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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오세훈의 서울시장 도전 13일간의 기록

吳, “여론조사 믿지 마라. 1~2% 차이로 이길까 말까”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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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세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김종인과 안철수 간 거리
⊙ 개표상황실서 벌어진 송언석 의원의 당직자 폭행 빌미는 나경원 전 의원?
⊙ ‘이대남’(20대 남성), 자진해서 유세차에 올라 吳 지지 연설
⊙ “1년 하는 걸 보고 잘한다 싶으면 또 (뽑아달라)” 사실상 2022년 재출마 선언
⊙ 吳, 성동구에선 ‘성동구의 아들’, 강북구에선 ‘강북구의 아들’
⊙ ‘대진연’은 이번에도 吳 후보 낙선운동 벌여
지난 4월 8일 자정을 넘긴 시각, 오세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꽃다발을 건네 받았다. (왼쪽부터) 오 후보의 아내 송현옥씨, 오세훈 후보, 김종인 비대위원장.
  변호사 출신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16대 총선(2000년)에서 서울 강남을에 출마해 정치인이 됐다. 2006년에는 최연소(46세) 민선 서울시장에 오른다. 2010년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지만, 1년 뒤 이른바 ‘보편적 무상복지’에 반기(反旗)를 들고는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서울시장 사퇴 이후에는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대 총선(서울 종로·2016년)·당대표 경선(2019년)·21대 총선(2020년·서울 광진을)에서 줄줄이 낙선을 했다.
 
  야인(野人) 오세훈은 ‘무관(無冠)의 세월’을 거치며 대선(大選) 직행을 노리고 있고 공언도 했지만, 지난 1월 7일 이른바 ‘조건부 (서울시장) 출마론’을 꺼냈다. 내용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것. 오 시장은 그러지 않으면 “출마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열흘 뒤인 1월 17일, 그는 ‘조건부’를 떼고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 2022년 정권 교체의 소명을 이뤄내겠다”며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같은 당에서는 일찌감치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나 전 원내대표는 ‘대선급’ 캠프를 꾸려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오 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중 3~4위권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3월 4일, 중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오 후보가 나 후보를 이기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남은 것은 오-안 간의 후보 단일화였다. 우여곡절 끝에 오세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됐다.
 
  본선보다 치열했던 예선이 끝났다. 오 후보가 단일 후보로 확정된 다음 날, 안 대표는 국민의힘 당색(黨色)인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찾았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정권 교체의 교두보이고 디딤돌이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먼저 제안해서 신념 갖고 추진하고, 단일화 성사를 위해서는 어떤 불합리한 조건도 받아들이겠다고 한 제가, 지금 할 일은 오세훈 후보의 승리를 통해 야권 전체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오-안 후보 단일화는 안 후보가 “졌지만 원칙 있게 졌다”고 말하며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吳 선거운동 첫날 일정, 어머니 가게 자리 찾아
 
선거운동 첫날 첫 일정으로 지하철 방역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 제공
  3월 25일(1일 차) 0시를 기해 13일간의 4·7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오 후보는 첫 일정으로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교통공사 군자 차량사업소(2호선)를 방문했다. 사무실에 들러 3분가량 상황 설명을 듣고 운행을 마친 열차에 올라 방역복을 입고는 소독을 했다.
 
  약 10분 동안 열차 3량을 거치며 소독액을 뿌리고 수건으로 닦아냈다. 181cm 키를 이용해 구석구석 닦아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기자들은 오 후보가 “닦는 데에만 너무 열심”이라며 “기사로 내보낼 사진이 없다고 얼굴을 좀 보여달라”고 했다.
 
  오 후보는 소독을 함께 한 이들에게 “고생이 많다”며 인사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서울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찾아 대한민국 심장 서울이 다시 뛰는 계기가 될 선거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차량기지를 찾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첫 일정으로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편의점에서 1시간가량 야간 아르바이트 체험을 했다. 아르바이트생의 고충을 듣기 위해서다. 정작 박 후보는 체험을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 “점주들에게 무인 슈퍼를 건의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오 후보는 강북 지역 9개 구(區)를 찾았다. 오전 일정은 은평구(불광동)를 시작으로 서대문구(홍제동)-중구(남대문시장) 방문 순이었다. 남대문시장에는 국민의힘 유승민 공동선대위원장과 진수희·지상욱 전 의원이 동행했다. 남대문시장 중앙상가를 찾아간 오 후보는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수예품(手藝品) 상점 자리에도 들렀다.
 
  그는 어머니가 장사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어머니는) 시내버스 타고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으로 나가서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것을 내다 팔았다”고 했다.
 

  한 상인이 다가와 오 후보에게 인사하자 오 후보는 “저희 어머니 예전에 장사하시던 데인데 기억하시나요”라고 물었다.
 
  상인: 그렇죠. 어머니하고 제일 친했죠. 그래서 오셨다고 해서 얼른 뛰어왔죠. 어머니 건강하시죠?
 
  오: 요즘에 조금, 조금 치매가 오셔서….
 
  상인: 아이고. 너무 반갑습니다. 우리 어려운 것 잘 헤쳐나갑시다.
 
