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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의 여의도 포커스

대권 주자들이 앞다퉈 내놓은 부동산 정책, 현실성은?

여당 후보들 주택 공급에 방점 찍었지만 시장 반응은… “임대주택 공급으로 주거 안정? 정부·여당 정신 못 차렸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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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250만 호, 정세균 280만 호 임기 내 공급하겠다는데… 절반이 임대주택
⊙ 정세균 “학교 건물 위 아파트 건립”, 추미애 “부동산 불로소득 모두 회수해 전 국민에 똑같이 배분”… 신박한 여당 후보의 공약들
⊙ 토지공개념과 국토보유세 등 여당 후보들 정책에 ‘反시장적’ 지적 이어져
⊙ 전문가들, “국민 정서상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뛰는 집값 잡는 방법 될 수 없어”
⊙ 윤석열·최재형 등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은 경제 전문가 경쟁적으로 영입, 정책공약은 “준비 중”
⊙ 野 주자들은 규제 및 세금 완화, LH 해체 등 공약 내놓을 전망
2021년 8월 12일 오후 제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경기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책 라이브 커머스 ‘슬기로운 후보생활(더민: 정책마켓)’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은 그 사례가 셀 수 없을 정도지만 대다수 국민에게 가장 뼈저리게 와닿는 것은 역시 부동산이다. 경기침체는 코로나19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은 정부의 주택 수요·공급 정책에 대한 무지(無知)와 무리한 규제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한 지난 4년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약 두 배가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평(3.3㎡)당 3971만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2061만원)에 비해 93% 올랐다. 여당이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키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 전셋값이 계속 올랐고, 서민들은 집을 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전세에서 반전세 또는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
 
  따라서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정책 이슈는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집값 안정과 주거 안정의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라면 무조건 지지하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력 대권 주자들은 후보 선출 경선을 앞두고 다양한 부동산 대책을 선보이고 있다. 여당 후보들은 공급 대폭 확대, 야당 후보들은 보유세 등 세제(稅制) 및 규제 개편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일부 후보는 학교 건물 위에 아파트를 지어 학부모들의 주거지를 마련하자는 ‘주학(住學)복합’ 등 신박한 대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부동산 대책들은 대부분 재원 확보 대책이 미흡하거나, 공공임대주택 위주여서 실제 국민이 원하는 주거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 반(反)시장적이라는 점 등의 지적을 받고 있다.
 
 
  與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 공급 확대에 중점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택 250만 호 공급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더불어민주당 본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후 후보들이 수차례에 걸쳐 경제 관련 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재집권한다면 범여권이 국회에서 180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입법을 통해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 후보들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공통점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공급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수요·공급 균형이라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무시하고 규제만 강조해 집값을 더욱 부풀렸다는 비판이 임기 내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50만 호, 정세균 전 총리는 28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임기 내 250만 호 공급’을 내세웠다. 5년 안에 기본주택 100만 호를 포함해 주택 총 25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는 지난 8월 3일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임기 내 250만 호 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100만 호 공급을 목표로 하는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누구나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살 수 있는 공공주택을 뜻한다. 건축물만 분양하는 분양형, 건축물도 임대하는 임대형이 있다. 이 지사는 기본주택을 역세권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짓고,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평수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금까지 공공임대는 13평 정도였지만 33평형까지 만들 것”이라며 “현재 (수도권) 역세권 아파트는 전세가 7억원 정도로 월세로는 180만원 정도인데, 그 3분의 1인 월 60만원 정도로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기본주택 100만 호 재원 조달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30평대 장기공공임대주택은 건설원가가 3억원이지만 가치는 10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담보로 자금을 빌려 기본주택을 짓고 또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사채 발행, 펀드,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월 4일 국회에서 정책공약 기자회견을 했는데,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대통령 전용기 이·착륙용 공항 겸 공군기지)을 이전하고 공항 부지와 주변 등에 7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전 대표는 “서울공항은 주택 약 3만 호를 공급할 수 있는 면적”이라며 “강남·송파·판교의 업무벨트와 위례신도시-성남 구도심 주거 벨트의 두 축을 연결하는 인구 10만명 수준의 스마트 신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 서울공항 때문에 생겼던 성남과 서울 동남권의 고도제한을 해제하면 해당 지역에 4만 호 정도의 주택을 더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공항이 대부분 국유지이며 도로와 지하철 등 기반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어 조성원가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주택 공급의 공공 주도를 강조하며 50년 모기지, 20~30년 장기전세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총리는 “집값을 2017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며 280만 가구 규모의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8월 10일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정 전 총리는 차기 대통령 임기 5년 내 28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공공주택 130만 가구,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해 민간주택 1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 2.4명(2019년)을 고려하면 672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다. 부산광역시 인구(2021년 6월 기준 336만명)의 두 배에 달한다.
 
