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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국통’ 박진 의원이 말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전망

“‘對北전단금지법’이 문재인 정부 對美관계의 아킬레스건 될 것”

글 : 오동룡  조선뉴스프레스 취재기획위원·군사전문기자  goms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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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美 FTA 비준 경험 살려 ‘한미 백신 스와프’ 제안
⊙ “바이든은 정직하고, 소탈하고, 인간미 갖춘 정치인”
⊙ “김정은, 바이든 향해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하라는 압박을 한 것”
⊙ “웬디 셔먼 전 차관에게 北核 총괄 맡길 듯… 트럼프 정부의 北核 정책 정밀 검토 중”
⊙ “바이든 캠프, 햇볕정책은 결과적으로 빗나갔고 非核化에 실패한 정책이라고 생각”
⊙ “대북전단금지법 때문에 박동선 사건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서 한국 청문회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사진=조준우
  바이든 대통령 취임 경축사절로 1월 19일 워싱턴을 방문하는 박진(朴振·64) 국민의힘 의원을 지난해 연말과 연초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했다. 코로나19 시국에 커피숍 대신, 의원회관에서 언택트형 ‘도시락 인터뷰’를 택했다. CNN방송에서는 ‘지난 한 주 미국에서는 33초마다 1명, 하루 평균 2600여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바싹 불고기 제육’ 도시락 메뉴를 선택한 박 의원은 기자가 ‘바싹 불고기 오징어’를 주문하자, “오 박사는 ‘해군’이고 난 ‘육군’이군! 난 원래 해군인데…” 하며 웃었다.
 
  박진 의원은 서울대 법대 졸업 후 1977년 제11회 외무고시를 거쳐 외교관이 됐다. 서울 출신인 그는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진해를 택해 해군장교 교관병과(OCS 71기)로 군에 갔다.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 창설요원으로 생도들에게 해양국제법과 국제정치를 가르쳤다.
 

  청와대 공보비서관 시절인 1995년 3월,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의전통역으로 영국 런던의 총리관저에서 통역할 때다. 박진 비서관의 통역을 듣고 있던 존 메이저 영국 총리가 ‘저 사람의 퀸스잉글리시(Queen’s English)는 우리 내각 어떤 장관의 영어 수준보다 나은 것 같다’는 메모를 배석한 토머스 해리스 주한(駐韓) 영국대사에게 슬그머니 건넸다고 한다. 그 정도로 그의 영어 내공은 ‘전설’ 수준이다.
 
 
  ‘한미 백신 스와프’ 제안
 
  박 의원은 청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물량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기사를 읽고 있었다. 그는 《조선일보》 1면에 나온 주한미군 접종 시작 사진을 보여주며 “주한미군이 크리스마스날 백신을 들여와 ‘군사작전’처럼 접종하는 것을 보고, 자국 군인을 우선 대우하는 미국의 저력을 새삼 느꼈다”며 “외국인들은 ‘K-방역’이 성공적이라고 자화자찬한 대한민국이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쩔쩔매는 상황을 보고 이해를 못 하더라”고 했다.
 
  제21대 국회 들어 ‘코로나19 극복 경제특위’가 설치됐고,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당 코로나대책·외교안보특위를 가동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코로나 특위를 즉각 재가동하는 한편, 법률·예산·정책 등을 통해 원스톱으로 코로나 정책을 펴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특위는 지난해 12월 27일 코로나19 백신을 대량 확보하기 위한 ‘한미 백신 스와프(vaccine swap)’를 당 차원에서 공식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월 초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새로 임명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백신 스와프를 촉구하는 요청문을 보낼 계획이다.
 
  국민의힘에서 백신 스와프를 처음 제기한 건 ‘외교통’으로 꼽히는 박진 의원이다. 박 의원이 제안한 한미 백신 스와프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뤄진 ‘한미 통화 스와프(currency swap·미국 중앙은행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화를 가져온 뒤 나중에 되갚는 방식)’에서 따온 말이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백신을 긴급 지원해주고, 우리나라는 미국의 기술을 토대로 백신을 대량 생산해 갚는다는 개념이다.
 
  당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백신과 같은 검증되고 안전한 ‘공공재(公共財)’는 국가 간 유통되는 것이 상식”이라며 “동맹국이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백신 스와프 근거는 한미FTA”
 
  — 백신 스와프를 어떻게 제안하게 됐나.
 
