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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이모저모

권익위 부동산 투기 명단 발표 이후 들썩이는 부산 政街

富者 의원 많은 부산, 그들만의 共生 네트워크에 파묻혔나… “대선 치를 동력이 없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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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익위 투기 명단에 부산 의원은 2명(이주환·안병길)뿐이지만… 지역 정가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
⊙ 21대 국회 출범 당시 미래통합당(現 국민의힘) 초선의원 재산순위 1, 3, 5위는 부산 의원
⊙ 부산시의원 출신 6명에게 한꺼번에 공천 준 미래통합당… 대부분 재력가
⊙ 김형오-김세연이 좌지우지한 21대 공천 때문에 부산 정치권이 변했다?
⊙ “의원들 자기 이익만 따지고 대여투쟁엔 안 나서… 제대로 대선 치를 수 있겠나”
부산 해운대 전경. 사진=조선DB
  지난 8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국민의힘 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 12명의 명단을 밝힌 후 그 파장에 부산 정가(政街)가 들썩이고 있다. 명단에 복수의 부산·경남 지역 의원이 포함된데다 명단 포함 여부와 지도부의 탈당 권고 여부를 놓고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또 21대 국회 출범 후 유독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이 비리 의혹과 개인사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대로 내년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 정가 들썩이는 이유
 
지난 8월 23일 김태응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장(상임위원)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등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익위 명단으로 영향을 받은 곳은 여의도가 아닌 부산 정가다. 명단에 포함된 안병길・이주환・강기윤 의원이 부산·경남의 지역 유지급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원래 명단에 부산의 부자(富者) 의원들이 포함돼 있었지만 막판에 빠져나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권익위 조사가 최근 7년 동안의 부동산거래내역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그 전에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가족에게 편법 증여한 일부 부자 의원이 조사를 피했다는 지적이다. 12명 중 비례대표 2명을 제외하고 지역별로는 경기도 3명, 서울 1명, 인천 1명 등 수도권 의원 비중이 높은데 유독 부산 정가가 들썩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주환・안병길 의원의 권익위 지적사항을 살펴봤다. 이주환 의원은 20년 전 부모와 공동 취득한 1만1900㎡ 규모의 부산 해운대 송정해수욕장 인근 농지에 농사를 짓지 않는 대신 주차장 영업 등을 해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해명 자료를 통해 “땅의 지목이 전답이긴 하나 도시 지역 내 2종일반주거지역”이라며 “20년 넘게 지자체로부터 (농지법 위반에 대한) 어떠한 안내나 통지를 받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안병길 의원은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이 제기됐고, “현재 배우자의 소(訴) 제기로 30년 넘게 이어온 혼인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이혼 재판 중”이라며 “문제가 된 부동산 또한 소송 진행 과정에서 처남(배우자의 친오빠) 명의의 유치원이 사실상 배우자 소유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내 쪽에서) 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과 안 의원은 둘 다 초선 의원이다.
 

  권익위 명단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유독 부산에서 이슈가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21대 국회에서 부산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물갈이’됐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 국회의원 18명 중 9명이 초선이다. 9명 중 5명(황보승희·백종헌·이주환·전봉민·정동만)은 부산시의원 출신이며, 이 중 4명(백종헌·이주환·전봉민·정동만)은 부산에서 기업체를 보유 중이거나 보유했던 기업인 출신이다. ‘부자 의원’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했다는 뜻이다.
 
  21대 초선 국회의원 재산신고에서 전봉민·백종헌·이주환 의원은 총액 상위 1, 3, 6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1, 3, 5위였다. 각각 자신의 사업체로 이진종합건설(전봉민), 서호도시개발(이주환), 벽산금속(백종헌)을 보유하고 있다.
 
  초선 중 시의원 출신 5명을 제외한 4명은 이진복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지역구를 물려받은 김희곤 의원, 김세연 공천관리위원장의 강력한 추천으로 공천을 받은 변호사 출신 김미애 의원, 경기도 부시장 출신으로 경기에서 출마했다가 21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부산으로 옮긴 박수영 의원, 《부산일보》 사장 출신 안병길 의원이다.
 
  부산이 지역구였던 야당 한 전직 의원 A씨의 얘기다.
 
