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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문재인 정권의 ‘대북전단 금지법’이 ‘惡法’인 이유

“북한정권 범죄행위 고무해 향후 국민 생명과 안전에 더 큰 위해 초래할 수도”(국가인권위, 2015년)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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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전단이 아닌 북한 주민에게 독재정권 실상 알리는 행위 자체를 금지한 셈
⊙ 송영길이 대표발의… 이낙연·이인영·전해철·윤건영 등 11명이 공동발의
⊙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등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배 가능성
⊙ “정부 할 일은 국민 활동 통제 아닌 국민 생명·자유 보호”
⊙ 북한은 현재 외부 사상·문화 유입에 따른 내부 붕괴 걱정… 작년엔 ‘반동사상문화 배격법’ 채택
⊙ 사실상 유일한 ‘비대칭전력’인 대북 확성기 방송조차 ‘금지’한 문재인 정권
사진=월간조선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무제한 반대 토론(필리버스터)을 강제로 종료한 뒤 ‘찬성 187명’으로 대북전단금지법을 가결했다. 국회 통과 후 개정안은 정부로 이송 돼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같은 해 12월 29일 공포됐다. 법 시행 시점은 공포 후 3개월이 지나는 오는 3월부터다.
 
  해당 법률의 요지는 “상호 비방 중상하지 않기로 한 남북 합의에도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반복하며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행위,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행위 및 전단 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지사항을 위반한 자는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해당 법률에 대해서는 ‘대북 정보 유입을 통한 북한 인권 증진’을 원천봉쇄하고,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발의 직후부터 제기됐지만, 국내 여론의 관심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해당 법률의 국회 통과 이후 미국 의회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제한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관련 청문회 개최를 시도하고, 유럽 각국 정부와 인권단체들이 반대 입장과 함께 재고 요청을 해오면서 뒤늦게 국내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 대다수는 해당 법률의 개정 내용과 그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이에 《월간조선》은 태영호(太永浩)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북한 내 표현의 자유 실태〉란 정책보고서, 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를 바탕으로 해당 법률의 ‘악법 요소’를 분석했다.
 
 
  김여정, “광대놀음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
 
김여정은 2020년 6월 4일,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서 “남조선 당국은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한 뒤 “무슨 변명이나 늘어놓으며 이대로 그냥 간다면 그 대가를 남조선 당국이 혹독하게 치르는 수밖에 없다”고 협박했다. 사진=뉴시스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국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문제 삼으며 억지를 부린 일에서 사실상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김여정은 지난해 6월 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을 통해 “‘탈북자’라는 것들이 전연 일대에 기어나와 수십만 장의 반공화국 삐라를 우리 측 지역으로 날려보내는 망나니짓을 벌려놓은 데 대한 보도를 봤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구차하게 변명할 생각에 앞서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말해두지만, 또 무슨 변명이나 늘어놓으며 이대로 그냥 간다면 그 대가를 남조선 당국이 혹독하게 치르는 수밖에 없다”며 “기대가 절망으로, 희망이 물거품으로 바뀌는 세상을 한두 번만 보지 않았을 터이니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은 송영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이낙연, 이인영, 전해철, 윤건영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1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사진=뉴시스
  이후 문재인 정권은 대북전단금지법을 마련하는 데 착수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정부 입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북전단 등’의 금지와 처벌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동 발의자는 김경협, 김영주, 김영호, 김홍걸, 안민석, 윤건영, 이낙연, 이상민, 이인영, 이재정, 전해철 등 11인이다. 해당 내용이 반영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지난 연말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간에서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단순하게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막기 위한 규제라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실상과 다르다. 세부적인 내용에 따르면 사실상 정부의 ‘사전검열’을 통해 허가받지 않은 민간 차원의 북한인권 증진과 정보 유입 활동은 모두 ‘불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오는 3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개정 내용부터 살펴보자.
 
 
  북한 주민에게 ‘독재정권 실상’ 알리는 ‘메시지’ 차단 목적인가?
 
