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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

국민의힘 토론배틀 압박면접

李, “100점 만점에 120~130점 주고 싶다”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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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의 첫 번째 정치실험, 결과는 大성공
⊙ 대변인단 4명 선발에 564명 지원… 경쟁률 141:1, 10~30代가 79.6% 차지
⊙ “정치하고 싶어 지원했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지원자 많아
⊙ 8강 진출자 중 여성은 1명… 李, “실력대로 공정하게 평가했을 뿐”
⊙ 봉하마을에서도 화제가 된 토론배틀
사진=뉴시스
  여당의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한 정치인이 자신을 향한 ‘여배우 스캔들’에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답한 날, 야당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새로운 대변인단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임승호(28), 양준우(27), 김연주(56), 신인규(36)씨다.
 
  당 안팎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첫 번째 정치실험인 ‘제1회 국민의힘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 with 준스톤’(이하 ‘토론배틀’)을 두고 “대성공”이라고 평한다. ‘준스톤’은 이준석 이름의 ‘석(石)’ 자를 영어(스톤·stone)로 바꾼 표현이다. 주로 젊은층이 이 대표를 지칭할 때 쓴다. 앞서 이 대표는 당대표 경선에서 대변인 및 주요 당직을 공개 경쟁 형식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5일 선출된 4명의 대변인단은 ▲논평 영상 심사(1차) ▲압박면접(2차) ▲16강전 ▲8강전 ▲결승전까지 총 다섯 관문을 거쳤다. 564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141:1이었다. 지원자는 19세 고3 학생(2003년생)부터 80세 대기업 회장을 지낸 이(1942년생)까지 다양했다. 연령층은 2030세대가 가장 많았다. 20대가 235명(41.6%), 30대가 178명(31.6%), 10대가 36명(6.4%)이었다. 10~30대는 지원자의 79.5%를 차지했다. 여성 지원자는 63명으로 전체의 11%가량이었다.
 
  국민의힘은 생년월일, 거주지를 제외한 나머지 신상 정보는 받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신청을 받았다.
 
  1차 심사는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 영상(30초 분량) ▲6·25전쟁 71주년 논평(1분)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과 재원 마련 방안(1분) 등 영상 세 편을 평가했다. 심사위원은 당대표, 최고위원, 수석대변인 등이 맡았다.
 
  국민의힘이 지정한 플랫폼(사이트)에 지원자들이 영상을 올리면 심사위원들이 이를 확인한 뒤 점수를 매겼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원자 564명 중 150명을 선별했다. 지원자가 몰려 대상자를 100명에서 150명으로 늘렸다.
 
 
  564명 중 150명 선별해 압박면접 실시
 
토론배틀에 지원한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사장. 사진=이경훈
  압박면접은 지난 6월 24일 국민의힘 당사 3층에서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면접 대상자 150명을 A, B, C조로 나눠 진행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당사 3층 면접 대기장에는 한 젊은 청년이 일찍부터 와서 홀로 앉아 있었다. 2019년 전교조 교사의 좌편향 수업에 맞서 ‘인헌고(서울 관악구) 학생수호연합’을 결성했던 최인호(2001년생)씨였다.
 
  최씨는 오전 11시쯤 면접장에 도착했다. 그러고 나서 낮 12시를 넘겼는데도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에게 ‘왜 점심을 안 먹느냐’고 물었다. 최씨는 “긴장이 돼 소화가 안 될 것 같아 먹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지원 동기를 묻자 “대한민국에 필요한 목소리들이 있다고 생각해 지원했다”면서 “과거 인헌고에서 교사들의 좌편향 사상 주입에 문제제기하며 맞선 경험이 있다. 국민의힘 대변인이 되면 잘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최씨는 16강까지 진출했다.
 
  대구에서 온 정지원(2001년생)씨는 “첫 오디션이라 떨리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 지원했다”고 했다. 정씨는 “좋은 대변인은 냉철한 판단과 공감 능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면서 “어린 나이만이 갖는 개방적인 자세를 잘 발휘해보고 싶다”고 했다.
 