  “부산은 부마(부산·마산)민주항쟁을 이뤄낸 민주주의의 성지이며 거물급 정치인을 다수 키워낸 보수의 텃밭이다. 대통령(김영삼)은 물론 부산 출신 국회의장만 해도 4명(박관용·박희태·김형오·정의화), 당대표(김무성) 등을 배출했다. 그러나 최근 중앙정치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부산 출신 의원은 보기 힘들다. 뉴스에서 볼 수 있는 부산 의원은 대부분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구설에 휘말린 인물들이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부끄럽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부산 의원들을 둘러싼 구설
 
지난 8월 24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국회에서 열린 권익위원회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관련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 전 의원이 지적한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가 지금은 무소속인 수영구의 전봉민 의원이다. 이진종합건설이라는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전 의원은 21대 국회 초선 의원 재산 신고액 중 가장 많은 914억원을 신고했다. 작년 말 MBC는 전 의원과 형제들이 소유한 건설회사가 부친의 기업 일감을 집중적으로 수주한 사실, 전 의원이 부산시의원 재직 당시 부친의 기업이 급성장한 점 등을 보도했다. 당시 전 의원 부친이 취재기자에게 “3000만원을 준비하겠으니 평생 함께 가자”며 보도 무마를 시도하는 장면이 방송에서 노출되기도 했다. 이후 전 의원은 탈당했다.
 
  A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비어 있는 수영구의 당협위원장직을 계속 비워두고 있다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국민의힘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고, 언제든 수영구 당협위원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 의원과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의원들과 형평성 차원에서 전 의원이 위원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대선을 앞두고 있어 사고당협 등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서호도시개발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이주환 의원은 권익위 조사에서 알려진 내용 외에도 해운대구에 보유한 농지에 유료주차장을 운영했다는 의혹, 송정순환도로 인근에 보유한 토지로 송정순환도로 공사를 막고 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또 부산시의원으로 재직 당시 가족의 사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지역 정가에서 계속 제기된다. 이 의원은 탈당 요구를 받았지만 탈당할 뜻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지역 의원들에게 일어난 개인적인 악재도 적지 않다. 당직에서도 밀려나는 분위기다. 이준석 체제 출범 후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받았던 영도구의 황보승희 의원은 최근 복잡한 가정사가 당에 알려지면서 당직을 내려놓았다. 황보 의원의 남편은 현재 진행 중인 이혼 소송의 사유에 대해 당 감사실과 대표실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동구의 안병길 의원은 권익위 명단에 포함됐다가 당 지도부로부터 소명을 완료한 것으로 인정받았지만, 소명 사유가 이혼 소송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안 의원의 부인 박모씨는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공천을 받았고, 안 의원이 주변에 부인 홍보를 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산일보》 내부에서 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등 논란이 됐다. 부산진갑 서병수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경선준비위원장을 맡았고 당헌·당규상의 공식 조직인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까지 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서 의원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데 대한 당내 반발이 극심해지면서 물러났다.
 
  사상구의 장제원 의원은 대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으로 활동 중이지만 아들 장용준씨(예명 노엘)가 끊임없는 막말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음주운전 경력과 길거리 폭행 연루 등으로 논란이 됐던 노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 정부의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계속 올렸고, 지난 9월 10일에는 재난지원금을 받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내용을 올렸다. 한편 박형준 부산시장이 4월 보궐선거 당시 재산 등록 과정에서 실수를 해 조만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될 것이라는 소문도 지역에서 돌고 있다.
 
 
  21대 총선의 물갈이 때문?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형오)가 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독 부산 지역 의원들에게 악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원인을 찾으려면 21대 총선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부산 출마를 고려했던 전직 의원 B씨는 “부산 지역 사정을 너무 잘 아는 김형오·김세연이 공천관리위원회를 좌지우지하면서 부산을 완전히 흔들어놓았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보수 정당에서 부산은 공천=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인 만큼 다들 본선보다 예선(공천)에 집중하고 경쟁도 치열하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도 공천(公薦) 아닌 사천(私薦)이 일어났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황보승희 후보를, 김세연 공관위원이 자신이 영입한 김미애 후보를 공천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공관위가 부산 18곳 선거구 중 2곳은 사천을 행했고, 6곳은 시의원을 공천했다. 시의원 대부분은 기업인 출신으로 스펙보다 재력이 앞서는 사람들이다. 또 지역구를 다지던 사람들을 다른 지역구로 보내 경선에 참여하게 하는 등 승산이 없는 ‘돌려막기’를 하고선 기회를 줬다고 생색을 냈다. 총선 때마다 친박공천이니 막장공천이니 하는 일도 많았지만, 부산 지역으로만 봤을 땐 21대는 역대 최악의 공천이었다.”
 