  정 전 총리는 이날 도심의 국공립 학교 부지를 활용해 1~5층은 학교로, 그 이상은 주거 공간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용적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학교 건물 6층 위로 주거시설을 만들어 ‘주상복합’이 아닌 ‘주학복합’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임대주택 20만 채를 공급할 수 있다고 정 전 총리는 주장했다.
 
 
  집 사지 말고 임대주택 살라는 정부, 與 대권 주자들도 마찬가지
 
이낙연 전 총리는 서울공항 이전 등을 통해 7만 호 공급을 공약했다. 사진=뉴시스
  다만 이들의 공급 확대 공약이 얼마나 국민에게 와닿을지는 미지수다. 후보들이 공급하겠다고 한 물량 중 거의 절반은 임대주택이기 때문이다. 무주택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분노한 이유는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정책을 수정하기는커녕 국민의 주택 구입을 ‘방해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 집 마련을 원하는 국민들을 전·월세로, 임대주택으로 몰아넣으면서 ‘주택 구입=투기’라는 틀을 씌웠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 없다”고 했고,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아파트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작금의 부동산 시장 혼란에 대해 정부의 정책 실패가 아닌 ‘국민의 상승 기대심리’가 주요 원인이라고 발언했다. 내 집 마련의 꿈, 노력해서 아파트 또는 강남에 살고 싶은 꿈을 가진 국민을 투기꾼으로 매도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계속 내놓는 공급 대책은 임대주택 위주여서 국민에게 집을 사지 말고 임대주택에 살라고 하는 게 현 정부의 입장이다. 고위 공직자 상당수가 강남 아파트 또는 다주택을 보유해 시세차익을 올린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들은 ‘내로남불의 극치’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당 대권 주자들은 여전히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임대주택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100만 호를 공급하겠다며 제시한 ‘기본주택’은 30년 이상 임대료만 내고 살 수 있는 공공주택이다. 즉 임대주택 10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게 이 지사가 내놓은 주택 공급 대책의 핵심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주택 공급의 공공 주도’를 강조하면서 장기전세 공급 방식을 다양화하겠다고 했다. 주택 공급 정책의 기본 방향은 “적정 가격 내 내 집을 마련하도록 질 좋은 공공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공약에서 공급하겠다고 제시한 공공주택 130만 호 중 100만 호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여당 주요 후보 모두 국민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집값을 안정시키고 제도적 뒷받침을 하기보다는 임대주택으로 들어가라고 종용하는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다수의 우리나라 국민은 내 집을 사길 원하지, 임대주택에 살길 원하지 않는다”며 “임대주택 위주의 공급 대책은 숫자 늘리기를 위한 속임수일 뿐 국민의 주거 안정과 집값 안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예비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페이스북 글에서 “넓은 집에 살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와 유동성이 만나 부동산 수요가 늘어나고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집 사는 사람을) 투기꾼으로 치부하고 공급은 늘리지 않으면서 수요 억제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주자들의 反시장적 부동산 규제 공약들
 