  해당 법률의 제4조 5호는 “‘전단 등’이라 함은 전단, 물품(광고선전물·인쇄물·보조기억장치 등을 포함),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제4조 6호는 “‘살포’라 함은 선전, 증여 등을 목적으로 전단 등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 또는 제20조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 등의 이동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시키는 행위를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24조와 제25조는 각각 금지 행위를 규정하고, 처벌 내용을 밝혔다. 다음은 해당 조항의 내용이다.
 
  〈제24조(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
  1.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2.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3. 전단 등 살포
 
  ② 통일부 장관은 제1항 각 호에서 금지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협조하여야 한다.
 
  제25조(벌칙)
 
  ① 제24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23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남북합의서(제24조 제1항 각 호의 금지행위가 규정된 것에 한정한다)의 효력이 정지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해당 개정 내용에 따르면 기존에 논란이 됐던 대북전단뿐 아니라 북한 독재정권의 실상을 북한 주민에게 알리려는 목적의 정보 전달 매체가 ‘전단 등’에 해당할 수 있다. ‘살포’의 범위 역시 군사분계선 일대가 아니라 국내는 물론 제3국까지 해당된다. 종합하면 해당 법률에 따라 이제 우리 국민은 그 누구든지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주민에게 북한 독재정권 비판성 정보를 전달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즉 대북전단금지법은 대북전단이라는 정보 전달 수단 또는 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메시지’를 ‘사전검열’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셈이다.
 
 
  6년 전에 고사총 한 번 쏜 걸로 ‘명백한 위험’이라고 할 수 있나?
 
  앞서 살핀 ‘대북전단금지법’ 내용은 우리 헌법이 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들어맞는다고 보기 쉽지 않다. 과잉금지의 원칙의 기준은 크게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으로 네 가지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판시 내용이다.
 
  “과잉 입법 금지의 원칙이라 함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입법의 목적이 헌법 및 법률의 체제상 그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하고(목적의 정당성), 그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그 방법이 효과적이고 적절하여야 하며(방법의 적정성), 입법권자가 선택한 기본권 제한의 조치가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하여 설사 적절하다 할지라도 보다 완화된 형태나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기본권의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하여야 하며(피해의 최소성), 그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 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커야 한다(법익의 균형성)는 법치국가의 원리에서 당연히 파생되는 헌법상의 기본원리의 하나인 비례의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전문을 통해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라”고 주문한다. 또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산하고,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면서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정책을 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국가 최고 규범인 ‘헌법’이 대북 정책의 방향에 대해 이 같이 명시하고 있는데도,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 취득 수단인 ‘대북전단 등’을 금지하는 조치와 처벌 내용을 담은 법률은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또 우리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1항)”고 규정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2항)”면서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통제를 금하고 있다. 단, 제37조 2항을 통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그 ‘예외’를 인정하면서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과잉금지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아닐 경우에는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남북 합의 근거로 국민 기본권 제한할 수 없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0년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골자로 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가결되자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권은 ‘남북 당국 간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 금지 합의 준수’라는 명목으로 대북전단금지법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김여정의 협박 이후 ‘문재인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합의에 맞지 않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부는 앞으로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2020년 6월 12일)”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정부 조치와 관련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5년 2월 17일에 이미 “남북한의 합의 사항은 ‘당국 간 상호 비방 금지’이므로 이를 근거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다음은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이다.
 