  낮 12시30분쯤 이번 토론배틀 최고령 참가자인 민계식(1942년생)씨가 도착했다. 민씨는 서울대 조선항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대학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ROTC로 임관해 월남전에도 참전했다. 현대중공업 회장을 지낸 민씨는 ‘한국 조선업의 대부(代父)’로 불리기도 한다.
 
  민씨는 “나라를 바르게 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 있느냐”면서 “젊은이들이 앞장서고 경험 많고 연륜 있는 사람이 받쳐주면 훨씬 잘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이를 따질 필요가 없다”면서 “청춘은 마음 상태이다. 내 생각은 아직도 청춘”이라고 했다.
 
  지난 4·7재보궐선거에서 부산시장 예비 후보로 출마했던 전성하(1981년생)씨도 보였다. 부산에서 온 전씨는 면접을 앞두고 “부산시장 후보 때보다 지금이 더 떨린다”고 했다. 전씨는 16강까지 진출했다.
 
  오후 1시 정각, A조에 배정된 지원자들이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방에서 온 분들은 오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려 이른 시간에 면접을 치르도록 A조에 배정했다”고 했다.
 
  면접은 2인 1조 한 팀이 4분간 치렀다. 이준석 대표가 주로 질문했고, 지원자마다 받은 질문은 달랐다.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시간을 빼면 한 사람당 1분30초 정도 말할 수 있었다.
 
 
  김일성大 출신 탈북자도 지원
 
16강 진출자들. 사진=뉴시스
  김금혁(31)·김슬아씨 조가 첫 번째로 면접을 치렀다. 면접을 마친 김슬아씨는 기자들 앞에서 자신을 “30대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면접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평소 정치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열려 있는 공정한 기회가 생긴 게 처음이잖아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지원했어요.”
 
  김씨는 “순발력을 보는 것 같다”면서 “예상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도 전혀 없었다”고 했다. ‘면접은 잘 본 것 같으냐’는 물음에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압박면접답게) 압박을 느꼈다. 공정한 과정이기에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김금혁씨는 “인천에서 왔다. 태어난 곳은 평양”이라고 했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유학하던 중 한국으로 왔다. 긴장을 많이 했느냐고 물으니 “기분 좋은 긴장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압박면접이라고 했지만, 내가 생각한 수준의 압박면접은 아니었다”고 했다. 김씨는 “정치를 하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면접 조가 면접장에 들어가 착석하는 과정까지만 언론에 공개됐다. 이후 모든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금혁·김슬아씨 조가 면접장으로 들어가자 방송인 임백천씨의 아내인 김연주(56)씨가 속한 조가 면접장 앞에서 기다렸다. 일상복 차림으로 온 김씨는 “(가족들이) 토론배틀에 참가하는 것을 반신반의했으나 만류하지는 않았다”며 “혁신의 바람이 불고, 세대 통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 지원했다”고 밝혔다. 취재 기자들은 김씨가 임백천씨의 아내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토론배틀에서 2위를 해 대변인이 된 양준우씨도 A조에서 면접을 봤다. 양씨는 4·7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유세차에 올라 화제가 됐다. 양씨는 지원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4·7재보궐선거 이전의 국민의힘은 지지 의사를 밝히기 부끄러운 정당이었어요. 하지만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했잖아요. (사람들이) 민주당을 싫어해서 그 반사이익으로 국민의힘이 지지를 얻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 자체를 좋아해서 지지하도록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A조에서 압박면접을 마친 민계식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나려고 하자 기자들이 그를 잡았다. 민씨는 기자들처럼 바닥에 앉아서 면접 체험담을 말했다.
 
  “공과대학생 시절 현장 실습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때 우리나라 사정이 참 열악했죠. 열심히 배우고 일해 대한민국을 조선해양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제가 경영하는 회사를 세계 1등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바른 국가를 세우는 데 참여하고 싶어 지원하게 됐습니다.”
 
  16강 진출에 실패한 민씨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담담하다. 최선을 다했느냐가 중요하지 결과가 날 괴롭히진 않는다”고 말했다.
 
