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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2014년 발간한 책자에 실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동

“박근혜, 자발적으로 사퇴하지 않으면 거센 탄핵에 직면하게 될 것”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8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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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당 선전선동부 소속 평양출판사 발행 소책자, 《왜 모르는 척하는가》
⊙ “2014년 이후 국내외 유통, 親北세력 중 다수가 봤을 것… 이런 책이 돌고 있다는 첩보 있었다”
⊙ “北, 2014년 3월 드레스덴 선언 이후 ‘박근혜가 북한 체제 붕괴시키려 한다’고 믿어”(고위 탈북자)
2017년 3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모이자! 광화문으로! 촛불 승리를 위한 20차 범국민행동의 날’에서 참가자들이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조선DB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2016년 12월 9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헌재에 접수한 지 92일 만의 결정이다.
 
  그 후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종북 좌파들과 북한이 주도한 기획된 탄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020년 10월 발간된 《기획된 탄핵 조작된 민심 : 누가 박근혜 탄핵을 기획했나?》(김관모・정치이야기)은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다. 한때 ‘좌파’였던 언론사 기자 출신 저자는 북한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북한이 개입했는지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최근에도 제기되고 있다. 《월간조선》은 최근, 북한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적극적으로 선동하기 위해 만든 책을 단독 입수했다. 제목은 《왜 모르는 척하는가》. 북한 평양출판사가 발간한 40장 분량 소책자다. 이 책은 탄핵 여론이 조성되기 2년 전인 2014년에 출판됐다.
 
  평양출판사는 북한의 대표적인 출판사다.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소속으로 김씨 일가의 찬양 출판물, 대남 선전 출판물, 해외 선전선동 출판물 등을 만드는 한편 위조지폐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北, 박근혜 ‘모르는 척하는 병’
  아버지와 같은 정신적 질병

 
  내용을 살펴보자. 책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합세한 국가정보원의 부정선거 개입사건이 폭로됐지만 진상규명은커녕 오히려 국정원의 허위적 범죄행위를 모른 척하면서 두둔하기 여념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를 곤충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모르는 척하는 병’의 근원은 아버지의 불행한 역사에 대한 죄의식이라고 했다. 해당 부분이다.
 
  “곤충 중에는 갑자기 위험에 처했을 때 죽은 흉내를 하여 모르는 척하는 곤충들이 있다고 한다. 모르는 척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동물적 반응인 동시에 비인격적인, 유치하고 야만적인 사람들의 본능적인 심리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략) 이와 마찬가지로 박근혜의 ‘모르는 척하는 병’은 근원적으로 아버지 박정희의 불행한 역사와 허위적 사회악이 뒤따라 반복하고 있는 죄의식에서부터 오는 필연적인 정신적 질병이다.”
 
  북한은 박 전 대통령이 국가의 지도자로서도 한국의 여성으로서도 전혀 자질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대통령’은 국가의 지도자로서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국가를 위해 종사하는 일군이여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는 아버지로부터 유산으로 이어받은 ‘정권’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통치력에 대한 기본적 자질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고집불통으로 인하여 국민을 억압하는 대결적인 패러다임이 있을 뿐이다.”
 
  “박근혜는 평생 자기 가정을 위하여 경제적인 문제에 봉착하여 고통을 당한 경험이 전혀 없는 여자이다. 박근혜는 바로 그러한 여자이다. 아이를 출산하여 가정에서 어머니로서의 살림살이를 하면서 경제난의 경험도 없는 여자이다. 박근혜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일 뿐이고 삶의 현장을 대표하는 ‘한국’ 여성적인 자질이 전혀 없는 여자이다.”
 
 
  “박근혜 가짜 대통령 결국 거센 탄핵에 직면하게 될 것”
 
  이 책에는 박 전 대통령이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하늘을 못 본 척하는 어린아이처럼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한국의 정치적 하늘에서 망국의 역풍이 거세게 불어 닥치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헌법과 법질서를 통째로 위반했기 때문에 가짜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박근혜가 자발적으로 사퇴하지 않으면 국민의 불복종운동으로 인하여 결국 거센 ‘탄핵’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모르는 척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는 수없이 많은 민생을 위한 공약들을 풍선처럼 떠올렸다.”
 
  북한은 또 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들이 모두 날아가고 오히려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중은 생사를 결단하는 투지로 가득 차 있다. 박근혜는 민중의 분노와 투지의 폭발로 인하여 반드시 위기에 당면할 것이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고위 탈북민은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선동 방법이다. 해당 내용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헌법과 법질서를 위반했기에 탄핵을 시켜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그는 또 “이 책을 보면 대중을 위해 쓴 것처럼 보이지만 남한에 있는 종북세력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한 내용이다”며 “북한은 이 책뿐만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서 탄핵에 대한 선전·선동과 남한에 있는 간첩들에게 은밀한 지시를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평양출판사에서 2014년에 펴낸 이 책이 당시 국내외에서 친북세력들을 대상으로 은밀히 유통되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2014년 이후 이 책이 국내외에 유통되어 친북세력 중 다수의 인물이 해당 내용을 봤을 것”이라며 “당시 첩보를 통해 이런 책이 돌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당시엔 북한의 거짓 선동으로 취급하고 넘어갔다”고 했다.
 