  “자국민의 적법한 표현 행위에 대한 북한의 부당한 협박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하지 않고, 남북 당국 간 상호 비방·중상 중지 합의는 개인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한편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제3국이나 외부 세력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하여 국민의 적법한 활동을 통제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하면 총격을 가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 정부가 할 일은 그러한 외부 세력의 행위를 억지하거나 응징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 시민의 적법한 권리행사를 제지하는 것은 북한의 협박을 수용하는 결과가 되어 주권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북한정권의 범죄행위를 고무하여 향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더 큰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권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신체 및 주거 안전 도모”를 내세워 ‘대북전단금지법’의 입법·시행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통일부는 “이번 개정안은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전단 등을 살포하여 우리 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야기하는 행위를 규제하려는 것(2020년 12월 15일)”이라면서 국민 생명권을 위협하는 주체를 북한이 아니라 대북전단 관련 단체로 규정하는 듯한 주장을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북 전단 살포 행위 자체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직접적으로 가하는 위험한 행위가 아니다. 우리 국민 생명권을 위협하는 주체는 바로 대북전단에 광적인 반응을 보이며 대남 협박을 자행하는 북한 독재정권이다. 북한의 도발 의지를 분쇄하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보호하는 게 ‘상식’인데 현 정권은 대북전단 살포를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규정하며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위험이 있는 법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현 정권의 ‘진의’와 무관하게 대북전단금지법은 결과적으로 북한 독재정권의 ‘입맛’에 따라 우리 국민 기본권이 좌우되는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 등 대북전단금지법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를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부른다.
 
 
  ‘금지법’ 만든 건 ‘과잉금지 원칙’ 위배 소지
 
  문재인 정권은 대북전단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핵심 논거로 법원 판결을 내세운다.
 
  2016년 당시 대법원은 이민복 대북풍선단 대표가 “국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바람에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2015다247394)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하면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휴전선 부근 주민들의 생명·신체에 급박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북한의 도발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10월, 경기도 연천군에서 탈북민 단체가 띄운 대북전단 풍선에 북한군이 고사총 사격을 가해 그 낙탄이 우리 쪽으로 넘어와 군이 응사했던 사건을 근거로 한 결정이다. 하지만 북한의 고사포 사격 이전까지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그 후에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협박’이 과연 ‘국민 기본권 제한’의 요건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원 판단을 인용하더라도, 대북전단금지법이 정당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역대 정부는 ‘민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을 근거로 대북전단 살포를 탄력적으로 규제했다. 대북전단을 제지할 법적 수단이 있었으므로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 문재인 정부가 ‘김여정 협박’ 이후 대북전단 살포 규제 근거로 ▲폐기물관리법 ▲해양환경관리법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항공안전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을 제시한 사실을 감안하면 대북전단금지법은 ‘과잉금지’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역대 정부가 경찰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은 전례가 있고, 기존 법률을 적용해 충분히 규제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국민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처벌까지 부과하는 내용의 법률을 따로 마련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된다. 다음은 ‘침해의 최소성’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선고 내용이다.(2002헌바80·87·88, 2008헌가22)
 
  〈그 불이행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그러한 수단을 선택하지 아니하고도 보다 덜 제한적인 방법을 선택하거나, 아예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하고도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를 강제하기 위하여 그 불이행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과잉금지 원칙의 한 요소인 ‘최소 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대북심리전 수단 내팽개치는 ‘자발적 무장해제’
 