  “한미동맹이 백신을 조기에 공급받을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특히 한미 백신 스와프는 미국의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FTA에 근거 규정을 둔 제안이다. 2008년 18대 국회 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으로 한미FTA를 다뤘기 때문에 관련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미FTA 제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 부분에 ‘양질의 특허 및 복제 의약품 개발을 촉진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미국의 지인(知人)들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무릎을 치더라.”
 
  지난해 11월 18일 미국 하원에서 ‘한국전쟁 이래 한미동맹의 상호 호혜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으로의 역사적 전환 평가’ 결의안(H.Res. 1012)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 결의안에도 한미 양국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협력을 통해 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료·과학·연구 협력을 지속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백신 스와프로 조기 공급이 얼마나 가능할까.
 
  “늦어도 1월 중에는 백신 접종이 시작돼야 날씨가 풀릴 때 집단 면역의 효과를 빨리 볼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오는 11~12월이 돼야 우선접종 대상자의 접종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미국 정부와 담판을 지으면 모더나뿐 아니라 효과가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화이자 백신 등을 가장 필요한 취약층부터 상당량 조기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박 의원은 “백신 스와프 제안을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의회 및 싱크탱크에 전달했다”며 “백신 스와프 계약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초당적 ‘민관 협력 대표단’을 조속히 파견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우선순위에 따라 전 국민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전 국민 무료 접종’ 의사를 신년사에서 밝혔다. 정부는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56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으며, 1월 중 백신 접종 계획을 마련한 뒤 2월부터 전 국민에 대한 무료 접종을 순차적으로 하겠다고 한다.
 
  “대통령과 정부의 발표는 무엇 하나 틀린 말이 없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인구 수 대비 몇 배의 백신을 확보하고 접종을 시작하고 있다. 정부 말만 믿고 몇 달째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데, 백신은 신기루처럼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현재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검증되고 안전한 백신을 구해 정확하게 언제부터 접종할 수 있는지를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다. 그것만이 국민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국력을 총동원해 ‘백신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바이든과 농담 주고받는 사이
 
2008년 7월 31일 미 상원 외교위원장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과 환담하는 박진 의원. 사진=박진 의원 제공
  박진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낸 중진(4선)의원으로, 당내 대표적 ‘미국통’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박 의원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관계를 “워싱턴에서 만나 독대도 하고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라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경축사절로 1월 19일 워싱턴을 방문한다. 국회 외통위원 시절인 2008년 7월, 그는 국회 한미의원외교협회 단장으로 워싱턴 미 국회의사당에서 당시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을 만났다.
 
  — 당시 그와 무슨 얘기를 나눴나.
 
  “한미관계, 북한 정세 등 한반도 현안과 미중(美中)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바이든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북한의 실제적 위협과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보였다. 중국에 대해선 봉쇄(containment)보다 비판적 관여(engagement) 정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견제해나가겠다는 생각으로 비쳤다.”
 

  — 바이든은 인간적으로 어떤 사람인가.
 
  “당시 바이든 위원장은 ‘나이도 한참 어린 초선 상원의원 출신 오바마 대통령 후보가 (36년간 6선 상원의원을 지낸 정치 대선배인) 자신에게 부통령직을 제안했다’며 당혹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가 ‘이럴 줄 알았으면 대통령을 빨리 할 걸 그랬다’고 껄껄 웃으며 농담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몇 주 지나지 않아 바이든은 부통령직을 수락했고, 그 후 12년 만에 백악관에 주인으로 입성하는 것이다. 정직하고, 소탈하고, 인간미를 갖춘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
 
  조 바이든은 2008년 민주당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의 양강(兩强) 구도에 막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부통령직을 선택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 8년을 마치고 2016년 대권 도전을 생각했으나 힐러리 클린턴에게 양보하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바이든은 델라웨어주 법무부 장관까지 오르며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로 떠오른 장남 보 바이든이 201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큰 좌절을 겪었다”며 “당시 장남이 숨을 거두며 이야기한 ‘아버지,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꼭 약속해주세요(Promise me Dad, Don’t forget the home base)’라는 말을 이번 대통령 당선으로 지켰다”고 했다.
 
 
  “바이든, 한반도 문제 상당한 식견”
 
  — 바이든 대통령은 36년간 상원에서 한국 문제를 다뤘는데, 실제로 한반도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인가.
 
