사는 주로 ▲외교부 출신 퇴직 외교관 ▲비외교부 출신 공무원 ▲정치권 인사 ▲학자 등이다. 이른바 주요 4강(미국·일본·중국·러시아) 국가에는 직업 외교관보다는 주로 정치권 인사가 임명된다.
 
  외교부는 외무고시(外務考試· 2013년 폐지 후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으로 대체) 출신이 주류인 부서다. 2004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외부 인사를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개방형 공무원제’ 도입과 함께 ‘외시(外試)’ 순혈주의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특임공관장 임명을 확대했다. 문재인 정부도 ‘외교부 순혈주의를 개선하겠다’라면서 특임공관장 임명을 늘렸다.
 
 
  현 정부 출범 후 임명된 특임공관장은 62명
 
(왼쪽부터) 조현옥 駐獨대사, 장경룡 駐캐나다대사, 노태강 駐스위스대사, 박경재 駐LA총영사.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특임공관장 임명은 지난 7월을 기준으로 62명이다. 이는 노무현(40명)·이명박(40명) 정부에서 이뤄진 특임공관장 임명 건수보다 많고, 전임 박근혜 정부(32명)와 비교하면 약 2배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는 군인 출신들이 외교적·정치적으로 중요한 국가에 공관장으로 임명되곤 했다.
 
  직업 외교관 출신들은 공통으로 “특임공관장에 임명되는 인사가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오히려 직업 외교관이 갖는 한계를 뛰어넘어 국익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주재국에서는 정권 핵심과 가까운 인물이 자국의 대사로 임명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특임공관장 중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대외공관장으로서의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다. 주로 정치권 출신 낙하산 공관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며 ‘소득주도성장’을 입안한 장하성 주(駐)중국대사, ‘인사(人事) 실패’로 물러난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출신 조현옥 주독일대사,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장경룡 주캐나다대사, 문화체육관광부 출신 노태강 주스위스대사, 문 대통령과 고교 동문인 박경재 주LA총영사 등이 있다.
 
  이태규 의원실은 2020년 결산 심사를 위해 외교부 및 39개 공관(전체 166곳)을 대상으로 ‘2020.1~2021.7.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집행 현황(비밀 3급)’을 열람해 분석했다. 그 결과 39개 공관 중 38개 공관이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를, 집행지침을 위반하거나 부적절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39개 공관을 선정한 기준은 ▲주요 4강(미국·일본·중국·러시아) 대사관과 ▲대륙별·공관별 규모를 고려(28곳)하고 ▲과거 감사 적발 공관(11곳) 이력이 있는 곳이다.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이하 구축비)’는 과거에는 특별활동비(특활비) 명목으로 썼던 예산이다. 주요 외교 인사와 비공개 외교 활동 등 대외보안성이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한다. 해당 공관의 법인카드로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네트워크 구축비, 적절하게만 쓰면 많이 쓸수록 좋아
 
  이태규 의원실은 “구축비는 각 공관이 현지에서 얼마나 열심히 외교 활동과 네트워크 구축, 정보 수집 활동 등을 수행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척도”라고 했다. 구축비를 많이 사용할수록 외교 활동을 많이 했다고 볼 수 있다.
 
  이태규 의원실은 구축비를 크게 ▲얼마나 많이, 다양하게 사용했는지(최저 집행 한도 충족 여부)와 ▲적절하게 사용했는지(집행지침 위반 여부)로 구분해 분석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주재국 인사 접촉 실적이 저조한 공관은 8곳이었다. 이 중 5곳은 ‘캠코더’ 출신이 특임공관장으로 있는 곳이었다.
 
  ‘최저 집행 한도 충족’은 구축비의 30% 이상을 집행했는지를 기준으로 한다. 공관원은 현지 인적 네트워크 확대(인맥 구축)와 경험 축적 등을 위해 구축비의 최저한도(구축비의 30% 이상) 이상을 사용해 활동해야 한다. 영업사원이 판촉이나 인맥을 맺기 위해 외부 인사를 만나 의무적으로 법인카드를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하는 것과 같다.
 