 
  교복 입고 면접 보러온 고3 학생들
 
  현직 언론인인 이찬엽 《경인매일》 논설위원이 면접을 마치고 나왔다. 국민의힘의 개혁 방향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회사에 면접 사실을 알렸느냐’는 물음에는 “오늘 단합대회인데 왔다.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회장님이 용서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도 여러 명 있었다. 생일이 지나 투표권을 얻은 고3 학생이 해당한다. 천유비(19)씨는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후 국민의힘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나이는 어리지만 현 정권의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알고 변화가 필요해 지원했다”고 했다.
 
  분당에서 온 정혜성(19)씨는 교복 차림으로 왔다. 인스타그램에서 토론배틀 홍보물을 본 뒤 지원했다고 한다. 정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국민의힘도 지지했다”면서 “이준석 대표 당선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됐다”고 했다.
 
  정씨는 “아버지한테는 말씀을 못 드렸고, 어머니한테만 알렸다. 달가워하지는 않으셨지만 한편으론 놀라셨다. 어머니에게 ‘다시는 없을 기회’라고 설득했다”고 했다. 면접 마치고 나온 정씨는 “임기응변이 좀 부족했다”며 아쉬워했다.
 
  한국외국어대 학생회장을 지낸 류혜주(23)씨는 “4·7재보궐선거 당시 청년의 목소리를 내고자 오세훈 후보 유세차에 올라 지지 연설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류씨는 면접을 통과해 16강까지 진출했다.
 

  A조 면접을 마친 이준석 대표는 “예상한 대로 정치 참여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다양한 분들이 참여했다”며 “A조만 진행했는데도 상당히 뛰어난 지원자들이 많아 심사위원들이 고무됐다. 16명을 추리는 게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고등학생이 지원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피선거권(만 25세)이 없는 사람이 대변인으로 선출된다면 이는 정치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질문 15개가량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B조 면접을 앞두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원자들에게 “심사위원의 선호, 호불호와 관계없이 자기 소신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당대표와 동명이인인 이준석(30)씨는 직업이 행사진행자였다. 그는 “딱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지만, 제1야당에 힘을 더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당선을 전후해 정치 효능감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청와대 1급 비서관에 박성민(26)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임명되는 걸 보고 ‘과연 그가 1급 비서관으로서 2030세대를 대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원했다”고 했다.
 
  대구에서 온 구예슬(22)씨는 “부모님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 부모님 권유로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후 구씨는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했다.
 
  공인중개사 김기현(45)씨도 대구에서 왔다. 김씨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이번 오디션에 지원했다”고 했다. 성악을 전공한 권미나(52)씨는 국민의힘 경기도당 대변인을 지냈다. 권씨는 “성악을 전공했기에 말을 좀 더 빠르고 쉽게 전달하는 능력이 장점”이라고 했다.
 
  충남 아산에서 교복을 입고 온 김준수(18)씨는 온양고 전교 회장이다. 김씨는 “담임 선생님도 평소 제 신념을 알고 있다”고 했다. ‘박성민 비서관 임명에 대해 10초 이내로 답하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면접을 앞둔 바로 어제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B조의 면접 심사를 마치고 나온 배현진 의원은 “(지원자들) 면접을 보며 깜짝깜짝 놀랐다”며 “토론배틀을 처음 시도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내용도 알차고 지원자들이 대변인이 되면 잘 해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父子가 함께 지원
 
  부자(父子)가 함께 지원한 사례도 있다. 의정부에서 온 하서준(51)·하성문(19) 부자다. 개인사업을 하는 하서준씨는 “새로운 당대표는 다른 사람의 말도 들어줄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 성문 군은 지난 5월에 만 18세가 돼 선거권을 얻었다. 고등학생이지만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스펙’을 이미 다 만들어놓아 대변인이 돼도 활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면접 보러 간다고 학교에 알리니 담임 선생님은 그에게 ‘대단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 대표 당선 후 정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돼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당초 성문 군은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토론배틀에 지원했다. 나중에 아들이 지원한 사실을 알고 아버지 하서준씨도 지원하게 됐다. 하서준씨는 “1차 심사에 제출할 동영상을 촬영할 때 부끄러운 나머지 아들에게는 차마 찍어달라고 부탁하지 못하고 직접 찍었다”고 한다. 면접을 마친 소감을 묻자 성문 군은 “잘 모르겠다”고 했고, 아버지는 애써 웃으며 “좋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실에서 일하는 윤희진(30)씨는 “이준석 대표가 보좌진과 당 사무처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해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보좌진들이 생각보다 많이 지원하진 않았다”며 “기존 의원실 업무와 대변인 업무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고, 임기가 6개월이라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윤씨는 “이준석 대표라면 정형화된 대본을 갖고 준비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아 따로 면접을 준비하지는 않았다”면서 “소신 있게 답하고 나오겠다”고 했다. 윤씨는 보좌진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다.
 