  “바이든은 아시아 담당 참모들의 꾸준한 보고를 받고 있고, 그 자신도 한반도 문제에 상당한 식견이 있다. 그는 공식적으로 한국을 세 차례 방문했다. 1998년 11월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로 방문했고, 2001년 8월 상원외교위원장 시절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나 햇볕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2013년 12월엔 부통령 자격으로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바이든은 같은 해 9월 3일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한국에 베팅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 의원은 조 바이든 행정부 내 인적 네트워크가 상당하다고 알려졌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회장과는 하버드대학 동문, 바이든의 아시아 자문 역인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는 옥스퍼드대학 동문으로 평소 이메일을 주고받는 관계로 알려졌는데.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차관보와는 오랜 친분이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연설담당 선임국장을 할 때 정상외교를 통해 안면이 있다. 여성 국방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은 2009년 6월 서울에서 오찬을 하면서 안보 현안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하비에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장관은 과거 의원외교를 통해 만났고, 크리스 쿤스 델라웨어주 상원의원과 론 클레인 바이든 당선인 비서실장과는 지인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 이에 비해 문재인 정부의 새 행정부 인적 네트워크는 어떤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살펴보니까 외교부와 통일부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대해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외교부 종합감사에서 바이든 초대 국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블링컨이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과 공동으로 설립한 워싱턴의 전략 컨설팅회사 ‘웨스트이그젝 어드바이저스’에 대해 물어봤는데,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강경화 장관에게 미 대선(大選) 전에 주미대사관을 통해 연락을 취해 철저한 대비를 하라고 주문했다.”
 
 
  “北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흔들리지 말아야”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손녀 피너건 양과 함께 2013년 12월 7일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해 비무장지대(DMZ) 경계태세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있다. 바이든 왼쪽은 커티스 스카파로티 한미연합사령관. 사진=조선DB
  — 김정은은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최대의 주적(主敵) 미국을 굴복시키겠다”고 했다. 북한이 바이든 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할 가능성은 없을까.
 
  “미국 대선이 끝난 지 두 달이 넘도록 아무런 메시지를 내놓지 않다가 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무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술 더 떠 전술 핵무기 개발을 선언하며 군사정찰위성, 첨단 무인기, 핵추진 잠수함,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강대강·선대선’ 원칙을 고수하며 새로운 대북정책을 수립하라는 압박을 한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8차 노동당 당대회를 통해 한국과 미국에 대한 핵위협 수위를 높인 상황에서도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핵무장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원론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는 북한이 짜놓은 덫에 걸릴 게 아니라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전략적 상황을 만들어가야 한다. 결국 그것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대북제재 공조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 한미 간에는 연합훈련도 사라졌다.
 
  “주한미군은 한미연합훈련은커녕 실사격 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한미 안보태세는 날이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대북 유화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에 입각한 외교와 정면으로 부딪힐 수 있다. 최근 계속된 북한의 도발행위로 2020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직전 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대북 종전선언 결의안’이 상임위 상정도 못 한 채 미국 의회에서 자동폐기된 것도 주목해야 한다. 김정은은 당 대회에서 ‘합의 이행만큼 남조선을 상대하겠다’며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만약 북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흔들린다면, 한미동맹이 균열되고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것이다.”
 
 
  “트럼프, 보여주기식 對北외교 집착”
 
  —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햇볕정책’을 지지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지지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보였다. 핵감축 동의 없이는 김정은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 공언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정책을 바이든 행정부에 무리하게 입력시키려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당선인 측 모두 대북전단살포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이하 대북전단금지법) 통과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북한 8차 당대회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지난 3년간 이어온 북한 비핵화 협상은 북의 전략에 놀아난 쇼에 불과했음이 밝혀졌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문재인 정권의 ‘북한 우선주의’가 결합해 묘하게도 남·북·미가 ‘3각 시너지 관계’를 형성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보여주기식 대북 외교성과에 집착했고, 문 대통령은 대북 유화정책을 추구하면서 공통의 이해관계가 생겼다. 이 와중에 한미동맹은 딜레마에 봉착했다. 대북 억제를 위해 만들어진 한미동맹이 비핵화를 앞세운 대북 유화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해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전망한다면.
 
  “눈에 띄는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난 4년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을 존중하며 호혜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2019년 10월 ‘연합뉴스’ 기고문에서 ‘대통령으로서 군대를 철수시키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extortion)하기보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껄끄럽고 삐꺽거렸던 한미동맹이 거래 관계가 아닌 가치(價値) 중심의 동맹으로 다시 회복할 것으로 본다.”
 
  —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방위비 협상에서 트럼프 스타일의 막무가내식 주장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변화가 있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상식과 합리성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한국과 조기협상에 나설 것이다. 바이든 본인도 미국이 한국에 과도하게 방위비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 방위분담금 협상은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함께 양측이 수용 가능한 선에서 가능한 한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 주한미군도 한국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뜬금없이 감축이나 철수론이 불쑥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해외 주둔 미군의 효율성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구조조정 검토는 물밑에서 계속 진행될 것이다.”
 