  집행지침 위반 사례는 ▲개인카드 결제 후 현금 환급(9곳) ▲K-POP 동호회 면담 등 대외 보안 불필요 사례에 예산 집행(22곳) ▲공관장 배우자 모임 회비 사용, 도서 구매, 행사비 전용 등 목적 외 사용(30곳) ▲인사 접촉 기록 미입력(4곳) 등이다.
 
  의원실은 외교부의 요청으로 ▲공관별 주재국 인사 접촉 건수 ▲접촉 대상 및 목적 ▲세부 집행 현황 등 민감한 대외비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A씨는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는 적절하게만 쓴다면 많이 쓸수록 좋다”고 말했다.
 
 
  駐미국대사관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사진=뉴시스
  2019년 10월 부임한 이수혁(73·외시 9회) 주미국대사는 외교관 출신 특임공관장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통상비서관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3년 외교부 차관보를 지내며 북핵 6자회담 첫 수석 대표를 했다. 이후 주독일대사와 국가정보원(국정원) 제1차장(해외 담당)을 지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15번)로 당선돼 의원 활동을 하던 중 의원직을 사퇴하고 2019년 10월 주미대사로 부임했다.
 
  이수혁 주미대사의 전임은 조윤제(70) 서강대 명예교수이다. 조 명예교수는 경제학자 출신이다. 세계은행과 IMF에서 근무했다. 조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주영대사(2005년 3월~2008년 2월)를 지내며 외교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이후 현 정부에서 주미대사(2017년 11월~2019년 10월)로 일했다. 비외교관 출신임에도 특임공관장을 두 번이나 했다. 조 명예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선 후보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연구소장을 맡았다.
 
  이태규 의원실이 주미대사관의 구축비 사용 중 문제 삼은 대목은 주로 ‘집행지침 위반’이었다. 해당 주재국 공관에 파견을 온 타 부처 공관원이 구축비를 집행해 문제가 됐다. 비외교부 소속 공관원은 외교부 구축비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축비는 법인카드를 통해 집행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개인카드로 구축비를 과도하게 사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에 대해 해당 공관은 ‘가용 공용카드 부족’을 이유로 개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소명했지만 ‘법인카드 추가 발급 조치가 미비했다’는 이유로 공관 측의 소명을 수용하지 않았다.
 
  대사 배우자가 예산을 사용한 것도 문제가 됐다. 대사 배우자는 민간인 신분으로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를 집행할 수 없다. 이 대사의 부인은 두 차례 모임 회비를 구축비로 납부했다.
 
  대외보안의 필요성이 낮은 비외교 인사를 접촉할 때 구축비를 사용한 점도 문제가 됐다. 자료에 따르면, 주미대사관은 ▲호텔 관계자 ▲한국 기업 관계자 ▲자문 변호사 등과의 식사 등에 구축비를 네 차례 사용했다. 이는 ‘(대외보안성이 필요한) 외교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부적절한 집행’에 해당했다. 이 외에도 행사 경비로 구축비 일부를 지원(전용·轉用)한 사례도 적발됐다.
 
 
  駐중국대사관
 
‘소득주도성장’을 입안한 장본인인 장하성 駐중국대사.
  2019년 3월 장하성(69)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중국대사(13대)로 임명됐다.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장 대사는 문재인 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내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는 18개월 만에 정책실장에서 물러난 뒤 학교로 돌아갔다. 장 대사는 넉 달 뒤 외교 분야 경험이 전무함에도 주중대사로 임명됐다.
 
  장 대사의 전임 주중대사는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노 전 비서실장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선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권 출범 5개월 뒤인 2017년 10월 주중대사에 임명돼 2019년 1월까지 일했다. 4선 의원 출신인 노영민 전 비서실장도 주중대사로 부임하기 전까지는 외교 분야 경험이 전무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류우익(8대) 전 통일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권영세(10대) 의원과 김장수(11대) 전 국가안보실장이 주중대사를 지냈다.
 
