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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부

오세훈이 없애겠다고 ‘공언’한 ‘박원순표 사업’들의 실체

오세훈 당선 이후 ‘돈줄 차단 위기’ 직면한 ‘좌파 생태계’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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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례·시설 신설해 ‘일감’ 만들고 ‘親박원순 단체’에 맡기는 구조에 주목해야
⊙ ‘마을활동가’에게 연봉 4000만~5000만원 일자리 주는 ‘서울형 주민자치회’ 폐지
⊙ ‘사회적 경제 육성’ 명목의 무분별한 ‘세금 지출’ ‘공공자산 지원’ 막는다
⊙ 親與 인사들이 ‘독식’하다시피 한 ‘미니 태양광’ 사업도 접는다
⊙ ‘협치’란 이름으로 진행된 시민단체의 공공연한 ‘시정 개입’도 차단
⊙ ‘시민 숙의 예산 1조원’ 주관하는 ‘민관협치기구’ 서울민주주의위원회 폐지
⊙ 오세훈은 ‘박원순 10년’ 동안 공고해진 ‘좌파 생태계’를 감당할 수 있을까?
  박원순(朴元淳) 전 서울시장 사후 ‘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던 서울시에 새로운 수장이 왔다. 4·7보궐선거에서 당선한 오세훈(吳世勳) 전 서울시장이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정을 총괄지휘하게 됐다. 오 시장은 보궐선거 과정에서 전임 시장이 남긴 ‘유산’ 상당수를 수정·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의 전임 시장 정책 223개에 대한 ‘계속 추진’ ‘수정·보완’ ‘보류·폐지’ 여부에 대한 답변서에서 171개(75%)를 폐지・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유산’ 10개 중 6개는 손보고, 1개는 없애겠다고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소위 ‘박원순 역점 사업’은 정리 절차를 밟게 될 운명에 처했다.
 
  연간 40조원(일반예산 기준)에 달하는 서울시 전체 예산을 감안했을 때, 위 사업에 들어가는 세금 규모가 미미할 수도 있다. 단, 이 중 고정비용을 빼고 서울시장이 ‘역점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예산은 사실상 연간 3조~4조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박원순표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특히 오 시장이 ‘폐지’하겠다고 밝힌 ‘박원순표 사업’ 대다수는 그간 ‘박원순 대권 기반 만들기’ 또는 ‘시민단체 지원용’이라고 비판받던 사업이므로 대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진 단체・인사들은 선거 때부터 오 시장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면서 반발하고 있다. 과연 오 시장이 없애려고 하는 사업들은 무엇일까. 이 사업들은 정말 서울시민의 세금을 들여 계속 추진해야 할 ‘의미’가 있는 사업일까. 《월간조선》은 서울시 내부 문건 등을 토대로 오 시장이 폐지하겠다고 밝힌 ‘박원순표 사업’ 22개의 추진 배경과 내용, 투입된 예산 등을 분석했다.
 
 
  ‘자치’ 앞세우지만, 예산과 실권은 ‘시민단체’가
 
2011년 11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첫 ‘박원순표 예산안(2012년도)’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시장이 폐지를 공언한 사업 내역에 따르면 이는 서울시 보조금으로 주머니를 불리던 운동권 출신 인사, 세금으로 먹고사는 ‘생계형 시민단체’, 전문성 없고 책임질 일 없는 ‘시민단체 출신’들의 서울시정 개입 등 그간의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이른바 ‘서울 424개 동(洞) 주민자치제도 시행’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동 단위 생활의제관련 정책·예산에 대해 주민이 실질적 결정 권한을 갖게 한다는 명목으로, 2017년에 ‘4개 구·24개 동’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한 이른바 ‘서울형 주민자치회’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각 동에서 자치회관 프로그램 선정을 자문하는 역할에 그쳐왔던 주민자치위원회는 폐지하고 새로 구성되는 조직으로 주민들이 동네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자치계획을 수립하고, 최고의결기구인 주민총회를 통해 의결하여 사업까지 집행하는 위상이 높은 주민자치조직이라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었다.
 