정세균 전 총리는 학교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주거안정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조선DB
  여당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무리한 공급물량 설정 및 임대주택 위주라는 문제점뿐만 아니라 상당 부분이 반(反)시장적이라는 문제점도 있다. 당내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는 이재명·이낙연 후보가 각각 징벌적 보유세와 토지공개념 등 자유시장경제에 반하는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다, 추미애 후보는 한술 더 떠 전국의 부동산 불로소득을 모두 거둬 국민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사실상 국토를 국유화하는 방향이다. 130여 년 전 토지공유제를 주장한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진보와 빈곤》 저자)의 망령이 지금도 정부·여당에 떠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지사는 토지 및 주택 보유세를 ‘징벌적 수준’으로 매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유세로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이를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낙연 전 대표는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택지 소유에 상한선을 두고 개발이익 환수 비율을 확대하며 유휴토지 및 초과이득에는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 과거 제정됐다가 위헌 논란으로 폐지된 바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공약은 아예 토지공유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대표 시절 헨리 조지와 지대(地代)개혁을 자주 언급했던 그는 지난 7월 23일 공약발표회에서 ‘부동산 불로소득 아웃(out)’을 공약 1호로 발표했다. “모든 토지 소유자에게 국토보유세를 부과하고, 보유세를 더 강화해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환수해 국민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국토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가졌다”며 세수(稅收) 증가분을 모든 국민에게 사회적 배당금으로 똑같이 배분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헨리 조지의 망령’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대선 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부동산 정책을 설명하면서 “시장과 싸우는 시장대립주의 정책은 낭패를 당한다”며 “타 후보들이 내놓는 시장을 규제하고 싸우려는 정책은 의도는 좋을지라도 결과는 국민이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이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한 전직 의원은 “헨리 조지(1839~1897년)는 100년 전 마르크스와 동시대 인물인 데다 추 전 대표의 헨리 조지 설파(說破)는 당내에서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는데 국민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느냐”며 “후보들이 지금 토지공개념을 주장하는 것은 대선 본선보다는 당내 경선에서 전통적 지지층을 공략하려는 뜻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정책이 지나치게 반시장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정부에서 부동산 문제가 심화된 것은 수요·공급의 균형이라는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인데, 정부가 더 개입하겠다는 것은 피해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라며 “토지를 뺏기는 사람들의 저항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과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서민에게 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경제 정책 브레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일찌감치 경제 정책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당내 경제 전문가 의원들을 활용해 경제 정책을 마련,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주택과 기본금융 등 ‘기본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내용상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기본’이라는 단어와 어젠다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참신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본 시리즈를 구상한 인물은 이 지사와 성남시장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이다. 이 원장은 경원대와 가천대에서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기본소득 분야의 권위자인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의 공동상임대표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도 이 지사의 경제 브레인이다. 강 교수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시 ‘청년배당’을 주도한 주인공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도 이 지사를 돕고 있다. 이한주 원장은 이 지사의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책포럼 2022’의 공동대표도 맡게 된다. 8월 18일 발대식을 가진 이 포럼에는 정치, 외교·안보, 경제·산업, 사회 등 각 분야의 전직 장관과 교수 등 전문가 1000명 이상이 포함돼 있으며 강남훈·이정우 교수도 참여한다.
 
  이낙연 전 대표의 경제 브레인은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다. 그는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원장과 한국금융학회 회장을 지냈고, 이 전 대표의 대선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의 대표를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전 대표의 주요 대선 공약인 ‘신(新)복지’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와 공생’ 6개 분야 중 경제 분야는 거시경제와 금융 전문가인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맡고 있다.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이며 한국금융학회 회장을 지낸 ‘경제통’ 최운열 전 의원도 이낙연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의 경제 브레인은 현역 의원들이다. 다선(多選)의 국회의장 출신으로 타 후보에 비해 원내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장점으로 활용했다. 캠프 내 미래경제위원장인 이광재 의원이 경제 정책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 김영주 의원,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 맹성규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송옥주 의원, 웹젠 이사회 의장을 지낸 김병관 전 의원이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정 전 총리를 돕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우석훈 성결대 교수가 경제 정책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박 의원은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등 기존 여권 주자들과는 차별화된 친(親)시장 정책을 내놓고 유력 주자들의 비현실적 공약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추미애 전 장관과 김두관 의원은 “캠프와 정책자문단 명단 공개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입장으로, 경제 정책은 기존 측근들의 조언과 함께 스스로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野 주자들은 경제 전문가 영입경쟁
 
  본 경선 레이스에 진입한 여당 후보들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 반면 경선 일정이 여당보다 늦은 야당 후보들은 8월 중순 현재 경제 전문가 영 입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국민의힘은 8월 31일 후보 등록을 마치고 9월 15일 1차 컷오프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각 후보는 8월 말까지는 대략적인 정책공약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야당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금까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완화,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완화 등으로 주거 안정과 거래 활성화를 주장해온 만큼, 각 캠프의 부동산 정책은 세제 개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여당 후보들의 공공 주도 공급 대책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야당 후보들의 공급 대책은 공공 주도보다 시장 위주의 민간 주도 공급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각 캠프 경제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은 영입 인사의 성향으로 짐작할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8월 초 경제 전문가들을 잇달아 영입했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진식 전 장관을 경제고문으로 영입한 데 이어, 당 정책위의장 출신 이종배 의원을 정책총괄본부장, 한국금융연구원장과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윤창현 의원을 경제정책본부장, 중견기업을 키워낸 한무경 의원을 산업정책본부장으로 인선했다.
 