  오: 어머니 건강하십시오. 제가 이 장소 덕분에 컸습니다.
 
  상인: 열심히 하셨죠. 어머니 훌륭한 분입니다. 훌륭한 아들 뒀습니다.
 
  오 후보는 상호가 적힌 간판을 가리키며 “아직도 (가게 이름이) 중앙커텐이다. 그때 어머니 하셨던 게 중앙수예”라고 했다.
 
  오 후보의 어머니는 1938년생으로 84세다. 오 후보는 “비좁고 침침한 가게 모퉁이에 앉아 계신 어머님의 모습이 마음 아팠다”고 회상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주변의 상인분들이 (어머니를) 다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유승민 공동선대위원장이 오 후보 옆에서 주변 상인들을 살갑게 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남대문시장을 둘러본 뒤에는 시장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날 오후에는 오세훈 후보의 출정식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렸다. 기자들을 포함해 (사복)경찰과 당원, 시민 등이 뒤섞여 500명가량 모였다. 방역 당국은 유세 현장에 99명 이하로만 참석하도록 인원수를 제한했지만, 주먹구구식 K방역이 먹혀들 리 없었다.
 
 
  金-安의 불편한 만남
 
  이날 낮 12시40분에는 출정식 겸 시청역 ‘거점유세’가 열렸다. 오 후보가 도착하기 전에는 이름이 좀 알려진 정치인들이 5t 유세차량에 올라 연설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국민의힘 윤희숙·배현진 의원, 이준석 선거대책위원회 뉴미디어본부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이 단상에 올랐다. 오 후보의 부인 송현옥씨도 현장을 찾았지만,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고는 모습을 감췄다.
 
  오후 1시를 넘긴 시각, 김종인 위원장이 단상에 올라 ‘코로나19 백신’을 놓고 정부를 비판했다. 1시13분, 오 후보가 유세장에 등장했다. 안 대표도 차에서 내려 오 후보와 함께 유세차 단상에 올랐다.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은 ‘형식적인’ 인사만을 나눴다. 1시15분쯤 안 대표가 양복 상의에서 A4용지를 반으로 접은 원고를 꺼냈다. 이를 뒤에 서 있던 김종인 위원장이 훑어봤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연설을 시작한 지 30초가량 지나 단상 뒤편으로 내려왔다.
 
  김 위원장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안철수 대표가 정권 교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시23분, 오 후보가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주택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며 “집값이 올라 시민들이 쓸 돈이 줄어들었다. 박원순 시장 때문”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1시29분 유세차에서 내려왔다. 한 기자가 “김종인 위원장이 안 대표를 향해 ‘대선은 무리’라고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안 대표는 “지금은 선거가 먼저”라고 한 뒤 자신의 차량에 탔다.
 
  첫날 오후 일정은 동대문구(경동시장)-중랑구(상봉터미널)-노원구(문화의거리)-도봉구(창동역)-강북구(수유역) 순회였다. 지역별로 상징적인 장소를 찾았다. 비교적 좁은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총선과 달리 광역단체장 선거는 ‘물리적인 공간’이 넓기에 방문할 수 있는 곳도 제한된다. 이에 선거 캠프에서는 유동인구가 많고 상징성이 있는 주요 지점을 방문하는 식으로 유세 동선(動線)을 짠다. 머무는 시간은 짧으면 20분, 길어야 1시간이다.
 
  선거운동 이튿날(3월 26일), 오 후보는 강서구(증미역)-양천구(신정네거리)-구로구(가리봉동)-용산구(용문시장)-종로구(조계사)-중구(명동성당)-송파구(새마을시장)-강동구(굽은다리역)를 찾았다. 오전에는 구로구 가리봉시장을 찾고, 가리봉동 도시재생사업 현장을 들렀다.
 
 
  吳, “여론조사 믿지 마라”
 
  이날 오전 가리봉동 도시재생사업 현장을 살펴본 오 후보는 박영선 후보를 겨냥하며 “이 지역구에서 12년 동안 국회의원을 하며 전혀 주민들께 도움을 주지 못했다”면서 “이제 와서 서울시장이 돼 주택 문제를 풀겠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라고 했다.
 
  이날 오 후보는 김 위원장이 라디오 방송에서 ‘오 후보가 박 후보에게 5%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한 것에 대해 “그보다 더 적은 격차로 승부가 날 것이다. ‘(박 후보와) 지금 15%, 18% 차이 난다’는 여론조사를 전혀 믿지 않는다. 여론조사와 투표율은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기에 이기더라도 1~2% 차로 이길까 말까”라고 했다.
 
  오 후보는 지금의 지지율 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과거 경험 때문이다. 20대 총선(종로) 당시 오세훈 후보(45.8%)는 당시 정세균 후보(28.5%)에 17%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결과는 52.6% 대 39.7%, 정 후보의 승리였다.
 
  3월 26일(2일 차) 오후에는 조계사와 명동성당을 방문했다. 명동성당에선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했다. 이 두 곳은 서울시장에 출마한 이들이 꼭 들르는 코스이다. 서로 형식적인,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다. 후보는 사진을 찍고 덕담을 얻어오는 정도이다.
 