  서울시는 이를 주민의 자발적인 공동체 활동인 나눔이웃, 이웃살피미, 보육반장, 이웃만들기 등 소위 ‘마을 생태계’ 사업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고, 2025년까지 서울시 관내 25개 구의 전체 동에서 시행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 사업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주민자치’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박원순 시정’ 당시 각종 지원금을 통해 전성기를 맞았던 소위 ‘마을활동가’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박 전 시장이 추진한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자치구와 동, 주민자치회를 잇는 필수 조직으로 ‘주민자치사업단’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형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 대표기구로서 지역사회에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자치구와 동에 민간 전문인력을 지원한다(2018년 3월 29일)”고 주장했다.
 
 
  ‘서울형 주민자치’ 인건비만 年 242억원
 
  이 사업단을 구성하기 위해선 각 구(區)에 주민자치사업단장 1명, 단원 1명을 배치해야 한다. 또 각 동(洞)에는 동 자치지원관이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지원단별로 실무를 담당하는 간사 1명을 둬야 한다. 서울형 주민자치를 서울시 관내 25개 자치구와 425개 동으로 확대하게 된다면, 결국 ‘주민자치’ 명목으로 지원되는 예산의 상당액이 이들 활동가 인건비로 나가게 된다.
 
  구 주민자치지원단장 1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인건비는 5009만원(이하 세전 기준)이다. 25개 구에 단장을 둘 경우에는 13억원이다. 구 주민자치지원단원과 동 자치지원관의 연봉은 3956만원이다. 이 역시 전 자치구와 동에 배치할 경우 인건비는 각각 10억원, 168억원이다.
 
  여기에 각 ‘주민자치회’별로 1명씩 두는 간사의 인건비는 시·구비로 각각 50%씩 부담해 월 100만원 수준으로 지급한다. 이를 감안했을 때 서울시 관내 25개 자치구와 425개 동으로 ‘서울형 주민자치’가 확대되면, 서울시민이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만 해도 연간 242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자리인데도 지원할 수 있는 자격요건은 단장의 경우 자치・마을・복지 등 현장실무경력이 8년 이상, 단원과 동 자치지원관은 5년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박 전 시장 당시 서울시가 2013년부터 지금까지 “마을공동체를 회복하여 따뜻한 서울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총 2225억원(혁신기획관 1601억원, 서울민주주의위원회 624억원)의 예산에 의존한 자칭 마을활동가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기존에 서울시 혁신기획관 또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주민자치’에 세금을 쓰는 것과 동시에 행정국이 ‘주민자치 시범사업 활성화 지원(예산서 기준)’이란 명목으로 ▲2017년 20억원 ▲2018년 37억원 ▲2019년 94억원 ▲2020년 137억원 ▲2021년 123억원 등 411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대목도 ‘중복 사업’이란 지적을 받을 만하다.
 
 
  시민단체에 사업권·공직자 채용권까지
 
  다음은 이와 관련한 2017년 11월 27일,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이명희 시의원과 김인철 서울시 행정국장 사이의 문답이다.
 
  〈이명희 위원: 명확하게 정리를 하셨다고 하는데 이 주민자치 시범사업은 행정국 사업입니까, 서울혁신기획관 사업입니까?
 
  행정국장 김인철: 행정국 사업입니다.
 
  이명희 위원: 행정국 사업이지요?
 
  행정국장 김인철: 네.
 
  이명희 위원: 그런데 서울시 주민자치사업단을 서울혁신기획관의 지역공동체 담당관에서 민간위탁을 주려고 하고 있어요. 이것은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행정국장 김인철: 서울혁신기획관에서 하는 지역공동체 사업의 일환은 기본적으로 마을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하면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에 위탁을 주어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이 되거든요. 그런데 저희 주민자치 사업은 기본적으로 동 주민센터 내에 있는 주민자치회가 중심이 되는 사업이 되겠습니다.
 