  또 윤석열 캠프는 지난 8월 10일 정책 자문가 42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경제분과는 각 분야 전문가 7명이 포함돼 있다. 경제분과 간사는 거시경제와 국제금융 정책 전문가인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맡았다. 부동산 분야는 한국주택학회장과 국토연구원장, 국토부 제1차관을 지낸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맡게 된다. 캠프에서 곧 출범시킬 싱크탱크는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경제 담당으로 경제관료 출신인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대기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영입했다.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과 경제수석을 지낸 인물로 행정고시 22회 동기이며, 둘 다 최 전 원장과 경기고 71회 동기다. ‘최틀러’(최중경+히틀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최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하며 실물경제 분야에 정통한 관료다. 김 전 수석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냈고, 재정과 예산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이명박 정부에서 통계청장, 청와대 경제수석 및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최 전 원장은 아직 경제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입장문, 강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신의 경제철학을 표명하고 있다. 그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정부의 포퓰리즘, 최저임금 인상, 기본소득 등 여권의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지난 8월 1일에는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기본소득은 성장 정책이 아닌 분배 정책이며 변형된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며 “국민을 속이는 사이버 분배 정책이자 ‘정책 화장술’”이라고 했다. 또 같은 날 서울 이태원에서 자영업자들을 만나 “모든 사람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은 정치적 매표 행위”라고 밝혔다. 이날 “일하고 싶은 청년의 일자리를 뺏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고 했다. 향후 선보일 최 전 원장의 경제 정책은 시장경제 회귀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경제 정책 발표에 앞서 부동산 관련 입장을 먼저 내놓기도 했다. 국민 정서에 다가가기 위해 부동산 이슈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8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장 위주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언급했다. 페이스북 글에서 그는 “(부동산은) 시장을 존중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가격 통제가 아닌 공급 측면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대책으로 ▲공급 확대 및 공공 아닌 시장 위주의 공급 ▲1주택자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완화 ▲임대시장 안정 등을 제시했다.
 
 
  野 경제통 후보들은 지금…
 
  국민의힘 후보 중 KDI 출신 경제 전문가인 유승민 전 의원과 윤희숙 의원은 여타 후보보다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유 전 의원은 집값을 잡고 전·월세를 안정시키는 공급 및 세제 개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윤 의원은 공공임대주택 공급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유형의 집을 공급하고 이를 위해 장애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국가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는 모두 여당 후보들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현실적인 포퓰리즘”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재명 지사의 기본주택에 대해 “저런 유토피아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돈이 없어서 못 해낸 일이고, 그렇게 쉽다면 왜 지난 3년간 경기도에서 기본주택을 공급하지 못했느냐”며 “이 지사는 갈수록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를 닮아간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여당 후보들의 반시장적 정책은 못 가진 사람들의 박탈감을 자극하는 포퓰리즘”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기본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야당 대선 주자 중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가장 먼저 구체적인 부동산 공약을 내놓은 점도 눈길을 끈다. 원 전 지사는 1호 공약으로 ‘주택 국가 찬스’를 내걸고 관련 내용을 최근 유튜브 드라마를 통해 소개했다. ‘희룡부동산’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고 주택을 팔았지만 올라버린 집값에 들어갈 집을 구하지 못한 부부가 여러 부동산을 전전하다 마지막으로 찾은 희룡부동산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 전 지사는 ▲반값 주택 공급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유예 ▲임대차 3법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야권에서는 여당 후보들의 비현실적 부동산 공약이 야당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대선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여당 후보들이 200만 호 이상의 신규주택 공급과 토지국유제라는 비현실적・반시장적 공약을 내놓고 있어 우리는 세금과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약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이어진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핵심 기관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해체가 꼽힌다. LH의 토지 강제수용 피해자들의 모임인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와 LH·국토교통부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부산 남구을 당협위원장)은 “LH는 땅을 헐값에 사들여 비싸게 분양하는 등 민간건설사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땅장사를 하고 있다”며 “LH의 역할이 SH(서울토지주택공사), GH(경기토지주택공사)와 겹치는데 굳이 공룡 같은 LH 조직을 유지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대기업 최연소 임원 출신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를 지낸 그는 “LH를 거치지 않는다면 경기도에 평당 1000만원으로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다”며 “야당 후보의 국민주거안정 공약은 임대주택 공급이 아닌 내 집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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