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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의 여의도 포커스

헌정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대권行, 초조한 與

“與, 23년 전 위헌판결 받은 법안(검찰총장 출마제한법) 다시 내놓을 정도로 윤석열 두려운 듯”(전직 검찰총장)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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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검찰총장 출신 국회의원은 단 2명, 대권 도전은 처음
⊙ 1997년 憲裁 “검찰총장 퇴임 후 출마를 제한하는 법은 위헌” 판결
⊙ 대선 1년 전 윤석열 사퇴로 ‘닭 쫓던 개’ 된 與圈(열린민주당 최강욱)의 검찰총장 출마제한법
⊙ 與, 윤석열에 “권력욕에 취해 검찰총장의 직위 이용한 최악의 총장” 맹비난하는 이유
⊙ 여당의 내로남불?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최기상·이수진 등 법복 벗자마자 여당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이 직접 정치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검사 출신 국회의원은 수도 없이 많지만 검찰총장 퇴임 후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은 김기춘(22대 검찰총장, 15~18대 의원), 김도언(26대 검찰총장, 15대 의원) 두 명이 전부다. 이들을 제외하면 전직 검찰총장이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등 선거에 출마한 사례는 없었고, 대통령에 도전한 사례는 더더욱 없었다. 정치권을 ‘기웃댄’ 사례가 없었다는 의미다.
 
  그나마 김기춘-김도언 두 사람의 경우는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총재던 김영삼 대통령이 총선 승리를 위해 고향(부산) 후배인 두 사람의 등을 떠밀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김도언 전 총장이 퇴임 후 바로 정당에 입당해 거세게 비판받은 이후 역대 검찰총장들은 ‘퇴임 후 선거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묵계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장 개인적으로도 검찰의 수장까지 지낸 인물이 60세 전후의 나이에 굳이 선거를 치르며 초선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할 이유도 없었다.
 

  특히 검찰총장이 퇴임 후 정치를 한다는 데 대해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퇴임 후의 정치적 행보를 고민하며 총장직을 수행할 경우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검찰총장이 퇴임 후 1~2년 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법안이 1996년과 2020년 두 차례 국회에서 발의됐다. 1996년에는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검찰 간부들이 “헌법상 직업선택권의 자유와 참정권을 제한한다”며 위헌 소송을 내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20년 발의된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내용이 사실상 ‘윤석열 출마금지법’으로 불리는 만큼 윤 전 총장 사퇴 후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현재 선거법과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는 선거 90일 전에만 사퇴하면 출마가 가능하다.
 
 
  3월 4일에 사퇴한 이유
 
  윤석열 전 총장이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다면 헌정사상 최초로 대권에 도전하는 검찰총장이 된다. 김도언 전 의원에 이어 검찰총장 퇴임 후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두 번째 사례다.
 
  윤 전 총장이 스스로 정치의 길을 선택했다는 근거는 그의 사퇴 날짜에 있다. 윤 전 총장이 사퇴한 3월 4일이라는 날짜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검찰청법일부개정안, 이른바 ‘검찰총장 출마제한법’을 윤 전 총장이 계산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등 여권 의원 13인(열린민주당 2명, 더불어민주당 11명)이 2020년 12월 10일 발의한 이 법안은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가 현직에서 사퇴한 후 1년간은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다분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겨냥한 법안이다. 판사 출신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누가 봐도 윤석열 저격법이며 표적법”이라며 “국무총리나 장관, 지자체장은 예산을 쓰면서 자기 홍보를 해도 괜찮고 검사만 1년 전 사퇴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이 법안이 내년 대선 전 통과된다면 소급적용이 가능하고, 현재 국회의 여야 구도상 여권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윤 전 총장이 오는 7월까지인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2022년 대통령 선거는 3월 9일 수요일로 예정돼 있고 ‘안전한 사퇴 시한’인 3월 8일은 월요일이다. 윤 전 총장은 그 전 주 평일(목요일)인 4일, 주말 전 관심을 충분히 모을 수 있는 절묘한 시점에 사퇴했다. 법안을 발의한 여권 의원들은 ‘닭 쫓던 개’가 됐다.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지만 원래 목적이 사실상 ‘윤석열 출마금지법’이었던 만큼 검토되지 않고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위헌판결 받은 법 다시 발의한 與
 