  이명희 위원: 지금 유사사업이 각 실·국마다 행해지고 있는 거예요. 주민자치 활성화 사업, 주민자치회 사업, 또 마을생태계 조성 사업, 지역합치 활성화 사업 다 비슷비슷한 유사사업이에요. 그리고 사업마다 다 인건비와 사업비를 지급하고 있고 그것을 자치단체 경상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략)
 
  행정국장 김인철: 기본적으로 마을계획과 주민자치회 사업이 다른 겁니다.
 
  이명희 위원: 벌써 몇 년이 지났으면 이제는 주민자치회 사업에다가 모든 것을 넘기고 서울혁신기획관에서 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은 그야말로 주민 스스로 자립하고 자발적으로 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나가야지, 계속적으로 주민자치회를 지원하면서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마을 사업에다가 투자를 하는 거예요.〉
 
 
  ‘박원순식 관치·대권용 생태계 구성’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재임 기간 ‘마을’을 강조하며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박원순 조직 만들기’라고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다. 사진=서울시
  ‘서울형 주민자치’는 민간위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박원순 서울시’의 관변단체 노릇을 해온 조직들이 이를 수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 성격과 내용이 기존 ‘마을공동체 사업’과 중복될 뿐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와 실무추진 체계를 감안했을 때 명목상 내세운 ‘주민자치’와 거리가 멀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던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 달리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각 구로부터 사업을 수탁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법인’에 고용된 주민자치사업단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 사업운영비보다 많은 금액이 주민자치사업단 인건비로 지출되는 ‘주객전도’ 상황도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은평구의 2021년 예산 편성 현황에 따르면 주민자치회 사업 운영비는 4억8100만원인데, 단장·단원·동 지원관 인건비와 주민자치사업단 사업 운영비는 총 5억3800만원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서울형 주민자치’는 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무엇을 위한 ‘주민자치’인지 정의하기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면, ‘서울형 주민자치’는 ‘주민자치’란 명목과 달리 ‘친(親)박원순 세력’을 ‘세포조직’식으로 서울 관내 곳곳에 뿌리박게 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이들의 ‘안정된 활동’을 보장하는 사업이라는 세간의 의심을 자초하는 측면이 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 역시 이와 비슷한 취지로 “박원순식 관치 및 대권용 생태계 구성”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하나의 먹을거리 ‘사회적 경제’도 대폭 손질
 
박원순 전 시장이 ‘마을’ 사업과 묶어서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 분야는 ‘사회적 경제’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시장은 ‘동별 주민세(균등분) 지원 및 마을기금 조성’도 없애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소득과 무관하게 주민에게 부과되는 ‘주민세 균등분’을 상기(上記)한 ‘주민자치회’의 재원으로 배분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지난 2월 작성한 ‘2021년 주민세(개인균등분) 징수분 환원 서울형 주민자치회 활동지원 사업 계획’에 따르면, 애초 서울시는 이 ‘주민세 균등분’을 통해 2021년에는 136개 동에 54억원, 2024년에는 서울 관내 425개 동 전체에 161억원(1개 동 평균 3800만원)을 지원하려고 했다.
 
  오 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가 추진한 ‘사회적 경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사실상 의문을 표했다. 그는 “협동조합형 아파트공동체 활성화, 공공자산의 사회적 경제 활용 활성화, 지역돌봄체계 안에서 사회적 경제 촉진·활성화 등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협동조합형 아파트공동체’는 2011년 11월 23일 박원순 당시 시장이 지시한 ‘수요자 중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시장방침 243호)’에 따라 추진된 사업이다. 첫 시범 사업은 2012년 10월, 강서구 가양동 1494-3번지(1261m2, 24가구 이내) 일대에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시유지’를 제공하고, 입주 희망자는 동일한 출자금을 모아 ‘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주택의 계획 수립·건축 설계부터 시설물 유지 보수와 운영·관리까지 직접 맡는 ‘임대주택’이다. 조합을 통해 어린이집, 방과 후 교실, 반찬가게 등 조합 성격에 맞는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해 비영리로 직접 관리·운영할 수 있다. 이는 박 전 시장이 극찬한 소위 ‘성미산 마을’(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소재)의 ‘공동생활’ 모델을 서울시에 확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사업이다.
 