대북전단금지법에 따르면 우리가 가진 사실상 유일한 ‘비대칭전력’인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심리전(확성기 방송, 시각매개물 게시) 역시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 사진=뉴시스
  대북전단금지법은 상기한 법적 문제뿐 아니라 전략적 측면에서 우리의 대북 우위를 스스로 내버리는 ‘자해(自害)’와 같다. 현실적으로 핵전력을 나날이 증강해가는 북한 독재정권과 달리 핵무장을 할 수 없는 우리 입장에서 대북 심리전은 사실상 유일한 ‘비대칭전력’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북심리전 차원에서 진행된 휴전선 일대의 대북확성기 방송은 북한군을 무력화하는 수단이다. 2015년 당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대응책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당황한 김정은이 황병서·김양건·최룡해를 보내 ‘협상’을 시도하다가 결국 사실상의 ‘사과’를 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까닭에 북한군의 무력 도발을 사전에 억지하고, 북한 지도부를 압박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인 대북확성기 방송 등의 대북심리전을 법으로 금지한다고 못박은 것은 자발적인 무장해제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민간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와 각종 정보 유입 역시 북한 독재정권을 위협하는 수단이다. 태영호 의원에 따르면 북한은 2019년 10월19일자 《로동신문》 ‘보이지 않는 대결, 소리 없는 전쟁’이란 글을 통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사상과 문화’의 위력을 강조하면서 “물리적 힘을 동원한 전쟁보다 더 첨예하고 치열하며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좌우하는 소리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로동신문》은 “저속하고 불건전한 사상과 문화, 생활방식이 악성비루스처럼 이 나라, 저 나라 국경을 넘어 전파되고 있다. 제국주의자들은 반동적인 사상문화를 퍼뜨리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화와 음악, 출판물, 대중보도 수단들과 함께 간첩과 모략기구까지 동원하고 있다”면서 “진정으로 자주적 발전과 번영을 바라는 나라들은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적 침투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지난해 12월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을 채택했다. 법 제정 목적은 ▲반(反)사회주의 문화의 유입·유포 행위 차단 ▲사상·정신·문화 수호 ▲사상·계급·혁명 진지 강화 등이다. 이처럼 북한 독재정권이 외부 정보 유입에 따른 내부 붕괴를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시점에 공교롭게도 현 정권은 민간 차원의 대북 정보 전파 활동을 사실상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하려고 한다.
 
  이는 북한 김정은의 ‘오판’을 조장할 가능성이 큰 조치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김정은은 최근 북한 노동당의 소위 ‘제8차 대회’ 사업 총화 보고에서 “현시점에서 남조선 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앞으로 ‘대북전단 금지’보다 더한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문재인 정권은 과연 김정은의 부당한 요구에 어떻게 ‘답’할까.
 

  [인터뷰]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우리가 누리는 인권과 민주주의, 왜 휴전선 앞에서 멈춰야 하나?”
 
태영호 의원은 2020년 12월 14일,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골자로 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무제한 토론에 나서 갖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점을 요약·설명해주십시오.
 
  “헌법상 기본권을 법률로 제한할 경우에는 그 필요성을 따져야 합니다. 대북전단을 규제하는 데 별도로 법이 있어야 하는가? 보수 정권 때는 경찰력을 동원해서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못 하게 했습니다. 이건 뭘 의미하느냐?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우리 현행법만으로도 너끈히 관리·통제할 수 있는데, 왜 추가 법이 필요한가? ‘과잉입법’이란 게 첫 번째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남과 북이 합의한 걸 우리가 잘 이행해야 북한에 준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법을 들여다보면 남북 합의에서 벗어났습니다. 4·27 판문점 선언에는 ‘군사분계선’이라고 돼 있는데, 이 법을 보면 ‘제3국을 통한 단순 이동’도 살포에 속한다는 식으로 범위를 대단히 넓혀놨어요. 지역적 개념이 남북 합의를 완전히 벗어난 거예요.
 
  이게 또 사람을 처벌하는 법인데, 형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이게 왜 범죄인지 명확해야 합니다. 위법성·구성요건·책임성이 범죄구성의 3대 요소인데, 법 전문가들이 다 따져보니까 ‘판사 결정에 달렸다’고 하는 거예요. 법 만들 때는 명확성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죄형법정주의에 맞는데 모호하게 해놓으니까 다들 ‘이상하다’고 얘기해요. 이게 모호하니까 통일부는 해석지침을 만든다고 하는데, 12월 14일에 법 통과해서 조금 있으면 한 달이 되는데 지금도 만들지 못하고 있어요. 만들 수 있을까?”
 
  ― 대북전단금지법 문제 때문에 외신과 접촉할 기회가 많을 텐데, 외국에서는 왜 반대하는 겁니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CNN과 인터뷰하면서 주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정부가 유일하게 얘기하는 건 뭐냐? 2014년에 북한이 고사총 쏴서 탄피 몇 개 떨어진 걸 갖고 ‘국민 생명·안전이 위협받기 때문에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까 외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겁니다. 대북전단 살포 때문에 지금껏 사람이 죽거나 다친 일이 1건도 없어요. 그런데도 이걸로 기본권을 제한한다? 외국의 정상적인 전문가 입장에서는 대단히 이상한 법이죠. 김여정이 지난해 6월에 ‘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지 않았어요?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에서 이와 관련해서 연구사업을 했다고. ‘기존 법으로 해야지 새로운 법으로 하면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정부에 냈다고. 그런데도 밀어붙인 거예요.”
 