  주중국대사관은 주재국 인사 접촉 실적이 저조해 구축비 최저 사용 한도를 충족하지 못했다. 외교 활동에 돈을 많이 사용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외교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주재국 인사를 적게 만나며 예산을 사용하지 않아 문제가 된 셈이다.
 
  장하성 주중대사는 1년 7개월 동안 주재국 요인 접촉 등 구축비를 집행한 비공개 외교 활동이 16건에 불과했다. 이 중 12건은 중국 주재 타국 대사를 만나는 데 사용했고, 나머지 4건은 정부 인사(2건)·학계 인사 접촉(2건)이었다.
 
  이태규 의원실은 ‘주중국대사관의 전체 인사 접촉 건수는 2017년과 비교할 때 각각 2020년에는 17%, 2021년 7월을 기준으로는 7% 수준이었다’고 했다. 이어 ‘주요 4강 대사관 대비 접촉 건수 매우 저조’ ‘2020년 기준 주일본대사관 대비 20%, 주러시아대사관 대비 42%, 주미대사관 대비 13% 수준에 불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해당 공관 차년도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대폭 삭감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주중대사관은 ‘직급별 집행 최저한도 위반’에도 걸렸다. ‘직급별 집행 최저한도 위반’이란, 해당 공관이 외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해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주중대사관은 공관원의 구축비 집행 비율이 전체 구축비 예산에서 ▲2020년 2% ▲2021년 (7월 기준) 7% 사용에 불과했다.
 
  이태규 의원실이 일부 공관의 구축비 집행 저조를 문제 삼자 외교부는 “코로나19 때문에 식사 대신 (간단한) 면담이나 비대면으로 외교 활동을 하기에 구축비 사용이 저조하다”고 주장했다.
 
  주중대사관의 구축비 활용 실적을 접한 전직 대사 B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최병구 전 노르웨이대사는 장하성 대사의 비공개 활동 실적에 대해 “비정상이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중국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가장 큰 원인은 장 대사가 영어를 못 해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 전 대사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와 장하성 주중대사를 비교했다.
 
  “외교관은 주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베이징에 있는 우리 대사가 중국어는 못 하더라도 영어는 좀 잘해야 합니다. 중간에 통역을 두고 이야기하면 서로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못 하기 때문이죠. 말(영어)을 못 하니 상대가 안 만나주고, 안 만나주니 못 만나게 되는 겁니다. 지금 한국에 있는 주한중국대사는 한국어를 잘해요. 못 만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고 다닙니다. 한중(韓中) 양국 대사의 활동 수준 차이가 너무 크죠.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을 많이 못 만났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핑계죠. 외교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 입장에선 정말 아닙니다. 특임공관장 제도가 나쁜 게 아닙니다. 영어 한마디도 못 하는 사람이 나가니 문제죠. 장 대사도 스스로 생각해서 ‘아니다’ 싶으면 그만둬야죠.”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한국어가 유창하다. 북한 사리원농업대학을 졸업하고 외교관으로 남북한에서만 20년을 근무했다. 지난 7월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드 배치 문제와 한미동맹에 대해 언급하자 싱하이밍 대사는 그다음 날 일간지를 통해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를 두고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통역 데리고 나가면 속 깊은 대화를 하겠나”
 
  외교부 고위 관료를 지낸 C씨는 장하성 대사의 활동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재외공관장의 핵심 업무는 주재국 주요 인사를 되도록 많이 만나 우리 정부에 우호적인 인사로 만드는 겁니다. 비공식적으로 만나 밥도 같이 먹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며 인맥을 쌓는 거죠. 그런데 말도 통하지 않는데다 해당 공관장의 성품까지 별로라면 만나주겠습니까. 식사 자리에 통역을 데리고 가면 이쪽도 껄끄럽고 저쪽도 껄끄럽지 않겠어요?
 