  ‘공공자산의 사회적 경제 활용 활성화’는 혁신성장거점 사업지와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의 유휴시설을 ‘사회적 경제 활성화 공간’으로 조성하고, 그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시 관내에 해당 공간 6개소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서울시 곳곳에 이른바 ‘사회적 경제 조직’을 위한 창업·교육·컨설팅 공간이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그와 성격이 대동소이한 시설을 만드는 데 또 세금을 쓰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2018년 11월 28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역시 이와 같은 취지에서 “사회적 경제조직 활성화 공간지원 사업을 통해 이미 12개 자치구에 사회적 경제조직을 위한 별도의 창업과 교육·컨설팅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이런 공간과의 연계와 협업 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효성 논란’ ‘특혜 시비’ 끊이지 않던 태양광 사업도 폐지
 
박원순 전 시장은 ‘원전 하나 줄이기’ ‘태양의 도시, 서울’을 외치면서 태양광 발전 시설을 대폭 확대하려고 했다. 사진=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세금에 의존하는 ‘태양광 발전 시설 확산’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그는 ‘100만 가구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와 ‘공공 태양광 및 커뮤니티 발전소 확대’ 역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들은 박원순 전 시장이 2012년부터 ‘탈원전’을 외치며 추진한 이른바 ‘원전 하나 줄이기(서울시+민간 사업비 1조9000억원)’에서 비롯됐다. 박 전 시장은 “위험한 원전 대신 깨끗한 신재생 에너지로 에너지 체제를 바꾸기 위한 도전(2017년 6월)”이라며 탈원전에 4586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었다.
 
  또 박 전 시장은 2017년 11월, “태양의 도시, 서울”을 부르짖으며 2022년까지 서울시 관내 태양광 발전 시설 설비용량을 원전 1기분에 해당하는 1GW로 늘리겠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1조7000억원을 쓰겠다는 게 당시 서울시의 설명(2017년 11월 21일)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신축아파트 설치 의무화 ▲단독주택과 민간 건물에 대한 보조금 신설 등으로 서울시 전체 360만 가구 중 100만 가구에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해 목표 용량 1GW의 55%에 해당하는 551MW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시 전체 가구 중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한 곳은 3만 가구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면적의 1400배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을 서울시 전역에 깔아야 한다고 부연했었다.
 