  — 문재인 정부의 대북(對北) 유화정책이나 맹목적 종전(終戰) 선언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과 충돌하지 않을까.
 
  “그것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문재인 정권의 ‘북한 우선주의’가 결합해 묘하게도 남·북·미가 ‘3각 시너지 관계’를 형성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보여주기식 대북 외교성과에 집착했고, 문 대통령은 대북 유화정책을 추구하면서 공통의 이해관계가 생긴 것이다. 이 와중에 한미동맹은 딜레마에 봉착했다. 대북 억제를 위해 만들어진 한미동맹이 비핵화를 앞세운 대북 유화의 늪에 빠진 것이다.”
 
 
  “보텀업 방식을 통해 실질적 非核化 추진할 것”
 
  —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4가지 당면과제는 ▲코로나19 사태 ▲경제 회복 ▲인종문제 ▲기후변화 문제로 보인다. 우리의 북핵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큰 시각에서 봐야 한다. 북한이 공격적인 도발을 하지 않는 한 북한문제는 당장 도마 위에 오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하루 2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누적 사망자는 34만명에 이르는 등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이런 코로나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남북관계가 더 이상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북한의 평화와 발전을 원하면 비핵화하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 바이든 대통령은 비핵화 로드맵을 어떻게 가져가리라고 보는지. 예를 들어 트럼프의 ‘톱다운(Top-down)’일까, 아니면 ‘보텀업(Bottom-up)’ 방식일까.
 
  “이것 역시 바뀔 것이다. 바이든은 실무 차원 협상에 무게를 두고 보텀업 방식을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의 대차대조표를 점검하고, 트럼프와 김정은이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톱다운 방식으로 정상 간의 ‘통 큰 결단’만으로 북한 비핵화를 시도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다. 물론, 이론상으로 보텀업 방식의 실무협상이 잘 이뤄진다면 정상 간 만남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 사진=조선DB
  박진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핵(北核)문제를 다룰 인물로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목했다. 웬디 셔먼 전 차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副長官)으로 임명될 예정이라고 한다.
 
  “웬디 셔먼은 2000년대 초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북한문제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적이 있다. 그는 2000년 10월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날 때 배석했다. 이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부 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던 한반도 전문가다. 북핵문제와 한반도 정세를 잘 아는 전문가를 행정부의 핵심으로 임명한 것은 실무 차원의 보텀업 방식을 통한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를 북한 비핵화에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실성이 있다고 보는지.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 그러나 비핵화 전략이라는 면에서 공통되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과거 오바마 정부가 펼쳤던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으로 사실상 실패했다. 바이든 팀에는 과거 앤서니 블링컨처럼 이란 핵합의에 참여한 전문가가 들어가 있다.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는 2018년 6월 1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대해 거론했다.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공개하도록 중간 합의서를 만들고,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핵과 핵물질 포기 로드맵을 만들고, 그 로드맵에 의해 차근차근 하나하나 풀어가는 게 실제적인 비핵화의 과정이 될 것이다. 다만, 현재 북한의 핵개발 수준은 이란을 훨씬 앞서고 있기 때문에 이란 핵합의 과정이 북한 비핵화 로드맵에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권 내세운 ‘촛불정권’이 인권탄압 법안 만들어”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8일 방한했을 때,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고 하는데, 국제정세에 둔감한 것 아닌가.
 
  “동상이몽이다. 스티븐 비건이 방한한 진짜 이유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미국 조야의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한미 양측의 발표가 전혀 달랐다. 지난 12월 17일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의 글은 이 같은 미국 내부의 우려를 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대북전단금지법’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할 일이 아니라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인권이 빠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철학이 없는 평화지상주의다. 이것이 한미공조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4일 대북전단금지법을 전자결재로 재가하고 12월 29일 공포했다. 공포된 법률은 3개월 뒤인 2021년 3월 30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일사천리로 입법을 완료한 정부가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청문회를 막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유럽, 유엔 등 국제사회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도 대북전단금지법 통과에 대해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리아게이트(박동선 사건)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서 한국 청문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주도하는 미국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전단법 청문회 움직임이 그것이다. 이번에 하원 외교위원장으로 선출된 민주당 그레고리 믹스 의원도 대북전단금지법을 의제로 다룰 것을 발표했다. 영국도 의회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 측에서도 각별히 예의 주시하고 있는 사안이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법의 결함이 많다’며 법이 시행되기 전 민주적 기관이 개정안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다.”
 