  또 장하성 대사가 중국에 가기 전부터 온갖 말이 많았잖아요. 중국에 있는 사람들이 장 대사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습니까. 주중대사 본인도 대사로서 무언가를 하려는 사명감 내지 의지가 없지 않습니까. 역량 있는 특임공관장이 임명되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만, 대다수 정치권 출신 공관장은 현지인들과 네트워크를 맺으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서울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해서 나중에 공천받을지를 생각합니다. 비공개 외교 실적이 저조한 건 예산이 적어서도 아니고, 코로나19 때문도 아니에요. 공관장의 의지와 역량의 문제입니다.”
 
 
  駐러시아대사관
 
  이석배(67) 주러시아대사(14대)는 현재 4강 대사 중 유일한 직업 외교관 출신 특임공관장이다. 한국외대 러시어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소련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1년 외무고시가 아닌 러시아어 전문관으로 외교부에 입부했다. 주러대사관에서 1등서기관·참사관을 지냈고, 주상트페테르부르크총영사관·주블라디보스토크총영사관 총영사를 지냈다. 해외 근무 기간 대부분을 동구권 국가에서 근무했다. 러시아어 구사력이 매우 탁월하며 외교부 내 러시아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석배 주러대사의 전임은 민주당 3선 의원 출신인 우윤근 전 국회 사무총장이다. 우 전 사무총장 역시 특임공관장 자격으로 2017년 1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대사를 지냈다.
 
  주러시아대사관은 대외보안의 필요성이 낮은 비외교 인사를 접촉하는 데 구축비를 사용해 문제가 됐다. ▲포털사이트 운영자 ▲신관저 리모델링 관계자 ▲동포 단체장 간담회 ▲국내 기업 관계자 등과의 식사를 하는 데 구축비를 활용했다. 이에 대해 이태규 의원실은 ‘대외보안의 필요성이 낮고 접촉 대상의 신분을 고려할 때 비공개 접촉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駐일본대사관
 
  주요 4강 대사관 중 주일본대사관만 적발 사항이 없었다. 현재 주일본대사는 지난 1월 부임한 정치인 출신 강창일 대사(25대)다. 강 대사는 4선 의원 출신으로 도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의원 시절에는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냈다.
 
  전임 주일대사는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남관표 전 대사(24대·2019년 5월~2021년 1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임명된 주일대사(23대·2017년 10월~2019년 5월)는 이수훈 경남대 교수다. 이 교수는 부산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했다. 이 교수는 외교 경험은 없지만,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대통령후보 선대위 ‘미래캠프’ 산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駐캐나다대사관
 
  문재인 대통령과 대학 동문인 장경룡 캐나다대사는 광주여대 어린이영어교육학과 교수를 지냈다. 외교 경험은 없다. 장 대사는 경희대 정치학과 재학 당시 같은 학교 법대생이던 문 대통령과 함께 총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했다. 두 사람은 1975년 유신 독재 반대 집회를 주도하다 구속돼 같이 제적 처분을 받았다. 2019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국제협력분과 위원장을 지낸 뒤 곧장 캐나다대사로 부임했다.
 
  자료에 따르면, 장경룡 주캐나다대사는 지난해 6월 부임 후 구축비를 사용해 만난 주재국 인사 접촉이 6건에 불과했다. 또 해당 공관의 전체 인사 접촉 건수도 2017년과 비교할 때 2020년에는 14%, 2021년 7월을 기준으로는 6% 수준이었다. 여기에 대외보안이 필요하지 않은 사례에 구축비를 사용한 점도 지적을 받았다. 장 대사의 전임인 신맹호 전 캐나다대사는 외교부 소속 직업 외교관이었다.
 
 
  駐독일대사관
 
  조현옥(66) 주독일대사는 지난해 11월 부임했다. 조 대사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성 정책 전문가로 외교 분야 경험은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 균형인사비서관,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1급), 문재인 정부 초대 인사수석비서관(2017년 5월~2019년 5월)을 지냈다. 현 정부의 공직자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인사수석에서 물러났다가 1년 6개월 뒤 특임공관장이 됐다. 지난 대선에선 민주당 선거대책위 성평등본부 부본부장을 지냈다. 조 대사는 현 정부가 금기시하는 다주택자이기도 하다. 인사수석 시절 1채였던 집이 주독대사로 나가기 직전에는 3채로 늘었다.
 