  ― 그렇게 ‘민족’ ‘민주’를 외치던 자들이 북한 주민 인권과 우리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을 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을까요.
 
  “대한민국의 민주화된 사회의 지분을 자기들이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의원들인데, 그럼 그분들은 북한 주민에게도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확산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습니까? 인권과 민주주의 개념은 대단히 보편적입니다. 휴전선 앞이라고 해서 멈춰야 한다? 이건 전 세계적인 가치관과 맞지 않습니다. 한 가지 꼭 짚어야 하는 점은 김여정이 ‘법 만들라’고 하니까 통일부가 몇 시간 만에 ‘지금 추진 과정에 있다’고 얘기했는데, 김여정이 그런 요구를 했을 때 ‘너희가 뭔데 법을 만들라 말라고 하느냐? 무례하다’고 해야 하지 않습니까. 외국에서도 깜짝 놀란다고. 얼마나 굴종하면 이제는 법까지 만들라고 하느냐.”
 
  ― 문재인 정권은 대북전단금지법과 김여정의 협박은 무관하다고 하지만, “법 만들라”고 하니까 공교롭게도 실제 입법화되는 걸 보면서 김정은은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핵무기 발전시키겠다’고 하고 우리 정부 향해서는 ‘합의 이행하는 것만큼 상대해주겠다’며 오만하게 나왔잖아요. 우리가 원칙과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나오는 거예요. 정부는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하고, 그 선을 넘을 경우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해요. 아니, 둘(문재인·김정은)이 판문점 선언의 1안(1조 3항)으로 만들어놓은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는데도 오히려 당한 쪽에서 ‘우리는 남북합의를 계속 이행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서 나는 이게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인가…. 그렇게 하고서는 우리 국민 향해서는 대북전단 날리면 처벌하겠다고 하니. 북한 정권이 협박할 때 당당하게 얘기했어야 합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든 건 북한에 도발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어요.”
 
  ―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되면 북한 내부는 어떤 변화를 겪을 것 같습니까.
 
  “앞으로 남북대화에서 우리가 대단히 위태로워질 수 있어요. 김정은의 오만불손함을 멈춰 세우지 못하고 이걸 받아들였잖아요? ‘어? 이거 안 받을 거 같았는데, 받아들이네?’ 하면서 반(反)민주적인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법에 ‘미수범 처벌’ 조항 때문에 지금까지 성경 보내던 교회나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위축돼서 지금까지 중북 접경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던 정보가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 한마디로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하던 단체들은 이제 옴짝달싹 못 하게 될 수도 있겠네요.
 
  “지금까지는 교회에서 ‘북한 선교 위해 얼마가 필요하니까 기부해주세요’ 했는데, ‘미수범 처벌’ 조항 때문에 이제 그 어느 목사도 공개적으로 기부를 독려하는 얘기를 할 수 없어요.”
 
  ― 지금 국제사회가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특히 미국 의회에서는 청문회를 열려고 하는데요. 그쪽으로부터 증언 또는 자료 요청이 있었습니까.
 
  “아직 공식 요청은 없었습니다. 그런 기회가 있다면 미국에 가서 이 모든 문제를 똑바로 얘기할 겁니다. 저는 대북전단금지법이 바이든 정권과 문재인 정권 사이의 갈등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바이든은 다자주의와 민주주의 확산을 중시하거든요. 바이든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어서 북한에 외부 정보가 들어가는 걸 막으려는 우리 정부를 지지할까? 절대 지지하지 않을 것 같고, 트럼프 대통령도 반대했어요. 스티브 비건(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우리 외교부에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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