  이날은 문제의 ‘현수막’ 사건이 벌어진 날이다. 강서구에 내건 오세훈 후보의 현수막이 장애인 차별 논란을 불렀기 때문이다. 오 후보 측이 내건 현수막에는 “‘어울림 프라자’ 전면 재검토”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어울림 프라자는 전국 최초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문화·복지시설이다. 논란이 되자 해당 지역구의 김철근 당협위원장(강서 병)은 “재검토 현수막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해당 현수막은 중앙선대위와 협의 없이 지역의 판단으로 게첩했고, (문제 제기 후) 즉시 철거했다”고 밝혔다.
 
  선거철이면 현수막이 도로변에 내걸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지역구 민원에 답하고 공약을 홍보하는 차원으로 그 지역 사정에 맞는 문구를 넣은 현수막을 제작한다. 재건축 민원이 많은 지역에는 재건축 공약을, 교통이 불편한 곳에는 교통 개선 공약을 담은 현수막을 내건다. 주로 중앙선대위 차원에서 각 지역구별로 알맞은 문구를 만드는데, 지역 당협위원회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치켜세운 吳-安
 
남대문시장 방문을 방문한 오 후보가 상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저녁에는 강동구에 있는 굽은다리역으로 갔다. 이곳에 안철수 대표도 함께했다. 두 번째 오-안 합동유세였다. 오 후보는 “정말 대한민국 역사상 이런 아름다운 단일화 본 적 있습니까. 우리 안 대표님께 다시 한 번 큰 감사의 박수 보내드립시다”라고 했고, 안 대표는 “서울시민 여러분께 꼭 단일화 이뤄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그 약속 지키러 강동구에 왔다”면서 “저 안철수, 이번 선거 승리와 내년 정권 교체를 위해 단일화하고,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고 했다.
 
  3월 27일(3일 차)은 선거운동 기간 처음으로 맞이한 주말이었다. 광진구를 시작으로 성동구(서울숲)-성북구(북서울꿈의숲)-연세대-마포구(마포농수산물시장)-광진구(자양동)를 찾았다. 서울숲이 있는 성동구는 오 후보가 태어난 곳이다.
 
  “여러분 제가 바로 여기서 태어났다는 거 다 알고 계시나요? 성동구 성수동 12가65, 6번지. 여기서 아마 멀지 않은 곳일 거예요. 이곳에 오면 마음이 아주 편안해집니다.”
 
  선거에 출마한 이들은 자신이 유세하는 장소와 후보 자신을 어떻게든 연결해보려고 한다. 아내가 어릴 때 잠깐 자란 곳이라고까지 소개하며 어떻게든 엮어본다. 오 후보는 이후에도 각 지역을 돌며 그 지역과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소개했다.
 
  서울숲을 떠나 성북구와 강북구에 걸쳐 있는 북서울꿈의숲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북서울꿈의숲은 원래 ‘드림랜드’가 있던 곳이다. 오 시장은 지난 1월 17일 공식 출마선언을 북서울숲에서 했다. 북서울꿈의숲은 오 전 시장 재직 당시인 2009년 드림랜드 부지에 66만m2 규모로 조성된 공원이다.
 
  다음 일정은 연세대에서 서울권 대학의 학생 대표자들과의 간담회였다. 간담회에서 대학생들이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를 꺼내자 오 후보는 “대학에 가지 않은 이들도 생각해야 한다”며 “대학이 특권이 아니다. 청년에게 초점을 두겠다”고 했다.
 
 
  吳, “左·右派 정당의 철학 차이 알고 지지했으면”
 
2030 청년들과 유세차에 오른 오세훈 후보.
  오 후보는 청년들의 주거난 해결책을 소개하며 “이번 서울시장의 남은 임기가 1년인데, 1년이면 해결할 자신이 없지만 5년이면 자신이 있다. 1년 하는 걸 보고 잘한다 싶으면 또 (뽑아달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1년으로는 부족하니 4년을 더 하겠다며 2022년 서울시장 재출마를 선언한 셈이다.
 
  박영선 후보가 10만원씩 서울시민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공약을 낸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뭐가 표가 되는 줄 압니다. 저는 평생 그렇게 정치를 안 해왔어요. 우파 정당과 좌파 정당 간의 철학의 차이를 알고 청년들이 지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오세훈 후보가 연세대를 찾기 전, 건물 밖에서는 비닐 우의를 입은 한 대학생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오 후보가 서울시장이 돼선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이 학생이 신경이 쓰였다. 오 후보를 반대하는 이 대학생들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오 후보를 따라다녔다.
 
  다음 일정은 마포농수산물시장 방문이었다. 시장 상인회 관계자가 오 후보 도착 30분 전부터 대형 스피커를 손수레에 올려놓고는 오세훈을 연호했다. 오 후보가 도착하기 10여 분 전부터 마포농수산물시장 4번 출입구에는 마스크에 ‘오세훈’이라 쓴 상인 2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빗방울과 습기 때문에 마스크에 쓴 글씨가 번진 이들도 많았다.
 