  이태규 의원실은 조 대사에 대해 ‘부임 후 외교 활동용 연회비, 선물 구입 등에 약 1만 달러를 사용했지만, 주재국 요인 접촉 등에 사용한 구축비는 1건에 불과해 실제 활동 실적은 초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현옥 대사와 같은 시기 부임한 직업 외교관 출신 인접국 대사가 36건의 외교 활동(정무 19건, 경제 9건, 문화 8건)을 수행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했다.
 
  전임 정범구 주독일대사(16·18대 의원)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9건의 외교 활동을 했다.
 
 
  駐스위스대사관
 
  노태강(62·행시 27회) 주스위스대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 불이익을 받았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체부 차관을 거쳐 지난해 11월 주스위스대사로 영전했다. 주독일 한국문화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노태악 대법관이 노 대사의 동생이다.
 
  노 대사의 외교 성적도 조현옥 주독대사와 비슷했다. 노 대사는 외교 활동용 선물 및 주류 구입 비용으로 약 1만 달러를 집행했다. 하지만 노 대사의 주재국 인사 접촉은 1건에 불과했는데, 이 만남도 대외보안이 필요한 정부 요인이 아니라 한 협회 관계자와의 접촉이었다.
 
  이태규 의원실은 ‘해당 공관은 대사가 아닌 공사참사관이 사실상 대사 역할을 수행해 노 대사 부임 후 공사참사관의 외교 활동 건수가 해당 공관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전임 권해룡(외시 17회) 대사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14건의 외교 활동을 했다.
 
 
  駐 말레이시아대사관
 
  2019년 11월 부임한 이치범(68) 주말레이시아 대사는 환경운동연합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부임 직전까지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을 맡았다. 현재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맡고 있다.
 
  주말레이시아대사관은 대사 배우자가 모임 회비 납부와 타국 대사 부인 면담 등에 네 차례 구축비를 사용했다. 대사 부인은 민간인 신분이므로 구축비를 집행할 수 없다. 또 ▲우수 온라인서포터스 ▲민간단체 임원진 ▲한국 정부 관계자 등과 식사하는 데 구축비를 여섯 차례나 사용했다. 이는 외교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절한 집행에 해당한다.
 
  주말레이시아대사관은 ‘직급별 집행 최저한도 위반’도 지적받았다. 공관원들의 구축비 집행 비율은 최저 집행 한도(30%)에 미치지 못하는 28%였다.
 
 
  駐 LA총영사관
 
  주LA총영사관은 대외보안의 필요성이 없는 비외교 인사를 만나는 데 구축비를 사용해 문제가 됐다. ▲민간단체 및 동포단체 ▲한인 입양인 가족 등과의 식사 등에 10건을 집행했다. 또 행사 비용 전용(轉用)도 적발됐다. 유공자 표창 전수식에 구축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표창 전수식은 공개 행사이기에 사업비 또는 주요 행사비로 집행해야 한다.
 
  주LA총영사에는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 동문인 박경재(68·행시 22회) 총영사가 임명됐다. 박 총영사는 교육공무원 출신으로 외교 경험이 없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총영사는 부임 후 기자회견에서 “공관장 자리도 신청하지 않았는데 청와대로부터 전화 제안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현재 외교부는 박 총영사에 대한 감찰 조사를 하고 있다. 박 총영사가 서류가 미비함에도 규정을 어긴 채 담당자에게 비자 발급을 강요했고, 직원들에게 막말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투서가 외교부 본부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또 관저 행사 등에 초대된 외부 인사에게 고액 와인을 선물 받는 등 부정청탁금지법을 어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직업 외교관들은 “비외교관·정치권 출신이라도 역량과 의지를 가진 특임공관장이라면 문제 될 게 없다. 이런 공관장은 직업 외교관들도 좋아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정권 핵심부와 가까운 공관장은 정치적 유연성을 발휘해 직업 외교관들은 할 수 없는 ‘정무 영역’ ‘비외교 영역’까지 소화해낼 수 있다”고 했다.
 