  야당 한 현직 의원은 “과거 위헌판결을 받은 검찰총장 즉시 출마 금지법을 여권이 다시 들고나왔다는 것은 그들이 윤석열을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견제하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이미 위헌판결을 받은 사안인데 현재 여당의 수적 우위를 이용해 충분히 통과시킬 수 있다고 판단, 다시 발의한 점은 여당이 얼마나 교만한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최강욱 의원은 군법무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문재인 정권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군소정당 소속인 최 의원이 여당의 ‘윤석열 저격’을 위해 총대를 멨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법안 발의에 동참한 의원들은 거의 친문계 의원들이다.
 
  검찰총장 퇴임 후 즉시 출마를 금지하는 법은 지난 1996년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해 4월 총선에서 김도언 전 검찰총장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당시 여야는 ‘검찰총장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퇴임 후 2년간 공직에 임명되거나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없다(검찰청법 12조 4, 5항)’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은 즉시 검찰의 반발에 직면한다. 당시 김기수 검찰총장과 고등검사장 7명(김종구·최명선·최영광·심상명·이원성·주광일·김상수)이 함께 “해당 법안은 검찰총장의 헌법상 직업선택권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참정권을 제한한다”며 헌법 소원을 냈다. 당시 헌법 소원을 제기한 김기수 전 검찰총장은 “검찰총장과 임명자격, 신분보장 등에서 유사하고 직무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다른 사법 관련 공직자(대법원, 헌법재판소, 감사원)와 달리 검찰총장만이 제한을 받는 것은 불합리한 자의적인 차별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헌법 소원을 낸 이유를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 법에 대해 1997년 7월 “과거의 특정 신분을 이유로 한 개별적 기본권 제한이며 차별이고, 차별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8대 1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현재의 신분으로 인해 정당 당원이 될 자격이 제한될 수는 있지만, 과거의 특정 신분을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는 것이 판결문의 요지다. 다만 조승형 재판관만이 “검찰총장 퇴임 후 1년 내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이 퇴임 후의 더 나은 공직이나 정당에의 유혹을 배제하게 하고, 소신을 가질 수 있게 한다”며 해당 법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은 검사 출신으로 13대 평민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법복 벗고 민주당으로 직행한 의원들
 
  윤 전 총장의 사퇴 이후 여권은 윤 전 총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검찰개혁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해줘서 고맙다”고 비꼬기도 했다.
 
  여당이 전직 검찰총장의 중도사퇴 및 정치 참여에 대해 거센 비판을 쏟아내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극에 달했다는 당 안팎의 지적도 나온다. 최강욱 의원은 작년 4월 21대 총선에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면서 선거 30일 전인 3월 16일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직을 사퇴했다. 비례대표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사퇴 마감일(선거 30일 전)에 정확하게 맞춘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직 국회의원 중 법복(法服)을 벗은 지 1년 미만인 상태에서 정당에 입당해 정치 활동에 나선 정치인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탄희 의원은 판사직 퇴임 후 11개월 만에, 최기상 의원과 이수진 의원은 판사 퇴임 후 한 달 만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한편 여당을 제외하면 전직 검찰총장의 정치 참여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최근 ‘검찰총장 출마제한법’과 관련, 대법원은 야당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특정 공직 분야 종사자에 입후보를 제한하는 요건은 차별의 소지가 있고, 검찰청법 같은 개별법에 입후보 자격을 규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실 보고서도 “다른 국가공무원에 비해 검사에 대해 특별히 엄격한 제한을 가질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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