 
  서울시도 태양광 발전 목표치 절반으로 줄여
 
  애초 에너지 생산 측면에서 기존 발전 시설의 보조적 수단에 불과한 태양광 발전을 확산하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숱하게 제기됐지만, ‘박원순 서울시’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는 긍정적이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정수용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지난 2월 25일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에 나와서 “해당 사업의 목표치를 1GW에서 500MW로 줄였다”고 밝혔다. 그는 “1GW를 2017년도에 설정할 때 어쨌든 여건 분석이나 의지나 여러 가지 가지고 설정했는데, 작년(2020년) 말까지 305MW였다”며 “그 목표를 지금 두고 가기에는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실적도 저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현정 시의원이 작년 11월 13일 서울에너지공사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의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실적은 ▲2018년 4만1704개 ▲2019년 3만1312개 ▲2020년(~9월) 1만3135개 등 총 11만8102개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오 시의원은 “많은 서울시민이 전기료 절감 효과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고 주택 미관 저해, 이사에 따른 이전설치문제 등의 애로 사항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니태양광 보급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 역시 지난해 10월 〈박원순 실정 백서-잃어버린 서울 10년〉에서 해당 사업에 대해 “서울시는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태양광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엉뚱한 곳에 패널을 설치하거나 그늘진 곳에 설치한 곳도 모자라 이 사업의 핵심인 에너지 효율을 확인하는 것조차도 엉터리로 계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 와중에 친여권 성향 협동조합 세 곳이 2014~2018년 당시 서울시 태양광 미니발전소 사업의 50%를 독차지해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들이 5년간(2014~2018. 6) 설치한 태양광 미니발전소 개수는 총 2만9789개로 전체 5만8758개의 50.7%였다. 설치 보조금으로 124억원을 받아 전체 보조금 248억원의 50.1%를 차지했다. 이 중 두 단체는 2019년에 ‘불법 하도급’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 밖에 오 시장은 서울에너지공사가 시민의 상담·문의를 담당할 태양광 콜센터와 권역별 지원센터 운영 등을 포함하는 ‘태양광 지원센터 원스톱 서비스’에 대해서도 ‘폐지’ 입장을 밝혔다.
 
 
  ‘시민 숙의 예산’ 폐지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임 시장이 입안 또는 추진한 정책 223개 중 149개를 손보고, 22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출처=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오세훈 시장은 ‘시민 참여’란 명목으로 자칭 ‘시민단체’ 인사들이 서울시정에 개입하는 각종 정책도 없애겠다고 밝혔다. 먼저 ‘시 예산 5% 시민 숙의 예산제 추진’에 대한 ‘폐지’ 의사를 표명했다. ‘시민 숙의 예산’은 박원순 전 시장이 2012년부터 ‘시민 참여 예산’이란 이름 아래 500억원 규모로 시작해 2021년 현재 ‘1조원’이 됐다.
 
  시민 숙의 예산은 ‘숙의형’과 ‘제안형’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숙의형은 기존 사업에 대한 집중 숙의·공론을 통해 예산을 설계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제안형은 신규 사업을 제안·심사·선정해 예산 편성을 건의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숙의형이 9300억원, 제안형이 700억원 편성된다.
 
  시민이 예산 편성 협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그 취지 자체는 일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하고 이해관계 여부가 불확실한, 정체불명의 ‘시민’들이 고정비용을 뺀 서울시 가용예산 4조원의 25%가 투입되는 정책 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행태는 상식에 들어맞는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민 숙의 예산(제안형)의 시민투표 참여자 수는 ▲2018년 11만9170명 ▲2019년 15만4975명 ▲2020년 10만245명으로 집계돼 ‘대표성’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는 도리어 주민들에 의해 선출돼 대표성을 가진 서울시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오 시장은 ‘행정-시민사회-지역사회 간 사회적 협약 체결’ 역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의 목적은 “행정-시민사회-지역사회 간 상호 신뢰기반 구축을 위한 사회적 협약 체결과 협약 주체들의 실질적 협력이 이행되도록 책임성을 강조하는 행동규약 정립”이다. 사업 내용은 ▲상호 신뢰와 수평적 관계에 기반을 둔 ‘서울형 민관협력제도 사회협약’ 모델 구축 ▲주요 민관협력제도를 중심으로 파트너십에 기반을 둔 서울형 민간협력을 위한 규범과 절차, 행정과 민간의 과제를 규정하는 행정-시민사회-지역사회의 다자간 사회 협약 ▲사회 협약에 주체별 권한과 책임을 구체화하고, 이행계획 수립 및 관리 ▲서울사회협약 민관기구 구성·운영 등이다.
 