  당시 공천을 신청했던 시의원 출신 6명은 모두 공천을 받았다. 현역 의원 5명과 사하갑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김척수 전 시의원이다. 반면 원래 활동하던 지역구에서 밀려난 인물도 있다. 중·영도구에서 출마를 준비해왔던 곽규택 변호사는 서·동구로 밀려나 경선을 치르고 낙천했다. 중·영도구 출마를 준비하던 이언주 전 의원도 남구을로 밀려났다. 지역을 관리하던 곽규택 변호사와 중앙정치권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이언주 의원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두 사람이 모두 다른 지역구로 밀려나고 김형오 위원장의 측근인 황보승희 후보가 공천을 받으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당 사무총장으로 당연직 공천관리위원이었던 박완수 의원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공천에) 김세연 의원의 의견이 가장 많이 들어갔고, 사실상 김형오 위원장-김세연 위원이 한 세트였다. 청년-여성-신인을 강조했고 다른 공관위원들은 그들의 결정에 문제제기를 한 적이 거의 없다. 공관위 내에서는 의견 대립이라는 걸 거의 못 봤다”라고 했다.
 

  21대 총선 전 미래통합당 공천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물갈이는 잘 했지만, 채워 넣기엔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김형오 위원장이 뿌려놓은 씨는 여전히 부산 정치권에 남아 있다.
 
  B 전 의원은 “그동안 부산에서는 똑똑하고 스펙이 좋은 인물, 존경할 만한 인물들이 국회의원이 됐다. 대통령을 세명(김영삼·노무현·문재인)이나 배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부산에는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의원들만 즐비하다. 비리를 취재하는 기자를 몇천만원의 돈으로 회유하려던 의원 아버지, 대형 나이트클럽을 보유한 의원, 불륜 의혹이 파다한 의원, 이런 의원들이 힘을 쓰는 지역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나.”
 
  다만 지금 부산의 상황을 공천과 의원들 탓만 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 지역 한 원로급 언론인의 얘기다.
 
  “부산이 제2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언젠가부터 대기업과 제조업이 상당 부분 빠져나가면서 건설·유통 등 중견기업의 영향력이 커졌고 기업과 정치권이 서로 도움을 주는 공생(共生)관계가 형성됐다. 특유의 인맥을 중시하는 문화와 어우러져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볼 때 특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경남고·부산고 등 지역 명문고와 서울의 명문대 출신 법조인 등 ‘고(高)스펙’ 인사가 공천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그들이 중앙정치권과 지역의 네트워킹을 주도해왔다. 그런데 이번 21대 국회의원 공천은 다소 특이한 경우다. 낙천·낙선 인사들이 공천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들만의 共生 네트워크?
 
MBC TV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부산 지역의 유력 인사들이 참여한 ‘《부산일보》 CEO아카데미’에 대해 ‘그들만의 공생 네트워크’라고 보도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부산 지역 유력 인사들의 ‘카르텔(담 합)’이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MBC TV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9월 6일 ‘건설과 언론의 수상한 거래’ 편에서 부산 지역 최대 일간지인 《부산일보》 김진수 사장과 부산을 기반으로 한 건설사 동일스위트의 유착 정황을 밝히면서 ‘《부산일보》 독자위원회’와 ‘《부산일보》 CEO아카데미’를 소개했다. 〈스트레이트〉는 작년 5월 제3기 《부산일보》 독자위원회 25명 중 64%인 16명이 부산 지역 기업인이었다는 점을 들어 독자위원회가 사실상 편집권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부산일보》가 2009년부터 시작한 1년 단위 교육 과정인 《부산일보》 CEO아카데미가 14년 동안 1500여명의 동문을 배출했고, 건설사와 해운사 등 부산 주요 기업의 대표는 물론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과 법원장, 지검장, 지방국세청장, 부시장, 시 산하단체 임원 등의 명단이 총망라돼 있다며 ‘그들만의 공생 네트워크’라고 보도했다. 명단에는 전봉민·백종헌·이주환 의원, 김세연 전 의원의 이름도 들어 있다.
 
  PK(부산경남)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야당의 한 원로 정치인은 “대통령 선거에서 영남 지역이 구심점이 돼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국민의힘에 앞장서서 싸울 사람이 없다. 과거 부산 출신 의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나서기엔 흠집이 있는 사람도 너무 많다. 일부 의원은 정치보다는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고, 대선보다는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더 큰 관심사다. 이래서야 목숨 걸고 정권을 사수하려는 여당을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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