  마이크를 든 상인은 “환호하는 정도에 따라 공약이 달라진다”고 했다. 마포농수산물시장은 냉난방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공간이었다.
 
  오 후보와 안 대표가 함께 입장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안 두 사람이 시장을 돌며 인사를 했다. 스피커 실은 카트도 뒤를 따랐다. 캠프 관계자는 스피커 소리에 후보의 목소리가 묻힌다며 자제해달라고 했다.
 
  오 후보는 딸기와 미역을 각각 1만원어치씩 샀다. 시장을 3분의 1쯤 돌아본 후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홍대 앞 상상마당이었다. 우산을 써야 했기에 이동이 불편했다. 3.5t 유세차 뒤편에는 검은색 세단이 한 대 있었다. 아내 송씨가 타고 있었다. 송씨는 유세장 분위기를 잠깐 살펴보고는 유세가 끝나기 전에 사라졌다. 박 후보 측에서는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던 참이었다.
 
  비를 맞으며 안 대표도 유세장에 나타났다. 오세훈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게 인상적이었다. 운동원들도 안 대표를 반갑게 맞았다.
 
  마이크를 잡은 이준석 본부장은 목이 쉰 상태였다. 그는 “유세 2일 차에 목이 나가버렸다”고 했다.
 
  다음 일정은 건국대학교 인근 백화점 앞 유세였다. 어디선가 핏대를 세우며 악에 받쳐 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세훈 후보를 뽑지 말자”고 주장하는 젊은이들이었다. 한명이 아니었다. 반경 500m에서 5명이나 목격했다. 집중하지 않으면 빗소리에 묻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경찰청은 후보 신변 보호 위해 경찰관 파견
 
  캠프 관계자들 다음으로 민감한 이들은 후보를 경호하는 ‘파견 경찰관들’이다.
 
  경찰청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각 당 대표와 서울시장 후보에게 각각 경호 경찰관 6명씩을 파견해 신변 보호를 했다. 경찰청 내규에 따라 ‘국무위원급’인 이들에게 경호를 제공하는데, 이번에는 경찰청에서 24명(4개조)이 나왔다고 한다. 국무위원급에 해당해야 하기에 부산시장 후보는 경호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후보와 13일간을 함께하면서 후보 경호는 물론 서울경찰청·관할 경찰서와 조율하며 현장 상황을 관리했다.
 
  일요일인 3월 28일(4일 차), 오전에는 광림교회를 찾아 예배했다. 이후 신사동 가로수길을 돌며 인사를 했다. 거리는 한산했지만,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오후에는 코엑스(강남구) 앞에서 집중유세가 열렸다. 이날 집중유세에는 안 대표는 물론 강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박진·유경준·태영호)들이 모두 참여했다. 눈에 띄는 이는 모자를 거꾸로 쓰고 랩과 춤을 추며 오 후보 지지 유세를 한 태 의원이었다. 이 모습을 김정은이 봤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태 의원은 선거 전날에는 이른바 ‘먹방’을 하기까지 했다.
 
  집중유세를 마치고 관악구와 금천구를 찾는 일정을 이어갔다.
 
  3월 29일(5일 차), 이날 오 후보는 외부 일정을 일절 갖지 않았다. 오전 라디오 인터뷰와 밤 10시40분에 토론회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박영선 후보는 이날 성북구(오전 10시)와 강북구(오후 6시)를 찾았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통상 TV토론이 예정된 날에는 외부 일정을 최소화한다. 그러고 나서 참모들과 함께 토론회를 준비한다.
 
  토론회를 준비하는 오 후보 대신 김종인 위원장이 현장 유세에 나섰다. 이날 김 위원장은 강북구(강북종합시장)와 성북구(성신여대입구역)를 돌며 오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했다.
 
  유세차는 세(1t·3.5t·5t) 종류가 있다. 1t 유세차는 지역구마다 준비돼 있다. 3.5t과 5t 차량은 각각 1대씩 있는데, 유동 인구가 많거나 당 지도부가 참석하는 ‘집중유세’ 때 사용한다.
 
  1t 유세차의 경우, 지면에서 단상까지는 약 1m 높이다. 간이 사다리를 밟고 난간을 오르내려야 한다. 단상에 오르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아슬아슬해 보였다. 그가 유세차에 오를 때면 양쪽에서 그의 양팔을 부축해가며 오르내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성북구 유세에선 이준석 본부장의 인기가 좋았다. 유세장에서의 인기는 오 후보, 안 대표, 이준석 본부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 김종인 위원장 순이었다.
 
  3월 30일(6일 차)에도 오후 10시에 TV토론회가 있었다. 이날 오 후보의 현장 일정은 오후 1시 영등포구(영등포역) 집중유세뿐이었다.
 
  3월 31일(7일 차)에는 오전 10시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를 시작으로 영등포구에서 일정을 이어나갔다. 오후 1시부터는 5분 단위로 단체(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서울시약사회·한국주민자치중앙회·충청향우회) 관계자들을 만나 정책 건의 전달식을 했다.
 