  사업 분야는 비영리단체, 마을공동체, 사회적 경제, 자원봉사, 도시재생, 복지, 여성, 문화 등이다. 사업 면면을 고려하면, 이 역시 서울시민 세금으로 만들어주는 자칭 ‘시민단체’를 위한 일거리 만드는 작업을 제도화하는 ‘장치’란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제도화된 시민단체의 ‘시정 개입’ 차단
 
  오세훈 시장은 ▲‘시민 숙의 예산제’를 비롯해 ▲서울형 주민자치 ▲시민단체 지원과 협치 ▲마을공동체 사업 등을 담당하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위원회는 기존 혁신기획관의 업무를 일부 분리해 2019년 7월에 신설된 조직이다. 청년청, 혁신기획관과 함께 박 전 시장의 ‘철학’이 가장 많이 투영된 곳이며, 그의 명목상 ‘시민’을 앞세운 ‘역점사업’을 추진하는 부서다. 해당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사무기구는 서울민주주의담당관・시민숙의예산담당관・서울협치담당관・지역공동체담당관 등 4개 과, 16개 팀(70여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개방형 직위’이므로 자칭 ‘시민단체’ 활동 이력이 있는 자가 임용될 수밖에 없다. 위원 14명 중 서울시 국장급 공무원 3명이 당연직, 시의회와 구청장협의회의 추천 인사가 5명, 나머지 6명은 시민 대상 ‘공모’를 통해 위촉한다. 이들 위원이 ‘시민 숙의 예산’ 중 93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숙의형 사업’을 먼저 선정하는 역할을 한다.
 
  오 시장은 이른바 ‘시민사회 활성화’ ‘시민사회와의 협치’ ‘시민사회에 대한 각종 지원’ ‘서울특별시 NPO지원센터와 권역별 NPO지원센터 민간위탁과 운영비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공익증진을 위한 시민사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기본조례’에도 ‘반대 의사’를 보였다. 이미 유사 조직을 통해 비영리단체(NPO)를 지원하고 있고, 시민단체에 특혜적으로 제공하는 공간도 있고, 각종 지원과 공모를 통해 예산까지 주는 마당에 이들 지원을 전담하는 NPO지원센터를 서울시 곳곳에 만들고 시민단체에 그 운영을 맡긴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그 사업 내용의 ‘진의’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었다.
 
  “시민단체 점조직까지 시민 혈세로 지원하느냐?”란 비판이 쇄도했지만, ‘박원순 서울시’는 이를 강행했다. 그 결과, 또 ‘측근 챙겨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NPO지원센터 위탁운영 사업은 ‘박원순 시정’ 당시 전성기를 구가한 ‘사단법인 마을’이 2013년부터 맡아서 작년까지 그 대가로 139억원을 받았다. 이 단체는 또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위탁운영(2012~2020년)으로 360억원,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위탁운영(2016~2020년)으로 140억원의 예산을 받았다.
 
 
  예산만 드는 ‘박원순식 플랫폼’ 정리
 
2012년 6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소재 노들섬에서 모내기하며 춤추고 있다. 사진=서울시
  요약하면, ‘사단법인 마을’은 박 전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로부터 총 577억원 규모의 사업을 맡아 진행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상기한 ‘서울형 주민자치’와 관련해서 영등포구 마을자치센터 운영 사업을 수탁하기도 했다. 참고로, ‘사단법인 마을’은 박원순 시정 당시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장과 ‘협치자문관’을 지내고,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마포구청장 출마를 시도했던 유창복씨가 주도해 만든 단체다. 유씨는 박원순류(類) 인사들이 ‘낙원’으로 여기는 ‘성미산 마을 공동체’를 만든 ‘주역’이다.
 
  오세훈 시장은 ‘민관 협치’란 명목으로 ‘박원순 서울시’가 도입하려 했던 ▲노동사회위원회 ▲대중교통 이용자 위원회 등의 설치에 대해서도 ‘폐지’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과 같은 목적으로 운영 중인 서울시의 ‘민주주의 서울’도 폐지 대상이다. 연간 예산 12억원이 들어가는데도 실효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주관하는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조차 “시민들의 조회 수, 공감 수가 많지 않다”고 자인했을 정도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2020년 11월 16일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 당시 문답을 정리한 것이다.
 