  권현서(35)씨는 “현장에 오니 이렇게 많은 이들이 지원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라며 “대비해놓은 질문은 정작 나오지 않았다. 이준석 대표가 면접 내내 웃지 않아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권씨는 “현직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을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라고 했다.
 
 
  황보승희 의원실, 보좌진 전원 토론배틀 지원
 
(왼쪽부터) 신인규·김연주 상근부대변인, 임승호·양준우 대변인.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실은 보좌진 9명이 모두 토론배틀에 지원했다. 당 수석대변인을 맡은 황보 의원은 “혹시나 토론배틀 참여자 수가 적지 않을까 싶어 의원실 보좌진에게 참여를 독려했다”고 한다. 황보승희 의원실에서는 보좌진 9명 중 홍영민 비서관만이 압박면접에 진출했다.
 
  홍 비서관은 “토론배틀로 대변인을 뽑는다는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며 “누구나 이준석 대표가 시도하는 정치 축제에 참여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면접을 앞두고 “긴장되지만 선의의 경쟁에 참여한다는 점만으로 굉장히 설렌다”고 했다.
 
  면접에 참여한 황보 의원은 공정성 시비를 피하려고 홍 비서관에 대한 평가를 기피했다. 면접을 마친 홍 비서관은 웃으며 “100점 만점에 5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황규환(41)씨는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다. 면접을 마친 황씨는 “당 부대변인을 하며 논평도 써왔고 경험이 많아 나름 잘하고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황씨는 8강까지 진출했다.
 
  유혜란(37)씨는 자신을 “중소기업부터 시작해 대기업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직장인”이라고 소개했다. 유씨는 남편과 이야기하던 중 남편 권유로 토론배틀에 지원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남편이 더 많다고 했다. 그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면서도 “집권당이 표를 목적으로 퍼주기식 정치를 하는 데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토론배틀이 남의 일처럼 여기던 정치를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에서 일하는 김정수(27)씨는 2017년 바른정당이 실시한 토론배틀에서 1등을 해 청년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김씨는 “대변인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토론을 하고 싶어 지원했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토론다운 토론을 못 해 아쉬웠는데, 이번이 토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했다.
 
  1등 할 자신이 있는지 물으니, 김씨는 “이번에는 전 연령층이 모두 참여해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면접은 공부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따로 준비한 건 없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와 친분이 있어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하니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면접을 기다리는 것보다 ‘면접을 보러 간다’고 의원실에 알렸을 때가 더 긴장됐다”고 했다.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에게 면접을 앞둔 심정을 물었다. 그는 “지금은 너무 긴장된다”며 “면접을 마치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면접장에서 나온 그는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면접을 잘 못 본 것 같다. 무슨 질문을 받았는지도 잊어버렸다”고 하고는 건물을 빠져나갔다.
 
  은평구의회 구의원 양기열(37)씨는 “면접장에서 두서없이 이야기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토론배틀 같은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씨는 16강까지 진출했다.
 
  변호사 함인경(43)씨는 “정치가 새롭게 변화하는 데 일조하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함씨는 면접장에 도착한 후 3시간 가까이 지나 면접을 봤다. 그는 “기다리는 동안 긴장이 다 풀렸다”고 했다.
 