  이후 서울 지역 장애인단체 간담회, 한국노총 방문으로 이어졌다. 오 후보는 한국노총 자문 변호사를 지낸 적이 있다. 이날 한국노총 방문에는 임이자·김영식·김형동 의원 등이 동행했다. 나 전 원내대표의 지역인 동작구 방문을 끝으로 이날 일정은 마무리됐다.
 
  4월 1일(8일 차)에는 중랑구(서울의료원)-종로구(종로노인종합복지관)-중구-성북구(길음동)-노원구(경춘선숲길)-도봉구(쌍문동)-강북구(미아동)를 찾았다.
 
 
  吳 후보 낙선운동 벌인 이들은 ‘대진연’
 
  오 후보는 서울의료원을 찾아서는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의료진을 격려했다. 오 후보가 길음동에 도착할 때쯤 ‘오세훈 후보에게 표를 주지 말자’고 외치는 젊은이들이 나타났다. 경찰의 무전 소리를 듣고서야 이들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대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대진연은 김정은 연구모임을 만들고,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추진하기 위한 ‘백두칭송위원회’를 결성한 바 있다. 일부 회원은 2019년 주미(駐美)대사 관저에 난입한 죄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대진연은 ‘오세훈 낙선(落選) 실천단(오락단)’을 만들어 오 후보의 유세 장소마다 나타나 ‘낙선운동’을 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이들은 당시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오 후보의 선거운동을 방해했다. 이로 인해 대진연 회원 2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오락단’은 “오세훈 후보는 애들한테 밥 주는 걸 아까워하는 사람이니 시장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가 연설하기에 앞서 정태근 전 의원(성북을 당협위원장)은 오 후보와 성북구의 인연을 소개했다. 길음동 유세장은 성북구와 강북구의 경계 지점이었다.
 
  정 전 의원은 오 후보가 강북구 삼양동에서 초등학교를 보내고, 중학교 때는 (성북구) 종암동으로 이사를 왔고, 고등학교는 (성북구) 정릉4동에 있는 대일고등학교를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고려대(성북구 안암동)를 다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성북 사람, 강북 사람”이라고 했다.
 
  성북구 일정을 마치고 노원구로 이동했다. 기자들이 탄 버스에 김무성 전 대표가 노원구 유세장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춘선숲길 유세에는 김 위원장, 나 전 원내대표, 금태섭 전 의원, 한기호 의원, 20~30대 젊은 청년 발언자 등이 유세차에 올랐다.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은 아니지만, 국민의힘이 적힌 점퍼를 입고 등장했다.
 
  오 후보는 이곳에서도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고 했다.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지지율과 실제 표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이 10명을, 또 그 10명이 각각 10명씩 투표장에 데리고 가자며 ‘일당백’을 강조했다.
 
 
  김무성이 불러도 외면한 김종인
 
  이날 유세 현장에서 김무성 전 의원 등 전직 미래통합당 출신 의원들이 모습을 보였지만, 이들에 대한 소개는 따로 없었다. 유세가 모두 끝나고 김 위원장이 유세차에서 내려왔다. 김 전 의원은 유세차 앞에서 김 위원장이 빠져나가는 것을 기다리며 서 있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자 김 전 의원의 마스크 가운데 부분이 움직였다. 김 위원장을 부르는 것 같았다. 두 사람 간의 거리는 약 1.5m. 김 전 의원이 계속해서 불렀지만, 김 위원장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김 전 의원은 마포포럼 회원들과 함께 유세장을 찾았다. 강석호·백승주·홍지만·김학용 전 의원 등 20명이 동행했다고 한다.
 
  노원구 유세 현장 방문 목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전 의원은 “매주 목요일은 포럼 회원들이 모이는 날인데 한 번 찾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반응이 좋다, 인물(오세훈)이 좋다”고 했다.
 
  ‘안철수 대표를 시장 후보로 지원한 것’과 ‘김 위원장과의 갈등’에 대해 묻자 그는 “단일화를 위해 물밑에서 큰 노력을 했다”고만 답했다.
 
  다음 유세 현장인 도봉구(삼익아파트)에서도 오 후보의 인기는 좋았다. 차량에서 내려 유세장까지는 약 300m.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을 일일이 들어주느라 오 후보는 유세차에 오르는 데 20분 가까이 걸렸다. 도봉구 유세에도 김종인 위원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틀 뒤 치러질 사전투표를 언급하며 “오세훈 후보의 당선이 확정적”이라고 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인 미아동(강북구) 유세가 남았다. 이곳에도 대진연이 미리 나타나 ‘낙선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5명이었다. 유세차와의 거리는 약 10m. 오 후보를 경호하는 ‘파견 경찰관’은 관할서(강북경찰서)가 유세 방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다면서 강북서 경비과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경비과장도 “선관위가 해야 할 일이기에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가 선관위 관계자에게 항의하자 “(오 후보의) 연설을 방해할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오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대진연 학생들을 향해 욕을 했다. 싸움이 커질까 걱정이 된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지지자들을 만류하느라 고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 “1년 전과는 정반대”
 
선거 마지막 날 홍제천 유세에서 오세훈 후보 낙선 운동을 벌이는 대진연 회원들.
  오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 자신이 강북구 삼양동 판자촌에서 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양동의 아들, 강북구의 아들 오세훈”이라고 했다.
 