 
  자질 갖춘 특임공관장은 직업 외교관도 좋아해
 
   유럽에서 대사를 지낸 전직 외교관 D씨는 특임공관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권과 친한 특임공관장은 직업 외교관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어요. 운신의 폭이 넓죠. 하다못해 공관에 건물을 지을 때 예산이라도 더 받아올 수 있어요. 직업 외교관은 외교부 장관의 눈치를 보는데 이 사람들은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구상찬 전 의원은 2013년 6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주상하이총영사를 지냈다. 구 전 의원은 “중국어를 잘하진 않지만 지난 30년간 중국 주요 인사와 교류하며 쌓아 올린 인맥이 탄탄했다”면서 “지금 문제가 되는 특임공관장과 나는 달랐다”고 했다.
 
  구 전 의원은 “현지 사정을 꿰뚫고 있었기에 교민들도 나를 좋아했다. 내게 ‘별에서 온 총영사’라는 별칭을 붙여주기까지 했다”면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 특임공관장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영사 시절 중국 정부를 설득해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 한국 학교를 설립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호평을 받은 정치권 출신 특임공관장으로는 서장은 대구 엑스코 사장이 있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인 서장은 사장은 2014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주히로시마총영사를 지냈다. 이 지역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조슈번이 있는 곳이다. 현재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대신(外務大臣·장관에 해당)이 히로시마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당시 정부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정치인 출신 인사를 특임공관장에 임명했다.
 
  서장은 전 총영사는 “직업 외교관 출신 공관장과 비교할 때 뒤처진다는 소리가 나오면 임명권자에 대한 결례 아닌가.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대통령이 보낸 특임공관장은 이른바 정치적 배경이 있기에 언제든지 주재국 인사를 만날 수 있는 일종의 ‘힘’이 있습니다. 또 직업 외교관과 달리 한 번만 하잖아요. 임기(3년) 동안 현지에서 모든 걸 쏟아붓고 와야죠.
 
  특임공관장은 주로 정주(定住) 여건이 좋은 곳으로 내보내요. 이 때문에 직업 외교관은 오지로 발령받는 비율이 높아지죠. 직업 외교관이 나가야 할 자리를 정치권 출신 공관장이 꿰차니 외교관들 입장에선 얼마나 상실감이 크겠습니까. 특임공관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입니다. 공관장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밑의 직원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일부 특임공관장은) 구축비를 쓰지 않아 문제가 되곤 하는데,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예산이 항상 부족했거든요.”
 
  서 전 총영사는 일본어에 능통하지 않아 부임한 후 일본어를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통역을 거쳐 대화하면 혼내(ほんね·속마음)를 알 수 없다”면서 “공관장에게는 언어 구사력도 중요한 역량”이라고 했다.
 
 
  특임공관장들, 부임 전 기본 소양 익혀야
 
  D씨는 “특임공관장의 성패는 결국 공관장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면서 “특임공관장은 부임하기 전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직업 외교관인 저도 러시아어를 2년간 연수받았는데, 러시아어를 잘하진 못합니다. 그런데 정권 낙하산으로 공관장이 되는 사람들은 오죽하겠습니까. 특임공관장 자격으로 나가려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가량은 해당 주재국에 대한 지식과 외교관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기르도록 훈련을 해야 합니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직업 외교관들은 공통으로 “특임공관장들은 대체로 주재국 현지 사정보다는 서울에 관심이 많다”면서 “특임공관장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공관장이 어떤 의지를 갖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태규 의원은 “국익과 나라의 운명이 걸린 외교 최일선에서 치열하게 일할 재외공관장들이 정권의 ‘캠코더’ 정실인사로 전락해 외교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며 “특임공관장 인사가 무능하고 역량 검증이 안 된 자기편 인사들로 채워짐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국익에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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