  북한은 책에서 박 전 대통령이 미국중앙정보국(CIA)과 미국방첩대(CIC)가 70년 가까이 한국 정치에 개입하는 사실도 모르는 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서 어떤 정치적 사건에 개입했는지를 나열했다. 해당 부분이다.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미국은 단 하루도 한국 문제에서 손을 떼고 무관심하게 지낸 날이 전혀 없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냉전시대가 시작되면서 한국의 정치는 미국의 지배를 받아야만 했다. 한국은 오직 미국의 이익만을 위해 말을 하고 행동을 해야만 했다. 이와 같은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미국 70년간 한국 정치에서 손을 뗀 적이 없어”
 
  북한은 ‘1949년 6월 안두희가 CIC의 지시를 받고 김구 선생을 암살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미국은 이를 1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묵인했다,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것도 미국이 시켰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미국이 한국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미국이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을 장악하여 자신들의 마음대로 한국의 정치를 배후에서 조종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정권을 유지하려면 CIA가 필요하지예”라고 말했다는 주장까지 제시했다.
 

  2016년 한국에 온 한 고위 탈북자의 말이다.
 
  “북한이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이 남한을 점령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못 하겠느냐. 이는 남한과 해외에 있는 종북주의자들을 세뇌시키기 위한 선전·선동이다.”
 
  책에는 또 “미국은 한국 정치에 개입하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군사적 침략, 경제적 매수, 사상과 문화의 친미적 세뇌공작, 그리고 반공 이데올로기와 종교를 연결시키는 위헌 등으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근 70년간 한국을 침략하고 지배했다”며 “박근혜는 이와 같은 역사적 자료들을 절대로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드레스덴 선언’ 이후 北 탄핵 선동 시작
 
2017년 3월 10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발표문을 읽고 있다. 이 소장 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主文〔결론〕을 선고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1분이었다. 사진=조선DB
  2014년 3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제목으로 대북 원칙을 발표했다. 평화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를 구축하고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며 ▲남북 주민 간 동질성을 회복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물론 이런 지원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였다. 박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로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을 포기하여 진정 북한 주민들의 삶을 돌보기 바란다”며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이에 상응하여 북한에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우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필요하다면 주변국 등과 함께 동북아개발은행을 만들어 북한의 경제개발과 주변 지역의 경제개발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통일 의지를 북한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것이라면서 반발했다.
 
  한 고위 탈북자는 “당시 북한 정권은 박 전 대통령이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 한다고 믿고 있었다”며 “특히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정권을 잡고 얼마 되지 않아 남한에서 박 전 대통령이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니 북한으로서는 엄청난 위협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해당 책자를 발간한 것도 2014년 5월이다. 박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이후 북한은 남한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탄핵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6년에 한국에 온 고위 탈북자는 “당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북한 대남부서들에서는 남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여러 채널을 가동했다”면서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비핵화 대화라는 대북정책을 확인한 뒤부터 이를 포기했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책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
 
  “박근혜가 최근 미국을 비롯해 유럽의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서 가는 곳마다 발언한 모든 이야기는 오직 동족인 북조선을 비방하고 헐뜯고 분렬을 정당화하는 발언만 반복하고 있다.”
 
 
  “박근혜, 美 도움으로 불법적으로 당선”
 
  북한은 박 전 대통령이 미국의 도움을 받아 불법적으로 ‘정권’을 탈취하여 대통령이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이 친북과 통일지향 정책을 주장하여 좌경화의 위험이 10년간 있었던 경험을 했다’는 대목에 이어 미국은 이러한 친북 성향의 정권을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책은 박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미국으로 달려가 ‘작전권환수’를 재연장하며 미국을 안심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이 언제까지 박근혜 정권을 지원해줄지 아무런 보장이 없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허망한 망상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실려 있다.
 
  “박근혜는 중국에 대하여 허망된 망상을 버려야 한다. 중국과 북조선의 혈맹적 유대는 미국이 제아무리 막강한 힘으로 방해해도 한 치의 균열도 만들 수 없다. 중국과 북조선의 혈맹적인 유대관계는 만리장성보다 더 견고하다.”
 
  북한은 책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정보원의 대선 개입사건이 명백히 드러났듯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정치 개입의 근 70년 역사도 명백히 드러났다. 박근혜는 최악의 불행한 운명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오직 하루속히 어떤 방법으로든 상관없이 평화적으로 청와대에서 하야함으로써만 청와대에서 발생한 불행스러운 ‘박씨 가정’의 비극적인 운명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한 고위 탈북자는 책을 읽고 이렇게 분석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북한이 선동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북한이 남한에 있는 종북 좌파들과 고정간첩들을 동원해 탄핵을 선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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