  이날 일정을 모두 마치고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지난 총선과 비교할 때 현장 분위기는 어떤 것 같으냐’고 물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총선)와는 정반대”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선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이 읍소를 했는데, 지금은 정반대로 민주당이 그렇게 하고 있다. 막판에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겠지만, 두 자릿수까지는 아니어도 무난하게 이길 것 같다”고 했다.
 
  오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눈길을 끈 것은 유세차에 오른 청년들의 연설이었다. 이는 이준석 본부장과 이재영 전 의원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240명이 지원했고, 70~80명이 실제 유세차에 올랐다. 필터링(사전 검열)은 없었다”고 했다.
 
  4월 2일(9일 차)에는 광화문(종로구)에서 출근 인사를 했다. 이어 한국교회총연합-동묘벼룩시장-마포구(상암 DMC)-서대문구(태고종 봉원사)-강서구(LG사이언스파크)-양천구(깨비시장)-구로구(신도림역)를 찾았다. 양천구 유세 현장에는 김종인 위원장, 서울시장을 놓고 경쟁한 안철수 대표, 나 전 원내대표, 금태섭 전 의원이 지원유세를 했다.
 
  4월 3일(10일 차)은 사전투표가 시작된 날이다. 오 후보는 당초 사전투표를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전투표 당일 비가 온다는 예보를 접하고 일정을 바꿔 광진구 자양3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부인 송현옥씨가 처음으로 언론에 등장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사전투표가 부정선거의 우려가 있다며 사전투표 대신 당일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 후보는 사전투표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당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를 마친 후 강남구(수서역)-서초구(고속버스터미널)-용산구(용산역)-구로구(고척스카이돔)-금천구-관악구(신대방역) 일정을 이어갔다. 김병준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원 유세를 펼쳤다.
 
  4월 4일(11일 차)은 송파구(교통회관)-서초구(세빛섬·사랑의교회)-광진구(아차산역·어린이대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세빛섬에서는 안 대표와 함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오후 3시를 넘겨서는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했다. 이곳에서 오 후보와 박 후보는 나란히 앉아 예배했다.
 
  예배를 마친 후에는 일정에 없던 어린이대공원 앞 ‘청년 마이크’ 현장을 찾았다. 청년들이 유세 차량에 올라 현 정부를 비판하는데, 이것이 주목을 받자 오 후보 측은 아예 청년들이 마음껏 발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를 위해 캠프에서는 유세 차량까지 청년들에게 내줬다.
 
  박 후보 측도 청년들이 발언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논란만 불렀다. 선거권이 없는 만 18세 학생이 연단에 올랐고, 평범한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민주당에서 활동하는 것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4월 5일(12일 차)에는 이번 선거 마지막 토론회인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양천구)를 시작으로 강서구-양천구-영등포구 일대 차량 순회 유세를 벌였다. 이후 동작구(장승배기역)-송파구(잠실주공 5단지)-강동구(천호역)를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4월 6일(13일 차)은 마지막 선거운동 일이다. 이날 밤 11시59분까지만 선거 유세를 할 수 있다. 자양사거리(광진구) 출근 인사를 시작으로 중랑구(면목동)-노원구(상계백병원)-강북구(수유사거리)-성북구(정릉시장)-종로구(통인시장)-은평구(불광천)-서대문구(홍제천·신촌역)-중구(남평화시장)를 방문했다.
 
  선거 마지막 날까지 오-안의 상대방 치켜세우기는 계속됐다. 오 후보는 정릉시장 유세에서 “이 자리엔 없지만 안철수 대표에게 박수 한번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4월 7일은 대한민국이 승리하고, 서울시민이 승리하는 날”이라고 했다. 하교하는 학생들도 신기한 듯 유세차량에서 마이크를 잡은 오 후보를 쳐다봤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을 맞아 대진연도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경찰들이 자신을 둘러싸도 아랑곳하지 않고 낙선운동을 벌였다.
 
  정릉시장을 거처 통인시장으로 향했다. 200m에 걸쳐 ㄱ자 형태로 늘어선 통인시장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청와대와 직선거리로 500m에 불과해 상징성이 있다.
 
  오 후보가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인들 사이에서는 “집 문제와 일자리 문제 때문에 젊은이들이 조금 (현 정부에) 돌아섰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통인시장에는 대진연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규모가 작은 유세 현장은 건너뛰는 모양이었다. 시장 상인들은 대체로 어느 후보가 오든 우호적이었다. 오 후보는 “오랜만에 왔죠?” “건강하시죠”라고 인사를 했다. 현장에는 일본 NHK 방송도 취재를 나왔다.
 
 
  “20대가 돌아선 것을 느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종로구청장에 출마했던 이숙연 전 종로구 부의장. 그는 유세차에 올라 오 후보 유세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지난 선거와 이번 선거의 분위기를 비교해달라고 하니 이 전 부의장은 “여론조사에서 20대가 돌아섰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는 걸 몸소 느낀다”고 했다.
 