  〈김경우 위원: 보통 시민들이 제안하고 그다음에 시민들이 100명 이상 공감하게 되면 토론장을 개최하는 거죠? 보통 30일간 50명 이상 하면 각 실국에서 과장들인가요, 부서에서 검토 지시하고 그리고 1000명 이상일 때는 시장님이 답변하는 형태로 되어 있죠?
 
  시민소통기획관 박진영: 네, 맞습니다.
 
  김경우 위원: 공론장 개최 횟수랑 주제, 참가 수 많은가요?
 
  시민소통기획관 박진영: 화제가 되는 안건이라든지 시민들의 조회 수, 공감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시장이 답변한 게 2건인가 정도로 적었던, 올해 공론화된 건 12건인데요 기대만큼 불이 붙진 않았습니다.
 
  김경우 위원: 그렇죠. 12억씩이나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 잘 모르고 계시는 것 같은데, 그런 돈을 투자해서 너무 적은 사람들 소통의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소통공간으로, 아까 소통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했는데 그중의 하나는 적게 참여해도 상관없어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거죠. 이왕 만들었으면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서 운영해주셔야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씀드렸습니다.
 
  시민소통기획관 박진영: 더욱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매년 140억원 들어간 ‘도시농업’에도 부정적
 
10년 만에 서울시정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은 ‘박원순’뿐 아니라 세금으로 육성된 ‘좌파 생태계’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시장은 ‘도시농업’ 관련 사업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세부 사업은 ▲분산형 물재생센터에 도시농업 시범단지 조성 ▲도시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텃밭플렉스’ 조성 ▲‘도시농업공동체100’ 신규 추진 ▲서울농부 등록제 마련 시행 ▲미래 도시농업 육성(친환경 양어·경작 시스템, 수직농장) 등이다.
 
  박원순 전 시장은 시장 취임 이후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오페라하우스 건립 구상’을 취소하고,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이라고 하던 ‘노들섬’을 ‘주말농장용 텃밭’으로 만들었다. 2012년 6월 2일 당시 박 시장은 이곳에서 모내기를 하면서 ‘도시농업 원년’을 선포하고 ‘도시농업 십계명’을 내놨다.
 
  이후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민생경제과(2012~2014년)와 농업기술센터가 각각 ‘도시농업 육성 지원’ ‘친환경 도시농업 육성’ 명목으로 지출한 세금은 136억원이다. 2015년부터는 도시농업을 전담하는 도시농업과가 신설됐다. 해당 부서 연간 예산과 농업기술센터 관련 예산을 합하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도시농업 육성 지원’에 들어간 세금은 총 706억원이다. 매년 141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도시농업’에 투입됐던 셈이다.
 
  이 밖에도 그 수장이 바뀐 ‘서울시’에는 전 시장의 ‘흔적’들이 많다. 박 전 시장은 ▲마을 ▲사회적 경제 ▲참여 ▲자치 ▲협치 ▲시민사회 ▲친환경이란 미명을 앞세워 대한민국 수도 서울, 세계 속의 서울이란 도시 위상과 맞지 않는 사업과 정책들에 천문학적 규모의 혈세를 썼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정점으로 한 소위 ‘좌파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의심도 샀다.
 
  시민단체에 대한 직접적 지원과 숱한 시설 운영 위탁을 통해 박 전 시장은 ‘친박원순 세력’을 서울 곳곳에 뿌리내리게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자칭 ‘시민단체’는 지난 10년 동안 ‘박원순 서울시’의 지원금에 의존하면서 그 세를 불려나갔다. 또 자신들을 정점으로 한 ‘하부 생태계’를 구성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돈줄’을 위협하는 오 시장을 향해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10년 만에 서울시정에 복귀한 오 시장은 애초 공언한 것처럼 이 사업들을 없앨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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