  함씨는 “그간 젊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수’라고 밝히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번 토론배틀이 자신의 정치 성향을 당당히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어 “면접장에 와보니 40대인 내가 연장자인 듯한 느낌이 든다”면서 “쟁쟁한 이들이 많아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둔다”고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대변인인 변호사 조정희(35)씨도 “그간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이 대표 당선을 계기로 보수 정당에도 합리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돼 지원했다”고 했다. 조씨는 “최근 들어 토론의 중요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었는데, 토론배틀을 계기로 토론 능력이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토론배틀 3위로 상근부대변인이 된 변호사 신인규(36)씨는 면접을 마친 뒤 “굉장히 재밌었고 익사이팅했다. 몸 안에서 열정이 솟구쳤다”며 “면접 시간이 짧다 보니 자기 생각을 축약해서 표현하는 능력을 주로 평가한 것 같다”고 했다.
 
  16강까지 진출한 백지원(28)씨는 취업준비생이다. 백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정치인을 꿈꿔왔다. 마거릿 대처 같은 정치인이 되고 싶어 정치외교학과로 진학했다”고 했다. 그는 “정치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질러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꼭 대변인이 되겠다기보다는 주변의 정서를 대변하고 싶었다”고 했다.
 
 
  8강까지 진출한 고3
 
고3 참가자 김민규 군이 이준석 대표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박유하 당대표 수행팀장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군은 8강까지 진출했다. 사진=이경훈
  16강에 이어 8강까지 진출해 화제가 된 김민규(19) 군은 인천국제고 학생이다. 기숙사에서 지내는 김씨는 등교 때문에 마지막 순서로 면접을 봤다. 기말고사 시험을 앞두고 있던 그는 순서를 기다리는 게 지루했는지 기말고사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는 “시험보다 더 값질 것 같아 지원했다”고 했다. 면접을 마친 후에는 곧장 건물을 빠져나가지 않고 이준석 당대표가 면접장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고 학교로 돌아갔다.
 
  면접이 끝나고 그날 밤 11시쯤 16강 진출자(남 11명, 여 5명)들에게 연락을 했다. 김민규, 김연주, 류혜주, 민성훈(35), 백지원, 신인규, 신현주(25), 양기열, 양준우, 윤희진, 임승호, 장천(37), 전성하, 최인호, 황규환, 황인찬(25)씨(가나다 순)가 16강에 올랐다. 평균 연령은 30.6세였다.
 
  압박면접 다음 날인 6월 25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지난 7월 3일, 황보승희 의원은 “봉하마을에 찾아갔을 때 권 여사께서 ‘토론배틀이 화제’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27일 치른 16강에서 여성은 지원자 중 김연주씨만 살아남아 8강에 진출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무적 판단이 부족한 결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여성 진출자가 너무 적다’는 뜻이었다. 심사위원으로는 이준석 대표, 배현진 의원,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김용태 최고위원이 참여했다.
 
  이러한 반응에 이준석 대표는 “실력대로, 공정하게 평가했기에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실력과는 무관한 기준으로) 여성을 8강에 진출시켰다면 그것이야말로 논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40대 이상 연령은 소외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있다’는 말에 이 대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공정한 기회의 장을 마련했다”고만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토론배틀에 120~13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좀 더 분발하자는 차원에서 1점을 뺀 99점을 주겠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토론 이긴 토론배틀
 
  토론배틀 8강·결승전 순위는 심사위원단 평가와 시청자 문자 투표 결과를 합산해 매겼다. 문자 투표는 8강 6만6520건, 결승전 12만1014건이 이뤄졌다. 이 중 10%가량이 이름 등을 잘못 입력해 무효 표 처리가 됐다. 김연주 후보는 8강·결승전 모두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8강전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문자 투표를 1만 건은 채울 수 있을지 걱정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6만6520표는 상상도 못 한 수치였다.
 
  결승전을 앞두고는 “8강보다 긴장감이 떨어져 흥행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는데, 8강보다 2배가량 많은 문자 투표가 이뤄졌다.
 
  동시간대 방영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2차 토론(이하 대선토론)과 비교해도 유튜브 실시간 시청자 수는 토론배틀(약 3만3000명)이 대선토론(약 1만4600명)보다 약 1.7배 많았다. TV 시청률 기준(닐슨)으로 하면 토론배틀이 5.742%(TV조선)를 기록해 3.23%(JTBC 1.317%, MBN 2.006%)를 기록한 대선토론보다 약 1.72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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