  홍제천에는 대진연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 학생은 대본을 외우지 못했는지 스마트폰을 들고는 소리를 질러댔다. ‘일꾼’들이 어떻게 커나가는지 직접 눈으로 봤다. 아무리 마스크로 얼굴의 반쪽을 가렸다지만, 신념과 이념이 보통이 아니고서는 저렇게까지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진연도 ‘채증(採證)’은 피하려 했다. 자신들을 촬영하는 경찰·선관위 직원들을 향해 “촬영하지 말라”고 항의했다.
 
  오세훈 후보가 오를 유세차와의 거리는 30m. 오 후보가 도착할 시각이 다가오자 오 후보 측 관계자들은 경찰에게 “유세 방해를 왜 방치하느냐”고 했다. 경찰도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어 선관위 직원이 올 때까지 소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대진연은 자리를 옮길 것을 요구하는 서대문경찰서 관계자에게 “저쪽(오 후보 측)에서 위협하는 것일 뿐, 우리가 자리를 옮길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낙선운동을 할 수는 있으나 선거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복 입은 여경들이 대진연 소속 학생들을 막으려고 했으나 마땅치 않았다. 여경 기동대가 출동해 이들을 둘러쌌다. 오 후보 측이 계속 항의하자 물리력을 동원해 이들을 10m가량 이동시켰다. 4명의 대진연 학생을 밀어내는데 경찰 20명이 달라붙었다.
 
  ‘은평시니어클럽’이라 적힌 조끼를 입고 난간에 기대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어르신은 “엄마·아부지 욕 먹이지 말고 집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불발된 吳-安의 굴다리 산책
 
신촌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 참석한 오세훈 후보. 사진=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 제공
  선거운동의 대미(大尾)는 신촌역 ‘순회인사’ ‘화합·통합·미래 파이널 유세’였다. 순회인사는 연세대에서 신촌로터리로 향하는 굴다리 앞에서 파이널 유세 장소까지 오-안 두 사람이 함께하는 모습을 담으려는 연출이었다. 안 대표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국민의당 당색인 주황색 풍선을 든 안 대표 지지자들도 모인 상태였다. 하지만 오 후보 측에서 이 일정이 취소됨을 알렸다.
 
  캠프 관계자는 일정이 변경됐고, 변경 사유는 아직 통보받은 게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일부 기자들은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어디 있느냐며 항의했다.
 
  캠프의 한 인사가 “오 후보가 오후 8시에 파이널 유세에 오를 예정인데, 오후 6시20분부터 순회인사를 하면 인사를 다 마치고도 1시간가량을 무대 아래에서 기다려야 하니 일정을 취소한 것 같다”고 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은 마지막 유세에서 김종인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의 ‘극적’ 화해를 기대했다.
 
  하지만 파이널 유세에서 안철수 대표는 연설을 먼저 마친 뒤 무대를 내려갔고, 유승민 공동선대위원장, 나 전 원내대표, 김종인 위원장 순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2030청년들과 오 후보가 함께 무대에 올라 오-안-김이 서로 손을 잡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2030청년 2명이 차례로 발언한 뒤 오 후보가 연설했다.
 
  “20~30대 청년이 제게 지지 연설해주는 날이 오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무거운 책임감 안고 반드시 내일 당선돼 여러분께 보답하겠다.”
 
  파이널 유세를 마친 오 후보는 남평화시장으로 이동했다. 남평화시장은 밤 8시를 넘겨야 하루를 시작한다. 오 후보가 찾은 곳은 젊은 층이 입는 옷이 많았다. 상인들도 젊었다. 하지만 반응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2~3층 상가를 둘러본 후 오 후보는 상인 대표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인 대표자회 모임의 회장으로 보이는 이는 상인 대표자들 앞에 놓인 각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가리키며 “오 후보가 이런 걸 안 좋아하니 치우라”고 했다. 상인들은 동대문 상권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 후보는 이 자리에서 동대문을 아시아 패션디자인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오 후보는 상인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가 정책 선거가 되기 원했지만, 상대 후보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쉬웠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벌어진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네거티브는 불리한 쪽에서 하는 것”이라고 해왔다.
 
  밤 10시23분, 오 후보는 상인들의 환호 속에 검은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남평화시장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이쪽 찍다 저쪽 찍는 ‘중도’, 吳에 투표
 
4월 7일 오후 8시15분,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정진석 의원(왼쪽)과 김종인 비대위원장(오른쪽)이 오 후보(가운데)의 손을 잡았다.
  4월 7일(선거 당일), 영등포구 여의도에 거주하는 이들을 만나 이번 선거에 대해 물었다. A씨는 “1년 좀 넘게 남은 임기를 남겨놓고 800억원을 써가며 보궐선거를 하느냐. 부시장 체제로 가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B씨는 “아침에 우리 남편이 ‘선거는 덜 나쁜 사람 뽑는 거야’라고는 ‘오세훈을 찍으라’ 하고 집을 나갔다”고 했다. B씨도 오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C씨는 “현 정부가 너무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자신을 “이쪽 찍다 저쪽 찍었다 하는 중도”라고 소개한 D씨는 “자신이 찍은 사람이 될 것 같다”며 오 후보에게 투표한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E씨는 안철수 대표에 대해 “정치인은 낯이 두껍고 말도 바꾸고 해야 하는데, 너무 고지식하게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고 했다. 오 후보를 찍은 F씨는 “800억을 들여가며 굳이 선거를 했어야 했나”라면서도 “10% 차이로 오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고 했다.
 