  박진 의원은 “유엔 인권전문가 출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대북전단금지법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언급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인권과 민주를 내세운 ‘촛불정부’가 반헌법적·반인권적인 조치를 서슴없이 밀어붙여 국제적 비판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인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對北 확성기 방송도 전면 금지”
 
  —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한미관계에서 첫 엇박자가 날 부분이 대북전단금지법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달(2020년 11월) 국민의힘 외교안보특위 위원인 지성호 의원이 미국을 조용히 다녀왔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을 경시하는 것에 대한 미국 현지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하더라. 지성호 의원은 백악관, 국무부, 의회, 국제인권단체 인사들을 만나 대북전단금지법의 표결 절차와 내용상 문제점, 야당 필리버스터의 한계, 입법 취지의 불합리성 등을 알렸다. 미국 의회는 2004년 북한인권법(North Korean Human Rights Act)을 통과시켰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이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 대미관계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 지난해 말 공포된 대북전단금지법은 그 내용을 파악할 시간도 없이 날치기로 통과됐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단순히 전단(속칭 ‘삐라’)만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외부 정보를 원천 차단하는 과잉입법이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위헌 소지가 있는 법이다. 이 법은 제3국을 거친 이동까지 포함해 전단, 보조기억장치(USB·SD카드), 금전 및 기타 재산상 이익 살포 등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사랑의 불시착〉 같은 한국 드라마를 담은 USB를 보내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도 전면 금지된다.”
 
  — 대북 확성기 방송까지 전면 금지한다는 건 금시초문이다.
 
  “그것 봐라, 기자들조차 자세히 모른다.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때 대북확성기 방송 자제에 대한 합의는 있었지만, 이번 대북전단금지법에 그것까지 끼워 넣을 줄은 몰랐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봉쇄하고 북한 김정은 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것이다. 오죽하면 ‘김정은 체제 수호법’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겠나. 국민의힘은 현재 위헌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고, 이번에 통과된 법안의 내용을 전부 삭제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개정안을 발의했다.”
 
 
  “美中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 취하지 말아야”
 
  — 바이든 행정부도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안보회의체 ‘쿼드(Quad)’에 한국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쿼드’라는 명칭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할 일을 해야 한다. 아태 지역은 세계 인구의 40%, GDP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는 넓은 앞마당과 같은 중요한 지역이다. 우리 군함과 상선들이 다니는 인도양은 한국에는 커다란 뒷마당이다. 특히 중국과 지정학적 견제 관계에 있는 인도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일본·호주·인도와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 네 나라는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에 참석할 자격이 있는 국가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도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인권을 지키는 책임 있는 국가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새해 들어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중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 대상국이지만 정치·안보 등 비경제적인 문제로 우리와 경제적 마찰과 갈등을 일으키는 나라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의 노골적 경제 보복을 받지 않았나.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중국이 법질서에 따른 국제규범을 지키도록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한중관계가 건전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있다. 미중 신냉전이라는 엄중한 국제정세 속에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지 말고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국익 차원에서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동남아시아·중동·남미·아프리카 등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과 한일관계 개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공관에서 만찬 후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잉어 그림 앞에서. 사진=박진 의원 제공
  — 현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다. 현재 한일 두 나라 당국자들이 서둘러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일관계는 유감스럽게도 역대 최악이다. 한일 양국 간 헝클어진 매듭은 조속히 풀어야 한다. 양국의 국익에 모두 손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한일관계는 ‘제로섬’도 아니고 ‘마이너스섬’ 게임이다. 한일 간에는 역사문제·통상마찰·안보갈등 같은 문제들이 있지만, 감정외교를 지양하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아내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아베 정권하에서 한일관계가 교착상태로 가면서 막다른 골목에 봉착했지만, 일본에 새로운 스가 정권이 출범한 만큼, 우리도 어떻게든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관계 증진을 원하고 아울러 한일 간의 관계 개선도 정책 어젠다에 올려놓을 것이다.”
 
  —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데, 출마 의사는.
 
  “마음을 비우고 있다. 현재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어렵게 가고 있다. 현역 중진은 원내에서 여당을 견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이번 보궐선거는 대선 승리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 당이 참신하고 경쟁력을 가진 후보를 내보내 꼭 승리해야 한다. 누가 나오든 후보단일화를 위해서 열심히 돕겠다. 만약 그런 후보를 찾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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