  성북구에 거주하는 G씨는 “서울시장을 사퇴했다가 다시 출마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오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이 오 후보의 부정적인 내용만 보도하는 것 같다”면서 “언론이 너무 편향적인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거 개표상황실은 국민의힘 당사 3층에 마련됐다. 기자들과 카메라로 붐볐다. 반면 민주당 개표상황실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개표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오후 7시57분 오 후보가 3층에 도착했다. 1분 뒤 김종인 위원장도 입장했다. 오후 8시에는 이른바 송언석 의원의 당직자 폭언·폭행 사태의 단초가 된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도착했다.
 
 
  잔칫날 벌어진 비서실장의 당직자 폭행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기자로서 당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개표상황실 맨 앞줄 오른쪽 끝에는 송 의원의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나 전 원내대표가 상황실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나 전 원내대표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한 칸씩 옮겨 앉으며 송 실장의 자리가 사라졌다.
 
  송 실장은 개표상황실에 도착했을 때 선거에 기여한 것도 없는 사람들이 이른바 ‘상석(上席)’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고 한다. 또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를 지지했던 이들이 김종인 위원장 근처 ‘화면발’ 잘 받는 데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심기가 불편했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이 앉을 자리까지 사라져버린 것이다.
 
  화가 난 송 의원은 오후 8시1분 당사 후문 출입구로 향하는 곳으로 가, 한 당직자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항의했다. ‘왜 자리 배치를 이런 식으로 했냐’는 내용이다. 다른 당직자가 제지하자 반말과 욕설, 폭행이 시작됐다. 그는 라커룸 앞으로 당직자를 끌고 가서는 멱살을 잡고 정강이를 가격했다. ‘퍽, 퍽’ 소리가 났다. 욕설도 3~4회 반복했다.
 
  주변에서 만류했으나, 송 의원은 한 회의실로 들어가서는 해당 당직자에게 “너 이리 들어와”라고 했다. 당직자가 “왜 반말하십니까” 하자 송 의원은 “이리 들어오세요”라고 했다. 해당 당직자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자신이 맡은 업무를 보러 가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이 시각이 오후 8시4분경이다.
 
  송 의원은 폭행이 없었다고 하지만, 송 의원이 이른바 ‘조인트(정강이) 까기’는 CCTV 바로 앞에서 이뤄졌다.
 
  오후 8시15분, 방송 3사(KBS·MBC· SBS)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모두 환호했다. 김 위원장은 “민심이 폭발했다. 국민 상식이 승리했다”고 했다.
 
  오후 8시30분경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개표상황실을 떠났다. 유승민 선대위원장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는 “그간의 여론조사처럼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긴장을 놓지 않고 대선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 묻자 “좀 전에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보궐선거) 이후의 역할이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4월 8일 0시10분. 오세훈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졌다. 오 후보는 아내 송현옥씨와 함께 개표상황실을 찾았다. 송씨는 이번 선거에서 두 번째로 자신의 모습을 언론에 드러냈다. 곧이어 안철수 대표도 오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개표상황실을 찾았다.
 
  오 후보는 자신이 받은 꽃다발 중 하나를 안 대표에게 전했다. 안 대표의 표정이 밝았다. 곧이어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손을 맞잡는 장면이 나왔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을 수는 없었으나 안 대표는 웃으려 노력했고, 김 위원장은 무표정에 가까웠다.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김 위원장은 4월 8일 오전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4월 11일, 김 전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을 “야권의 승리”라고 말한 안 대표에 대해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나. 자기가 이번 승리를 가져왔다는 건가”라고 했다.
 
 
  김종인의 안철수 죽이기?
 
  김 위원장은 당을 떠났지만 비대위 체제는 계속되고 있다. 한 비대위원에게 김종인 전 위원장이 왜 이렇게 안철수 후보를 비판하는지 물었다.
 
  “안 대표를 정계 은퇴시키려고 밀어붙이시는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가 섞여 있을 텐데, 안 대표의 정치적 행보를 겪어본 사람으로서 안 대표의 정치적 역량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하지 않으니, (정권 교체를 가로막는) 화근의 씨앗으로 보고 애초에 잘라버리려는 것입니다. 김무성계가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를 지지한 것도 영향은 있습니다. 결국 미래 권력을 두고 벌이는 계파 싸움입니다.”
 
  그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다시 국민의힘으로 돌아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추대하는 형식으로 ‘교통정리’를 마친 후에는 돌아올 수 있겠지만, 추대에 이르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겁니다. 현재 당대표 출마 의사를 가진 이만 13명입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야권의 승리로 끝났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재편 등 미래 권력을 놓고 벌이는 내부 투쟁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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